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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18/41)

Epilogue

우리에게도 한때 아름다움으로 번뜩이던 나날이 있었다. 우리는 발가벗은 채 가시가 박힌 꽃줄기로 서로를 할퀴며 놀았다. 아픈 줄도 모르고 서로를 탐했던 날들에 나는 열아홉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습한 곳에서 발버둥을 치는 동안 시간이 흘렀다, 천년이었던가, 이천 년이었던가. 그동안 발아래에서 꽃씨가 파랗게 돋아났다. 허기져 그것에 달린 열매를 따 먹고 빨간 잎을 무성하게도 피워 냈으며, 우리는 이내 스스로 꽃이 되었다.

그것이 독인 줄 뻔히 알면서 꺾어 사랑을 고백하는 잔인한 그를 나는 수줍게 숭상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독으로 천천히 죽어갈 것이고, 그 내성으로 또한 천년만년 살아갈 것이다. 그리하여 바야흐로 나는 내 목을 꺾어 너에게 바친다.

이 머저리 같은 찰나에 대해서는 또 무어라 이름을 붙일까.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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