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달에서 왔단다
2018.05.12.
-거기 살고 있지. 하지만 찾아갈 생각은 말아.
신림동 오금도사의 집을 떠난 뒤로 그 말이 계속 고장 난 LP처럼 머릿속에서 무한 재생되었다.
-인간은 못 찾아.
반발하려는 이현에게 오금도사는 이렇게 못을 박았다.
-찾아내려고 할수록 꽁꽁 숨을 게야. 쫓아가려고 할수록 더 달아낼 게야.
이현은 묻고 싶었다.
어째서 그곳에 산다는 인간을 인간이 찾을 수 없는지.
-아, 겪어봤으면서도 그래? 밤이고 낮이고 들어가 봤자 소용이 없었다며.
제 입으로는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다던 오금도사는 경고만큼은 확실히 했다.
-명심해. 다시 만날 생각이 있거든 그 땅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돼.
그게 끝이었다.
이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다.
기계적으로 차를 운전해 회사로 돌아오고 나서도 이현은 일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인간은 못 찾아.
절대 건드려서는 안 돼.
“본부장님.”
그래서 저를 부르는 소리도 나중에야 알아들었다.
“……네.”
나직하게 인상을 쓰고 고개를 돌리자 업무지원팀에서 온 사원이 흠칫 어깨를 움츠렸다.
“메,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없으셔서…….”
그래서 부득이하게 왔다는 소리였다.
현이현 본부장이 사무실에 있으면서 업무 관련 메일을 읽지도 않고 있었다는 건 정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게다가 신사옥 건설 관련 업무 메일이라면.
기다리고 기다리다 팀장이 하도 쪼아대는 통에 본부장실까지 올라왔는데 아뿔싸.
현이현 본부장은 업무지원 팀장보다 열 배는 더 기분이 나빠 보였다.
오늘은 날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게…… 법무팀에서도 조만간 미팅 일정을 잡겠다고 했습니다만…… 공사 소음 관련해 인근 주민들과 합의한 것 말입니다. 그쪽에서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나왔답니다. 정확한 이유는 없고요.”
그러니까 강남구청에서는 얼씨구나 그렇다면 도로점용 허가도 해줄 수 없다고 나섰다.
행여나 대규모의 민원으로 번질 수 있는 문제는 미리 차단하겠다는 속셈이었다.
합의가 완료돼야 허가도 나올 거란다.
현이현 본부장이 강남 신사옥 건설에 그간 들인 공을 생각해보면 이건 척 봐도 모니터 하나는 깨질 각이었다.
이미 일정이 전부 잡혀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외부 요인으로 공사가 지연되면 손해금 역시 밑도 끝도 없이 늘어나게 된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습니까?”
계속 대답이 한 박자씩 늦었다.
기분이 오죽 거지같으면 그럴까 싶기도 했다.
“그, 그렇……. 법무팀에 연락 넣을까요? 보고 올리라고요?”
이현이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손이 몇 번 키보드 위를 오갔다. 관련 메일을 확인하는 모양이었다.
이어서 이현이 기계적으로 답을 내어놓았다.
“합의금을 높이고 싶은 거라면 따로 배정한 예산이 있으니 한도를 잡아서 다시 협상을…… 빌어먹을.”
그런데 끝이 욕이었다.
업무지원팀 사원이 주춤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현이현 본부장이 폭력적이라는 소문은 없었지만 누가 알까.
아직까지 이미지 관리를 잘한 것일 수도. 재벌 3세란 돈 주고 사람을 패는 인간들이라고 하니까.
여기서 그가 성질을 못 참고 모니터를 때려 부순다 해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그 모니터가 제 머리통을 향해 날아오는 것만큼은 사양하고 싶었다.
“보, 본부장님. 일단 진정하시고…….”
업무지원팀 사원이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그는 지금 이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심정으로 욕을 내뱉는지 조금도 몰랐다.
민원 관련이라면 미리 사전 조사를 마치고 예산을 충분히 배정했으니 해결이 어려울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현은 그 단순한 해결을 지시할 수가 없었다.
그 땅을 건드려서는 안 돼.
다시는 볼 수 없어.
그 말이 마음 밑바닥에서 끝도 없이 자라났다. 마치 재크의 콩나무처럼. 우썩우썩 자라나 다른 것들을 압도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이현은 찡그리듯 눈을 감았다.
“일단 합의 파기하려는 이유부터 알아서 보고하세요. 대응은 그다음입니다.”
“아, 법무팀에 전달할까요? 직접 말씀하시는 게 아니고요?”
그것도 퍽 현이현 본부장답지 않은 일이라 고개를 갸웃하게 됐다.
“어디서든 알아서 하십시오.”
“네?”
“나가 보세요.”
“어…… 네, 그럼. 알겠습니다.”
탁.
조심스럽게 본부장실 문이 닫혔다.
업무지원팀 사원은 턱을 긁적이며 중얼댔다.
“이상한데. 더 신경 쓰실 줄 알았는데…….”
저건 마치 공사가 지연되는 일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식이었다.
“왜지.”
업무지원팀 사원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돌아가면서도 내내 고개를 갸웃댔다.
* * *
“일단은 한시름 덜었다. 오금도사 말로는 공사가 제법 오래 지연될 거라더라.”
“다행이우. 엄마가 고생 많으셨수.”
“고생은 무슨. 막내가 다 했지.”
태보의 신사옥 건설에 갑자기 문제가 생긴 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었다.
대모동 고 씨 일족도 부지런히 움직이는 중이었다.
오금도사를 통해 인간 세상에서 공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들었다.
오금도사의 늦깎이 제자가 한때 잘나가는 엘리트 사원 시절의 온갖 정보력과 인맥을 동원해 고 씨 일족을 도왔다.
그 결과 인간 두 명을 소개 받았다.
한 명은 태보 측과 미리 공사장 소음 문제로 합의서를 써줬다는 쪽이었고 다른 한쪽은 강남구청 공무원이었다.
그들을 이쪽 스타일로 설득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평범하고 선량한 인간들은 백이 지닌 영력을 알아보지 못해도 쉽게 감화되었다.
둘 다 목숨을 바쳐 태보의 공사를 방해하겠다는 맹세를 해대는 통에 오히려 백이 난처해질 뻔했다.
요컨대 오금도사가 그렇게 흰소리만 지껄이는 쭉정이 노인네는 아니었다는 소리였다.
관악산 영감이라면 별 일 없다가도 이를 뿌드득 갈던 모친도 이번 일로 마음을 좀 누그러뜨린 듯했다.
게다가 오금도사가 현 씨 인간들에게 한 번 더 손을 써보겠다고 해서 그 말을 믿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니 막내야. 너무 걱정 말아라. 어디 생으로 죽으라는 법 있겠느냐.”
“……네, 어머니.”
이현의 대답이 느렸던 것처럼 백의 대답도 느렸다.
한시름 덜었다는 말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몇 달을 미루든 몇 년을 미루든 영수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 대모산은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었다.
“이제 그 양반이 어찌 손을 쓰는지 그걸 보아두어야지.”
모친은 백을 끌어안고 다독였다.
“관악산 영감이 그랬단다. 하늘의 뜻이라는 게 어찌 한눈에 다 보이겠냐고. 대모산이 이대로 사라지는 게 하늘의 뜻 같아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러했다면 어째서 백영수를 내려주셨겠냐고.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 게다.”
저를 다독이는 손끝이 너무 따듯하고 다정해서 그만 눈물이 울컥 고였다.
“예, 어머니. 시간을 벌었으니 다른 수도 더 생각해보아야지요.”
백은 라현이 공사를 못 하게 하는 거라면 얼마든지 거들 수 있다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도움을 받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계속 미뤄두고 있었지만 더 어쩔 수 없을 때는 거기에라도 매달려보아야 했다.
둘째 언니가 일부러 매운 손길로 백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그럼, 그럼. 엄마 말이 백번 맞지. 하늘이 어디 허튼 일을 한다디? 이렇게 오랜만에 백영수를 보내신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거야.”
큰언니도 거들었다. 그 덕에 등짝이 조금 아팠다.
“맞아, 맞아. 백이 너는 그렇게 울상 짓고 그러지 마. 다들 너 하나 보고 있는 거야. 네가 위안이 되는 거라고. 네가 있으니까 대모산도 남아 있는 거야.”
둘째 언니가 입을 딱 벌렸다.
“허……. 내 살다 보니 언니가 바른 말 하는 것도 다 보네.”
큰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콧김을 팽 뿜었다.
“내 그런 말 할 줄 알았지. 야, 내가 너보다 자그마치 50년을 더 살았어. 바른 말을 알아도 내가 너보다 더 많이 알지.”
“아이고, 간만에 어깨에 힘 들어갈 일 하나 생겼네. 그러고 있으면 밤에 근육통 올 게 뻔하니 그냥 계시우.”
“이게 진짜!”
큰언니가 앞발을 치켜들었고 늘 그렇듯이 둘째 언니가 잽싸게 머름창을 넘어 밖으로 달아났다.
“야, 너 거기 안 서?”
큰언니가 둘째 언니를 뒤쫓아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이어서 둘이 한바탕 쫓고 쫓기며 아프지도 않은 푸닥거리를 할 것 같아 보여 모친이 꽥 소리를 질렀다.
“아, 이것들아! 작작 좀 해라! 지금이 상중이라는 거 잊었어?”
그러나 두 언니는 예상 외로 난리를 피우고 있지 않았다.
마당에 뛰어내린 그 자세 그대로 굳어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저것들이 이제 정신을 차렸나.”
모친이 한마디 더 보태려는데 둘째 언니가 입을 열었다.
“저거…… 내 눈에만 보이는 게 아니지?”
“저 까만 거? 나도 보여.”
하늘 한편이 까맸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아주 커다란 까마귀였다. 재미있게도 발이 세 개였다.
“설마 저 발 세 개는…… 삼족오? 저 양반이 아직 살아 있었어?”
“나는 삼족오가 실제로 사는지도 몰랐어. 전래동화에서나 나오는 건 줄 알았는데.”
게다가 삼족오는 아주 빠른 속도로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이게 대체…….”
“왜 여기로 오는 거야?”
큰언니와 둘째 언니가 턱이 빠질 것처럼 입을 벌렸다.
모친과 백도 마당으로 내려섰다.
“어머니. 저게 뭐지요?”
백은 날개를 쫙 펼쳐서 하늘을 멋지게 한 바퀴 도는 삼족오를 가리키며 물었다.
어찌나 덩치가 큰지 삼족오가 날개를 펴자 해가 전부 가려질 정도였다.
“겉보기로는 삼족오가 확실한 것 같지 않으냐.”
“아니요. 삼족오 등에 탄 거요.”
“응?”
언니들이 백의 곁으로 다가왔다. 큰언니는 조금 무서웠던지 둘째 언니의 꼬리를 주워 앙 깨물고 있었다.
“삼족오가 뭘 태우고 있어?”
“예. 뭔가 반짝대는 것이 타고 있어요. 지금은 너무 멀어서 잘 안 보이지만요.”
까악!
삼족오가 하강을 시작했다. 저 까마득한 높이에서도 내려오는 데 거침이 없었다.
“히익!”
“아이고, 기왓장 다 무너지겠네!”
쿵!
모친과 언니들의 걱정을 비웃는 것처럼 삼족오는 마당 한복판에 딱 내려와 앉았다.
실제로 보니 집채만큼 큰 것도 아니었다. 희한하게도 아주 크게 보였을 뿐이었다.
아니, 하지만 정말로 희한한 일은 따로 있었다.
[이 염병할 여우놈. 약속대로 데려다 줬으니 이제 나는 그만 놔줘!]
삼족오가 대뜸 욕을 내뱉은 것이었다.
“세 다리 양반이 입이 거칠군그래. 그런 못 배워먹은 언사는 좀 삼가주지 않겠나?”
삼족오의 등에서 무언가가 내려섰다.
“아…….”
“어마…….”
“어쩜…….”
눈이 부셨다. 온몸이 반짝반짝했다. 하늘에서 가장 큼지막한 별 하나가 떨어져 내려온 듯싶었다.
[흰소리 집어치우고 날 놓아!]
삼족오가 고개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험악하게 까악거렸다.
“허허……. 그리 보채지 않아도 어련히 알아서 놓아줄까. 내 오늘 아주 간만에 지상을 밟아 친히 권속들을 마주하는 영광스러운 날인데 왜 그리 철딱서니 없이 초를 치나.”
저 반짝반짝 눈부신 존재는 달나라에서 내려온 은여우, 태곳적부터 이 땅과 함께 존재해온 아홉 신수 중 하나인 은서휘였다.
[영광은 무슨! 이 불한당 같은 여우놈이!]
그리고 삼족오는 그야말로 분기탱천한 상태였다.
삼족오도 신수긴 하지만 달을 차지한 은여우와는 처지가 좀 달랐다.
어쨌거나 삼족오는 하늘과 땅의 어느 중간 즈음, 오지의 산골짜기에 처박혀 900년에 달해가는 단잠을 자던 중이었는데, 느닷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은여우놈이 다짜고짜 “내 달에서 내려오는 길인데 지상으로 좀 데려다주겠나?”라고 참으로 근본 없는 개소리를 던졌다.
막 잠에서 깨기도 했고, 하도 어이가 없는 터라 앞발 공격으로 응수했더니 은여우놈이 길치긴 해도 신력은 끝내주더라.
대뜸 제 날개를 꺾어 쥐며 “자아, 가자꾸나!” 하는데 더 어쩌지를 못하고 졸지에 지상 나들이에 동참하게 되었다.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었다.
그게 억울하고 원통해 한 소리 했다고 못 배워먹은 놈이란다.
저만 신수인 것도 아니고, 이쪽도 엄연히 신수인데 저런다. 누가 진짜 못 배워먹은 놈인지 모르겠다.
[철딱서니 없긴 누가! 지상으로 내려오는 길도 미리 안 알아보고 달에서 들입다 뛰어내린 놈이 감히 누구더러!]
“어허.”
서휘가 그 눈부신 섬섬옥수로 삼족오의 입을 틀어막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흐르는 달빛처럼 우아하기 짝이 없는 동작이었지만 삼족오는 숨이 막혀 눈알이 빠질 듯했다.
아무리 달에서 그 많은 정기를 혼자 배터지게 처먹고 산다고 해도 이 압도적인 신력의 차이는 이해가 안 갈 지경이었다.
서휘가 싱긋 웃는 얼굴로 갑자기 고개를 낮춰 삼족오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 못 배워먹은 새새끼야. 자꾸 그렇게 버르장머리 없이 굴면 여기서 다리 한 짝 떼버린다.”
[헙…….]
삼족오가 아무 말도 못 하고 눈을 데구르르 굴렸다.
그걸 대답으로 알아들은 서휘가 인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삼족오의 머리를 툭툭 두들겨주었다.
“옳지. 착하다.”
[하…….]
삼족오는 당장 천계로 올라가 옥황상제 앞에 머리 풀고 주청이라도 올리고 싶었다.
신수가 신수에게 이럴 수는 없었다. 예로부터 삼족오라면 구미호보다 훨씬 더 신령스럽게 떠받들어지는 존재였다.
구미호는 사람을 속여 생간을 빼먹는다는 추잡스러운 스캔들을 달고 다녔지만 삼족오는 일절 그런 일이 없던 명예로운 신수였다.
……라지만 그건 다 소싯적 얘기고, 지금은 도저히 제 힘으로 은여우를 상대할 도리가 없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느냐? 아, 하지만 너무 멀리는 가지 말고. 이 몸이 또 부를 날이 곧 올 터이니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거라.”
[…….]
삼족오가 까드득 이를 갈아보았지만 신수는 그저 신력이 제일이라.
제 신력의 원천인 세 번째 다리를 떼이기라도 하면 정말로 큰일이기에 자존심을 꾹꾹 접어두는 수밖에 없었다.
“어허. 대답이 안 들리는데?”
서휘가 발끝으로 삼족오의 엉덩이를 슬쩍 걷어찼다.
[까악! 아, 알았다고!]
삼족오가 화드득 놀라 억지 대답을 내뱉었다. 이제 은여우라면 앞으로 한 백년쯤 자다가도 이를 갈게 생겼다.
“그럼 또 보자꾸나.”
[……니미.]
푸드득!
삼족오가 날아갔다.
날갯짓 한 번으로 단숨에 중간계까지 갈 수 있는 삼족오는 은여우의 협박이 무서워 대모산 꼭대기에 몸을 숨겼다.
눈물은 억울할수록 짜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소금을 됫박 삼킨 기분이었다.
삼족오가 마당을 떠날 때까지 입만 벙긋대고 있던 대모동 고 씨 일족이 비로소 입을 열 수 있었다.
“누구…… 누구십니까?”
모친이 더듬대며 물었다.
서휘가 고 씨 일족을 향해 돌아서며 싱긋 웃었다.
“이거, 내가 내 소개를 해야 할 줄은 몰랐는데. 몰라보겠나?”
서휘의 그림자가 살랑거렸다.
눈에 보이는 것은 수려한 귀공자였지만 그의 그림자 속에서는 아홉 개의 꼬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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