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화들짝 놀라 소리치자마자 그대로 풀썩 바닥에 쓰러졌다. 삽시간에 시야가 바뀌었다.
정염에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눈을 한 알렉스가 노아를 깔아뭉개고 몸을 타고 앉았다.
“알, 렉스….”
버둥거려 보지만 그에게 잡힌 팔이 머리 위로 들어 올려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묵직하고 농밀한 향이 가감 없이 전신을 적셨다. 목덜미가 오싹 저렸다. 완전히 러트에 접어든 알파였다.
안 돼요, 한숨처럼 새어 나온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몸을 숙였다.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닿았다. 축축한 혓바닥이 팔딱팔딱 뛰는 힘줄을 길게 핥았다.
“저, 노아예요. 알렉스, 정신, 좀 차… 흣…!”
알파 페로몬에 자극당한 육체가 떨려 왔다. 오메가의 본능이, 알파 페로몬에 반응한 페로몬이 기뻐 날뛰며 노아를 부추겼다.
그의 가슴을 밀어냈지만, 그 힘은 너무도 미약하고 연약했다.
노아는 숨을 헐떡거리며 입술을 달싹였다.
“알, 알렉스…. 저, 노아… 예요. 지, 지금 돌아갈게요. 그러니 잠시만….”
“가? 어딜 간다고? 이런 몸으로?”
픽, 그가 입 끝으로 비웃었다.
“넌 아무 데도 못 가.”
속삭이는 듯 중얼거리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노아의 목덜미에 이를 박았다. 아픔과 동시에 그의 페로몬이 쏟아졌다.
“아. 아!”
신체의 모든 감각이 확장되었다. 농염하고 짙은 페로몬에 온몸이 떨렸다.
실낱같던 이성의 줄기는 페로몬에 매몰되어 사라졌다. 노아의 머릿속엔 오직 자신을 탐하는 감각만이 선명했다.
야릇한 무게감이 노아를 내리눌렀다. 그의 커다란 손이 슈트를 파헤치고 다급하게 셔츠를 밀어 올렸다.
“흣…!”
짜릿한 감각이 관통했다. 허리가 파드득 튀었다. 가슴에 닿는 그의 손은 거칠게 몸을 훑었다. 등줄기로 저릿하게 전해지는 감촉에 발가락이 오므라들었다.
농밀한 페로몬이 전신으로 쏟아졌다. 한 가닥 남은 이성은 저항할 힘을 잃어갔다. 허리가 움찔 떨리며 허벅지가 바들바들 떨렸다.
페로몬 제어가 불가능했다. 달짝지근한 향이 짙어졌다.
“미치겠어…, 이 향, 날 미치게 해.”
목구멍으로 으르렁대는 듯 낮게 울린 목소리가 노아의 귓가를 건드리더니 이내 살점이 딸려 올라가도록 강하게 빨았다.
“아! 앗!”
파드득, 다시금 튀어 오르는 몸을 알렉스가 내리누르는 동시에, 그가 입을 맞췄다.
거칠게 입안을 휘젓는 움직임에 노아는 속수무책이었다. 뜨겁게 휘감긴 혀가 미숙한 노아의 것에 얽혔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타액이 섞였다. 숨결이 뒤엉켰다.
몸이 달아올랐다. 견딜 수 없으리만큼 몸 안이 욱신거렸다. 허리가 떨리고, 뒤가 축축하게 젖었다.
페로몬에 절은 노아는 본능적으로 그에게 몸을 붙이고 비볐다. 욕망이 머릿속을 녹였다.
알파, 저만의 알파.
어떤 오메가도 가지지 못했던 알렉스가 오메가인 자신에게 발정하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유일한 오메가라는 사실은 노아를 단숨에 천국으로 이끌었다.
질척하게 젖은 혀가 뒤섞였다. 서로의 타액을 섞으며 두 사람의 몸도 함께 엉켰다.
어느샌가 노아의 손목을 결박하던 손이 사라졌다. 노아는 그의 어깨를 힘껏 감았다.
“알렉스….”
달콤하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알렉스가 이를 악물었다.
“미치겠어. 어떻게, 이런…. 이런 건 겪어 본 적이 없어.”
잇새로 토해 낸 말은 그의 진심이었다. 정염에 물든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제 품 안에 안긴 작고 연약한 오메가에 대한 소유욕이 폭발했다. 이성을 앗아 가는 달짝지근한 페로몬이 알렉스를 미치게 했다.
단숨에 차오르는 성감에 성기는 진작 흉흉하게 발기한 상태였다.
몇만 달러가 넘는 슈트가 알렉스에 의해 단숨에 너덜너덜해졌다.
달큰한 향이 머리를 돌게 했다. 이성 따위 남김없이 사라졌다. 알렉스에겐 오직 제 품에 안긴 오메가를 집어삼키고 싶은 욕망만이 가득했다.
붉어진 뺨과 축축하게 젖은 눈동자. 쌔액쌔액 숨을 헐떡거리는 분홍빛 혀. 난잡하게 흐트러진 옷감 사이로 미칠 것같이 달콤한 육체가 알렉스를 향해 열려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남김없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싶었다.
생각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단내를 풍기는 입술을 먹어 치우고, 쾌락에 떠는 허리를 거칠게 주물렀다.
“하앗. 아, 으읏…!”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음란한 몸이었다. 알렉스의 손은 허리를 거슬러 올라가 작고 옅은 색의 유두를 문질렀다.
“아, 아! 알렉…!”
관통하는 쾌감을 참지 못한 노아가 허리를 떨었다. 덜덜 떨리는 몸은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알렉스의 목을 더욱 세게 끌어안아 온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알렉스는 노아의 가슴을 움켜쥐고 목덜미에 이를 세웠다.
자제력 따위 깡그리 사라졌다.
알렉스는 생전 처음 오메가 페로몬을 제대로 느꼈다.
그것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의 희열이었고,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이었다.
뇌를 적시는 향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이브의 선악과였다.
알렉스는 손안에 쥐어진 가슴을 꾹꾹 문질렀다. 노아의 입에선 소리 없는 교성만이 목 안으로 삼켜졌다.
이 오메가를 집어삼키라고 본능이 소리쳤다. 다급해진 손길은 노아의 바지를 벗겼다.
희게 드러난 허벅지를 보는 순간 눈앞이 아찔했다.
알렉스는 무릎으로 선 채로 슈트를 벗어 던지고, 조끼를 확 잡아 벌렸다. 단추가 튕겨 나와 카펫 바닥 어딘가에 떨어졌다.
구김 하나 없던 셔츠는 형편없이 망가진 지 오래였다. 그는 단추 풀 시간조차 아까웠다. 거추장스러운 옷을 단번에 벗어 던졌다.
그를 올려다보는 노아의 젖은 눈동자는 열에 들떠 있었다. 눈가는 성감으로 불그스름해졌다.
알렉스의 페로몬을 뒤집어쓴 노아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두툼하고 돌처럼 단단한 그의 가슴을 매만졌다.
달뜬 숨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알렉스….”
한숨처럼 터져 나온 속삭임에 알렉스는 짐승처럼 노아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노아의 온몸을 맛보았다. 그의 혀가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잇자국이 선명한 목덜미를 빨고, 손은 거침없이 유두를 문질렀다. 손이 지난 곳을 혀가 뒤따랐다. 작게 솟은 유두를 이를 살짝 물고 빨았다.
“으, 아아. 앗! 앗!”
노아의 허리가 몇 차례 튀어 올랐다. 견딜 수 없는 쾌감에 몸을 비틀며 교성을 내질렀다.
알렉스는 다디단 육체를 마음껏 맛보며 뒤가 흥건하게 젖은 엉덩이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하앗…! 아! 아!”
손끝에 주름이 느껴졌다. 새어 나온 애액이 알렉스의 손가락을 흥건하게 적셨다.
아랫배가 단단하게 조였다. 성기가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당장이라도 이 좁고 습한 곳에 제 것을 밀어 넣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는 그대로 손가락 하나를 푹 꽂아 넣었다.
“하앗! 알, 알렉스…!”
처음 맞는 침입에 내벽이 움찔거리며 손가락을 물어 왔다.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틀어 대는 노아의 입을 입술로 막았다.
다디단 타액을 빨고, 헐떡거리는 숨결을 틀어막았다. 두 사람의 혀가 입안에서 뒤섞였다. 입속의 부드러운 살결을 마음껏 탐하는 혀는 멈추지 않았다.
그 사이 알렉스는 두 번째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벌어진 허벅지가 잘게 떨리며 노아가 알렉스에게 매달렸다.
애액으로 흠뻑 젖은 내벽은 손가락을 끊어먹을 것처럼 움찔거렸다.
푹푹, 몇 번 손가락을 움직이자, 노아의 몸이 쾌감으로 잔뜩 조여들었다. 그와 동시에 손가락을 문 내벽도 꽉 오므라들었다.
하반신으로 피가 몰렸다. 알렉스는 더는 참지 못했다.
내벽을 쑤시던 손가락을 잡아 뺐다.
욕정에 젖은 눈동자가 똑바로 노아를 내려다보았다. 물기로 젖은 눈동자가 알렉스를 올려다보았다.
노아는 달뜬 숨을 내쉬며 알렉스에게 손을 뻗었다. 몸이 달아 어쩔 줄 몰랐다.
“알렉스…, 지, 지금….”
젖은 시선이 알렉스를 갈구했다.
그는 다급하게 지퍼를 내렸다. 바지 안에 갇혀 있던 성기를 꺼냈다. 이미 단단하게 곧추선 성기를 당장이라도 움찔거리는 구멍 속에 처박고 싶었다.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노아가 입술을 달싹거렸다. 알렉스…. 뱉어 낸 애원에 알렉스는 상체를 숙였다.
손으로 희고 고운 허벅지를 잡아 벌리고 입을 맞췄다. 한껏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한 번에 손가락 두 개를 쑤셔 넣고 몇 번 흔들어 대자, 노아가 허리를 뒤틀며 울었다.
“싫, 싫어…, 으, 아, 니야…. 어서…. 흣….”
달큰한 페로몬이 알렉스의 아랫배를 자극하고, 한층 농밀한 향을 내보냈다.
“보채지 마. 어떻게 된 몸이야. 시발.”
흥분으로 이를 악문 알렉스는 넣어 달라 보채는 구멍에 성기를 밀어 넣었다.
“하앗……!”
노아의 허리가 튀어 올랐다. 넘칠 정도로 애액을 흘리면서도 구멍 안쪽이 엄청나게 조였다.
알렉스는 그 차이에 더더욱 흥분했다. 굵은 귀두를 꾹, 밀어 넣자 벌어진 허벅지가 잘게 경련했다.
“앗. 으, 읏, 아……! 앗!”
“힘 좀 빼 봐. 내 걸 끊어 먹을 셈이야?”
으르렁대는 알렉스의 이마가 한껏 일그러졌다. 성기를 압박하는 내부는 침입자를 밀어내기라도 하듯이 지나치게 빠듯했다. 겨우 귀두만 넣었을 뿐인데도 머리가 돌 것 같았다.
노아의 양 뺨이 눈물로 흠뻑 젖었다. 히익히익, 숨이 반쯤 넘어가고 있었다.
알렉스는 끝이 젖어 있는 노아의 성기를 한 손으로 감싸 쥐었다.
“아아. 아…!”
앞과 뒤에 동시에 가해지는 자극이 지나쳐 노아는 교성만 질러 댔다.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등줄기가 저리도록 강렬한 쾌감에 몸서리치며 울었다.
노아는 생전 처음 겪는 감각에 휩쓸려 두려워졌다. 알렉스가 자신을 구해 줄 유일한 구원자인 것처럼 그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그가 성기를 쥐고 문지를 때마다 온몸이 저릿했다. 알렉스가 주는 감각을 좇아 노아는 허리를 흔들며 흥분했다.
그 사이 알렉스가 애액으로 한층 미끄러워진 안에다 성기를 밀어 넣었다.
“흐아, 앗! 아…!”
굵은 기둥이 내벽을 밀어내며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내벽이 꿈틀거리며 안을 빠듯하게 채운 성기를 꽉 물어 댔다. 목 안으로 낮은 신음을 흘린 알렉스가 허벅지를 잡고 크게 벌렸다.
“아. 아! 아!”
감당할 수 없는 자극에 순간 눈앞이 점멸했다. 후드득 몸을 떨며 그대로 절정에 달했다.
단단하고 뜨거운 성기가 절정에 달한 노아의 안을 파고들 기세로 깊숙하게 들어왔다.
“아… 알, 렉…! 아, 직, 나……!”
배 속이 그로 가득 찼다. 자극이 너무 강해 견딜 수가 없었다. 콱콱, 안으로 밀려들어 온 성기가 이내, 누구도 닿지 않았던 곳까지 침입했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노아는 그의 어깨에 매달려 울었다.
손속을 두지 않은 무자비한 알파는 깊숙이 박아 넣은 것을 단숨에 빼더니 그대로 푹, 안으로 쑤셔 넣었다.
“흐앗…! 앗! 아아앗!”
그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벽을 가득 채운 것이 빠져나가고 다시 들어오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젖은 소리가 쉼 없이 울려 퍼졌다. 아래를 헤집어 대는 알렉스의 표정이 점점 단단해졌다.
한껏 벌어진 다리가 허공에서 흔들거렸다. 지나치게 빨라 그의 얼굴이 흐려졌다. 벨트 버클이 엉덩이에 부딪혀 붉은 자국을 만들어 냈지만, 노아는 통증조차 느끼지 못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등줄기를 관통하는 쾌감에 발가락이 오므라들었다.
알렉스가 허공에서 흔들리는 다리를 붙잡아 허리에 두르게 했다. 그리고는 이내 강하게 허리를 쳐올렸다.
“알렉스…!”
그륵대는 긁히는 소리가 그의 목에서 울렸다. 두 사람의 페로몬은 이제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방 안 가득 뒤섞여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다.
움직임은 더더욱 격렬해졌다. 노아는 그저 그에게 매달려 헐떡거리기만 했다.
자극이 너무 강했다. 안을 쑤셔 대는 그가 주는 자극에 눈앞이 번쩍번쩍했다.
“아아…!”
한번 절정에 달했던 노아의 성기가 다시금 발기해 그의 단단한 배에 부딪혔다.
숨이 막히도록 내벽을 압박하는 그의 성기가 안쪽 깊숙한 곳을 연신 두드렸다.
“하앗! 거기, 거기는…! 아아, 아…!”
하반신에 내리꽂히는 짜릿한 감각에 노아는 허리를 들썩이며, 또다시 정액을 토해 냈다.
절정의 여운에 젖어 노아가 사지를 축 늘어뜨리자마자 알렉스는 그를 그대로 안아 올렸다.
“하앗! 아직, 아직…! 알렉, 스…!”
연결된 곳이 이번엔 다른 각도로 찔러 왔다. 히익, 히익, 숨을 몰아쉬며 노아는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노아를 안은 채로 그가 일어섰다.
“아! 아…!”
그가 움직일 때마다 연결된 곳이 안을 푹푹 찔러 왔다. 발밑이 불안정한 부유감과 함께 쾌감이 치솟았다. 그에게 단단하게 매달린 채로 노아는 울었다.
성큼성큼 걸어 그대로 긴 카우치에 눕혀졌다. 그와 동시에 안을 가득 채우던 것이 빠져나갔다.
흉흉한 눈빛으로 노아를 내려다보며 그가 벨트 버클을 풀었다. 순식간에 나체로 선 그는 신이 빚어 낸 가장 완벽한 피조물 같았다.
땀으로 젖은 육체와 들판을 달리는 말처럼 꿈틀거리는 근육. 두툼하고 돌처럼 단단한 가슴 아래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가 위협하듯 노아를 내려다보았다.
수컷의 향기를 진하게 풍기는 그의 모습에 노아는 멍하니 넋을 놓았다.
그때였다. 입 끝을 살짝 끌어올린 그가 곧바로 노아에게 달려들었다.
허리가 잡혔다. 그리고는 삽시간에 시야가 뒤집혔다.
노아는 카우치에 엎드린 자세로 그에게 엉덩이만 번쩍 들렸다.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다시 그의 것이 구멍을 벌리고 안을 점령했다.
“흐아앗!”
그의 입술은 꿈틀대는 노아의 척추를 따라 이를 박아 넣었다. 혀끝으로 느껴지는 감촉에 다시금 노아는 열에 들뜬 것처럼 흥분했다.
제 것이 카우치 팔걸이에 문질러졌다. 앞뒤로 가해지는 자극은 노아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갈 만큼 강렬한 쾌감을 주었다.
허리를 조르듯 붙잡던 그의 손이 노아의 유두를 꼬집어 비틀었다.
“아앗…, 흐, 아…! 앗! 아!”
알렉스, 알렉스.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노아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밀어붙이는 그의 거센 움직임에 노아는 힘을 잃고 풀썩 쓰러졌다.
무자비한 침입자는 내벽에 자신의 존재를 어김없이 박아 넣으며 쉼 없이 그 안을 헤집었다.
목구멍까지 치달아 오를 것 같은 압박감에 노아는 히끅히끅 울음을 토해 냈다. 고환이 엉덩이에 부딪히며 내는 차진 소리가 음란하기 짝이 없었다.
주름이 한계까지 팽팽하게 벌어졌다. 두툼하고 큰 성기를 담고 있는 내벽이 음란하게 그의 것을 옭아맸다.
뜨거운 성기가 내벽을 긁으며 한순간에 빠져나갔다.
“아, 안 돼….”
채우지 못한 욕망이 꿈틀거리며 본능적으로 노아는 허리를 흔들었다. 아직 아니었다. 굵은 성기를 차지했던 내벽이 그를 원하며 보챘다.
“알렉스, 으, 읏…, 아, 아…!”
허리를 흔드는 노아를 단숨에 알렉스가 안았다.
“앗.”
단단한 몸에 찰싹 달라붙어 매달렸다. 욕망으로 붉어진 알렉스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헐떡거리는 노아의 입술을 탐했다. 뜨거운 입안에서 두 사람의 혀가 질척하게 엉켰다. 알렉스는 노아의 엉덩이를 받쳐 안아 그대로 침실로 향했다.
숨이 막힐 듯한 농밀한 향기가 뒤섞였다. 노아는 숨을 헐떡거리며 입안을 휘젓는 그의 혀를 빨았다.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이 노아의 입가에 흘러내렸다.
그에게 취해 정신없이 입술을 빨아 대던 노아는 그가 몸을 숙이자 그의 어깨에 매달렸다.
등에 푹신한 시트가 닿았다.
“으으….”
알렉스가 허리를 밀어붙이며 노아의 허벅지를 벌렸다.
“그새 못 참고 질질 흘리고 있네. 어떻게 된 게 그걸 못 참아?”
정액으로 범벅이 된 구멍을 그가 손가락으로 헤집으며 눈을 번뜩였다.
“알렉스, 아…, 지, 지금…, 흣.”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온 그의 페로몬에 노아는 줄줄 눈물을 흘리며 허리를 흔들었다. 안쪽이 가려워서 죽을 것 같았다.
“제발, 제발… 어떻게 해, 줘….”
허공을 헤매던 손이 알렉스의 가슴을 더듬고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그의 손가락이 푹푹 구멍을 쑤셔 댔다. 노아는 제 허벅지를 잡고 몸을 덜덜 떨었다.
“이게 아니야…. 알렉스, 알렉스, 제발…. 흐윽.”
그의 단단한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울먹거리며 애원하는 오메가의 목소리에 알렉스의 본능이 한층 흉포하게 날뛰어 댔다.
“하. 시발.”
알렉스는 노아의 양 발목을 잡고 옆으로 쫙 벌렸다. 그대로 흉흉하게 발기한 성기를 흠뻑 젖은 구멍에 푹 쑤셔 넣었다.
“흐아아앗…!”
노아의 허리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내벽을 짓찧는 성기가 쉬지 않고 안쪽을 자극했다.
발끝이 오므라들었다. 내장을 밀어내는 듯한 감각에 노아는 숨을 몰아쉬었다.
“아. 아아…!”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교성이 발정기를 맞이한 알파를 더욱 부추겼다.
성기를 씹어 대는 쾌감에 알렉스는 빠르게 허리를 짓찧었다. 온몸이 성감대가 된 것처럼 짜릿한 감각이 쉼 없이 알렉스를 자극했다. 퍽퍽. 강하게 안을 쑤시자 내벽이 한층 오물거리며 성기를 조였다. 박을 때마다 노아의 엉덩이가 자르르 떨리며 단단하게 굳었다가 풀어지길 반복했다.
“알렉스, 나, 나 지금… 나왓…! 아! 아!”
복부가 단단해지더니 순식간에 노아가 묽은 것을 토해 냈다. 핏핏 쏘아지는 것은 정액이 아니었다. 이내 물을 줄줄 싸면서 노아가 목 놓아 울었다.
“흐윽. 나, 나오고 있어요. 흐, 아, 아직….”
정액이 아닌 다른 것을 흘린 노아는 몸을 비틀었지만, 알렉스는 여전히 내벽을 쾅쾅 찧듯이 성기를 박아 댔다. 자극은 한층 더 강해졌고 노아는 또다시 줄줄 눈물을 흘리며 그의 어깨에 매달렸다.
발목을 움켜쥐었던 손을 놓고 알렉스는 노아의 허리를 완전히 반으로 접었다.
핏줄이 불거진 두꺼운 성기를 빼자, 내벽이 빠져나가는 성기를 잡을 듯 움찔대며 감쌌다.
“젠장. 돌 것 같아.”
몸이 반으로 접혀 성기를 머금었던 구멍이 훤히 드러났다. 그곳은 이미 열감으로 붉어졌고, 정액과 애액으로 번들거리며 뻐끔대고 있었다.
알렉스는 노아를 덮쳤다. 넣어 달라 움찔거리는 구멍에 두꺼운 성기를 그대로 꽂아 넣었다.
“아아…!”
푹푹. 안을 쑤시며 알렉스는 쾌락에 들뜬 노아의 입술을 깨물었다. 다디단 타액을 마음껏 빨아 대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 댔다.
“읍, 읍!”
지나친 쾌감에 몸을 덜덜 떨며 노아는 입안을 헤집는 그의 혓바닥을 빨았다. 농밀한 입맞춤이 쉼 없이 이어졌다. 퍽퍽퍽. 쑤셔 대는 성기의 움직임이 격렬해졌다. 또다시 강렬한 쾌감이 노아를 덮쳤다.
몇 번째인지도 모를 사정을 하며 알렉스의 등에 손톱을 세웠다.
찢, 어져요. 아아, 너무 깊어요.
노아의 신음은 그의 입술에 모두 먹혔다.
목구멍이 뚫릴 것처럼 강한 압박감에 숨을 헐떡거렸다. 그가 허리를 짓찧을 때마다 다리가 허공에서 쉴 새 없이 흔들렸다.
알파의 본능이 또다시 오메가를 완전히 정복하라고 속삭였다. 내벽 깊숙한 곳에 숨겨진 것을 찾아 좁고 빠듯한 안에 제 것을 처박았다.
두툼한 귀두 끝이 여리고 볼록한 지점에 도달하자 틈새를 벌리기 위해 알렉스는 더더욱 허리를 밀어붙였다.
“아! 아, 안 돼…, 아, 아! 알렉스…! 거긴, 하앗!”
노아의 엉덩이가 경련했다. 깊숙한 곳을 찌르는 성기가 아기집을 건드리고 틈새를 벌리고 있었다.
“아아! 아…!”
그것은 고통과도 닮은 쾌락이었다. 등줄기를 관통하는 저릿한 감각이 그곳으로 모여드는 기분이었다.
노아는 벌어진 허벅지를 오므리려 애쓰며, 발가락을 꿈틀거렸다.
“거긴, 안…! 알렉…, 아앗!”
노아의 눈에서 또다시 펑펑 눈물이 쏟아졌다. 임신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알파를 온전히 제 것으로 할 수 있다는 기이한 충족감이 동시에 밀려 왔다.
그것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집요하게 틈새를 비집고, 기어이 안쪽 깊숙한 곳에 제 것을 꽂아 넣었다.
그가 몸을 숙였다. 단단하고 묵직한 체구가 노아를 완벽하게 제 품에 가두고 꽉 끌어안은 채로 노아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읏….”
한숨과도 닮은 짧은 신음을 토해 낸 그가 이내 절정에 도달했다.
뜨거운 것이 노아의 안을 가득 채웠다.
파드득 몸을 떨며 노아는 또 한 번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안을 빠듯하게 채우고 있던 것이 점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 아, 아아…! 아파, 아파요…! 알렉…!”
무심코 겁먹을 정도로 큰 성기가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자기 씨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입구를 틀어막았다.
아래가 찢어질 것 같은 두려움과 묘한 충족감이 뒤섞여 노아는 도리질 쳤다.
“찢어, 찢어져요. 아파, 안 돼, 터질, 거야. 아아!”
두려움에 젖은 노아의 비명에도 그의 것은 점점 더 크기를 키워 갔다.
노아는 도리질 치며 울었다.
제 오메가의 울음에 알렉스는 노아의 얼굴을 제 쪽으로 돌려 길게 입을 맞췄다.
젖고 축축한 안쪽을 길게 핥아 주고, 혀를 감고 빨았다. 차근차근 안쪽을 다정하게 핥고 울음을 터트린 눈가도 손가락으로 훑는다.
제 품 안의 오메가에게 생겨난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지만 노아는 그 다정한 손길에 팔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매만졌다.
두려움과 함께 깊은 유대감이 생겨났다. 그가 사랑스러웠다.
자신만의 알파.
오메가는 아무도 갖지 못한 알파였다.
노아는 문득 슬픔이 물밀 듯이 밀려와 그에게 매달렸다.
이 순간만은. 이때만큼은 그는 온전히 저만의 알파였다.
결합이 길어지고 그의 성기는 완전히 부풀어 올라 노아의 안에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
배 속이 온통 그의 것으로 가득했다. 고통은 점점 더 노아를 힘들게 했다. 파들파들 떨던 몸은 어느새 축 늘어졌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점점 의식이 희미해지던 그때, 나직이 속삭이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내 오메가’
그러나 확인하기도 전에 노아의 의식은 완전히 어둠 속에 묻혀 가라앉았다.
숨이 턱 막히는 무게감에 눈을 떴다.
가장 먼저 깨달은 건 따스한 체온이었다. 돌처럼 단단한 그의 몸이 주는 나른하고 야릇한 감각.
입술에 닿아 있는 그의 어깨가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내 노아는 깨달았다. 벌거벗은 알렉스가 제게 엎드린 채 잠들어 있다는 걸.
곧이어 어젯밤의 기억이 밀려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각하는 순간 노아의 안색은 단숨에 새파래졌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너무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벗어나야 해. 여기서 당장.
본능이 속삭였다. 핏기가 싹 가셨다.
노아는 행여 그가 깰까 봐 두려움에 떨며 그의 어깨를 조심스레 밀어냈다.
키도 무게도 엄청난 차이가 나는 탓에 그에게서 빠져나오는 건 몹시 힘들었다.
끙끙거리며 간신히 그의 아래에서 빠져나온 노아는 그대로 바닥에 발을 디뎠다. 그 순간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았다.
밤새 벌어져 있던 아래에서 뭔가가 주르륵 흐르는 게 느껴졌다.
낯선 감각에 머리를 흔들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힐긋, 침대 위를 올려보자 여전히 엎드린 채 알렉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노아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줘 간신히 일어났다.
아래가 얼얼하고 허리가 빠질 것 같은 둔통이 밀려왔지만 이를 악물었다.
서둘러야 해. 그가 깨어나서 화내기 전에.
비틀거리며 침실을 빠져나오자 어젯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너저분한 응접실이 보였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옷가지를 본능적으로 끌어모았다. 하지만 이걸 입고 갈 수는 없었다. 셔츠고 조끼고 간에 단추가 죄다 날아가 버리고 없었으니까.
노아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때마침 어제 조엘이 노아가 묵을 방이 어딘지 알려 준 게 떠올랐다.
혹시 하는 마음에 그 방으로 들어가 드레스룸을 열자, 다행히도 입을 옷이 갖춰져 있었다.
노아는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걸려 있는 옷을 잡아 빼 허둥지둥 갈아입었다.
그가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슈트를 대충 모아 품에 안았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가 화를 덜 낼지도 모른다.
노아의 머릿속엔 오직 이 생각뿐이었다.
응접실로 나오자마자 문 가까이에 나뒹구는 핸드폰을 발견했다. 그것까지 챙겨 들고 노아는 도망치듯 펜트하우스를 빠져나왔다.
호텔 로비를 가로질러 밖으로 나오자마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마침 호텔 정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발견하곤 그대로 뒷좌석에 올라탔다.
“어디로 모실까요?”
“로테 거리, 아니 콜리나로 가 주세요.”
저도 모르게 카일이 있는 곳의 주소를 말하려다, 저택 주소로 바꿨다.
카일이 지금 제 모습을 보면 분명 무슨 일이냐고 다그칠 거다. 친구가 제대로 이해하도록 둘러댈 자신이 없었다.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고.
노아는 뒷좌석에 앉아 몸을 웅크렸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노아는 왜 그가 진작 피하지 않았냐고 비난하는 걸 상상했다. 상상만으로도 몸이 덜덜 떨렸다.
어쩌지. 어쩌면 좋지?
온통 나쁜 상상이 자신을 가득 채웠다. 노아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며 몸을 떠는 사이, 기사는 계속 뒷좌석을 힐끔거렸다.
그는 몇 번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저… 손님. 괜찮으십니까?”
“네…?”
“저 혹시 경찰서로 가셔야 하는 상황이면, 이대로 차를 돌리겠습니다.”
“네? 아, 아니에요! 아닙니다! 그, 그냥 가 주세요.”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혹 안 좋은 일을 당하신 거면….”
“아니에요. 그냥 몸이 좀 안 좋은 것뿐이에요.”
노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 일도 아니라고 애써 웃었다.
기사가 오해하지 않도록 몸을 똑바로 세워 앉았다. 형편없이 구겨진 슈트는 무릎 위에 두었다.
그 위에 얌전히 손을 올려 두고 노아는 애써 괜찮은 척 심호흡을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내렸다. 택시비를 내야 할 때 조금 당황했었지만, 다행히 챙겨 온 슈트 주머니 안에 카드 지갑이 들어 있어서 곤란한 상황을 겪지는 않았다.
노아는 다른 사람과 마주치기 전에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말 못 할 곳이 계속 욱신거렸지만, 통증을 무시하고 계속 움직였다.
제 방에 도착하자마자 긴장이 풀려 문 앞에서 주저앉았다.
자신이 머물렀던 익숙한 방의 풍경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노아는 자신이 아무 생각도 않고 도망쳤다는 걸 깨달았다.
그저, 그의 비난을 듣고 싶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노아가 펜트하우스를 나올 때까지 알렉스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혹시 아픈 건 아닐까? 약물로 인한 강제 러트였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러트와는 다르지 않을까? 그가 깨어나지 않은 건 아파서가 아닐까?
뒤늦게 밀려온 생각에 노아는 머리를 쥐어 싸맸다.
이미 도망쳐 온 마당에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는 어떤 식으로든 화를 낼 것이다.
알렉스가 일어나면 뭐라고 할까? 왜 빨리 피하지 않았냐고 비난할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니 없던 일로 하자고 할까.
없던 일로 하자는 말을 떠올리는 순간, 가슴이 지끈거렸다.
노아는 화장실에서 본의 아니게 엿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모친으로 인해 오메가를 불신했던 그가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겠지.
그저 하룻밤의 사고.
그에게는 아마도 그런 의미겠지.
노아는 무릎을 모아 쥐고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알파와 오메가 사이에서 벌어진 피치 못할 사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자꾸만 가슴이 저릿해졌다. 가슴 깊숙한 곳에 커다란 덩어리가 뭉쳐진 것 같았다.
눈가가 뜨거워졌다. 노아는 서둘러 빠르게 눈꺼풀을 깜빡거렸다. 코끝이 시큰해져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고는 얼굴을 들었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아직 알렉스에게서는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어.
울적해지려는 마음을 애써 다잡았다.
느릿느릿 일어난 노아는 비틀거리며 욕실로 향했다.
우선은 끈적거리는 몸부터 씻고 나서 생각하자.
* * *
조엘이 펜트하우스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사람의 정수리에 바로 내리꽂히는 시간이었다.
아이 때문에 자리를 비운 탓에 파티 뒷수습을 다른 이에게 맡겼던 터라 마무리 확인차 호텔에 들른 참이었다.
날짜상으로는 이틀이 지났으니 이 시간이면 고용주의 러트도 어느 정도는 가라앉았을 거다.
펜트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응접실이 엉망진창이었다.
고용주가 파티 때 입었던 슈트가 아주 넝마가 되어 널브러져 있었다.
아니, 갑자기 헐크라도 된 거야? 옷 단추는 왜 죄다 뜯어진 거지?
조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널브러진 옷들을 하나씩 주워 차곡차곡 갰다.
조엘은 컨시어지 매니저에게 맡겨야 할 일을 정리하면서도 메인 침실을 힐끔거렸다.
왜 이리 조용하지?
러트 시기만 되면 인기척에 한층 더 예민하게 굴던 고용주였다.
혹시 자나?
굳게 닫힌 문을 연신 힐끔대면서도 조엘은 굳이 문을 열어 확인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직 러트가 남은 상태라면 화풀이 대상이 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알아서 몸을 사렸다.
엉망이 된 응접실을 대충 정리하고 조엘이 카우치에 앉아 어쩔까 고민하던 그때였다.
메인 침실 문이 열리고 샤워 가운만 걸친 알렉스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나왔다.
“어! 깨셨어요? 좀 괜찮으세요?”
“머리가 깨질 거 같아. 두통약 좀 가져와.”
“네. 갖다 드릴게요.”
비상약을 넣어 둔 서랍을 열어 두통약을 꺼낸 조엘은 간이 주방으로 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건네주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파티가 있었던 게 이틀 전입니다. 러트는 무사히 잘 끝나신 거죠?”
조엘이 알렉스의 상태를 살피며 물었다.
알렉스는 약을 받아 단숨에 털어 넣었다.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머리를 찌르는 듯한 두통 때문에 신경이 곤두섰다.
“파티는 어떻게 됐어?”
“아, 파견 나가 있던 직원들한테 맡겼습니다. 갑자기 일이 생겨 자리를 비운 걸로 해 두었습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알렉스는 카우치에 앉았다.
러트를 겪은 적은 많지만, 이렇게 심한 두통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짜증이 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막 잠에서 깨어났을 때 느꼈던 기묘한 위화감을 아직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막 눈을 떴을 때 찰나이긴 했지만, 알렉스는 마치 누군가 곁에 있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아무도 없어서 불쑥 화가 났을 정도로.
“여기에, 나밖에 없었어?”
“네? 무슨 말씀을…. 대표님 러트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호텔 측에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는걸요. 왜요? 혹시 누가 들어왔었나요?”
말을 꺼내자마자 헉. 하고 숨을 삼킨 조엘이 당황한 어조로 되물었다.
“설마…! 대표님, 바람피운 건….”
“그런 거 아니야. 그리고 바람은 무슨 바람이야.”
“지금 대표님은 유부남이시잖아요. 노아 씨랑 잔 게 아니면 바람이죠, 뭐.”
“내가 노아랑 뭐? 미쳤어?”
“그러니까 하는 말이죠. 노아는 저택에 있으니까 여기 누군가 있었다면 다른 상대라는 말인데…. 근데 그걸 왜 저한테 물으세요? 그날 일이 기억 안 나세요?”
알렉스는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 러트가 터진 날의 기억을 떠올리려고 머리를 굴려 봤지만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아무것도 기억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조슈아가 무슨 짓을 저질렀다고 했던 건 희미하게 기억나.”
“그럼 노아 씨가 여기 데리고 온 것도 기억 안 나세요? 그분이 상황을 먼저 안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노아 씨가 아니었더라면 대표님 진짜 망신당할 뻔했어요.”
“그 얘기 좀 자세히 해 봐. 노아가 무슨 얘길 했는지.”
“우연히 로비에서 조슈아를 봤는데, 조슈아가 웨이터 복장을 한 남자와 얘기하는 걸 엿들었대요. 약을 탔고 제대로 마시는 걸 확인했다고 하면서, 러트 촉진제니까 문제 있는 약은 아니라고 조슈아가 그랬대요. 그 얘기 듣자마자 노아가 파티장으로 달려가 대표님을 펜트하우스로 모신 거라고 했어요. 자긴 이제 저택으로 돌아간다고. 대표님이 러트니까 여기에 머물기는 어렵다고 하면서요.”
“돌아간 건 확실해?”
“저하고 통화할 때 이제 저택으로 간다고 그러시길래, 호텔에다 얘기해서 리무진 불러서 가시라고 했어요. 진짜 기억 하나도 안 나세요?”
“몰라. 엘리베이터에서의 기억이 끝이야. 여기 들어온 것도 기억 안 나.”
“그럼 여기 누가 있었는지도 모르는 거네요. 왜요? 뭔가 의심스러운 거라도?”
조엘이 심각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의 얼굴엔 가십지가 떠들어 댈 만한 일이 생긴 거면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고민하는 게 고스란히 떠올라 있었다.
알렉스는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손을 내저었다. 그냥 신경이 예민해져서 괜한 생각이 든 거다.
누군가 있었던 것 같은 이 기묘한 느낌은 약물로 러트를 앞당긴 탓에 생겨난 착각일 거다.
다시금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 알렉스는 이 고통을 선사한 대상에게로 분노를 되돌렸다.
“조슈아가 나한테 이런 엿을 먹였으니 나도 복수해 줘야지. 그 철부지 도련님이 만났다던 웨이터가 누군지 알아보고 세토라 사장이랑 미팅 좀 잡아.”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알렉스의 눈빛에 조엘은, 큰일 났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조슈아에게 마음속으로 애도를 표했다.
그러게 잠자는 사자는 왜 건드리냐.
곧 벌어질 일에 조엘은 한숨을 거하게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