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꼬리쳐주세요-11화 (11/68)

#11. 악취미 같은 여자

2018.01.06.

그리고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이현이 식당으로 내려가자 이미 다른 이들은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를 본 윤 실장이 자리를 권했다.

“제일 늦으셨습니다. 이쪽에 앉으십시오, 본부장님.”

이현은 저도 모르게 코끝을 실룩였다.

새우 냄새가 진동했다. 냄새를 보아하니 골라내고 먹을 수도 없게 아예 탕으로 끓인 모양이었다.

“악취미는 아닐 테고.”

현 부회장과 자신이 그리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대놓고 괴롭히는 관계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굳이 새우탕을 준비시킨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소리였다.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본부장님. 듣기로는 새로 오신 고 선생님께서 새우 요리를 아주 좋아하신다고 하셨습니다.”

“…….”

졸지에 이현의 갑각류 알러지는 고 선생의 입맛보다 못한 게 되어 버렸다.

이현은 표정을 지우고 자리에 앉았다.

굳이 백의 핑계를 대는 걸 보면 현 부회장이 무얼 노리는지 알 것도 같았지만 거기에 휘둘릴 생각은 그에게도 없었다.

“탕은 됐습니다.”

이현은 제천댁이 내려놓으려는 탕 그릇을 거절했다.

원래 생각을 통 모를 표정이라 드러나는 감정은 없었지만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콧속이 간지러웠다.

“흠. 새우도 못 먹니? 게만 그런 게 아니라?”

현 부회장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물었다.

“갑각류가 게만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어마, 그랬구나. 어쩌니. 이렇게 됐으니 고 선생님이 많이 드셔야겠네요.”

“…….”

말끝마다 백을 걸고넘어지는 게 아주 의도가 다분히 드러나는 화법이었다.

그 말에 백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현을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잘 먹겠습니다. 저어…… 그리고 못 드신다니 유감입니다.”

“…….”

순간 기분이 미묘해진 이현이 저도 모르게 입술을 꾹 물었다.

이걸 대체 뭐라고 해야 할까.

속이 울렁거렸다. 정확히는 물리적인 부분이 아니라, 감정적인 내부의 어느 영역이.

저 미안해하는 표정이 진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그런 말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별다른 맥락도 없이 그녀가 한 말이나 표정이 저에게 제법 큰 파문을 일으킨다는 점이었다.

뭐지.

이현이 소리 없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시하면 사라지고 말 충동이 아니었나.

백의 한계는 명확했다. 한 몫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하는 여자였다.

접근 방법은 너무 단순하고 직선적인 나머지 한심할 지경이었고, 육체적인 충동은 일지언정 자신이 그걸 용납할 일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그녀가 자신에게 드러내는 상식적인 수준의 감정 한 부분이 기분 좋다는 생각마저도 들고 있었다.

그것이 관심 같아서.

어이가 없군.

이현이 자신을 향해 혀를 찼다.

정신 차려. 저런 여자와 연애라도 하겠다는 거야?

“냐아아옹.”

현 부회장이 키우는 게으르고 성질 더러운 고양이 안드레아가 등장한 것은 그때였다.

“냐아앙.”

안드레아가 백을 향해 울었다. 마치 무언가를 묻는 듯했다.

백은 고개를 살짝 숙여 고양이에게 답했다.

“그럼. 물론 괜찮지.”

“냥.”

탓.

육중한 덩치가 무색하게 사뿐히 뛰어오른 고양이는 백의 무릎에 앉았다.

이현은 자신을 제외한 이 집안 식구들이 가볍게 감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확실히 지금은 백이 안드레아와 아주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냐아아앙.”

[제가 말이다냥, 게를 제일 좋아하지만 새우도 아주 좋아하지 않겠어냥? 저도 한 입 얻어먹어도 되겠어냥?]

“아, 새우도 좋아했구나.”

[그렇습니다냥. 그런데 껍질하고 머리하고 꼬리는 싫지 않겠어냥.]

“그럼 좀 기다려 볼래? 껍질을 벗기고 줄게.”

“냐아앙, 냐앙.”

안드레아가 백의 손에 이마를 부비며 고르릉 울어댔다.

새우를 하나 건져낸 백이 희고 고운 손으로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동작이 미묘하게 서툰 탓에 시간이 제법 걸렸다. 안드레아는 고르릉고르릉대다 침을 흘리다 입맛을 찹찹 다시며 안절부절못했고 현 부회장은 그마저도 귀엽고 안쓰럽다며 저도 새우를 까기 시작했다.

그러자 윤 실장도 “아, 저도 거들까요?”라면서 손을 씻고 온다 소매를 걷는다 말을 보탰다.

“냐아아아앙.”

결국 안드레아는 탕에 들어간 큼지막한 대하를 세 마리나 얻어먹게 되었다.

찹찹찹 야물딱지게 새우를 씹는 소리가 식당을 울렸다. 대하 세 마리가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그걸 보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울증에 걸린 게 맞습니까?”

우울증은 개뿔.

그가 볼 때 뱃속의 절반이 위장일 듯한 저 고양이는 평소와 조금도 다를 게 없었다.

낯선 인간인 백에게 답지 않게 살살대고 있다는 점 하나만 빼고는.

현 여사가 숟가락을 딱 내려놓았다.

“그렇다고 했잖니. 무슨 말을 하려는 거니?”

“아시잖습니까. 아프다는 고양이는 멀쩡해 보이고 그 덕에 집에 들어온 사람은 다른 의도가 있고.”

“일단락된 얘기 아니었니?”

“눈에 보이는 걸 짚어 드리려고 당분간 있겠다 한 겁니다.”

“너 좋을 대로 들어와서는 그렇게,”

“냥!”

안드레아가 짜증스럽게 울었다.

[지금 저 인간이 시비 거는 거냥? 제가 새우 좀 먹었다고 저러는 거냥?]

평창동 구 씨가 있었다면 안드레아가 새우를 세 개나 먹기 전에 말리려 들었을 것이다.

구 씨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안드레아가 그간 억지로 참아왔던 식탐을 드러낸 게 문제긴 했다.

“냥!”

[건방지다냥. 군식구 주제에 어딜 감히!]

안드레아가 날쌔게 앞발을 휘둘렀다.

“그러지 마, 안드레아!”

백이 소리쳤지만 늦었다. 안드레아는 사정없이 발톱을 세워 이현을 할퀴었다.

“어마, 저런.”

손등에 붉은 줄이 하나 생겨났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현 여사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새우탕을 한 숟갈 떠먹으며 말했다.

“그러게 작작 하지 그랬니. 안드레아가 예민한 건 너도 알 텐데.”

윤 실장도 거들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안드레아를 처음 대하시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지요.”

이 태평한 사고 현장에서 얼굴색이 변한 것은 백 혼자였다.

“피가 나요.”

백은 안드레아를 놓고 대신 이현의 다친 손을 붙들었다. 의외의 순간에 의외의 감촉이 손에 닿았다.

“괜찮,”

“치료를 해야 합니다.”

이현의 손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인 백이 혀를 내밀어 상처를 핥았다.

할짝.

그런 작은 소리와 함께.

“…….”

순간 정적이 이현의 머릿속에 공백을 만들었다.

……뭐야, 이건.

어쩌라는 거야.

내키면 청바지도 간단히 찢어버리는 고양이 발톱에 할퀸 아픔 같은 것은 느껴질 새도 없었다.

손등을 쓰는 혀의 감촉 외에 다른 감각들은 모두 공백이었다.

미치겠군.

이현은 저 작은 혀가 어떤지 알고 있었다.

어떤 맛을 내는지 얼마나 수줍은지 얼마나 사람을 부추기는지.

얼마나 저를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아니었다.

차라리 성적인 자극이라면 나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건드리지 말라는 말도, 뿌리치기도 쉬웠을 테니.

오히려 지금은 치료에 가까웠다.

갈라진 살갗을 핥으면 낫는다는 헛소리를 믿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손등뿐 아니라 해묵은 다른 상처들도 함께 감싸 안겨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영수란 그런 존재였다.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이자 세상을 보듬어 안아 풍요롭게 가꾸는 존재였다.

백은 영수 중에서도 가장 영력이 뛰어난 백여우였으니 진심으로 이현의 상처가 낫기를 바라는 행동은 이현에게도 커다란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됐습니다. 이제 더는 아프지 않을 거예요.”

백이 입술을 떼고 손을 놓아주었다.

그게 부러웠던 안드레아가 이현을 좁아진 눈으로 흘겨보며 종알거렸다.

[아유, 우리 백님은 마음씨가 너무 고우신 거 아니냥. 이 인간이 뭐가 예쁘다고 이런 귀한 걸 다 해주시냥. 어차피 뭔지도 모를 텐데냥.]

백이 안드레아를 향해 엄한 목소리를 냈다.

“다치게 하는 건 안 돼, 안드레아. 다치면 누구든 아픈 법이야. 사람이나 동물이나 똑같아.”

[그야 저도 알지만…… 아, 알았어냥. 다음부턴 안 그러겠어냥.]

안드레아가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두고는 현 여사가 한마디 했다.

“너는 왜 쓸데없는 짓을 해서 우리 안드레아 기를 죽이고 그러니? 아, 고 선생님한테 뭐라 하는 건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 훈계가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니까.”

윤 실장도 거들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본부장님이 주의하셨으면 될 일 아닙니까. 가뜩이나 우울증을 앓아 힘든 고양이니 이런 짓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셨어야지요.”

이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안드레아는 우울증에 걸리거나 말거나 원래부터 그따위로 포악했다는 생각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건 모조리 생각 밖이었으니까.

방금 전, 백에게서 건네받은 그 따듯하고 온건한 치유의 감각 외에는.

이상한 여자 같으니.

저도 모르게 입술이 비틀렸다.

한 가지만 해. 돈이나 밝힐 거면 계속 그렇게 천박하라고.

왜 다른 얼굴을 갖고 있는 거야.

“잘 먹었습니다.”

이현이 의자를 밀고 일어섰다. 현 여사를 비롯한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현을 쳐다보았다.

“어마? 먹기는 뭘 먹었다고?”

“어차피 못 먹을 거 알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탕만 안 먹으면 되잖니.”

“알러지 음식을 보면 식욕이 떨어져서요.”

“원, 젊은 애가. 비위가 그렇게 약해서 어디 쓰겠니?”

“이 집 음식만 그런 거니 괜찮습니다.”

“적응해야지 어쩌니. 제 발로 기어들어온 집을. 그나저나 고 선생님한테 감사 인사라도 하지 그러니? 민간요법도 해주셨는데.”

“소독이 우선이겠죠. 그럼.”

이현이 성큼성큼 걸어서 나가버렸다.

안드레아가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앞발을 휘둘러댔다.

“냥!”

[저 무엄한 인간! 그런 은혜를 입고 엎드려 절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감사 인사도 한 번 없다냥! 내가 다음에 혼쭐을 내줄 거다냥!]

현 여사가 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원체 성격이 저렇게 살갑지 못하니 마음 쓰지 말아요. 대체 고 선생님한테 왜 저러는 걸까.”

잠시 이현이 떠난 자리를 보고 있던 백이 작게 답했다.

“상처를 치료해주면 다들 기뻐하는데……. 안 그러시네요.”

현 여사가 기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침을 바르면 정말로 상처가 낫는다고 믿는 걸까. 이 순진하게 생긴 고운 아가씨는.

“그저 제 방법이 아닌 거겠죠.”

윤 실장이 끼어들었다.

“저라면 아주 감사했을 겁니다, 고 선생님.”

현 여사가 윤 실장을 타박했다.

“윤 실장. 그 말은 자칫 잘못 들리기 쉬운 발언 같은데.”

“아니…… 그게 그런 뜻이 아니라…… 아니. 오해 마십시오, 부회장님. 저는 그러니까…… 저를 생각해 주는 마음에 감사했을 거라는 뜻입니다. 제 나이가 몇인데 설마 허튼 생각을 하겠습니까.”

“나이가 그래서 더 문제겠지. 다음부터는 주의해요. 고 선생님이 어디 좀 고와야지.”

“그게…… 예, 조심하겠습니다.”

윤 실장은 몹시 억울한 눈치였지만 더는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사실 백이 이현을 핥아주는 모습은 무척 선하고 다정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러다 현 본부장이 큰일 나겠다 싶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이현의 빈자리를 놔둔 채로 저녁 식사가 끝났다.

아직도 이현의 태도에 화가 가시지 않은 안드레아는 그 탓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앓는 척을 하며 대하를 세 마리나 더 받아먹었다.

* * *

[아오, 뭐 그런 인간이 다 있어!]

[세상에나, 세상에나. 아무리 배워먹지 못한 아랫세상 것이라 해도 그렇지. 영수가 친히 치술을 베풀어 주시는데!]

얘기를 전해들은 도도와 도래가 불같이 화를 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백이 방으로 돌아오자 안드레아가 쫓아와서 미주알고주알 냥냥댔던 것이다.

과식으로 배가 빵빵한 안드레아는 침대 한쪽에 등을 기대고 누워 씩씩대다 말을 보탰다.

[끄응. 내 말이 그 말이다냥. 어디 인간이 감히.]

그 말에 도도가 힐긋 안드레아를 쳐다보았다.

현 씨 인간의 집에서 안드레아는 더할 나위 없는 조력자긴 했지만 그래도 엄연히 출신은 인간 세상 아니냐는 게 도도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대놓고 대모산 출신과 그 아랫것들의 품계를 따지는 건 좋지 않다는 자각은 있었다.

둘만 있을 때 도래가 내내 입 아프게 주의를 준 탓이었다.

[왜 그러냥? 내 얼굴에 뭐 묻었어냥?]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말끝을 흐린 도도가 백의 어깨에 올라 탐스러운 머리칼을 도닥였다.

[백아, 백아.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 현 씨 사내 때문에 화가 많이 났어? 그래서 그런 거야?]

백이 기운 없는 고개를 들어 도도를 도닥였다.

“아니야. 화나지 않았어.”

[화가 나야 맞지. 인간 주제에 영수를 그리 대하는데.]

“그 사람은 내가 영수인 걸 모르잖아. 그러니 그걸로 화내는 건 옳지 않아.”

[아, 진짜. 나는 차라리 백이 영수인 걸 말했으면 좋겠어. 혹시 알아? 그럼 넙죽 엎드리면서 냉큼 공물을 바칠지.]

백이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야. 세상이 달라졌어. 지금은 영수라는 것을 들키면 실험실이라는 곳에 잡혀가는 시대랬어.”

[에휴. 답답해서 하는 말이지. 백이가 이렇게나 기분이 안 좋잖아.]

“그건……,”

백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왜 상처를 치료해주었을까.

죽을 만큼 큰 상처도 아니었고 미혹술 외에 다른 신통력을 함부로 써서도,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사실 조금은 기대했다.

아픈 것을 덜어주면 현 씨 사내가 기뻐하지 않을까, 하고.

다른 이들이 흥분하는 대로 백이나 되는 영수가 직접 치술을 베푸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고, 엄청난 영광이었다.

그걸 한낱 인간 사내에게 해주었으니 저리들 난리를 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백은 이현이 저에게 계속 차게 구는 것이 슬펐다.

어차피 그에게는 공물을 얻어야 했다. 그러니 그 대신으로 뭔가 좋은 일을 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가 좀 더 기꺼운 기색으로 공물을 바치면 제 마음도 더 좋을 듯했다.

그런데 왜……

“왜 더 화가 난 것처럼 보였을까.”

손에 잡힐 듯 생생했다.

뻣뻣하게 굳던 손, 평소보다 더 서늘해지던 시선.

절대로 고맙다는 말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것처럼 단단하게 다물리던 입술.

그런 것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팠다.

“좋은 것을 해주고 싶었던 것뿐인데.”

백의 목소리가 낮아지자 도도와 도래가 와락 달려들어 작은 손으로 백을 안았다.

[으앙, 백아. 울지 마.]

[아냐, 백이 우는 거 아냐. 그래도 속상해하지 마.]

안드레아가 부른 배를 끙끙 일으켜 다가왔다.

[에고, 속상해 마시라냥. 제가 그 인간 또 할퀴어 줄 거다냥.]

백이 애써 웃으며 저를 에워싼 동물들을 위로했다.

“고마워, 다들. 그래, 그만 속상해할게. 그러니까 안드레아도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아니어냥! 우리 백님을 괴롭히는 인간들은 제가 발톱이 빠지도록 할퀼 거다냥!]

그때였다.

톡톡.

[어? 구 씨다.]

평창동 구 씨가 창문을 부리로 톡톡 두들겼다.

도래가 도도도 달려가 창문을 열어주자 구 씨가 숨 가쁘게 말했다.

구 씨는 이제껏 정원에 몸을 숨긴 채 이현의 방을 감시하던 중이었다.

[백님, 백님. 지금입니다요. 현 씨 사내가 곧 욕실로 들어갈 겁니다요.]

다들 표정이 바뀌었다.

“어마, 그래?”

도도와 도래가 욕실로 달려가 타월을 들고 왔다.

[어서, 어서. 백아. 준비해, 준비해.]

이현을 유혹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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