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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의 반려수인이 되었습니다-91화 (81/191)

91화

“아펠리아 님!”

갑작스레 고막을 찌르는 큰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언제 또 주위의 풍경이 바뀐 것인지, 공기 중에 묻어나는 선득한 기류에 나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리고 나는 곧, 지금 이 기억이 언제 일어난 일이었던 것인지 깨달았다. 그 사고를 앞둔 날의 기억이다.

“도망치셔야 합니다. 제가 어떻게든 방법을 모색할 테니 부디 도망쳐서 살아 주십시오.”

나는 내 조그만 앞발을 쥐고 명목이 없다는 듯 무릎을 꿇고 있는 아슐란을 절망과 체념이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내가 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그에게서 습한 온기가 묻은 물방울이 후드득 떨어졌다.

“죄송합니다. 저들을 말리지 못하고, 도움조차 되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바닥을 짚은 그의 손이 울분과 죄책감으로 떨리는 것을 나는 망연히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마치 내가 도망쳐 살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반드시…… 당신을 찾으러 가겠습니다. 그러니…….”

아슐란이 내 앞발을 천천히 놓았다. 그의 온기가 멀어지면서, 그곳에서 들려오던 모든 소리와 서늘한 기류와 냄새가 신기루처럼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 어쩌면 이제야 이 꿈이 끝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러기를 바랐다.

그러나 가장 두렵고 끔찍한 기억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눈앞이 뒤틀리는 지극한 울렁거림에 이어 이상할 정도로 눈에 익은 숲속의 전경이 보였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배에 입은 상처가 불에 덴 듯 뜨겁게 달아오르자 숨이 막혀 오기 시작했다.

두려움이 온몸을 잡아먹듯 퍼져 나가 정신을 헤집어 놓았다. 형체 없는 공포가 불어닥쳤다.

낯익은 인간 두 명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이 새까만 색의 칼을 맹렬히 들이밀었다.

그 순간 눈앞에서 태양보다 붉고 섬뜩한 색의 피가 튀었다.

“신의 은총을 모조리 빼앗아 간 짐승 같으니!”

날 걸레짝처럼 집어 든 인간이 내 몸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러곤 그 칼로 다시 몇 번이고 나를 찔렀다. 이대로 내가 미동도 없이 차갑게 굳어 버리기를 바라는 듯이. 두 귀를 틀어막고 싶은 섬찟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그들의 눈엔 초점이 없었다. 온기도 없었다. 영혼이 없는 꼭두각시처럼 그저 분노만이 가득해 나를 무참히 꺼트려 갔다.

아프다. 정말 죽을 듯이 아파.

힘없이 바닥에 축 처진 나는 살기 위해 숨을 꾹 참았다. 죽음을 피하고자, 살고 싶어서 죽은 척을 했다.

“드디어 죽은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빨리 죽어 버렸으면 편할 것을, 손에 피만 더 묻혔지 않나. 짜증 나게.”

마침내 나를 찌른 칼이 완전히 뽑혔다. 뽑혀 나간 자리에 한기가 파고들자 한순간 몸을 떨기라도 할 뻔했다.

하지만 나는 참아야 했다. 살고 싶었기에. 그 칼에 찔린 이상, 곧 죽을 걸 알면서도 이대로 죽기엔 너무나 억울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한시바삐 이 불쾌한 자리를 뜨고 싶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그들의 자취에 귀를 기울이며, 나는 꺼져 가는 생명을 겨우 붙잡았다. 비틀비틀 일어났고, 그렇게 수풀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막 익숙한 빛이 희망과 함께 시야에 차오르기 시작할 때였다. 시야의 빛이 갑작스레 훅 꺼지며 눈앞의 광경이 어둠에 집어삼켜졌다.

‘뭐야……?’

이상할 정도의 오싹함이 등골을 스쳐 뒤를 홱 돌아봤다. 기민한 고양이의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움직임이 둔하게 느껴졌다. 꼭, 물속에 잠기기라도 한 것처럼…….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슐란이 깨워 주지 않은 기억의 일부인 걸까. 뭔가가 생각날 듯 말 듯 머리가 부서질 듯 옥죄어 오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이명이 흐릿한 정신을 강렬하게 가로질렀다.

다음으로 어지러운 이명의 틈에서 심해처럼 굵고 낮은 목소리가 고막을 긁었다.

<네가 타고난 천명을 알려 주겠다. 기억하라, 너는 절대로…….>

쏟아지는 이명과 두통에 정신을 못 차린 나는 제대로 들리지 않는 소리에 눈가를 찡그렸다.

방금 ……뭐라고?

천명? 나는 흘러 들어왔던 기억에 의거하여 떠올렸다.

천명은 수인이 날 때부터 타고나는 사명.

그것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나, 흔히 모든 인간들을 사랑해야 하는 것이 수인의 천명이었다.

그래, 나 역시 그것이 내 천명임을 예상하고 있었고 그건 과거부터 쭉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제대로 듣지도 못한 말에 심장은 그 음성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가파르게 뛰었다.

꼭 불길함을 예견하는 듯이, 내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는 듯이…… 심장은 저 혼자 불안감에 떨며 요동치고 있었다.

“아……!”

탄식과 함께 눈썹을 움찔한 순간, 머리에 차가운 무언가가 닿았다.

이마를 타고 얼음 같은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꿈에서 느꼈던 재현된 감각과는 달리, 피부에 닿는 모든 감각점이 생생했고, 눈물이 차오를 정도로 반가웠다.

현실이다. 이건 분명, 현실의 감각이었다.

나는 천천히 눈을 들어 올렸다. 바로 앞에서 울먹이고 있는 귀여운 소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마멜라…….”

줄곧 우울하게 고개를 떨구고 있던 마멜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더니 황급히 내 손을 붙잡았다.

“아릴! 괜찮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가쁜 숨소리를 들었다. 그게 내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소리였다는 걸 잠시 후에 깨달았다.

‘날카로운 고통이 이제 없어…….’

이건 현실이야. 드디어 기억 속에서 벗어났어.

치미는 울분과 안도감에 얼굴을 두 손으로 덮었다. 손끝이 이마 위에 올려진 물수건의 냉기와 닿았다.

나는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를 죽이려고 했어…….”

“뭐? 누가?”

마멜라가 놀라 물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몸을 일으켰다. 이마에서 차가운 물수건이 툭 떨어졌다.

방을 살펴보니 마멜라가 침대에 걸터앉아 있고, 그 뒤에 아슐란이 암담한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내 입으로 현실을 되새겨야만 했다.

“내가 태어난 곳……. 신전에서 나를 죽이려 했어. 수인을 죽일 수 있는 검은색 칼이 있는데 그걸로 나를 찔러서 널 처음 봤을 때 내가 다쳐 있었던 거야. 그런데 죽었어야 할 내가 어떻게 살아 있는 건지는 나도 잘…….”

“신전이…… 수인인 너를?”

마멜라가 충격받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뒤편에 선 아슐란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아슐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가왔다.

“그 검은 고대, 수인이 나타나기 직전의 신격체였던 아천타의 비늘을 깎아 만든 ‘아천타의 검’입니다.”

“……기억나.”

“본래 수인은 숭배의 대상이지만, 언제부턴가 인간은 수인이란 존재의 가치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질투했습니다. 그렇기에 오래전부터 신전에서는 암묵적으로 수인이 태어나면 제거하기 시작했지요.”

나는 가라앉은 시선으로 이불을 내려다봤다.

마멜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더니 떠듬떠듬 말했다.

“말도 안 돼요……. 신을 모시는데 어떻게 그분이 내린 신격체를 해할 수가 있어요?”

“평범한 인간이라면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겠지요. 하지만 그들의 행동을 부추긴 존재가 따로 있습니다. 인간들의 손에 수인을 죽일 수 있는 검을 쥐여 준 존재. 그는 먼 옛날, 벌을 받고 쫓겨난 아천타입니다.”

아천타……. 들려오는 이름에 머리가 아득해졌다.

겁에 질린 눈빛이 된 마멜라가 내 손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지금쯤 아마도 마멜라가 가지고 있을, 하지만 차마 입 밖에는 내지 못할 그 의문점을 직접 내놓았다.

“그럼 아천타는 날 죽이려고 한다는 거야? 여느 수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수인이란 종족은 아천타가 쫓겨나고부터 생긴 것이니, 그의 목적이 신에 대한 복수라면 아릴 님 역시 제거하려 들 수 있습니다. 이미 그런 시도를 했기에 아릴 님이 여기에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나는 입술을 사리물었다.

아슐란이 이전에 나에 대해 알려 주지 않으려 했던 게 이래서일까.

상상 이상으로 내 처지는 참담했다.

나는 태어난 곳에서 멸시와 비난을 받았고, 끝내는 버림받았다. 그로도 모자라,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아천타가 눈치챈다면 그 역시 나를 죽이려 할 것이라니.

무거운 마음이 가슴을 억세게 짓누르는 것 같다.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물었다.

“그래서…… 난 분명 아천타의 검에 찔려 다쳤는데, 어떻게 살아 있는 거야?”

원래라면 나는 죽었어야 했다. 기억의 일부를 회복하며 스며든 지식에 따르면, 아천타의 검에 찔리고도 죽지 않는 수인은 없었다. 이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아슐란은 내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무능한 저는 시일을 막을 수는 없었으나, 당신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부디 효과가 있기를 바라며 아천타의 검을 성수로 씻어 두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네가 날…….”

흔들리는 눈으로 아슐란을 바라보자 그는 말없이 시선을 내리깔며 묵묵히 말했다.

“……다행히 성수가 검의 효과를 반감시킨 듯합니다. 다만 아릴 님의 기억과 힘의 일부를 앗아 가 버리는 건 막을 수 없었습니다.”

아슐란은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는 나를 향해 한쪽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나는 그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내렸다. 마치 내게 살아 달라고 눈물을 떨구며 부탁하던 그날과 같았다.

“저는 아릴 님을 지켜 드리고 싶습니다. 신전에 반하는 짓이나, 이것이 신의 사자로서 옳은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

“공녀께도 부탁드립니다. 부디 아릴 님을 안전한 이곳에 조금 더 머무르게 해 주십시오. 아천타가 아릴 님의 생존을 알아선 안 됩니다.”

마멜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울음을 참고 있는지 입술을 꾹 깨물고 있다가 벌떡 일어섰다.

“조금이 아니어도 돼요. 아릴이는 평생 제가 지켜 줄 거예요. 아릴이는 제 가족이라고요.”

아슐란은 기쁘다는 듯 마멜라를 바라보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뜻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아릴 님. 오늘은 머리가 혼란스러우실 테니 저는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대로 가겠다고?”

나는 아슐란을 복잡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녹색 눈을 부드럽게 휘며 미소 지었다.

“마음의 안정은 중요합니다. 본체로 돌아가는 방법도, 이제는 스스로 아실 겁니다.”

아슐란이 몸을 일으켰다. 그가 매단 화려하고 기다란 귀걸이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연거푸 들렸다.

아슐란은 숭배가 담긴 신실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여전히 제게 별 같은 존재입니다. 다시 찾아뵙기 전까지 부디 강녕하시길 바랍니다.”

아슐란이 떠나갔다. 그가 나가자 마멜라는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나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끼며 멍하니 있다가 급히 무언가를 떠올렸다.

천명이란 거. 그걸 물어봐야 하는 거였는데.

아니, 아슐란은 수인과 같은 신격체가 아니니 수인의 천명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을까.

나는 마멜라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었다. 복잡함과 두려운 심리 속에서 기묘하게 찝찝한 마음 하나가 움트기 시작했다.

* * *

막 공녀의 방을 나와 돌아가던 아슐란은 뜻밖의 인물을 마주쳤다.

아슐란의 굳은 눈가에 묘한 이채가 서렸다. 아슐란은 입매를 단정히 올렸다.

“카델라로트 공작, 반갑습니다. 아까 분명 떠났다고 들었는데…….”

“삼 사제님, 아릴은 괜찮습니까? 어디가 아프기라도 한 겁니까?”

아슐란의 말을 뚝 끊어 버린 이딜로스가 물었다. 그의 낯에 드러나는 다급함에 아슐란은 인상 좋은 느긋한 웃음을 피워 냈다.

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던 공작이 수의가 찾아왔다는 소식만을 듣고 가던 길을 돌아왔다는 건가. 고양이가 걱정되어서?

아슐란은 이딜로스의 무례에 화를 내는 대신, 그 물음에 착실히 대답해 주었다.

“그럴 리가요. 단지 아릴에게 지난번 처방해 준 변비약이 떨어졌을 것 같아 새로 가져다주러 온 것뿐입니다.”

“……변비?”

“예. 고기 간식을 너무 자주 주시면 안 되니 명심해 주세요.”

“……그런 거였군요.”

걱정에 마음 졸이고 있었던 건지 공작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슐란의 입매는 여전히 호선을 그리고 있었지만, 시선만큼은 그를 가늠해 보듯 예리하게 굳어 있었다.

이딜로스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제가 삼 사제님의 가던 길을 붙잡았군요.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잠깐. 지금 고양이를 보러 가는 길입니까?”

“그렇습니다만.”

아슐란이 지나쳐 가려는 그를 붙잡았다. 다시금 만면에 온화한 미소를 띤 아슐란은 친절히 그에게 말해 주었다.

“아릴은 지금 막 잠이 든 상태입니다.”

“또 자고 있다니, 혹시 건강에 무슨 이상이라도 있는 건…….”

“아주 건강합니다. 다만 잠이 많아진 건 날이 추워지면서 게을러진 탓이지요.”

장난조로 말을 맺은 그가 가볍게 웃음을 머금더니 뒤이어 말했다.

“고양이는 기척에 예민하니 이따가 방문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아무래도, 곧 있을 큰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할 테니 말입니다.”

이딜로스는 아슐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그를 바라봤다. 큰일이라니, 변비라던 아릴이 오늘에야 볼일을 보기라도 하는 건가?

“알겠습니다.”

이딜로스는 아쉬운 눈으로 마멜라의 방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다 이만 돌아서려 했다.

그런데 대신관이란 자가 돌아갈 생각은 않고 제 얼굴을 물끄러미 뜯어보고만 있어 물을 수밖에 없었다.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습니까?”

아슐란은 싱긋 웃었다.

“제 말을 명심하고 고양이를 곁에 두었나 봅니다. 낯빛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지셨군요.”

이딜로스는 사실 아슐란의 충고를 거의 잊고 있었다.

신전의 대신관이자 수의로서 아릴을 진찰한 그는 혹시 아릴의 신비한 힘에 대해 알고 있기라도 한 건가. 그래서 그에게 아릴을 곁에 두라 일렀던 것일까.

“그럼, 오늘 하루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이딜로스가 그에 대한 질문을 입에 올리기도 전에 아슐란은 걸음을 뗐다.

가벼운 묵례와 함께 이딜로스를 지나쳐 걷기 시작한 아슐란은 공작의 시야를 벗어나자마자 미소의 자취를 감췄다.

입 안을 살며시 짓씹다가 놓았다. 늘 인상 좋게 가지런하던 눈썹이 찰나 간 비틀어졌으나, 그는 곧 한숨과 함께 소리 없는 웃음을 짤막하게 흘렸다.

이내 완전히 표정을 감춘 그는 가라앉은 시선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생각했다.

카델라로트 공작과 수인 아릴.

부디 모든 게 탈 없이 잘되어야 할 텐데…….

아슐란은 창밖의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신이시여.

‘난 당신이 만든 이 우스운 판에 꼭두각시가 되어 끌려다닐 생각은 없습니다. 비록 내게 그러할 힘이 없다 하더라도, 나는 이 비틀어진 판도를 되돌릴 겁니다.’

모든 것은 제 뜻대로.

……그것이 설령 하늘에 대적하는 일이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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