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그놈이랑 해버린 이유 (1)
얼어있을 틈도 없이 주먹이 나갔다. 주먹은 녀석의 면상에 제대로 꽂혔고 애쉬는 의자째로 뒤로 발라당 넘어가 버렸다.
퍼억.
“뒤지고 싶어? 어디서 헛소리야!”
“으윽.”
비틀거리며 일어난 애쉬의 코 밑으로 붉은 피가 흘렀다. 손수건을 코밑에 받친 애쉬가 내 옆으로 성큼성큼 걸어온다.
나도 모르게 그를 피해 뒤로 물러서려 하자 손목이 잡혀버렸다.
“하고 싶어요.”
“뭘, 섹스를?!”
“아니요. 선배와 섹스를요.”
“시팔, 그게 그거지.”
불현듯 애쉬의 다리 사이에 달린 거대한 흉기의 감촉이 떠올랐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녀석의 잠자리 상대를 측은해하고 있었는데… 그 불쌍한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는 거야?
벌써부터 아래가 저려오는 기분이다. 이런 미친! 놈과의 섹스는 자살 행위라고!
“잘할게요.”
“꺼져, 나는 너랑 그런 거 할 생각 없으니까.”
“제가 동정이라서 서툴까 봐 그러는 거예요? 그러니까… 선배가 알려주세요. 선배의 입맛대로, 취향대로 저를 만들어가 주세요.”
“염병, 그걸 왜 나한테 맞추니? 오른손으로 자위나 하세요.”
“자위요? 그건 어떻게 하는 거죠? 알려주세요!”
이 새끼가 지금 나를 놀리나?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애쉬의 대답에 입 밖으로는 헛웃음 말고 다른 것이 튀어나오지 못했다.
내 손목에 붙들려 있던 손이 아래로 스으윽― 내려가더니 이내 손가락 사이를 얽어가며 마주 잡아온다.
“저의 모든 처음을 선배에게 맞추고 싶어요.”
“…….”
“선배 생각이 아니면 자위도 하지 못할 만큼, 그렇게 저를 만들어 주세요.”
어마어마한 말을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애쉬 탓에 경악으로 물들어가는 내가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애쉬가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워낙 놈의 손이 커서 내 손이 먹혀 들어가는 모양새다.
“선배.”
“안 돼.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너랑 내가 무슨 사이라도 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짓을 하겠어.”
“그럼 우리 무슨 사이 할까요? 전 뭐든 좋은데.”
“자꾸 애같이 굴래? 한 번만 더 헛소리하면 이번엔 네 다리 사이에 있는 그곳을 쳐줄 테니까.”
표정을 지우고 냉정하게 이야기하자 애쉬의 어깨에 힘이 빠지는 것이 보였다.
“…정말 안 돼요?”
“손 놔.”
“조금만…….”
“놔.”
스르륵.
손가락 사이로 얽혀들었던 애쉬의 손이 천천히 빠져나갔다. 어찌나 느리고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지 몇 번이고 다시 잡아오려 하기에 내가 손을 확 손을 거두어 갔다.
그리고 우리 둘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몇 번 더 강하게 쏘아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애쉬의 표정이 소박맞은 여인네처럼 너무도 처량해 보였기에 차마 모질게 나가지 못했다. 이만하면 충분히 알아들은 것 같다.
“…선배 뜻이 그렇다면, 알았어요.”
거봐, 알아들었잖아.
“뭐, 동정이니까 호기심에 그런 발칙한 생각을 했을 수도 있어. 그런데 상대를 잘못 골랐어, 애쉬. 나중에 애인을 사귀게 되면 그때 다시 권해 보렴.”
참된 어른의 자세로 애쉬를 타일렀다. 그러나 녀석에게는 전혀 위로되지 않은 것 같다.
“…….”
“오늘 일은 없던 거로 하자. 나도 완전히 잊어버릴게.”
“아뇨, 그럴 수 없어요. 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 쪽팔리겠지. 밤에 이불을 수도 없이 찰 거야. 그런데 잊는 게 마음이 편하다? 그게 정신 건강에 좋아.”
애쉬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더 이상 선배랑 과외를 이어나갈 자신도 없고요.”
“…뭐?”
“과외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할게요. 오늘까지 수업해 주셨던 수업료는 내일 드릴게요.”
애쉬가 상처받은 눈을 하고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잠깐, 내가 뭘 들은 거지? 뭘 이어나갈 수 없다고?
“과, 과외는 괜찮아. 나는 평소처럼 너를 대할 수 있어.”
“제가 괜찮지 않아서 그래요. 어떻게 그런 엄청난 발언을 해놓고 선배를 아무렇지 않게 볼 수가 있겠어요. 전 도저히…….”
안 돼. 안 돼. 안 된다고! 나의 쏠쏠한, 아니 막대한 주 수입원이 되어주고 있는 과외를 이렇게 허망하게 놓칠 수는 없어!
나는 떨리는 동공을 최대한 감추려 노력하며 침착하게 애쉬를 불렀다.
“애쉬, 부끄러움은 찰나야. 한 달만, 아니 일주일만 있어보면 금방 잊힐 거야.”
“다른 과외 선생님을 알아보겠어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꾸벅 인사하는 애쉬의 금발을 잡아채고 싶었다.
작별 인사하지 말란 말이야! 난 헤어질 생각이 없어, 이 자식아!
애쉬가 과외 시간을 늘려달라고 졸라대던 탓에 아르바이트 시간도 확 줄인지라 만약 과외가 없어진다면 수입이 전무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일하지 않아 비어버린 타임에 새 아르바이트생을 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 자리에 다시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도 적다. 애쉬의 과외가 끊기면 내 재정 상태에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제발 그것만은 막아야 돼.
“애, 애쉬. 잠깐만!”
내가 뿌리쳤던 애쉬의 손을 다시 잡았다. 애쉬가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 섹스… 말이야.”
“그 이야기는 이제 괜찮아요. 제가 너무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드렸던 거 잘 알아요.”
“아니, 아니. 내가 다시 생각해 봤는데. 섹스…까진 아니더라도 하는 방법 같은 건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 왜 자위하는 거라든지, 건강한 성관계를 위한 방법 같은 거 말이야.”
“…….”
“성교육 차원에서.”
애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저 다문 입이 이렇게나 무서웠던 적이 있었을까.
아니, 맹세코 단 한 번도 없었다. 빌어먹을 돈.
나는 스스로가 꽤 비굴하다고 느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수업료를 어마어마하게 주는 과외는 죽었다 열 번은 깨어나도 다시는 못 구한다.
애쉬는 한참을 고민하는가 싶더니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입술을 열었다.
“싫지 않으세요?”
“싫을 리가. 아까는 조금 당황했을 뿐이야.”
순간 애쉬의 한쪽 입꼬리가 씰룩하고 올라간 것처럼 보였다. 눈을 한 번 깜빡이고 나니 다시 애쉬는 방금의 무표정함을 유지한 채였다. 너무도 짧은 순간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실제인지 아닌지 분간되질 않는다.
뭐, 아무렴 어때. 그래서 지금 내 제안을 받아 주겠다는 거냐, 말겠다는 거냐.
“…선배가 그렇게까지 절 도와주겠다고 하시면… 알았어요.”
“그래, 그래.”
하아. 됐다. 됐어. 뭔가 애쉬와 나의 입장이 바뀐 것 같지만 그런 것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일단 위기를 넘겼으니 이걸로 된 거야!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데 애쉬가 마주 잡고 있던 손을 은근하게 감싸 쥐며 내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그럼, 언제부터 시작할까요, 선배?”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이었다.
* * *
애쉬의 방으로 가면서 이렇게 두 손이 가벼워본 적이 있었던가. 늘 내 머리통만 한 두께의 역사책을 한 아름 들고 갔었는데 오늘은 펜 한 자루 쥐고 있지 않다.
그래, 책이나 펜 따위가 무슨 필요가 있겠어.
애쉬의 방문에 노크하자 녀석이 웃으며 나를 반기었다.
“방금 샤워했나 보네.”
“좋은 향 나요?”
“응, 나쁘지 않아.”
“다행이에요.”
우리는 테이블에 앉는 대신 침대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애쉬는 약간 경직된 모습으로 몸을 돌려 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후우. 침착하자, 이벨린.
머리를 귀 뒤로 꽂아 넘기곤 나도 애쉬를 마주 보았다.
“까봐.”
“네?”
“밑에 바지 까보라고.”
“…….”
섹스하자고 당당하게 떠들어대던 놈은 어디 가고 지금은 동정남의 영락없는 순진한 모습과도 같았다.
그래, 쟤 동정 맞지.
오늘은 성교육 첫날이다. 학습할 부분은 다름 아닌 자위. 나의 얕은 지식으로 놈을 잘 가르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녀석을 가르쳐볼 생각이다. 나는 또 한다면 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긴장되는 거야.
애쉬가 바지 버클에 손을 올리며 천천히 그것을 풀어 내렸다. 하얀 손가락이 바지춤에서 우아하게 움직인다.
“서, 선배. 저 잘하고 있는 거 맞나요? 보고 계시죠?”
“응, 보고 있어.”
바지 사이가 벌어지고 검은 드로어즈 아래로 뭉툭하고 큰 것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꽈리를 튼 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꺼내.”
“…….”
“꺼내야 만지든 문지르든 하지.”
하얀 손이 드로어즈 안으로 들어가고 곧 크고 긴 몽둥이 같은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억! 미친, 졸라 크잖아.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 않은 것에 대해 나 스스로를 칭찬했다.
“서, 선배. 이다음에 어떻게 해야 돼요?”
잠깐, 잠깐만.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
녀석의 등장에 생각해 두었던 플랜이 모조리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색은 또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이건 정말이지…….
“선배…….”
애쉬가 자꾸만 앓듯이 나를 불러대니 그게 또 지독하게 야해서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애쉬의 하얗고 긴 손과 무척이나 대조적인 거대 페니스를 도저히 애쉬의 것이라고 믿기가 어렵다.
“일단, 눈을 감아봐.”
분명 머지않아 내가 느끼는 당황이 얼굴 위로 드러날 것 같아서 애쉬의 눈을 감겼다.
“그리고 생각해, 성적인 충동을 일으킬 만한 게 뭐가 있을지.”
“선배.”
“그래, 나 여기 있으니까 천천히 생각해 봐.”
“…선배.”
“그만 부르고 집중해.”
“하아, 선배… 이벨린.”
순간 애쉬의 페니스가 점점 더 몸집을 키우며 존재감을 미친 듯이 과시하기 시작했다. 애쉬가 부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의 페니스를 보고 뒤늦게 깨달았다.
이런 미친, 자위 상대가 나야?!
“서, 선배. 밑에가 아파요. 하아, 이벨린. 선배. 선생님. 흣…….”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애쉬의 페니스는 마치 화난 것처럼 잔뜩 솟아있었다. 점점 가빠오는 애쉬의 호흡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여기서 더 이상 지체되면 뭔가 사달이 나도 날 것 같다는 생각에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오른손으로 기둥을 쥐어봐. 그래, 그다음에 천천히 위아래로 쓸어 볼래?”
애쉬가 가볍게 페니스를 쥐었다. 그런데 손을 제대로 흔들지 못하고 자꾸만 삐끗삐끗 어긋난다. 그때마다 애쉬는 한숨 같은 호흡을 내뱉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 이상해요. 뭔가 조금 더 하고 싶은데 도저히 방법을…….”
“침착해. 본능대로 움직이는 거야. 페니스를 쥔 손을 풀지 말고 천천히 위아래로 왕복하면서…….”
“읏, 선배, 제발 어떻게 좀!”
애쉬는 정말로 자위해 본 적이 없는 것인지 영 서툰 손길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기둥만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녀석은 퍽 고통스러운 얼굴로 내 이름을 부르며 도와달라고 울부짖었다. 그의 달뜬 모습을 보자 괜히 나까지 초조해져 왔다.
하이 씨!
“흐윽! 선배…….”
“그만 불러 좀.”
“읏……!”
애쉬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내가 그의 페니스와 애쉬의 손을 반 정도 휘감아 잡아버렸기 때문이다.
솔직히 당황스러운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하, 미치겠네.
애쉬가 자신의 손을 떼며 골반을 내 쪽으로 들이밀었다. 뭐, 뭐 어쩌라고.
“흐읏. 알려주세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잘 느껴봐. 위아래로 천천히 쓸어가는 거야. 이렇게, 이렇게.”
“윽, 아, 아. 이벨린 선배, 아…….”
“어때, 애쉬. 좋아?”
“이, 이상해요, 선배. 하아. 조금 더 뭔가. 읏…….”
애쉬의 골반이 얕게 튕겨지기 시작했다. 내 손 위로 꽃잎을 머금은 듯한 귀두가 튀어나왔다가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스스로가 느낄 정도로 얼굴이 홧홧해졌다. 다행히 애쉬가 눈을 감고 있어서 내 뺨이 잔뜩 붉어져 있음을 보지 못했다.
“생각해. 실제로 섹스하고 있다고. 손이 아니라 좁은 구멍을 드나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읏, 윽. 자극이, 너무. 하아.”
급기야 애쉬가 내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녀석이 내 목에 이마를 비비며 밭은 숨을 끊임없이 내뱉는다.
“선배, 선배. 흑. 제발. 좀. 아아.”
손의 속도를 조금 더 빨리했다. 탁탁 소리가 야릇하게 방 안으로 울려 퍼진다.
그러나 내가 손을 움직이는 것보다 애쉬가 허리를 튕기는 것이 더 강했다. 마치 진짜 삽입하고 있는 것처럼 힘차게 골반을 움직인다.
그 거친 힘에 밀려서 내 손이 몇 번 미끄러졌다. 거기에 애쉬가 만족을 하지 못했는지 내 손 위로 자신의 큰 손을 겹쳐 오더니 힘주어 흔들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어떻게 하는 거냐고 찡찡댔던 애 맞아?!
“하악, 아, 아, 선배, 아, 이벨린, 읏.”
“…….”
그의 모습이 지독하게 야해서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었다. 애쉬가 무아지경으로 허리와 손을 흔들어댔다.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애쉬의 호흡이 더욱 거칠어졌다. 절정으로 치닫고 있음을 느꼈다.
애쉬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내내 감겨있었던 그의 벽안이 바로 내 눈앞에 드러났다. 열망으로 잔뜩 녹아든 야한 벽안이.
나는 그의 눈에 사로잡혀 다른 곳은 볼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한참이나 애쉬를 바라보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입술이 열렸다.
“애쉬.”
그의 이름을 부르자, 손 아래에서 뜨거운 것이 퍼졌다. 그리고 녀석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표정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다. 붉은 입술이 애달픈 소리를 내고 눈꺼풀이 살짝 감긴 채로 내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는 것을.
“하아, 이벨린.”
* * *
“웬일이야? 손님이 밥을 다 남기고.”
클린 씨의 불룩한 배가 테이블 위에 척 얹어졌다. 때가 잔뜩 탄 앞치마가 접시 모서리에 닿았지만 밀어내지 않았다.
저 배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기 얼마나 힘들겠어.
“남긴 거 아니거든요.”
평소보다 밥 먹는 시간이 더디긴 했지만 아직 내 손에는 포크가 쥐어져 있었다. 토마토소스에 푹 절인 미트볼이 아직 여섯 개나 남아있는데 남길 수야 있나.
그러나 입맛이 확 돋진 않는다.
약에 중독되거나 도박에 미친 사람처럼 머릿속에서 신음하던 애쉬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잊으려고 부단히 노력해도 어느 틈엔가 생각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머릿속을 완전히 장악해 버리기 일쑤다.
지금도 그랬다. 식욕이 사라져 버릴 만큼 애쉬의 달뜬 모습은 내 정신을 완전히 옭아매 버렸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클린 씨가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미트볼 하나를 포크로 콕 찍어서 입안에 넣으려다가 결국 다시 그것을 접시 위에 내려놓았다.
“클린 씨, 남자 성기가 이만할 수도 있는 거예요?”
내 팔뚝을 들이밀며 묻자 클린 씨의 미간이 좁아진다.
“…그런 사람이 있다고 듣기야 들었는데… 본 적은 한 번도 없네만.”
“그렇죠, 말이 안 되는 거죠. 전설 속의 신비한 동물 같은 느낌이죠? 듣기야 많이 들었지만 한 번도 실제로 본 적은 없는. 그런 거 말이에요.”
“갑자기 남자 성기는 왜?”
“그런데 말이에요. 제가 그걸 실제로 봤어요. 그 큰 게 어떻게 속옷 안에 다 들어가는지… 그게 정말 미스터리 아니에요?”
단순히 보기만 한 것도 아니고 팔이 빠질 정도로 잡고 흔들어 주기까지 했다.
“그런 사람이랑 밤을 같이 보내면 정말 끝내주겠군.”
“네, 정말 인생 끝나버릴 것 같은 크기였어요.”
나와 클린 씨가 말하는 뉘앙스가 미묘하게 달랐다. 클린 씨는 어쩐지 입맛을 다시는 것 같기도 하고… 거대 소시지 같은 것이라도 연상됐나 보지 뭐.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 크기에 너무 충격받아서 입맛이 없는 건가?”
“단순히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클린 씨. 생각해 보세요. 만약에 소심하고 말 잘 듣는 이웃집 동생이 하루아침에 잠자리를 같이하자고 덤벼들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클린 씨가 그걸 거절하지 못하고 유사 성행위까지 해버렸다면 어떠시겠어요? 그리고 그 동생의 야한 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면요!”
“나름 좋았던 것 같은데.”
“그렇죠! 좋았… 네?!”
의자를 엉덩이로 밀어버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놀란 나와 달리 클린 씨는 태연하기만 하다.
좋았던… 것이라고? 이런 일이 흔하단 말이야?
“내 남자친구가 딱 그랬거든. 온갖 고상한 척은 다 하면서 내 가게에서 싸구려 음식을 매일같이 사 먹었는데, 가게가 문 닫는 시간까지 날 기다리더니 갑자기 키스하더라고.”
“나, 남자… 남자 친…구요?”
어버버.
답지 않게 말을 더듬으며 되물었다. 순간 클린 씨의 성별에 혼란이 왔다.
눈동자가 본능대로 움직여 클린 씨의 가슴 쪽을 향했다. 살집 때문에 가슴이 조금 볼록 튀어나와 있었는데 나는 단순히 그게 여유증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여자였어? 진짜?
“그래. 내 애인 페니스도 만만한 크기는 아니야.”
말도 안 돼. 여자가 저렇게 수염이 날 리가 있나? 저건 수염 수준이 아니라 숲을 입 위에 얹은 수준이다. 그리고 목소리는 또 얼마나 낮고 걸걸한데. 아무리 연초를 많이 피웠다고 하더라도 클린 씨처럼 걸걸해질 순 없다.
게다가 클린 씨는 흡연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클린 씨의 남자 친구… 말이죠?”
“연하지.”
“클린 씨, 혹시 생리 주기가 어떻게 되세요?”
클린 씨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수염으로 뒤덮인 입술이 욕설을 내뱉는 것처럼 움직인다.
“남자가 생리를 왜 하나?”
“…그렇죠. 실언했네요. 페니스의 충격이 너무 커가지고.”
“나도 처음엔 그랬는데, 역시 작은 것보단 큰 게 낫더라고.”
클린 씨가 동성애자라는 뜻밖의 정보를 습득해 버렸다. 정말이지… 이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애쉬 탓에 음란함으로 충만해져 버린 내 머릿속에 신음하는 클린 씨의 모습이 그려졌다.
아악! 안 돼! 지워져, 지워지란 말이야!
더 이상 미트볼을 먹지 못할 것 같다. 입맛이 완전히 뚝 떨어져 버렸다.
클린 씨의 말에 고개를 대충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곧 과외 시간이 다가오기도 했고, 여기에 있다간 안 그래도 온전치 못한 내 머릿속이 더 엉망이 될 것 같아서였다.
“여기 30루덴요. 내일 또 올게요.”
“그래. 팔뚝만 한 페니스는 진짜 복 받은 거라는 걸 알아둬, 손님.”
“…….”
대꾸하지 않았다. 페니스가 팔뚝만 하면 그건 페니스가 아니다. 팔뚝이지.
* * *
무거운 발걸음으로 애쉬의 기숙사 방까지 느리게 걸어갔다. 향하는 동안 정신을 다잡아 보려고 했는데 녀석의 방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애쉬의 야한 모습이 노골적으로 떠올랐다.
똑똑.
“선배.”
덥수룩하고 지저분하게만 느껴졌던 애쉬의 금발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뇌쇄적으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내가 단단히 미친 게 분명해.
애쉬가 손에서 내 책을 받아들고 앉을 의자를 빼주었다.
“하루가 왜 이렇게 길죠? 보고 싶었어요.”
“책이나 펴.”
애쉬는 싱그러운 웃음을 얼굴에 달고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반듯한 자세로 수업에 임했다. 평소보다 에너지가 더 넘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어째서인지 묻는 말에 대답도 더 씩씩하게 하고, 반응 속도도 빠르다.
내가 한마디 한마디 설명을 이어나갈 때마다 애쉬는 감격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다른 의미로 수업 내용에 전혀 집중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라, 녀석이 방심한 순간에 기습적으로 질문해도 애쉬는 곧잘 대답하곤 했다.
“저 선생님 말,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조리 새겨듣고 있어요.”
하면서.
오구 잘했다, 그래.
피식 웃으며 그의 머리를 헤집어 주자 애쉬가 어깨를 흠칫 떨었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선생님, 소름 돋게 좋아요. 방금 그거요.”
“뭐?”
“한 번 더 쓰다듬어 주시면 안 돼요?”
진짜 개도 아니고 좋기는 뭐가 좋아.
황당함에 헛웃음이 흘렀다.
“너 사람 맞지?”
“손으로 자위하는 개는 없잖아요.”
말하곤 나를 보며 싱긋 웃는다.
아아, 위험해. 녀석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있는 기분이야.
애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대신 이마를 딱!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헛소리 말고 수업에 집중해.”
“네.”
내 혼란스러운 마음과는 다르게 오늘따라 볕이 유난히 좋았다. 열어둔 창문 사이로 따스한 빛무리가 흘러 넘쳐와 테이블 위를 뒤덮었다.
그 빛을 오롯이 받고 있는 애쉬의 손이 유독 아름다워 보였다. 사각사각. 내가 하는 말을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적어간다. 유려한 글씨체가 썩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배웠던 거 복습해 놓고 까먹지 않도록 잘해. 알았지?”
“선배가 해준 말은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아요.”
“어련하시겠어. 그런데 정말 이대로만 간다면 학년 수석 자리를 노려봐도 되겠는걸.”
녀석의 빠른 습득력과 기억력에 내심 감탄하고 있었기에 감정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했다.
애쉬가 턱을 괴고 물었다.
“제가 수석하면 선배도 기뻐해 주시나요?”
“당연히 기쁘지. 넌 내가 가르쳤잖아.”
“그럼 진짜 수석 해야겠네요.”
“거만하기는. 아직 배워야 할 곳이 수두룩 빽빽이야. 복습이나 열심히 해.”
“네, 선배.”
다행히 제국사 수업을 별다른 큰일 없이 마무리했다.
테이블 위의 책을 정리하고 일어서려는데 애쉬가 여전히 턱을 괸 채로 나를 불렀다.
“이벨린 선배.”
돌아보자 녀석이 눈가를 가렸던 앞머리를 턱을 괴지 않은 다른 손으로 천천히 쓸어 넘긴다.
“알려 주셔야죠.”
“…….”
“섹스.”
그래, 제국사 수업은 별다른 이슈 없이 끝났지만 별다른 일이 생길 가능성이 아주 농후한 성교육 시간이 남아있었다.
들었던 책을 테이블 위에 퍽! 하고 던지듯 내려놓았다.
사실 지난 자위 사건 이후로 애쉬 저놈만 보면 살짝 위축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아, 이래선 안 돼, 이벨린. 당당해지자.
계속 이 상태로 지내다간 녀석의 멍청한 페이스에 술술 휘말려 갈 것 같기도 하고, 또 심적으로도 꽤 피곤한 일이기도 했다.
그깟 페니스한테 쫄지 마! 그건 나한테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해!
애쉬의 멱살을 잡아끌어 침대 위에 던져 놓았다. 애쉬가 옷깃을 흩뜨린 채로 웃음을 흘렸다.
“선배, 살살해 주세요.”
“그래. 차근차근 부드럽게 배워가 보자, 애쉬.”
애쉬의 다리 사이를 벌리고 그 앞에 자리를 잡고 섰다. 흘러내린 금발을 머리 뒤로 넘기자 녀석의 잘난 이목구비가 빛을 발하며 지나치게 매혹적인 모습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오늘은 뭘 배워볼까?”
“삽입요.”
“첫 계단을 밟지도 않았는데 정상에 오른 것처럼 야호 외치려고?”
애쉬가 내 허리를 끌어안고는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아무거나, 아무거나 좋으니까. 알려주세요.”
“가장 배우고 싶은 게 뭔지 말해 봐.”
“하아, 키스하고 싶어요. 이벨린 선배.”
그의 어깨를 밀어 녀석을 떼어 놓고는 나도 침대 위에 앉았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건만 애쉬의 귀가 타오르다 못해 재로 변해 버릴 것처럼 붉게 변해 있었다.
“선배는 키스해 본 적 있어요?”
첫 키스의 순간이 떠올랐다. 아름답고 설레고 두근거리는 그런 감정을 동반한 기억이 아닌 오물을 집어삼킨 것같이 역겨운 그 순간이. 세레즈가 입술을 맞대고 비비적거리던 그 끔찍한 순간이.
“있어.”
“그럼 저랑도 해봐요.”
애쉬가 고개를 사선으로 틀고는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황급히 손바닥으로 그의 입술을 가리곤 꾸욱 뒤로 물렸다. 그의 미간이 못마땅하게 좁아졌지만 순순히 뒤로 물러난다.
“이건 수업이야. 나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지 너랑 키스하지는 않을 거야.”
“…어떻게 알려주실 건데요?”
애쉬의 붉은 아랫입술 위로 검지를 가져다 대었다. 살짝 힘을 주어 누르자 연한 분홍색 살이 드러난다.
“이렇게.”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검지를 밀어 넣으니 따뜻하고 축축한 입안의 감촉이 손가락을 온전히 감싸온다. 여린 볼 안쪽과 고른 치열을 한번 훑고 말캉거리는 혀 위에 검지를 올려놓았다.
“내 손이 혀라고 생각해. 자, 눈을 감고 천천히 움직이는 거야.”
내 눈을 응시하던 벽안이 눈꺼풀 아래로 천천히 모습을 감추어 갔다. 애쉬의 혀가 소심하게 움찔거리며 내 검지 끝을 살살 건드렸다. 잠자고 있는 아이의 볼을 콕콕 눌러보는 것같이 조심스러운 행위였다.
“상대방한테 자장가 불러주는 거야? 이렇게 지루한 키스가 어디 있어.”
“우음…….”
무어라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입속에 박힌 내 손가락 때문에 그의 말은 좀처럼 이어지지 않았다.
애쉬의 혀를 손가락으로 빙빙 돌려가며 자극을 주자 머지않아 애쉬도 내 검지를 따라 혀를 움직이며 조금씩 감싸 올리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이 손가락 전체를 휘감고 애무하니 나까지 기분이 묘해진다. 내 손가락을 물고 열심히 입을 움직이고 있는 애쉬의 얼굴은 없는 것도 서게 만들 정도로 색스러워서 똑바로 마주 보기가 힘들다.
얘는 왜 이렇게 야하게 생긴 거야.
“후음. 아, 선배.”
검지를 살짝 깨물고는 애타게 나를 찾기 시작했다. 이번 성교육의 상상 속 상대도 어김없이 나인가 보다.
혀의 움직임이 점점 대담해져 갔다. 손가락을 쪽쪽 빨아당기며 곳곳을 넓게 훑기도 했고, 단 것이라도 묻어있는 것처럼 집요하게 맛을 보았다.
“앗.”
흥분했는지 녀석이 세기를 조절하지 못하고 아프게 깨물었다. 놀라 손을 빼려고 했으나 애쉬가 내 손을 양손으로 잡아채고는 놓아주질 않았다.
“야, 잠깐만.”
질척거리는 타액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딱히 보려고 하지 않았음에도 녀석의 바지 가운데가 뭉툭하게 튀어 올라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내 손가락 하나로 녀석은 극도의 흥분 상태에 다다랐으며 앓는 신음을 중간중간 흘리는 것을 잊지 않고 혀로 물고 빠는 데에 여념이 없다.
“잠깐, 애쉬. 멈춰봐.”
자꾸만 깨물리는 탓에 녀석을 멈추게 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녀석의 이마를 뒤로 밀자 그가 원망 섞인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밥그릇 뺏긴 멍멍이 같은 모습이었다.
녀석이 멈춰 선 사이 손가락을 애쉬의 입에서 스르륵― 빼내었다. 얇은 타액이 검지 끝에서 애쉬의 입안으로 이어지며 반짝 빛을 내는 것이 유독 야했다.
“키스하고 싶어요.”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만 하면 누가 좋아하겠어?”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하죠?”
“…….”
“선배는 어떻게 하는 게 좋으신데요?”
애쉬의 말에 곧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세레즈와의 키스는 매 순간순간이 역겨웠고 폴과의 키스는 아무 감흥이 없었으니까.
대답이 늦어지자 애쉬가 내 손목을 잡고 손등부터 자잘한 입맞춤을 찍어댔다.
“알려주세요, 선배.”
“…나도 몰라.”
손등 위에 입술을 내리던 애쉬가 우뚝 멈춰 서곤 눈만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흥분에 젖어 들었던 푸른빛이 이제는 생기까지 머금어 반짝였다.
“그럼 우리 같이 알아가 봐요.”
“…….”
“선배가 어떤 키스를 좋아하는지.”
애쉬가 힘을 주어 당기자 내 몸이 쉽게 따라간다. 서로의 코가 스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을 주고받았다.
애쉬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고개를 살짝 틀어가며 방향을 바꿔 갔지만 내가 다가가지 않으니 섣부르게 입을 맞추진 않았다.
“선배.”
애쉬가 조르기 시작했다.
발끝이 저려오고 가슴 속부터 호흡이 가빠 오르는 것을 보니… 내 상태도 애쉬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성적으로 흥분하고 있는 중이었다.
고민된다. 내가 여기서 애쉬와 키스하면 나의 서툰 키스 실력이 탄로 나지 않을까 하는.
가르치는 입장인 선배의 참된 자세로서 조금 냉정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키스를 잘하게 하는 방법 같은 건 나도 쥐뿔 모르지만 녀석도 아는 게 없을 테니 어떤 것이 맞고 틀리는지는 분간이 어려울 터다.
게다가 내 말이면 끔뻑 죽는 애이니 내가 맞는다고 우기면 그러려니 생각할 것이고.
괜찮지 않을까.
“해도 돼요?”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애쉬와 나의 거리는 더욱 좁아져 있었다. 애쉬가 말할 때마다 그의 입술이 내 입술 위를 슬쩍 스쳐 간다.
“잘할 수 있어?”
“수석, 노려볼게요.”
매끈하고 뜨거운 입술이 닿았다. 3초 정도 살포시 포개져 있다가 떨어진다.
“상상 이상이에요, 선배.”
“평소에 뭘 상상하는 거야.”
“그걸 알게 되면, 선배는 두 번 다시 절 안 보려고 하실걸요.”
다시 입술이 닿았다. 지금은 방금 것보다는 조금 더 깊숙이 맞닿는 입맞춤이었다.
분위기에 휩쓸려 입술을 내어 주었지만 혐오감이 들면 바로 애쉬를 뿌리치려고 했었다. 그러나 이전까지의 키스와는 너무도 다른 느낌이 피부 속을 꿰뚫었다.
쿵. 쿵.
자제력을 잃은 심장이 세차게 떨리고 성적 긴장감이 공기를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애쉬가 고개 방향을 틀어가며 내 입술을 머금었다. 축축한 온기로 감쌌다가 뱉고를 반복하면서 끊임없이 탐해 간다. 입술 모양을 혀로 새기려는 것처럼 꾹꾹 눌러 맛을 보다가 이내 그것이 입안으로 쑤욱― 침범했다.
“읍.”
“하아, 음…….”
녀석은 거리낌 없이 내 안을 휘저었다. 내 혀를 만난 것이 무척이나 기뻐서 악수라도 하려고 이러는 건지… 오랜 시간 동안 서로의 혀가 비벼진다.
슬쩍 피하니 내 손목을 붙잡고 있던 애쉬가 힘을 주어 나를 당겼다.
“아읍.”
키스는 노골적으로 변해 갔고 숨이 흐트러지면서 숨을 내쉬는 속도가 빨라진다.
내 입안을 완전히 삼켜버릴 듯이 애쉬는 거칠게 입술과 혀를 부딪쳐갔다. 선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제 흥분에 휩쓸려 마구잡이로 입 맞추고 있는 것이다.
“애쉬, 읏, 자, 잠, 하읍.”
한마디 말도 제대로 이어지기가 어렵다. 고개를 돌려 피하면 녀석이 끝까지 따라와서는 내 입술을 물고 늘어졌고 내뱉어지는 숨마저도 모조리 삼켜버린다.
이쯤에서 애쉬를 말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녀석의 단단한 가슴팍을 밀어냈다. 사이가 살짝 벌어졌다가 다시금 달려오는 애쉬를 보고 서둘러 내 입을 막아버렸다. 녀석의 입술이 내 손바닥 위를 맴돈다.
“하아, 계속하고 싶어요.”
흥분에 녹아든 푸른 눈이 나를 응시한 채로 손바닥 위를 지분거려 왔다. 애쉬가 키스할 때처럼 고개를 기울이곤 가쁜 숨을 토해 낸다.
“선배, 제발.”
“이건 수업이야, 애쉬 카인드로퍼. 종마처럼 덤벼들지 말고 상대방도 느낄 수 있게 배려해야지.”
“…….”
“다시 해봐. 또 그렇게 막무가내로 달려들면 오늘 수업은 거기서 끝이야.”
스윽.
손바닥을 치우자 애쉬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입술이 닿기 바로 직전에 멈춰서더니 무언가 참아 내리는 것처럼 크게 호흡을 내뱉는다.
그러곤 부드러운 크림을 핥아 올리는 듯이 내 입술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성급했던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배려 없이 들이밀었던 혀가 지금은 내가 느낄 만한 부위가 어디인지 탐색하는 것처럼 입안 이곳저곳을 건드려갔다.
어금니 쪽 입천장을 쑤욱 훑고 지나가니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 떨렸다.
“여기, 좋아요?”
“…….”
애쉬가 다시 한번 똑같은 부위를 혀로 부드럽게 눌러댔다.
“으읏.”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신음에 애쉬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그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정답을 찾아서인지 애쉬는 다시 대담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느끼기 좋은 만큼 적당한 세기를 유지하며.
입술이 마찰하여 질퍽거리는 타액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키스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오롯이 이 행위에 대해서만 집중하게 된다.
본능처럼 애쉬의 목에 양팔을 감았다.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지 애쉬가 내 허리를 끌어안고는 본격적으로 키스를 이어갔다. 입술을 벗어나 뺨, 귀 목까지 내려와 녀석이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내 피부 위에서 끊임없이 입술을 움직였다.
달칵.
달칵?
익숙한 소리가 밑에서 들려왔다. 열에 들떠있던 와중에도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을 내리니… 어마어마한 것이 시야에 콱 들어박혔다.
“야, 너 뭐… 읍. 해. 앗, 잠깐, 애쉬!”
그가 나와 키스하면서 한 손으로 자위를 시작한 것이었다. 터질 것처럼 팽팽한 페니스가 애쉬의 손아래에서 끊임없이 모습을 감췄다가 드러내기를 반복했다.
“하아, 선배, 으음… 선배, 읍.”
“이 새끼야, 진, 정, 읏!”
녀석을 말리기 위해 침대에서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러나 허리를 채 펴기도 전에 내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놈의 무게가 실려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버렸다.
“미친.”
쓰러진 내 몸 위에 애쉬가 빈틈없이 올라타 있었다. 더욱 미묘한 자세가 되어 자위하는 애쉬의 키스를 받아야만 했다.
“하아, 선배, 선배.”
“뭐야, 너, 읏, 움직, 이지…….”
서로 맞붙은 몸 때문에 자위하는 것이 퍽 힘들었는지 녀석은 페니스에서 손을 떼고 마치 삽입하는 것처럼 허리를 움직여 댔다. 뭉툭하고 딱딱한 녀석의 것이 옷 위를 열심히 치받아 오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느낌이 너무도 강렬하여 결국 눈을 꽉 감아버렸다.
“하아. 하는 것 같아요. 선배랑 섹스하는 것 같아.”
“흐읏.”
“눈, 뜨면, 안 돼요? 나, 봐, 주면, 안 돼요?”
애쉬가 내 눈꺼풀을 이로 살살 깨물었다. 억지로 뜨게 하려는 것처럼.
녀석의 거칠어지는 몸짓에 도저히 온전한 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으므로 나는 끝까지 눈을 감고 버텼다. 이러다간 내 허리까지 녀석에게 반응하여 어떻게 흔들리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흣, 멈춰…….”
애쉬의 허리 짓이 점점 더 빨라진다. 마치 당장이라도 천을 뚫고 내 안으로 들어올 것처럼 거칠었다.
“하, 선배, 아, 아.”
녀석이 내 몸을 부러뜨릴 듯이 안고는 내 다리 사이에 페니스를 미친 듯이 비비는 것에만 집중했다. 점점 절정에 다다르는지 그의 호흡이 한껏 고조되고 박아대는 속도도 최대치를 향해 달려갔다.
나도 그의 짙은 흥분감에 전염이라도 됐는지 결국 이기지 못하고 애쉬의 목에 다시 한번 팔을 감아버렸다.
“아읏, 애쉬!”
내가 놈의 이름을 외치자마자 애쉬가 사정했다. 몸과 머리는 열기에 완전히 녹아내려 버렸고 그 여파로 파도처럼 밀려오는 수마에 빠져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