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오늘의 미세먼지 농도는
2018.04.28.
꼬끼오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이 시작되었다.
해는 제자리에서 뜨고 병돌이와 병순이도 정확히 제 시간에 울었다.
그러나 뭐가 문제였을까.
정원사 박 씨는 이상하게 오늘은 뭔가가 다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침인데 공기가 왜 이리 텁텁한 게야.”
박 씨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뉴스에서는 내내 최고치를 갱신하는 미세먼지 수치를 두고 온갖 얘기를 해댔지만 이곳은 그런 일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언제나 쾌청하고 맑고 포근했다. 오죽하면 다들 여기서는 몸 아픈 게 싹 다 낫는 기분이라고들 할까.
“오늘은 날씨가 영 안 좋으려나.”
박 씨는 요새 내내 씻은 듯 잊고 살았던 관절염이 도지는 기분에 투덜대며 정원을 살폈다.
그러다 마치 누가 일부러 그래 놓은 것처럼 나뭇가지에 곱게 걸려 있는 봉투를 발견했다.
“응? 저게 뭐지?”
도톰한 봉투 안에 들어 있는 것은 편지였다.
그것도 멋들어진 붓글씨로 휘갈겨 쓴.
편지를 꺼내본 박 씨의 안색이 변했다.
“아니, 이걸 어쩌나.”
박 씨가 편지를 쥔 채 안채로 뛰어들어갔다.
“윤 실장님! 큰일 났습니다. 이것 좀 보세요!”
그리고 한바탕 난리가 났다.
* * *
[안 된다냥. 안 된다냥.]
정원사 박 씨에 이어 윤 실장의 안색도 변했다.
편지는 곧장 현 여사에게 전달이 되었고 그러자 현 여사도 표정을 홱 바꾸었다.
이 시간이면 코를 골며 자고 있어야 할 안드레아가 덩달아 깨어나 안절부절못하고 울어댔다.
[아니다냥. 아니다냥. 그럴 리 없다냥.]
현 여사는 계속 우는 안드레아를 안아들었다.
양팔이 묵직하게 저려오는 걸 봐서는 그새 착실히 몸무게를 회복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안쓰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윤 실장. 고 선생한테 연락 넣어줘요.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예, 부회장님.”
윤 실장이 들고 온 붓글씨 편지는 백의 사직서였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둬야겠다는, 지극히 사무적이고 짧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아니, 일을 그만둘 만큼 급한 사정이 생겼으면 미리 말을 해야지. 그래야 뭐든 돕지.”
현 여사가 안드레아를 내려놓고는 이마를 짚었다. 안드레아를 3분 이상 안고 있는 것은 무리였다.
“차라리 휴가를 달라고 하지.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현 여사가 미간을 찡그리며 서운함을 드러내는 동안 윤 실장이 다가왔다.
표정이 방금 전보다 더 안 좋았다.
“그게 말입니다…….”
요컨대 연락처를 통 모르겠다는 얘기였다.
그들이 백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주소 하나가 전부였다.
“이력서에는요?”
“이력서는 받아두지 않았습니다, 부회장님.”
“아차, 내 정신 좀 봐. 그런 거 필요 없다고 한 사람이 난데.”
그때는 그저 백이 온 것이 기뻤다. 달리 필요한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아, 이현이. 이현이가 어제 같이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럼 뭐 들은 게 있겠죠.”
“예, 부회장님. 저도 그래서 본부장님이 내려오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현 여사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기다릴 게 뭐 있어요? 가서 물어보면 될 것을.”
“지금은 욕실에 계실 것 같습니다, 부회장님.”
“나오라고 하죠.”
“냐앙!”
[큰놈이 뭐 알고 있냥? 나도, 나도 가겠다냥!]
안드레아가 먼저 쌩하니 2층으로 올라갔다. 윤 실장과 현 여사도 서둘러 계단을 밟았다.
쿵쿵대는 성급한 발소리가 꼭 마음이 내는 소리 같았다.
* * *
“……사직서라고요?”
윤 실장의 말대로 이현은 욕실에 있었다.
안드레아가 문을 긁고 울어대고 난리를 부려대는 통에 이현은 샴푸 거품을 묻힌 채로 욕실을 나왔다.
현 여사와 윤 실장은 지금 그런 게 문제냐는 듯 다짜고짜 사직서를 들이대며 아는 것을 실토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래. 어제 같이 있었다며. 아무 얘기도 못 들었니? 개인적인 사정이라는 게 뭐야.”
“따로 들은 건 없습니다.”
이현에게도 급작스러운 얘기였다.
이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사직서라니. 대체 왜. 한마디 상의도 없이.
현 여사가 대뜸 목소리를 높였다.
“들은 게 없다고? 아니, 고 선생하고 만나겠다고 한 사람은 너 아니었니? 얼마나 무뚝뚝하게 굴었으면 일을 그만둬야 할 정도로 급한 사정인데도 한마디 언질도 없었던 게야.”
윤 실장이 현 여사를 거들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자고로 연애의 기본은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거 아닙니까.”
“고 선생이 너무 착하다고 네 멋대로 굴었던 거 아냐?”
“그럴 가능성이 높지요. 어쩌면 고 선생님은 언질을 했는데 본부장님께서 대수롭지 않게 흘려넘겼을 수도…….”
이현이 멋대로 이어지는 비난을 잘라냈다.
“아닙니다. 괜한 말은 마십시오.”
“괜한 말이라니! 이게 괜한 말로 보여? 네가 듬직하게 굴지 못했으니 고 선생이 한마디 말도 없이 사직서를 덜렁 보내온 게 아니냐고.”
억울한 것은 그였다.
분명히 대모동 땅 말고 다른 건 다 주겠다는 말을 했다. 흘려넘긴 쪽은 오히려 백이었다.
“청설모가 아파서 그럴 겁니다. 집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했으니 더 이상 이곳에는 있을 수 없다고 여겼겠죠.”
“그게 정말이니?”
윤 실장이 그래도 고개를 저어댔다.
“그런 일이었다면 휴가를 냈어도 되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부회장님?”
“암만요.”
현 여사는 여전히 놀라고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고 선생한테 그러지 말라고 좀 전해라. 사람 이렇게 서운하게 만드는 거 아니라고. 청설모가 아프면 잘 본다는 병원을 찾을 일이지 왜 우리 집 일을 그만둬. 휴가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내줄 테니 다시 와달라고 해. 너 연락처는 알고 있는 거지?”
“……집으로 가볼 생각입니다.”
대답이 조금 느린 것은 어제 겪었던 일 때문이었다.
정말로 그 산속에 백이 사는 집이 있는 걸까. 백은 무사한 걸까. 오늘 가면 무사히 그 산길을 지나갈 수 있는 걸까.
혹시나 몰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신해연이 줬다는 전화로 계속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는 부재중도 아니고 통화중도 아닌 이상한 소리를 낼 뿐이었다. 아예 신호가 닿지 않는 곳에라도 가버린 느낌이었다.
걱정은 됐지만 그래도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청설모들이 아픈 일로 백은 어제 너무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런 사람에게 왜 저는 신경 쓰지 않느냐며 채근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조금 더 인내하면 될 일이었다.
비록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는 것 같았지만.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사직서라니. 눈에 샴푸 거품이 들어갔지만 아픈 줄도 모르겠다. 하도 놀라서.
현 여사는 이현의 등짝을 한 대 치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화는 어디다 두고? 설마 전화번호도 모르고 있니?”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이현은 따끔대는 눈가를 닦아냈다.
“하던 거 마저 하겠습니다.”
“얘! 얘기나 마저 해. 알아서 하겠다는 게 확실히,”
“눈에 샴푸 들어갔습니다. 그럼.”
탁.
이현이 욕실 안으로 사라졌다.
“답은 하고 들어가! 뭘 어떻게 알아서 하겠다는 거야?”
현 여사가 다급히 외쳤지만 안에서는 샤워기가 물을 쏟아내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안드레아가 분노와 실망감을 참지 못하고 욕실 문을 박박 긁어댔다.
“냐아아아!”
[내가 이래서 큰놈을 싫어하는 거다냥! 큰놈이 나오기만 하면 내가 종아리를 이렇게 이렇게 샥샥 할퀼 거다냥!]
“그러지 마라, 안드레아.”
윤 실장이 안드레아를 말렸다. 하지만 안드레아의 분노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본부장님은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는 모양입니다. 저는 가슴 한쪽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현 여사가 안드레아를 안아 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아니, 내가 저를 찾아가 한소리 했다고 그러나. 그런데 그게 어디 고 선생을 그만두게 하겠다는 소리야. 저더러 나가라는 소리였지.”
현 여사는 이현에게 대모동 땅을 내버려두라는 말을 전했을 때의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윤 실장은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부회장님. 두 분 중 누가 나가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본부장님이 되셔야지요.”
“뭐, 알아서 한다고 했으니 전하라는 말은 전하겠지요. 일단 두고 봅시다.”
“이력서를 꼼꼼히 받아둘걸 그랬습니다.”
“내 말이 그 말입니다.”
[냐앙. 나 벌써 백님 보고 싶어냥. 백님 언제 오시는 거냥. 나 왠지 밥맛도 없을 것 같다냥. 나 이제 어쩌냥.]
두 사람과 고양이 한 마리가 2층 욕실 앞을 떠났다.
오늘따라 공기가 무겁고 바람마저 답답하다고 느껴지는 건 모두가 공감하는 일이었다.
아침 뉴스에서 오늘은 미세먼지 수치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그간 미뤄두었던 환기나 외출도 마음껏 하시라는 기상 캐스터의 말이 들려왔을 때는 화를 낼 뻔했다.
* * *
하지만 이현은 남들의 생각만큼 태연하지 않았다.
태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금 출근길이었고, 회사에는 예정된 업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백은 무사할 것이다.
서울 인근 동물원에서 거대 육식 동물이 탈출했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
머리로는 알았다. 그런데 마음은 조금도 편하지 않았다.
사직서라니. 한마디 상의도 없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지. 한마디 말도 없이.
백이 무슨 말을 했든 간에 들었을 것이다. 대모동 땅을 제외하고 뭐든 주겠다는 말은 조금도 과장이 아니었다.
“그런 말로는 부족했던 거야?”
이현의 혼잣말이 이어졌다.
아침 출근길은 늘 그렇듯이 교통량이 많았다.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며 길게 늘어서 있는 차들 사이에서 이현은 핸들을 툭툭 내리쳤다.
“그 땅이 아니면 안 된다는 소리야?”
애초에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얘기였다.
이현의 생각이 어젯밤으로 돌아갔다. 지축을 뒤흔들며 달려오던 호랑이와 악의를 가지고 덤벼드는 다른 동물들.
저를 지켜주던 새하얀 털을 지닌 동물과 상처가 씻은 듯 나았던 기이한 경험으로.
백에게 그 땅이 중요하다고 하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땅이어서?”
마침 신호가 바뀌었다.
지루하도록 서 있던 차들이 꾸물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현도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발을 움직였다.
이대로 신호등의 화살표를 따라 차를 움직여 늘 가던 길로 운전을 하면 회사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사무실로 올라가 오늘치 업무를 처리하게 될 것이다.
중간 중간 자잘한 미팅을 해치우고 점심 식사를 하고 퇴근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오면 되는 일이었다.
“…….”
차를 돌리던 이현이 불쑥 핸들을 꺾어버렸다. 이현의 차는 좌회전을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유턴을 해버렸다.
빠아앙!
빵빵!
주변의 차들이 신경질을 뱉어냈다.
이현은 늘 다니는, 매일 다녀야 하는 길이 아닌 어젯밤 백을 따라 처음으로 갔던 길을 찾아갔다.
같을 수 없었다.
백이 말도 없이 사라진 그의 오늘이 어제와 같을 수는 없었다. 그는 조금도 태연하지 않았다.
이현이 핸들을 쥐지 않은 손으로 전화기를 찾았다. 그가 전화를 건 사람은 박 과장이었다.
“접니다. 주소 알려드릴 테니 지금 그쪽으로 오십시오.”
[예? 아니, 지금 출근하시는 길 아닙니까?]
“아닙니다. 되도록 빨리 오세요.”
툭!
전화를 끊고 대충 옆좌석에 던져버린 이현이 속도를 높였다.
* * *
“으잉? 여기가 어디라고요?”
박 과장이 묻고 이현이 대답했다.
“강남구 대모동 산 1번지.”
“번지수야 아까 알려주셔서 알고 있습니다! 제 말은 출근 시간에 뜬금없이 웬 등산이냐 이겁니다!”
맹세하지만 등산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등산이라면 체대 시절부터 이골이 났다.
박 과장은 등산화 대신 지금 신은 정장 구두로도 북한산쯤은 가볍게 올라갈 수 있는 실력자였다.
“저야 괜찮습니다, 저야! 그런데 본부장님은 그 차림새로 되겠습니까?”
이현도 출근할 때 옷차림이었다.
그런 걸 보면 작정을 하고 등산을 온 게 아니라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아! 그러고 보니 여기가 거기로군요. 곧 공사 들어간다는 그 부지 말입니다. 시찰하러 오신 겁니까?”
“아닙니다.”
“그러면요?”
박 과장은 눈을 찌르려고 드는 나뭇가지를 하나 걷어내며 물었다.
멀리서 봤을 땐 별로 높지 않은 산인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오르는 일은 힘들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산에 길이 없었다.
북한산이나 관악산처럼 인기 많은 등산 코스는 아니니 그럴 수 있겠다 쳐도 벌써 숨이 차는 건 문제가 있었다.
“아니, 잠깐……. 본부장님,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저희가 지금 신발도 그렇고 물도 한 병 없이 오지 않았습니까? 등산을 하실 거면 나가서 제대로 장비부터 갖추고 오는 게 어떻습니까? 이대로 계속 오르다간 조난당하기 딱입니다.”
그리고 이 높지도 않은 산에서 조난을 당했다는 사실이 행여나 동창회에 소문이라도 나면 그는 당분간 학교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못할 것이다. 박 과장은 체대 출신 전문 경호원이라는 자부심으로 사는 사람이었다.
“그걸 확인하려는 겁니다.”
앞서 가는 이현이, 어쩐지 이를 꽉 물고 하는 것 같은 답을 들려주었다.
“예? 조난 가능성을 확인하시겠다고요?”
“사람이 다닐 만한 길인지, 아닌지를.”
정말로 이상한 말이었다.
아침부터 회사를 땡땡이 치고 양복 차림으로 등산을 하는 건 뭐, 어차피 본인이 오너인 회사니 그럴 수 있다 쳐도 그 이유는 이상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걸 왜 확인하십니까? 신사옥 부지와 가까우니 아예 등산 코스 개발이라도 하시게요? 그거 돈이 별로 안 될 텐데요. 서울에서 인기 있는 등산 코스는 따로 있어서.”
이현의 구두 아래서 잘 마른 나뭇가지 하나가 파삭 부서졌다.
“여기 산다고 했습니다.”
“예? 누가요?”
“백이가.”
“음? 그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여기는 말 그대로 산인데요? 뭐 잘못 아신 거 아닙니까?”
“여기가 맞습니다.”
분명히 어제 차를 세운 곳과 같은 곳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백이 사라진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집 같은 것은 흔적도 없었다.
게다가 길도 없는 산은 여자 혼자서 구두를 신고 다닐 만한 곳도 아니었다.
박 과장이 멈춰 서서 빽빽한 수풀 사이로 시선을 던졌다.
“에이, 아무리 봐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대체 여기 어떻게 사람이 삽니까?”
그걸 모르는 게 아니었다. 이현의 눈에도 이 산에 사람의 흔적이 조금도 없다는 게 똑똑히 보였다.
그러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럼 너는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제가 양쪽 시력이 다 2.0인데 이 좋은 눈으로 봐도 아무것도, 아아무것도 안 보이는…… 어라? 저쪽에 뭐가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저쪽이라고 했습니까?”
이현이 박 과장이 가리킨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박 과장이 펄쩍 뛰며 이현의 뒤를 따랐다.
“아니, 본부장님. 좀 천천히…… 그러다 넘어지시면 큰일 나고요! 아, 제가 넘어질까 봐 드리는 말씀은 절대 아니고요. 그러니까 일단 좀 살살…… 후아, 후.”
저 멀리, 나무들 사이로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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