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누군가가 요를 홱 잡아당기는 바라에 가스라기는 잠에서 깨어났다.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쳐다보니 낯선 얼굴이 보였다. 비슷한 또래의 소녀였는데,
몸매는 호리호리하고 피부는 가무잡잡한 것이 날렵하고도 단단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났다. 어젯밤에 자기가 스승이라나 뭐라나 했던 아줌마
선녀를 따라 다른 산으로 옮겨왔다. 하다 만 하늘님 이야기나 해달라고 졸랐더니
아줌마 선녀는 새가 우네, 바람이 부네, 귀가 잘 안 들리네, 엇, 저기 저건 뭐지,
딴소리만 하다가 이제부터 같이 공부하게 될 두 동무가 있는 곳이라는 암자에
그녀를 두고 내일 아침 보자며 부리나케 가버렸다.
그러고 보니 '동무'라고 했다. 가스라기는 새삼스레 눈앞의 소녀를 쳐다봤다.
동무, 동무. 귓도리골의 계집애들의 저희끼리 부르던 말이 아닌가.
손가락 물고 쳐다보기만 했던 그 '동무'가 생기다니. 한동안 가슴 무겁기만 하던
선계의 인상이 단번에 달라졌다. 선계 좋구나!
"곧 수련 시간이야. 언제까지 자고 있을 셈이니? 어서 가서 세수하고 와.
늦으면 그냥 두고 갈 테니까."
이름 모를 동무가 쌀쌀맞게 말하고는 휙 돌아서서 이불을 척척 갰다. 뒷모습에서
찬바람이 씽씽 일었다. 가스라기는 어리둥절했다. 이것이 동무?
"얘, 괜찮니? 잠깼어?"
누가 부드럽게 물으면서 소매를 잡아당기기에 돌아보니 또 한 명의 동무였다.
이쪽은 얼굴 동그스름, 눈 가느스름, 분홍빛 입술에 생글생글 웃음을 문 따뜻한
이상이었다.
"세수하는 곳 모르지? 데려다줄까?" 우린 이미 하고 왔거든."
가스라기는 그 동무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 이불 쌓은 위에 베개를 퍽퍽
올려놓는 또 한 동무의 등을 쳐다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벌떡 일어나 걸음을 옮기다가 쿵 엎어졌다. 뻐덕뻐덕한 삼베옷을 이리 오기
전에 벗어던지고 생전 처음 입어보는 긴 초록 저고리에 치마를 입은 탓이었다.
이불 개던 호리호리 동무는 힐끔 쳐다보고는 도로 고개 돌려버리고,
동글동글 동무가 풋 웃더니 조심하라며 손을 잡아 일으켜줬다. 아, 이것이 동무!
동글동글 동무의 뒤를 따라 쭐레쭐레 암자를 나서니 축축한 새벽안개가 맞아주었다.
"우, 조금 춥다."
동글동글 동무가 팔을 감싸 안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가스라기도 괜히 몸이 떨렸다. 동무를 따라 팔을 감싸 안았다.
분명 춥긴 추운데 예전에 하계에서 느꼈던 추위와는 어딘가 달랐다.
동글동글 동무가 손을 잡아 당겼다.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어서 가자. 늦겠다. 여진선고님은 늦는 거 무척 싫어하신다."
쑥부쟁이 무성한 샛길을 조금 내려가니 차가운 물이 퐁퐁 솟는 샘이 나왔다.
"자, 여기야. 좀 차갑긴 하지만 정신은 번쩍 들 거야."
말없이 샘가에 쪼그리고 앉아 물을 움키다가, 가스라기는 옆을 돌아봤다.
동글동글 동무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물이 너무 차갑니?"
"어‥‥‥."
고맙다고 말해야겠는데,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뱃속이 간질간질하고 어째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고 기분 나쁜 것도 아니었다. 아니, 너무 좋았다. 동무다.
고마운 동무. 바보처럼 입만 뻐끔거리는 가스라기를 빤히 보다가 동글동글
동무가 배시시 웃었다.
"여진선고님이 좀 괴짜 동무가 올 거라더니, 정말 그러네."
동무도 나를 동무라고 불렀다. 명치 어림이 욱신거렸다. 그네를 타던 마을
계집아이들이 서로를 불렀던 것처럼, 비슷한 또래의 누군가가 그 말로 자기를
불러주다니. 간지럽기도 하고, 소름 돋기도 하고, 욱신거리기도 해서 고맙다는
말은 더욱 나오지 않았다. 동글동글 동무가 쿡쿡 웃으면서 손짓했다.
"이러다 늦겠다. 얼른 씻어. 기다려줄 테니까."
"으응."
가스라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차가운 샘물을 움켰다. 일렁이는 수면에 제 얼굴이
비쳤다. 암자에 오기 전에 아줌마 선녀가 이런 쑥대머리를 보았나 투덜거리면서
묶어준 긴 머리가 자는 사이 도로 엉망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물거울에 제 모습
비춰본 것이 언제였던가. 오래 못 본 동안 몹시도 변해 있었다. 몸이 여위긴 했지만,
전보다 커버렸다. 자란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열너덧 살 계집아이의 몸이 아니었다.
하지만 얼굴은 여위었어도 아직 예전 모습이 남아 있다. 보고 있는 동안도 입술이
움찔움찔, 코가 실룩실룩, 눈이 깜짝깜짝,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여위어서 그런지 더 커 보이는 눈이, 뒤통수라도 한 대 맞으면 눈동자가 데굴데굴
굴러 나올 것 같다.
누가 뒤통수를 쳤다. 그냥 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홱 떠다밀었다. 쪼그려 앉아
있던 가스라기는 그대로 고꾸라져 차가운 샘물에 풍덩 빠졌다. 동글동글 동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때? 정신이 번쩍 들지? 신고식이다!"
말 그대로 정신이 번쩍 들어서 고개를 들고, 흠뻑 젖은 물귀신 꼴로 돌아봤다.
동글동글 동무는 허리에 손을 대고 깔깔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하계의 땟물 덜 ㅂ서은 무한계 출신이라고 해서 좀 봐준 거다. 앞으로 백화
언니라고 불러. 괜히 동배입네 기어오르지 말고. 겉보기 이래도 너보다 십 년은
손위시란다."
처음 웃으며 소매 잡고 이끌어줄 때와 분명 같은 얼굴인데 어찌 이리 달라 보일까.
쫄딱 젖은 채로 한동안 멍하니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가스라기는 깨달음의 탄성을
짧게 내뱉었다.
"아하."
동무의 정이란, 바로 이런 것이로다.
"오늘은 새내기가 있으니, 선녀의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겠다."
원숭이를 닮았다고 해서 후자암이라 불리는 바위 위에 선녀 세 명을 나란히
앉혀놓고, 여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보천궁 천도봉의 새내기 선녀들 교육을
담당하는 후자암의 총원치고는 단출했지만, 본래 선녀는 그리 흔하지 않다.
하계의 여아들 중에서 선기가 보이는 사람을 골라 선적에 올리고, 그 기질을 보아
정도에 가깝다면 천도봉 후자암에서, 사도에 가깝다면 연화봉 화정대에서
담당하는데 최근 백여 년 동안은 가뜩이나 환주 일대에 선기 도드라지는 여아가
출현한 바 없다.
물론 한참 많을 때도 열 명을 넘지는 못했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천도봉에서는 이곳을 선녀들의 수련장으로 삼아왔다."
여진은 눈앞의 세 제자를 천천히 돌아봤다. 똑같이 무릎을 꿇고 앉아도 가스라기는
어딘가 단정치 못해 보이는데 두 아이는 다르다. 겉모습은 가스라기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지만, 뒷문이 아니라 앞문으로 들ㅇ온 재원들로 한 명은 십 년,
다른 한 명은 오십년이 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몇 명이 더 있었지만 모두
수련을 마쳐서 내보냈다.
"그 이유를, 어디보자, 운교 네가 말해보겠니?"
호리호리하고 까무잡잡한 아이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사람을 흉내 내는 원숭이처럼, 우리들 역시 선인의 자취를 좇는 미욱한 존재임을
잊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래, 잘 대답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 반인반선‥‥‥."
"저기요."
점잖게 말을 이어가려는데 가스라기가 불쑥 입을 열었다. 여진은 간신히 표정을
고르고 꾹꾹 감정을 눌렀다. 그래, 그나마 말 뒤 잘라먹는 버릇이라도 고친 게 어디냐.
"질문이 있을 때는 고개를 들고 스승과 눈을 맞춰 궁금한 점이 있음을 표정으로
알리고 허락을 구한 다음에 하는 것이 예법이다."
가스라기는 잠시 '궁금한 점이 있음을 알리는 표정'이 뭔지 고민했고, 나름대로
결론을 얻은 후 여진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되도록 강렬한 눈빛으로.
"넌 궁금하면 그렇게 눈에 독기를 품느냐?"
이게 아니구나 싶어 좀 바보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입도 벌리고.
"됐다. 말을 말자. 그래, 뭐가 궁금한데?"
"왜 우리가 원숭이예요?"
"원숭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원숭이와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만물에 품계가
있어 미물보다 사람이 위고, 사람보다 선인이 위며, 그 사이에 우리 같은 반인반선이
존재하는 것이야."
"그러니까‥‥‥ 왜?"
"왜라니? 그런 당연한 걸 왜 자꾸 묻는 거냐?"
"그러니까, 궁금한 게‥‥‥."
어느 정도 각오하기는 했지만, 너무나 기본적인 것을 묻는 가스라기를 보며
여진은 가슴을 탕탕 치고 싶을 만큼 답답했다. 차마 제자들 앞이라 꾹 참고 있는데
속 모르는 가스라기가 제가 더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두드리더니 말을 한참
고르다가 물었다.
"선인이 될 수는 없나요?"
얌전히 눈을 내리깔고 있던 두 선녀의 고개가 가스라기 쪽으로 절로 돌아갔다.
여진은 조금 전 가스라기가 지어 보였던 '궁금한' 표정을 그대로 짓고 있었다.
입도 좀 벌리고.
"선계가 만들어진 이래 그런 일은 없다. 여자는 선인이 될 수 없어."
"어째서요?"
"그건‥‥‥."
그다지 입에 담고 시지 않은 이야기였기에, 여진은 잠깐 주춤거렸다.
"우리가 죄인이기 때문이다."
두 선녀는 이미 입선 초기에 들은 이야기라, 눈을 내리깔고 경건히 앉아 있었다.
그러나 가스라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죄요?"
"천선을 죽인 죄."
오랜 세월 뼈에 새겨온 이야기였다. 수없이 많은 선녀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러나 아무리 뱉어도 그 말의 묵는 줄지를 않았다.
"아득한 옛날, 인간이 미물과 크게 다르지 않던 삼라의 여명에 열 개의 태양이
한꺼번에 뜬 적이 있었다고 한다. 땅은 갈라지고, 물은 마르고, 초목은 타버렸다.
바다조차도 곧 물이 될 판이었다. 하늘 아래 뭇 생명들이 울부짖으며 죽어갔다.
민심은 천심이라, 하늘도 애달파하여 그에 화답하셨다. 신궁을 든 천선을 내려보내
아홉 개의 태양을 쏘아 삼라를 구하신 것이다. 한번 삼라의 대기를 마신 그 천선은,
임무를 마치고 나서도 돌아가지 못하고 남으셨다. 천선께서는 어느덧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게 되셨으며, 천계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을 슬퍼하지 않게 되셨다.
태양을 쏘신 것과 같이 인간을 괴롭히던 많은 요수들을 쏘셨고,
사람 중에 뛰어난 이를 거둬 일부에게는 선인의 도를 전하고 일부에게는 군왕의
도를 가르치셨다. 삼라 모든 선인들의 맥을 되짚어 올라가면 하나같이 천선에 닿는다.
불로불사의 장생술도, 천지를 살아하고 그와 하나 되는 심법도,
구주를 다스리는 왕도도 모두 천선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천선을‥‥‥."
여진은 잠시 멈췄다가 후다닥 말해버렸다.
"한 여자가 죽였다."
두 선녀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깊이 떨어뜨렸다.
"그 이후로, 삼라의 여자는 완전한 선인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죄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선적에 발을 반쯤 걸친 반선이며, 선인들을 영생불멸하나 우리는 단지 오래 살
뿐 언젠가는 죽는다."
이야기를 마친 여진이 기리게 숨을 몰아쉬고 가스라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입을 떡 벌렸다. 한두 번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박자 맞춰 표정까지
바꿔주는 다른 두 제자처럼 굴기까지 바란 것은 아니었다. 처음 입선해서 이 이야기를
들은 새내기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갈라지는데, 분해하거나 슬퍼하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선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분해하고, 죄지은 여자로 태어난
천수에 슬퍼한다.
그런데 가스라기는 분해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았다. 그냥 아하 하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있었다. 그게 무례한 것도 아닌데 여진은 또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죄인으로 태어난 것이 슬프지 않으냐?
가스라기는 고개를 저었다. 왜냐고 묻자 대답했다.
"원래 그랬으니까."
"뭐?"
"원래 죄인이었다고요. 여기 오기 전에도."
분명히 흉악한 죄를 지었을 거야. 여진은 생각했다.
"속세 일은 묻지 않으마. 그럼 분하지는 않으냐?"
가스라기가 헤 웃고 또 대답했다.
"선인 아니라도 괜찮아요. 하늘님 있는 곳에 같이 있을 수만 있‥‥‥."
"됐다! 알았다!"
여진은 황급히 말문을 막았다. 두 제자가 의아한 눈으로 여진과 가스라기를
힐끔 봤다. 여진은 땀이 흐르지도 않는 이마를 문지르며 재빨리 말문을 돌렸다.
"뭐, 아무 생각 없으면 그것도 나름대로 좋겠지.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자.
어제 말했다시피 토납법은 이미 몸에 익었을 테니 넘어가고. 앞으로 할 일이
무척 많다. 선적에 이름 올리고 수궁계 받고 진선님네들의 선명 받잡는 법을
배워야 하고. 하지만 그전에 일단 기본부터 배우자. 일어나라."
여진이 옆에 놓아두었던 두 개의 검은 추를 손에 쥐자, 두명의 선녀는 얼른
일어나 좌우로 비켜섰다. 가스라기는 일어나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저기‥‥‥."
"저기가 아니고! 스승님이라고 부르라니까!"
"스승님, 나, 뭐 배우러 온 게 아니라‥‥‥."
"내가 얘기했지! 시키는 대로 존대 또박또박 하고 가르치는 거 듣지 않으면
네가 알고 싶어 하는 거 안 가르쳐준다고! 어여 벌떡 못 일어나?"
벌떡.
"아무거나 무기 들어라. 백화야, 네 검을 좀 빌려주려무나."
"네, 스승님."
백화가 얌전떨며 검을 받쳐 들고 가스라기 앞으로 갔다. 여진 쪽으로는 등을
보인 채 가스라기에게만 혀를 날름 내밀더니 입 모양으로 말했다.
'넌 이제 죽었다'
가스라기는 그 동글동글한 얼굴을 찌릿 노려보더니 검을 받지 않고 선녀의
치마허리에 어울리지 않게 매달려 있던 뼈다귀 같은 것을 쓱 빼어들었다.
여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그게 네가 가져온 물건이랬지? 대체 뭐냐?"
"내 칼."
얼씨구. 뭐, 아무려나 상관없다. 비록 보패인 금련쌍추가 아니라 추 안에
솜을 채운 수련용 무기라고 해도, 그걸 든 사람이 선계에서도 무선녀로 이름
높은 여진인 이상 진검을 들어봤자 대적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자, 반례부터 시작한다."
"잠깐만! 반례가 뭐‥‥‥ 예요?"
여진은 몸으로 시범을 보이며, 입으로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한쪽 허벅지 위에 두 손 올리고! 반대쪽 발을 뒤로 내밀고! 무릎을 반쯤
구부리면서 몸 전체를 살짝 가라앉히는 절! 완전히 무릎 꿇지도 않고 완전히
앉는 것도 아닌 이것이 반례다!"
그 기세에 눌렸는지 가스라기가 허둥지둥 흉내를 냈지만 당연하게도 어설펐다.
"겨루기를 할 때는 이와 같이 십오 척 거리를 두고 서서 배분상 손아래인 쪽이
먼저 반례 올리고, 손윗사람이 화답한 다음 시작하는 것이다. 알겠지?
자, 그럼 간‥‥‥"
"잠깐!"
"뭐냐, 또?"
"저기, 이거‥‥‥."
"저기가 아니라 스승님!"
"스승님, 이거 싸우자는 거죠?"
싸우기는 무슨. 너는 맞는 거고 나는 패는 거지.
"싸운다 하지 않고 겨룬다 하지만, 뭐 비슷한 말이다."
"왜 해야 되는데요?"
"그야 네가 선녀가 되어야 하니 그렇지. 그중에서도 무선녀!"
"무선녀?"
"왜 무선녀인고 하니 하필 네가 나한테 왔기 때문이고! 네가 무한계를 기어
올라왔기 때문이고! 선녀가 되어 선계에서 살 생각이 아니라면 왜 올라왔단 말이냐!"
"선녀가‥‥‥ 싸움 잘하는 게 선녀예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가스라기가 눈을 깜빡거렸다.
"너, 그 질문 잘했다."
여진은 폭발했다.
"하계인들은 선녀라고 하면 선계에서 하릴없이 꽃이나 따고 놀다가 가끔
하계에 목욕이나 하러 내려가는 골 빈 미인들인 줄 알지. 흥! 천만의 말씀이다.
선녀는 얼굴 보고 뽑는 게 아냐! 선녀 노릇 잘하려면 무공이 중요해! 그러니까
이 정도도 못해낸다면 넌 선녀 자격이 없다! 에잇, 말이 길다. 간다!"
무선녀 여진이 새 제자를 맞이할 때마다 벌이는 환영식. 그러나 상대가 상대인
만큼 다른 때보다 훨씬 더 순도 높은 매타작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