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화 (16/109)

4-2.

깊은 밤 검은 숲. 열댓 명의 군졸들이 칼끝으로 마른 덤불과 죽은 

나무를 조심조심 헤치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 선두에 선 것은 귓도리

숲을 찾아온 젊은 순무사령이다.

숲의 중심부 근처에 도달했을 때, 순무사령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흙을 살펴보았다. 촌장의 말대로 핏빛처럼 붉은색이었다. 낮에 돌아본

논밭의 색도 붉었지만 이 숲의 흙이 가장 붉었다. 순무사령은 흙 한 

줌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아주 희미한 향기가 느껴졌다.

'역시 짐작대로다. 흙에서 선향이 느껴져. 하지만 가스라기가 이곳에 

있다는 것은 도대체‥‥‥."

관의 기록에서는 '실솔촌'이라고 칭해지는 귓도리골에 순무사령으로 

파견된 것이 이 년째이지만 가스라기가 이곳에 살고 있는 줄은 

몰랐다. 가짜 도사의 입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을 사람들에게 

자세히 물어보니 마을의 수치라 굳이 관인에게 고하고 싶지 않았던 

눈치다. 하지만 한번 입이 트이자 흙이 붉어진 것도, 삿된 짐승들이 

나타나는 것도 다 가스라기 탓일 거라고 벌 떼처럼 말을 쏟아냈다.

가스라기. 강상의 법도를 어긴 죄인. 국가의 법이 미치지 않는

민간에서 풍속을 어긴 추방자들. 그것이 널리 알려진바, 가스라기의 

의미다. 아니, 널리 알려졌다고 할 것도 못 된다. 당장 대도의 관인들

중에서 가스라기라는 말의 뜻을 아는 자도 많지 않다. 요즘 시대에는 

거의 잊혀지다시피 한 오랜 산촌의 풍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순무사령은 가스라기에 대해 알고 있었다. 민간의 풍속 뿐 아니라, 

또 다른 의미에서도.

"사령님."

겁에 질린 군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창 머리를 굴리고 있던 

순무사령은 미간에 주름을 곤두세우며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조용히 하게."

"하, 하지만 사령님‥‥‥."

"조용히 하라니까. 은밀히 수색해야 한다고 내가 미리 말하지 

않았‥‥‥."

꾸짖으며 돌아보았다가 순무사령은 주춤했다. 말을 건넨 그 군졸을 

제외하고, 다른 군졸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 군졸은 다리를 

후들후들 떨고 있었다.

"가, 갑자기‥‥‥ 전부 사, 사라졌‥‥‥."

멀쩡히 뒤따라오던 군졸들이 갑자기 사라지다니. 이건 요수의 짓으로 

볼 수밖에 없다. 순무사령은 재빨리 한 손을 품에 집어넣더니 닳고 

닳아서 반질반질 윤이 나는 검은 목패 하나를 꺼내 들었다.

"나는 화공의 대리인이다!"

복숭아나무로 만들고 검은 칠을 한 목패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구주의 제후들 중에 환공은 요수를 제압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 그의 땅에는 사특한 것이 끊지 못한다. 더 이상 환주의 

경계 내에서 요수를 발견하기 어렵게 된 지금도 환주의 관인들은 

전통대로 이 도화목패를 들고 다니는데, 환공이 손수 축성한 

도화목패에는 파사현정의 기운이 담겨 있다. 순무사령은 그 빛으로 

숲의 어두운 그림자를 이리저리 비추면서 계속해서 외쳤다.

"하늘은 하늘의 것이고 땅은 사람의 것이니, 삿된 것들이 거할 자리는 없다! 

땅의 주인인 왕의 이름으로 명한다. 어서 나와 무릎을 꿇어라!"

도화목패의 빛이 어지럽게 여기저기를 비추었지만 여전히 사방은 

고요하기만 했다. 요수가 이 기운을 받으면 몸이 간질간질해서 미칠 

지경이 되어 결국 참지 못하고 튀어나오게 된다는데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예사 놈이 아닌 모양이라고 순무사령은 생각했다.

등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며 돌아서자 검푸른 나무 

그림자 속에 더욱 검푸른 그림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우와와!"

하나 남은 군졸이 칼을 움켜쥐고 그쪽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달려

갔다. 긴장을 참지 못한 나머지 이성을 잃은 모양이었다. 그때 검푸른

 그림자의 한 귀퉁이가 스산하게 움직였다. 길고 긴 소맷자락에 

감싸인 손이 가볍게 뒤집혀졌다. 그리고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다. 

어젯밤 시혼을 재운 그것과 같은 음성이었다. 선어로 말하는바, 

'잠들라'하는 소리다.

잠들라 하자, 군졸은 잠들었다. 달려가던 기세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순무사령뿐이었다. 그는 도화목패를 꽉 

움켜쥔 채,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선어‥‥‥!"

선어에는 힘이 있다. 붉어지라 하면 붉어지고, 검어지라 하면 

검어진다. 잠들라 하면 잠들고 죽으라 하면 죽는다. 이 모든 것이 

태초의 성인이 만든 말의 힘이다. 그는 지금 선인을 보고 있는 것

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다. 순무사령이 호신부처럼 앞으로 

내밀고 있던 도화목패의 빛은 어느 사이엔가 스러졌다. 검푸른 숲의 

그림자 속에 숨은 상대는 여전히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순무사령은 

쓰러지지도, 달아나지도, 무릎을 꿇지도 못한 채 바람 한 점 없는 

숲의 나무 한 그루가 된 듯이 서 있었다. 그는 꿈의 수렁에 목까지 

잠긴 기분이었다.

"환공의 사람인가?"

선인의 음성이 들렸다. 순무사령은 넋을 잃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상대가 선인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화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선인의 음성은 낮고도 분명하고, 맑고도 무거웠다.

"두려워할 것 없다. 다른 자들은 잠시 재워둔 것뿐이다. 너는 선연이 

있어 보이기에 남겨두었다."

그 말에 눈을 굴려 주변을 둘러보니, 키가 높은 풀숲 사이에 언뜻언뜻 

누워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사라졌다고 생각한 군졸들이었

는데, 좀 전에 선인을 향해 달려갔다가 잠든 군졸과 마찬가지로 

선어에 의해 잠들어 있었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사락사락, 부드러운 옷자락이 풀잎을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무사령은 눈을 부릅뜨고, 희미한 달빛 사이로 

걸어 나온 상대를 바라보았다.

이미 믿어 의심치 않고 있던 바대로 상대는 선인이었다. 하계인과는 

다른 머리카락과 눈 색, 우미하되 유약하지 않은 이목구비와 

당당하되 투박하지 않은 체격이 그 증거였다. 요괴도 수행이 쌓이면 

인간 이상의 용모와 풍모를 갖게 된다지만 어디까지나 사이한 기운을 

품은 것이라 선인의 그것과는 다르다 했다. 어디가 다른가 물으면 

'보면 알게 된다'고만 하였는데, 과연 눈으로 보니 무엇이 선기이며 

무엇이 요기인지 설명할 수는 없어도 알 수는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요기가 인간으로 하여금 죽음과 피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한다면, 

선기는 영원에 대한 경외심을 품게 만드는 것이다.

"이름이 무엇인가?"

선인이 묻자, 순무사령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선인과 만나는 인연, 

선연은 당연히 흔하지 않은 것이다. 선인이 지나가는 흔적인 선흔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현생이 뒤바뀐다고 한다. 선인을 

직접 배알하는 인연의 힘은 더욱 크다. 그러나 가장 강한 선연은 

선인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그렇게 

전해진 이름은 선계에 남게 되고, 다음 생에 선골을 가지고 태어날

확률은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선계 입문을 노리는 

도사들 중에는 선인 옷자락만 보여도 목이 터져라 자기 이름을 삼세 

번 외쳐대는 자도 있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선인이 자신의 이름을 

묻고 있다. 감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대답했다.

"세외선인을 뵈옵니다. 소인은 환공을 모시는 십칠 품계의 관인된 

몸으로, 울지가의 장남이며, 자는 영소라 하옵고, 순무사령 직을 

맡아 이곳 실솔촌에 왔나이다."

울지 가문의 영소, 그것이 그의 이름이었다.

"울지? [선인록]을 쓴 그 울지명의 자손인가?"

영소는 감격했다. 울지 가문이 선학에 정통한 것으로 이름나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속세의 명성이다. 그것을 선인이 알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럼 묻겠다. 환공의 옥체 강녕하신지?"

감격을 표하고 예를 갖출 말을 머릿속으로 정신없이 고르고 있는데, 

선인의 질문이 날아왔다. 영소는 황급히 공수하며 대답했다.

"하늘의 보살핌으로 환공께서 이 땅을 다스리신 지 올해로 십오성상. 

옥체 평안하시고 날이 갈수록 그 위엄이 천하에‥‥‥."

대답하다가 문득 느낌이 이상해 말을 멈추고 선인을 곁눈질했다. 

선인의 표정이 다소 묘했다. 답답해하는 것도 같고, 비웃는 것도 

같고, 한마디로 사람을 잘못 골랐나 하는 얼굴이었다. 영소는 자신이 

뭘 잘못 대답했나 황급히 말을 되새겨보았다. 잘못 대답한 것은 없다. 

왕의 안부를 묻는 질문에 틀림없는 대답을 한 것이다. 그것도 예법을 

지켜서.

환공의 안부를 물었으니 환공의 안부를 대답한 것인데 그게 뭐가 

잘못되었단 말인가 생각하다가 멈칫했다. 선인이 제후의 건강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저것은 말 그대로 

환공의 옥체가 아니라 다른 것에 대한 비유일 것이다. 환공의 옥체. 

왕의 옥체. 왕의 몸이 비유하는 것이란‥‥‥. 그래, 그거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영소는 얼른 고쳐 말했다.

"실은, 지난 백신조례에서 뜻밖의 어명이 계셨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짚은 게 틀림없다. 선인이 눈빛으로 다음 말을 

재촉했다.

"조만간 전란의 조짐이 있으니 군량미를 마련하고 민심을 돌보라 

하셨습니다."

 그 때문에 올해부터 세곡의 양을 다소 늘리기로 한 것이다. 

정확한 정세는 십칠 품계의 미관말직인 그가 알 수 없으나 확실히 나라에 

뭔가 일이 생길 것은 틀림없다. 국가에 변고가 생기는 것, 그것은 곧 왕의 

옥체에 변고가 생기는 것이다.

선인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입에서 신음처럼 흘러나오는 나직한 

혼잣말을 영소는 똑똑히 들었다.

"역시 그렇게 되었나."

그 말만 중얼거리고 숲 사이로 내비치는 하늘을 망연히 올려다보는 

선인을 우러르며, 영소는 번잡하게 머리를 움직였다.

관인은 선인과 양민 사이를 잇는 이들이라고 하지만, 자신처럼 미관말

직의 젊은 관인은 선계의 사정에 정통하지도 않다. 한 나라의 제후나 

재상 급은 되어야 선인을 직접 만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가문 

내력도 있고 하여 주워들은 바는 적지 않은데, 그중 하나가 속세의 

전란이나 커다란 분쟁 뒤에는 선계의 문제가 얽혀있다는 것이다.

저 선인이 난데없이 이런 궁벽한 시골 마을 근처의 숲에 현현한 일은 

환주에 부는 전란의 조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무관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다. 궁금한 마음은 

굴뚝같지만 감히 물어볼 수가 없었다.

불가근불가원이라는 말이 있다. 선인들은 속세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말이다. 가깝지도 않게, 멀지도 않게 하라는 

것이 선계와 속세 정치를 지배하는 황금률인 것이다. 너무 가까워서는

곤란하다. 선인들이 가진 힘이 속세에 직접 작용하면 힘없는 양민들은 

그야말로 해일에 휩쓸리는 피라미 신세가 된다. 너무 멀어도 곤란하다. 

선인이 속세에 관여함은 이 세상이 혼돈과 무질서가 아니라 천도와 

질서에 의해 움직인다는 증거다.

이 모든 것이, 관인으로 입문하면서 선배들에게 듣는 교훈이다. 

관인의 출세는 불가근불가의 원칙 아래 선계의 힘을 어떻게 파악하고 

이용하는가 하는 재주에 달렸다는 말도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그는 

인생에서 다시 보기 힘든 대단한 기회를 붙잡은 것일지도 모른다.

선인은 한마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원하던 것을 다 구했는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고 검푸른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덕분에 영소는

삼생을 거듭해도 다시 얻기 힘든 기회를 만났다. 생각에 잠긴 선인을 

가까운 거리에서 오랜 시간 관찰할 수 있는 기회였다.

겉모습만 보아서는 그와 비슷한 또래의 젊은 남자였다. 하지만 달빛이

드리운 그림자가 한 번 흔들리매 갓 태어난 아기처럼 무구무욕한 

모습이 드러나고, 다시 흔들리매 수백 년을 수행한 자의 무한한 

세월이 느껴졌다. 선인에게 나이는 무의미하다. 실제로 저 선인 또한 

수백, 어쩌면 천년을 넘게 살아온 자일 것이다. 어디 나이뿐인가. 

아름다움이랄까, 고아함이랄까. 선인의 그것 또한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은 것이다. 황궁의 금지옥엽도 저토록 고결한 느낌은 주지 

못하고, 대도 휘경 제일의 미녀라는 가희도 저토록 서늘한 염기를 

은은히 뿜어내지는 못한다. 보면 볼수록, 과연 선인이란 세상 밖의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 영소는 기간 가는 줄도 모르고 홀린 듯 바라

보고만 있었다. 불가근불가원의 원칙도 머릿속에서 깡그리 날아간 지 

오래였다.

"‥‥‥ 있겠는가?"

덕분에, 선인이 불현듯 던진 질문의 앞부분을 놓치고 말았다.

"예, 예?"

더듬어 반문하고서야 실태를 깨닫고 얼굴을 붉힌 영소에게, 선인은 

다시 물었다.

"약속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하, 하명하십시오."

"오늘 이곳에서 나를 만난 것을, 다른 누구에게도 발설치 말라."

영소가 순간 머뭇거리자, 선인은 덧붙여 마했다.

"오직 환공께만 아뢰도록."

영소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주군을 독대하는 것은 

말단의 관인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그의 품계가 낮다고 해도 

선인의 말을 전하는 것이라면 독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선연을 

얻으면 인생이 변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또 한 가지, 그대가 해주어야 할 일이 있다."

영소는 정신을 챙길 틈도 없이 머리를 조아렸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 근처는 앞으로 한동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 환공께 

인근의 양민들이 살 만한 새 터전을 찾아주십사 전하라."

'역시 그렇군! 땅이 붉어지고 지기가 쇠한 것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흘려진 선혈 때문이었어.'

영소가 명을 받들겠다는 뜻으로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하자, 선인이 

검푸른 눈으로 그의 얼굴을 곰곰 뜯어보다가 말했다.

"다음 생에 인연이 있다면 다시 만나자."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선인의 모습은 영소의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야말로 씻은 듯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기에, 

하늘로 솟은 것인지 땅으로 꺼진 것인지 분간할 수도 없었다. 아니, 

숫제 방금 선인을 만난 것이 한바탕 꿈이었는지 실제의 일이었는지도 

구별하기 힘들었다.

환공의 사령으로 부임한 지 이 년. 약관의 나이로 청운의 꿈에 먹물 

자리조차 마르지 않은 관인 울지영소는, 군졸들이 깨어날 때까지 그 

자리에 넋을 잃은 채 묵묵히 서 있었다. 선인이 떠난 뒤에야 숲의 

벌레들이 찌르찌르 울고 바람이 나뭇잎들을 소슬하게 훑고 지나갔다. 

곧 다가올 겨울을 알리는 듯 바람은 제법 매서웠지만 그는 추운 줄도 

몰랐다.

"아차, 가스라기!"

한 식경이 거의 지나갈 무렵, 영소는 버럭 외쳤다.

"당황해서 그 사실을 잊고 있었어. 어째서 가스라기가 있는 곳에 

선인이‥‥‥."

당장이라도 달려갈 듯 벌떡 일어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 그만두자. 선인이 다음 생이라 했으면 이번 생에는 다시 만날 

인연이 없는 것이니‥‥‥. 억지로 인연을 맺으려 하면 천수만 꼬이게 

되겠지."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다시 한 번 선인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올랐다. 비록 일찌감치 출사하여 관직에 인생을 건긴 했지만 

선학으로 이름 높은 울지 가문의 아들인 그의 피에는 선계에 대한 

열망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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