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더 안고 싶은 욕심
2018.03.17.
“괜찮겠어?”
등 뒤에서 이현이 물었다.
백은 제 몸집만 한 꽃다발을 안고 낑낑대며 힘겹게 이층 계단을 올라가는 중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몸이 휘청휘청했다.
“괜……찮습니다.”
백은 이를 악물고 답했다.
“들어준다니까.”
이현은 걱정이 반, 웃음이 반인 얼굴로 다시 한번 말을 꺼냈다.
혹시라도 넘어질까 백의 뒤에서 바싹 붙은 채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이현은 방금 전부터 손을 들고 있는 상태였다.
언제라도 붙잡아줄 수 있게.
“무겁잖아.”
“아니요. 제가 들 거예요.”
“이게 고집 피울 일인가?”
“그건…….”
이유가 있었다.
왜냐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침 뗄 수 있는 사람이니까.
백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다 된 줄 알았지만 안 그런 적 참 많았거든요.
이것도 줬다고 하고서는 다시 뺏어갈지도 몰라. 그런 사람이니까.
“그건?”
구름처럼 뭉글대는 혼자 생각을 가르며, 이현의 목소리가 목덜미에서 훅 번져왔다.
“으익!”
균형을 잃는 것은 순간이었다.
백이 휘청하고 몸을 기울이기가 무섭게 이미 대기 중이었던 이현이 무사히 백을 붙들었다.
“…….”
그 덕에 몸이 완전히 안긴 것은 두 번째 문제였다.
허리를 붙든 손과 등에 닿은 가슴이 느껴지는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
“이젠 들어다 줘도 괜찮아?”
이현은 그것 보라고, 내가 맞지 않았냐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꽃다발을 쥔 손에 힘이 더 많이 들어갔다.
“……그래도 안 돼요.”
“이쯤 되면 이유를 물어봐야 될 것 같은데. 대체 왜 그러는지.”
몸이 맞닿은 순간에는 목소리도 더 가까웠다.
낮고, 진지한 음성은 좋은 악기 소리처럼 진동과 함께 다가왔다.
그래서 몸을 떨리게 하고 마음까지 흔들었다.
“……. 도로 가져갈까 봐요.”
백은 두근두근대는 마음을 애써 누르며 답했다.
“뭘?”
“없던 일이라고 할까 봐요. 그건 싫어서요.”
“…….”
이현은 발개지는 백의 뒷목을 보았다. 보송한 솜털이 오르르 떨리는 것을 보았다.
“안 그럴 건데.”
“그래도요.”
백은 무거워서 아래로 처지는 꽃다발을 다시 꼭 움켜잡았다.
이현은 생각했다.
내가 줬던 무언가를, 말을, 혹은 마음을 다시 가져가는 게 싫다는 건.
그건 나를 좋아한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냐고.
이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럼 이렇게 하자.”
“어떻…… 엄마야!”
백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몸이 들렸던 것이다.
백은 커다란 꽃다발을, 이현은 백과 꽃다발을 안은 모양새가 되었다.
“이러면 너는 나한테 그걸 돌려주지 않아도 되고, 나는 안전하게 들어다 줄 수 있고.”
“그게…….”
“틀려?”
“어, 아뇨. 틀리진 않은 것 같은데……,”
“그럼 됐어.”
이현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두 사람의 무게가 더해진 발밑이 쿵쿵 울렸다.
내가 왜 이러지.
백은 꽃다발에 얼굴을 파묻었다.
훅 날아드는 꽃향기에 마음이 어지러웠다.
나 힘센데. 이런 것쯤이야 열 개도 들고 갈 수 있는데.
그런데 거절하는 건 싫어.
그건 어쩌면 이현이 처음으로 제 말을 들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꽃을 놓지 않겠다 했더니 그럼 들고 있으라 했다. 대신 자기가 다른 방법을 찾겠다고.
그러니 거절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다 왔어.”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지러운 꽃향기에 취해 있다 보니 계단이 끝나 있었다.
이현은 방 앞에서 걸음을 세웠다.
백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 그럼 내려주세요.”
“잠깐만.”
그런데 이현이 뜸을 들였다.
“다섯만 세고.”
“다섯은 왜 세는 거지요?”
“셋은 아쉽고 열은 들킬 것 같아서.”
“뭐를요?”
다섯이 다 된 모양이었다.
이현이 백을 내려주었다.
“더 안고 있고 싶은 욕심.”
꽃다발 사이로 시선이 마주쳤다. 백은 거침없이 저를 향해 오는 짙고 솔직한 눈을 봐야 했다.
“들어가. 더 있으면 들키지 않으려 했다는 말도 거짓말이 될 것 같아.”
이현이 등을 돌렸다.
“앗, 잠시만요.”
백이 이현의 옷자락을 잡았다. 사실 붙잡고는 자기가 더 놀랐다.
“왜?”
“고맙다는 말을 아직 안 해서요.”
백이 재빨리 발뒤꿈치를 들어 이현의 뺨에 입술을 댔다.
“……왜?”
이번에는 둘 다 놀랐다.
이현이 굳은 얼굴로 저를 쳐다보자 백도 똑같은 표정이 되어 이유를 설명했다.
“그게…… 현라현 씨가 고맙다는 말을 할 때는 이러는 게 가장 좋다고 해서……요.”
이현은 말이 없었다.
사실은 숨을 고르는 중이었지만 남들 눈에는 무표정으로 보였을 것이다.
“어, 음……. 현이현 씨한테는 아닌가요?”
이현은 대답 대신 표정을 바꾸었다. 느리게, 그러나 뚜렷하게 미소가 피어났다.
“왜 웃으세요?”
“좋은 걸 알아서.”
이현은 고개를 숙여 백이 그랬듯이 저도 볼에 입술을 댔다.
“이건 나도 고맙다는 표시.”
“어…… 네? 저는 아무것도 안 드렸는데요.”
“줬어.”
얼마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을.
“아닌데.”
백이 발긋해진 얼굴로 고개를 갸웃대는 사이 이현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럼 나중에 봐.”
* * *
술을 마시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모친과 헤어진 뒤 단골 클럽으로 옮겨와 시간을 죽이고 있던 라현은 힐긋 손목시계에 눈길을 주었다.
저녁 7시 20분.
서두르면 본가의 저녁 시간에 맞출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알면서도 썩 움직일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자신은 그 자리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자괴감 때문이었다.
게다가 제일 거슬리는 것은 백의 반응이었다.
어젯밤 저를 찾아온 백에게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 그걸 보면 백이 저보다는 이현을 더 신경 쓰고 있다는 말 같아 영 기분이 안 좋았다.
탁!
“이쪽이나 저쪽이나.”
라현이 신경질적으로 손에서 굴리던 술잔을 내려놓았다.
윤 실장이니 대고모니 다 현이현 편만 들고 있었다.
심지어 그놈의 오금도사도 저를 언제 봤다고 타다 만다느니 하는 흰소리를 해서 사람을 심난하게 만들었다.
옆에 모친이 없었다면 멱살을 쥐어서라도 대체 그게 무슨 소린지 캐물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다시 가?”
라현이 그런 생각을 하며 미간을 찌푸릴 때였다.
“앉아도 될까요?”
낯선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화려하게 차려입은 젊은 여자가 선글라스를 쓴 채 그를 보고 있었다.
대낮에도 늘 어둑한 클럽 안에서 선글라스를 쓴 모습이 별로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는 게 희한했다.
“누군데?”
“제 얼굴 정도는 아셔야죠, 현라현 씨. 아무리 해외에 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다고 하더라도요.”
그녀가 천천히 선글라스를 벗었다.
보기 드문 미인이었다.
라현은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 들어찬 이목구비를 보다가 싱겁게 웃었다.
“예쁘네. 몰라 봐서 미안할 지경인데?”
미인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라현의 옆자리에 앉았다.
“말씀 감사해요. 사촌형하고는 성격이 많이 다르시네요.”
웃음이 딱 멎었다.
“현이현하고 아는 사이야?”
“저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지만 현이현 씨는 아니라고 할 것 같은, 그런 사이라고 해둘게요.”
처음 보는 미인은 신해연이었다.
라현이 대놓고 인상을 썼다.
“기분 더럽네. 댁 눈에는 내가 현이현 대타로 보여?”
“대타라는 말 어감이 좀 별로긴 하지만, 네. 그렇지 않나요?”
“뭐……?”
“현이현 씨가 현시현 씨 대타인 것처럼요.”
상대는 이쪽이 싫어할 얘기를 골라 하고 있었다. 라현은 그녀가 자신을 도발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별걸 다 알고 있네. 스토커야?”
“그렇게까지 한가하진 않아요. 나름 바쁜 몸이에요. 오늘도 어쩌다 연락을 받아서 간신히 시간 냈어요.”
자세히 보면 낯익은 얼굴이었다. 어깨 너머로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도 있었다.
긴장한 표정으로 보아 일행이 확실했다.
라현은 신해연의 정체를 대강이나마 짐작했다.
“여기도 물 많이 흐려졌네. 아무한테나 고객 신상을 팔고. 문 닫는 꼴을 보든가 해야지, 원.”
신해연이 가늘게 웃었다.
건너건너 듣기로는 사이가 썩 좋지 않은 사촌지간이라 했는데, 하는 짓을 보면 꼭 닮았다.
“현이현 씨 대타라면 그리 나쁜 말도 아니고요. 태보그룹 실세가 현이현 씨라면서요. 그건 현라현 씨가 태보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인물이라는 말이잖아요. 어쩌면, 제일 중요한 인물이 될지도 모르고요.”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걸 왜 당신이 지껄이고 있어. 생판 남이. 태보 주식이라도 좀 사뒀어?”
“그런 건 아니고요.”
신해연이 도발적인 눈빛으로 라현을 쳐다보았다.
“제 목적은 현이현 씨예요. 다리 좀 놔주셨으면 해요.”
라현이 비웃음을 흘렸다.
“누군지 몰라도 간은 크네.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여?”
“현라현 씨한테 나쁜 소리는 아닐 거예요. 저는 현이현 씨가 목적이라고만 했어요.”
비로소 라현은 신해연이라는 여자가 수상해졌다.
“까놓고 말해봐, 그럼. 야심이 아니라 원한이 있다는 소리야?”
“그렇다고 제가 태보를 상대로 뭐 그렇게 거창한 일을 하겠다는 말은 아니고요.”
신해연은 벗었던 선글라스를 다시 썼다. 이제 그만 떠날 때가 됐다는 것처럼.
“적어도 상처 하나쯤은 만들어주고 싶어요. 상처든 흠집이든.”
라현이 삐뚜름하게 입매를 틀었다.
이유가 뭐가 됐든 오늘 처음 본 타인에게서 듣고 반가울 소리는 아니었다.
“할 수 있겠어? 당신이 뭐라고.”
“할 수 있어요. 왜냐면 내가 상처 입은 사람이니까.”
“……?”
신해연이 클러치를 열어 작은 메모지를 꺼내 빈 술잔 옆에 내려놓았다.
“제 번호예요. 연락주세요.”
신해연은 고개를 한 번 까닥이고는 몸을 돌렸다.
그녀의 뒤에서 서성대던 남자가 재빨리 등 뒤로 따라붙었다. 경호원 겸 매니저일 것이다.
“나 참. 살다 보니 이런 걸 다 보네. 현이현한테 여자 문제라니.”
라현은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쳐다보았다. 얼굴에 희미한 갈등이 묻어 나왔다.
톡톡.
그가 메모지 위를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떠오르는 사람은 백이었다.
“현이현을 바쁘게 만들면, 그럼 나한테 좀 더 승산이 있으려나.”
듣는 사람은 알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댄 라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전에 신해연의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구구!
라현의 차가 클럽 주차장을 막 빠져나오던 순간이었다.
웬 비둘기 한 마리가 스칠 듯 아슬아슬하게 다가왔다.
“젠장! 뭐야, 저거!”
깜짝 놀란 라현이 일단 차를 세웠다.
뚜껑을 열어놓은 카브리올레 형식의 차는 자칫 새가 날아들 수도 있었다.
“음?”
그러나 비둘기는 휙 날아가 버렸고, 라현은 대신 조수석에 얌전히 놓여 있는 흰 봉투를 발견했다.
“이건 또 뭐야?”
설마하니 비둘기가 너무도 편지 같아 보이는 저것을 떨어트리고 갔을 리는 없을 것이다.
라현은 수상하기 그지없는 봉투를 열어 편지를 꺼내 들었다.
향기로운 묵냄새가 은은히 풍겨오는 붓글씨 편지였다.
“……뭐라고?”
일전에 보내준 공물은 잘 받았네, 라고 시작하는 그 편지는 백의 둘째 언니에게서 온 것이었다.
편지를 읽는 라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 * *
[백아.]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방으로 돌아오자 도도와 도래가 맞아주었다.
백은 끙차 소리를 내며 커다란 꽃다발을 티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어디 갔다 오긴. 안드레아하고 산책하고 오는 길이야. 나가기 전에 말했잖아.”
[아아……. 그랬지.]
[응, 맞다. 그랬어.]
도도와 도래가 침대를 벗어나 백의 옆으로 다가왔다.
두 눈이 반쯤 감겨 있어 그런지 아직도 반쯤 자고 있는 듯 보였다.
[킁킁. 냄새가 난다.]
[꽃냄새다, 이거.]
“응. 현이현 씨가 준 거야.”
백은 커다란 꽃다발에서 가장 작은 꽃 두 송이를 골라 도도와 도래에게 하나씩 주었다.
“이런 꽃은 처음 봐. 산에서 피는 꽃하고는 다르게 생겼지?”
[응. 향도 짙…… 에취!]
[나도 에취!]
꽃을 받아 든 도도와 도래가 동시에 재채기를 터트렸다.
“어마. 너희들에게는 향이 너무 강한가 보다.”
백이 서둘러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꽃다발을 방 밖으로 내놓은 다음 문을 닫았다.
“이제 괜찮아?”
[응. 좀 나은 거 같아.]
[나도.]
말은 그렇게 했어도 도도는 연신 코를 훌쩍였다. 도래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미안해. 그런 것까지 생각 못 해서.”
[괜찮아, 백아.]
[나도 괜찮아. 그런데 백아. 땅문서는 아직이야? 나 이제 슬슬 돌아가고 싶어.]
백이 안쓰러운 손짓으로 도도와 도래를 쓰다듬었다.
“그건 잘 모르겠어. 좋아한다고 하고 꽃도 주는 걸 보면 멀지 않은 것 같은데.”
[쩨쩨하게 꽃이 뭐야. 꽃이야 산에만 가도 지천으로 피어 있는 것을.]
[그러게 말이야. 기왕 줄 거면 땅문서를 줘야지.]
백의 눈이 잠시 문 밖에 놓아둔 꽃다발을 향했다.
응. 그건 그런데……. 너희들 말이 맞는데.
그런데 나 사실 그 사람이 꽃을 줘서 기분이 참 좋았어.
선물이 아니라고 하는 말도, 욕심이 크다고 하는 말도 다는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는데도 기분이 좋았어.
이상하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심술맞은 못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지금은 왜 그렇게 생각했던 건지 잘 모르겠어.
지금은…… 지금은 좋은 사람 같아.
독기가 너무 강해서 가까이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했잖아. 그것도 지금은 잘 모르겠어. 왠지 그게 아닌 것 같기도 해.
왜냐면 꼭 가까이 있지 않아도, 생각만 해도 숨이 빨라지고 열이 날 때가 있거든.
지금처럼.
[백아, 있지. 나 배고파.]
[나도.]
백은 도도와 도래가 손을 잡아끌자 정신을 차렸다.
“아, 그래. 저녁때가 됐지. 조금 기다려봐. 호두를 가져다줄게.”
[아니, 아니. 깐 호두 말고.]
[응. 그거 말고. 대모산 잣이 먹고 싶어. 매일 먹던 거.]
청설모는 사실 대식가였다. 작고 깜찍한 덩치가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양을 먹어댔다.
“잣이 있나 물어볼게. 그런데 대모산 잣은 아닐지도 몰라.”
어쩐 일인지 도도가 눈물을 글썽였다.
[있지, 백아. 내가 이런 말 할 상황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데…… 집을 떠나온 지 너무 오래돼서 그런지 꼭 그게 먹고 싶어. 도래도 그렇대. 그렇지, 도래야?]
도래가 조심스레 눈치를 보았다.
[나는 여기서 주는 호두도 괜찮지만…… 그래도 대모산 잣이 더 맛있어. 나도 먹고 싶어.]
난처하고, 안타까운 상황이 되었다.
“그럼 오늘 하루만 참아볼래? 내일 구 씨가 오면 대모산에서 잣을 가져다 달라고 할게. 오늘은 호두로 참아 줘.”
도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로 기운이 없어 보였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호두는 됐어. 나 그냥 잘래.]
[나도.]
힘없이 터덜터덜 침대로 걸어가는 청설모 오누이를 보는 백의 눈에 걱정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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