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남자 밥해주기-33화 (33/93)

33화. 난 차은돈을 해고할 생각이야.

“차은돈. 퇴근해.”

“……네?”

“못 들었어? 집에 가라고.”

“아니 뭔, 갑자기 쫓아 보내고 그래요? 회장님이 직접 보자시는데 홀에 나가 봐야죠.”

“그럴 필요 없어. 오늘은 그만 들어가.”

독현이 황당해하는 은돈을 빤히 바라보았다.

지명준 회장이 갑자기 이 여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이유야 뻔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굴욕감을 선사하기 위해서. 감히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도 보지 말라는 것을 몸소 가르쳐주려고.

되려 자신이 은돈에게 목을 매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회장은 어떤 표정을 지어보일까.

어찌됐든 그는 은돈을 탐탁지 않아 할 것이다. 굳이 그런 자리에 데려가 벌서듯 세워 놓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퇴근해.”

은돈을 향해 짤막한 한마딜 던진 후 그가 먼저 프레지던트 룸을 나섰다.

“뭐해요 차은돈씨! 빨리 따라가 보지 않고!”

총지배인의 서슬에, 은돈이 난감한 얼굴로 방을 빠져나왔다. 잠시 후. 그녀가 독현을 쫓아 복도를 걸었다.

“저기요, 사장님이 뭘 걱정하는지 대충은 알겠는데요. 너무 염려하지 말,”

“후문은 저쪽이야.”

앞서 걷던 독현이 우뚝 멈춰 선 채 은돈을 후문 쪽으로 돌려세웠다.

“우리 이러지 말죠? 사장님도 알잖아요. 내가 회장님을 바람맞힐 군번이에요?”

“당연히 아니지!”

일순 들려오는 소라의 음성에, 독현과 은돈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복도 끝머리와 연결된 홀 중앙. 소라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독현의 시선이 소라에서, 자신의 친조부를 향해 옮겨갔다.

“크흠-”

함께 나타난 독현과 은돈을 보며 지회장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헛기침을 터뜨렸다.

***

VIP룸.

비서를 대동한 채 자리에 앉은 지명준 회장이 자신의 앞에 선 소라와 독현, 그리고 은돈을 차례로 훑었다.

“그래. 네가 여기 사장 요리를 전담하고 있다면서?”

“네.”

은돈이 살짝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한번 솜씨를 구경해보고 싶은데. 괜찮은가?”

“아뇨.”

은돈이 뭐라 대답할 새 도 없이, 독현이 회장의 말을 거침없이 잘랐다.

“오실 때마다 드시던 걸로 준비해드려.”

그가 홀 밖에서 대기 중이던 부주를 향해 말했다.

“아니, 그럴 거 없어. 나는 이 아가씨 음식이면 되네. 뭐든 좋으니까 내 와 봐.”

회장의 말에 부주를 비롯한 전 직원의 시선이 다시 독현에게 쏠렸다. 이미 언짢은 기색이 역력한 그의 얼굴. 하지만 친조부의 고집을 알기에, 독현은 그만 입을 다물었다.

“그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때 은돈이 옅게 떨리는 음성을 내뱉었다. 이윽고 꾸벅 인사를 해보인 후 밖으로 나서는 그녀를 보며, 피식. 소라의 입가에 조소가 걸렸다.

“……꼭 이런 불쾌한 자릴 만드셔야 했습니까?”

어느덧 세 사람이 남은 룸 안. 독현이 날카롭게 친조부를 응시했다.

“뭘 그렇게 불안에 떨어. 내가 아까 그 아이를 잡아먹기라도 해?”

“그럼 굳이 여기까지 제 직원을 만나러 오신 이유가 뭡니까.”

“그 아이가 네 요리를 전담할 만한 그릇이 되는지 직접 알아보려고 왔다.”

순간 독현의 낯빛이 살짝 굳어졌다.

“그 여자가 자격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제가 판단합니다.”

“하하! 내가 명색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식 프렌차이즈의 수장이야. 그런데 일개 요리사 자질 하나 가려내지 못할까봐서 그러냐? 아니면 자신이 없는 게야?“

“아마도 후자겠죠.”

소라의 비아냥에 독현의 안색이 한층 더 굳어졌다. 무슨 요리를 내와도 어차피 칭찬 받지 못할 자리. 그가 답답하다는 듯 눈앞의 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잠자코 한 모금 들이켰다.

……같은 시각.

주방에선 은돈을 둘러 싼 부주와 조리사들의 사과 퍼레이드가 한창이었다.

“쏘리 차은돈! 진짜 미안해! 우린 정말 몰랐어. 털보 그 자식이 고의로 초계탕을 건드렸을 줄은……”

“괜찮아요. 오해할만한 상황이었잖아요.”

은돈의 쏘쿨한 태도에 오히려 머쓱해진 부주가 재빨리 언성을 높였다.

“근데 털보 그 쭈구리는 갑자기 왜 그랬대! 아까도 쫓아 낼 필요 없이 지 발로 룰루랄라 짐 싸서 나가더구만! 걔 어디 딴 데 취직했대니?!”

부주의 물음에 몇몇 조리사들이 고개를 으쓱해보였다. 그때 잠자코 서 있던 지세가 한손으로 은돈의 어깨를 짚었다.

“다행이에요. 누나.”

“응. 아 참, 아까 너 왕 터프하더라. 털보 선배 한 방 먹일 때. 근데 앞으론 안 그래도 돼. 그 정돈 나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거든.”

은돈의 너스레에 지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뗐다.

“요리할거에요?”

“응?”

“회장님. 좋은 소리 안하실거에요. 누나 기죽이려고 오신 거,”

“알아. 괜찮아.”

은돈이 지세의 말을 가로막으며 웃었다. 정말이었다. 난 정말 괜찮아. 그녀가 애써 덤덤한 얼굴로 자신의 스토브 앞에 섰다. 그리곤 결심한 듯 불 위에 팬을 올렸다.

***

VIP룸.

보기 좋게 세팅 된 한식 상차림을 내려다보던 지회장이 테이블 너머에 선 은돈을 응시했다.

“자. 뭣들 하고 있어. 같이 들지.”

뒤이어 그가 자리에 앉은 독현과 소라를 향해 운을 뗐다.

“먼저 드셔야 저희도 먹죠.”

소라가 생긋 웃으며 지회장의 앞에 놓인 찻잔에 메밀차를 따라주었다.

힐끗. 그때 독현이 고개를 들어 은돈을 바라봤고, 은돈 역시 그를 마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 교환을 눈치 챈 지회장이 날선 시선으로 접시 위의 관자 구이를 집어 들었다. 그 모습을 본 은돈이 즉각 입을 열었다.

“버터대신 한국식 고추 오일로 구운 관자구이 입니다. 그 옆은 오븐 로스팅 한 양송이,”

“내가 물어봤나?”

“네……?”

“손님이 묻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어? 여기는 직원 교육을 이렇게 시키나?”

예상치 못한 회장의 꾸지람에 당황한 듯 은돈의 눈빛이 흔들렸다.

“죄송합니다.”

지회장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그녀를 보며 독현이 미간을 좁혔다. 차은돈의 입에서 뱉어지는 사과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만 나가 봐.”

그가 은돈을 향해 말했다.

“거기 그대로 서 있게.”

일순, 나가려는 은돈의 발목을 잡아 세운 지회장의 음성.

“이렇게 정성스러운 상차림을 받았으니 적어도 음식 맛이 어떤지는 직접 얘기해줘야 하지 않겠나.”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지회장과 팽팽하게 눈빛을 주고받으며 독현이 말했다. 소라는 그런 두 사람을 흥미롭다는 듯 지켜보았고, 그 즈음 접시로 시선을 내린 회장이 관자구이를 조각내 입에 넣었다.

“음. 맛은 나쁘지 않군. 하지만……”

회장이 은돈을 똑바로 주시했다. 중후한 나이에 걸맞게 깊고 그윽한 눈빛. 하지만 그 눈빛에선 어쩐지 섬뜩한 아우라가 묻어났다.

“관자의 비린내를 제대로 잡질 못했어. 역해서 두 번은 못 먹겠군.”

탁-! 회장이 나이프와 포크를 강하게 내려놓았다.

“아직 이런 곳에서 일할 깜냥은 안 돼 보이는데. 여러모로 운이 좋은 아가씨구만.”

냅킨으로 입가를 누른 지회장이 곧 고고하게 허리를 펴고 앉은 독현을 응시했다.

“내가 제대로 된 사람을 붙여 줄 테니 저 아인 그만 내보내.”

친조부의 입에서 예상했던 한마디가 떨어지자, 독현이 차갑게 웃었다.

“문소라가 무슨 얘길 어떻게 전했는지 모르겠지만……괜한 트집으로 이 여자, 내쫓을 생각 하지 마세요.”

“뭐야?”

“사실……정말로 이 레스토랑을 나가야 할 사람은 따로 있으니까.”

그가 소라를 정면으로 마주보며 말했다.

그때, 잠자코 있던 은돈이 지회장을 향해 한 발 다가섰다.

“제 요리가 입맛에 맞지 않으셨다니 유감입니다만……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절 해고하시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기회를 주세요.”

“……부당? 자네 지금 내 처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나?”

“네.”

잠시 망설이던 은돈이 곧 단호한 시선으로 지회장을 보며 대답했다.

“듣던 대로 아주 당돌하시구만.”

회장의 말에 소라가 그것 보라는 듯 코웃음을 쳤다. 뒤이어 룸 안에 깃든 정적.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지회장이 다시 운을 뗐다.

“보름 후에, 대성명가와 한국 조리 기능 협회가 주관하는 ‘퓨전 한식 요리 박람회’가 제주도에서 열릴 거다. 이미 매체를 통해 접했을 지도 모르겠군. 규모가 꽤 큰 행산데……”

회장이 말을 잇다말고 은돈을 지그시 응시했다.

“거기서 열리는 요리 경연에 참가할 기회를 주지. 자네가 그토록 원하는 정당한 기회 말이야. 단,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긴말 없이 내 손주 놈 식당에서 나가주시게.”

“……눈에 보이는 성과요?”

“적어도 3위안에는 들라는 소리에요. 그것도 못 알아들어요 차은돈 씨?”

아까부터 쿡쿡대며 웃음을 참던 소라가 불쑥 끼어들었다. 세상에 마상에.

“그렇게 큰 행사에서 삼등이요? 삼십 등이 아닌 삼등?”

결국 내 발로 이 레스토랑을 나가란 소리나 마찬가지잖아.

은돈이 충격으로 뒷목을 붙들었다.

미쳤어……정신 나갔어 차은돈. 갑자기 기회를 달라는 소리는 왜 나불대가지고. 안돼. 지금이라도 어떻게든 빠져나가자. 그래 너 비굴한 연기 잘하잖아. 하다못해 똥 마려운 척이라도 해. 그래서 여길 빠져 나……

“해보겠습니다.”

순간 생각과는 전혀 다른 말이 그녀의 도톰한 입술을 뚫고 나왔다.

“저, 해볼게요 사장님. 절대……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내부에서 자아 분열이라도 일어난 듯, 파들파들 떨리는 입으로 억지미소를 지으며 은돈이 엄지를 척 들어보였다.

“뭐야 그 밑도 끝도 없는 제스쳐는. 치워.”

걱정스레 그녀를 응시하던 독현이 마음과는 다른 한마디를 내던졌다.

“하하! 그래, 자네가 경연에서 어떤 결과를 내는지 필히 지켜보겠네. 윤비서. 이만 일어나지.”

“네 회장님.”

몸을 일으킨 지회장이 곁에 앉은 소라의 어깨를 다독여준 후 곧 홀을 빠져나갔다. 자신의 하나뿐인 혈육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저기, 지금 제가 제 정신이 아니라서요……먼저 실례 좀 하겠습니다.”

은돈이 회장의 뒤를 이어 비틀비틀 홀을 벗어났다.

위태롭기 짝이 없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독현이 머잖아 테이블 위에 남은 관자 요리로 시선을 고정했다. 차은돈이 애써 만든 요리.

이윽고 그가 나이프로 관자를 썰어 입에 넣었고, 그때였다.

“아까 니가 말한……이 레스토랑을 나가야 할 사람. 나지?”

소라가 앞에 놓인 찻잔을 여유롭게 들이키며 물었다.

“왜 회장님께 말하지 않은 거야? 내가 음식에 독을 타서 널 다치게 했다고.”

독? 독현의 입가에 냉소가 스쳤다.

“말은 바로 해. 넌 날 다치게 한 게 아니라, 죽일 뻔한 거야.”

“그래.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나도 너 때문에 벌써 몇 번이나 죽었는지 몰라 지독현.”

“말장난 하지 마. 안 통해.”

쿡. 소라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독현이 메마른 눈길로 그녀를 응시하다 곧 나직이 입을 열었다.

“차은돈이 알아.”

“뭘?”

“초계탕. 네가 한 짓이라는 거.”

“……?!”

“그런데도 그 여잔, 날 위해 이번 일을 그냥 덮자고 하더군.”

독현이 재미있다는 듯 소라를 또렷이 응시했다.

“우습지 않아? 차은돈 말에 의하면 니가 내 공식적인 약혼녀라는데.”

“……”

“어째서 공식적인 약혼녀보다 비공식적인 세컨드가 더 날 걱정해주는 거지?”

“하. 차은돈이 니 세컨드라는 걸 인정하는 건가?”

“맘대로 생각해. 니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짓을 하든……내가 차은돈한테 미치도록 끌리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말을 마친 독현이 손에 쥔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괜찮았어. 이 관자요리. 경연 대회 3등이면, 아예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군.”

스윽- 몸을 일으킨 그가 미련 없이 홀을 빠져나갔다.

덩그러니 남겨진 소라가 망연자실 홀 입구를 바라보았다.

……차은돈은 절대 그 대회에서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없을 거야.

“그 여자가 만든 음식. 내 손으로 직접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릴 거거든……”

***

“지세야, 지금 바빠? 혹시 이거 맛 좀 봐줄래?”

주방 한 켠, 은돈이 설거지 중인 지세의 앞으로 불쑥 관자요리를 내밀었다.

“아……저 손이……”

지세가 난감한 듯 웃으며 고무장갑 낀 양 손을 들어보였다.

“어, 미안. 저기 그럼……아- 해 봐.”

“네?”

“내가 지금 맘이 급해서 그래. 맛 좀 봐주라. 응?”

은돈이 다짜고짜 지세의 면전에 포크로 찍은 관자 조각을 디밀었다.

피식. 지세가 웃으며 그녀가 내민 관자를 받아 물었다.

“어때……? 맛이?”

“괜찮은데요.”

“비린내는? 안 나?”

은돈의 물음에 지세가 다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후. 다행이다……이거 내가 진짜 심혈을 기울여 만든 거거든.”

비로소 안심이 된 듯 그녀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런 은돈이 귀엽다는 듯, 지세의 눈가가 반달 모양으로 접혔다.

“근데 고추오일 보다는 마늘이랑 와사비로 맛을 내보는 게 어때요 누나?”

“마늘이랑 와사비……?”

“마늘은 불에 달궈질수록 단 맛을 내서, 와사비의 알싸함도 잡아주고 관자랑도 잘 어우러지거든요.“

“그래……마늘이랑 와사비……마늘이랑 와사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은돈이 잔뜩 고무된 음성으로 외쳤다. 지세가 그런 은돈의 표정을 살피며 다시 말했다.

“괜찮으면, 나랑 이따 술 한 잔 할래요?”

“……술?”

“단골 선술집이 있는데요. 그 집 베스트 메뉴가 마늘 와사비 관자구이에요. 누나한테 도움 이 될,”

“이지세! 가자, 꼭 가! 오늘 달리는 거야! 알겠지?! 너 이따 빼기 없기다?”

“가긴 어딜 가.”

일순, 마주 선 은돈과 지세의 사이로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독현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비켜.”

그가 지세와 맞닿아있던 은돈의 어깨를 밀치며 두 사람의 가운데로 고집스레 파고들었다.

“사, 사장님. 언제부터 거기 계셨어요?”

“니가 주방 막내 입에 관자를 밀어 넣던 시점부터.”

“밀어 넣은 게 아니라 먹여준 거잖아요. 친절하게!”

은돈의 말에 독현의 눈썹이 꿈틀, 위로 치솟았다.

“아이고오~~~사장님! 요즘 주방 출입이 잦으십니다!”

그때, 저 멀리서 오버스럽게 손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부주가 달려들었다.

“여긴 어쩐 일로!”

독현 앞에 다다른 그가 오바에 육바를 더한 어금니 미소로 활짝 웃어보였다.

“당신.”

“넵! 싸장님!”

“차은돈 데리고 경연 팀 하나 만들어 봐.”

“네?”

갑작스러운 독현의 명령에 부주의 입이 허 벌어졌다.

“경연 팀이라면……헙?! 설마 이번에 열리는 퓨전 한식 박람회 말씀이십니까? 거기 참가할 생각이세요?”

“팀으로 참가할 거야. 팀장은 당신. 팀원 1은 차은돈. 나머지 2,3은 알아서 결정해.”

“사장님, 경연 날짜가 얼마 안 남았는데 갑자기 이러시면 곤란,”

“내 말에 불복한 대가로 이 레스토랑에서 내쫓기게 되면, 당신 처지가 더욱 곤란해지지 않을까?”

“아이구야! 싸장님, 무슨 그리 섭한 말씀을! 경연이요!? 예, 합죠! 하구말구요! 보자, 경연 일정이 어떻게 되나……”

행여 불똥이 튈세라, 부주가 재빨리 핸드폰으로 경연 날짜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자신에게 집중된 모두의 시선을 느낀 독현이, 고고하게 얼굴을 쳐들었다.

“당신들 모두, 뼛속까지 차은돈을 무시하고 있다는 거 알아. 만약. 이번 경연에서 별다른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난 차은돈을 해고할 생각이야.

독현이 나즈막이 뒷말을 이었다.

해고? 순간 동요한 조리사들이 재빨리 은돈의 얼굴을 살폈다. 독현 역시 은돈의 일렁이는 눈빛을 마주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입에서 야트막한 한마디가 뱉어졌다.

그 말에……은돈이 애써 웃어보였다.

“……보여줘. 다신 아무도 널 내 세컨드 취급하지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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