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
“아직 해야 할 이야기가 더 남았나요?”
뒤이어 유스틴 역시 본래의 표정을 되찾고서 부드럽게 물었다.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있지. 그것도 아주 중요한 이야기. 앞으로의 우리 사업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바로 그 이야기.
“용병을 구하고 싶은데요, 제가 이쪽 방면으로는 거의 무지하다고 봐도 무방해서요.”
용병 이야기는 신문에도 잘 안 나오고, 아버지랑도 거리가 멀어 자주 접하질 못하다 보니.
내 말에 유스틴이 슬며시 고개를 기울이며 재차 물었다.
“용병이라면, 레이디를 따로 호위할 자를 원하는 겁니까? 그거라면 에버딘 가문의 호위를…….”
“안 돼요, 그건.”
나랑 같이 드래곤 레어 출입할 사람 구하려는 거란 말이야.
이번에는 고개를 격렬히 내저으며 말하자, 유스틴의 고개가 이전보다 더더욱 기울어졌다.
나는 흔들리는 뇌를 진정시키며 말을 이었다.
“물론 대공자님께서 저를 위해 호위를 보내 주시는 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제 사람이 필요해요.”
너희 가문 사람이면 너희 가문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거 아니야.
내가 어딜 드나드는지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칠 것 같단 말이지.
어차피 어르신의 허락이 없는 이상 누구도 레어에 출입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게 있지 않은가.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가문이 얽히게 되면 골치도 아플 테고.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정확히 어떤 용병이 필요한 겁니까?”
이번에도 내 부탁이 능력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건지, 유스틴은 더 캐묻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가 주었다.
나는 그에게 속으로 감사한 마음을 건네며 조건을 늘어놓았다.
“우선, 따로 모시고 있는 주인이 없어야겠죠. 입이 무거워 받은 의뢰에 대해서는 일절 말을 꺼내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고요. 또 무엇을 요구하든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아, 마법사는 안 돼요.”
그 귀하다는 마법사인 만큼 고용비도 만만치 않겠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어르신이 바보가 아닌 이상 결계 안에서 마법을 쓸 수 있게 해 놓지는 않았겠지만, 혹시 무슨 짓이라도 하면 어쩐단 말인가. 온갖 실험의 장으로 쓸 가능성도 있고.
물론 어르신은 괜찮겠지. 죽는 건 당연히 마법사와……, 운이 좋지 않으면 내 가문이 될 수도.
응. 마법사는 절대 안 돼.
“그리고 힘이 정말로 세고, 검술에도 능해서……. 와이번을 이길 수 있는 사람?”
“마지막 조건이 꽤 구체적이군요.”
“제가 상상력이 꽤 좋은 편이라.”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자, 유스틴의 눈매가 또 한 번 가늘어졌다.
이상해 보이겠지. 나도 알아. 하지만 내가 이러는 게 하루 이틀이니.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찾아보겠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유스틴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건넸다.
“감사해요, 대공자님!”
하지만 내가 감사 인사를 건넨 그 순간.
“대신.”
유스틴이 바로 내 말을 막아섰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대신? 대시이인?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여기서 갑자기 조건을 거네?
“뭔데요?”
일단 들어 보자는 심정으로 묻자, 유스틴이 표정 없는 낯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다 말고 말을 내뱉었다.
“우리 사이의 관계를 다시 정립합시다.”
“네?”
“후원자와 피후원자, 동업자의 관계보다는……, 그래.”
곧이어 그가 부드럽게 눈매를 휘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친구가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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