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놔요. 할 말이 있다니까요.”
“싫어.”
털썩. 끌어안긴 채 그대로 나란히 침대 위에 누웠다. 슈미즈 자락을 걷어 올린 차가운 손이 흰 피부를 타고 허벅지에서 허리로, 그리고 그보다 더 위로 올라왔다. 완만한 둔덕을 타고 훑어 올라가던 손이 멈춘 건 가슴이었다.
“아… 하읏…….”
커다란 손이 아담한 가슴을 쥐고 정점을 눌렀다. 검지와 엄지로 누르고 굴리다 힘주어 잡고 주물렀다. 능숙하고 거침없는 손길에 샬럿이 본능적으로 몸을 말았다.
“아… 하아…….”
새우처럼 말린 몸을 옆에서 끌어안은 리하르트가 천천히 손을 아래로 내렸다. 드로어즈를 벗겨 내고 거웃을 가르고 긴 손가락을 안으로 집어넣었다. 갑작스러운 침입에 샬럿이 허벅지에 힘을 주자 달래듯 그가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아… 아읏…….”
시야가 온통 어두우니 모든 신경과 주의가 애무에 쏠렸다. 평소보다 더 느껴지는 감촉에 야릇한 신음을 뱉어 내던 샬럿이 손을 뻗어 탁상 위의 양초를 잡으려 하자 커다란 손이 손등을 감싸고 내리 눌렀다.
“응… 으응… 아…….”
“샬럿.”
아예 그녀를 돌려 엎드리게 한 리하르트가 머리 위로 완전히 슈미즈를 벗겨 냈다. 그리고 그 위에 자리 잡고 등줄기를 따라 입을 맞춰 내려갔다. 발끝에서부터 들이닥친 야릇한 전율에 헐떡이던 샬럿이 짧게 소리 질렀다.
“하… 아앗!”
부드럽게 애무하던 그가 제 암컷에게 표시하듯 이를 세워 중간중간 깨물었다. 붉게 남은 잇자국을 혀로 쓸고는 복숭아를 뒤집은 듯 먹음직스러운 엉덩이까지 내려왔다.
“오늘은 뭘 했지?”
“고, 고아원에… 아응…….”
“하루가 멀다 하고 간다던데.”
“아아… 아, 안 돼요!”
뜨겁고 축축한 입김이 은밀한 부위에 닿았다. 소스라친 샬럿이 벗어나려 발버둥 치자 그가 무언가로 두 손을 묶었다. 부드러운 실크 감촉. 넥타이인 거 같았다.
“무릎 세워.”
“시… 싫…….”
수치심에 머리가 마비될 것 같았다. 아무리 손님방이 따로 떨어져 있다 한들, 이곳은 남의 집이었다. 단둘뿐이라지만 이런 건…….
“생각이란 걸 할 여유가 있다니.”
씹어 내뱉듯 속삭인 그가 명령했다.
“무릎.”
가볍게 제 암컷을 제압하고 뒤에서 자세를 잡은 리하르트가 바로 그녀의 음부에 얼굴을 묻었다.
“아… 아아!”
솜털이 삐죽 서는 감각. 벼락에 맞은 듯 샬럿이 목을 뒤로 젖혔다. 긴 혀가 순식간에 안으로 들어와 내벽을 핥았다. 한참을 괴롭히다 이어 민감한 곳을 건드리자, 밀물처럼 밀려든 쾌락이 펄떡거리는 샬럿을 집어삼켰다. 축축해진 음부에서 애액이 뚝뚝 흘렀다.
감로수인 듯 그마저도 맛있게 빨아먹은 리하르트가 벨트를 풀었다. 그러고는 기진맥진해 그의 아래에서 색색 숨을 몰아쉬는 샬럿의 머리를 잡고 고개를 돌려 입 맞췄다.
“…….”
당연히 탈진하듯 쓰러진 여자에게서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별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기울인 리하르트가 힘이 빠져 내려간 골반을 잡고 다시 위로 올렸다. 검지와 중지를 모아 음핵을 굴리자 샬럿이 바르르 떨며 밭은 숨을 토해 냈다.
“아… 아아으…….”
“구멍이 벌름거리는데. 보여 주고 싶을 정도야.”
“으윽… 흑… 아응…….”
“개들이 흘레붙는 걸 본 적 있어?”
꽤 절경이었다. 암캐처럼 허리를 들고 엎드린 채 버거운 쾌락에 헐떡이는 여자. 그의 여자. 얌전히 자는 모습을 보며 목을 조르고 싶다가도 이내 품에 안고 다독이고 싶은 그의 암컷.
“난 너와 흘레붙을 거야.”
“아…….”
천박하다 못해 헐벗은 말에 샬럿이 고개를 저었다. 안쓰러울 만큼 자존심을 지키려는 모습에 삐뚜름하게 웃은 리하르트가 굴리고 있던 음핵을 힘주어 눌렀다.
“아… 아아아아!”
경련하며 샬럿이 몸을 뻣뻣이 굳히더니 이내 신음을 토해 냈다. 절정에서 벗어날 틈도 없이 그가 바로 밀고 들어왔다. 묵직하고 굵은 남성이 한 번에 자궁 입구까지 다다랐다.
“아아응!”
“꽉 조이는군. 길들인 보람이 있어.”
그가 칭찬하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어 끝까지 밀어 넣었던 페니스를 뒤로 물리더니 다시 안으로 파고들었다. 손목이 묶인 채 팔꿈치를 세워 상체를 지탱한 여체가 흔들렸다. 동시에 아래를 향한 가슴이 출렁거렸다.
“아… 아읏… 응…….”
양 골반을 잡아 고정한 리하르트가 느긋하게 허리에 힘을 줘 몰아붙였다.
“아… 아응… 흐윽… 읏……!”
고통이 사라지고 쾌감이 머리를 잠식하자 본능만이 남았다. 철썩철썩. 신음소리, 물소리와 함께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침실을 채웠다. 이지를 잃은 샬럿의 몸이 어느새 박자에 맞춰 허리를 흔들었다.
“아으응… 흐아앙… 아앗!”
주위는 깜깜한데 눈앞이 새하?R다. 고지에 달하자 샬럿이 양손으로 푹신한 베개를 움켜쥐며 경련했다.
“아아아아……!”
둥글게 휘어 부르르 떠는 몸을 끌어안은 리하르트가 속도를 높였다. 한 손으로는 젖가슴을 욕심껏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론 음핵을 괴롭혔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는 듯한 과격한 움직임에 막 절정을 맞은 몸이 이리저리 휘둘렸다.
“하악… 아아읏… 응……!”
괴로울 정도로 밀어닥치는 쾌락에 정신을 잃는다 싶을 즈음, 자비 없는 움직임이 멈췄다. 두 손으로 엉덩이를 콱 잡은 리하르트가 사정했다.
“으읏.”
“아아아앗……!”
또다시 절정. 눈앞의 세상이 산산조각 나 깨어졌다. 순식간에 뜨거운 액체가 안을 가득 채웠다. 샬럿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이미 해가 막 뜨기 시작한 다음 날 아침이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두툼한 이불이 어깨까지 덮여 있었다. 정액과 애액으로 더럽혀졌던 침대 시트도, 땀에 흠뻑 젖었던 몸도 전부 보송보송했다.
“아…….”
침대에서 일어나려 발을 땅에 딛자 은밀한 부분에서 통증이 찌르르 올라왔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은 그때, 소리 없이 문이 열렸다. 누군지 보기도 전에 불쑥 시야가 바뀌더니 넓은 품에 안겨 다시 침대에 눕혀졌다.
“리하르트.”
“오늘은 밖에 나가지 말도록 해.”
“가야 해요. 난 괜찮아요.”
데온에게 약속했다. 오늘도 가기로. 약속을 어기는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고집스레 다시 몸을 일으키려는 그녀를 내려다본 리하르트가 쯧, 짧게 혀를 찼다.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는 건 변하지 않았군.”
“가야 해요.”
“그럼 나와 같이 가.”
“그건…….”
“거절하는 건가?”
언제 공주님처럼 안았냐는 듯 으르렁대는 서슬에 샬럿이 바로 백기를 들었다. 어차피 부탁할 것도 있고…….
“좋아요. 그렇게 해요. 날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치근덕대지 말라는 말이군.”
“아얏!”
빈정댄 리하르트가 살짝 그녀의 코를 꼬집었다.
“아파요!”
샬럿이 노려보자 재밌다는 듯 고개를 숙여 한 번 더 이로 깨물더니, 벗어나려는 몸을 꼭 끌어안았다.
“샬럿.”
오랜만에 느끼는 부드러운 손길과 목소리에 발버둥 치던 몸이 축 늘어졌다. 빠르게 뛰는 맥동을 느끼며 리하르트가 새하얀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비록 적극적이지는 않았지만 뻣뻣하게 굳은 몸이 아닌 그녀를 안은 건 오랜만이었다.
“숨 막…….”
“쉿.”
저항하려는 샬럿의 뺨을 손등으로 쓸며 그가 달라붙은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자도록 해요.”
조금 전까지 무자비하게 몰아붙이던 남자답지 않게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 어쩐지 울컥해 샬럿은 몸을 축 늘어뜨리고 눈을 감았다. 잠이 쏟아졌다.
***
아이 돌보기에는 전혀 재능이 없을 거라는 샬럿의 예상과 다르게 고아원에서 리하르트는 꽤 인기인이었다.
“안아 줘요!”
이상한 모습이었다. 이렇다 할 다정한 말도, 부드러운 손길도 없는데 아이들은 처음부터 그를 따랐다. 데온마저도 그에게 손을 뻗자 그 모습을 멀찍이 물러서서 바라보던 샬럿이 중얼거렸다.
“…얼굴 때문인가.”
“아가씨?”
“얼굴 때문일 거예요. 틀림없이. 맞죠?”
아니면 이렇게 단시간에 추종자를 얻을 리 없어. 동의를 구하는 듯한 눈길에 어색하게 웃으며 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얼굴 안색이 안 좋아 보여요. 오늘 어디 아픈가요?”
흐려 보이는 안색에 무심히 묻던 샬럿이 아차 하고 입을 다물었다. 눈치를 보듯 두 손을 잡았다 편 카나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가씨. 제 오라비는…….”
아이들 사이에 둘러싸인 리하르트를 흘긋 본 샬럿이 구석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그리고 작게 속삭였다.
“일단 그이에게 말은 꺼냈어요.”
한숨 더 자고 일어난 샬럿이 말을 꺼낸 건 손님방에서 늦은 아침을 먹으면서였다.
‘부탁이 있어요. 저 도와주는 카나라는 사람의 오빠가 생사를 알 수 없다는데 혹시 알아봐 주실 수 있나요?’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냥… 그래 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언니를 잃어서 그런지… 자꾸 마음이 가요.’
머뭇거리는 말에도 리하르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역시 힘든 부탁이었나 싶었다. 카나에게 어떻게 말할까 걱정하고 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나직이 말했다.
‘들리는 이야기가 있으면 확인해 주지.’
그 말에 샬럿은 기쁜 마음으로 고아원에 올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아가씨……!”
“이 정도로 뭘요.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준다고 했잖아요.”
진심이었다. 가능한 한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돕고 싶은 심정이었다. 가족을 잃는다는 게 어떤 상실감을 안겨 주는지,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주는지 잘 아니까.
카나가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 어쩌면 어려울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오빠가 마지막으로 실종된 곳에서 목격자가 있었어요.”
“목격자라면…….”
“검은 복면을 쓴 남자들한테 잡혀갔대요…….”
“세상에.”
입을 막은 샬럿이 기함하는 순간이었다. 데온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으아앙!”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이야기는 나중에 하죠.”
“네.”
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