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슬픔과 아픔 (7)
흰색
창덕궁의 깊은 밤.
달조차도 구름 뒤에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 밤에, 나는 전각과 전각 사이를 헤매며 명이를 찾고 있었다.
명이의 모습은 마치 희미한 인영처럼 보일 듯 말 듯한 모습으로 내 주위를 근처거리며 도무지 잡히려 하지 않는다.
“명아.”
나의 애타는 부름에도 명이는 얼굴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 분명 앞에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사라졌다가 저 멀리서 나를 돌아볼 것 같이 머뭇거리는 뒷모습만 보일 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명이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나는 홀로 어둠 속에 갇히고 말았다.
“명아! 명아……!”
명이의 이름을 반복해서 외치며 난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촛불의 빛이 교화당 천장에 큰 그림자를 만들어놓았다. 그 그림자의 주인은 바로 혼이었다. 혼은 누워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경민아?”
그는 한 손으로 식은땀이 가득한 내 이마를 쓸어주고, 다른 손으로 내 한 손을 잡아준다. 나는 그런 그를 올려다보며, 조금 전 본 명이의 모습이 꿈이었음을 깨닫는다.
꿈, 꿈이라도 좋으니 제발 명이를 볼 수 있는 꿈에서 깨고 싶지 않다. 꿈속에서 보았던 명이의 모습이 다시 눈앞에 나타난 듯 아른거리며, 내 두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혼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나를 보며 안타까운 시선으로 잡은 내 손에 힘을 준다. 그때였다. 갑자기 숨이 턱 하고 막혀오며 가슴이 갑갑해진다.
“아!”
“경민아?”
“수, 숨을……. 숨을 쉴 수가……!”
숨을 쉬지 못해 괴로워하는 나를 보며 혼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버린다. 혼은 놀란 얼굴로 밖을 향해 소리쳤다.
“거기 밖에 누구 없느냐!”
나를 한 팔로 끌어안으며 어찌할 줄 모르는 혼의 얼굴이 내 앞에서 뱅글뱅글 돌았다.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당직 의관 허임이 놓은 침 덕분에 나는 얼마 뒤 깨어날 수 있었다. 허임의 침 때문인지, 아니면 잠깐 혼절했던 것 때문인지 이제는 숨 쉬는 데 문제가 없다. 다만 가슴에 연기가 찬 듯이 갑갑한 느낌은 여전했다.
난 허임에게 내가 느끼는 증상에 대해서 설명했다.
혼은 그런 내 옆에 앉아, 다른 이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잡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허임과 말을 주고받는 나를 바라보는 혼은, 마치 자신이 손을 놓아버리면 다시 내게 숨이 막히는 통증이 찾아오기라도 할까 전전긍긍한 얼굴에 가까웠다.
내가 설명하는 증상을 모두 들은 뒤, 허임은 딱 한마디로 내 병명을 밝혀냈다.
“마음의 병이 깊어져 일시적으로 숨길이 막히신 것이옵니다.”
그 ‘마음의 병’이 무엇인지 나도 알고 혼도 안다. 혼은 나를 걱정스러운 눈길로 쳐다본다. 나는 그를 쳐다보며 애써 웃어 보이려 노력했다. 그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억지웃음조차도 지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 ‘마음의 병’은 더 깊어진 것이 분명하다.
혼이 그런 내게서 눈을 돌려 허임을 향해 묻는다.
“약을 복용해야 하느냐?”
“마음에 병에는 약이 없사옵니다. 그저 마음을 편히 가지시고 안정을 취하셔야 하옵니다.”
“마음의 병이라 하여도 증상이 있다면, 약도 있을 것이 아니냐?”
혼의 목소리에 약간의 화가 섞인 것을 느낀 나는 서둘러 허임에게 말했다.
“수고했네. 쉬고 싶으니 그만 물러가게.”
“예, 원빈마마. 주상전하.”
허임과 함께 교화당에 있던 모든 나인들이 물러가자, 나는 혼이 앉은 방향으로 돌아앉았다. 혼은 그런 나를 말없이 끌어안으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미안. 놀래켜서.”
나의 사과에 혼의 입에서 한 번 더 깊은 한숨이 나온다.
“명이를 잊으라 말하진 못하겠다. 나 역시 그 아이를 잊지 못하겠으니. 허나, 네 마음의 병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는 내가 어찌 해야 하겠느냐?”
답은 없다.
이 병의 약은 오로지 나만 갖고 있다는 걸 나도 알고 혼도 안다. 단지, 이 약의 뚜껑을 열 힘이 내게 없을 뿐이다.
난 그의 품에 안겨 작은 숨을 반복적으로 내쉬었다. 그의 따뜻한 품 안에서도 여전히 가슴이 갑갑한 증상은 내게서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조금 전 허임이 앉았던 자리를 쳐다본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부터 흘렸다. 명이가 교화당을 찾아올 때마다 앉았던 바로 그 자리였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혼이 알아챌까 소리를 낼 수 없었지만, 그가 못 알아챌 리가 없다.
“경민아?”
그가 나를 품에서 떼어내며 내 얼굴을 쳐다본다. 나는 더 이상 그에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숨기려 하지 않으며 말했다.
“창덕궁이 싫어. 교화당도 싫어. 명이가 조금이라도 머물렀던 곳에 있으면……. 명이가 나타날 것 같은데, 명이가 나타나지 않아서 싫어. 이 궐이 싫어. 궐을 떠나고 싶어. 궐이 너무 무서워. 나 궐이 싫어, 혼아.”
“알았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하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혼이 짤막하게 말했다.
***
나를 자신의 품에 기대어 앉게 한 혼은 느리게 말을 몰았다. 나는 그에게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았다. 오직 궁궐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만족했기 때문이었다.
형광등 빛보다도 밝게 느껴지는 보름달이 뜬 밤.
구름에 가리어 달을 전혀 볼 수 없던 꿈속의 밤과는 전혀 다른 밤이 우리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진한 꽃향기가 그와 나의 주위를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그 이름 모를 꽃의 향기 때문이었을까? 갑갑했던 내 가슴이 조금씩 풀리는 느낌도 들었다.
나는 그 꽃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아주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듯 풀린 두 눈을 뜨는 것이 너무나도 힘겨워 포기하고 말았다.
사실, 오랫동안 깊은 잠을 자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명이가 죽은 이후, 꿈에서 명이를 보지 못하는 날이면, 나는 이유 모를 불안감에 하룻밤에도 몇 번씩 잠에서 깨기를 반복했다.
혼은 단 한 번도 그런 나에 대해서 말을 한 적은 없었지만, 늘 내 옆에서 잠드는 그가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게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명이를 향한 그리움에 난 마음의 병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이리 오너라.”
앞서서 말을 타고 가던 최 내관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나는 잠깐 잠에서 깼다. 그러나 눈을 뜨지는 않았다.
“이리 오너라.”
두 번째로 최 내관의 목소리가 밤을 갈랐을 때, 뒤따르던 혼과 나의 말도 걸음을 멈췄다.
-끼이이익.
육중한 대문이 조심스러운 소리를 내며 조금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안에서 누군가의 걸음소리가 들렸다.
“뉘시오, 이 밤에?”
“어허. 문지기가 말이 많구나. 무엄하다.”
꾸짖는 최 내관의 목소리에 나를 품에 안은 혼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연다.
“달빛이 이리도 훤한데, 나를 못 알아보겠느냐?”
그러자 문 안에서 나온 이가 머뭇거리더니 놀란 목소리로 답한다.
“아이고! 아이고! 대감마님. 아, 아니지! 저, 전하!”
“오랜만일세.”
혼이 한숨 섞인 짧은 웃음소리를 낸다.
“아이고요! 말을 낮추시지요. 천 것, 가가가가……. 감히, 받잡기 어렵사옵니다.”
“천 것이라 칭하며 궐 말을 제법 쓰려드는 구나. 잘 지냈느냐?”
“예에! 이 천 것, 평생에 다시 대감마님을 다시 뵐 날이, 아니, 전하를 뵐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하였사옵니다.”
“그만 일어나거라.”
“예에!”
다시 최 내관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서 문을 열지 않고 뭣 하느냐?”
“예에!”
육중한 대문의 소리가 들리고, 혼이 다시 말을 움직인다.
나는 잠시 고개를 들며 눈을 떴다. 달빛이 대문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고, 난 다시 눈을 감았다. 이 집까지 오는 동안 맡았던 진한 꽃향기가 더욱 더 진해져 내 코끝을 간질였다.
그리고 그 꽃향기는 갑갑한 내 가슴을 완전히 풀리게 만들었다. 나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짧은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꽃향기가 실린 선선한 바람이 내 머리를 흐트러트리는 것을 알아채고는 감았던 두 눈을 뜨며 잠에서 깨어났다.
여전히 밖은 밤이었다. 반쯤 열린 창문 밖으로 보름달이 내게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보름달의 빛을 등지고 이름 모를 꽃잎이 작은 바람에도 쉴 새 없이 땅으로 떨어지며 꽃비를 만들고 있었다.
그 장관에 넋을 놓기도 전에 난 혼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깨어났느냐?”
혼은 병풍을 뒤로하고 앉아, 한 팔을 내 머리가 편히 벨 수 있도록 내어주고 있었다. 내 가슴까지 얇은 이불이 덮고 있었다. 어디인지는 몰랐지만, 꽤나 큰 방이었다.
달빛이 창에 스며들어 만드는 빛을 따라 방 안을 둘러보니, 몇 개의 방이 복도처럼 길게 늘여진 것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궐이 아니지?”
내 첫마디에 혼은 슬픔을 담은 눈빛으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아니다.”
나는 다시 두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
다음 날 아침,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 나는 그곳이 이현궁(梨峴宮)이라는 사실을 혼에게 듣게 되었다.
혼이 세자가 되기 전, 광해군으로서 살았던 이 궁은 배꽃나무가 가득한 언덕 위에 세워져, 그가 직접 이현(梨峴, 배나무 고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했다.
그는 이 이름에 걸맞도록 배나무를 이현궁 담장을 따라 가득 심었다. 밤에 내가 이곳으로 오며 맡았던 이름 모를 꽃이 바로 배꽃이었던 것이다.
한자로는 이화(梨花), 오얏꽃, 배꽃이라는 다양한 이름을 가진 이 꽃은 조선왕실의 꽃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왔다.
배꽃을 보면 벚꽃구경은 갈 필요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순백의 아름다운 배꽃은 제철인 봄을 맞아 이현궁 안에서 흐드러지게 피어, 낮과 밤을 구분 않고 계속해서 꽃비를 땅에 뿌리고 있었다.
난 배꽃이 가득 핀 이현궁의 담을 혼의 손을 잡고 걸었다.
이현궁은 왕족이 살았다는 이유로 궁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음에도 소박하면서도 운치가 있었다.
창덕궁처럼 큰 궁도 아니었고, 이제는 경운궁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행궁만큼 많은 전각들을 가진 궁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과거 ‘광해군’이던 혼이 머물던 시절, 그가 곳곳을 신경 써서 꾸며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를 많이 닮은 궁이었다. 나는 첫 눈에 이 궁이 마음에 들었다.
혼은 꽃이 핀 담장을 따라 걸으며 곳곳에 담긴 과거 그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내가 그를 만나기 이전, 그가 이곳에서 살았던 때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 이야기의 끝은 그가 이 궐을 떠나던 임진년, 17세의 그의 모습에서 멈춰 있었다.
“내가 감히 세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 못하던 때에는, 일평생을 이곳에서 살다 죽게 될 것이라 여겼다.”
그는 한 배나무 밑에서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보았다.
“헌데 왜란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지. 피난 준비를 하던 때, 갑자기 궐에서 대전 내관이 나를 찾아왔다. 급히 입궐하라는 아바마마의 명을 가지고 말이다. 입궐한 뒤, 동궁전으로 안내된 뒤에야 내가 세자가 될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하였지.”
그는 이제 두 손으로 내 두 손을 맞잡았다.
“내가 세자가 되지 않고, 왕이 되지 않았더라면……. 너와 일평생을 이곳에서 유유자적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종종 들더구나.”
“이 궁으로 돌아오고 싶어?”
혼이 피식 웃는다.
그것이 불가능해서일까? 아니면 원하기 때문일까?
“경민아.”
대답 대신 그는 나를 부른다.
“응?”
“이 궁이 마음에 드느냐?”
난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러자 혼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나가기 시작한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에 배꽃 잎이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으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혼이 꽃잎을 떨어뜨리는 배나무로 잠시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나를 바라본다. 그는 내 머리위에 떨어진 꽃잎을 발견하고는 손으로 조심스레 떼어주며 입을 열었다.
“세자가 스무 살이 되면, 보위를 물려주고 상왕으로 물러나 이곳으로 돌아올 생각이다.”
“뭐?”
놀란 내 두 눈을 보면서 혼은 그저 눈웃음만 지을 뿐이다.
잠시 뒤 그가 다시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세자 시절, 내게는 궐이 숨도 쉬기 힘든 곳이었다. 그곳에서 너를 만나고 너와 함께 하였기에 그럭저럭 살 만한 곳이라 여긴 때도 있었지. 허나 난 한 가지 사실을 망각하고 있더구나. 내게 숨쉬기 어려운 곳이라면, 네게도 숨 쉬기 어려운 곳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간 궐에서 지내며 내 욕심이 널 위기에 빠트려왔고, 이젠 네 숨도 갈아먹으려 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내게만 그리 하다면 상관이 없다 여겼다. 그러나 네가 그렇다면, 난 더 이상 궐에 남아 왕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이유가 없구나.”
“혼아…….”
“그러니 경민아. 상왕이 되어, 내가 이곳으로 돌아온 뒤에도 나와 함께 하여주겠느냐?”
진심 어린 마음을 담은 그의 두 눈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난 지금까지 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가 나와 함께 자유로워지는 건, 인조반정이 일어난 뒤의 일이라고만 생각해왔다.
그날이 오기까지 그의 옆에서 그와 함께 하며 행복해하고, 그의 힘든 순간에도 함께하며 여생을 보내는 것이 나와 그의 결말이라고만 여겨왔다.
그런데 왜 나는 그가 생각한 우리의 결말을 생각하려 하지 않았던 걸까?
난 미래에 일어날 그의 일을 알고 있다는 오만한 판단에 가려, 그의 생각은 존중하지 않았던 걸까? 그저 당연히 일어나야 할 미래의 일을 막연히 기다려만 왔던 것일까?
“나 때문에 이현궁으로 돌아오려는 거야?”
난 그의 마음을 묻는다.
그의 진심을 묻는다.
그리고 그가 답한다.
“이현궁으로 돌아와 여생을 마친다는 건, 나의 이룰 수 없는 바람이라 여기었다. 허나 너와 함께라면, 나는 그 바람을 반드시 이루고 싶구나.”
그의 바람. 그것은 그의 꿈이다. 이제 나는 그의 꿈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된 이상, 그대로 그의 꿈이 무너지는 걸 지켜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상왕이 되어 이현궁으로 돌아와 여생을 마친다는 건, 내가 아는 역사가 바뀌는 일이다. 그것이 가능할까?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그 위험한 일을?
난 아빠와의 짧은 재회를 떠올렸다. 역사를 바꾸겠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최악에는 내 목숨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아빠는 경고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껏, 내가 아는 역사대로 흘러가는 것에 무심해왔다. 그리고 그 결과, 명이를 잃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현궁으로 돌아와 여생을 마치고 싶다는 혼의 바람. 지금 나를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에는 그 바람이 이뤄질 수 있다는 믿음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의 두 눈을 바라보며 결심했다. 명이는 지키지 못했지만, 그의 꿈은 지켜주고 싶었다. 이뤄주고 싶었다.
“그렇게 될 거야. 반드시, 그렇게 될 거야 혼아.”
만약 그의 바람이 이뤄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결국 그가 왕위에서 쫓겨나는 일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의 곁에 있을 것이다. 그와 마지막까지 함께 할 것이다.
시간이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와 맞서기 위해서라도 난 강해져야만 한다.
난 마음속으로 끝없이 되뇌었다.
더 이상은 울지 않겠다고. 나약해지지도 않을 거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꿈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유오디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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