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화 (42/109)

10-4.

깊은 산속, 그리고 밤이다. 두 남자가 너럭바위 위에 널브러져 있다. 땀과 피로

얼룩진 온몸은 말리려고 널어둔 생선처럼 축 늘어졌다. 둘 다 한 걸음 내딛을

힘은 고사하고 일어날 힘조차 없었다.

"영소님."

"왜?"

"우리 이제 죽겠죠?"

영소는 재수 없는 소리라고 타박을 주려 했지만, 그 말을 할 기운조차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 운이 없을까요. 여긴 분명히 환주가 아닙니까. 환주에서도 대도

다음으로 중요하다는 황산이 아니냐 이 말입니다."

시혼은 아직 투덜댈 기운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오는 동안 길양식이 유난히

빨리 떨어진 감이 없잖아 있는데, 혹시 저놈이 몰래 다 먹어치운 건 아닐까 영소는

조금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그걸 따질 힘도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불귀하 근처도 아니고 황산 주변에 흑황의 자객들이 이렇게

많은 겁니까. 제기랄."

그야 이곳이 선계로 통하는 출입구니까 그렇지. 흑황의 한 역시 선계의 동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을 테고‥‥‥. 어쩌면 대도에 간세가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우리는 반드시 전하의 명을 수행해야만 하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대답을 입에 담을 기력도 없고, 정신이 자꾸 가물거리는 것이

이대로 누워 있다가는 아무래도 잠이 들것만 같았다. 그것도 영원히 깨지 않을 잠.

"망할! 중요한 밀지라면서요. 선인들이 직접 가져가게 하면 어디가 덧납니까?

선인들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날아다니는 종자들이잖아요. 서찰 하나 가져가는 데

우리처럼 이렇게 개고생하고 목숨 걸 일도 없잖‥‥‥."

시혼의 말이 뚝 끊어졌다. 아래쪽에서 사박사박 다가오는 몇 개의 발소리가 들렸다.

황산을 올라오기 전부터 곳곳에 침투한 흑황의 자객들과 싸우며 추적을 뿌리치고

도주해왔건만 결국 뒤를 밟힌 모양이었다. 숫자가 이렇게 많은 걸 보면 그냥

자객이라고 할 수도 없고 거의 작은 부대 하나를 황산 일대에 뿌려둔 듯했다.

죽음이 임박한 순간이라 그런지, 귀는 묘하게도 밝아졌다. 여섯 명은 넘는 것

같고, 열 명은 안 되는 것 같은 숫자였다. 하지만 열 명이 넘든 안 넘든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제는 저항할 힘도 없었다. 시혼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카악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젠장, 어차피 장기판의 졸 신세. 영소님, 우리 그 밀지, 흑황군에게 줘버립시다.

그리고 목숨만 살려달라고 하는 겁니다. 흑황도 그렇게 사람 못살 곳은 아니래요.

이참에 귀화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영소의 목젖이 꿈틀거렸다. 분노가 그에게 힘을 주었다. 팔끔치로 버티며 그는

몸을 일으켰다. 떨어진 검을 줍고, 큰대자로 뻗은 시혼의 목에 검 끝을 겨눴다.

"일어나."

"배를 째십쇼. 꼼짝할 힘도 없‥‥‥."

영소는 시혼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일어나! 일어나서 칼을 쥐고 싸워! 안 그러면 내가 너를 먼저 벨 테다!"

영소가 검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 칼이 시혼의 목에 닿기 전에 시혼의 칼날이 

영소의 옆구리에 먼저 닿았다. 시혼은 씨익 웃고 있었다.

"치사한 짓이라면 제 전문입니다. 손 놓으시죠?"

둘은 서로를 불구대천의 원수라도 되는 듯이 노려보았다. 그 순간, 적들이 

들이닥쳤다. 적들은 시혼과 영소를 보고도 한순간 머뭇거렸다. 혼비백산해서

도망쳐야 할 두 놈이 서로의 몸에 칼을 겨누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시혼과 영소는 적들을 힐끔 보았고, 다음 순간 약속이나

한 듯이 무기를 거두며 너럭바위 건너편을 향해 몸을 돌렸다.

"튀어!"

어느 쪽 입에서 나온 건지 모를 외침이 한밤의 산 공기를 뒤흔들었다. 

적들이 둘의 뒤를 쫓아 달리면서 은빛 번뜩이는 수리검을 던졌다. 그중 하나가

시혼의 귓볼을 찢었다. 이끼가 미끈거리는 계류의 바위를 짚으며 첨벙첨벙, 

젖 먹던 힘을 다 짜내어 도망쳤다. 그러나 한계는 이내 찾아왔다. 시혼이 헛발을

디디며 물속으로 미끄러졌다. 휩쓸려가는 그의 손을 붙잡으며, 영소는 나머지 한

손으로 기슭을 필사적으로 더듬었다. 제발, 지푸라기라도 잡혀다오!

차가운 느낌의 돌기둥이 잡혔다. 고개를 들었다. 만월 직전의 달 아래 그림자를

드리운 거대한 돌다리가 머리 위로 보였다. 돌다리 위가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물을 튀기며 쫓아오던 적들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짤랑짤랑, 방울 소리와 함께 다을 등지고 거대한 돌다리가 머리 위로 보였다.

돌다리 위가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물을 튀기며 쫓아오던 적들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짤랑짤랑, 방울 소리와 함께 달을 등지고 거대한 짐승의 형상이 다리 위에

나타났다. 영소는 눈을 비비며 바라보았다.

사슴과 같은 뿔이 났지만 사슴이 아니고, 몸통은 나귀를 닮았지만 나귀가 아니며,

머리는 말을 닮았는데 말이 아니고, 발굽은 소를 닮았는데 소가 아니다. 새가 

아니니 날개가 없으되 허공을 날고 있고, 그 등에는 달빛이 통과할 만큼 얇고

하늘하늘한 옷을 걸친 여인이 올라타고 있다. 방울 소리는 그 여인이 손에 든

은빛 요령에서 울리는 것이었다.

"무량무극. 환공의 두 손님, 피안교까지 오시느라고 노고가 크셨습니다.

보천궁주의 명을 받들어 모시러 왔습니다."

여인이 영소를 향해 방긋 웃어 보인 뒤, 뒤쫓아 오던 흑황의 자객들을 향해

종을 크게 울렸다. 따당,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전부터 반쯤 넋을 잃고

있던 자객들이 실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털썩 쓰러졌다. 여인은 빙그레 

웃으면서 요령을 소매 속으로 거둬들었다.

"낙혼종의 소리를 들었으니 한동안 깨어나지 못할 것이고, 깨어난 후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자, 두 분은 저와 함께 선계로 들어가시지요."

보천궁에서 마중 나온 선녀를 태운 영수가 시혼과 울지영소 위로 몸을 낮췄다.

사납지는 않은 것 같지만 하도 기괴하고 신기한 짐승이라, 그 파란 입김이 가까이

오자 영소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사불상은 사람을 해치지 않는답니다. 가끔 옷을 물어뜯거나

앞발로 누르기는 하지만 제 딴에는 친한척하느라고 그런 거지 악의는 없거든요.

자, 제 손을 잡고 올라오세요."

선녀가 사불상이라는 짐승 위에서 허리를 굽히며 손을 내밀었다. 백옥 같은 손목이

드러났다. 그 손목에 찍힌 세 개의 붉은 점이 영소의 눈을 끌었다. 다음 순간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선계의 여자들이란 참 대범하구나. 여자라고 인식하면서 본

것은 하계, 그것도 관인 계층의 금지옥엽들뿐이라 평생 대놓고 여인의 손목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울지영소였다. 하지만 지금은 체면을 가릴 때가 아니었고, 상대도

여염의 여인은 아니었다.

"그럼, 잠시 무례를."

그는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도 고개를 꾸벅해 체면치레를 한 다음 선녀의 손을

잡았다. 다음 순간 영소의 몸이 풍선처럼 가볍게 들어올려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사불상의 등, 선녀의 뒷자리에 올라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기가 막혔다.

자신이 거구의 사내는 아니지만, 한 손으로 이리 가볍게 들어올릴 체중도 아닌데.

"서, 서, 선녀님‥‥‥ 저도, 저도 밀사올시다. 잊어버리고 가시면 곤란합니다!"

사불상의 다리를 잡고 낑낑 일어서며 시혼이 말했다. 그것만으로는 불안했는지,

무례 막심하게도 치맛자락 아래 드러난 선녀의 발목을 덥석 잡는 것이었다. 영소는

눈이 튀어나올 만큼 놀랐다. 선녀가 신은커녕 버선도 신지 않은 것에 놀랐고,

발목을 잡히고도 화를 내기는커녕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더욱 놀랐다.

여자의 버선발만 보아도 평생을 책임져야 할 만큼 엄격한 관인 계층의 풍습 속에서

살아온 영소에게는 매사가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선녀가 발끝을 가볍게 차올렸다. 발목을 잡고 있던 시혼이 어어 하면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떨어져 내리는 시혼을 향해 사북상이 두 개의 뿔을 휘둘렀다.

마음먹고 휘두른다면 흉기가 되기에 충분할 것 같은 그 뿔에 시혼의 옷자락이 

걸렸다. 사불상은 흥 하고 콧김을 뿜으며 머리를 뒤로 젖혔고, 시혼의 몸뚱이가

다시 한 바퀴 허공을 날아 영소의 뒤에 털썩 내려앉았다. 시혼은 어지러워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영소의 허리를 덥석 잡았다.

아까 시혼이 자신에게 칼을 겨눴던 일이 불현듯 떠올라 영소는 심사가 뒤틀렸다.

"손 놓으시지?"

"에이, 왜 이러십니까. 제가 원래 농담 잘하는 거 아시잖아요. 마음 넓은 영소님이

참으시지요."

기가 막혀서 더 말이 나오지 않아 그냥 입을 다물었다. 때마침 선녀가 돌아보며

방긋 웃었다.

"자,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혹시나 놀라 당황하시다 떨어지지 않도록 꼭 잡으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사불상이 허공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아무리 선계가 세외별천지라

고 해도 관공의 특명을 받은 밀사 체면에 놀라서 떨어져 일을 망칠 만큼 간담이

없어 보인단 말인가 내심 분해하며 마음 단단히 먹고 있던 영소는, 몸이 갑자기

열 길 스무길 하늘 위로 치솟자 심장과 혼이 아래로 뚝 떨어지는 듯한 기이한 

감각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등 뒤에서 시혼은 있는대로 히이이이익 고함을 지르며

영소의 허리가 부러지도록 꽉 움켜잡았다. 영소는 어떻게는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버텼다. 삼십척, 사십 척, 다리가, 계곡이, 산이 아득하게 아래로

멀어져갔다. 귀가 먹먹해졌다. 오십 척까지 눈을 뜨고 버티다가 결국 울지영소는

눈을 감아버렸다. 더 이상 뜨고 있다가는 체면 불구하고 비명을 지르게 될 것

같았다.

얼마나 그렇게 하늘을 향해 치솟기만 한 것일까. 갑자기 모든 움직임이 멎고,

바람 소리도 일순 멈춘 듯했다. 영소는 천천히 눈을 떴다. 만월 직전의 달이 손

벌리면 닿을 듯이 가까웠다. 발아래 황산의 칠십이 봉이 마치 구름바다 속의 

섬들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사불상은 이제 상승을 멈추고, 네 개의 발굽으로 바람을

밟으며 유유히 전진했다.

"여기가‥‥‥ 선계입니까?"

그가 멍하니 묻자, 선녀가 대답했다.

"아니지요. 이곳은 속세의 황산일 뿐이랍니다. 선계가 단지 황산 속에 있는 

것이라면 그 많은 시인묵객이며 산을 제집 드나들듯 하는 사냥꾼이나 심마니가 

어찌 선계에 쉬이 들어오지 못하겠어요?"

"그러면‥‥‥."

"기다려보시지요."

말을 꺼내기도 힘들 만큼 희박한 공기 속에서, 선녀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두 장의

붉은 부적을 꺼내 양손에 쥐었다. 숨쉬기가 힘들어진 영소가 입을 열어 더 묻지는

못하고 그 부적을 빤히 바라보자 선녀가 대답했다.

"통행부랍니다."

선녀는 두 장의 통행부 쥔 손을 가슴 앞에 엇갈려 모으고, 혀를 짧게 차며

사불상에게 재촉했다.

"자, 이제 들어가자."

사북상이 크게 콧김을 내뿜고는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였다.

영소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체면 불구하고 선녀의 허리를 억세게 잡았다.

시혼이 그의 허리를 부둥켜안는 것보다는 훨씬 덜한 힘이었지만.

귓가를 가르고 지나가는 바람이 명검의 칼날처럼 날카로워지고, 사불상이 질주하는

속도가 한계에 이르렀을 때, 선녀가 두 팔을 앞으로 내밀어 두 장의 통행부를

허공에 꽂으며 몇 마디 선어를 외쳤다. 물론 영소는 그 말 중 대부분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마지막 구절만은 이해했다.

"황산 보천선계 개문."

째애앵,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무엇인가 맑은 소리를 내며 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자신의 몸이 투명한 물로 만든 막을 지나는 듯한 느낌이 왔다.

다음 순간, 사불상의 질주가 멈췄다. 눈을 휘둥그레 뜨고 앞과 아래를 둘러보았다.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여전히 방금의 달, 방금의 하늘, 그리고 발아래 펼쳐진

똑같은 황산의 칠십이 봉이었다.

"이제 선계에 오셨습니다. 감회 어떠하신지요?"

선녀가 자랑스레 말했다. 하지만 여긴 아까와 똑같은 곳인데, 라고 생각하며 

어이없어하던 영소는 다음 순간 말문이 막혔다. 같은 하늘이었으나 같지 않았다.

같은 누른뫼였으나 누른뫼가 아니었다. 별들은 보다 맑고 가까웠으며, 원래 비어

있던 하늘 자리에도 전에 못 보던 별들이 또렷이 나타났다. 봉우리마다 파르스름한

불빛이 별처럼 반짝이고, 어느 골짝에선가는 생전 들어오지 못한 신수의 영험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속세의 황산 누른뫼는 몇 년째 이러진 가뭄에 생기를 

잃었는데, 이곳의 숲은 녹옥보다도 짙고 촉촉한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보고 있는 동안, 각각의 봉우리에서 어른거리던 불빛들이 하늘을 향해 거꾸로 

날아가는 살별들처럼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다섯이 되고,

다섯이 열이 되었다. 크고 작은 별빛 같은 것이 긴 꼬리를 남기며 세 개의 큰 

봉우리를 향해 나누어 날아가는 것이다. 선흔, 그것도 수십, 수백의 선흔이었다.

"참으로 좋은 날 오셨습니다. 중추 가배가 곧 시작이라 보천궁의 모든 선인들께서

출도하시는 날이지요."

입을 쩍 벌리고 선계의 풍물을 구경하는 두 하계인을 뒤돌아보며 선녀가 방실방실

웃었다. 그러다가 문득 시혼의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혼이 눈을 

껌뻑껌뻑했다. 선녀가 물었다. 

"혹 예전에 선연 있어 한 번 뵈었던 분이 아니온지?"

"그럴 리가요. 제가 이런 화용월태의 선녀님을 뵈었다면 잊었을 리 없지요."

선녀는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더 묻지 않고 사불상의 뿔 뒤를 두드렸다.

"자, 지체할 시간이 없구나. 어서 광명정에 가서 이 두 분이 여독을 다스릴 수 

있도록 보살펴드려야 한다. 선골이 아닌데 선계에, 그것도 무한계를 거치지 않고

들어오셨으니 비록 궁주의 통행부를 받았다고 해도 한동안은‥‥‥. 어머."

선녀는 살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한동안 선경에 넋을 잃고 있던 영소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 뒤를 따라서 시혼의 몸도 늘어졌다. 위독해 보이지는 않지만

일단 반쯤 까무러친 상태였다. 보천궁주의 영을 받아 운 좋게도 선계에 갑자기

들어오게 된 속세인들을 맞아들이는 지객선녀 노릇을 오랫동안 해온 그녀는

그다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은 기분이 좋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선계에서 선녀는 반인반선, 아무리 노력해도 끝까지 갈 수 없는 경지를 늘 눈앞에

두고 산다.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성취한 이들을 항상 모시고 살기에 무겁던 마음

한 귀퉁이가 이토록 연약하고 애처로운 하계인들을 보면 조금은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선계에서 보낸 수백 년 세월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가장 또렷하게

느낄 수 있으니.

"자, 궁주께서 귀하게 여기시는 손님이다. 서두르자."

중추 전야, 만월에서 눈썹 하나 모자란 큰 달 위로, 두 명의 하계인과 지객선녀를

태운 사불상이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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