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남자 밥해주기-32화 (32/93)

32화. 너 바보야?

“……너일 줄 알았어. 문소라.”

귓가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독현의 음성에 소라의 동공이 커다랗게 부풀었다.

“지독현. 난……”

“그만 가봐.”

독현이 소라의 말을 끊으며 털보 조리사를 응시했다.

“넵. 그럼 전 이만.”

뻘쭘하게 서있던 털보가 후다닥 달아난 직후.

병원 자판기 앞에 마주선 소라와 독현 사이에 위태로운 정적이 감돌았다.

“재미있어?”

“뭐?”

난데없는 물음에 소라가 고개를 쳐들었다. 독현이 그녀를 직시하다 나직이 입을 열었다.

“내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나.”

“……아냐. 알잖아,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지금 지독현에겐 그 어떤 변명도, 거짓말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소라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구차하게 잡아떼지 않을게. 그래. 니 음식에 장난친 거, 나야. 하지만 정말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어. 미안해. 내가 정신이 나갔었어.”

“니 정신 나간 짓에 대한 사과는 나 말고 차은돈한테 해.”

일순, 소라의 입가가 굳어졌다.

“내가 그 여자한테 무릎이라도 꿇길 바래? 그런 거야?”

돌아오는 비아냥에 독현의 눈썹이 가파르게 치켜 올라갔다.

“전부 보는 앞에서 제대로 사과해.”

“싫다면?”

싫어?

독현이 소라가 등지고선 자판기를 양손으로 짓누르며 상체를 앞으로 수그렸다.

“날 도발 하는 게 네 목적이라면 성공했어.”

그의 팔 사이에 갇힌 소라가 초조함이 역력한 얼굴을 치켜들었다.

“지독현……”

“무릎 꿇어.”

“?!”

“차은돈이 원하면.”

“하……너 정말……그렇게 밖에 말 못해? 내가 무슨 짓까지 했는데. 내가 얼마나 바닥까지 떨어졌는데. 넌 계속 그렇게 차은돈만 싸고 돌 거냐구.”

“……바닥까지 떨어진 게 아니라,”

독현이 시선을 곧추세웠다.

“넌 원래 바닥이었어.”

말을마친 그가 소라를 향해 바짝 수그렸던 상체를 거두었다.

“자백해 내일 아침까지. 너 스스로 밝힐 기회를 주는 건 그때뿐이야.”

“……”

잠시 후. 멀어지는 독현의 등을 소라가 붉어진 눈으로 노려보다 곧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곤 결심한 듯 입을 뗐다.

“네 회장님. 저에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

“야 차은돈! 빠딱 안 일어나? 너 출근 준비 안 하냐? 왜, 짤렸냐?”

이불을 뒤집어 쓴 은돈이 머리맡에서 들려오는 미자의 잔소리에 질끈 눈을 감았다.

“차라리 잘렸으면 좋겠구만……”

‘차은돈 씨! 사람이 어쩜 그렇게 뻔뻔해요?! 낙하산으로 여기 입성한 것도 모자라, 이젠 은혜도 모르고 사장님한테 해코지를 합니까?’

‘사장 빽으로 들어왔다고 매사에 대충대충, 설렁설렁 할 때부터 알아봤다. 난 진작 오늘 같은 사고가 터질 줄 알고 있었다니깐?’

‘솔직히 차은돈 씨가 사장님을 등에 업고 그간 좀 거만하게 굴었어요?’

자신을 책망하던 지배인과 직원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되새김질하며 은돈이 훅-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가 날 손가락질하면 할수록 더 뻔뻔하고 당당하게 출근해야 한다는 거 알아. 이렇게 도망 가버리면 누명을 벗긴 커녕 되려 의심만 사게 된다는 것도.

하지만……왜일까 힘들고 벅차. 내 요리가 지독현을 다치게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미자야. 그 남자가 진짜 잘못 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심장이 발밑으로 뚝 떨어지더라. 이 감정은 대체 뭘까……”

“쯧. 대가리 꼬리 다 잘라먹고 말하면 내가 알아들어? 뻘소리 하지 말고 출근이나 해 이년아!”

미자의 호통에 은돈이 이불속에서 밍기적대며 매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지잉 울리기 시작했고 보다 못한 미자가 대신 집어 들었다.

“야. 편식 쭈구리? 이거 지독현이지?”

“안 돼! 받지 마!”

은돈이 히푸에 불이라도 붙은 듯 자리에서 튀어 오르며 외쳤다. 그러나 이미 통화 버튼이 눌린 핸드폰이 자신에게 내밀어진 뒤.

내가 미쳐.

그녀가 집게손가락으로 미간을 거머쥔 채 핸드폰을 귀에 댔다.

“여보세요, 사장님. 몸은 좀 괜찮,”

“몇 호야. 너.”

“네? 그게 무슨……”

난데없는 독현의 물음에 은돈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이윽고, 핸드폰을 너머로 들려온 한마디에 그녀의 입이 뜨억 벌어졌다.

“사장님……지금 어디라구요?!”

……삼십 분 후.

앙증맞은 평수를 자랑하는 거실. 그 한가운데에 우뚝 선 독현이 생경한 시선으로 집안을 둘러보았다.

“여긴가. 응접실이.”

“그냥 거실이라고 하심 안 될까요……?”

은돈의 말에 독현이 대답 대신 신기한 듯 형광등에 달라붙은 전등 줄을 딸깍, 잡아 당겼다. 그때 미지가 호들갑을 떨며 밥상을 들고 나타났다.

“죄송해요! 집이 쪼꼼 누추하죠?”

“상당히 누추하군.”

미자의 인사치레에 독현이 짧고 굵게 대답했다.

저 불필요하게 솔직한 인간 같으니.

은돈의 눈 흘김을 아랑곳 않은 채, 독현이 바닥에 몸을 앉혔다. 잠시 후, 세 사람이 어색하게 마주앉은 밥상 앞.

“사장님, 아침 댓바람부터 여긴 왜 왔냐구요. 정말 밥 얻어먹으러 온 거에요?”

아까부터 자신을 채근하는 은돈을 무시한 채 독현이 시니컬하게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미자가 그의 앞으로 반찬을 싸그리 밀어 놓았다.

“배터지게 드세요. 사장님.”

“근데, 그쪽은 뭐지?”

누구지도 아니고 ‘뭐지’.

살짝 움찔한 미자가 곧 꼿꼿한 하이 톤으로 대답했다.

“저 기억 안나세요? 왜 저번에 납치사건 때 병원에서 한번 뵜는데.”

“……아.”

기억이 난 듯 독현이 낮은 탄성을 뱉었다.

“네. 제가 바로 그 오미잡니다 차은돈 친구 겸, 백화점 퍼스널 쇼퍼 겸, 뷰티 파워 블로거  오.미.자.”

독현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을 때려 박기 위해, 미자가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근데 혹시 코 그거……자연산이신지요?”

날카롭게 뻗은 독현의 콧날을 요리조리 뜯어보며 미자가 다시 방정맞은 입을 놀렸다.

그와 동시에 은돈이 베프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홱 밀어냈다.

“글쎄 자연산이고 나발이고, 사장님 여기 왜 온거냐구요.”

“……너 데리러.”

독현이 담담하게 대꾸했다. 뭐야. 날 데리러?

“절 굳이 왜요?”

“니 얼굴에 쓰여 있거든. 무단결근이라고.”

“헐. 누가요? 걱정도 팔자십니다 사장님.”

독현이 몹시 찔려하는 은돈을 바라보다 그녀의 손에 떡하니 숟가락을 쥐어주었다.

“마시듯이 흡입해. 출근까지 십오분 남았으니까.”

“후……됐어요. 입맛 없어요.”

“그럼 일어나지.”

먼저 몸을 일으킨 독현이 은돈의 팔을 끌어올렸다.

“이거 놔요. 내 발로 갈게요. 아 누가 출근 안 한대?!”

데시벨을 높이는 그녀를 아랑곳 앉은 채, 독현이 옷걸이에 걸린 핸드백을 대신 집어 들었다. 이런 씨.

“사장님이 내 심정을 알아요? 네! 저 솔직히 출근하기 싫어요. 다들 날 손가락질 한단 말이에요. 대놓고 사장님을 해코지한 나쁜년이라구요. 다원정에 내 편이 하나라도 있는 줄 알아요?”

“있잖아. 너만 보면 좋아죽는 주방 막내.”

독현이 드라이한 시선으로 은돈을 내려다보았다.

“지세는! 말 그대로 막내잖아요. 걔가 무슨 힘이 있어요.”

“그럼 내가 니 편 해주면 돼?”

“그러니까 그게 싫다구요!”

자신의 손목을 거머쥔 독현을 뿌리치며 은돈이 말했다.

“다른 직원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날 싸고돌면 사장님은 뭐가돼요? 더 이상 그런 식으로 민폐 끼치기 싫어요. 내 누명 벗자고 사장 빽 쓰기 싫다구요.”

“쓸 필요 없어. 니 누명, 이미 벗겨졌으니까.”

“……네?”

독현이 멈칫하는 은돈의 손을 다시 거머쥐었다. 그리곤 거침없이 현관으로 향했다.

“사장님. 무슨 말이에요? 누명이 벗겨져요?”

“가보면 알아.”

“……?”

은돈이 의아해하는 사이, 고개를 돌린 독현이 미자를 응시했다.

“다음에 보지, 구기자씨.”

“……? 저기, 전 오미자……”

쾅! 그녀가 말을 잇기도 전에 현관문이 세차게 닫히며 독현과 은돈의 모습이 사라졌다.

“허허……저 빠삐코 꽁다리 같은 자식이 막판에 똥을 주고 가는구먼……”

덩그러니 남겨진 미자가 닫힌 문을 바라보며 허망하게 말을 이었다.

***

“아니, 오픈이 코앞인데 갑자기 왜 모이래?”

다원정 홀.

의아해하는 직원들의 등 뒤로 열 맞춰 서있는 은돈과 지세, 그리고 고고한 표정의 소라가 보였다.

“자, 다들 어느 쪽에 거실래요? 이번 초계탕사건! 사장님이 차은돈 씨를 자른다. 아니면 용서한다. 참고로 전 전자에 만원 갑니다!”

웬 조리사 하나의 호들갑에 은돈이 애써 태연한척 정면을 주시했다.

“야 막내. 넌 어느 쪽에 걸래?”

지세가 어깨동무를 하며 물어오는 조리사를 냉기어린 시선으로 응시했다.

“어느 쪽에 걸어야 그 입이 다물어지는 겁니까?”

“뭐, 뭐 임마?!”

“선배님 입이 닫히는 쪽에 걸죠.”

“……야 막내. 이게 빠져가지고. 너 뭐라 그랬어? 어? 싸가지 없게 감히.”

바짝 약이 오른 듯 선배조리사가 지세의 어깨를 툭, 툭 뒤로 밀쳤다.

그때 누군가 화악! 거칠게 조리사의 팔을 잡아챘다.

“사장님……?!”

“뭐 하는 거야? 애들 장난도 아니고.”

“네?”

“칠거면 제대로 치던지. 뻗어서 일어나지도 못 하게.”

마치 들으라는 듯, 독현이 힐끗 지세를 응시하며 말했다. 오너의 그런 발언이 유치하게 느껴졌는지 지세가 다른 곳을 보며 픽 웃었다.

그 웃음이 기분 나쁘다는 듯 독현이 붙잡고 있던 조리사의 팔을 홱 떨궈 버리곤 다시 홀 중앙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장님, 근데……왜 갑자기 모이라고 하신건지……”

어느 덧 직원들과 대치하고 선 독현을 향해 부주가 번쩍 손을 들고 물었다.

“당신들이 지금 여기 모인 이유. 당사자가 직접 설명해 줄 거야.”

당사자? 직원들 틈에 섰던 소라가 냉소를 머금었다. 이윽고 그녀가 또각또각 굽소리를 내며 독현의 코앞에 다가섰다.

“사장님? 원하시는 대로 이제 얘기할까요?”

“말 해.”

일말의 동정조차 느껴지지 않는 독현의 시선을 마주하던 소라가 곧 직원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 무렵 은돈은 설마, 아닐 거야. 아니겠지. 그 한마디만을 되뇌이며 소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여러분. 당신들을 갑자기 모이게 한 이유는……어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진실 때문입니다.”

“진실? 뭔데 그게……?”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높아지자, 소라가 다시 입을 뗐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예상하시는 초계탕 사건의 범인이……사실은 차은돈 씨가 아니라네요?”

“그럼 음식에 손을 댄 사람이 따로 있단 말인가요?”

격앙된 어조로 총지배인이 냉큼 물었다.

“맞아요. 범인은 따로 있었어요. 이 레스토랑 오너의 편협한 직원 관리와 차별대우에 앙심을 품고 벌인 짓이랍니다. 그렇죠? 한나봉 조리사님?”

소라가 조롱기 어린 웃음으로 직원들 틈에 끼어있던 털보 조리사를 응시했다. 지난 밤, 병원에서 모든 사건의 전말을 직접 목격한 바로 그였다.

“야 그릴! 아니 털보! 아니 아니, 한나봉!……너 진짜 니가 그런 거야?!”

부주가 믿기지 않는 듯 묻자, 털보 조리사 한나봉이 눈 하나 깜짝 않고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래요, 내가 그랬어요. 아니 사장님이 대놓고 한 직원만 차별하는데 일 할 맛이 납니까? 다른 직원들도 같은 심정일 걸요. 차은돈 씨가 주방에 있는 한, 제 2의, 제 3의 초계탕 사건은 반드시 또 일어날,”

“이 망할 놈의 새끼! 어디서 짹짹대!”

잔뜩 흥분한 부주가 태권도 3단에 빛나는 거침없는 옆차기를 시전하며 허공에 붕 떠올랐다.

약삭빠른 털보는 재빨리 옆으로 몸을 비틀어 피했고, 그때였다.

“잠깐 저 좀 보시죠.”

지세가 털보의 어깨를 제 쪽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곤 퍽!

홀 안을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와 함께 털보가 바닥에 나자빠졌다. 그를 한 방 먹인 지세가 얼얼한 주먹을 살짝 폈다 쥐었다.

“야, 내가 할려고 했는데.”

주인공이 될 뻔 한 한 컷을 뺐긴 게 억울했는지 부주가 투덜거렸다.

“못 들었어요 부주? 칠거면 뻗어서 일어나지도 못하게 치라잖아요.”

바닥에서 쓰러진 채 아야야, 엄살을 떠는 털보를 내려다보며 지세가 말했다.

그즈음, 벙 쪄있던 은돈이 고개를 돌려 저만치의 독현을 바라보았다. 이상하게도 독현의 시선은 털보가 아닌 소라에게 향해있었다. 설마……

“……”

은돈이 살짝 고개를 수그렸다. 그리곤 한참 생각에 잠겨있다, 다시 얼굴을 치켜들었다.

***

프레지던트 룸.

회전의자에 앉은 독현이 자신의 책상 너머에 뻔뻔하게 서있는 소라를 날카롭게 주시했다.

“그런 식으로 빠져나갈 줄은 몰랐어.”

“니가 날 너무 과소평가한 탓이지.”

“아니…… 내가 널 너무 과대평가했어. 이정도로 바닥일 줄은 예상 못했는데 말야.”

독현의 살벌한 한마디에 잠시 움찔한 소라가 곧 평정을 되찾고 입을 열었다.

“힘없고 나약한 조리사가 나 대신 오명을 뒤집어 쓴 거라고 착각하지 마. 여기보다 훨씬 더 좋은 자리를 제안했더니 두말 않고 내 잘못을 덮어쓰겠다고 자처하던걸?”

“내가 고작 그런 한심한 인간을 신경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지금 니가 염려하는 건 다른 사람이겠지. 아마도 대놓고 편애하는 그 여직원?”

노골적으로 이죽대는 소라를 보며 독현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때, 똑똑 조심스런 노크소리와 함께 은돈이 방안으로 고개를 디밀었다.

“저기, 사장님. 잠깐 저랑 얘기 좀……”

“난 그만 나가볼게. 곧 우릴 찾아올 손님이 계시거든.”

우리? 소라의 의미심장한 말에 독현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그 사이, 은돈이 안으로 들어섰다.

“비켜.”

툭, 은돈이 자신의 어깨를 치고 지나치는 소라를 돌아보았다. 이윽고 그녀가 룸을 빠져 나간 뒤. 남겨진 은돈이 다시 독현을 향해 다가섰다.

“사장님. 저 할 말이 있는데요.”

“말해. 뭐든.”

“……”

잠시 찰나의 정적이 흐른 후. 은돈이 뭔가를 결심한 듯 말문을 열었다.

“이번 일 말인데요……그……초계탕 사건요. 한나봉 선배 말고, 혹시 진범이 따로 있는 거라면……”

예상외의 발언에, 독현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뭐?”

“그러니까……혹시 문소라 씨가 나 때문에, 내가 미워서 음식에 손을 댔던 거라면요. 그냥 이번 일, 더 크게 키우지 말고 이대로 덮었으면 해요.”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이 여자?

“……너 바보야?”

독현의 얼음장 같은 한마디가 룸 안에 낮게 깔렸다. 오히려 문소라를 대할 때보다 더욱 차가운 음성. 어째서 모든 정황을 눈치 챘으면서도 그냥 덮자는 말을 해. 답답하다는 듯, 그가 은돈의 얼굴을 직시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문소라를 싸고 도는 거지? 너도 아까 그 자식처럼 뒷돈이라도 받은 건가?”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난……사장님 때문에 이러는 거니까.”

“네 그 바보 같은 행동이 나 때문이다?”

“사장님의 공식적인 약혼녀가, 비공식적인 세컨드한테 질투를 느끼고 음식에 장난을 쳤다라고 소문이 나면 누가 가장 타격이 클지 생각해봤어요. 근데……사장님이더라구요.”

“……”

“명색이 전담 요리산데, 자기 고용주 얼굴에 침 뱉기 할 순 없잖아요.”

독현이 담담하게 말을 잇는 은돈을 빤히 응시했다.

“너. 미련한 게 니 매력이라는 거 알아?”

“네?”

“하지만 지금은 좀 짜증 나는군.”

“……”

“내 얼굴에 누가 침을 뱉든. 먹칠을 하든. 니가 신경 쓸 필요 없어. 알아? 넌 너만 신경 쓰면 돼.”

벌떡 자리에서 일어 난 그가 이윽고 은돈의 양쪽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곤 뭔가 더 말하려는 찰나, 사색이 된 총지배인이 문을 박차다 시피 하며 안으로 들이닥쳤다.

“사장님! 잠깐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무슨 일이지?”

“그게……회장님이 와계십니다. 지명준 회장님이요……”

순간, 소라가 말했던 ‘우릴 찾아올 손님’이란 게 자신의 친조부였음을 직감한 독현이 한손으로 미간을 감싸 쥐었다.

“어디야. 안내해.”

“네. 근데 그게……”

지배인이 말끝을 흐리며 은돈을 응시했다.

“차은돈씨랑 함께 가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뭐?”

“그게……회장님이 차은돈 씨를 직접 만나보고 싶어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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