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눈비 내리던 날에(4)
흰색
날이 어두워지고 밤이 찾아왔다.
차가운 바람은 어느새 사나워져 때때로 교화당의 창문을 무섭게 흔들어댔다. 난 이따금씩 거친 바람에 고개를 들었을 뿐, 여전히 불도 켜지 않은 어둠 속에 혼자 앉아 있었다.
이런 나를 걱정하는 운지에게는 무엇을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난 그저 일찍 잠들고 싶다는 말로 그녀를 물리고는 지밀나인들이 마련한 이부자리 옆에서 많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시간.
처음에 난 마음속으로 시간을 재고 있었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혼은 교화당에 오지 못하게 되거나, 늦게 오는 경우 언제나 최 내관을 미리 보내 알려왔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혼은 자신의 소식을 내게 알려오지 않았다. 늘 있었던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평소와는 다른 그의 행동에 밀려오는 초조함이 나를 두렵게 한다. 평상시처럼 데워진 온돌의 열기는 나를 더욱 숨 막히게 만들었다.
오래도록 고민 속에 파묻혀 있던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마, 마마!”
문 앞에서 불침번을 서며 꾸벅꾸벅 졸던 지밀나인 보향이 놀라며 눈을 떴다. 난 그런 보향을 보며 말했다.
“운 상궁은 어디에 있느냐? 처소에 있느냐?”
“예. 그러한 줄 아옵니다.”
보향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홍 상궁이 다가왔다.
“마마, 침소 드시지 않으셨사옵니까?”
그녀는 여전히 옷을 갈아입지 않은 나를 보며 약간은 놀란 기색이다. 난 그녀에게 어쭙잖은 변명을 둘러대려 입을 열다가 말을 바꾸었다.
“편전으로 가야겠네.”
“예? 이 시각에 말이옵니까? 전하께서도 침소 드셨을 터인데…….”
홍 상궁이 미덥지 않은 목소리로 대꾸한다. 아마도 늦은 시각에 후궁이 편전으로 가는 것이 궐 법도에 맞지 않는다는 말을 돌려 말하는 것 같다. 난 그런 그녀의 표정에도 아랑곳없이 입을 열었다.
“침소 드시지 않으셨을 거네.”
홍 상궁이 무언가 알고 있다는 얼굴로 조용히 옆으로 물러선다. 난 그녀가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고 확신했다. 교화당을 찾아오자마자 바로 떠났던 혼의 일에 대해서 지밀상궁인 그녀가 모를 리가 없을 테니까.
깊은 밤이 찾아온 창덕궁은 지나다니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다가, 때마침 찾아온 초겨울의 쌀쌀한 바람까지 불어 을씨년스럽기도 했다.
제등을 들고 앞장서던 보향은 그런 날씨에 겁이라도 나는 모양이었다. 종종 그녀는 불이 꺼질 듯 강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그때마다 홍 상궁은 보향을 향해 말없는 눈짓을 보냈고, 보향은 어깨를 움츠린 채 억지로 발을 내디뎠다.
“이상하옵니다.”
편전인 희정당 앞에 멈춰선 보향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한다. 나는 그런 보향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희정당에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혼이 희정당에 머무는 것이 맞는다면 편전 주위에는 당직 나인들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불이 켜진 전각 주위에는 단 한 명의 나인도 보이지 않는다.
홍 상궁도 이를 이상하게 여긴 듯 계속 해서 주변을 살핀다.
“어찌 된 영문인지…….”
혼은 오늘 다른 전각에서 머무는 것일까? 하지만 희정당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혼이 없다면 희정당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아야 옳았다.
난 잠시 교화당으로 돌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며 머뭇거렸다.
그때 불 켜진 희정당 동온돌에 사람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분명 그곳에 혼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있다고 여긴 나는 홍 상궁을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서 기다리게.”
홍 상궁은 별다른 대꾸 없이 고개를 숙였다.
홍 상궁과 보향을 놔둔 채 홀로 희정당으로 들어선 나는 닫혀 있는 문 밖에 홀로 선 최 내관을 보았다. 그는 발만 동동 구르는 표정으로 닫힌 문 안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보이지도 않는 문 닫힌 안쪽을 응시하고 있었는지, 내 등장도 모르는 것 같았다. 난 그에게 내가 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소리를 내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말하라!”
동온돌 안에서 들려온 혼의 외침에 난 목에서 내려던 소리를 잃고 말았다.
“과인을 얼마나 속여 왔는지를 묻고 있지 않느냐, 정원군!”
‘정원군?’
두 번째 혼의 외침을 듣고 나서야, 난 동온돌에 혼과 정원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늦은 시각, 혼은 정원군을 왜 궐로 불러들인 것일까?
“원빈마마?”
뒤늦게 나를 발견한 최 내관이 몸을 숙였다. 난 나도 모르게 안에서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안에 전하와 정원군만 계시는가?”
최 내관이 작아진 내 목소리보다도 더욱 목소리를 낮추며 대답한다.
“예. 그러하옵니다.”
최 내관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안에서 정원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부터 전하를 속이려 한 것은 아니었사옵니다.”
“처음부터 속이려던 것은 아니었다?”
혼의 비웃음 섞인 말이 문 너머에서 들려온 순간, 내 두 손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정원군을 향해서 혼이 이런 식의 차가운 말투를 내뱉는 걸 난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이렇게 심각한 주제로 말을 나누는 것은 이번에 일어난 옥사에 정원군이 연루되어서일까?
아니, 난 분명 이번 옥사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분명 혼은 낮에 중전이 말한 정원군과 나의 이야기를 엿들었던 것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지금 혼이 정원군에게 묻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과거 과인은 네가 나인을 첩으로 들이려 한다는 말을 풍문으로 들었었다. 허나 의인왕후의 상중이었고 무엇보다 내 너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여기였기에, 궐에 흔히 떠도는 헛소문이라 여기었다. 헌데 그 나인이……. 원빈이었느냐?”
‘……!’
나는 두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내 예상은 분명하게 맞아 떨어졌다. 혼은 중전의 말을 들었고, 정원군에게 사실을 묻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오래전부터 가장 우려하고 걱정하던 일이 드디어 터진 것이다.
정원군의 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목소리만을 듣고 있는 나는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조차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혼이 이처럼 단도직입으로 묻는다면, 정원군도 언제까지 대답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송구하오나 원빈마마. 오늘 전하를 뵙는 것은 불가하실 듯하옵니다만.”
무슨 눈치라도 챈 것인지 최 내관이 난처한 기색으로 내게 돌아갈 것을 권한다. 그러나 내 신경은 온통 닫힌 동온돌을 향해 있었기에 아무런 대답도 줄 수 없었다.
정원군의 침묵이 길어지자 혼이 헛웃음을 내뱉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과인이 십 년 만에 원빈을 다시 궐에서 만났을 때, 원빈은 양화당의 나인이었다. 그 당시 원빈은 궐에 입궐한 지 이 년여가 흘렀다고 말하였지. 이 년여의 세월 동안 과인의 앞에 나서지 못함이, 과인이 세자이고 원빈은 한낱 나인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였다. 너는 그런 원빈이 과인이 그토록 찾던 여인임을 알고 있었느냐?”
그러나 여전히 정원군은 편전 안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듯 말이 없다.
“과인이 묻고 있지 않느냐? 대답하라!”
몰아붙이는 혼과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는 정원군 사이에 또다시 긴 침묵이 찾아왔다. 최 내관은 내 곁으로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며 속삭이듯 말한다.
“교화당으로 돌아가시지요. 원빈마마께서 납신 일은 전하께 아뢰지 않겠나이다.”
간절한 최 내관의 청에 나는 고개를 힘겹게 끄덕였다. 그의 말처럼 나 역시 내가 편전에 있다는 사실을 두 사람이 알기를 원치 않았다.
조용히 발걸음을 돌리려는 날 정원군의 목소리가 붙잡아 세웠다.
“전부……. 알고 있었사옵니다.”
정원군이 오랜 침묵을 깬 것이다.
“십삼 년 전 겨울의 일이지요. 전하께서 세자이시던 시절, 소신과 함께 사냥을 나가신 일이 있으셨지요. 헌데 그날 의인왕후께서 아프시다는 기별에 전하께서 급히 궐로 돌아가셨고, 홀로 남은 소신은 자리를 정리하고 전하의 뒤를 따르려 하였사옵니다. 그 찰나 한 기이한 일을 겪었지요.”
내가 모르던 그리고 내 기억 속에는 없는 이야기.
아빠를 만나겠다며 무작정 조선으로 왔던 17세의 내가 깨어난 곳은 다름 아닌 행궁의 종이 처소였다.
당시 그런 내 앞에 나타난 정원군은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었다. 바로 혼이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서, 아주 오래전부터 그는 나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나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내가 혼의 이야기 속 여인이라는 사실을.
“눈이 그친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바람이 불더이다. 그 바람 사이에서 홀연히 원빈께서 나타나셨사옵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그 광경 속에서, 원빈이 다름 아닌 전하께서 늘 이 소신에게 들려주셨던 이야기 속의 여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사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차분하게 말하는 정원군과 달리 혼의 목소리는 점점 격앙되어가고 있었다.
“정원군. 넌 분명 원빈이 과인이 말한 여인임을 알아보았다 말하였다. 그럼에도 원빈의 존재를 어찌 과인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이냐?”
“처음에는 시기를 보아 전하께 알려드려 하였으나, 그 적절한 시기가 언제 찾아올지 몰라 그때까지 능양군의 보모상궁으로 궐에 두었던 것이옵니다.”
“허나 넌 과인이 원빈을 찾아내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원빈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과인이 원빈을 찾아보려 하자, 넌 십 년 가까이 원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하지 않았던 말들을 하기 시작했지. 과인이 원빈을 찾지 못할 것이라 말하며, 왜란 중 헛것을 본 것일 수도 있다 말하였다. 이런 말을 과인에게 한 까닭이 무엇이냐?”
혼은 분노하고 있었다.
비록 닫힌 문 밖에 서 있었음에도 나는 지금 그가 느끼는 분노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정원군을 향해 답을 원하고 있었다.
혼의 안위를 위해서 나를 숨겨둔 것이라고. 모든 건 혼을 위해서 그랬던 것이라고. 그렇다면 혼은 화를 누그러뜨릴 것이다.
그리고 중전이 내게 꺼낸 말도, 오래전 혼이 들었다는 풍문도 정말 말 그대로 헛소문이 될 것이다.
혼과 독대하는 정원군도 이런 그의 마음을 모를 리가 없다. 이제 그는 혼이 원하는 대답만 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는 무슨 생각으로 바로 대답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 지금 혼이 느끼는 마음은 알아도, 그의 마음은 통 알 수가 없다.
“말하라. 어찌 그리한 것이냐? 어찌 원빈의 존재에 대해 과인에게 말하지 않고 숨기려 든 것이냐? 말하라, 정원군.”
혼이 독촉하자 정원군의 입이 열렸다.
“시기를 보아 전하께 원빈의 존재를 알리려던 소신은 어느 순간 그러지 못하게 되었사옵니다. 소신의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이옵니다.”
“바뀌었다?”
“전하의 아우이기 이전에, 이 나라의 종친이기 이전에, 한 사내로서 지금껏 단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마음을 원빈께서 갖게 해 주셨기 때문이옵니다.”
‘마음.’
나는 힘없이 두 눈을 감았다.
감은 내 두 눈앞으로 십삼 년 전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정원군 그리고 종이와 함께 했던 이 년여의 시간. 내가 그에게 주었던 건 웃음만이 아니라는 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는 나와 혼이 재회하기 이전, 내게 마음을 달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그가 나를 통해 갖게 되었다는 바로 그것이 분명했다.
다시 내가 눈을 떴을 때, 내 눈가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 마음이 언제부터였느냐?”
“지난날 원빈께서 창덕궁 후원에서 범을 만난 능양군을 구하시다 어깨를 크게 다치신 일이 있사옵니다. 당시 피를 많이 흘리시어 목숨을 잃을 뻔하셨지요. 그때 신은 일평생 원빈의 존재를 전하께 알릴 수 없는 마음을 깨달았사옵니다.”
“어깨? 혹 그 범에게 다친 곳이 왼쪽인 것이냐?”
“예. 당시 원빈을 치료하였던 허 의관의 말로는 흉터가 남을 것이라 하였사옵니다.”
“원빈의 어깨의 흉터가 능양군을 구하다 생긴 것이라…….”
놀라 되묻는 혼의 짧은 웃음소리가 문 밖으로 흘러나온다.
나는 그 웃음이 그가 나와 마찬가지로 가례날 밤의 일을 떠올려서라고 생각했다. 그 상처는 분명 내가 어린 시절 다친 것이라고 그에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원치 않게 그를 속이게 되었던 일들의 진실이 하나씩 세상 밖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지난 날 너는 원빈과 뱃속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아바마마 앞에 나섰었지. 그 일로 넌 원빈과 제주로 유배를 떠났었다. 과인은 네가 우애를 위해 그리 나섰다 여기었지. 헌데……. 원빈을 향한 사심 때문이었느냐? 원빈을 향한 사심으로 그리 나선 것이냐?”
정원군이 다시 입을 굳게 다물고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번에 혼은 그의 침묵을 기다리지 않았다.
혼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말해보라!”
“이 아우에게 사심이 있다 한들, 원빈은 전하의 여인이 아니옵니까?”
“과인이 듣고자 하는 말은 그것이 아니다! 제주에서 원빈과 유배형을 받는 동안, 그 사심이 다른 곳에 가 있었을 턱은 없을 터! 말하라, 아바마마 앞에 나섰던 것이 우애로 인함이냐, 원빈을 향한 네 사심으로 인함이냐?”
난 정원군이 거짓을 말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것이 진실이 아니더라도, 혼은 그 거짓이라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가 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난 나를 향한 정원군의 마음을 알면서도 혼을 속여 왔다. 정원군 역시 자신의 마음을 혼에게 말하지 않은 채 나를 지켜왔다. 십삼 년 동안이나!
그 진실을 듣는다면 혼이 느끼게 될 배신감은 엄청날 것이다. 오래도록 혼에게 밝히지 못했던 진실을 모두 털어놓은 정원군의 마음은 조금이라도 가벼워질지 몰라도.
마침내 정원군의 입이 열렸다.
“원빈께서 전하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으실 각오를 하셨으니, 소신은 그런 원빈을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나섰던 것이옵니다.”
정원군의 말이 끝나자 혼이 털썩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혼이 허탈하게 웃으며 말한다.
“두 사람이 과인으로 인해 그 먼 제주까지 유배를 떠나 있는 동안, 궐에 남은 과인의 마음이 어떠하였는지 아느냐? 과인을 위해 두 사람이 희생하였다 여기고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아느냐? 헌데 넌 원빈을 향한 마음을 품고, 그 마음을 과인에게 속이고, 원빈과 함께 오 년여의 세월을 제주에서 보냈다. 그 마음을 품고!”
“전하. 원빈께서는 단 한 번도 전하를 잊으신 적이 없사옵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분의 마음 안에는 오직 전하 한 분뿐이시옵니다. 그렇기에 소신은!”
정원군이 간절하게 말했지만 이미 혼은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게 분명하다. 혼은 정원군의 말을 끊어버리며 묻는다.
“원빈이 제주에서 과인을 잊고 네게 마음을 열었다면, 과인을 대신하여 그 자리를 차지하였을 것이냐?”
혼의 물음에 정원군은 다시 말문을 닫았다. 혼이 그런 정원군을 향해 말했다.
“물러가라. 과인은 더 이상 너를 보고 싶지 않다.”
그날 밤부터 창덕궁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쌀쌀한 날씨는 비를 진눈깨비로 바꿔버리고, 진눈깨비는 창덕궁을 차가운 얼음궁전으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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