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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 가는 이야기 (6/28)

#쉬어 가는 이야기

자루를 짊어지고 인형을 머리에 얹은 상인이 복도 너머로 사라져 갈 때쯤, 하넨은 일어나 자리에 앉았다.

옆자리에 앉아 상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만 있던 용사가 흠칫 놀라 하넨을 바라보았다. 하넨은 자신이 방금 전 소란 때문에 깨어났다는 식의 사정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그저 용사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자기 무릎 위에 눕혔다. 용사는 얌전히 하넨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눈을 붙여 둬. 잘 자고 푹 쉬어야 기력을 회복하지.”

“하넨은 졸리지 않아요?”

“졸리긴 해. 네가 잠들고 나면 나도 곧바로 잘 거야.”

용사를 재우는 건 언제나 하넨의 역할이었다. 수면 계통의 독을 손끝에 응집시켜 용사의 몸에 흘려 넣어 주면, 몸에 해를 끼치는 성분은 저절로 정화되고 수면 성분만이 용사의 육체에 스며들었다. 그런 식으로 몇 시간쯤 자고 나면 용사는 늘 개운하게 일어나곤 했다.

어린 용사는 보호자가 자신에게 독을 주입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얌전히 잠에 빠졌다. 물론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별반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그나저나, 너는 대체 뭘 그렇게 요란하게 구는 거야? 굳이 두들겨 팰 것까지는 없었잖아?”

용사가 잠들자마자 하넨은 케르츠에게 노골적으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사람의 살점을 으깨 버릴 듯한 그 둔탁한 소리가 아니었다면 하넨은 깨지도 않고 푹 잤을 터였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상인의 목덜미에 피가 조금 묻어 있었던 걸 감안하면 피해자는 아무래도 상인인 듯했다.

“조금 시끄럽길래.”

“네가 더 시끄러워. 하여간에 교양이라곤 조금도 모르는 녀석.”

정말 물리적으로 시끄러운 소리였다. 빠악, 사람의 머리를 벽에 있는 힘껏 내동댕이치는 듯하던 그 소리.

그 상인은 언데드라서 별다른 충격이 없어 보였고, 실제로 그렇게 얻어맞고도 별로 화도 안 내고 자리를 떠났지만, 만약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면 최소한 뇌진탕쯤은 확정이고 운 나쁘면 죽을 수도 있었다. 케르츠는 그런 사소한 문제에 개의치 않는 성격이었으나 하넨은 달랐다.

“하여간에 네놈은 너무 폭력적이야. 좋게 해결할 수 있는 일도 꼭 그런 식으로 요란하게…….”

“제가 요란하게 굴어서 귀한 마법사님의 잠을 깨우고 말았네요. 뭐, 앞으론 조심하죠. 흑탑의 마법사님.”

“비꼬지 말고.”

하넨은 케르츠의 저 빈정거림이 싫었다. 케르츠 본인은 빈정거리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그 말을 순진하게 믿을 정도로 하넨은 바보가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케르츠는 용사와 하넨을 거의 같은 수준에 놓고 대하고 있었다. 쓸모야 있지만 어설프고 무르기 짝이 없어서, 중요한 상황에서는 자신이 돌봐야 할 대상으로 보는 기색이 노골적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두 살짜리 용사와 스물여덟 살의 마법사가 동일 선상에 놓인다는 건 은근히 부아가 치미는 일이었다.

하지만 더 짜증이 나는 건―케르츠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하넨이 모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기근도, 오염도, 동족 섭취와 기형아 출산도 그저 실험대 위의 이야기일 뿐인, 그나마 제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단체이자 마법사들의 근거지인 흑탑. 하넨은 그 안에서도 제법 높은 지위를 누리고 있었으며, 흑탑 바깥의 아비규환에 대해서는 책 속의 지식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산 동물을 제물로 삼아 마력을 강화하고, 독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고통을 이 악문 채 감내하고,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독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의 고생을 거쳐 왔건만 그건 어디까지나 흑탑 안에서의 고생이었을 뿐이다. 악에 오염된 세상에서 평생을 도살자로 살아왔던 케르츠가 볼 때, 하넨은 거의 용사만큼이나 세상 물정 모르는 사내로 보일 터였다.

“하여간에 도살자란 놈들은……. 뭐가 되었든 폭력으로밖에 해결을 못 한단 말이지. 품위라곤 요만큼도 없어.”

말쿠테른의 도살자. 세상을 떠돌며 의미 없는 학살을 반복하는 살인광들. 하넨이 처음 저자를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대체 신전에서는 어째서 저런 끔찍한 족속을 일행에 합류시켰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할 정도였다. 물론 열 달쯤 함께 지낸 지금은 그럭저럭 익숙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잔인함과 폭력성을 반길 정도는 아니었다.

“저는 여러 가지 의미로 폭력에 익숙해서 말이지요. 그거 아십니까? 어렸을 때부터 폭력을 당하면 커서 폭력의 가해자가 되기 쉽대요.”

“흥, 핑계도 가지가지군. 폭력에 노출된 순간의 두려움과 공포를 아니까 오히려 조심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아?”

“그런 문제는 아니에요. 굳이 말하자면 세계관의 문제랄까.”

“세계관?”

“스스로의 세계에 폭력이라는 선택지가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지금 제가 말하는 건 약간 그런 문제.”

케르츠는 담담히 말하면서 주머니에서 오르골을 꺼냈다. 분명 못 보던 물건인데 어디서 난 걸까, 하넨이 의구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케르츠를 바라보자 그는 주운 물건이라고 설명하며 웃었다.

대체 어느 틈에 주웠는지 알 수 없었다. 저 사내, 의외로 살육뿐만이 아니라 도둑질에도 능한 걸지도 모르겠다고 하넨은 속으로 툴툴거렸다.

“폭력을 접하지 않은 사람은 그런 해결책이 존재한다는 것도 몰라요. 물론 머리로는 알겠지요. 사람을 때리면 내 말을 듣는다, 뭐 그런 류의 지식이라면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 세계 밖에서 일어나는 일.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심지어 자신이 그런 일을 벌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해요.”

“흐음.”

“폭력을 접했는데도 폭력을 쓰지 않는 사람은, 갈림길이 있을 때 언제나 한쪽 길을 피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예요.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일부러 안 가는 거죠. 그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에요. 분명 지름길인 걸 알면서도 안 가는 거니까. 반면 처음부터 그런 걸 접하지 않은 사람의 인생에는 아예 갈림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거고요. 선택지가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답니다.”

“말도 안 되는 궤변이군. 차라리 솔직하게 폭력에 미친 살인광이라고 인정하는 게 나을 텐데 말이야.”

하넨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간에 궤변 하나는 끝내주는 작자였다. 하지만 하넨은 굳이 열성적으로 케르츠의 이론에 반박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케르츠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흑탑은 규범과 원칙이라는 개념이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였다. 물론 흑탑 내에서의 지위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드는 규범과 원칙이기는 했지만, 적어도 무규범적인 폭력으로 만사가 해결되는 세상은 아니었다.

그런 세상에서 자라 온 하넨이, 악에 오염되어서 엉망진창인 세상에서 살아온 저 사내에게 훈계를 하자니 그것도 참 같잖은 일이었다.

“이건 신전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이론이라고요. 애초에 용사님의 생성 과정도 이거랑 연관 있는데.”

“억지로 연관 짓지 마. 그런 헛소리에 열을 올릴 거면 차라리 잠을 자는 편이 낫지 않겠어?”

하넨은 툴툴거리며 잘 준비를 했다. 자기 무릎에 머리를 베고 잠들어 있는 용사를 제대로 바닥에 눕혀 주고, 모포까지 꼼꼼히 덮어 준 후 자기도 그 옆에 누웠다. 그동안 케르츠는 오르골의 태엽을 돌렸다. 오래된 물건치고는 제법 맑은 음색이 오르골에서 흘러나왔다.

‘뭐, 생각해 보면 아예 틀린 소리는 아니군. 이 용사의 생성 과정을 생각해 보면…….’

<이미 악을 배운 존재는 아무리 선해지려고 해도 선하지 못하게 된다. 선과 악 중 한 가지를 택할 수 있는 시점에서 인간은 이미 잘못된 존재고, 궁지에 몰린 순간에 악을 택하는 존재는 아무리 평소에 선을 택하는 성격이라 할지라도 가치가 없다.>

온건파가 완전히 숙청된 지금의 신전에서는 그런 류의 과격론을 내놓는 이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넨도 얼핏 주워들은 적 있었다.

그들은 악을 조금도 배우지 못한 순수한 인간을 원했다. 성장하는 인간이 아닌 완성된 인간을 바랐다. 인간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조금쯤은 악에 물들게 되는데, 그런 식으로 악에 물든 인간은 더 이상 순수하지 않으며 악을 정화할 가치조차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지금 하넨의 옆에서 잠들어 있는 용사는, 그런 과격론자들의 아집이 만들어 낸 예상 밖의 성공작이었다.

태아를 급속도로 성장시켜 성인으로 키우는 게 아니라, 애초에 완전한 성인의 육체를 만들어 낸 다음 그 육체에 힘과 의무감과 정화의 권능을 불어넣었다. 기쁨도, 사랑도, 간절함도 배제한 채 그저 악을 정화해야 한다는 사명감만을 중요시하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용사는, 수백 년 만에 정화의 권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어 이렇게 미궁의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인간이 만든 피조물답게 이 용사 또한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신전의 미치광이들은 용사가 미궁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완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미궁의 중심에 도달할 때쯤 밝혀지겠지.

악을 정화하는 그릇, 이름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용사. 미궁의 중심에 도달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목표도 가지지 못한 맹목적인 어린아이. 하넨은 그런 용사를 내심 안쓰럽게 여기고 있었다.

물론, 용사를 안쓰럽게 여기는 것과 용사의 사명을 돕는 건 아예 다른 문제였지만.

“저는 조금 나중에 잘게요. 용사님이 푹 주무시는 동안 고기 손질도 해 놓고.”

오르골에서 흘러나오는 음색을 흥얼거리면서 케르츠는 가방을 뒤졌다. 그는 가방 깊은 곳에서 천에 감싸인 무언가를 꺼냈고,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는 하넨은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며 몸을 웅크렸다.

그는 용사에게 사용했던 수면독이 자신에게도 통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물론, 정화의 권능이 없는 자신에게 그 독을 적용하면 잠들듯이 죽어 버리겠지만 말이다.

“아우, 아우우…….”

케르츠는 담담하게 천을 벗기더니 그 안에서 나온 ‘쌍둥이 아기’를 툭툭 건드렸다. 샴쌍둥이처럼 하반신이 달라붙은, 토끼와 사람을 적당히 합친 것처럼 기괴하게 생긴 쌍둥이였다. 쌍둥이는 깨어나자마자 앞발을 열심히 휘저으며 케르츠에게서 도망치려 했지만, 아기답게도 힘이 약해서 제대로 도망치지도 못하고 꿈틀거릴 뿐이었다.

하넨은 녀석들이 아우성치는 소리를 듣기 싫어 귀를 꽉 틀어막았다. 저 소리는 몇 번을 들어도 역겹게 느껴져서 토할 것 같았다.

저 쌍둥이 아기는 케르츠가 어느 암시장에선가 비싼 값을 치르고 사 온 인공 생물이었는데, 사실상 용사 일행의 유일한 식량 공급원이었다. 듣자 하니 오염된 세상에서는 저 쌍둥이가 꽤나 고급스러운 축에 드는 ‘상류층 식량’이라고 한다. 병을 옮길지도 모르는 쥐나 괴물의 고기보다는 훨씬 더 깨끗하고 위생적이라나 뭐라나.

케르츠는 가방에서 커다란 식칼을 꺼내더니, 마치 생고기를 반으로 자르듯 쌍둥이를 반으로 분리했다. 쌍둥이는 끔찍한 소리로 울부짖었는데, 그게 고통 때문인지 자신의 반쪽과 떨어진 슬픔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케르츠는 변함없이 오르골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반으로 갈라진 아기를 붙잡았다. 태아 중 한쪽은 움직이지 못하도록 발로 밟아 고정해 둔 다음, 나머지 한쪽은 마치 정육점 고기를 썰듯 토막 내 썰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살아 있던 쌍둥이 중 한쪽은, 순식간에 가죽이 벗겨지고 뼈가 발골된 싸늘한 고깃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아껴 먹으면 용사 일행의 한 끼 식사는 될 법한 크기의 고기였다.

“자, 마법사님. 이쪽 좀 재생시켜 주세요.”

“네놈이 해. 갑옷의 마력을 쓰면 되잖아.”

“죄송하지만 그건 좀. 인면철의 힘을 자주 빌리면 광증이 도지기 쉽다고요.”

하넨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토끼다. 이건 어디까지나 토끼 고기에 불과할 뿐이다. 물론 하넨은 이 아기가 반쯤은 인간을 닮아 있다는 사실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마음이 편했다. 하넨은 불편한 심기를 가라앉히려 애쓰며 케르츠가 내민 아기를 받아 들었다. 몸의 절반이 잘려 나간 아기는 요란하게도 울고 있었다.

그가 아기에게 마력을 불어넣자 아기의 몸이 갑자기 훅 불어났다. 피가 줄줄 흐르던 상처에서 종기처럼 부글거리는 살덩어리가 자라났고, 그 살덩어리는 순식간에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더니 샴쌍둥이의 형태가 되었다.

다시 쌍둥이가 된 아기는 언제 울었냐는 듯 기분 좋게 흥얼거리며 눈을 감고 잠들었다. 케르츠는 하넨에게서 원상 복귀된 아기들을 받아 든 후 다시 식칼을 들었고, 똑같은 짓을 수차례 반복해서 충분한 양의 ‘식량’을 얻어 낸 후에야 아기를 천으로 감싸 가방에 넣었다.

어차피 진짜 생명도 아니고, 마력을 불어넣으면 두 배로 크기가 커질 뿐인 인공 생물이니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건만―그래도 하넨은 이 짓을 할 때마다 늘 찝찝했다. 용사가 자신이 먹는 고기의 출처를 모른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 할 지경이었다.

“그나저나, 그 상인이 데리고 다니던 인형 말인데요.”

“그 푹신푹신하게 생긴 인공 생물? 그게 왜?”

어느새 노래가 끝난 오르골을 가방에 집어넣던 케르츠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 인형이라면 하넨도 알고 있었다. 인공 생물치고는 매우 무해하게 생긴 생김새에, 의외로 신체 기동성이나 자율성이 뛰어난 녀석이라 기억에 남았다.

마법사들이 흔히 데리고 다니는 사역마 중 하나라고 하넨은 이해하고 있었다. 보통 그렇게 평범한 형태의 사역마는 드물고, 여러 마리의 동물이나 사람을 합쳐 놓은 것처럼 흉측하고 기괴하게 생긴 케이스가 훨씬 많지만―어쨌든 그 상인이 자율성을 갖춘 사역마 하나쯤 데리고 있는 건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거, 저에게 정보 주입을 시도하던데요.”

“생각보다 고등한 인공 생물이네. 어떤 정보?”

“그것까진 잘 몰라요. 인면철 갑옷의 보호 작용으로 대부분은 차단되었거든요. 그저 대략의 의지만 읽었죠. 용사의 완성을 위해선 다소의 혼란도 필요하다, 뭐 그런 요지던데.”

꽤 희한한 소리라고 생각하며 하넨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기가 뭔데 용사의 완성이니 뭐니 하는 건방진 소리를 하는 거야? 케르츠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목을 주무르고 있었다.

“애초에 그 상인, 대체 왜 이런 미궁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걸까. 아무리 반쯤 죽은 놈이라고는 해도 여기보다는 바깥이 낫지 않아?”

“그 상인의 목적이 뭔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딱히 뭔가를 숨기고 있는 기색은 아니지만……. 그 어수룩한 꼬락서니를 보니 큰 위협이 될 것 같지는 않더군요. 조금은 순진한 면도 있어 보이고.”

혹시 그 상인은 용사와 일행들을 도우려는 목적에서 이 미궁에 들어온 걸까? 하넨은 그 이상한 상인의 의도를 추측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지만 졸려서인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졸린 건 케르츠 또한 마찬가지인 듯, 케르츠는 연신 하품을 해 대며 모포를 몸에 둘렀다.

“뭐, 무해해 보인다면 지금은 놔두자. 미궁을 걷다 보면 또 어딘가에서 나타나겠지.”

“맞는 말이군요. 많이 피곤해 보이시는데, 일단은 좀 잘까요.”

“누가 할 소리를. 너야말로 엄청 피곤해 보이잖아. 눈 좀 붙여.”

하넨과 케르츠는 모포를 덮고 몸을 웅크린 채 사이좋게 잠들었다.

미궁에서의 밤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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