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키스의 조건
2018.03.20.
“와, 내가 오늘 운이 좋은 모양인데. 어디 가는 길이야?”
라현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곧장 별채로 가는 대신 안채를 먼저 들를 생각을 한 것은 백을 보기 위해서였다.
고용인들의 인사를 설렁설렁 넘기고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때마침 백과 마주쳤다. 저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뚱보 고양이 산책 시키려고? 그러기엔 너무 늦지 않았어?”
“아, 현라현 씨.”
아주 커다란 꽃다발을 힘겹게 안은 채 주변을 살피던 백이 그를 보고 알은체를 했다.
“그건 뭐야?”
“꽃다발이요.”
“보면 알아. 뭐가 그렇게 무식해? 꽃집 하나 통째로 털어온 모양인데.”
그러다 보니 짐작 가는 인간이 있었다.
“이런. 설마 현이현이 사준 거야?”
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라현이 혀를 찼다.
“형답지 않은 짓을 하네. 아니, 그런데 하필 사줘도 꽃이 뭐야.”
라현은 처음으로 이긴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쩨쩨하게 꽃이 뭐야. 나는 브랜드 매장 하나를 털어서 갖다 바쳤다고.
“그건 버리려고?”
“예? 아니에요!”
백이 정색을 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혹시라도 들릴까 봐 걱정이 되는지 이현의 방 쪽을 힐긋거린 백이 목소리를 한껏 낮춰 말했다.
“도도와 도래가 향기 때문에 재채기를 해요. 계속 방에 둘 수가 없어서 고민 중이었습니다.”
“뭘 고민하고 그래. 갖다 버려. 시들었다고 해버리면 그만이잖아.”
“아니, 그건 안 돼요!”
“왜 안 돼?”
“아직 이렇게 싱싱한데요! 함부로 버리면 안 됩니다.”
“어차피 시들 건데 무슨 상관이야.”
“아직 시들지 않았어요! 시들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라현이 속으로 웃었다.
바보 같은 현이현. 하필 줘도 꽃을 줘서.
“그래서 어쩔 줄 모르고 가지고 나와서 동동대는 중이었구나. 귀엽긴. 그럼 이리 줘. 내가 대신 보관해줄게.”
“음? 대신 보관해주신다고요?”
“그래. 별채에 두면 되잖아. 그럼 당신이 꽃을 버린 걸 현이현이 알 리 없고, 당신은 보고 싶을 때 언제든 와서 보면 되고.”
“으음…….”
백이 심각하게 고민에 잠겼다.
라현의 눈에는 그게 그저 다 귀여웠다.
라현은 오늘 읽었던 편지를 떠올렸다.
거기에는 라현의 노고를 치하하며, 대모동 고 씨 일족은 현이현보다는 단연코 그를 더 높이 사고 있다는 흐뭇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물론 백이 허락해야 한다는 전제가 달려 있긴 했지만, 최종적으로 대모동 땅 문제를 해결한다면 데릴사위로 들일 용의도 있다고 했다.
데릴사위야 뜬금없는 말이라 여겼지만 나머지는 모두 그를 한껏 부추겼다.
자신은 프랑스나 이태리보다는 영국 브랜드를 더 선호한다는 둘째 언니는 백이 좋아하는 것들을 세세히 적어주기까지 했다.
언니의 말에 의하면 백은 자신보다는 주변을 더 위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가족을 제외하면 각별히 대하는 것은 새끼였을 때부터 함께 지내온 청설모 오누이였다.
그밖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골고루 아끼는 성정을 타고 났으니 백 앞에서는 비둘기 하나를 대하더라도 예의와 성의를 갖추라고 했다.
그러면 백이 아주 기특하게 여길 것이라고.
“뭘 그렇게 고민하는데. 청설모 남매가 재채기한다며. 그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잖아. 가엽지 않아?”
“맞습니다.”
백이 결심했다는 듯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제 욕심 때문에 재채기가 나오는 걸 참고 있으라고 할 수는 없어요. 그럼 현라현 씨에게 맡기겠습니다.”
“잘 생각했어.”
물론 라현은 이현에게 적당히 말을 흘릴 생각이었다.
“그럼 그거 나 주고…… 아, 그전에.”
라현이 백에게 볼을 내밀었다.
“인사.”
“……예?”
“뭘 놀라고 그래. 고맙다는 말은 키스로 대신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
“그랬나요?”
백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라현이 일부러 입술을 비죽거렸다.
“그러지 않았더라도 지금은 내가 당신 부탁을 들어주는 거니까 고마워해야 하잖아. 키스는 얼마든지 해준다고 해놓고서는.”
그 말을 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아, 맞다. 그럼 하겠습니다.”
“어서.”
쪽.
입술이 볼에 닿았다 떨어졌다.
백은 무덤덤하게 키스를 마쳤다.
“감사합니다, 현라현 씨.”
라현은 몸을 떼려는 백을 재빨리 붙들었다.
“잠시만.”
“네?”
라현이 웃는 듯 마는 듯 미묘하게 인상을 썼다.
“조금만 더 이러고 있어주면 안 될까? 나 지금 너무 좋고 떨려서 어쩔 줄을 모르겠어.”
이전에도 키스한 기억이 있지 않느냐는 말은 무의미했다. 어제 밥 먹었다고 오늘 굶어도 괜찮은 건 아니니까.
“당신이 점점 더 좋아지나 봐. 볼 키스 한 번에도 몸이 다는 걸 보면. 또 한 번 하게 되면 미리 청심환이라도 먹어둬야겠는데. 심장 멈추기 전에.”
“…….”
백이 눈을 또렷이 뜨고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타고나길 뻔뻔한 성격이라고 해도 좋아한다는 것을 자각한 상대가 저러면 누구라도 민망해지기 마련이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 사람 수줍어지게.”
“그게…… 이상한 얘기를 들은 것 같아서요.”
“뭐가 이상한데?”
“좋아하면 키스를 했을 때 기분이 다른가요?”
백은 눈 한 번 깜박이지 않았다.
정말로 궁금해서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당연한 거 아니야? 아니면 내가 왜 이러고 있어. 미친놈처럼.”
“어떻게 다른가요?”
“어떻게 다르긴 뭐가 어떻게 달라. 두근대고 간질대고 불끈대고 그러지 뭐.”
“아…….”
갑자기 백의 얼굴이 빨개졌다.
“뭐야, 왜 그래?”
그 표정을 오해한 라현이 짓궂게 웃었다.
“이제 신호를 좀 받았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아?”
“저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꽃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백이 고개를 푹 숙여 인사를 하더니 재빠르게 등을 돌려 가버렸다.
혼자 남은 라현이 백의 입술 감촉이 들러붙어 있는 뺨을 쓸며 중얼거렸다.
“뭐야. 잡을 새도 없이 가버리네. 빠르긴. 사람은 있는 대로 달궈놓고.”
라현은 묵직한 꽃다발을 어깨에 걸치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그나저나 이걸 현이현한테 어떻게 자랑한다.”
* * *
그러나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이현은 백이 라현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변명을 하자면 훔쳐보려던 게 아니었다.
우연히 보게 되었을 뿐이었다. 한 번 시선이 가자 발이 굳었다. 본의 아니게 백이 라현에게 키스하는 과정까지 모두 보게 되었다.
똑똑.
이현은 방문을 두드리는 작은 소리를 들었다.
아마도 백일 거라고 생각했다. 윤 실장이나 라현이었다면 저렇게 조심스러운 소리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저어, 현이현 씨? 벌써 주무세요?”
“……아니.”
이현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했다. 생각보다 더 기분이 언짢았으며 계속해서 솟구치는 감정들은 복잡했다.
“그럼 잠시 뭐 하나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이현은 짧게 숨을 뱉어냈다.
“그래. 들어와.”
“그럼.”
드르륵.
미닫이문이 부드럽게 밀리며 백이 들어왔다.
백에게서는 평소와는 다른 향기가 났다. 그새 꽃향기에 물이 든 모양이었다.
“뭔데?”
이현은 시선을 피한 채 대꾸했다.
사실 그는 자신이 그토록 속이 좁다는 사실에 놀라는 중이었다.
그래, 그까짓 꽃다발이 뭐라고.
남한테 주든 말든.
하지만 키스는 왜 했는데. ……아, 고마워서 하는 거라고 했지.
현라현한테 고마워할 일이 대체 뭐가 있는데. 젠장, 있다고 해도 키스한 건 열 받아.
“부탁을 하나 하고 싶어서요.”
백이 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열이야 받았지만 저렇게 쳐다보는데 거절할 수도 없었다.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그럼요. 고마운 일이 없는데 키스를 한 번 해봐도 될까요?”
“……쿨럭!”
갑자기 헛기침이 터졌다.
이현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쿨럭대자 백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현이현 씨? 괜찮으세요?”
“괜찮…… 쿨럭!”
저 표정은 그가 가장 견디기 자신없어하는 것이었다.
이현은 보고 있기가 괴로운 나머지 손을 들어 백의 눈을 가렸다.
“음? 현이현 씨? 이러면 앞이 안 보이는데요.”
“알아. 잠깐 안 보이라고 그러는 거야.”
왜냐면 지금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나도 모르겠거든.
“괜찮아지면 치워줄게. ……이제 됐어.”
이현이 손을 치웠다.
백이 조금은 어리둥절한 듯 눈을 깜박대다 물었다.
“기침은 이제 안 하세요?”
“음. 괜찮아.”
“다행입니다. 그럼 키스 해봐도 될까요?”
“아니, 잠깐.”
이러다가는 헛기침이 평생 안 멎게 생겼다.
“그전에 이유부터 알자. 왜 맥락도 없이 키스를 해보겠다는 건데?”
갑자기 키스가 하고 싶어졌다거나 하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이유는 아닐 것이다.
“현라현 씨가 뭔가 알려주셨거든요.”
그놈의 현라현. 또 무슨 말을 지껄였기에.
“뭘?”
“그 말이 맞는지 확인하려면 키스를 해봐야 해요. 부탁드리겠습니다.”
“하…….”
라현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
한숨을 흘린 이현은 대답이 들려오길 기다리며 벌써부터 까치발을 세우고 있는 백의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
“발 들 필요 없어. 그리고 대답은 해도 된다야. 하지만 조건이 있어.”
“어떤 조건인데요?”
“다음부터는 키스할 때 이유 같은 건 대지 마.”
“네?”
“다음부터는 하고 싶을 때 해.”
백은 눈을 도르륵 굴리며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운 인사 대신으로 하지 말라는 말씀인가요? 알겠습니다.”
“꼭 그런 건 아니고. 네가 하고 싶을 때 하란 소리야.”
이번에도 눈이 도르륵 굴러갔다.
“음……. 네,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해도 될까요?”
“그래.”
이현이 키를 낮춰 주었다.
백은 까치발을 들 필요 없이 수월하게 이현의 볼에 입술을 댈 수 있었다.
“아…….”
그런데 아주 간단할 줄 알았던 일이, 그렇지 못했다.
키스하기 쉬운 높이로 낮아진 이현의 볼을 보는 순간 예상치 못했던 일이 생겼다.
옆모습이 보였다.
눈이 보이고 코가 보이고 입술이 보였다.
광대뼈의 모양새와 턱선이 눈에 들어왔다. 귀가 보였고 목젖이 만들어내는 작은 둔덕이 보였다.
그저 보는 것만이었는데 맥이 빨라졌다.
“아,”
심장이 두근두근대기 시작했다.
얼굴이 빨개지고 양손을 꼭 쥐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라현이 말한 대로였다.
“왜 안 하는데.”
이현이 고개를 약간 옆으로 돌려 눈을 맞추며 물었다.
백은 빨개진 얼굴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왜?”
“답을 알아서요.”
두근대고 간질대고 불끈거렸다.
백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이현과 거리를 벌렸다.
어떡하지. 내가 현이현 씨를 좋아하나 봐.
나는 영수인데. 하늘 아래 사는 것들을 고루 아끼고 돌봐야 하는 존재인데.
특별히 한 인간만 좋아하면 안 될 텐데.
“늦었어.”
이현이 불쑥 손을 뻗어 백을 붙들었다. 아차 싶은 사이 벌어졌던 거리가 다시 좁혀지고 허리에 팔이 둘러졌다.
다른 손으로 턱을 쥔 이현이 고개를 낮춰 입술을 겹쳤다.
“……!”
급작스럽게 시작된 키스는 호흡을 먼저 빼앗아버렸다.
공기가 부족할 때처럼 머릿속이 핑그르르 돌았다.
저를 단단히 붙든 이현을 느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현은 다급하지만 능숙하게, 서둘렀지만 성실하게 백의 입술을 벌리고 들어와 뜨겁고 다정한 키스를 퍼부어댔다.
체온이 살갗을 녹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제 몸이 이현에게 딱 들러붙은 것 같았다.
“그, 게…….”
시간이 한참이나 흐른 것 같았다.
백은 아직도 제 허리를 단단히 붙들고 있는 이현에게 무슨 말이든 하려고 애를 썼다.
“놓아, 주…….”
“싫은데.”
싫다고 하며 입술이 다시 와 닿았다.
이번에는 짤막한 버드 키스였다.
쪽, 입술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가슴이 박자를 맞추듯 쿵 소리를 냈다.
“느, 늦었는데요. 시간이 많이 늦어서……,”
“알아.”
다시 쪽.
또 한 번 쿵.
“자야 되잖아요.”
“잘 거야. 지금은 말고.”
다시 쪽. 그리고 다시 쿵.
이제는 도무지 이현과 키스를 할 때마다 자신이 두근대고 간질대고 불끈댄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현이현 씨…….”
너무 몰아붙였던 모양이다.
백의 목소리가 가늘게 울음소리를 닮아가자 이현은 마지못해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어주었다.
제 팔이 백에게 아예 들러붙은 것 같다고 느껴지는 것은 이현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심했나.”
이현은 반쯤은 반성하는 마음을 섞어 입을 열었다.
백은 한 손을 가슴에 올리고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덕분에 알고 싶었던 걸 알았습니다.”
그게 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백은 도망이라도 치는 것처럼 재빨리 인사를 마친 뒤 나가버렸다.
“그럼 좋은 밤 되세요, 현이현 씨.”
드르륵, 탁!
문이 너무 빨리 닫혔다.
“너도,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백이 사라진 자리를 잠시 보고 있던 이현이 베드 벤치에 걸터앉았다.
고개를 꺾자 가지런히 드러난 서까래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런 연관도 없는 지붕에 불쑥 백의 얼굴이 겹쳐졌다.
아니,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에 눈길을 두어도 백의 잔상이 먼저 어른거렸다.
이현이 나직하면서도 거칠게 들려오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잠자긴 글렀군.”
밤이 아주 길 듯싶었다.
* * *
달빛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산길이었다.
서울 한복판이라고는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 호젓하고 조용한 산길을 두 사람이 걷고 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한 사람은 걷고 한 사람은 네 발로 기어가는 중이었다.
“헉헉…… 아이고, 스승님. 좀 천천히 가시지요. 대체 이 오밤중에 날벼락도 아니고 웬 등산이랍니까?”
신림동 오금도사와 그 제자였다.
오금도사는 오솔길조차 없는 숲길을 거침없이 헤쳐가며 제자를 타박했다.
“이놈아. 이게 무슨 등산이더냐. 산책이지.”
“아무리 얕다고 하지만 그래도 산은 산 아닙니까? 아니, 그나저나 얕은 산은 맞습니까? 왜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겁니까?”
“그야 아직 길을 안 열어주니 그런 게지. 우리는 계속 경계를 맴돌고 있는 게다.”
“예? 그렇다면 계속 헛걸음을 하고 있다는 말 아닙니까?”
“그 비슷한 얘기지.”
제자가 버럭 성질을 냈다.
“그럼 저 안 갈랍니다! 가봤자 아무 소용 없는 일 아닙니까!”
딱!
지고하신 스승은 제자가 강짜를 부리는 꼴을 쉬이 넘기지 않고 어김없이 뒤통수를 갈기셨다.
“예끼, 이놈. 아무리 내가 늙었기로서니 쓸데없이 땀을 빼고 있었을까.”
“그럼 왜 이러시는 겁니까!”
“인간 발소리가 헛되이 울려야 산을 지키는 놈이 나서니 그런 게다.”
“아니, 그건 또 무슨 도깨비 씨나락 같은 말씀이십…… 히익!”
뒤통수 한 대 맞았다고 주눅들 성격이 아니었던 제자는 끝까지 대들려다가 갑자기 화들짝 놀라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보았다.
어둠 속에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두 개의 시퍼런 불꽃을.
그것의 정체는……
“서, 설마…… 설마 호랑이?”
호랑이가 내뿜는 안광이었다.
어흐응!
호랑이가 우는 소리가 한없이 고요하던 대모산을 뒤흔들었다.
#Private 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