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상업계를 틀어쥔 거상, 이딜로스 록센 카델라로트 공작. 그가 짐승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하필 새끼 고양이인 나를 주운 것이 공작의 여동생이었고, 또 하필 나를 숨기다가 들켰다.
이곳에서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선 어떻게든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래서 매일같이 그의 꽁무니를 졸졸 쫓아가 해맑게 애교를 부렸는데…….
“으……!”
으?
이딜로스가 다급히 제 입을 틀어막았다. 나는 당혹스러움에 굳었다. ……방금 날 보고 소리 지르려 한 거지?
그제야 깨달았다.
이 인간은 날 싫어하는 게 아니라, 무서워하는 거였단 걸!
* * *
깍지를 끼며 내 손을 단단히 옭아맨 그가 말했다.
“날 잡아먹고 싶다고 했잖아.”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거야? 그건 다 장난…….”
“장난? 그때 내가 무서워서 잠도 못 이뤘는데……, 장난이라고?”
나를 내려다보는 그의 짙은 눈빛에 희미한 원망이 내비쳤다. 나는 저 불쌍한 척하는 눈에 속으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윽고, 내 예상대로 눈빛을 뒤바꾼 그가 감히 눈앞의 맹수를 먹이처럼 두고 유유히 웃었다.
“책임져.”
“…….”
“너라면 잡아먹혀 줄게.”
……그냥 나를 싫어하지 않게 만들려던 것뿐인데.
이 인간, 겁을 완전히 상실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