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0/23)

2.€

“많이 들어요.”

생기가 가득 찬 노부인의 권유에 노아는 곤란한 표정으로 식탁을 내려다보았다. 눈앞에 거대한 음식의 산이 있었다. 루시가 온종일 주방에서 썰고 볶고, 끓여서 준비한 음식은 종류도 그 양도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뭘 이렇게 많이 하셨어요. 너무 많은데….”

“모르는 소리. 잘 먹어야 해요. 지금 11주면 한참 아이가 자라야 할 시기잖아요. 산모가 제대로 영양을 섭취해야 아이가 튼튼하게 잘 자라는 법이에요. 입덧이 없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육즙을 가득 머금은 로스트비프는 성인 남자 네 다섯은 충분히 먹고도 남을 정도로 많았고, 두 시간 넘게 끓인 스튜는 버터와 버섯의 진한 풍미가 어우러져 식욕을 자극했다.

신선한 샐러드는 볼에 가득했고 막 구워 나온 빵은 고소한 향을 폴폴 풍기고 있었다.

그 외에도 시금치와 토마토가 듬뿍 들어간 키쉬와 생무화과에 치즈를 올려 올리브오일을 뿌린 샐러드도 놓여 있었다. 음료만 해도 오렌지와 바나나 주스. 상큼한 레모네이드도 저그에 가득 담겨 있었다.

“임산부에게 좋은 것들로 만든 거니까 많이 먹어요.”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 냄새에 배가 고파 왔다. 맞은편에 앉은 알렉스를 보자 그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눈짓을 보냈다.

“어서 먹어.”

알렉스의 권유에 노아는 스튜부터 맛을 보았다. 장시간 우려낸 진한 육수가 입안에 착 감겼다. 노아는 눈을 크게 떴다.

“엄청 맛있어요.”

“입에 맞는다니 다행이네요. 어서 먹어요.”

스튜를 한입 먹고 나자 배 속이 꿈틀대며 식욕이 확 당겼다. 노아의 뺨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노아는 따끈한 빵을 뜯어 스튜에 듬뿍 담가 먹었다. 입안 가득 음식을 밀어 넣으며 쉬지 않고 손을 움직였다. 오물대며 씹어 대는 입술은 잠시도 쉬지 않았다.

노아의 평소 식사량을 알고 있던 두 사람은 잘 먹는 노아를 흐뭇한 표정으로 감상했다.

알렉스의 시선은 노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큼지막하게 자른 로스트비프를 먹으려 벌려진 입술 틈으로 노아의 분홍빛 혀가 어른거렸다. 노아가 금세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더니 열심히 입술을 오물거렸다. 오직 먹는 것에 집중한 노아를 알렉스는 핥듯이 쳐다보았다. 꿀꺽, 음식을 삼킬 때마다 노아의 목울대가 꿈틀거렸고 그때마다 알렉스는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씩 마셨다. 부작용을 겪으면서 심한 입덧에 시달린 알렉스도 오늘만큼은 비릿한 음식 냄새가 그리 역겹지 않았다. 그건 살금살금 풍겨 오는 노아의 페로몬 덕분이었다.

알렉스는 노아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스튜를 천천히 떠먹었다. 그는 노아가 딱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만 손을 움직였다. 샐러드를 약간, 스튜 몇 숟가락. 그리고 오렌지 주스로 이따금 목을 축였다.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메스꺼움을 가라앉히기엔 노아의 페로몬은 너무 약했다.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려 물을 들이켰다.

오물오물 음식을 씹어 삼키던 노아가 연거푸 물을 마시는 알렉스를 보았다.

“왜 안 드세요? 같이 먹어요.”

“…너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불러.”

노아는 두툼한 로스트비프를 크게 잘라 알렉스에게 내밀었다.

“자요, 어서. 너무 말랐어요. 그동안 안 챙겨 드신 거예요?”

노아가 주는 거라 알렉스는 입을 크게 벌리고 그걸 받아먹었다.

그 순간 내장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욱, 하고 치밀어오르는 구토를 꾹 눌렀다. 알렉스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맛있네.”라고 말했다. 뒷덜미가 싸해졌다. 등이 식은땀으로 조금씩 젖었다.

제대로 먹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 노아가 빤히 쳐다보고 있어 알렉스는 억지로 입안의 고기를 씹어 삼켰다.

“맛있죠? 이것도 드셔 보세요.”

노아가 이번엔 무화과 샐러드를 포크에 콕 찍어 알렉스에게 내밀었다. 알렉스는 손을 뻗었다. 그걸 되레 빼앗아 노아에게 내밀었다.

“난 충분히 먹고 있다니까. 자, 아 해.”

노아가 루시를 힐끔거렸다. 쑥스러운 모양인지 뺨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그러더니 알렉스의 재촉을 못 이긴 척 그걸 받아먹었다.

“잘 먹네. 이것도 먹어 볼까?”

노아가 먹여 주겠다고 포크를 들 때마다 알렉스는 교묘하게 그걸 빼앗아 노아의 입에 넣어 주었다.

간신히 노아의 시선을 먹는 것으로 돌린 알렉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점점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달짝지근한 노아의 페로몬으로도 메스꺼움이 가라앉지 않았다. 너무 참았던 탓에 등이 축축하게 젖었다.

“알렉스?”

창백해지는 안색과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을 노아가 눈치채는 순간, 알렉스는 더는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급한 일이, 생각났어. 먹고 있어.”

알렉스? 등 뒤에서 노아가 부르는 소리에도 알렉스는 빠른 걸음으로 식당을 빠져나왔다. 그대로 화장실로 달려간 그는 변기에 얼굴을 처박고 먹은 것을 그대로 토해 냈다.

신물이 올라올 정도로 한참을 토하고 나서야 고개를 들 수 있었다.

알렉스가 입덧으로 화장실에서 고생하고 있던 그때 노아는 갑자기 사라진 방향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괜찮은 걸까요?”

안색이 안 좋았는데, 어디가 아픈 걸까.

“도련님은 걱정하지 마시고 노아 씨 얼른 드세요. 그동안 회사에 못 나가셨잖아요, 도련님이. 일이 밀려 있었던 게 아닐까요?”

사실을 알면서도 말해 줄 수 없는 루시는 신경 쓰지 말라면서 노아 앞에 음식 접시를 밀어 주었다.

“임산부는 그런 거 신경 쓰는 거 아니에요.”

다정한 루시의 말에도 노아는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룹을 이끌어 나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니 바쁜 건 당연한 데 어쩐지 이유가 그것만이 아닌 것 같았다.

“저…. 저 없는 동안 무슨 일 있으셨어요?”

디저트를 준비하던 루시가 손을 멈췄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살도 많이 빠지고… 안색도 안 좋아 보여서요. 어디 아픈 건 아니죠?”

노아가 없는 동안 알렉스는 거의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진 일도 많았지만, 이걸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루시는 판단할 수 없었다.

부부 사이에는 루시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고 그것 때문에 노아가 한동안 떠나 있었다. 노아가 없는 동안 알렉스는 온갖 부작용을 겪으며 하루가 다르게 말라 갔다. 음식은 삼키지도 못했고, 잠도 제대로 못 잔다는 걸 루시는 나중에야 알았다. 그만큼 알렉스가 티를 내지 않았다.

알렉스는 시시콜콜한 얘기를 고용인 부부에게 상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루시도 부부 사이의 문제만큼은 타인이 어쩔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깊숙이 끼어들지를 못했다.

어찌 되었건 노아는 알렉스의 아이를 가졌고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문제가 해결되어 여기로 되돌아 왔으니 괜한 일로 임산부를 놀라게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알렉스도 괜한 얘기 하지 말라고 부탁하기도 했고….

“사람이 원래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도 좀 빠지고 그래요. 도련님 보시면 아시잖아요. 노아 씨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렇게 떨어져 있었으니 오죽이나 그리웠겠어요? 그래도 이젠 다 괜찮아요. 노아 씨도 여기 있고, 소중한 아이까지 임신했잖아요. 도련님도 금방 괜찮아질 거랍니다.”

걱정할 거 하나도 없다면서 루시가 단호하게 말하자 미심쩍으면서도 노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요. 어서 먹어요. 이거 얼른 먹고 디저트 드셔야죠. 디저트는 라즈베리 푸딩이랍니다.”

메뉴를 듣자마자 입안에 침이 고였다. 노아는 서둘러 눈앞에 놓인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가 거의 끝나갈 때쯤 알렉스가 돌아왔다. 마지막 로스트비프를 입안에 가득 넣고 씹고 있던 노아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얼굴이라도 씻고 온 모양인지 이마에 살짝 내려온 머리카락이 물기로 젖어 있었다.

“다 먹었어?”

“씻고 오셨어요? 머리가 젖어 있어요.”

노아는 손을 들어 젖은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알렉스가 그 손을 잡아 손바닥에 가볍게 키스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급한 일은 끝나셨어요?”

“응.”

노아의 물음에 도로 자기 자리에 앉은 알렉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은 뭐로 만들어 줄까요? 더 드시고 싶은 건 없으세요?”

식사가 끝난 걸 확인하자마자 루시가 후식으로 라즈베리 푸딩을 내어놓으며 물었다.

“전 다 괜찮아요. 루시가 알아서 해 주세요.”

“내일도 기대해요.”

루시의 말에 노아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먹음직스러운 푸딩을 보며 노아는 재빨리 티스푼을 들었다. 부들부들한 푸딩을 조심스레 떠서 입에 넣으려다 멈칫했다. 얼굴에 와 닿는 시선이 뜨거웠다.

“왜, 왜요?”

내가 너무 많이 먹었나? 너무 게걸스레 먹는 것 같아서 별로인가.

부끄러운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네 웃는 얼굴, 제대로 본 건 처음이네.”

노아의 손이 멈췄다. 그랬나? 고개를 갸웃거리자, 알렉스가 손을 뻗었다. 귀를 만지작거리는 손길에 노아는 어깨를 움츠렸다.

“나 신경 쓰지 말고 얼른 먹어. 괜찮으니까.”

“어, 어떻게 신경을 안 써요….”

볼멘소리가 절로 새어 나왔다. 간지러움에 노아는 또 한 번 어깨를 움츠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푸른 눈에 원망이 가득했다.

알렉스가 티스푼을 대신 빼앗아 크게 푸딩을 떴다. 입술에 톡 부딪히는 푸딩에 노아가 입을 벌렸다. 부끄러워하면서도 노아는 알렉스가 주는 것을 받아먹었다.

한차례 게워 낸 상태라 속이 한결 편안해진 알렉스는 마음이 너그러워졌다, 입술을 오물거리며 먹어 대는 노아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도톰한 입술이 오물거릴 때마다 열기가 아랫배로 모였다.

새콤달콤한 라즈베리 푸딩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노아의 시선은 알렉스 앞에 놓인 그가 손도 대지 않은 푸딩을 자기도 모르게 힐끔 보았다.

알렉스는 제 앞에 놓인 푸딩을 푹 떠서 노아의 입가로 가져갔다.

“안 드세요?”

“응. 별로 안 좋아해.”

잠시 눈치 보는 듯하더니 눈앞에 놓인 푸딩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노아는 그것을 받아먹었다.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내비치는 분홍빛 혀가 알렉스를 못 견디게 했다. 아랫배가 단단하게 조였다.

“이제 일어날까?”

알렉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식탁을 빙 둘러 노아 곁으로 다가갔다. 의자를 뒤로 빼려던 노아는 알렉스의 에스코트에 얼굴을 붉히며 일어났다.

“제가 걸을 수 있는데….”

“너 걸을 수 있는 거 알아.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루시가 흐뭇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뒷정리 도와드려야 하는데….”

“네가 뭘 해. 가자.”

머뭇거리는 노아에게 루시가 여기는 자기 일이니까 올라가라며 등을 떠밀었다.

알렉스는 노아를 번쩍 안았다. 당장 노아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고 싶었다. 자신을 들뜨게 했던 입술도 맛보고 싶었다. 식당에선 루시 때문에 참았다. 노아가 싫어할 것 같아서.

처음엔 부끄러워 몸을 바르작대던 노아도 이내 포기하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알렉스는 노아를 침대에 내려놓고는 그대로 몸을 숙였다.

“알렉스?”

“잠시만… 이러고 있어.”

저에 비하면 한참 작은 몸을 끌어안고 알렉스는 고개를 숙였다. 노아의 목덜미에 얼굴을 처박아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살금살금 배어 나오는 페로몬이 비강을 타고 내부로 스며들었다.

“페로몬 좀 풀어 줘.”

알렉스의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닿자 노아가 어깨를 움츠렸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알렉스는 노아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숨을 토해 내듯 벌린 입술 사이로 알렉스는 제 혀를 밀어 넣었다. 보드라운 입천장을 훑고, 깜짝 놀란 혀를 제 쪽으로 끌어당겨 빨아 댔다. 다디단 타액을 핥으며 알렉스는 더욱 강하게 노아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하아….”

헐떡거리는 숨과 함께 노아가 알렉스의 목에 팔을 둘렀다. 달짝지근한 향이 짙어졌다. 알렉스의 페로몬이 그에 반응하듯이 제 오메가를 감싸듯 쏟아져 나왔다.

제 오메가의 페로몬에 자극된 알렉스의 숨이 거칠어졌다. 흉곽이 거세게 부풀었다 가라앉았다.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알렉스가 주는 자극에 몸을 맡기자,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얼굴에 쏟아지는 키스가 끝날 무렵 노아의 두 눈동자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아 서로의 체온을 나누듯 비벼졌다. 알렉스는 부드럽게 노아의 입술을 혀로 자극하며 서서히 사이를 벌렸다. 농도가 한층 짙어진 노아의 페로몬이 알렉스의 전신으로 파고들었다. 당장이라도 노아를 눕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씹어 삼키고 싶었다.

‘부부관계는 하셔도 됩니다만 조심하셔야 해요.’

닥터 셰먼의 경고를 떠올린 알렉스는 목구멍으로 으르렁대며 거친 숨을 골랐다.

잔뜩 성이 난 열기를 가라앉히려 알렉스는 노아를 두 팔 사이에 꼭 가두고 보들보들한 머리카락에 입술을 묻었다.

“알렉스….”

숨 고르기를 하며 한참을 가만히 안겨 있던 노아가 몸을 바르작거렸다. 몇 번 상체를 뒤채더니 슬쩍 알렉스를 밀어낸다.

“우리 얘기 좀 해요.”

“무슨 얘기?”

고개를 치켜든 노아를 내려다보며 알렉스는 노아의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그냥,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듣고 싶어요. 살은 또 왜 이렇게 빠졌는지도 궁금하고….”

“그냥 이러고 있으면 안 되나? 얘기할 만한 것도 없어.”

알렉스는 다시금 노아를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가슴에 콕 얼굴을 찍힌 노아가 슬쩍 눈썹을 찌푸리며 얼굴을 치켜들었다.

“말 돌리는 거죠?”

“다 얘기했잖아. 너 찾으러 다녔다고. 그거 말고 더 할 얘기는 없어. 그보다 넌 어떻게 지냈는데? 그 자그마한 오두막에서 설마 그 자식들이랑 같이 지낸 거야?”

“그 자식들이 뭐예요.”

노아는 자신을 도와준 이들을 달가워하지 않는 그의 말투에 툭, 하니 불만을 토해 냈다.

“널 나한테서 빼앗아 간 놈들인데 좋게 말해 줘야 해?”

“그분들은 절 도와준 거예요. 이브가 없었다면 편안한 생활 같은 거 못 했을 거예요.”

“그래서, 계속 같이 산 거야?”

노아의 지적에 할 말이 무척 많은 얼굴이었지만 알렉스는 조용히 분노를 삼켰다.

“아니에요. 제가 지내던 오두막은 샘 집에서 좀 떨어져 있었어요. 그날은 같이 장 보고 들어가는 중이었고, 제가 임신했다는 걸 알고 샘이 오두막을 수리해 주겠다면서 수리가 끝날 때까지만 자기 집에서 지내라고 해서 같이 있었던 거예요. 이브는 제가 걱정된다면서 당분간 같이 지내자고 한 거고.”

원래는 가끔 들르기만 했어요. 라고 노아가 덧붙였다.

“왜 굳이 거기였어? 이브라면 좀 더 좋은 곳으로 널 데려갈 수 있었을 텐데…. 거긴 완전 오지였잖아.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에서 지낸 걸 알고 나니까 난 아무래도 이브를 용서할 수가 없어.”

“거길 선택한 건 저예요. 그리고 전 좋았어요. 고즈넉한 분위기도 좋았고 숲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도. 가끔 다람쥐가 찾아와 제가 놓아둔 호두를 맛있게 먹어 치우는 것도 보았어요.”

오두막에서 지냈던 게 아주 옛날 같았다. 추억에 잠기듯 노아의 시선이 천장 어딘가를 헤맸다.

“그거 알아요? 저 사슴을 직접 본 건 처음이었어요.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크고, 눈이 정말 엄청 반짝거렸어요.”

기억을 더듬는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띠고 그곳을 그리워하는 노아를 보는 순간 알렉스는 불안이 치솟았다. 노아를 제 품에 가두듯 꽉 끌어안았다.

“알렉스? 왜 그래요?”

노아가 지금 당장 사라질 것만 같았다. 당황한 목소리가 연신 들려왔지만, 알렉스는 노아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대답하지 않았다. 불안했다. 자신은 노아 없이 단 한 순간도 멀쩡할 수가 없는데, 노아는 제가 없어도 얼마든지 잘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이. 언제든 미련 없이 저를 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만약 그때가 되면 노아는 두 번 다시 자신을 봐 주지 않을 걸 알아서 알렉스는 못 견디게 불안했다.

“오두막에서 지내는 거 좋았어? 사 줄까? 그 오두막. 아니, 여기도 주변이 온통 숲이잖아. 이 근처에 오두막 하나 지으면 돼.”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알렉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네가 원한다면 사슴 따위 얼마든지 보게 해 줄게. 사슴 농장이라도 사면 될까? 말만 해.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줄게.”

“알렉스, 잠깐만. 이것 좀 놔 봐요.”

바스락대며 노아가 알렉스를 밀어냈다. 노아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 오늘 좀 이상한 거 같아요.”

“거길 좋아한 게 아니야?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 아니지?”

“사슴 농장 같은 건 필요 없어요. 오두막도 지을 필요 없어요. 그냥 당신이 걱정하실 필요 없다고, 잘 지냈다고 말하는 거예요. 좋은 추억이었지만, 전 이제 앞으로 당신하고 살 거잖아요.”

의아해하는 노아의 표정에 알렉스는 치밀어 오르던 불안증을 애써 눌렀다. 난 이런데 넌 잘 지내서 불안해.

이런 말을 제 입으로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걱정하지 말라고요.”

“이런 얘기 염치없는 거 아는데…, 내 생각은 안 났어? 좋기만 한 거야?”

불안증을 꾹꾹 눌러도 결국 참지 못하고 알렉스는 치졸한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노아는 가만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손을 뻗어 야윈 그의 뺨을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푸른 눈동자가 설핏 흐려졌다.

“…당신이 절 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때때로 못 견디게 당신이 그리워도 꾹 눌러 참았어요. 조금만 지나면, 금방 나 같은 건 잊을 거라고…. 생각하면 괴로우니까 당신 생각 안 하고 싶었어요.”

그 생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괴로웠다. 표정이 흐려졌다. 불안해하는 듯 목소리를 떨며 노아는 야윈 그의 얼굴을 눈으로 더듬었다.

“미안해.”

“으응. 아니에요. 그건 이제 과거잖아요. 다 괜찮아요. 이렇게 당신하고 같이 있는걸요.”

알렉스는 노아의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을 맞췄다. 치졸한 자신의 이기심에 신물이 올라왔다. 이렇게 다정하고 소심한 제 오메가를 괴롭게 만든 건 바로 자신이었다.

“미안해. 괜한 얘길 꺼냈어.”

알렉스는 얼굴을 노아의 손바닥에 비볐다. 가는 팔목을 잡고 손목 안쪽에 입술을 대었다. 쪽쪽. 깃털처럼 가벼운 입맞춤이 손목을 타고, 팔꿈치로 천천히 올라갔다.

“알, 알렉스. 간, 지러워요….”

어깨를 움츠리며 노아가 울상을 지었다. 입술은 팔꿈치 안쪽의 부드러운 살갗을 맛보았다. 이정표라도 따라가듯이 그의 입술은 간지러워 움츠러드는 어깨에 이내 안착해 비볐다. 상체를 뒤채는 노아를 한쪽 팔로 휘어 감고 알렉스는 달큰한 향을 뿜어내는 노아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보드라운 살결을 핥고 가볍게 이를 세워 잘근거렸다.

“하아….”

숨을 토해 내며 노아가 고개를 뒤로 젖혔다. 단단한 어깨에 팔을 두른 노아의 손끝이 오므라들었다.

점점 숨을 헐떡거리는 노아의 긴 목덜미를 한참 지분거리던 그는 모양 좋은 턱을 핥고 벌어진 입술을 제 입술로 빨았다.

두 사람의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 발끝까지 저릿해지는 감각에 노아는 허리를 뒤틀었다. 알렉스에게 매달려 그가 주는 감각에 온몸을 맡겼다.

그는 이로 보동보동한 입술을 물고 가볍게 씹어 댔다. 아아. 달콤한 한숨이 터져 나오는 입술을 이번엔 혀로 맛보았다. 도톰한 입술이 더 부어오를 때까지 알렉스는 노아의 입술을 마음껏 맛보고 씹어 댔다.

“응, 으으…. 알, 알렉스….”

노아에게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끙끙대며 몸을 기대는 노아의 입술을 벌리고 혀를 밀어 넣었다.

키스는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입안 곳곳에 알렉스가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집요했다. 뱉어지는 숨마저 알렉스에게 삼켜졌다.

알렉스는 노아의 상의를 들추고 손을 밀어 넣었다. 살갗을 매만지는 손길은 거침이 없었다.

“아아….”

흠칫흠칫 몸을 떨며 노아가 신음했다. 알렉스는 옴폭 팬 작은 배꼽을 엄지로 꾹 누르다가 주변을 둥글렸다. 그때마다 노아가 몸을 떨었다. 배꼽을 지분거리다 납작한 배를 손바닥 전체로 문질렀다. 알렉스가 손을 댈 때마다 노아의 배가 단단해졌다가 풀어지길 반복했다.

그의 손은 점점 위로 올라와 볼록 솟은 작은 과실을 발견하곤 엄지로 둥글게 문질렀다.

흠칫 몸을 떨어 대며 노아가 품에서 바스락댔다. 알렉스의 혀는 헐떡거리는 노아의 입속을 더욱 집요하게 빨아 대며 탐색을 멈추지 않았다.

노골적으로 유두를 문지르는 감각에 노아의 허벅지가 파르르 떨렸다.

유두를 꼬집듯 잡고 엄지와 검지로 문지르자, 노아는 허리를 들썩거렸다. 달짝지근한 향이 짙어졌다. 진득하게 쏟아지는 노아의 페로몬에 알렉스의 눈동자는 정염으로 이글거렸다.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다.

“잠깐만…, 힘들게는 안 할게.”

낮게 으르렁대는 목소리로 알렉스는 노아의 상체를 밀었다.

“아.”

확 밀어젖힌 노아를 덮치듯 누른 알렉스는 상의를 확 밀어 올렸다.

“알렉스….”

단숨에 노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드러난 배를 가리려 손을 내렸지만, 알렉스에게 손목이 잡혔다.

고개를 숙인 알렉스는 노아의 배에 입술을 대었다. 납작한 배를 혀로 핥자 경련하듯 노아의 살갗이 떨렸다.

“알렉스!”

노아가 허리를 들썩거렸다. 알렉스는 정신없이 노아를 맛보았다. 혀끝에 달라붙는 듯, 살갗이 달았다. 한 움큼 살을 베어 물자 가슴을 씨근거리며 배가 단단해졌다.

한번 입에 대자 멈출 수가 없었다. 알렉스는 삽시간에 열기에 휩싸였다. 잘게 경련하는 배를 핥고 깨물며 알렉스는 허벅지를 오므리려는 노아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았다.

“아앗…!”

헐떡거리며 노아가 교성을 터트렸다. 날씬한 옆구리를 손으로 더듬으며 알렉스는 점점 무아지경에 빠졌다. 뒷덜미가 오싹 저릴 정도로 강렬한 욕망이 치솟았다. 어느덧 배가 온통 알렉스의 타액으로 번들거렸다. 바스락대던 몸은 이제 파르르 떨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꿈틀대는 배를 탐하던 알렉스는 옴폭 팬 배의 정중앙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춥춥. 혀를 댈 때마다 젖은 소리가 울렸다. 훅훅 뱉어지는 그의 거친 숨이 가슴을 간지럽혔다.

“알, 알렉스….”

울먹이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힐긋 고개를 들자, 쾌감에 젖은 얼굴이 헐떡거리며 숨을 토해 내고 있었다. 푸른 눈동자가 촉촉했다. 어쩔 줄 몰라 하며 몸을 뒤척이는 얼굴은 온통 새빨갰다. 마치 키스해 달라는 듯 입술을 뻐금거리는 노아를 보는 순간 알렉스의 이성은 깨끗이 사라졌다.

흡. 숨을 몰아쉬며 짐승처럼 노아에게 달려들었다. 달싹거리는 입술을 빨고, 유혹하듯 솟은 유두를 잡아 비틀었다.

으읍. 신음이 목구멍으로 삼켜졌다. 입속을 휘저어 대는 혀의 움직임에 따라갈 수 없었다.

노아는 알렉스의 단단한 어깨를 꼭 붙잡았다. 그렇지 않으면 바닥으로, 끝도 없이 추락할 것만 같았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숨이 막히는 동시에 아래가 뜨거워졌다.

벌어진 다리 사이로 묵직한 질감이 허벅지 안쪽에 비벼졌다. 심장이 두근거렸고, 박동은 뇌까지 타고 올라갔다.

아랫배가 단단해졌다. 그의 하반신이 벌어진 고간에 뭉개지듯 비벼졌다. 옷 속에 감춰져 있으면서도 단단하게 발기한 것이 느껴졌다.

흥분한 기색이 역력한 알렉스가 사납게 입술을 빨아 대며 하반신을 노아의 아래에 대고 퍽퍽 부딪쳐 댔다. 폭발할 듯 그의 싸한 페로몬이 노아에게 쏟아져 내렸다. 눈동자가 몽롱하게 젖었다. 그가 만지는 곳마다 화끈거렸다. 유두를 꼬집고 비틀어 대던 알렉스가 고개를 숙였다. 방치되어 있던 다른 쪽의 유두가 뜨겁고 축축한 혀에 삼켜졌다.

“하아앗!”

허리가 들썩거렸다. 유두가 욱신거릴 정도로 강한 자극이 이어졌다. 흐아아. 아아. 노아는 연이어 교성을 터트렸다. 쏟아지는 감각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알렉스의 어깨를 연신 손톱으로 긁어 댔다. 벌어진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고, 본능적으로 노아는 허리를 들썩이며 그에게 몸을 비볐다.

“돌겠네.”

으르렁대는 목소리로 알렉스가 상체를 일으켰다. 단숨에 상의를 벗어 던졌다. 멍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는 순간, 알렉스가 노아의 바지를 양손으로 잡고 그대로 잡아 내렸다.

훤히 드러난 아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의 눈동자는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날씬하게 쭉 뻗은 다리가 곧았다. 한 손에 쥐어질 것 같은 가느다란 발목과 곡선을 이룬 복사뼈. 그리고 가지런하게 뻗은 발가락마저 미칠 듯이 야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한 건, 흥분한 기색을 그대로 드러내는 노아의 성기였다.

집어삼킬 듯 쏟아지는 시선에 노아가 뒤늦게 제 것을 가리려 손을 내렸다. 파들파들 떠는 다리를 오므려 제 흥분을 감추려는 행동이 오히려 알렉스를 더 미치게 했다.

알렉스는 더는 참지 못하고 몸을 숙였다.

“아아앗! 알, 알렉스, 거, 거긴, 안…. 흣.”

알렉스는 발기한 선단을 물었다. 노아가 몸을 뒤틀며 흐느꼈다. 지나친 자극이 노아를 강타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허벅지를 알렉스가 잡아 옆으로 벌렸다.

파들파들 떨리는 성기를 한입에 가득 물고 쪽쪽 빨아 대자, 노아가 교성을 터트리며 허리를 뒤틀었다. 거긴 안, 아으읏! 아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휘몰아치는 자극을 노아는 견디지 못했다. 뜨겁고 축축한 그의 입안에 성기가 빨리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춥춥. 아래가 빨리는 적나라한 소리와 함께 성감이 치솟아 올랐다. 노아의 페로몬은 제어를 잃고 그대로 농밀한 향을 뿜어 댔다. 오랫동안 졸이고 졸인 듯한 진득하고 달짝지근한 향이 알렉스의 비강을 지나 머리 꼭대기까지 단숨에 퍼졌다.

각인 상대의 페로몬은 극상의 최음제였다. 알렉스는 짐승처럼 노아의 성기를 쭉쭉 빨아 대며 축 늘어진 음낭을 손으로 희롱했다. 강한 압력으로 페니스를 빨다가 손으로 주무르던 음낭을 입에 넣고 굴렸다. 회음부에 코를 비비자 향은 더욱 짙어졌다.

바삭거리는 시트가 흥건히 젖을 정도로 노아의 뒤가 젖어 갔다. 성기를 빨았다가, 회음부의 갈라진 틈을 길게 혀로 핥으며 알렉스는 손가락으로 노아의 주름을 더듬었다.

“아, 아앗. 안, …더, 더러워…. 거긴, 안…. 으아아앗!”

흠뻑 젖은 주름을 더듬던 손가락이 그대로 푹, 하고 안으로 쑤셔 넣어졌다.

“흐아앗!”

노아가 긴 울음을 토하며 교성을 터트렸다. 푹푹 내벽을 쑤시자, 오물대며 안쪽이 손가락을 꽉꽉 물어 왔다. 시발. 알렉스는 낮게 욕설을 뇌까렸다. 아래가 터질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뜨거운 내벽에 제 것을 쑤셔 넣고 싶었다.

알렉스는 대신 노아의 성기를 빨며 꾸물꾸물 체액을 토해 내는 귀두를 혓바닥으로 핥았다. 달았다. 노아의 몸에서 나오는 체액도, 손가락을 물어 대는 내벽도, 모든 게 자신에게 딱 맞춰진 것처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게걸스레 성기를 빨아 대며 알렉스는 부지런히 안쪽으로 손가락을 쑤셔 넣으며 길을 내었다. 손가락으로 내벽을 쑤실 때마다 애액이 흘러나와 손바닥을 타고 흘러내려 시트를 적셨다.

아아. 노아는 이제 울음 섞인 교성만을 가늘게 토해 낼 뿐이었다.

음낭을 입안 가득 넣고 굴리다가 뱉어 내며 알렉스는 노아의 허벅지를 붙잡고 양쪽으로 잡아 벌렸다. 그리고 그대로 애액을 쏟아 내는 밑구멍을 혀로 핥았다.

“아아. 아아…. 아, 안 돼…. 거기, 거기는…. 알렉스…. 흐으윽.”

흐느끼며 우는 제 오메가의 애원도 알렉스를 부추기기만 했다. 농도 짙은 페로몬은 알렉스를 멈출 수 없게 했다. 뇌수가 녹아낼 것 같은 강렬한 자극이 알렉스를 부채질했다.

질질 물을 흘리는 구멍을 빨아 댔다. 주름을 벌리고 혀를 밀어 넣자 노아가 몸부림을 쳤다. 허우적대는 양손을 어찌할 바를 모르며 허공을 헤매다 알렉스의 어깨를 잡는다.

춥춥거리며 아래를 빠는 게걸스러운 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의 농밀한 페로몬이 뒤섞이고 엉켜 누구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섞였다.

왈칵, 애액이 터져 나와 알렉스의 혀를 적셨다. 혀가 얼얼할 정도로 달았다.

“아, 아아. 아, 흣. 으으으읏!”

벌름거리는 구멍 안으로 파고든 혀가 안쪽을 탐색하듯 드나들었다. 이따금 혀는 주름을 핥고 음낭을 핥았다가, 다시금 쿠퍼액으로 번들거리는 성기를 한입에 삼켰다가 뱉어 내길 반복했다. 허리를 들썩거리며 노아가 끙끙거렸다. 아아. 그, 안, 발음이 뭉개지며 제대로 된 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노아는 쏟아지는 쾌감에 몸을 떨었다.

집요하고도 음탕한 애무가 계속되었다. 구멍 안쪽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가 뺐다. 혀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다시금 손가락이 밀고 들어왔다.

견딜 수 없는 노골적이고 질척한 애무에 노아는 숨만 할딱거리며 바들바들 허리를 떨어 댔다.

노아의 온몸이 조여들었다가 풀어지길 반복했다. 한계치에 도달한 쾌감에 반쯤 정신이 나갔다. 노아는 교성을 내지르며 알렉스의 어깨를 손톱으로 긁어 댔다. 그의 단단한 어깨가 생채기로 죽죽 줄이 갔다.

내벽 깊숙한 곳이 움찔대며 파르르 떨렸다. 뒷덜미가 오싹 저리고, 등줄기로 전기가 오른 듯 찌릿했다. 아랫배가 단단해졌다. 점점 참을 수 없는 감각이 노아를 휩쓸었다.

노아는 몸을 뒤틀었다. 뒤를 쑤셔대는 그의 어깨를 꾹꾹 밀어냈다.

“안, 안… 돼, 알, 알렉스…. 나, 나…. 으, 흡, 아아. 아아앗!”

허리가 허공을 향해 튀어 올랐다. 단단하게 올라붙은 성기가 딱딱해지더니 이내 하얀 정액이 알렉스의 눈썹과 뺨으로 쏘아졌다.

노아는 절정의 여운으로 온몸의 힘이 쭉 빠졌다. 그대로 풀썩 침대에 널브러진 노아는 숨을 쌕쌕 몰아쉬었다.

알렉스는 손을 들어 자신의 눈썹에 끈적하게 달라붙은 정액을 손가락을 쓸어 입에 넣었다. 역시나 달았다.

“그, 그걸 왜…. 하, 하지 마요. 그, 그러지 마요….”

울먹거리는 노아의 얼굴이 더없이 사랑스러워 알렉스는 보란 듯이 손가락을 핥았다. 새빨개진 얼굴을 감추듯 노아는 손으로 제 얼굴을 가렸다.

부끄러움에 몸부림치는 모습마저도 알렉스의 욕망을 부추기기만 했다. 후우… 후우…. 알렉스는 들끓는 욕망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히려 숨을 내쉬었다.

알렉스의 눈동자는 정염으로 이글거렸다. 그는 결국 제 바지를 끌어 내렸다. 아플 정도로 부풀어 오른 성기가 퉁 튕겨 나와 꺼떡거렸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슬그머니 치운 노아가 눈을 크게 떴다.

“알, 알렉스…. 아, 아기가….”

“잠깐만, 어울려 줘. 못 참겠어.”

목구멍으로 으르렁대듯 긁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알렉스는 몸을 숙였다. 핏줄이 선연하게 불거진 성기는 흉기나 다름없었다. 바라보는 시선에 자극받아 더욱 단단하게 발기했다.

침대에 누운 노아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알렉스…. 살살…. 흐읏.”

“넣진 않을 거야.”

알렉스는 한껏 부풀어 오른 제 성기를 슥, 훑어 올렸다. 그러더니 축 늘어진 노아의 손을 끌어다 제 것에 갖다 대었다. 흠칫, 노아가 어깨를 떨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당혹스러움에 어째야 할지 몰라 동공이 흔들렸다.

손가락을 움츠리는 노아의 손 위로 제 손을 덮었다. 노아의 손가락에 감긴 성기가 더욱 힘을 받고 딱딱해졌다. 지금이라도 당장 넣고 싶었지만, 이성을 다잡으며 조심스럽게 할 자신이 없었다.

알렉스는 흥분으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제 성기를 감싸 쥔 부드러운 손바닥의 감촉을 느끼며 서서히 제 것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분출할 것처럼 핏줄이 바짝 섰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정쩡하게 성기를 쥐고 있던 노아도 어느새 알렉스의 움직임에 동조하듯 그의 것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손에 힘을 주었다.

땀으로 흠뻑 젖은 알렉스의 이마에 머리카락이 달라붙었다. 손을 움직일 때마다 그의 팔뚝에 힘줄이 도드라졌다.

큿. 으르렁대는 신음이 그의 입에서 툭 뱉어졌다. 노아는 흥분으로 물들어 가는 알렉스의 얼굴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날카로운 턱선이 곧게 뻗었다. 이를 악문 탓에 그의 아래턱이 단단해졌다. 절정을 향해 내달리는 그의 이마로 땀방울이 광대를 타고 뺨으로 흘러내렸다.

이따금 꿈틀하며 일그러지는 미간과 반듯한 눈썹에 땀 한 방울이 매달렸다가, 깊이 있는 눈두덩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차가운 인상이 음란하게 변해 가는 걸 보며 노아는 숨 막힐 듯한 농염함에 숨을 멈췄다.

어째선지 등줄기가 저릿해졌다. 손바닥에 놓인 그의 성기가 점점 단단해졌다. 핏줄이 느껴질 정도로 불끈거리는 성기는 금방이라도 분출할 것처럼 뜨거웠다.

사실상 노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손을 움직이는 알렉스였고 노아는 그저, 그의 얼굴에 넋을 잃었을 뿐이었다.

그의 짙은 눈동자가 똑바로 노아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노아는 잡아먹힐 듯, 강렬한 시선에 사로잡혔다. 그가 느리게 눈을 깜빡거렸다. 눈동자가 기이한 빛으로 일렁거리더니 손바닥이 뜨거워졌다.

꾹 다물어졌던 입술이 살짝 벌어지더니 그가 입 끝으로 웃었다. 노아…. 한숨처럼 새어 나온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그의 목 빗근이 순간 도드라졌다. 하아. 숨을 토해 내는 동시에 손안의 성기가 부푸는 듯하더니 정액이 쏘아졌다. 길게 쏘아진 정액은 노아의 배와 그의 손등을 적셨다.

마치 느린 화면을 보는 듯 그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노아.”

혀를 내밀어 그가 노아의 입술을 길게 핥았다. 정액이 튄 노아의 배 위를 그가 문지르며 몸을 붙여 왔다. 노아는 홀린 듯 그의 입술을 마주 핥았다.

누구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두 사람의 입술이 맞붙었다. 질척하게 혀를 섞으며 정사의 후희를 나누었다.

알렉스는 노아를 부드럽게 끌어안고 제 정액을 노아 배에 문질렀다. 소유욕이 짙은 그의 행동과 함께 페로몬이 확 퍼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 페로몬으로 물든 노아를 알렉스는 끌어안고 몸을 더듬었다.

부끄러운 듯 노아가 알렉스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가슴에 폭 파묻힌 작은 몸을 알렉스는 옭아매듯 감싸 안았다.

온몸이 땀과 체액으로 엉망이었다. 급하게 정사를 치르느라 두 사람 모두 옷도 제대로 벗지 않은 상태였다.

느릿하게 노아의 등을 쓰다듬으며 이 순간을 음미하던 알렉스는 품에 폭 안겨 있는 노아가 지나치게 조용한 걸 깨달았다.

“노아…?”

“으응….”

대답인지 옹알인지 알 수 없는 말이 새어 나왔다. 조심스레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겨 주자, 손길이 귀찮은지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

“씻고 자야지.”

으응. 다시 알 수 없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알렉스는 진득한 미소를 지으며 노아의 귓가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욕망은 여전히 알렉스에게 남아 있었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반쯤 발기한 성기를 무시하고 남은 옷가지를 벗어 완전히 나신이 되었다. 이대로 자게 내버려 두는 것보단 씻기고 재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알렉스는 욕실로 가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았다. 온도가 제대로인지 손등으로 확인하고 자신은 샤워 부스에서 가볍게 몸을 씻어 내렸다.

욕실을 나오자 몸을 말고 잠든 노아의 어깨 아래로 팔을 밀어 넣었다.

“으…, 알렉스…?”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노아가 눈을 떴다. 눈동자엔 잠이 그득했다.

조심스레 몸을 안아 올리자 긴 속눈썹이 느리게 몇 번 깜빡거렸다.

“피곤하면 그냥 자.”

“뭐… 하는 거예요…?”

노아가 웅얼거리듯 느릿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착실하게 알렉스의 어깨를 붙잡았다.

“쉬. 그만 자.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끔뻑거리는 눈꺼풀에 입술을 살짝 대었다. 감긴 눈 아래로 동공이 움직이는 게 입술로 느껴졌다.

욕실로 들어가자 알맞게 받아진 욕조에 노아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어지간히 피곤했는지 느리게 눈꺼풀을 깜빡거리긴 했으나 정신을 차린 건 아니었다.

꾸벅꾸벅 조는 노아가 욕조에 꼬꾸라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알렉스는 꼼꼼하게 구석구석 노아를 씻겼다. 푸른색으로 핏줄이 비칠 정도로 창백한 나신이 알렉스의 눈앞에서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열기를 겨우 가라앉혔던 성기가 다시 힘을 받아 발기했다. 당장이라도 노아의 다리를 벌리고 꼭 다물어진 주름 사이에 제 것을 쑤셔 박고 싶은 욕망이 치솟았다. 매끈하고 쭉 뻗은 다리를 문지르던 손이 자연스럽게 노아의 허벅지를 벌렸다. 물 아래 일렁거리는 나신이 알렉스를 부추겼다. 어차피 반쯤 잠들어 있는데, 조심만 하면 되지 않을까. 손가락을 꽉 물어 오던 안쪽 내벽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생각났다. 손끝이 저릿해졌다. 오물대며 씹어 대던 감촉이 얼마나 자신을 미치게 했는지 떠올랐다. 물 아래 풀 죽은 성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노아를 닮아 모양도, 색도 크기도 지나치게 예뻤다. 귀두를 훑어 주니 자지러지던 장면이 떠올랐다. 옅은 페로몬이 한순간 폭발할 듯 진해지던 것도.

시발. 죽을 맛이네.

아랫배가 단단해졌다. 성기가 바짝 올라붙어 단단한 배에 툭툭 부딪혔다. 잔뜩 흥분한 성기는 그새 쿠퍼액으로 번들거리며 위협적으로 까딱거렸다. 핏줄이 선연했다. 당장 눈앞의 오메가를 깨워 제대로 안으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시발.

알렉스는 자신이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기 전에 노아를 재빨리 씻긴 다음 안았다.

으으…. 알…. 웅얼거리며 노아가 잠시 이마를 찌푸렸다. 알렉스는 팔을 뻗어 도톰하고 커다란 수건을 가져와 노아의 몸을 푹 감쌌다.

노아 방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정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축축한 시트에 노아를 다시 눕힐 수는 없었다.

알렉스는 노아의 몸을 꼼꼼하게 수건으로 감싸고는 제 방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알렉스는 제가 완전히 나신이라는 것도 상관하지 않았다. 흉기나 다름없는 성기를 곧추세운 채로 복도를 가로질러도 볼 사람이 없으니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노아의 몸만큼은 누가 볼세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커다란 수건 안에 감추었다.

조금 뒤척거리던 노아도 그새 깊이 잠이 든 모양인지 알렉스가 침대에 내려놓는데도 깨지 않았다.

알렉스는 물기가 다 닦인 노아를 침대에 내려놓았다. 폭신한 이불도 끌어다 덮었다. 그리고 자신도 곁에 몸을 뉘었다.

조금 전 씻겨서인지 노아의 몸이 따끈따끈했다. 알렉스는 마치 누군가 빼앗아 가기라도 하듯 양팔로 노아를 꼭 끌어안았다. 향긋한 향을 풍기는 나체를 끌어안고 있자니 발기한 것이 더욱 성을 내듯 부풀었다. 나른한 성감을 알렉스는 만끽했다. 노아가 제 곁에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두툼하게 부풀어 오른 것을 노아의 허벅지에 슬쩍 비벼 대며 알렉스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쌔액쌔액 숨을 내쉬며 잠이 든 노아의 이마에 입술을 꾹 누르고 속삭였다.

“잘 자. 내 노아. 내 유일한 오메가.”

노아가 사라지고 난 후 처음으로 느끼는 안정감이었다.

눈꺼풀이 조금씩 무거워졌다. 셀 수 없도록 수많은 날을 꼬박 새우던 밤과는 다른 시간이 찾아왔다.

무겁게 내려앉은 눈꺼풀은 이내 꽉 닫혔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호흡은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헉!”

알렉스는 눈을 번쩍 떴다. 식은땀으로 등이 축축했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과 무섭도록 어두운 무저갱을 여전히 헤매던 그의 동공이 정신없이 떨렸다. 꿈속에서 헤매던 시선은 잠시 후 어둑한 실내를 인지했다. 그리고 이내 그는 제 옆을 확인했다.

노아….

영원히 제 곁을 떠난 노아를 찾아 정신없이 헤매던 것이 꿈임을 깨닫는 순간 그는 노아를 꽉 끌어안았다.

내 곁에 있어. 노아는 내게 돌아왔어.

불안으로 쿵쾅거리는 심장은 여전히 터질 것 같았다. 알렉스는 제 품에 안긴 따스한 체온이 진짜라는 걸 확인했다. 한동안 떨림이 계속되었다. 알렉스는 잠이 든 노아의 정수리에 얼굴을 파묻고 가느다란 허리를 옭아매듯 꽉 껴안았다.

노아의 체온과 희미한 페로몬 향을 확인하고서야 떨림은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나마도 있던 잠이 완전히 달아났다. 다시 잠들 수 없었다. 잠든 사이 노아가 사라질까 봐, 꿈에서처럼 제 눈앞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출까 봐 두려워서 견딜 수 없었다.

아직 사위는 깜깜했다. 잠이 들고 겨우 두어 시간이 지났을 뿐이었다.

오늘 밤, 아니 어쩌면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밤을 또 이렇게 지새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걸 알렉스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밀려드는 두려움을 잊으려 알렉스는 노아를 더욱 제 품에 가두듯이 꽉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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