#56. 아까워지기 시작했어
2018.06.12.
환자인 척하는 동물들과 인간들을 서둘러 쫓아낸 동물병원 안은 그래도 제법 복닥거렸다.
다급히 손님이 온 탓이었다.
오금도사와 제자, 그리고 대모산에서 온 삼족오와 둘째언니가 가세하자 진료실 안이 가득 찼다.
이중에서 오금도사의 제자만 유일하게 인간이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난 삼족오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리던 제자는 삼족오의 등에서 뛰어내린 여우가 “안녕. 또 보네?”라고 인사를 하자 실신할 뻔했다.
하지만 스승은 제자보다 더 놀랐다.
“이, 이,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신수라니,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허연 수염을 더듬던 손이 덜덜 떨리더니 기어코 수염을 몇 가닥 잡아 뽑고서야 진정이 됐다.
제자가 그런 스승을 원망스러운 듯 쳐다보며 소맷자락을 잡아당겼다.
“아니, 스승님. 그전에 놀라도 이 제자가 더 놀라지 않았겠습니까, 예? 여우가 말을 했단 말입니다, 여우가.”
둘째 언니가 태연하게 수염을 가다듬었다.
“영감이 둔하니 그 제자도 저리 둔하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봤는데도 몰라보다니.”
“예에? 두 번이라니…… 아, 그럼? 혹시 그때……? 13년 전 마지막으로 갔던 서울랜드 동물원에서……?”
제자가 허둥지둥 기억을 쥐어짜냈다. 둘째 언니가 왈칵 소리를 쳤다.
“이 멍청한 놈이 뭐라는 거야! 동물원이라니! 어디서 그런 야만적인 소리를! 영감님, 진짜. 제자 교육 좀 똑똑히 시켜요. 이 길로 들어선 지가 언젠데 아직도 저렇게 인간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아, 이놈이야 태어나길 애초에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어쩔 수 없는 게지. 그러게 둔갑술을 썼으면 될 게 아닌가.”
“한 시간 안에 끝날 얘기가 아니니 그러지요. 그리고 여기까지 오느라 삼족오 양반께서 신력으로 모습을 감췄단 말이에요. 내가 그 상황에서 어떻게 영력을 써요.”
삼족오도 몹시 언짢긴 마찬가지였다.
[내가 살다 살다 이런 발칙한 꼴을 다 보네. 고까짓 여우가 말하는 게 뭐 어떻다고 그러는 게야? 네놈 눈에는 이 삼족오님이 보이지도 않는다는 말이냐! 급이 달라도 한참 다른 것을!]
아직도 정신이 혼미한 제자가 앉은 자리에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으악! 이젠 새도 말을 해!”
[떽! 새가 아니라 삼족오라니까! 삼족오님이라고! 인간 주제에 마땅히 절부터 올려야지 뭐하고 있는 게야.]
얼떨떨한 가운데서도 그 말은 좀 억울했다. 제자는 얼얼한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니, 그야 발이 세 개 달린 건 퍽 희한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쪽 여우가 더 대단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만? 딱 봐도 여우가 탈 것으로 이용하는 것 같은데…….”
[뭬야, 이 무지렁이 같은 놈이! 남의 속도 모르고! 내가 하고 싶어 했겠냐! 저 여우놈이 목줄을 붙들어놓고 시키니 억지로 하는 게지!]
삼족오가 까악! 하고 울며 날개를 푸드덕거렸다.
짧지만 강렬한 돌풍이 일어나 진료실 안을 휩쓸었다.
“어이쿠!”
“으악!”
“에잉, 쯧쯧. 왜 이리 좁은 데서 힘을 쓰고 그러신데.”
진료실 안이 난리가 났다. 책상이며 의자며 거기에 앉은 영수와 인간들이 빙글빙글 돌았다.
“쯧. 제 버릇 못 감추는군.”
서휘가 백을 감추듯 앞을 막아서며 한 손으로 쥘부채를 가볍게 흔들었다.
휘잉.
거짓말처럼 바람이 사그라들었다.
[이 여우놈이!]
삼족오가 고개를 홱 돌려 서휘를 칠 것처럼 발을 한 짝 들어올렸다.
그러나 거기서 더 힘자랑을 하지는 못했다.
서휘가 웃지 않았다. 평소 신수놈이 뭐 저리 헤벌레 웃고 다니는지 실없고 값싸 보인다 흉을 봤는데 안 웃으니 무서워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쓸데없는 건 미뤄둬. 그런 얘기 하자고 불러들 모은 게 아니니까.”
삼족오가 슬그머니 다리를 내리며 헛기침을 하는 것으로 다들 신수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둘째 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쓸데없이 떠드는 입을 줄이려고 내 일부러 엄마하고 언니도 다 두고 왔는데. 어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오금도사도 동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가야 하는 법이었다.
“그전에 내 이걸 묻지 않을 수 없소이다. 어째서 신수께서 내려오신 게요?”
산에 사는 이들에게도 하늘은 까마득한 존재였다. 신수란 진작 하계를 떠나 천계로 떠난 이들이었고, 그렇기에 그들의 존재란 의미하는 바가 컸다.
오금도사는 그간 왜 대모산의 앞날이 보이지 않았는지 지금 깨달았다.
신수가 끼어들며 천기가 변한 것이었다. 제 힘으로는 볼 수 없는 게 당연했다.
“하계의 일에 관여치 않는 것이 천계의 법 아니었소이까? 신수란 이제 천계에 적을 둔 몸들이 아니시오.”
평소의 서휘였다면 씩 웃으면서 달에 사는 게 너무 무료해서 말이다, 라고 했을 것이다.
“이전에는 관여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지.”
“허면 지금은 다르다 하시는 게요? 상제께서도 허하신 일이오이까?”
“그건 상관없다. 내가 내 권속을 살피겠다는데 상제가 끼어들 필요는 없지.”
“허…….”
오금도사가 말을 멈추고는 입맛을 다셨다.
요컨대 달나라의 신수는 여우족의 일이라는 이유로 상제가 알면 당장 경을 칠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찌하자는 말씀이세요?”
둘째 언니가 끼어들었다.
다들 제 일처럼 거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당장 집을 잃게 생긴 것은 대모산 고 씨 일족이었다.
“처음에는 그리 말씀하지 않으셨잖아요. 인간 마음 하나 홀리는 일이니 공을 들이면 못 할 게 없다 하셨으면서요. 그래서 이곳에 이리 자리를 잡으신 게 아닙니까. 갑자기 왜 생각을 바꾸셔서 저희들을 다 불러내셨대요?”
돌고 돌아 일이 커지고 복잡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목적은 같았다.
대모산을 지키는 것. 대모산을 밀어내고 세운다는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하는 것.
그걸 위해 대모산 땅을 가지고 있는 현 씨 인간에게서 땅문서를 받아내는 것.
이 동물병원은 그것을 위한 징검다리였다.
자고로 사람의 마음은 복잡한 듯하여도 단순했고 깊은 듯하여도 얄팍하기 짝이 없었다.
닿을 듯 닿지 않을 듯 애가 타게 만들어 욕심을 부추기면 손을 들게 되어 있었다. 거기에 서휘가 약간의 바람을 흘려보내면 되는 일이었다.
당장은 공사가 되지 못하도록 손을 써놓았으니 좀 더 느긋하게 현 씨 인간을 부추기면 되겠다 했다.
그렇게만 믿고 있던 일이 며칠 사이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졌다.
서휘는 갑자기 다른 방법을 써야겠다고 했다.
“현 씨 인간이 어지간한 인간과는 다르기 때문이겠지.”
대답은 오금도사가 했다.
제자는 오늘따라 스승님이 진짜 도사답게 영험해 보인다며 남몰래 엄지를 치켜들었다.
“사주를 보니 운이 완전히 변했소이다. 운이 대모산에 딱 붙어 떨어지질 않더이다. 이 눈으로 보기에도 보통이 아니다 싶었으니 그런 운은 하늘이라도 쉬이 뒤집지 못할 게요. 아니외까?”
“어쩌면.”
서휘의 눈초리가 얇아졌다.
이현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퍽 쉬운 일이라 생각했다.
영수들이 쩔쩔매고 있는 게 가여워 보였고, 지기가 흩어져 힘이 통하지 않는구나 싶어 저가 거들면 쉬이 해결이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생각과는 달랐다.
힘이 안 통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마음먹은 대로 일이 수월히 풀릴 것 같지도 않았다.
그걸 짐작한 게 어젯밤이었다.
서휘는 현이현이라는 인간의 깊이를 보았다.
저런 인간이 어째서 지금 하계에 있는 것일까. 재미있는 노릇이었다.
지금이 아니라 천계와 하계가 서로 열려 있던 이전 시대에 태어났다면 한 번쯤은 상제의 골칫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신수가 불어넣는 가짜 욕심과 허황된 욕망을 쫓아 부나방처럼 휘둘릴 인간이 아니었다. 왜 백영수가 그렇게나 고전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타고나기를 그리 타고난 것이다. 인간을 홀리는 수많은 가짜들 중에서 진짜를 찾아내는 눈을, 그럴 수 있는 의지를.
아주 찰나였지만 서휘는 위험을 감지했다.
간혹 하계가 비좁아 천계까지 헤집어놓는 인간들을 대할 때마다 상제가 그러했듯이.
백영수를 경애하는 마음은 진심일 테니 대모산은 결코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던 모든 수가 단박에 뒤엎어졌다.
이제는 전제를 바꾸어야 할 때였다.
“그래서 신수께서는 어쩌고 싶으신 건가요? 저희야 두 말 않고 따르겠습니다.”
서휘의 눈이 잠깐 백을 향했다.
백은 이현이 다녀가 내일부터 공사를 시작하리라는 발언을 터트리고 간 뒤부터 입을 다물고 있었다.
삶의 근간을 잃게 생긴 백영수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환멸이 아니었다. 그 점도 희한했다.
지금 같은 시간에서라면 지상에 남은 가장 고귀한 존재라고 해야 할 백영수는 어째서 인간에게 염증을 느끼지 않는 것일까.
인간의 탐욕이 이 땅의 모든 고결한 것들을 차곡차곡 짓밟아 부수고 기어이 씨를 말려버리는 것을 보면서도.
“내일 공사를 시작한다 했으니 때를 맞춰 교훈을 남길 것이다.”
“교훈이라면…….”
둘째 언니가 수염을 바르르 떨었다.
지상의 일은 더 이상 제 일이 아니라 깃털만 고르고 있던 삼족오가 눈을 부릅떴다.
[뭐라고? 이 여우놈이 무슨 소리를 하는 게야?]
신수가 인간에게 남긴 교훈은 가짓수는 다양했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인간이 두 번 다시 잊지 못하리라는 것.
때때로 그것은 홍수이기도 했고 가뭄이기도 했으며 전염병이기도 했다. 인간은 수많은 생목숨을 말아먹고 나서야 겨우 저들의 잘못을 뉘우쳤다.
[상제가 그 꼴을 잘도 보고 있겠다!]
“그게 맞소이다. 대모산에는 아직 수많은 이들이 살고 있는데 신수께서는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오?”
수염을 어루만지는 둘째 언니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그건…… 너무 과하신 말씀 아닌지요. 그만한 일을 내면 당연히 문제가 커지지요.”
서휘가 입을 열었다.
“미리 언질을 줄 것이다. 선택은 인간의 몫이 되겠지.”
“그럼…….”
둘째 언니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백의 손을 끌어다 잡았다.
“백아. 너는 그래도 괜찮겠니?”
“저는…….”
백이 막 입을 떼려는 순간이었다.
탕탕.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어이, 고 선생님!”
다들 고개를 돌려 보니 라현이 반만 불투명하고, 나머지 반은 투명한 유리로 된 문 너머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에 있지? 나야, 나. 문 좀 열어줘.”
저 밖에서는 진료실 안쪽이 보일 리 없었지만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에그머니. 저게 웬 인간이야?”
[허?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결계를 치지 않은 게야?]
“영수더러 무슨 결계를 치라 하세요. 그건 마땅히 신수님들이 맡아 하실 줄 알았지요.”
[이 여우놈이 대체 뭐하고 자빠졌던 게야. 이런 터무니없는 곳으로 이 몸을 불러내다니.]
삼족오가 짜증을 내며 날개를 펼쳤다.
[아무래도 저 인간놈의 목을 따버리고 와야겠다. 예로부터 삼족오는 인간을 보면 재수가 없었느니.]
백이 벌떡 일어섰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가서 돌려보내겠습니다.”
[돌려보내다니? 행여나 인간놈이 이 몸을 봤으면 어쩌려고?]
“삼족오를 전혀 모르니까 평범한 새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건 그거대로 또 기분 나쁜 일이라며 삼족오가 콧김을 팽 뿜었다.
그사이 백이 밖으로 달려가 라현을 맞이했다.
“여어, 고 선생님. 잘 지냈어? 이거 서운하잖아. 미리 개업한다고 알려줬으면 나도 이것저것 거들었지. 어쨌거나 문 닫은 거 보면 오늘 일 다 끝났겠네. 그럼 이제부터 한가해? 내가 맛있는 거 사줘도 되나?”
백은 아주 많은 감정이 숨겨진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지금은 급한 일이 있어요. 그만 돌아가 주세요.”
“워,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잠깐만. 급한 일이라는 게 뭔데. 나도 도우면 안 돼?”
“현라현 씨가 도울 수 없는 일입니다. 여기 오래 계시면 위험해요. 그만 가주세요.”
“아니, 위험할 일은 또 뭐가 있어.”
“그럼 이만.”
백은 다시 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 틈새에 라현이 잽싸게 손을 끼워 넣었다.
“잠깐! 잠깐, 잠깐. 고 선생님, 환자는 돌봐야지. 여기 응급환자 있어.”
라현은 다급히 해연에게서 빼앗아 온 개를 내밀었다.
“신해연이, 아, 그 여자 누군지 알지? 암튼 걔가 길에서 주웠대. 고 선생이 고쳐줘.”
시선이 이름 모를 개에게 닿았다.
[머엉……. 누구시냐멍. 엄청 따듯하다멍.]
아직도 오들오들 떨고 있는 개는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지치고 굶주려 있었다. 라현에게 들려 있기는 해도 인간을 무서워했다.
“백아, 뭐하고 있는 거야.”
서휘가 등 뒤에서 다가왔다. 생각보다 시간을 오래 잡아먹은 모양이었다.
“뭐야, 저 인간은? 뭔데 당신 이름을 막 부르고 그래?”
라현이 기분 나쁜 듯 서휘를 향해 한소리 던졌다.
그러나 서휘와 눈을 마주치고 나서는 입을 딱 다물고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
인간을 홀리는 서휘의 능력은 마음먹기에 따라 그 반대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라현은 고양이 앞의 쥐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
“어서 돌려보내렴. 다들 기다리고 있잖느냐.”
“예.”
하지만 백은 라현이 데려온 개를 버려두지 못했다.
“그 아이는 이리 주세요, 현라현 씨. 제가 돌볼게요. 그럼 살펴 가세요.”
백이 문을 닫고 돌아서는데 서휘가 그답지 않게 엄한 목소리를 냈다.
“쓸데없는 일이다. 돌려주려무나.”
인간이 더럽히고 인간이 망가트린 일은 인간의 몫으로 놔두라는 뜻이었다.
그들에게는 더 급한 일이 있었다.
“그럴 수 없어요.”
백은 라현에게서 받아 든 개를 주의 깊은 손길로 쓰다듬었다. 백의 손이 닿자 개는 떠는 걸 멈추고 편안한 얼굴이 되어 조금씩 꼬리를 흔들었다.
“하늘 아래 살아 있는 것은 사실 다 같아요. 도울 수 있는 이를 돕는 것은 귀한 일입니다.”
“…….”
서휘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천천히 턱을 저었다.
“결코 그렇지 않다. 모두 같다면 모두 같은 습성을 지녔을 것이다. 같은 무게를 지니어 어느 한쪽이 다른 것들을 함부로 대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모두 다른 게 하늘의 뜻이다.”
개를 빗대어 말하고 있었지만 사실 서휘는 대모산을 얘기하는 중이었다.
선한 존재가 있듯이 악한 존재도 있었다. 망가트리는 존재로 인해 망가지는 존재가 생겨났다.
그들을 같이 바라보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백이 고개를 들어 올려 서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하늘이 제게 미약하나마 힘을 주신 게 아닐까요. 겉으로는 달라 보이는 것들을 바로잡아 사실 같다는 것을 알게 하라고요.”
더러워진 몸으로 오들오들 떨던 개는 언제 그랬냐 싶게 씩씩해졌다.
백이 바닥에 내려주자 꼬리를 치며 주변을 살랑살랑 맴돌았다.
개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지금 저 개를 본다면 무척 귀엽다고 느낄 것이다.
“하계에서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는데.”
서휘가 쓴웃음을 지었다.
신수들이 제 힘대로 지상을 쥐락펴락하며 인간을 희롱하는 꼴을 보기 지겨웠던 상제가 그래서 영수를 만들어 보냈던 걸까.
저를 대신해 인간들을 좀 돌보아주라고.
그렇다면 상제는 지금쯤 백을 보며 몹시 흐뭇해하고 있을 것이다.
서휘가 손을 들어 백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백이 영문을 몰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휘님?”
“어여뻐서.”
제 손 아래 눈을 깜박이는 어린 영수가 어여쁘고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이 영수를 꼭 지상에 놔두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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