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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이 필요하신가요? (99)화 (99/154)

제99화

아무리 현실에서 극한의 고통에 휩싸이고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한다고 해도.

[꿈에만 들어오면 이렇게 정신이 맑아지니.]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꿈에서도 쉴 수 없으니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나는 어둡게 펼쳐진 공간 속에 홀로 앉아, 이 자리에 나타나야 할 문의 주인을 떠올렸다.

‘루스.’

처음 만났을 땐 이름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 아마 지금도 현실에서는 그 무엇으로도 불리지 않고 있을 내 친구.

그를 가둔 사람이 바로 솜니움의 황제라니.

[……황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끝판왕이 나타나 버릴 수 있냐.

나는 그대로 벌러덩 드러누워 하나둘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내가 목소리를 잘못 기억하고 있을 확률은……, 없겠지.’

작은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 몇 번이나 루스가 보여 줬던 장면을 떠올리고 또 떠올렸으니까.

고작 한 문장뿐인 목소리라도 듣고 또 듣다 보면 귀에 익기 마련이다.

‘게다가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착각일 수가 없어.’

유스틴의 말과 행동을 떠올리면 답은 이미 나온 거나 다름없었다.

유스틴조차도 ‘건드릴 수 없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하나밖에 없겠지.]

저보다 위에 있는 사람의 것.

즉, 황제의 것.

‘폐하 앞에서 그 어떤 것도 티 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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