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준비도 없이 덤벼들지 마
2017.12.02.
실내는 어둡고 난잡했다.
청담동 D클럽의 프라이빗 룸은 비즈니스를 해도 될 만큼 조용하고 점잖은 곳이라 알려져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그렇지도 않았다.
돈깨나 쓴다는 말이 인생에서 유일한 자랑거리인 친구의 생일 파티라면 대강 짐작할 수 있듯이.
이현은 술과 호화로운 안주, 그 사이사이 수상쩍은 알약이 굴러다니는 테이블을 밀며 일어섰다.
“음? 어디 가, 현이현?”
용케 정신을 차린 친구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이미 거나하게 취한 친구는 제법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과 한창 열을 내며 들러붙어 있던 중이었다.
“집.”
“뭐? 가긴 어딜 가. 이제 시작인데.”
아닌 게 아니라 친구가 불러 모은 무리들이 여기저기서 옷가지를 끌어내리던 찰나였다.
“이쯤 봐줬으면 됐어.”
“와, 자식. 내 생일인데도 이러기냐. 오늘 하루쯤은 괜찮잖아. 가긴 어딜 가.”
이현은 저와 대화를 하면서도 부지런히 마주 앉은 살갗을 더듬는 친구의 손목을 틀어쥐었다. 친구가 대번에 얼굴을 찌푸렸다.
“윽, 아파! 왜 이래?”
이현이 친구의 손에 수표 몇 장을 쥐어 놓았다.
“이건 또 뭐야? 네 술값이냐? 공짜 술은 안 마신다는 소리야?”
이현은 프라이빗 룸의 문을 열며 대꾸했다.
“아니, 생일 선물.”
“뭐……?”
“약이라도 사먹어. 계속 이러고 살 거면.”
탁.
친구가 이러니저러니 늘어놓는 소리를 뒤로한 채 이현이 룸을 나섰다.
“엇, 지금 가십니까.”
룸 밖에서 대기 중이던 스태프가 이현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벌써 나오실 줄 몰라서…… 잠시 기다리십시오. 차 준비하고 오겠습니다.”
VIP전용 고급 클럽에도 VVIP용 출입구가 따로 있었다.
주차를 맡긴 이현의 차는 그쪽 출구로 옮겨질 것이다.
“화장실 들르겠습니다. 천천히 하세요.”
“예, 그럼.”
몇 분 안 되는 시간이지만 틈이 생겨 버렸다.
이현은 복도 끝의 화장실로 향했다.
누군가가 화장실 입구를 막아선 것은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이현이 고개를 돌렸다.
그를 부른 것은 쇄골을 드러내는 미니 드레스가 매혹적인 젊은 여성이었다.
이현은 언젠가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음을 기억했다.
사실 모르는 사람이 더 드물 것이다. 강남대로에서 가장 큰 광고판 두 개를 차지한 모델이 그녀였으니까.
그녀는 요새 무섭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신인 배우였다.
“만나서 반가워요, 현이현 씨.”
이현은 저를 향해 뻗는 희고 날렵한 손을 무관심으로 밀어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 반갑지 않습니다. 남자 화장실에 볼일이 있는 게 아니면 비키십시오.”
그녀는 배우처럼 능란하게 당황을 감추었다.
“듣던 대로네요. 취향 까다롭다고 하더니.”
그녀가 이번에 내민 것은 아직도 따끈한 김이 오르고 있는 테이크아웃용 종이컵이었다.
“받으세요. 드신다는 대로 준비해 왔어요. 이 정도 성의는 보여야 제 마음을 아실 것 같아서.”
그녀는 성의라는 말에 매력적인 눈웃음을 더했다.
“됐습니다.”
이현은 성큼 그녀를 지나치려 했다.
“아뇨,”
그녀가 재빨리 화장실 문을 다른 손으로 가로막았다.
“이러시면 안 되죠. 제가 이 커피 취향 알아내려고 그거 말해준다는 사람한테 속옷까지 보여줬는걸요. 제 속옷이면 그게 얼마나 비싼지는 아실 테고요. 꽤 진지해요, 저.”
진지하다는 것은 그만큼 골칫거리라는 소리였다.
“사람 잘못 봤습니다.”
그녀가 어금니를 잘근거렸다.
“이렇게 내빼시려고요? 알 만큼 알아요, 현이현 씨. 그쪽이 어떤 사람인지. 한 달 전 TB물산 경영기획실 본부장 발령받았고, 오 년쯤 뒤에 지주회사로 옮겨갈 거고 그 다음에는 부사장쯤 맡을 거라고들 하더라고요. 태보그룹 3세들 중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인물이다, 라고요.”
이현의 표정이 비로소 달라졌다.
그게 뭔지 첫눈에는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무관심보다는 선명했다.
“그래서?”
“뭐, 너무 오해는 마시고요. 그게 전부는 아니니까. 사람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키, 몸무게, 생김새에 그 까다롭다는 취향까지 전부.”
그녀가 한 발짝 다가섰다.
“쉬운 건 내가 싫어. 까다롭긴 나도 마찬가지니까.”
코끝이 이현의 셔츠자락에 닿을 듯 스쳐갔다. 그녀는 이현의 셔츠자락을 손가락으로 감아올렸다.
“말했듯이 사람 잘못 봤어.”
이현의 말투가 달라졌다.
그리고 상식 수준에서의 예의도 끝이 났다. 이현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제게서 떼어놓았다.
“……?”
그녀가 눈꼬리를 들어올렸다.
“까다롭지 않아, 전혀. 쉬운 여자든 뭐든 상관없고 가리지도 않아. 그래봤자 별 차이 없으니까. 단지 하나 정도 싫어하는 게 있는데,”
“…….”
“이쪽은 동하지 않는데 먼저 들러붙는 것들이야. 여자건 남자건.”
툭.
이현이 손을 놓았다.
방금 전까지 나긋하게 움직이던 흰 손이 고장이라도 난 듯 아래로 떨어졌다.
“지금은 전혀 동하질 않아서. 그럼 실례.”
“…….”
그녀가 입술을 꾹 물고 아무 말도 못 하는 사이 이현이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 * *
쏴아……
세면대 앞에 선 이현이 물을 틀고 손을 씻었다.
그 짧은 순간 비위에 맞지 않는 생일 파티 광경이나 커피를 들이대던 여자 배우의 얼굴도 흘러가 버렸다.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들에 할애할 시간은 없었다. 그의 인생은 뒤늦게 떠안게 된 회사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했다.
끼익.
그러나 그가 화장실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안쪽 칸막이 문이 열리고 모르는 사람이 나서는 일에는 신경을 써야 했다.
더군다나 그 사람이, 앳된 얼굴의 여자일 경우에는.
“…….”
정체 모를 여자가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다가왔다.
“현이현 씨, 맞으시죠?”
거울을 통해 눈이 마주치자 여자는 양손을 배꼽 즈음에 얹고 먼저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고백입니다. 흰 백(白) 자를 써서 외자로 백이에요. 대모동 고 씨 가문의 32대손이고요.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현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반갑기는커녕 경비원을 불러야 할 상황이었다.
이현의 불쾌감을 한 박자 누르고 있는 것은 순전히 짤막한 흥미였다.
피차 뻔히 알고 있는 목적에서 저렇게 장황하게 자기소개에 공을 들이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게……,”
이현을 바라보는 여자의 두 볼이 조금 붉어졌다. 어쩌면 수줍음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런 주제에 시선은 이쪽에 단단히 고정된 채 떠나지 않았다.
“제가 지금부터 현이현 씨를 유혹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부디 유혹당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역시나 그랬다.
이현이 여자를 훑었다.
첫인상을 말하자면 상당한 미인이었다.
깨끗한 피부와 둥글고 커다란 눈이 마음에 들었다.
몸에 잘 밀착되어 우아하게 라인을 드러내는 원피스는 이탈리아 디자이너의 레이블이 붙어 있을 게 뻔했다.
색을 맞춘 구두와 핸드백은 클래식하고 고상했다.
이런 수작질을 부리는 게 아니었다면 한 번쯤 관심을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생각 없는데.”
이현은 거울 속의 여자에게서 미련 없이 시선을 뗐다.
하지만 먼저 들러붙는 인간은 단연코 취향이 아니었다.
“그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서요. 꼭, 반드시 해야 합니다.”
재미있게도 그 목소리가 정말 간절히 들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세면대 옆에 비치된 핸드타월로 물기를 닦아낸 이현이 몸을 돌린 것은.
“그럼 어디 한번 해봐.”
이런 식의 접근이라면 셀 수도 없이 겪었다.
꼭 태보그룹 창업주의 조손이 아니라 현이현이라는 인물로 국외를 떠돌 때도 그래왔다.
이현은 저렇게나 순진해빠진 얼굴을 한 여자가 그를 상대로 뭘 어떻게 할지 궁금해졌다.
“네……?”
여자가 귀를 쫑긋 세웠다.
“유혹하겠다며.”
“아, 그게…… 어어…… 그러니까…….”
여자는 잠시 당황한 듯 보였다. 그러더니 숄더백 쪽으로 고개를 숙인 뒤 뭐라고 종알거렸다.
“준비도 없이 덤벼든 건가.”
이현은 한심해하는 표정도 없이 화장실 문을 열었다.
“아뇨! 아니, 잠시만요!”
쾅!
펄쩍 뛴 여자가 달려와 도로 화장실 문을 닫았다.
이현의 턱을 여자의 매끄러운 머리칼이 사르륵 스쳐갔다.
어쩌다 보니 이현은 화장실 문과 여자의 팔 사이에 갇힌 셈이 되었다.
“하, 하겠습니다. 할 거예요.”
숨결을 피부로 느낄 만큼 거리가 가까워졌다.
크고 둥근 눈이 너무 가까이에 있었다. 이현은 여자의 눈이 멀리서 언뜻 봤을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주 맑았다.
깜박이기만 해도 눈물이 찰랑찰랑 고일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는 둥글지만 눈꼬리는 위로 살짝 뻗어 있어서 순진하면서도 정반대로 야한 인상을 남겼다.
“뭘 할 건데?”
몸이 바싹 붙어선 탓에 한마디 할 때마다 숨이 뒤섞였다. 목소리보다 숨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묘한 일이었다.
불쑥, 기묘한 감각이 일어섰다.
주변이 모호해졌다. 반대로 여자의 모습은 선명해졌다.
이현은 여자를 향한 거부감이 손가락 새의 모래처럼 스르륵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대신 부풀어 오르는 것은 기대감이었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제 눈을 똑바로 봐주세요.”
여자의 목소리가 꿈결처럼 달아졌다.
이현은 마치 홀린 것처럼 여자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젠장. 뭐야.
그리고 어느 순간이었다.
이현의 시야가 그녀로 가득 찼다. 다른 것은 보이지도 않았고, 그래서 아무런 상관도 없게 되어버렸다.
뭐가 이렇게 예쁜 건데.
뭐가 이렇게…… 야한 건데.
바싹 붙어선 여자에게서는 복숭아 향이 났다. 한 조각 베어 물면 달고 진한 과즙이 입을 가득 적셔줄 것만 같은 그런 냄새였다.
말초적이고 선정적이었다.
이현의 팔이 달라붙을 것처럼 가까이 다가온 여자의 허리를 감아들었다. 다른 손으로 턱을 붙든 그가 입술을 겹쳤다.
머릿속이 깨끗하게 비어버렸다.
여자가 누군지도, 자신이 왜 이런 상황에 기꺼이 휘말려주고 있는지도.
생각을 대신해 그를 채운 것은 욕구였다.
맞닿은 입술을 벌려 혀를 얽고 그녀 안에 고인 타액을 삼키고 싶은 욕구.
기가 찰 만큼 달 것이다. 이 미칠 것 같은 복숭아 향만큼이나.
그러나 욕구로 달아오른 혀가 입술에 닿는 순간,
“으악! 뭐, 뭘 하시는 건데요!”
여자가 소리를 지르며 그를 홱 밀어냈다.
복숭아 향이 흩어졌다. 처음 보는 여자를 끌어안고 뭐에 홀린 것처럼 입술을 삼키던 이현에게도 잃어버렸던 현실감이 되돌아왔다.
“왜 이런 짓을 하세요!”
제 입으로 유혹하겠다 말하던 여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입술을 가린 채 당황을 드러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현이 낮고 차가워진 음성을 흘렸다.
표정이 달라지자 현이현이라는 인간을 구성하고 있던 내부의 무엇도 돌변한 듯 느껴졌다.
“먼저 유혹하겠다 한 건 그쪽일 텐데.”
“네. 그건 사실입니다만.”
“그럼 뭐가 문제야?”
여자는 손등으로 입술을 문지르며 억울함이 가득 담긴 눈으로 그를 마주했다.
“유혹당한 인간이 왜 이런 불순한 접촉을 해 오는 겁니까?”
“……뭐?”
이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도 부족해졌다.
이현이 과연 이 여자가 유혹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알고 쓰는 게 맞는지, 그런 의혹을 느끼는 동안 여자는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처음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오늘은 실패한 것 같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만간 다시 찾아올 테니 그때는 꼭 유혹당해 주세요. 실례 많았습니다.”
탕!
그리고 여자는 그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재빠르게 화장실을 벗어났다.
“나 참.”
이현이 낮게 혀를 찼다.
먼저 유혹하겠다 한 주제에 이쪽에서 키스를 했다고 화를 내다니, 말도 안 되는 코미디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우스운 것은 몸으로 덤벼드는 여자한테 욕구를 일으킨 자신이었다. 그런 인간만큼은 결단코 취향이 아니라던 제 말이 하찮아지는 순간이었다.
“쯧. 뭐에 홀렸나.”
쏴아.
이현은 수도꼭지를 틀어 다시 한번 손을 씻었다.
방금 전 있었던 일로 인한 불쾌감이나 황당함까지 씻어내려는 것처럼.
그리고 그녀에게서 묻어온 희미한 복숭아 향마저도.
하지만 코끝을 감도는 잔향은 이현의 생각보다 오래 머물렀고, 그녀가 다시 나타나는 일은 예상외로 빨랐다.
* * *
[백아, 백아! 지금이야.]
[준비됐어?]
속삭이는 소리는 어깨에 멘 샤넬 백 안에서 들려왔다.
백은 큰언니가 들려 보낸 가방을 꼭 붙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됐어.”
표정은 긴장되어 있었고 눈빛은 결연했다.
백이 서 있는 곳은 TB물산 본사 엘리베이터 앞.
그녀는 방금 전 이현이 28층 사무실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터였다.
이제 그가 탄 엘리베이터에 오르면 백은 1층까지 도달하는 시간 동안 그를 유혹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었다.
[기운 내, 백아. 오늘은 꼭 성공할 거야.]
[그럼, 그럼. 우리 백이가 누군데.]
백이 28층에서부터 깜박대는 엘리베이터 층수를 바라보다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 그게 맞는 건데 어제는 왜 실패했을까.”
시무룩한 표정이 안쓰러웠다. 안쓰러움이 더해지자 미모가 더욱 도드라졌다.
세상의 모든 사랑스러움을 끌어모아 빚은 듯한 이목구비였다.
티 한 점 없는 피부는 희고 양 볼은 선녀가 키운다는 복숭아처럼 발긋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이 가는 것은 크고 맑은 두 눈이었다.
너무 맑아 물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는데 살짝 치켜올라간 눈꼬리 덕에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인상에 묘하게도 색기가 묻어났다.
계속 보고 있노라면 세상에 저보다 더 예쁜 이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드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런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백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 백이는 대모산에서 백 년 만에 탄생한 진짜 백여우잖아.]
[산신령도 능히 홀린다는 백여우인데! 인간 사내 따위 뭐가 대수라고.]
사람이 아니라 여우였다.
하지만 평범한 여우라고 할 수도 없었다.
하늘과 땅, 그 중간 어느 곳.
영수라 불리는 산의 일족이 존재했으니, 인간이라 하기엔 산에 더 잘 어울렸고, 한낱 뭍짐승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신령한 이들이었다.
“내 미혹술이 한참 부족한가 봐. 백여우라고 해도 아직 백 살도 안 된걸.”
백이 눈꺼풀을 내리깔고 웅얼대자 세상 모든 것들도 함께 시름에 잠기는 듯했다.
샤넬 백 안에서 앞 다투어 위로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아냐, 아냐! 백아, 그렇게 생각하지 마.]
[그래. 실패라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실패하지 않았어.]
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냐. 실패한 게 맞아. 미혹술에 걸린 인간은 아주 고분고분해진다잖아. 생간을 빼어달라 해도 두말없이 내어 줄 정도라고 했어. 그렇게 불손하게 굴 리가 없단 말이야.”
[그건 그렇긴 하다만…… 아, 백아! 왔어, 왔어!]
마침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어서, 어서!]
백이 날쌔게 엘리베이터 안으로 뛰어들었다.
“안녕하십니까, 현이현 씨.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늘도 날씨가 참 좋지요? 그럼 이제 다시 한번 현이현 씨를 유혹해 보겠습니다.”
#Private 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