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아래로 숙인 고개 탓에 하이어드의 검은 머리칼이 좌우로 흐트러지다 허공을 향해 묵직하게 떨어져 내렸다. 그의 머리칼은 이미 새까맣게 젖어 있었다.
하이어드의 우뚝한 콧대를 타고 흐른 땀방울이 그의 코끝에 맺혀 있다 뚝, 떨어졌다.
그가 훑고 있던 벌건 점막 속으로.
반복적인 마찰 탓에 허연 거품이 인 베이지의 보짓구멍이 하이어드의 땀방울을 삼켜냈다.
그 색정적인 꼴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하이어드는 빳빳하게 발기해 뱃가죽을 두드리는 제 자지를 뿌리부터 귀두까지 훑어 올렸다. 상당한 악력으로 기둥을 쥐었으나, 여전히 갈증이 일었다.
하이어드의 시선을 받아내던 베이지의 구멍이 일순 뻐끔대며 애액을 뱉었다. 그에 반응하듯 그의 좆대가리가 힘차게 껄떡댔고, 그 첨단에 고여 있던 물이 사방으로 튀어 흰 이불을 더럽혔다.
그때 하이어드의 투박한 턱뼈가 벌어지며 길고 도톰한 입술을 가르고 붉디붉은 혀가 그 새로 빼어져 나왔다. 걸쭉하고 투명한 액과 함께.
새빨간 살덩어리를 느릿하게 타고 흐른 덩어리진 액이 추락했다.
물에 젖어 있던 베이지의 보지 위로 분비액 덩어리가 쏟아지는 추진 소리가 울렸다.
하이어드는 혀를 빼낸 채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그의 혀끝에 길게 늘어진 점성 있는 타액이 뚝 끊어지는가 싶더니 다시금 고개를 들어 올려도 실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베이지의 보짓물로.
혀가 허공으로 떼어졌다 다시 보지에 바싹 붙는 과정에서 끈적한 애액이 늘어났다 끊어지기를 반복했다.
하이어드의 혀끝이 베이지의 구멍 위를 가볍게 털자 깊이 팬 웅덩이에 끊임없이 애액이 들어찼다.
두툼한 혀가 쩔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웅덩이에서 물을 길어 날랐다.
반듯한 자세로 죽은 듯 잠들어 있던 사내는 눈을 뜨고 잠시간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이내 제 하체를 향해 손을 가져다 댔다. 물컹한 살덩어리 위로 축축하게 젖은 촉감이 전해졌다.
하이어드는 제 늘어진 살덩어리 끝을 주무르다 이내 손을 뗐다. 손바닥에서 떨어지는 진득한 물은 자신의 정액이었다.
오늘도였다. 삼 일째였고, 베이지 스논과 몸을 섞은 후 매일이었다.
하이어드는 이마를 간질이는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 넘기며 한숨을 토했다. 방을 메운 서늘한 기운 탓에 그의 작은 유두가 빳빳하게 섰다.
여체를 탐하고 싶다는 생각 따위는 해본 적이 없었다. 혼자 푸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하에 달려드는 것들과 몸을 맞댔을 뿐이지.
오랜만에 푼 탓인가.
조금이라도 경계를 늦추는 순간, 철벅거리며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 새로 섞이던 억눌린 베이지의 신음 소리가 귓전을 맴돌았고 덜렁거리던 부푼 젖꼭지가 머릿속에 덧그려졌다.
일순 아랫배가 당기는 느낌에 몸을 일으켜 아래를 내려다보자, 다시금 단단히 발기한 성기가 얇은 이불을 들어 올리며 주름을 잡고 있었다.
발정 난 개새끼도 이 지경은 아닐 텐데.
하이어드는 시도 때도 없이 혈류가 몰리는 아래를 가라앉히고자 다시 침대 위로 몸을 뉘었다. 어슴푸레 동이 트기 시작하며 헐벗은 그의 복부가 오르락내리락 대는 형태를 조명했다. 가라앉을 생각 따위는 없이 이불에 바싹 붙어 제 귀두 모양을 뚜렷하게 내보이는 성기 위로 이어진 새까만 음모의 일부가 드러났다.
‘처음 뵙겠습니다.’
평범한 인상이었다. 평범하되, 보통 귀족 영애들보다 조금 더 유약한 기운이 도는 여자였다. 손을 대면 쓰러질 듯한 가는 몸과 풍기는 분위기가 그러했다. 그 타데오 스논의 살붙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서류에 명시되어 있던 것과도 달랐다.
‘아버지 타데오 스논의 뒤를 이을 것이 분명해 보이며, 실제로 직접 일을 맡기 시작한 지 꽤 되어 일처리를 하는 데 능숙하고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음.’
저 여자가.
하이어드는 고아한 귀족 특유의 몸짓으로 제게 형식적인 인사를 건넨 후 볼일이 있다며 먼저 자리를 뜨는 베이지의 뒷모습을 훑었다.
주위에 바람 하나 일지 않을 듯 중심을 반듯이 세운 채 걸음을 옮기고 있으나 어딘지 모르게 흐릿했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 볼일이라는 것이 뒷골목 관리와 마약 유통이라는 건데.
하이어드는 사라지는 베이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머릿속에서 그녀의 존재를 지웠다.
보다 자세한 상황들을 알게 된 건 내부를 드나들고부터였다.
‘근래 들어 아가씨께서 더 야위신 것 같지 않아?’
‘네가 보기에도 그렇지? 아휴, 곁에 의지할 사람이라도 있으면 좀 버틸만하실 텐데. 내가 한번…….’
‘습! 말도 마! 공작님께서 아가씨랑 사적인 말을 섞으면 어찌 벌하시는지 얘가 알면서 또 그런다!’
‘아니……. 경비병이 밤에 순찰을 돌러 가면 아가씨 방에서 끙끙거리는 신음이 내내 새어 나온다잖아. 밤에도 악몽 탓에 편치 않으신 모양인데, 영 마음이 쓰이네.’
복도를 거닐던 중 우연히 하인들 새에 나도는 이야기와 소문들을 듣게 되었고, 이는 한두 번에 그치지 않았다. 타의에 의해 하이어드는 그 뒤로도 몇 차례에 걸쳐 베이지가 스논 공작가에서 받는 대우들에 대해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이 집안의 하인들이 그 여자에게 애정과 신경을 쏟고 있다는 뜻이었다.
베이지 스논이 제 아비에게 받는 취급은 뜻대로 부리는 인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인들과 사적인 대화는 일절 금지되어 있었으며 타데오 스논이 짜놓은 일정을 벗어나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없었다. 미약하고 비위가 약하다며, 타데오는 베이지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고문실에 갈 때마다 매번 그녀를 동행시키는 것은 물론 몇 달에 한 번씩 기르던 짐승을 죽이도록 종용했다. 학대였다. 베이지 스논은 강요와 고립 속에 살고 있었다.
물에 먹먹히 잠겨 있는 듯한 여자였다. 그런 환경에서 나고 자랐으니 당연한 수순일 터였다. 순종만이 살길이었을 테니.
안타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길바닥을 전전하며 딱하게 사는 이들은 얼마든지 존재했고 여자의 인생은 그에 비할 바가 못 되기도 했다. 그저 정보 하나를 얻은 것뿐이었다. 분명 그 정도 감상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미련하게 착하고 여렸다.
‘도와드릴게요.’
제 앞가림이나 할 것이지. 우연히 공작저의 후원 사업과 관련하여 방문한 맹인을 대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았다. 좀 전 벌을 받기라도 했는지 이마에 식은땀조차 채 말라붙지 않은 모습이었다.
저도 돌보지 못하는 주제에 남을 도우려 부러질 듯 얇은 팔로 거구의 맹인을 부축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눈에 밟혔다. 이상하게. 미련하게 착한 이들을 지금껏 못 본 것은 아니었으나 이 여자만이 유독 눈에 밟혔다.
그 여자가 어떤 생각으로 그러한 행동들을 취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다분히 충동적으로 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노파를 도와주었음에도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누군가를 도운 것이 처음이었음에도 그 흔하다는 동정심이나 성취감 하나가 들지를 않았다.
하이어드는 베이지를 눈으로 좇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그녀의 뒤를 쫓았다.
지켜보니 그저 섬약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몇 번을 부딪혀도 고상한 영애의 것에서 한 치의 변화도 용납하지 않는 얼굴과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 드물게 비치는 단단하고 곧은 목소리는 유약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조금만 힘을 주어 쥐면 부러질 듯 가는 몸뚱어리 속에 억센 줄기가 솟아 있는 듯해 눈길이 갔다.
그런 부모 아래 자란 것 치고는 꽤 잘 자란 건가 싶었는데.
‘도와드릴게요.’
몸을 쉽게 굴리는 꼴을 보니 왜인지 모를 불쾌감이 치솟았다. 분명 또다시 제 예상이 빗나갔다는 사실에 저도 모르게 저 아래에 노기가 서리는 것일 터였다.
알다가도 모를 여자였다.
‘흣……, 후.’
베이지는 이미 정신을 잃은 후였다. 그녀는 기억하지 못할 시간이었다. 하이어드는 축 늘어진 베이지의 몸을 억세게 붙잡고 한참을 허리를 흔들다 동이 트는 것을 인식하고 나서야 원초적인 성행위를 멈췄다. 애액에 불어버린 자지가 너저분한 음순을 가르고 빼내졌다.
하이어드는 그대로 판판한 상체를 구부려 불어 터진 소음순을 손가락으로 벌렸다.
허연 백탁액과 맑은 애액이 진득하게 얽힌 검은 음모를 쓸어 치우자 뭉클한 살덩어리와 갈라진 틈 위로 얼핏 피가 비쳤다.
오랜 시간을 들여 풀어 주었다고 해도 굵은 막대기 같은 것을 몇 시간 내리 쑤셨는데 찢어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이어드는 구멍을 비집고 줄줄 새는 불투명한 사출액을 바라보다 미련 없이 몸을 뗐다.
다음 날 고통이 크겠지만 자신이 신경 쓸 바가 아니었으며 안에 잔뜩 싸지른 정액을 빼내는 일 또한 그러했다.
마치 전날의 정사가 자신의 망상에 불과했다는 듯, 베이지 스논이 평소와 같이 흐트러짐 하나 없는 걸음으로 들어서기 전까지는. 자신이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억눌린 신음을 흘리며 이따금 새빨개지기도 했던 얼굴에는 일말의 동요도 서려 있지 않았다. 여느 때와 같이 고요히 바닥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자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저는 지금도 코끝에 보짓물 냄새가 맴돌아 미칠 지경인데.
왜인지 비위가 상했다.
둘만 남게 되자 황갈색 머리칼이 베이지의 몸 위로 내려앉았다. 미세하게 몸이 움찔거린 탓이었다. 채 숨기지 못하고 겉으로 반응을 드러내는 몸을 보자 강한 충동이 일었다.
저 화려한 치마폭 아래에 가려진 구멍 깊숙이 고인 제 정액은 빼내지 못했으리라.
기어코 손가락을 쑤셔 넣어 확인을 했으니 후련해야 했다. 그래야 했는데.
이상하게 가슴께가 뻐근했다.
이 작은 손으로 직접 보지를 벌려 뭉친 덩어리들을 빼냈다는 사실에 묘한 충족감이 이는 듯하면서도 제 씨물을 빼낸 것이, 발칙했다.
제 예상에 맞춰주는 법이 없는 여자였다.
그때 묵직하게 나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사제님. 저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옆방을 사용하는 사제였다. 본래라면 이 시간 즈음 문 앞에서 마주쳤을 터인데, 그가 복도에 없자 문을 두드려 알린 듯했다.
벌써 시간이 그리되었나.
하이어드는 다시금 몸을 일으키며 시간을 확인했다. 그는 반쯤 가라앉은 아래를 검은 사제복 속에 욱여넣었다.
* * *
씨발.
하이어드는 제 아래를 흘긋 내려다보다 짙은 숨을 뱉으며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겼다.
짐승 새끼도 아니고.
이미 발기할 대로 발기한 하이어드의 자지는 압박되는 검은 하의 속에서도 제 몸집을 한껏 부풀리며 천을 밀어내고 있었다.
방치한 채 시간을 두면 발기가 풀렸던 어제까지와 달리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아랫도리가 가라앉을 생각을 않았다.
그때 단단한 금속이 우그러지는 소리가 서느런 새벽을 갈랐다. 하이어드는 고간에서 시선을 틀어 제 오른손을 확인했다.
하이어드의 손아귀 안에는 그의 몸집에 비해 한없이 조그마한 은그릇 하나가 그의 손가락 모양에 따라 우묵하게 휘어진 채 놓여 있었다. 당일 예배에서 성수가 담길 잔이었다.
그의 미간 새로 깊은 주름이 졌다.
제대로 풀리는 일이 없군.
새벽 기도가 있기 전 미리 예배에 쓰일 도구들을 옮기는 차였던 하이어드는 지나가는 말단 사제를 불러들였다. 자신은 다른 명을 받은 것이 있다며 그것들을 그 사제의 손에 쥐여 준 그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고, 그대로 건물의 외벽 뒤로 향했다.
창고로 사용하는 건물이었기에 평소에도 인적이 드물었을뿐더러 이른 새벽에 이곳을 찾을 이는 없었다.
하이어드는 주위조차 살피지 않고 그대로 찬기가 올라오는 석벽에 등을 댔다. 그는 돌 부스러기가 사제복을 더럽히는 것 따위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비좁은 하의 속에서 압박되고 있던 기둥이 좆물을 빼달라며 껄떡댈 때마다 통증이 일고 있었다.
지퍼의 쇠 부분이 맞물려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강하게 자지를 누르고 있던 하의가 벗겨지자, 검은 드로즈를 찢을 듯 솟아 있는 하이어드의 좆 모양이 선연히 드러났다. 딱딱한 성기가 드로즈를 들어 올린 탓에 두꺼운 기둥의 뿌리와 고부라진 검은 음모가 노출되었다.
벌게진 하이어드의 두툼한 손이 드로즈에서 제 기둥과 그 아래 붙은 두둑한 살덩어리만을 빼냈고 상당한 악력으로 양물을 쥐고 훑었다.
“흣.”
저릿한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붙어 하이어드가 고개를 숙이자 그의 새까만 머리칼이 함께 허공으로 추락했다.
구태여 그리지 않았음에도 하이어드의 머릿속에 도드라진 베이지의 날개뼈와 그 아래 잘록한 허리가 거친 삽입질에 따라 맥없이 흔들리던 모습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하이어드의 손가락이 두툴하게 돋은 검붉은 핏줄 위를 느릿하게 쓸어 올리다 기둥보다 좀 더 붉고 반들거리는 귀두를 문질렀다. 그에 반응하듯 괴물같이 흉측스러운 것이 살아 있는 양 꿈틀대며 제 구멍을 보였다. 작은 요도구가 벌름거리며 몽글거리는 물을 토했다.
“후.”
불거진 턱이 젖혀지며 뒷머리가 찬 벽에 닿아 열기를 전했다.
하이어드는 네 손가락으로 기둥을 단단히 쥔 채 까끌한 엄지로 애액을 뱉는 요도구 주위를 둥글게 스치며 배회하다 구멍 위로 맺힌 물을 엄지 끝에 찍어 떼 냈다. 끈적한 쿠퍼액이 얇게 늘어지다 끊어지며 그의 엄지에 들러붙었다.
‘앗, 응, 흣!’
반복적인 마찰과 열기로 인해 새빨갛게 익은 보짓살이 제 좆을 빨아 당기느라 멋대로 뭉개지던 꼴이 좆대가리가 물을 죽죽 싸게 만들었고, 할딱거리며 숨이 넘어가던 높은 목소리가 귓전을 맴돌며 사정을 부추겼다.
탁, 탁, 탁. 정액을 뽑아내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은 없다는 듯 하이어드가 거칠게 제 양물을 자위질하자 좆 껍질이 기둥 위로 주름을 잡았다.
어느새 요도구가 지린 물을 뒤집어쓴 굵은 살덩어리가 하이어드의 손에 의해 투박하게 쓸릴 때마다 나지막한 물소리가 퍼졌다.
“흐, 읏.”
근육이 붙은 하이어드의 아랫배가 잘게 경련하며 상체가 미세하게 굽었고 감긴 눈꺼풀과 이어진 길고 까만 속눈썹이 작게 파들댔다. 도드라진 목울대가 꿀렁여 헐떡이는 숨을 삼켰다.
하이어드는 씨물이 차 단단해진 음낭을 한 차례 주무르다 다시금 손을 올려 기둥을 꽉 쥐어 강한 압박을 가했다. 사방으로 갈라진 불퉁한 줄기가 더욱 단단히 솟고, 피가 쏠려 거무튀튀한 색을 띤 징그러운 살덩어리가 일순 허덕대다 물을 쭉 쌌다.
“하…… 후으.”
굳게 감긴 눈꺼풀 주위가 움찔댔고 고개를 뒤로 젖힌 탓에 목빗근이 팽팽하게 도드라졌다.
부족했다. 아무리 세게 쥐고 마찰해도 사정감이 들끓을 뿐 좆물이 튈 생각을 않았다.
이따위 것이 아니었다. 보다 더 불규칙적으로 자지를 휘감아야 했다. 빈틈없이 기둥을 죈 채 오물거리던 눅눅한 것이어야 했다.
턱턱 거대한 손이 좆 껍질을 벗겼다 입히길 반복하며 음경을 빠르게 용두질하기 시작했다. 말랑한 귀두의 첨단에 뚫린 구멍이 뻐끔대며 속에 고인 투명한 액을 밀어내 뱉었다.
“후…… 흐.”
하이어드의 손아귀 힘이 더욱 강해지며 살이 턱턱 맞부딪히는 선정적인 소음이 가득해졌다. 그래 봤자 그날에 비하면 턱없이 건조한 소리였다.
하이어드는 좆대가리 아래의 포피 소대를 손끝으로 훑다 손바닥 중앙을 오묵하게 만든 채 젖은 귀두를 사납게 문질렀다. 옅고 희미하기만 한 물소리가, 그의 귓전에는 베이지의 보지에서 흐른 애액으로 흠뻑 적셔진 좆이 쩔벅거리는 소리로 뒤집혀 인식되고 있었다.
으, 후.
‘잠시, 잠시만요…….’
간지러운 수준이었다. 제 딴에는 온 힘을 끌어모아 자신의 팔을 쥔 것일 테지만 약하디약한 힘이었다. 그게 또 깜찍했다.
고운 결을 뽐내던 엷은 황갈색 머리칼은 땀에 젖어 동그란 이마에 엉겨 붙어 있었으며, 코로 호흡하지 못한 탓에 버석하게 마른 입술은 찢어지기 직전인 듯 보였다.
발갛게 열이 오른 볼도 감추지 못한 채 지금도 감당하고 있지 못하면서, 무모하게 제 방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눈이 돌았다.
살이 턱턱 부딪히는 소리 새로 하이어드의 목구멍을 긁고 터지는 신음이 간간이 겹쳐졌다. 헐떡이는 거친 숨소리의 간격이 점차 짧아지기 시작하며 그의 너른 흉부가 숨을 쥐어짜느라 팽창했다 오그라들기를 반복했다.
흣.
‘읏, 흐, 으, 아!’
가린답시고 가린 두 팔은 제가 허릿짓을 할 때마다 이리저리 휘청이며 쾌감이 오른 얼굴을 고스란히 내보였다. 벌어진 붉은 입술과 찡그려진 콧등이 시야에서 흔들거렸고 꼭 감긴 두 눈은 제 뭉툭한 좆 끝이 깊은 곳을 찌를 때마다 뜨여 상기된 옅은 노란색 눈동자를 드러냈다.
하이어드의 손아귀에 고이 쥐어져 있던 좆이 펄떡 뛰었다.
후, 흐읏.
굵은 엄지가 기둥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 올리며 사정감을 부추겼다. 하체에서 아릿하게 등을 타고 오르는 쾌감에 하이어드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앗, 으, 흐!’
삽입질에 따라 모래색 머리칼이 가는 허리 위에서 이리저리 흐트러지다 이내 떨어져 내리며 하얀 살결을 고스란히 내보였다. 또렷하게 팬 등골을 따라 시선을 내리자 봉긋하게 솟은 엉덩이를 뭉쳐 주무르는 검붉은 자신의 손등이 묘한 만족감을 퍼날랐다.
“하, 흐…….”
치미는 성감에 머리끝까지 열이 올랐다. 하이어드의 뒷머리가 찬 석벽을 짓누르며 새까만 머리칼이 비벼졌다. 벌어진 입술 새로 걸걸한 신음이 들끓고 옆에서 보았을 때 툭 비어져 나온 목울대가 울렁이는 선이 또렷했다.
마치 베이지의 보지에 좆을 쑤셔 박기라도 하듯 제 손아귀에 가볍게 허릿짓까지 하던 하이어드의 고환이 딴딴하게 덩이진 순간이었다.
으…….
“흣.”
하이어드의 아랫배가 거칠게 부풀어 들썩였고 절정에 치달은 엉덩이가 바짝 죄었다 풀어지기를 반복했다. 굵은 살덩어리는 그 끝을 틀어막은 손바닥에 머리를 치대며 허연 물을 죽죽 배출했다.
그 후에도 머금고 있던 정액을 모조리 뱉어내느라 몸통을 휘두르던 좆기둥은 구멍을 조였다 풀며 몇 차례 백탁액을 쏟아낸 후에야 움직임을 멈췄다.
씨발.
불충분했다. 물을 빼냈음에도 만족스럽기는커녕 기분이 더러웠다.
평소와 달리 흐트러진 모습으로 벽에 기대어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던 하이어드는 몸을 떼며 제 아래를 확인했다.
가라앉은 살덩어리의 첨단을 쥔 손의 힘을 풀어 손바닥을 펴자 더 짙은 불쾌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손가락 사이에 끼인 걸쭉한 정액이 늘어났다 끊어지며 손바닥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제 손을 더럽힐 것이 아니라 눅눅한 내벽에 눴어야 할 정액이었다.
하이어드는 허공에 손을 두어 번 털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행동을 멈췄다. 사제복의 뒷주머니에서 그가 꺼낸 것은 흰 손수건이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이 분명한 빳빳한 천이 펼쳐졌다.
하이어드는 손수건으로 손가락을 적신 정액을 닦아낸 후 비릿한 냄새가 오르는 백탁액이 덕지덕지 묻은 성기를 덮어 문질렀다.
어느덧 어둑하고 희미하던 햇빛이 차츰 밝아져 그가 있는 창고 뒤까지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좆을 주무르느라 새벽 기도를 잊은 것이었다.
새벽 기도가 마칠 시각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한 하이어드는 옷매무새를 바로잡으며 자리를 떴다.
* * *
마차에 달린 작은 창은 외부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길 정도로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 결벽증을 가진 스논 공작 소유의 마차였으니 당연했다.
‘다녀오거라.’
하늘에서 쏟아붓는 빗줄기가 땅을 때리고 창을 스치는 소리가 마차 내에 그득했고, 비에 젖은 눅눅한 흙냄새가 코끝으로 올라왔다.
베이지는 투명한 창밖을 가득 메운 먹먹한 무채색의 구름을 바라보며 마차에 오르기 전 상황을 상기했다.
‘애브는 떼어 두고.’
그에게는 또 무슨 일을 명하려고.
새벽부터 추적거리며 내린 비는 정오가 되도록 멎지 않았다. 이렇듯 버석하게 말라 있던 모래 바닥이 온통 진득한 진흙이 될 정도로 물이 고이는 날은 외부 일정이 없기에 베이지가 그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날이었다.
베이지가 간단한 서류들을 처리하다 잠시 자료를 찾고자 서재로 향하던 길이었다.
복도에서 마주친 타데오가 짧게 명령했다. 본래도 베이지의 일정은 타데오가 계획하는 것이었기에 갑작스러운 지시에도 그녀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덜컹. 그때 깊이 팬 웅덩이에 바퀴가 빠진 것인지 마차가 크게 흔들렸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걱정이 서린 마부의 목소리가 거센 빗소리에 섞여 먹먹하게 들려왔다.
“괜찮아요.”
내부에서는 그다지 크게 와닿지 않는 수준의 충격이었다. 베이지는 다시금 구비된 쿠션에 몸을 기대며 창밖을 응시했다.
헤이트리드 대신전은 국경에 맞닿아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국토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었다. 진실과 정화의 신인 만큼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한다는 명목이었다.
헤이트리드 신을 섬기는 사제들 또한 의무적으로 연중 총 세 번의 정화 기간을 가져야 했다. 꼬박 보름을 스스로를 신전에 가둬야 했고 사제가 아닌 다른 이와의 대면도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그에 따라 헤이트리드 신의 종인 하이어드가 스논 공작가를 드나들지 못한 지도 벌써 열흘이 훌쩍 넘은 시점이었다.
테르무오네 왕국을 방문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와 관련된 일정을 상의해야 하는 공작가 측에서는 곤란을 겪고 있었다.
이런 종류의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타데오가 기다리다 못해 나서 명하자, 베이지가 뒷배를 두고 직접 신전을 방문하게 된 참이었다.
베이지는 저도 모르게 침을 꼴딱 삼키며 멋대로 가빠지는 호흡을 가다듬고자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다.
보름 만이지만, 내내 제 곁에서 떠나지 않고 잔상으로 남아 있던 사내였다.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제 아래에 손수건을 집어넣고 사라진 얄궂은 사내 따위를.
하지만 베이지는 외부에서 보아야 하는 업무의 반 이상이 다른 이들의 정사 장면에 노출된 상태에서 처리해야 하는 것들이었다. 일전에는 헐벗은 이들이 아래를 교접하는 것이 그저 나무 막대기로만 보였다면, 이제는 그 위로 하이어드가 하체를 방탕하게 놀리며 한쪽 얼굴을 찌푸리는 모습이 겹쳐지고 있었다. 절로 낯이 뜨거워졌고 때문에 페르몬트 거리를 거닐 때면 평정을 유지하기가 힘들어 업무에 지장이 갔다.
제가 우습게 여겼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 얕본 것이었다. 몸을 접붙이는 일을 단순히 성기를 넣고 빼며 쾌감을 얻는 행위로만 여겨 왔었다.
이렇게 문란하고, 제대로 된 호흡이 불가할 정도로 머리가 흐릿해지고,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부끄러워지는 것인 줄은…… 몰랐단 말이다.
아니면 함께한 상대가 그 남자라 그런 걸까.
수상하다고 생각했던 사내였다. 배를 한 번 맞췄다고 그 속내를 알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나, 이토록 더 깜깜해질 줄도 알지 못했다.
권력에 눈이 멀어 범법 행위를 돕는 부패한 사제가 노파를 돕고 여린 동물의 족쇄를 풀어 주었다. 환락을 즐기지 않다가도 길거리의 시정잡배들이 쓸 법한 천박한 말들을 입에 담고 허리를 흔들었다.
무엇보다 손수건을 그 누가 그런 곳에.
베이지의 귓바퀴가 수치심에 붉게 물들었다.
하다못해 다음 날 마주쳤을 때 저처럼 당혹스러워하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하이어드는 태연자약한 낯으로 전보다 더 대담하게 굴었다. 한 꺼풀이 벗겨진 속은 여전히 새카맣기만 해 한 치 앞도 보이질 않았다.
어느새 빗줄기가 상당히 굵어져 있었다. 마차 또한 신전의 정문에 다다라 검문을 위해 잠시 멈추어 섰다.
“누구…… 갈래길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꺾으시면 됩니다.”
신전의 정문 앞, 경비를 서던 이가 뱀이 뒤엉킨 스논 공작가의 문장을 확인하고는 문을 개방했다. 빗줄기가 어찌나 거센지, 미리 지시받은 바를 전달하는 또렷한 목소리조차 빗소리에 방해를 받아 끊기듯 전해져 왔다.
대신전인 만큼 신전 부지가 수도에 위치한 공작가 소유 영지 못지않게 넓었다. 마차는 정문을 통과한 이후에도 한참을 내달렸다.
녹음이 우거진 풍경은 흐릿한 하늘에서 부어 대는 빗물이 굵어진 탓에 온통 뿌옇기만 해. 그 색감조차 보이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아가씨! 도착했습니다!”
마차가 정차하는 듯하더니 우렁찬 마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만 작았어도 후두둑 마차 윗면을 때리는 빗소리에 집어삼켜졌을 목소리였다.
베이지는 마부가 들고 선 우산 속으로 몸을 숨기며 본당을 올려다봤다. 높게 솟은 첨탑을 제외하면 신전 치고는 단조로운 외관이었다. 온 사방이 먹구름으로 가득한 탓에 평소보다 더 검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겼다.
베이지는 후문을 통해 건물 내부에 들어선 후 마부를 향해 작게 턱짓했다. 마차를 숨기고 대기를 명하는 것이었다.
격리 기간 중에는 신전 내부와의 소통도 어려운 편이었다. 아직 말단 사제인 하이어드에게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베이지는 미리 전달받은 하이어드의 일정을 상기하며 걸음을 옮겼다. 어릴 적 타데오의 손에 이끌려 발이 닳도록 드나들던 곳이었으니, 그녀에게도 본당은 한없이 익숙한 공간이었다.
오후 예배가…….
베이지는 예배당 구석에 위치한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눈금을 확인하며 나무 계단을 올랐다. 시간이 빠듯했다. 당일 고해소를 지키는 이가 하이어드라고 했으니, 지금쯤 그가 이곳으로 오고 있을 터였다.
베이지가 계단 난간의 마지막에 둥근 모양으로 세공된 손잡이를 쥐며 이 층 복도를 밟았을 때였다.
“아…….”
복도 끝에 서 있던 사내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뒤를 돌았다. 긴 치맛단이 그 아래 감춰진 바짓단을 옅게 스쳤다.
평소 공작가를 방문할 때와 달리 검은 정복을 차려입은 하이어드는 보다 더 정적인 분위기를 품었다. 그의 몸에 딱 붙는 정복은 목 부근부터 발치까지 작은 단추가 달려 있었고 굵은 매듭이 허리를 둘러 두툼한 그의 흉부가 더욱 도드라졌다. 직각으로 떨어지는 어깨를 휘감은 사제복 상의가 굵은 팔뚝을 넉넉하게 감싸며 흘러내렸다.
“……영애?”
그때였다. 계단을 타고 오르는 발걸음 소리 하나가 더해졌다.
“읏.”
갑작스럽게 손목을 틀어쥐는 강한 악력에 베이지가 작게 신음하자, 입술까지 막혔다.
베이지는 코끝으로 파고드는 묵직하고도 익숙한 하이어드의 체향을 받아들이며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베이지의 걸음이 영 불만족스러웠는지 하이어드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둘렀다. 이후는 베이지가 스스로 발을 굴렸다기 보다 타인의 힘에 의해 달랑 들린 그녀의 다리가 허공만 휘저었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베이지는 입가에 닿는 거칠한 하이어드의 손바닥이 입은 물론 코까지 틀어막은 탓에 그녀는 숨을 할딱거리며 그의 손을 두드려 댔다.
“하!”
단숨에 숨통이 트이자 베이지는 제 목을 꽉 감싼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거친 숨소리 뒤로 탁, 나무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렸다.
“……대체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호흡이 차츰 자리를 찾기 시작할 무렵 베이지의 머리 위로 위압감이 서린 목소리가 쏟아졌다.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신성한 신전이었다. 프라헨 왕국의 국교인 헤이트리드교가 정한 바를 어기는 건 그리 쉬이 여겨질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일국의 공녀 신분인 여자였다. 다른 이에게 발각이라도 되었다면…….
전부터 겁도 없군. 하이어드의 얼굴이 사납게 구겨졌다.
“그새 제 자지가 빨고 싶어지기라도 한 겁니까.”
성스러운 신전 내의 고해소에서 언급될 만한 말은 아니었다.
질 낮은 말장난에 베이지의 심장이 빠듯하게 뛰었다.
“그게 무슨…….”
어릴 때부터 홍등가를 드나들며 저속한 단어들과 희롱에 노출된 채 자랐기에 익숙한 말이기도 했다. 하나 그 대상이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을뿐더러, 저 사내가 뱉는 문장들은 무언가 달랐다. 몹시도 선정적이었으며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다.
베이지는 이런 말을 내뱉는 하이어드의 의중을 알 길이 없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뗐다. 자신은 일을 처리하고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테르무오네 왕국으로 선교 활동을 가는 건에 관련해 전달드릴 것이 있어 옷 것뿐이에요.”
귓바퀴가 붉어졌음에도 베이지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또렷한 발음으로 말을 쏟아냈다. 한없이 무표정해 보이는 베이지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하이어드는 그녀의 말에 대꾸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둘 사이에 묵직한 정적이 흐르는가 싶더니, 하이어드가 움직임을 보였다. 그가 엄지로 베이지의 입술을 툭툭 두드렸다.
“입.”
다물어.
하이어드의 손끝에 베이지의 물컹한 입술이 뭉그러졌고.
똑똑.
베이지의 몸이 굳었다. 바깥세상과의 연결을 단절한 상황에서, 고해소를 방문할 만한 이는 사제들뿐이었다.
“사제님, 계십니까.”
정중한 목소리가 고해소 문을 두드렸다. 좀 전 계단에서 들려오던 발소리의 주인인 듯했다. 그도 오후 예배가 시작하기 전, 예정보다 더 일찍이 고해소를 찾은 것이기에 하이어드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모양이었다.
“예.”
하이어드의 턱이 벌어지며 예상치 못한 답을 내놓았다.
……지금 뭐라고.
베이지가 고개를 틀어 문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하이어드를 바라봤다. 하지만 하이어드와의 키 차이 탓에 그녀의 시야에 닿는 것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굳게 닫힌 턱이 고작이었다.
고해소 내에서 긍정의 답이 돌아오자마자 기다리던 사제가 맞은편에 마련된 고해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고 두터운 천으로 가려진 작은 구멍 너머로 사제가 나무 의자에 착석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베이지는 숨을 집어삼켰다.
사제를 따라 의자에 착석한 하이어드가 다시금 베이지의 허리를 낚아채 제 무릎 위로 그녀를 앉힌 탓이었다.
좁습니다.
하이어드는 제 품에 안겨 자신을 올려다보는 베이지를 향해 건조하게 입술을 움직였다.
고해소 내부는 작디작은 공간에 의자 하나가 놓아져 있는 구조였다.
보통 사람보다 체구가 월등히 큰 하이어드와 귀족 영애들 사이에서도 그리 작지 않은 키를 가진 베이지가 함께 서 있는 경우라면 몰라도, 한 사람이 자리에 착석하면 남은 이는 발을 디딜 틈조차 없게 되는 비좁은 방이었다.
하이어드의 판단이 옳았다.
하나…….
등허리에서 단단한 하이어드의 팔이 자신의 체중을 오롯이 지탱하고 있는 것이 느껴져, 베이지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가 그리 하라고 했기 때문이 아니라, 실수로라도 말을 뱉는 순간 들킬 게 분명했으니까.
……그런 것이었다.
툭, 투둑.
그나마 다행이라면 빗소리가 거센 덕에 어느 정도 소리들이 감춰진다는 것이었다.
이어 하이어드가 베이지의 눈에 익는 종교 행위를 손끝으로 덧그리다 고해 성사의 시작을 알렸다.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며 회개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헤이트리드 신께서는 기꺼이 그대의 죄를 사하실 것입니다.”
하이어드의 목소리에서는 동요로 인한 굴곡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여느 때와 같이 묵직하고 느긋한 저음이 작은 고해소 내부를 울렸다.
헤이트리드교는 순결을 중시하며 그를 위반할 시 처벌이 엄격한 편이었다.
신을 섬기는 자가 고해소 내에서 여자와 함께 있다 발각되는 경우 파문은 물론이거니와 사람 노릇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었다.
더욱이나 하이어드는 권력욕이 강해 스논 공작가의 개가 되기를 자처한 것이 아니던가.
베이지는 자신의 존재는 잊은 것인지 사제를 향해 형식적인 고해성사 절차를 밟아가며 말을 전달하는 하이어드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헤이트리드교를 국교로 세운 스논 공작가의 권력을 믿기 때문일까. 도무지 이 사내의 속내를 알 길이 없었다. 선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모두 자신의 착각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몰랐다.
“……그대가 진심으로 뉘우친 죄를 고백하십시오.”
하이어드는 제가 할 바를 마친 후 제 품에 고이 몸을 누인 베이지의 얼굴을 훑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래로 내리깔린 풍성한 시간에 맞춰 펄럭대고 작은 코 끝이 움찔거렸다.
꽤 오랜 시간 보지 못했던 얼굴이었으며, 내내 보아 왔던 얼굴이었다.
며칠이면 가라앉을 줄 알았던 욕정은 좆 껍질이 닳을 때까지 성기를 문질러도 사라지지 않았고, 하이어드는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베이지의 얼굴을 떠올리며 반강제적으로 수음을 해야 했다.
일순 베이지의 귓바퀴가 붉어지며 하이어드에게 흘긋 시선을 던졌다.
지금…….
하이어드는 베이지의 입술이 벙긋대는 꼴을 가만히 보다 느른하게 웃음을 흘렸다.
자지가 섰다.
빳빳하게.
하이어드의 새까만 동공 속에는 미약에 취해 처음 아랫배를 맞췄을 때보다 더한 육욕이 깃들어 있었다. 그의 거대한 손이 베이지의 치마를 들췄다.
무엇이 저리 놀라운 건지.
근 한 달을 입만 다시게 했던 희고 봉긋한 엉덩이가 제 좆을 깔고 앉았는데 서지 않을 리가.
치맛자락을 말아 올리는 버스럭거리는 소리가 울리자, 몸을 떨 정도로 놀란 베이지가 황급히 두 손을 뻗어 하이어드의 손길을 저지하려 했다.
아.
하이어드의 손아귀 아래에 허연 살결이 흐무러졌다.
퍼득 갑작스럽게 하체를 타고 오르는 저릿한 쾌감에 베이지가 저도 모르게 다리를 죄며 손에 닿는 것을 꽉 붙잡았다.
베이지의 헛손질로 인해 그녀의 작은 손아귀에 붙잡힌 하이어드의 손등에 긴 선이 그어지더니 핏방울이 몽글하게 맺혔다.
손톱에 긁힌 상처가 쓰라릴 법도 하건만, 하이어드는 한 손 정도는 기꺼이 내어 주며 다른 손으로 말랑한 허벅지를 주무르며 치마 속을 제멋대로 누볐다.
베이지는 제가 하이어드의 손등에 생채기를 낸 줄도 몰랐다. 치렁치렁한 옷을 입은 만큼 움직일 때마다 버스럭대는 소리가 일었기에 그저 그것을 감추고자 몸에 바짝 힘을 주는 데 급급했다.
분명 제 손이 닿는 것은 아무런 느낌도 일지 않았었는데, 낯선 이의 손길이 허벅지 안쪽을 배회하자 반사적으로 몸이 튀어 미칠 지경이었다.
“제가 지은 죄는…….”
그때 한참을 머뭇거리던 사제가 입을 열어 제 죄를 고백하기 시작했다. 조금 앳된 음성이었다.
감히 입에 담지도 못할 죄인지, 사제는 어물거리며 알 수 없는 소리를 뱉다가도 입을 다물기를 한참 되풀이했다.
“용서받지 못할 죄인 줄로 압니다…….”
드디어 다짐을 마쳤는지 침을 꼴딱이는 소리 뒤로 덜덜 떨리는 사제의 고백이 이어졌다.
“감히 음심을 품었습니다.”
하이어드는 사제의 고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혹여 신음을 뱉을까 입술을 물고 몸을 떠는 여자의 몸을 더듬는 것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그 뒤를 따라 사제의 입에 오른 이름을 듣지 못했던 때까지는, 말이다.
“감히, 감히 스논 공작 영애께…….”
음부 부근의 여린 살결을 매만지던 하이어드의 손등에 힘줄이 툭 불거졌다.
아읏.
피멍울이 들 법한 강한 악력에 베이지의 입술이 벌어졌고 그녀의 상체가 절로 굽었다.
가까스로 신음을 삼켜낸 베이지는 허벅지를 타고 전해지는 아린 고통을 견디며 이를 악물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들을 건너편의 사제가 알아차리고도 남았을 터였다. 그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고, 작은 구멍까지 뚫린 채 이어져 있는 고해소 사이를 가로막는 건 고작 그 위로 덧대어진 천 한 겹뿐이었으니 절대 목소리를 내어선 안 됐다.
하이어드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사제의 진실된 고해성사는 계속되었다.
“공작 영애를 처음 뵈었을 때…… 그러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이어드의 목울대가 느리게 꿀렁였다.
“마음에 품지 않을 수 없어, 감히 마음에 품었습니다. 이 어리석은 죄인은 그것에서 그칠 수 있을 줄로만 알았습니다. 참으로 어리석었습니다…….”
사제의 절절한 목소리에는 울음기가 서려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헤이트리드교의 신실한 신자였던 그는 사제가 되고자 모든 것을 버리고 입교한 것이었다.
제 전부인 분을 배반해서는 안 되었다.
죄악 가운데서도 중죄에 해당하는 음욕이 제 육체에 깃들고 말았다는 사실이, 정신력으로 그것을 막아 낼 수 없었다는 사실이 죄스러워 사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런데…… 제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밤마다, 그릇된 꿈을 꾸었습니다.”
베이지는 저를 향한 절절한 고백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으니까.
듣고 보니 일전에 하이어드와 함께 공작저를 방문했던 사제들 중 유난히 저를 오랜 시간 바라보던 이가 하나 있었는데, 그가 아닐까 싶었다.
습관적으로 벽 앞에 앉은 사제가 누구인지 가늠해 보던 베이지는 제 실수를 깨닫고는 생각을 멈췄다. 이곳이 신성한 고해소라는 사실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평생 이 사실을 하이어드만이 알며 본인이 죽어서도 비밀이 되었을 사실을, 제가 엿들었다는 것에 조금 죄책감이 일기는 했으나 그뿐이었다.
하지만 사제가 음심을 품은 대상도 아닌 하이어드는 그의 고해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베이지의 허벅지를 움켜쥔 채 잠시 멈춰 있던 하이어드의 손아귀 힘이 완전히 풀렸다.
베이지가 고개를 들어 하이어드의 얼굴을 살피려 했으나, 시선에 그의 얼굴이 걸려드는 일은 없었다.
좀 전까지 음부에는 손을 대지 않고 손끝에 힘을 줘 살결을 뭉근하게 누른 채 쓸기만 하던 손길이, 단번에 그녀의 둔덕까지 파고들었다.
읏.
베이지의 속옷 윗부분을 비집고 들어가 그 속에 감춰져 있던 거슬거슬한 그녀의 음모까지 들춰 낸 하이어드의 손바닥이 작은 속옷 속을 두둑하게 채웠다.
뼈마디가 굵은 하이어드의 손가락 모양이 도드라지도록 부드러운 속옷 천이 한계치까지 늘어났고 이내 우둘투둘하게 튀어나온 것이 모양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메마른 음순은 오그라들어 그 속을 보호하고 있었으나, 하이어드의 손가락은 그것을 가볍게 젖혀 냈다.
소리를 억누르는 베이지의 몸이 더욱 동그랗게 말렸다.
하이어드는 검지와 약지로 소음순을 벌린 채 거칠고 굵은 중지로 둔덕 위를 문질렀다.
음모의 뿌리와 이에 가려져 있던 속살까지 닿을 정도로 깊숙이 들어간 중지는 음모를 뭉치듯 둥글게 원을 그리다 단숨에 아래로 미끄러졌다.
강하게 힘이 들어간 중지가 둔덕을 누른 채 타고 내려가자 이내 그 끝에 위치한 음핵에 맹렬한 자극이 전해졌다.
아……!
베이지의 손이 하이어드의 검은 정복 소매를 구겼다. 그녀의 하체가 퍼뜩 뛰며 힘이 바짝 들어간 발끝이 바들거렸다.
하이어드의 흰 치열이 베이지의 귓바퀴를 긁었다.
“얼마나 엉덩이를 가볍게 흔들어 댔으면.”
베이지의 귓가에 바싹 붙은 하이어드의 입술이 벌어지며 열기가 서린 걸걸한 저음을 쏟아냈다.
베이지는 귓바퀴에 닿은 물컹한 촉감이 하이어드의 입술이라는 사실도, 그가 어떤 말로 저를 희롱하는지도 인식하지 못했다.
굵은 중지가 아래위로 거칠게 오갔다. 버석하게 마른 음핵 위를 까끌한 굳은살이 박인 손가락이 긁고 지나가자, 축축하게 젖어 있던 때보다 더 견디기 힘든 쾌감이 치솟았다.
쾌감이라기보다는 고통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하체가 멋대로 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작은 공알이 강하게 마찰될 때마다 화끈거리고 아릿한 고통이 수반되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고통스러운 자극이었다.
천박하게.
“지금도 제 자지를 문지르고 있지 않습니까.”
악다문 잇새로 발음이 뭉그러진 하이어드의 숨이 샜다. 그의 손짓이 멎는 일은 없었다. 피가 몰려 부푼 공알이 짓이겨졌다.
흐으…….
신음을 삼키느라 세게 문 베이지의 입술에서 피가 뱄다. 음핵이 너무, 뜨거웠다.
“예? 사제님, 혹 무어라 하셨습니까?”
“그대를 위해 신께 기도문을 읊은 겁니다. 개의치 마십시오.”
빗소리가 강했을뿐더러 작고 뭉개지는 발음이었기에 그 뜻을 알기 어려웠다. 사제는 의심 하나 없이 하이어드의 말을 믿었다.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제님…….”
보이지 않아도 사제가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제는 거듭 감사를 표하다 고해를 이었다.
“하지만 결코 직접 손을 댄 적은 없었습니다.”
제가 흠모하던 대상이, 고해를 전하는 사제와 흘레붙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남자는 고인 눈물을 닦아내며 두 손을 모아 간절히 죄를 빌었다.
“딱 두 번, 두 번 꿈에서 벌어진 일을 현실까지 끌고 왔습니다.”
손을 대지 않았다니, 몽정이라도 했나 보군.
입 안에서 한 차례 혀를 굴린 하이어드의 턱이 불거졌다.
하이어드의 손길이 더욱 거칠어졌다. 계속되는 자극으로 인해 베이지의 구멍이 물을 뱉어 속옷을 적시기 시작했다.
그도 슬슬 구멍이 물을 쌀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굴리고 있던 음핵을 놓고 더 아래까지 손을 옮겼다.
하이어드의 손가락이 기어코 저 아래에서 울컥 물을 뱉어내는 구멍까지 닿자, 베이지의 손아귀 힘이 더욱 강해졌다. 그녀의 뼈마디가 희게 샜다. 물을 퍼다 나르면 소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 남자도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쩔걱, 쩔걱. 구멍을 얕게 쑤시던 중지는 물을 떠 음핵으로 가져가 친히 펴 발랐다. 공알 옆에 난 틈 사이에 애액이 끼이고 하이어드의 손가락이 살점을 비빌 때마다 물소리가 심해졌다.
아, 제발…….
베이지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간절히 빌었다. 그녀의 다리가 바들대며 절정의 전조 증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이어드는 그에 그치지 않았다. 그의 중지가 모자람 없이 애액을 내어주는 아랫구멍에서 또다시 물을 길어 와 음핵을 찾았다.
베이지의 엉덩이 아래에서 뜨듯한 열기를 뿜는 자지처럼 빳빳하게 선 공알이 물에 젖어 철벅대는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튀었다.
하이어드는 제 손 아래에서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베이지의 모습을 지켜보다 천 너머의 사제를 재촉했다.
“계속하십시오.”
“사제님?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아닌가…….
하이어드는 한쪽 눈썹을 치켜들며 베이지를 내려다봤다.
사제의 목소리에 몸을 굳힌 채 저를 올려다보는 여자의 눈에는 투명한 눈물이 얕게 고여 있었다. 사람을 어지간히도 꼴리게 하는 얼굴이었다.
베이지는 무엇이 그리 여유로운지, 제게 애원해 보라는 듯 턱짓하는 하이어드의 얼굴을 보다 마지못해 입을 벙긋댔다.
제발…….
발각되었을 경우 곤욕을 치르는 건 자신뿐이 아니었다. 하이어드 또한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이었다.
그런데 어찌 이 사내만이 이리도…….
흣.
하이어드가 중지로 음핵을 툭 튕겼다.
베이지는 더 들어갈 힘도 없는 힘을 짜내 하이어드의 손을 쥐며 머리를 뒤로 댔다. 팽창한 그의 팔 근육이 단단히 그녀의 머리를 받쳤다.
“빗소리, 가 아니겠습니까.”
한 번이라도 정사를 치러본 이라면 믿을 리가 없는 말이었다. 하나 사제들은 순결을 지켜야 하는 자들이었다. 성행위를 해 본 적은커녕 그런 행위 자체에 일절 노출된 적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 그들이 빗소리에 섞여 흐르는 희미한 물소리를 알아차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 그렇겠지요?”
“예.”
설핏 매몰차다고 느낄 정도로 딱 부러지는 어조에 사제는 꼬리를 말았다.
잔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은 사제는 다시 고해에 집중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제 잘못입니다. 다시는. 다시는, 그런 속된 마음을 품지 않겠습니다.”
원색적인 생각을 품은 것조차 죄악이라며 되뇌는 사제의 앞에서, 음란하기 그지없는 짓을 행하는 하이어드의 얼굴에는 일말의 죄악감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
쩔걱대는 물소리가 더욱 거세어지고 있었다. 스스로의 감정에 북받친 사제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져 갔다.
“더불어, 평소 제가…….”
저것은 한동안 혼잣말을 하듯 죄를 고할 것이고.
하이어드는 무표정한 얼굴로 제 품에 안긴 베이지의 몸을 훑었다.
이미 고해소 내부는 베이지 특유의 달큰한 체향과 애액이 풍기는 비릿한 향으로 가득했다.
풍성한 치맛단 탓에 바들거리는 다리를 볼 수 없는 점은 안타까웠지만, 그 덕에 얇은 다리가 덜덜 떨어대는 것이 다리 사이를 차지한 팔뚝 위로 보다 더 선연하게 전해지기는 했다.
하이어드는 베이지가 몸을 비틀 때마다 그녀의 말랑한 엉덩이가 제 딱딱한 좆을 비비는 것에 맞춰 더 빠르게 손가락을 털었다.
미처 숨소리까지 감출 수 없었는지 베이지의 입가로 가쁜 숨이 샜다.
하이어드는 찡그려진 베이지의 미간을 응시하다 살짝 손가락을 띄워 솟은 음핵의 끝만을 스치듯 문지르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덜해지긴 했으나, 아래에서 전해지는 쾌감은 줄어들 줄을 몰랐다.
쩔걱, 쩔걱. 단단하게 뭉친 살점이 튕기는 속도가 가속됨에 따라 어느새 이를 악다문 베이지의 턱이 덜덜 떨렸다. 그녀의 구멍이 물을 울컥 뱉었다.
하이어드는 제 자지가 비대해지며 그 좁은 옷 속에서도 꺼떡꺼떡 솟아 베이지의 엉덩이를 두드리자, 살점의 끝만을 매만지던 것을 관두고 도톰한 공알을 찌부러뜨릴 듯 뭉갰다.
아, 흣…….
베이지의 발가락 끝에 힘이 들어갔다.
하이어드는 파들대는 베이지의 속눈썹을 만족스러운 듯 훑다, 일순 검지와 약지로 음핵 옆의 틈을 꽉 누른 채 중지로 공알을 제 몸 쪽으로 꽉 눌러 당겼다.
아아……! 흣!
베이지의 엉덩이가 허공으로 튀며 허벅지가 꽉 맞붙었다. 일자로 펴진 다리를 타고 오그라든 발끝까지 미칠 듯한 쾌감이 치달았다. 아랫배가 절로 수축했고 음순 사이에 끼인 하이어드의 손가락을 꽉꽉 물었다.
고해소 내부에 후끈한 열기가 들어찼다. 이어 탈진한 듯 온몸이 축 늘어지는 베이지의 이마에서 땀 한 방울이 흘러 내렸다.
하이어드는 절정의 여파로 몇 차례 씹어대는 뭉클한 틈새에 제 손가락을 내어주다 다시 한번 공알을 꽉 잡아당겼다.
읏!
빨갛게 달아 있는 공알이 자극되자 방심하고 있던 베이지가 절로 튀는 하체를 눌러 내리며 몸을 말았다.
하이어드는 베이지의 반응이 멎고 잠잠해지자, 그녀의 속옷 속에서 손을 빼내고 저번처럼 퉁퉁 불어버린 자신의 손가락을 보란 듯 벌렸다.
곧게 뻗은 두 손가락 사이로 점성 있는 질액이 포물선을 그리며 아래로 늘어졌다. 그 외설적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하이어드가 입을 벌리고 젖은 혀를 내밀어 애액을 훑어 올렸다. 새빨간 살덩어리에 투명한 질액이 휘감기고 벌건 입속으로 먹혀들었다.
군입질하는 하이어드의 턱뼈가 감사납게 움질거리고 이내 베이지의 질액을 모조리 빨아 먹은 습한 혓바닥 아래에서 시커먼 목소리가 샜다.
제 좆도.
“이것을 맛보고 싶은 모양입니다.”
말랑한 엉덩이에 끼워진 하이어드의 단단한 자지가 꿈틀대며 움직임을 보였다. 그 감촉을 느낀 베이지가 움칠대며 입술을 달싹였다.
이곳에서, 끝까지……?
혼란스러운 기색이 베이지의 얼굴을 스쳤다. 하지만 무어라 할 말을 찾지 못한 그녀는 끝내 숨만 색색 몰아쉴 뿐이었다.
하나 애초에 답을 들을 생각이 없었던 하이어드는 그런 베이지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다시 풍성한 드레스 속으로 손을 집어넣은 하이어드는 속옷의 윗부분을 들어 올린 후 단번에 가장 아래로 손수건을 내려 댔다. 속옷이 빠듯하게 벌어졌다.
구멍에서 흐른 물이 엉덩이골까지 적신 것을 어찌 알았는지, 하이어드는 그 틈에 고인 애액을 닦아 올리더니 그대로 물을 주륵 흘리는 구멍을 눌렀다.
“아.”
자지 대신 이거라도.
하이어드는 미처 떠올리지 못했다는 듯 읊조리다 손가락 끝으로 손수건을 펴, 중지로 천천히 천을 삽입했다.
넋이 나간 채 늘어져 있던 베이지는 그제야 알아차린 건지, 고개를 흔들며 하이어드의 팔을 붙잡아 빼려 했다.
여느 때처럼 하이어드의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간절하던 저항의 손길이 뚝 멎었다.
무겁게 내려앉은 하이어드의 속눈썹이 더 아래로 향했다.
보이지 않았다.
짧은 시간, 인내하던 하이어드는 고개를 푹 숙여 코끝만 내보이는 베이지의 턱을 한 손으로 받치듯 쥐어 들어 올렸다.
발갰다. 발갛게 열기가 모인 모래색 동공은, 눈물을 쏟아낼 생각은 없는 듯했다. 녹초가 되어 피로가 묻어나는 눈동자에 미움이 배어났다.
속이 뜨끈했다.
하이어드는 베이지의 얼굴을 말없이 내려다보다 설핏 낮은 웃음을 흘렸다. 그가 다시금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댔다.
“공작께는 제게 전했다고 하십시오.”
베이지의 얼굴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혹 타데오가 세부 사항을 구체적으로 물어 오면 곤란해질 터였다. 제게 듣지 않으면 전해들을 사람이 없을 텐데.
그 사이 사제의 고해는 막바지에 다다랐다. 곧 그의 차례가 끝날 터였다.
힘이 없는 베이지 대신 그녀의 치마를 툭툭 쳐 간단히 편 하이어드는 두 손으로 가는 허리를 쥐어 그녀의 몸을 가볍게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베이지의 허리 너머로 손을 뻗은 하이어드는 곧바로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그녀의 가느다란 몸이 파드득 떨렸다.
바깥에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이가 있으면 어쩌려고……!
몇십 분 동안의 제 노력을 상기한 베이지가 나무 바닥에 발을 붙이며 버텼으나, 그녀의 몸은 쉬이도 밖으로 밀려났다.
이미 바깥에 기척이 느껴지지 않음을 확인한 후였으나 하이어드는 베이지에게 구태여 그 사실을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끼이익, 문이 닫히는 소리가 크게 울렸지만 하이어드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덤덤한 얼굴로 사제에게서 나올 말을 기다렸다.
“사제님?”
“아. 잠시 바깥에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제 착각이었나 봅니다. 계속하십시오.
“예……? 예, 알겠습니다. 큼큼, 부디 나약한 인간인 제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고,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신이시여, 이 미천한 종의 죄를 사하여 주시옵소서.”
용서를 구하는 간절한 기도가 한참을 이어졌다.
무료한 듯 가만히 제 차례를 기다리던 하이어드는 사제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 느긋이 제게 오롯이 제게 허락된 구절을 읊어 주었다.
신께서.
“그대의 죄를 사하셨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하이어드는 진실된 종의 참회를 들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여자는 떠났으나, 역하리만치 진한 흔적들이 남았다. 불어버린 손가락을 느릿하게 비비자 찔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물 냄새가 풍겼다. 좁은 공간에 한 발도 빼내지 못한 양물이 거칠게 맥동하며 열을 뿜어댔다.
“참회의 기회를 주셔서…….”
구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그리도 좋은지, 사제는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하이어드는 시선을 들어 올려 구멍을 막은 천을 말없이 응시했다. 정확히 사제의 머리가 위치한 곳이었다.
저것만 아니었으면, 이따위 기분을 맛보지는 않았으리라.
용서라…….
하이어드는 축축하게 젖은 손가락으로 뻣뻣하게 굳은 자신의 목덜미를 뭉근하게 쓸며 베이지의 애액을 닦아 냈다.
이 세상에 신 따위가 존재한다면, 응당 저것을 내쳐야 하지 않겠는가. 사제 주제에 욕정에 눈이 멀었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