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들이댈 걸 들이대
2018.05.22.
“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안드레아가 난리를 쳤다. 이동장 문을 다 갉아먹을 기세였다.
[빨리! 이거, 이거 좀! 이거 어서 열어달라냥!]
동물병원 안은 밖보다 훨씬 더 인구밀도가 높았다. 동물밀도는 더 높았다.
병돌이와 병순이, 장군이 등등 평창동 이웃집 애완동물들이 전부 몰려와 있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 복작대는 동물밀도에도 불구하고 정신없이 시끄럽지는 않았는데, 그것은 동물 환자들이 차분히 질서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칼같이 한 줄을 지키고 선 동물 환자들은 진료실 안을 오매불망 쳐다보는 중이었다.
진료실 안에는 흰 가운을 입은 두 사람이 있었는데, 다들 차례가 되어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열어주라냥! 어서! 빨리!]
안드레아가 하도 수선을 피워대니 윤 실장이 이동장 문을 열어주었다. 안드레아는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날쌔게 튀어나가 진료실 안으로 뛰어들려고 했다.
그러자 난리가 났다.
“으르릉!”
“멍멍!”
“꼬오오옥!”
“캬악!”
[어디서 새치기를!]
[이봐, 줄 서!]
너무 순한 나머지 병돌이와 병순이에게 늘 호구 취급을 당하던 셔틀랜드 쉽독 장군이가 모둠발로 뛰어가 안드레아의 뒷덜미를 덥석 물었다.
[이거 어서 놓으라냥!]
[못 간다멍! 기다리라멍!]
“꼬끼오오옥!”
병돌이와 병순이가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와 안드레아를 쪼아대기 시작했다.
[못돼 처먹은 고양이닭!]
[여기서 새치기는 절대 안 된닭!]
윤 실장과 현 여사가 당황해 개와 닭들을 말리려고 했다.
“저러다 안드레아가 다치겠어요!”
“부회장님! 함부로 다가가시면 위험합니다!”
차분하던 질서는 오간 데 없이 사라졌다.
“이보세요, 태보 부회장님. 평소 점잖으신 분인 줄 알았는데 고양이를 앞세워 새치기를 하시다니요?”
“여기서 이런 무례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각기 장관 부인, 전직 대사라고 알려진 보호자들이 가세하는 바람에 상황은 한층 더 꼬여갔다.
[이거 놓으라냥! 나 죽는다냥!]
[새치기는 안 된닭! 너 죽고 나 죽는 거닭! 꼬끼옥!]
“안드레아!”
“부회장님!”
결국 진료실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이 나와야 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지?”
“엇…….”
윤 실장은 저도 모르게 혀끝을 조금 깨물었다.
착각이었을까.
갑자기 너무너무 눈이 부셔서 잠깐 정신이 멍해진 기분이었다.
진료실에서 나온 이는 잘생긴 젊은 남자였다.
생김새만 보면 잘생겼다는 것을 빼고 그저 한국 남자였는데 왜 이렇게 다른 사람과는 달라 보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저 검은 머리칼은 왜 저렇게 반짝반짝해 보이는 걸까. 왜 또 가슴이 이렇게 울렁울렁거리는 걸까.
“다들 조용히 있기로 하지 않았어? 그새 잊어버린 거야, 장군이?”
“머엉…….”
[아닙니다멍.]
장군이가 입을 벌려 안드레아를 놓아주더니 꼬리를 축 늘어트리고는 남자의 눈치를 보았다.
[저 고양이가 먼저 잘못했습니다멍.]
“그리고, 너.”
“냐아아.”
남자가 안드레아의 목덜미를 쥐어 가볍게 들어올렸다.
아무리 살이 조금 빠졌다고 하지만 안드레아는 7킬로그램이 넘는 거대묘였다.
누군가가 안드레아를 저렇게 들어 올렸다고 한다면 윤 실장은 덮어놓고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도 놀랍지 않다는 게 놀라웠다. 남자에게 무거운 것은 이 세상에 없을 것만 같았다.
뭐든 저렇게 가볍고 쉽게 다룰 것이다. 그게 사람이건 동물이건 간에.
“네가 새로 온 말썽쟁이구나. 이름이 뭐야?”
[아, 안드레아이어냥. 그런데 누구……셔냥?]
“그래, 안드레아. 근본 없는 이름이지만 색다른 맛은 있구나. 그건 그렇고 여기서는 네 멋대로 굴면 안 된다. 그런 아이는 엉덩이를 걷어차서 쫓아내기로 했어.”
[왜 안 되어냥?]
“이 몸이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이라.”
장군이가 컹! 짖었다.
[말씀만 하시라멍. 제가 당장 쫓아내겠다멍.]
장군이뿐만이 아니었다. 병돌이와 병순이가 부리를 치켜들며 안드레아를 째려보았다. 다른 동물 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냐아아…….”
안드레아가 눈알을 도르륵 굴리며 목을 움츠렸다.
[잘못했어냥. 그런데 백님 냄새가 나서 나도 모르게 그만…….]
그때였다.
“안드레아?”
진료실 문을 열고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세상에나…… 고 선생님!”
백이었다. 새로 생긴 [달나라 동물병원]에 백이 있었다.
“냐아아아아아아!”
[백님! 백님이어냥! 백님!]
현 여사나 윤 실장이나 다들 이 광경을 믿지 못했다. 아예 작정을 한 것처럼 자취를 감춰버린 백이 1분 거리에 있었다니.
“고 선생님!”
현 여사는 갑자기 울컥 눈물이 고여드는 것을 느꼈다.
그간 아쉽고 서운하고 보고 싶던 그 모든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듯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에요? 말 한마디 없이 사라져놓고는!”
현 여사가 백의 손을 덥석 끌어다 잡았다.
“짐도 그대로 다 놔두고! 사람이 어쩜 그렇게 정이 없어!”
“부회장님, 윤 실장님. 그때는 경황이 없었습니다. 미리 말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어쩜. 사람이 어떻게 그래.”
지금이라도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고 싶었다.
이 동물병원에서 얼마나 받고 일하는지는 몰라도 그 두 배, 세 배는 더 주겠다고 말할 참이었다.
“백아. 아는 인간들이니?”
그 울렁울렁 반짝반짝대는 남자가 끼어들어 백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거리가 벌어지며 현 여사는 백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아, 예. 그…… 오, 오빠.”
백이 오빠라는 말을 참 난처하게 꺼냈다.
“제가 말씀드렸던 현 씨 집안 분들이세요. 이쪽은 저희 고 씨 일족의 먼 친척…… 그러니까 사촌 오, 빠 같은 분입니다.”
신수와 영수를 감히 친척지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그 문제를 두고 논하자면 옥황상제까지 나서서 할 말이 있을 만큼 참 끝도 없이 복잡한 문제였지만 어쨌거나 둘 다 여우이니 인간 식으로는 그게 제일이다 싶어 미리 그렇게 입을 맞춰두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까마득한 신수님께 오빠라는 말은 영 난처했다.
그래서 오빠라고 할 때마다 솜털이 삐죽 솟는 기분이었다.
“그럼 고 선생님은 사촌 분과 함께 동물병원을 개업하기 위해 이쪽 일을 그만두신 겁니까?”
윤 실장이 물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 그래서…….”
달나라 동물병원이 들어선 게 고작 며칠 동안의 일이었으니 할 일이 무척 많았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서운함이 사라지진 않았다.
“그런 일이 있다면 말을 하지 그랬어요, 고 선생님. 내가 도울 일도 있고 그랬을 텐데. 꼭 그만둬야 했어요?”
“맞습니다, 고 선생님. 심지어 본부장님께도 아무 말씀 없지 않았습니까.”
“그건…….”
백이 서휘를 한번 쳐다보았다.
동물병원을 평창동에 여는 것은 서휘의 생각이었다.
과연 이게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저를 믿어보라니 다들 그가 말한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백은 이현의 근처로 간다는 계획이 무섭기도 했다.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참지 못하고 울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누구한테도 투정부리거나 미룰 수 없는, 자신이 홀로 삭여야 하는 부분이라고도 생각했다.
“……현이현 씨에게는 더 할 말이 없었어요.”
곤란한 듯 나직한 말이 이어졌다.
잊기로 했다. 잊어야 한다. 그러니 잊을 것이다.
“이미 끝난 일입니다.”
서휘가 백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백과 현 여사의 거리가 더 멀어졌고, 그것은 다시 좁힐 수 없는 무언가가 되었다.
“지금은 보다시피 병원 일이 바쁩니다. 우리 백이는 그만 놓으시고 진료를 받을 거면 줄 서세요.”
“아니,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아직 얘기가 안 끝났습니다. 고 선생님, 이별이라니요? 두 분이 헤어지셨습니까? 그게 정말입니까?”
현 여사와 윤 실장이 반발했다.
그들을 가로막은 것은 미리 와서 대기 중이었던 동물 환자들과 그 보호자들이었다.
“저희 은 닥터 말씀 들으셨지요? 뒤로 가세요.”
“저희도 시간이 남아서 여기서 줄 서 있는 것 아닙니다.”
“멍멍.”
[그렇다멍. 우리 백님하고 서휘님하고 보려고 하루 종일 기다리는 거다멍. 새치기는 절대 안 된다멍.]
타고난 싸움꾼 병순이와 병돌이가 험악한 눈빛으로 태보그룹 일행을 노려보았다. 여차하면 인간이고 뭐고 다 쪼아버리겠다는 기세였다.
“부회장님. 아무래도 줄을 서야 될 것 같습니다. 다치기 전에요.”
“아니, 우리 안드레아는 응급환자 아닙니까. 우선 진료를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은 안드레아도 기운을 차린 것 같으니까요. 이러다 경찰 부르게 생겼습니다.”
현 여사가 왠지 모를 서러움과 울분을 꾹 눌러 참으며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자리가 고스란히 남아 있을 리 없었다.
“여기 서시게요? 뒤로 가세요.”
“…….”
저 뒤쪽까지 끝도 없이 늘어선 줄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한 발도 양보할 기세가 아니었다.
달나라 동물병원은 개업과 동시에 동네의 핫스팟이 되어 버렸다.
영수에 이어 신수까지 등장했으니, 그 상서로운 기운을 감지한 동물들이 난리를 칠 만도 했다.
산책길에, 혹은 막무가내로 탈출한 애완동물에 이끌려 달나라 동물병원에 발을 들인 인간들 또한 동물들과 비슷한 신세가 되었다.
대체 어디서 뭐 하시던 양반들인지 두 분 다 곱디고운 건 둘째치고 한 번 웃어주기라도 하면 애간장이 다 녹는 기분이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들뜨고 따사로웠다. 옆에 있노라면 온갖 근심 걱정 미움 원망 시기 질투가 사르륵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그 기분은 중독적이라고 해야 했다.
그런고로 반짝반짝하는 두 수의사 선생님들을 보고 말이라도 한 번 걸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매일 벌어졌다.
“내가 잘못했던 것 같네요.”
현 여사가 길고 긴 줄 끄트머리에 서서 툭 한마디를 내뱉었다. 어쩐지 그전에 빠각 이를 한 번 가는 것도 같았다.
안드레아를 안은 채 묵묵히 그 무게를 견디고 있던 윤 실장이 물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부회장님.”
“고 선생이 집에 있을 때 어떻게 해서든 붙들었어야 했어.”
거짓말 조금 섞어서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몰려나온 것 같은 이 광경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주 바늘 끝처럼 좁아졌다.
한 집에서 살던 백을, 이제 식구로 맞을 생각만 하면 될 것 같았던 백을 이 모든 사람들에게 빼앗긴 기분이었다.
분하고 원통했다.
“이현이 그 녀석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었기에 이런 것도 몰랐대. 고 선생 찾는다고 집이고 어디고 돌아다녔던 거 아니었대요?”
“제가 알기에도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만…….”
“쓸모없는 녀석 같으니.”
현 여사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줄을 노려보다 말했다.
“이현이한테 전화 넣어요, 윤 실장. 고 선생 찾았으니 당장 데려다 놓으라고 하세요.”
“하지만 고 선생님께서 방금…….”
“그러니까 하는 말이잖아요. 고 선생이 저렇게 나온다면 그 녀석이 뭘 잘못한 게 뻔하죠. 싹싹 빌든 어쩌든 뭘 해야 될 것 아니에요.”
“예, 부회장님.”
그래, 그 착한 고 선생님이 저렇게 말한다면 분명히 이현이 뭔가 아주 큰 잘못을 했을 것이다.
윤 실장이 안드레아를 추어올리며 휴대 전화기를 꺼내 들어 이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아유, 어쩜 이리 고울까.”
신수의 입장에서 볼 때 인간은 크게 두 부류였다.
신력에 강하게 반응하는 쪽과, 영력에 이끌리는 쪽.
전자는 욕심이 많은 인간이었다.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고 바라는 게 많았다. 그런 인간들은 서휘에게 단숨에 마음을 빼앗겼다.
반면 후자는 치유가 필요한 인간들이었다. 바라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려는 바람이 컸다.
그들은 순수하게 백에게 이끌리며 애정과 치유를 갈구했다.
“고 선생님. 애인은 있으세요? 실례가 안 된다면 내가 중매 노릇을 좀 해도 될까? 아주 괜찮은 사람이야. 내 보증해요.”
이 말을 한 인간이 벌써 서른 명도 넘었을 것이다.
서휘는 아픈 곳은 한 군데 없는, 너무 건강해서 탈인 아프간하운드에게 대충 대보던 청진기를 떼며 그 말을 대신 받았다.
“아무나는 곤란합니다.”
아프간하운드의 보호자가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아무나라니. 내가 그럴 리 있나. 당연히 고 선생님한테 댈 만한 사람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죠.”
그래봤자 제 아들놈일 것이다.
이 세상에서 널리고 널린 흔해빠진 인간 중 하나. 부수고 망치고 더럽힐 줄만 아는 무지하고 한심한 종족.
“일단은 저보다 잘생겨야 됩니다.”
“어마.”
아프간하운드와 보호자가 동시에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그건. 사기잖아. 대충 그런 표정이었다.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보호자가 말끝을 흐렸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수의사가 저렇게 잘생길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그저 잘생긴 게 아니라 보고 있으면 아찔할 정도였다. 경국지색이라는 옛말이 과장이 아니지 싶었다.
나라를 망쳐도 수십 번은 망칠 미모였다.
아니, 하지만 둘은 분명히 친척이라고 했다. 그러니 어째 영 송구한 마음이지만 얘기라도 한 번 꺼내보는 것이었다.
“우리 아들이요, 은 선생님보다는 조금, 아주 조금 인물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재산이라면 남부럽지 않게 있어요. 강남에만 건물이 스무 채야. 부족하다고 하면 내 얼마든지 더 해줄게. 그래도 생각 없어요?”
신수와 영수의 입장에서 얘기를 하자면 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얘기였다.
“땅이 노하면 그깟 건물이야 언제든 꺼지고 마는 것. 제안은 거절하지요.”
보호자가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왜 자꾸 기준이 은 선생님이 되시는 거예요. 그러면 반칙이잖아요.”
서휘가 백을 쳐다보며 싱긋 웃었다.
“여차하면 데리고 살 거라서요.”
어리광을 한껏 부리는 아프간하운드를 다독여주던 백이 깜짝 놀라 서휘를 돌아보았다.
서휘는 달에 산다고 했다. 방아 찧던 토끼들을 속여서 쫓아보낸 게 서휘라 했다.
달은 어마어마하게 좋은 곳이라고 했다. 서휘가 달을 버리고 대모산으로 내려올 것도 아닌데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마어마…… 두 분 친척이라고 하시지 않았어요?”
“편의상 그렇게 말하는 거라서. 그렇게 따지면 인간이야 전부가 한 핏줄이라고 해야지요.”
“어마,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보호자와 아프간하운드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구었다.
이제껏 돈이라면 안 되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저 두 선생님 앞에서는 돈이란 참으로 하찮고 부질없어지는 기분이었다.
“진료 다됐으니 나가세요. 그럼 다음 분.”
서휘가 진료실 밖으로 손짓을 했다.
그건 제꺽 진료실을 나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니라면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 전부한테 한 군데씩 물리고 쥐어뜯길 각오를 해야 했다.
“그럼 내일 또 뵈어요, 고 선생님. 내가 주책없는 소리를 했다고 저어하지 말고. 응?”
백은 무지하지만 그래도 영수의 보살핌을 받고 싶어 하는 선량한 인간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내일은 아프지 말아야죠.”
“아니, 뭐 우리 애가 아파서 오는 건 아니…… 아니아니, 내 정신 좀 봐. 이런 얘기를 하면 어떡해. 하여간 내일 또 뵈어요.”
아프간하운드와 보호자가 마지못해 진료실을 나섰다.
“다음 환자 들어오세요.”
백이 진료실의 유리문 너머에 대고 말했다.
다음 환자로 누가 들어올지, 꿈에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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