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남자 밥해주기-50화 (50/93)

50화. 쓸모 없어진 차은돈.

쾅쾅-!

“사장님! 안에 있어요!? 문 좀 열어줘요~!”

이른 아침부터 요란하게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에, 독현이 슥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침대에 파묻혀 있던 상체를 일으켰다.

“사장니임-!”

맨션을 통째로 쩌렁쩌렁 울리는 차은돈의 목소리. 기차화통이든 사이렌이든 집어 삼킨 게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아침 댓바람부터 저렇게 우렁찰 수가.

“사장님! 밖에 꽤 춥거든요!? 얼어 죽겠다구요! 좀 일어나 봐요!”

그녀의 채근에 독현이 졌다는 듯 침대에서 내려섰다.

그런데, 순간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다.

그가 한손으로 머릴 받쳐 든 채 미간을 좁혔다. 어제 지회장 자택에서 최면치료를 받고 난 이후, 이 엿 같은 두통이 계속 되고 있었다.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최면 전후의 기억은 아무것도 나지 않았다.

애초에 최면 요법이라니. 그런 바보 같은 짓에 덩달아 휩쓸리는 게 아니었는데.

그가 날카로운 시선을 곧추세우며 방 문고리를 잡았다.

잠시 후.

타앙-! 맨션 안에 들어선 은돈이 대리석 식탁위에 찬합 통을 내려놓았다.

“이거만 냉장고에 넣어 놓고, 바로 아침 차려드릴게요. 같이 먹어요.”

그녀가 곁에 선 독현을 보며 발랄하게 웃었다.

“……”

독현이 무려 6단 짜리 찬합 통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내가 정리할게.”

이윽고 그가 찬합 통을 통째로 들어 냉장고 깊숙이 집어넣었다.

“뭐에요 그게?! 하나하나 꺼내서 반찬통에 옮겨 담아야,”

“됐어.”

“……네?”

“좀 일찍 나갈까. 오늘은.”

“그럼 밥은……?”

은돈이 고개를 갸웃하자 독현이 탁! 냉장고 문을 닫았다.

“이상하게 입맛이 없군.”

“……뭐……그래요 그럼. 일찍 나가요.”

우 씨. 뭐야.

새벽같이 일어나 샘킴에 빙의된 듯 불앞에서 지지고 볶았는데.

“수고했다는 말은 애초에 기대도 안했지만……”

입이 댓 발 나온 은돈이 작게 종알댔다.

“간만에 여기까지 왔는데. 맛있게 좀 먹어주면 어디가 덧나나. 하여간 배려심이라곤 개미 똥구멍만큼도 없어가지고.”

“다 들려.”

그녀에게서 돌아선 독현이 시크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은돈의 볼멘소리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들리면 뭐. 내가 틀린 말 했나? 자기가 뭐 요리를 해봤어야 알지. 한 번에 반찬 열댓 개 씩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

그때였다. 궁시렁대는 은돈의 품으로 툭, 가디건이 날아왔다.

얼결에 받아든 그녀가 저만치의 독현을 바라보았다.

“뭐에요?”

“춥다며. 입고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그가 대리석 기둥의 난방 스위치를 ON하며 말했다.

흥. 은돈이 새침한 시선으로 손에 든 가디 건을 바라봤다.

“이것도 그래. 툭 던져주면 뭐, 내가 어이구~고오~맙습니다 하고 입어야 되나?”

투덜투덜 거리며, 그녀가 가디건에 팔을 구겨 넣었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독현이 픽 웃고는 방안으로 사라졌다.

“치.”

은돈 역시 그의 뒷모습을 보며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

in 다원정 한식 레스토랑.

텅 빈 주방에서 은돈이 즐겁게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너무 일찍 출근 했나 봐요. 사람들 오려면 아직 사십분이나 남았는데. 뭐하죠?”

“글쎄.”

독현이 넓은 주방을 거닐며 들떠있는 은돈을 말없이 뒤따랐다.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데 넌?”

“네? 아아, 전 주방에 혼자 있으면 괜히 설레고 좋더라구요. 꼭 여기 주인이 나 같아서……”

그녀가 베시시 웃었다.

“옛날에 내 꿈이 뭐였는지 알아요? 나중에, 아주 나중에 내 주방이 생기면……거기서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이랑 꿈같은 웨딩마치를,”

피식. 은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독현의 적나라한 비웃음 소리가 주방 안을 울렸다.

“지금……웃었겠다?”

“미안. 비웃으려는 의도는……약간 있었어.”

짓궂게 말하는 독현을 보며 은돈이 눈을 흘겼다. 이윽고 그녀가 다시 감상에 젖은 채 두 손을 맞잡았다.

“요즘 소규모 웨딩이 대세잖아요. 나도 꼭 내 주방에서 결혼할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이랑 반지 주고받으면서, 친구들 축하 받으면서. 단촐하게……현실성이 좀 떨어지죠?”

“상당히 떨어지는군. 굳이 이런 곳에서 결혼씩이나 해야 돼?”

그녀의 계획이 영 맘에 안 드는지, 독현이 인상을 구겼다.

은돈이 그를 쳐다보며 푸, 웃었다.

“누가 사장님이랑 결혼한대요?”

“뭐?”

“사장님은 격에 맞게 좋은데서 식 올리세요. 뭐, 초호화 크루즈 웨딩 그런 거 많더구만.”

“진심이야?”

“네. 좋잖아요, 선상 결혼식.”

“그거 말고.”

독현이 미간을 찌푸린 채 은돈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너. 나랑 결혼 왜 안 해.”

아이처럼 직설적으로 물어오는 그를 보며, 은돈이 혀를 내둘렀다.

“결혼은 무슨? 우리가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리고 나 아직 스물여섯이에요 사장님. 급할 거 없다구요.”

“나도 그닥 급할 거 없어.”

“잘됐네요 그럼.”

“그래.”

독현이 고집스레 대꾸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미묘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사장님. 나 이제 오픈 준비해야……헙!?”

말을 잇던 은돈이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독현이 그런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가뿐히 들어 올려 쉐프 테이블 위에 앉혔다.

“뭐, 뭐하는 짓이에요?”

“다시 말해봐. 솔직히.”

“뭘요!”

“……진짜 나랑 안 해?”

독현이 은돈을 붙든 채 물었다. 그의 짙은 눈빛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은돈을 향하고 있었다.

“진짜……유치한 걸로 치면 사장님이 대준이도 능가하겠어요.”

“대준이? 그게 누군데.”

“우리 작은 아부지네 늦둥이요. 이번에 기린반 들어가요.”

“……장난해?”

독현이 은근슬쩍 자신을 회피하는 은돈의 시선을 집요하게 쫓았다.

“네가 나랑 결혼하겠다고 하면. 이런데서 반지 주고받는 거, 한번 고려는 해볼게.”

“……”

뭐야 이 남자. 왜 이렇게 진지해? 진짜로 토라지기라도 한 거야?

은돈이 저도 모르게 풋 웃었다. 독현이 미간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왜 웃지?”

“아뇨, 아니에요! 뭐 사장님 마음은 잘 알겠어요. 신중히 고민해 볼게요, 우리 결혼.”

은돈이 다시 장난스레 웃었다. 무심결에 그녀를 따라 웃을 뻔한 독현이 짐짓 표정을 굳히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럼. 일해.”

그가 붙잡았던 은돈의 허리를 스륵, 놓았다.

“가려구요?”

일순. 그녀가 뭐에 홀린 듯 독현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곤 붉게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저기요. 오늘은……해도 되는데.”

“……?”

“그게……뽀……”

“뽀?”

“뽀뽀……”

말을 뱉은 은돈의 뺨이 화르르 타올랐다.

안 돼, 빨개지지 마. 넌 더 이상 연애 쭈구리가 아니야 차은돈. 눈앞의 이 완벽한 남자가 네 거잖아.

“뽀. 뽀.”

은돈이 과하리만큼 또박또박 발음하며 질끈 눈을 감았다.

그리곤 굳은 결심을 한 듯 뿌우우 입술을 내밀었다.

“……”

독현이 쉐프 테이블에 올라앉은 그녀를 뻥진 얼굴로 응시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얼굴이 아닌, 우스꽝스럽게 내밀어진 입술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특유의 시니컬한 미소가 독현의 입가에 걸렸다.

그가 고개를 비스듬히 젖혀 은돈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곧장 입을 맞추려다, 잠시 멈칫했다.

“……너무 건전하잖아.”

낮은 어조로 읊조린 그가 이내 방향을 바꿔 은돈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사장님,”

약간 당황한 채로, 은돈이 손을 뻗어 그를 밀어내려 시도했다.

그러나 그 손은 도리어 독현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가 맹목적으로 은돈의 목덜미를 탐닉하며 그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어쩔 줄 몰라 하던 은돈이 곧 그를 밀어내기를 포기한 듯 떨리는 눈을 감았다.

창가의 블라인드 사이로 아침햇살이 새어 들어왔다. 쉐프 테이블 위의 은돈이 곧 독현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주방 입구로 누군가의 거대한 그림자가 들어섰다.

“헉……”

은돈과 독현의 모습을 발견하곤 돌처럼 굳어버린 그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소형이었다.

“뭐, 뭐여 저게……”

휘둥그레 한 눈으로 두 사람의 농밀한 키스를 지켜보던 소형이 곧 정신을 가다듬곤 주방을 벗어났다.

찰칵, 이내 조심스레 문을 닫은 그녀가 스르륵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저기! 나 사장님이랑 니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거든?’

그녀가 은돈의 말을 회상하며 고개를 떨궜다.

“그렇고 그런 사이 맞으면서……치……”

소형이 굳게 닫힌 주방을 울적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어느덧 그녀의 눈시울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

“너……혹시 울었어?”

오픈 준비가 한창인 주방. 은돈이 벌게진 소형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 아닌디유! 울긴 누가 울었다 그려!”

뜨끔한 소형이 도리도리 고개를 내저었다.

“표정이 안좋은데…… 혹시 홀에서 한소리 들었어? 총지배인이 뭐라고 해?”

“아니, 그것은 아닌디……”

우물쭈물하던 소형이 곧 맥이 탁 풀린 듯 입을 열었다.

“실은……오늘 지 첫사랑이 쫑 나버렸구만유.”

“쫑?”

“예. 고백도 못해보고 끝나 버렸슈. 근디, 괜찮아유. 오랜만에 그 사람 얼굴 본 것만으로 지는 만족 하거든유.”

그녀가 눈앞의 은돈을 멀거니 쳐다보았다.

“아주 예쁜……심지어 맘씨까지 비단결 같은 애인이 있더라구유. 나 같은 거랑은 비교도 안 되는. 에라, 죽자 죽어! 나처럼 뚱뚱하고 못생긴 인간은 나가 뒤져야 돼유!”

소형이 퍽퍽, 자신의 머리를 내려쳤다. 깜짝 놀란 은돈이 재빨리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죽긴 왜 죽어! 아직 우리가 못 먹어본 게 얼마나 많은데!”

쯔쯧. 쟨 저걸 위로라고 하냐.

저만치에 선 경훈이 혀를 차며 국 냄비를 휘저었다.

“언닌 제 맘 몰라유! 언니같이 날 때부터 예쁘고 날씬한 사람들은 죽었다 깨두 모른다구유!”

“뭐?”

은돈이 황당함에 입을 벌렸다. 그때, 주방입구에서 총지배인이 고개를 빼꼼 디밀었다.

“거기, 황 덩치 씨? 이따 시간 나면 홀에 못질 좀 해줄래요? 보아하니 힘깨나 쓸 것 같은데.”

말을 마친 지배인이 호홋! 조롱조로 웃어보였다.

황 덩치라니……저거, 저거, 전생에 놀부 엑스 동생이었나. 왜 저렇게 심술이야?

은돈이 훅, 뜨거운 콧김을 내뿜었다. 그리곤 총지배인에게 한마디 쏘아 붙이려는데, 덥석……소형이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괜찮아유. 언니 같은 모태미녀는 잘 모르겠지만, 난 이런 게 일상이거든유. 그냥 나만 참으면 모두가 괜찮아질,”

“너. 듣자듣자 하니까 정말. 잠깐 나 좀 봐!”

화가 난 은돈이 소형을 잡아끈 채 주방 출구로 향했다.

총지배인이 자신의 곁을 지나치는 두 사람을 보며 뾰로통하게 입을 삐죽였다.

……그로부터 약 오 분 후, 직원 휴게실.

은돈이 자신의 지갑에서 꺼내든 주민등록증을 소형에게 내밀었다.

“이걸 왜……”

“자세히 봐봐.”

은돈의 말에 소형이 고갤 갸웃하며 주민등록증을 받아들었다. 그리곤 정확히 3초 후.

“아악!”

소스라치게 놀란 그녀가 은돈의 주민등록증을 등 뒤로 집어던졌다.

“바, 방금 굉장히 굉장한 걸 봤어유! 언니 주민등록증에 이영자가! 아니, 이영자를 닮은 웬 뚱보가! 뚜, 뚱땡이가……”

“그거, 나야.”

은돈이 태연하게 말을 이음과 동시에, 소형이 제 심장을 컥 움켜쥐었다.

“사진 속 그 뚱……아니 그 사람이 언니라구유? 진짜로?”

“나, 딱 죽을 만큼 다이어트 했어. 여기 사장님이……널 대하듯 나한테도 함부로 굴었었거든.”

“……정말……정말유? 진짜? 참말루?”

몇 번이고 되묻는 소형을 보며 은돈이 확신에 차 대답했다.

“너도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어. 넌 아직 어리고, 가능성도 많고, 또……”

열심히 자신을 위로하는 은돈을 뒤로한 채, 소형이 땅에 떨어진 주민등록증을 주워들었다. 그리곤 사진속의 은돈을 멍하니 응시했다.

달덩이처럼 부풀어 오른 이 얼굴은 마치, 마치……희여멀건한 왕만두, 아니 뭉개진 빵떡 같잖아.

“언니두……나 같았을 때가 있었네……나처럼 뚱뚱하고, 하잘 것 없고, 별 볼 일 없었을 때가 있었네유, 언니도?”

“응? 뭐……그렇지.”

은돈이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소형이 살짝 고개를 쳐들었다. 주민등록증을 쥔 그녀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나도 노력하믄……달라질 수 있을까유? 언니처럼 예쁘고, 언니처럼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까유?”

“넌 나보다 더 잘해낼 거야. 뭐든지.”

은돈이 소형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그와 동시에 모두에게 멸시받던 자신의 과거가 눈앞을 아른댔다. 소형은 자신을 닮아 있었다. 그래서, 꼭 친구가 돼주고 싶었다.

은돈의 그런 마음이 소형에게도 전해진 걸까. 곧 그녀가 복스러운 얼굴을 치켜들었다.

“내 첫사랑한테……고백도 할 수 있을까유? 언니처럼 예뻐지면?”

“응. 응원할게.”

“……언니이!”

느닷없이 덥석, 그녀가 은돈을 껴안았다.

“나 오늘부터 언니 팬 해도 되쥬?! 마, 말도 놓고 싶은디……”

“응. 편하게 불러.”

“참말, 진짜로!? 그래도 돼?!”

소형이 감격한 듯, 눈에서 하트 빔을 발사했다.

“언니, 그 손목에 찬 시계는 뭐여? 어디 거여?”

“응? 이건 그냥 인터넷에서 산 건데……”

“거기 사이트 좀 알려 줄 수 있남? 그리고 언니 핸드폰 기종은 뭐여? 어떤 거 써?”

“핸드폰?”

은돈이 되묻자, 소형이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풀죽어 있던 모습은 온데 간 데 없었다.

“이제부터 언닌 내 롤 모델이여! 나도 차은돈처럼 꾸미고, 입고, 말할겨! 열심히 노력해서 언니 같은 사람이 되고 말거여!”

“저기, 날 따라 하기보다 너 스스로 변하는 편이,”

“젤 좋아하는 음식은? 취미는 뭐여? 즐겨듣는 18번은?”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물어오는 소형을 보며, 은돈이 저도 모르게 짐짓 뒷걸음질을 쳤다.

뭐지 이 상황은?

그녀가 마구 들이대는 소형을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후, 하……”

프레지던트 룸.

소파 테이블 위로 음식을 세팅하던 은돈이 한숨을 내쉬며 털썩 자리에 앉았다.

맞은편의 독현이 그녀의 초췌한 얼굴을 내리훑었다.

“무슨 일 있어?”

“네? 아, 실은 오전 내내 좀 시달려서요.”

“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독현의 한쪽 눈썹이 치솟았다. 그와 동시에 은돈이 픽 웃었다.

“있어요. 종일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귀여운 스토커가.”

스토커? 순간, 독현이 심각한 얼굴로 되물었다.

“혹시. 이지세 출근했나?”

“네?”

은돈이 황당하다는 듯 그를 마주보았다.

“지세. 출근은커녕, 연락도 안 되거든요?”

그녀가 시선을 뚱하게 내리깔았다.

“부주 얘기 들어보니까, 주방 식구들 연락은 안 받는 것 같더라구요. 집에도 며칠 째 안 들어오는 것 같고……”

“……”

“대체 어디서 뭘 하는지. 이건 뭐, 병가를 낸 건지 사표를 쓴 건지 헷갈릴 정도라니까요.”

“……”

독현이 한쪽 팔로 턱을 괸 채, 눈앞에서 툴툴대는 은돈을 응시했다.

“너……”

“네?”

독현의 예리한 시선이 은돈의 목덜미를 향했다.

“너, 계속 그러고 돌아다닌 거야.”

“뭐가요?”

은돈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독현을 바라보았다.

뭐야……갑자기 느낌이 쌔-한데?

그녀가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곤 거울 어플로 자신의 목덜미를 비추었다.

“헉……?! 이거 뭐야?!”

그녀가 목덜미에 선명한 키스마크를 발견하곤 경악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이거……이거 어떻게 해요!”

은돈이 양 손으로 목을 부여잡고는 외쳤다.

“사장님 일부러 그랬죠!”

“그럴리가.”

독현이 사악한 얼굴로 물 잔을 집어 들곤 한 모금 들이켰다.

“혹시 밴드나 반창고 없어요? 아예 붕대도 좋구요! 목을 싹 다 감아버리게요!”

은돈이 불긋한 목덜미를 연신 비춰보며 다급히 외쳤다.

독현이 그런 은돈의 손에 반창고 대신 젓가락을 쥐어주었다.

“일단 먹지.”

“지금 내가 점심이 넘어가요? 사장님은 자기 일 아니라고……진짜…… ”

은돈이 울상을 한 채 말을 잇자, 독현이 피식 웃었다.

그리곤 태연하게 젓가락을 들어 앞에 놓인 반찬을 집으려는 찰나.

“……왜 그래요?”

맞은편에서 멈칫하며 얼굴을 굳힌 독현을……은돈이 의아한 듯 바라봤다.

“얼른 드세요. 아침도 생각 없다고 굶었잖아요.”

“……”

그녀의 말에 독현이 잠자코 시선을 끌어내렸다.

뒤이어 그가 테이블 위에 세팅 된 차은돈표 반찬들을 차례로 응시했다.

왜일까. 기분이 묘했다.

그녀의 요리가 맞는데. 분명 차은돈이 만든 게 맞는데.

집으려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거북함이 밀려들었다.

“사장님? 뭐해요? 갑자기 왜 그래요? 혹시, 키스마크 때문에 그래요?”

“……”

“에이. 걱정 마요. 내가 안 보이게 잘 가리면 돼요.”

“차은돈.”

“네?”

“……아니. 아냐.”

그가 은돈의 시선을 회피했다.

그리곤 다시 젓가락을 들어 앞에 놓인 김 계란말이를 집어 들었다.

차은돈이 만든 것 중에 가장 간단하지만, 분명히 그가 좋아하는 요리 중 하나였다.

독현이 집어든 계란말이를 망설임 없이 입에 넣었다.

그러자……기다렸다는 듯 구토증세가 일었다. 역한 계란말이 맛에, 독현이 충격을 받은 듯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뭐에요. 뭔데 갑자기 그렇게 무서운 얼굴을 해서는……”

은돈이 말끝을 흐리며 독현을 응시했다.

마찬가지로 독현 역시, 복잡하게 엉킨 눈빛으로 은돈을 바라 봤다.

일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은돈이 출렁이는 눈으로 자신의 요리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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