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해의 연인-89화 (89/110)

제89화. 계축옥사 (1)

흰색

해가 바뀌고도 겨울은 쉽게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랫동안 정국이 편안하면서 창덕궁의 봄은 좀처럼 찾아오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난겨울에 내린 눈이 서서히 녹아갈 때쯤 난 유독 낮잠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무거운 가체를 하고도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를 여러 번.

이 사실을 혼이 알면 쓸데없는 걱정이라도 할까 싶어 나인들의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지만, 낮에 우연히 교화당에 들른 혼에게 그만 들키고 말았다.

혼은 즉시 내의원 의관을 교화당으로 불렀다.

내 손목에 감긴 가느다란 실의 끝을 붙잡은 내의원 의관의 미간에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 오늘만큼은 혼도 무거운 얼굴로 의관의 표정을 주시했다.

그것은 의관뿐만 아니라, 의관과 함께 동석한 의녀들의 표정을 어둡게 만들었다.

교화당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교화당의 지밀나인들의 시선도 모두 의관 한 사람만을 향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의원이 잡고 있던 실을 내려놓았다. 의관은 내 옆에 앉아 있는 혼에게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전하. 경하드리옵니다. 원빈마마께서 회임을 하셨나이다.”

의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의녀 뒤에 앉아 있던 보향이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그에 홍 상궁이 재빨리 보향에게 눈짓을 주었고, 보향은 얼굴이 붉어져서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혼을 바라보았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혼은 바로 한 손을 들어 내 손을 잡았다. 하지만 곧 손을 놓아야만 했다. 내 손을 잡고 함께 기뻐하기에는 주변에 많은 시선들이 우리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의관을 향해 물었다.

“원빈의 상태는 어떻느냐?”

“날이 아직 추워 기력이 쇠하였사오나, 크게 근심할 정도는 아니옵니다. 곧 기력 회복에 좋은 탕제를 올리겠나이다.”

“수고했다. 후에 상을 내릴 것이니 그만 물러가라.”

혼의 명이 떨어지자 의녀들이 자리에서 일어서고 교화당의 나인들도 모두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의관은 나가지 않고 몸을 엎드린 채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의관은 엎드린 상태로 고개를 돌려 모두 나간 것을 흘끔 보더니 고개를 들었다.

혼이 그런 의관을 보며 물었다.

“할 말이 더 남았느냐?”

그러자 의관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답했다.

“시일을 두고 더 지켜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듯하옵니다만……. 원빈마마께서는 쌍태(雙胎, 쌍둥이)를 하신 듯하옵니다.”

‘내가 쌍둥이를 임신했다고?’

임신했다는 사실에 놀란 것도 잠시, 뱃속에 든 아이가 하나가 아니라 둘일지도 모른다는 의관의 말에 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 말을 아뢴 의관이나, 이 말을 들은 혼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조선시대 초기에 쌍둥이는 나라에서도 환영받는 존재였다. 민가에서 쌍둥이가 태어나면 나라에서 이를 치하했다.

그러나 조선 중기를 지나면서, 유교문화가 조선에 깊게 뿌리를 내리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음과 양의 조화와 맞지 않는 쌍둥이는 기이한 탄생으로 치부되어 환영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특히 지배층인 양반들은 쌍둥이가 태어나는 사실을 숨겼다. 쌍둥이가 태어나는 경우, 연년생으로 태어난 것처럼 날짜를 속여 키우는 것이 다반사였다.

또는 두 아이 중 한 아이를 친척집에 양자로 보내는 경우도 허다했다.

“알았다. 이 일을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고 그만 물러가거라.”

의관이 깍듯이 인사를 하고 물러가자, 난 걱정스런 얼굴로 혼을 보며 물었다.

“혹시라도 쌍태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 안 좋은 거야?”

혼은 걱정하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았다.

“아니다. 무엇보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허나, 순산할 때까지 이 사실을 외부로 알리지 않는 것이 좋겠구나.”

혼의 말이 맞다.

만약 임신 기간에 나라에 큰 자연재해라도 일어난다면, 아무런 죄가 없는 이 아이들이 뒤집어쓰게 되는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잊을 만하면 또 한 번 되새기게 되는 건, 여기는 다름 아닌 내가 태어나기 사백 년 전의 조선이라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태어난 다음에는? 그때는 숨길 수 없을 텐데?”

“경민아.”

여전히 걱정 가득한 얼굴로 끊임없이 묻는 나를 보며 혼이 다독이듯 나를 불렀다.

“더는 아무 걱정 말거라. 다시는 네가 아이를 잃는 슬픔을 겪게 하진 않을 것이니.”

나는 혼의 약속을 믿기로 마음먹었다.

***

눈이 녹고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초봄,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진맥했던 의관은 내 뱃속의 아이가 한 명이 아닌 두 명임을 재차 확인했다.

따뜻해지는 날씨와 더불어 기력을 되찾은 내 몸속에서는 두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지나고 보니 짧게만 느껴지는 작은 평화도 끝이 났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가벼운 산책이 태아에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나선 길이었다. 나를 따르던 보향이 편전을 향해 급히 걸음을 옮기는 여러 명의 신하들을 보며 말했다.

난 보향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응시하며 마음속으로 이 시기의 조선의 역사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올해가…… 계축년인가.”

1613년인 광해군 5년 봄.

문경세재에서 한 상인이 도적들에 의해 살해를 당한다. 요행이 살아남은 상인의 노비가 도적들의 뒤를 뒤쫓아 본거지를 알아내 관아에 고발하니, 곧바로 도적 일당이 붙잡혔다.

도적들은 일곱 명의 서자들로 스스로를 강변칠우(江邊七友)라 부르며, 서자로 태어난 한을 품고 훗날 큰일을 벌이겠다며 도적질로 자금을 모으는 이들이었다.

단순 강도 살인 사건 정도로 끝날 수 있는 이 일을, 대북의 영수 이이첨은 눈엣가시나 다름없던 영창대군을 제거하는 일에 사용했다.

이들 강변칠우를 영창대군의 외숙부이자, 대비 김 씨의 부친인 연흥부원군 김제남을 연관시켜 역모사건으로 확대시킨 것이다.

허균의 홍길동전의 모티브가 되었던 이 사건은 계축옥사(癸丑獄事).

다른 말로 칠서의 옥(七庶之獄, 일곱 명의 서자의 옥사)이라고 불리게 된다.

“또 역모사건이라고 하옵니다. 주모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고요.”

그날 저녁. 궁궐에 파다하게 퍼진 소문을 수집해 온 보향이 내 앞에서 주절거렸다.

나는 읽히지도 않는 책을 읽는 척하며, 그녀가 쏟아놓는 이야기에 귀를 세웠다.

“그래서?”

무심한 듯 반문하는 나를 향해, 보향은 더욱 관심을 가져달라는 투로 더욱 말을 늘어놓았다.

“성상(聖上)께서 즉위하신 이래 하도 역모가 끊이질 않으니, 궐 나인들이야 다들 잠잠한 듯하옵니다. 기껏 떠들어보았자, 성상께서 덕이 없으면 나라에 국난이 끊이질 않는다고…….”

책을 보던 난 고개를 들어 차가운 표정으로 보향을 흘겨보았다.

그제야 말실수를 했다는 걸 알아챈 보향이 입을 다물며 고개를 숙였다.

“주,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원빈마마!”

나는 보향을 흘겨보던 시선을 다시 책으로 돌리고는 말했다.

“궐에서 말을 함부로 놀리는 게,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너도 잘 알겠지.”

“물론이옵니다!”

“알았으면 되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궐 나인들 입에서도 이런 말이 나온다면, 궁궐 밖 민가는 말할 것도 없겠구나.’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역모 사건이 일어나면 사건과 관련하여 억울한 사람들이 생겨난다.

이들의 불행으로 인한 불만은 모두 임금 한 사람을 향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불만을 적대세력이 이용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었다.

보향이 알아온 바에 따르면 역모라고 하지만 아직 김제남과 영창대군이 얽혔다는 말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곧 그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이 역모사건은 김제남이 주모자가 되면서 그의 세 아들이 그와 함께 죽고, 영창대군이 폐서인 되어 귀양을 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서자들의 도적질이 역모사건으로 커지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는 나도 알지 못한다. 모든 역사를 세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하니까.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단지 후궁에서만 지내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주상전하 납시오!”

혼의 등장을 알리는 소리에 보향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보고 있던 책을 접었고, 보향은 옆으로 물러서더니 혼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뒷걸음쳐 밖으로 나갔다.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가 앉던 자리를 혼에게 내어주고는 조금 전 보향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혼은 내 자리에 앉더니 최 내관을 불렀다.

혼의 부름을 받고 교화당 안으로 들어온 최 내관의 손에는 큰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바구니 안에는 황감이 한가득이었다.

‘황감?’

최 내관이 상 위에 황감이 든 바구니를 내려놓고는 우리 둘을 남겨놓은 채 밖으로 나가자 혼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제주에서 착오가 생겨 늦게 올려 보낸 지난해 마지막 황감이라는구나.”

그가 나에게 주기 위해 가져왔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기쁜 표정으로 바구니로 손을 뻗었다.

그런데 혼이 손을 들어 내 손의 접근을 막았다.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널 주기 위해 가져온 줄 아느냐?”

“그럼 아니야?”

혼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는 표시를 했다.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황감과 혼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조금 뒤, 혼이 큰 웃음을 터트리며 내게 황감 하나를 집어 건넸다.

“받거라. 이 황감들은 뱃속 아이를 위한 것이니.”

“뭐어? 그럼 장난 친 거야?”

“어허. 장난이라니? 지난겨울 제주에서 진상한 황감을 네가 모두 먹어치우지 않았느냐? 성균관에서도 해마다 진상하는 황감을 기다리는데, 지난해에는 황감이 부족해 황감제도 열지 못하고 성균관 교수들에게만 내리었던 걸 벌써 잊었느냐?”

“그건 지난해 작황이 좋지 않아서 과실이 몇 개 없다고…….”

“허니 이 마지막 황감은 더욱 귀한 만큼, 복중 아이만을 위한 것이어야지.”

“치. 아이가 먹으려면 내가 먼저 먹어야 한다는 걸 모르고 하는 말은 아니지?”

혼은 대답 대신 속을 알 수 없는 눈웃음만 지었다.

나 역시 눈웃음으로 그와 맞서며 황감을 두 손으로 받아 들며 말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저어언하!”

또 한 번 혼의 입에서 큰 웃음이 터졌다.

난 그의 웃음이 그칠 때쯤 다시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아버님!”

“아버님?”

“아이를 위해 주는 것이라면서, 그러니까 아이가 인사하는 거야.”

혼의 얼굴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솟구치는 것이 보였다.

그는 곧 상을 옆으로 치우더니 나를 잡아끌었다. 나는 등을 그의 가슴에 기대고 앉아, 황감 껍질을 까며 소심하게 말을 꺼냈다.

“혼아. 나 이 아이들에게는 명이에게 해주지 못한 것까지 많이 해주고 싶어.”

혼이 웃으며 답을 줬다.

“그렇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일단 아이들 태명을 지었으면 하는데.”

“태명?”

처음 들어본다는 듯 말하는 혼의 목소리에 난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뱃속 아이가 태어나는 그날까지 건강하라고 지어주는 이름이야.”

“초명은 들어보았어도 태명은 처음이로구나. 그래, 어떻게 지으면 되느냐? 종친부에 일러 지어 올리라 어명을 내릴까, 아니면 이름난 학자를 불러 지으라 할까?”

혼은 당장이라도 어명을 내릴 듯 작심한 얼굴이었다. 나는 그에게로 몸을 돌리며 고개를 저었다.

“보통은 부모가 함께 고민하고 지어. 아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걸로.”

“어떻게 말이냐?”

“음……. 예를 들어서 건강하게 자라라고 건강이. 씩씩하게 자라라고 씩씩이. 튼튼하게 자라라고 튼튼이. 또는 뜻이 좋은 사물의 이름을 갖다가 짓는 것도 본 것 같은데…….”

혼의 품 안에서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내 시선이 어느 순간 황감이 가득 담긴 바구니에서 멈췄다.

아니나 다를까, 내 시선을 따르던 혼도 황감 바구니에서 멈춘다.

나는 설마 하는 얼굴로 혼과 시선을 맞췄다. 그러자 혼이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좋은 이름을 찾은 것 같구나.”

“설마……. 황감은 아니지?”

조심스럽게 웃는 날 보며 혼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회임사실을 알기 전후로 네가 주로 먹은 것이 황감이 아니었느냐? 허니 황감만큼 복중 아이에게 어울리는 이름이 없을 듯싶다.”

“아이야! 어떻게 아이에게 태명으로 황감이라고 지어? 황감은 먹는 거잖아!”

“경민아. 황감의 황은 ‘누를 황’으로 천자의 색이라 일컬어진다. 또한 감 역시 왕실의 성씨에 들어가는 한자 ‘나무 목’을 품은 글자다. 또 ‘나무 목’자라 하면, 네 말대로 튼튼하다는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 무엇보다도 황감은 한 겨울에 열매를 내어놓는 귀한 식물이다. 그러니 이보다 더 좋은 태명이 어디에 있겠느냐?”

먹기 좋을 때는 보기도 좋아 보였던 황감이었지만, 막상 뱃속 아이의 이름을 황감이라고 지으려고 하니 난 그 이름이 싫었다.

난 결심한 듯 보이는 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서둘러 대꾸했다.

“아이는 둘인걸. 어떻게 황감이라고 짓겠어. 그치?”

내 말을 들은 혼이 잠시 고민에 빠진 듯 보였다. 제대로 걸렸다 싶어 서둘러 다른 이름 후보들을 꺼내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런데 황감이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부터, 딱히 아이에게 어울리는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때 혼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한 아이는 ‘황이.’ 한 아이는 ‘감이’이라고 짓는 게 좋겠구나.”

혼의 말을 듣는 순간, 그의 재치에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혼의 말은 일리가 있게 들려 반박할 말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그럼 정말로 아이들의 이름을……. 황이, 감이라고 짓자는 거야?”

“뜻도 좋은 데다 의미도 좋으니 더할 나위가 없는 듯싶구나.”

아이들의 이름이 ‘황이’와 ‘감이’가 되자, 오래전 조선에서 처음으로 황감을 먹던 날이 떠올랐다.

‘그땐, 나중에 내가 임신한 아이들의 태명을 황감이라고 짓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

“어떠냐. 과인의 작명 실력이?”

뿌듯한 혼의 표정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황이랑 감이로 하지 뭐.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황감이라고 부르면 되겠네.”

그래도 뭔가 부족한 느낌.

명이 때는 아이의 태명을 짓는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던 것에 비하면 이런 작은 것에도 감사해야 하는 게 맞는데 말이다.

여전히 다른 이름이 떠오르면 바꾸고 싶어 하는 표정이 역력한 나를 바라보던 혼이 나와 마주 앉았다.

그러더니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며 위로하듯 말했다.

“경민아. 과인이 허투루 황감이라 지은 것이라 여기느냐?”

“내가 지난해 황감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거 아니야?”

되묻는 말에도 삐진 말투가 묻어났다.

그러자 혼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벌써 오래전 일이 되었다만, 네가 과인을 다시 만난 이후 처음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묻는 과인의 말에 단 한 가지를 원한다고 말했었지. 기억하느냐?”

[‘필요한 것은 없느냐? 살림살이가 단출하여 보기엔 좋다마는 필요한 게 있으면 마련해주마.’]

[‘필요한 건 없어. 대신 황감이라면.’]

‘아…….’

“그때 나인이던 네가 과인에게 원한 것이 다름 아닌 황감이었지. 허나 경민아. 이젠 과인이 그 황감을, 아니 황이와 감이를 네게서 원한다. 이것이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나는 얼굴이 화끈거려 시선을 내려 깔고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혼이 그런 나를 보며 기분 좋은 코웃음 소리를 내더니 내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나는 천천히 들어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입술이 마치 제자리를 찾아가듯 내 입술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으려고 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혼의 입술은 내 입술에 닿지 않았다. 이유를 모르는 나는 감으려던 눈을 떠 깜빡거렸다.

혼이 내 입술 앞에서 자신의 입술을 열어 속삭였다.

“황아, 감아. 잠시 눈을 감고 있어라. 어명이다.”

혼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유오디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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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란 장면은 이 장면이 아닐텐데...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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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 (yds0****) 2013-11-16 10:38 | 신고

공감댓글 작가님 제일 중요한 화가 빠진것 같은데요 황감이가 생기게 된 과정이 생략되었습니다 수정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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