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해의 연인-74화 (74/110)

제74화. 연등놀이(2)

흰색

“수, 숙원마마!”

놀란 개시가 서둘러 숙원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숙원은 그런 개시의 인사를 받으며 그녀 뒤로 선 정원군과 나를 한 번 흘깃 쳐다보았다.

그 뒤 숙원은 개시를 돌아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닌 채 물었다.

“이곳에서 무얼 하고 있었는가?”

“소, 소인은……. 전하의 명으로 정원군마마를 찾아 뫼시러…….”

평소 같으면 숙원을 대놓고 무시하고도 남았을 개시였다. 궐내에서 숙원의 위치가 중궁전 지밀나인보다 못하다는 걸 대전 상궁인 그녀가 모를 리가 없었을 테니까.

그러나 워낙 갑작스럽게 등장한 숙원과 함께 나와 정원군도 있는 자리였다.

“그랬는가? 그럼 전하께 전해드리게. 내가 정원군을 뵙고자 이곳으로 모셔왔다고 말일세.”

“예에……. 숙원마마.”

개시는 연신 고개를 숙이더니 성정각을 떠나려고 했다. 숙원이 그런 개시를 붙잡더니, 자신의 손목에 차고 있던 옥팔찌를 꺼내 개시에게 내밀었다.

“그간 전하를 뫼시느라 수고가 많았네. 그런 자네에게 내 성의를 보이고 싶으나 기회가 없어 그러질 못하였네. 받아두게.”

개시는 숙원이 내민 옥팔찌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사양 한번 없이 그것을 냉큼 받아들고는 쏜살같이 그곳을 떠났다.

그제야 숙원이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고는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내게 짧게 인사를 올리고는 곧바로 정원군을 향해 다급히 말했다.

“오라버니. 어서 희정당으로 돌아가시지요. 더 이상 궐내에 다른 이들의 눈에 띈다면 오해를 살 것이옵니다.”

정원군도 그녀의 말뜻을 알아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헌데 그 패물은 이모님의 유품이 아니었느냐? 네가 중히 여기던 것인데 어찌 김 상궁에게 주었느냐?”

신 숙원이 개시에게 건넨 옥팔찌가 어머님의 유품이었던 모양이다. 숙원은 정원군과 단둘이 있던 장면을 목격한 개시에게 옥팔찌를 내어주었다.

아마도 개시를 입막음하려던 의도가 분명해 보였다. 걱정스럽게 묻는 정원군을 향해 숙원은 맥없이 웃었다.

“궐에서 자신보다 중히 여기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곧 자신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어 돌아오는 법입니다.”

숙원은 웃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이런 그녀의 모습은 평소 풀 죽은 듯이 궐에서 지내던 그녀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것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원군은 숙원을 향해 무언가 말을 더 하려다가, 더 이상 지체하기가 어려웠는지 서둘러 성정각을 빠져나갔다.

멀어지는 정원군의 뒷모습을 걱정스런 얼굴로 응시하던 숙원이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다시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녀가 정원군과 사촌지간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어머님의 유품이라던데……. 그것을 김 상궁에 내어줄 것까지는 없지 않았소?”

“괘념치 마소서.”

“어찌되었든 도와주어서 고맙소. 허나 오해는 마시오. 정원군과 나는…….”

“미천한 소인에게 해명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숙원이 고개를 들었다.

“소인은 오라버니가 어떠한 분인지 잘 알고 있사옵니다. 분명 까닭이 있어 이곳에서 원빈마마를 뵙고 계셨던 것이겠지요. 허나 궐내에 사특한 무리들은 언제라도 쓸데없는 말들을 지어낼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하기에 김 상궁에게 패물을 주어 입을 봉하려 한 것이옵니다. 김 상궁은 재물을 밝히는 자이오니, 무사히 넘어가기를 바랄 뿐이옵니다.”

그대로 돌아서서 자리를 떠나려던 숙원이 다시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원빈마마.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김 상궁을 조심하옵소서.”

어쩌면 개시에 대한 충고는 그녀가 아닌 내 입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 더 옳았을 것이다. 미래에서 온 나야말로 개시가 어떤 인물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김 상궁에 대한 주의를 주는 숙원이 궁금해졌다. 내가 아는 그녀는 오로지 중전을 배알하려는 일 외에는 궐에서 두문불출하는 여인이기 때문이었다.

“김 상궁을 조심하라니? 어찌 내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오?”

“김 상궁은 대전 상궁이오나 중전마마께서 수족처럼 부리는 사람이기도 하옵니다. 재물을 탐하여 중전께서도 김 상궁을 재물로 부리고 있사오나, 더 많은 재물을 주는 이의 곁에서라면 언제든지 변절할 자이니 믿을 만한 자가 못 되옵니다.”

신 숙원의 판단은 정확했다. 개시가 재물을 밝힌다는 것은 역사에도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역사 속의 개시에 대해 배워서 알고 있지만 그녀는 이런 나와 다르다.

그렇기에 김개시의 진면목을 꿰뚫고 있는 그녀에 대해 잠시 호기심이 일었다. 그러나 신 숙원은 이런 내게 마지막까지 정중히 예를 올린 후에야 성정각을 떠났다.

***

그날 어둑해진 저녁 무렵이었다. 교화당에서 내려다보이는 작은 연못 안에는 며칠에 걸쳐 내가 직접 만든 유등 수십 개가 훤히 불을 밝히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운지를 따라 교화당까지 걸음 한 명이는 이 작은 연못을 채운 유등에 제일먼저 시선을 빼앗겼다.

그사이 나는 교화당 나인들과 함께 명이를 놀래 줄 또 다른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명아.”

유등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던 명이의 이름을 불렀다. 명이가 나를 돌아본 순간이었다. 나는 교화당의 나인들과 동시에 불붙인 풍등을 하늘로 띄워 보냈다.

가을바람을 타고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는 풍등은 유등과는 다른 또 다른 장관이었다. 이제 명이는 놀라 입이 쩍 벌어지며 하늘로 올라가는 풍등을 향해 큰 눈을 떴다.

어둠이 내려앉는 하늘로 풍등이 가까워질수록, 하늘에는 때 이른 작은 은하수가 만들어졌다.

별처럼 반짝이는 풍등을 올려다보며 명이의 얼굴은 등불의 빛보다도 더 밝아지고 있었다.

그런 명이를 보며, 들을 수는 없어도 그 아이가 마음속에서부터 내지르는 기쁨의 탄성을 엿볼 수 있었다. 나는 가슴깊이 행복감을 느꼈다.

난 명이가 소리 없는 함박웃음을 짓는 것을 보며 물었다.

“좋아?”

내 물음에 명이가 나를 돌아보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런 명이를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운지가 내게로 다가와 아직 하늘로 띄어 보내지 않은 풍등을 가져왔다. 그 풍등의 심지에 불을 붙인 나는 그것을 명이에게 내밀었다.

“날려볼래?”

명이는 자기 자신의 몸의 반만한 풍등을 안아들고는 하늘로 띄워 보내려 애를 썼다. 그러나 풍등은 쉽사리 명이의 품을 떠나려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런 명이의 몸짓도 너무 귀여워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운지가 내 뒤로 다가오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께서 오셨어요.”

운지의 말에 나는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어수당을 중심으로 자리 잡은 큰 연못과 작은 연못. 유등이 불을 밝히고 있는 작은 연못 주변과는 다르게 큰 연못 주변에는 짙은 어둠만 자리하고 있었다.

그 큰 연못가에 선 한 사람의 인영이 내 눈에 들어온 건 그때였다. 그는 혼이었다.

아기자기한 불빛이 가득한 작은 연못과는 달리 음산할 정도로 빛을 잃은 큰 연못가에 선 그의 형체는 주의 깊게 보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가 힘든 것이었다.

“어찌 하올까요, 마마.”

운지는 혼이 온 것을 나인들에게 알리고 인사를 올리게 해야 할지를 묻고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혼은 혼자였다.

그것은 자신의 등장을 부산스럽게 알릴 나인들을 멀찍이 떨어뜨려놓고 교화당으로 온 것이었다.

아마도 조용히 나를 만나러 왔다가 교화당 나인들을 모두 대동한 이 요란한 연등놀이에 놀라 걸음을 멈춘 것 같았다.

[ ‘능풍도정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

나는 입궐 전 혼이 내게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내겐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이지만 혼은 명이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지난 날 노 진사의 사가에서 마주한 혼과 명이는 왕과 아이 그 이상의 관계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혼 역시 이를 인정했다. 명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이다.

난 이들 부자가 진실을 알게 되는 그 날이 오기 전까지 가까워지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이것은 좋은 기회였다.

나는 혼을 우리가 벌인 작은 연등놀이에 초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명이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혼은 참여하려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그는 명이를 발견하고는 작은 연못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운지에게 조용히 주변을 모두 물리게 하고는 명이에게 다가갔다. 아직까지도 풍등을 하늘로 날리려 애를 쓰는 명이에게 속삭였다.

“큰 연못 쪽에 바람이 더 부니까 잘 날지도 몰라. 우리 그리로 가자.”

명이는 순순히 내 말에 따라 어둠이 내려앉은 큰 연못 쪽으로 돌아섰다. 나는 명이보다 한발 앞서서 큰 연못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뒤따르는 명이를 향해 손짓하며 위태롭게 연못 주위를 걷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와. 어서.”

난 과장된 몸짓으로 비틀거리며 걷는 시늉을 하다가 어느 순간 넘어질 듯 소리쳤다.

“어머!”

그때였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혼이 재빨리 내게로 다가와 나를 그의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당장이라도 큰 연못 안으로 풍덩 떨어질 듯한 나의 몸짓 연기가 제대로 먹혀든 것이다.

나는 혼의 품 안에서 콩닥콩닥 뛰는 가슴소리를 들으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를 보며 웃었다.

“전하.”

품 안에서 반갑게 그를 부르자, 그제야 혼은 내 연기에 자신이 속았음을 깨닫고는 긴 한숨을 내쉬며 나를 놓아주었다.

“대체 무슨 짓을 벌인 것이냐?”

그는 화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가 화를 내는 이유가 나의 연기에 속았다는 걸 깨달아서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는 정말로 내가 연못에 빠지기라도 했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치, 전하께서 그냥 가려하지 않으셨사옵니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과인이 얼마나 놀랐는지 아느냐? 다시는 이런 장난을 해서는 아니 된다. 알겠느냐?”

혼의 꾸짖는 말이 이어진다. 그가 많이 놀란 모양이다.

그제야 늦은 후회감이 아주 조금은 밀려왔지만, 이대로 풀죽은 모습으로 장난을 뉘우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무엇보다 우리 곁에는 명이가 서 있었다.

나는 명이를 돌아보았다. 명이는 날리지 못한 풍등을 품에 안은 채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혼에게 꾸지람을 듣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은 내가 바란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나는 일단 겁에 질린 명이의 마음부터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난 명이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명아, 어서 전하께 인사를 올려야지?”

구슬만 한 명이의 눈동자가 내 웃는 얼굴과 굳어 있는 혼의 얼굴을 빠르게 반복해서 오간다.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난 명이의 뒤로 다가가 아이의 어깨를 살짝 잡고는 앞으로 밀었다. 그러나 명이는 꿈쩍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잡은 명이의 어깨가 움츠러든 것을 느꼈다. 난 혼을 향해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

“전하.”

혼이 헛기침을 하더니 굳어진 표정을 풀며 명이에게 말을 건넸다.

“능풍도정.”

“명이예요, 이명.”

군신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호칭에 내가 반기를 들었다. 혼이 내 눈치를 살피더니 코로 길게 숨을 내쉰다. 그러더니 한쪽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춰 명이와 시선을 맞췄다.

놀란 명이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려고 했지만, 바로 뒤에 서 있던 나로 인해 그러지 못했다. 명이와 시선을 마주한 혼은 입 꼬리를 당겨 웃었다.

“명아.”

그제야 명이가 고개를 숙이며 어색한 인사를 혼에게 건넸다. 혼은 그런 명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는 굽혔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과인은 이만 돌아가겠다.”

여전히 혼은 명이가 자신을 불편해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난 우리를 남겨둔 채 돌아가려는 혼을 붙잡기 위해 명이에게 말했다.

“전하께 등을 날려달라고 부탁드려봐, 어서.”

일부러 들으라고 크게 말했기 때문인지 그가 내 말에 우리를 돌아보았다. 명이는 돌아선 혼과 다시 눈을 마주치자 약간 당황했다.

하지만 방금 전 인사를 나누었기 때문인지 처음보다 크게 동요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것을 안 나는 고개를 숙여 명이와 눈을 맞추며 밝게 웃었다.

내 웃음을 물끄러미 보던 명이가 풍등을 안고 천천히 혼에게로 다가갔다. 명이는 자신의 손에 들린 풍등을 조심스럽게 혼을 향해 내밀었다.

혼은 별 주저 없이 명이가 내민 풍등을 받아들었다. 이제 명이의 시선이 혼의 손에 들린 풍등을 향했다.

혼은 큰 연못 쪽으로 방향을 잡더니 연등을 가슴높이로 들어 살며시 놓았다. 그러나 무엇 때문인지 이번에도 등은 순순히 날아가려 하지 않았다.

혼은 그 이유를 단번에 알아챘다. 그는 풍등 안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내부의 골격으로 쓰인 말린 대나무 막대의 위치를 살짝 바꾸어 놓았다.

그러자 풍등은 기다렸다는 듯이 어둠이 내려앉은 큰 연못 위에 빛을 뿌리며 훨훨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덩달아 명이의 표정도 한층 밝아졌다. 그것은 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이 고쳐 띄운 풍등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기뻐하는 나와 명이를 돌아보았다.

이제 명이도 그런 혼과 눈을 맞추며 아이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난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 깊은 곳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아직은 서로가 부자 사이라는 것을 모르지만 처음으로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자리였다. 나는 이 특별한 순간을 한 순간이라도 헛되게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명아, 어서 소원을 빌어.”

명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나는 명이에게 설명해주었다.

“등이 날아갈 때 소원을 비는 거야. 그러면 천제님이 소원을 들어주셔.”

나는 두 손을 모으는 시늉을 했고, 명이는 얼떨결에 이런 나의 행동을 따라했다. 그런 명이를 보며 나는 이제 혼에게 말했다.

“전하두요. 어서요.”

“무슨 소원을 빌라는 것이냐?”

“뭐든지요. 천제님은 다 들어주실 거예요. 어서요.”

유교국가의 왕인 그에게 날아오르는 등을 보면서 소원을 빌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일인지.

나는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체하며 두 눈을 감았다. 그가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더라도 그렇게 행동한 데에 대해서 이해는 할 수 있었으니까.

잠시 연못 주변에는 침묵이 흘렀다. 나는 몰래 슬그머니 눈을 떴다. 내 눈앞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똑 닮은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손을 모으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으며 다시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음 깊이 간절한 소원을 빌었다.

‘멀지 않은 훗날에 서로가 부자 사이라는 걸 알게 된 후에 이곳에서 다시 풍등을 띄우는 날이 오기를…….’

소원을 빈 나는 다시 눈을 떴다. 혼이 띄워 보낸 풍등은 앞서 하늘로 올라간 풍등들과 줄을 맞추어 새로운 은하수 속으로 들어서 있었다.

이제 앞서 띄운 풍등과 혼이 띄운 풍등을 구별할 순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별처럼 반짝이는 풍등들을 올려보며 얼굴 가득 미소를 채워나갔다.

나는 우리가 진짜 가족으로써 함께 하게 될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큰 오산이라는 걸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이듬해 광해군 4년인 1612년. 겨울이 채 끝나기도 전인 2월, 나의 이러한 바람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한 장계(狀啓, 지방의 신하가 왕에게 올리는 문서)가 한성에 도착했다. 황해도 봉산군수 신율이 파발마로 급히 보낸 이 장계로 인해 광해군 초의 조선은 또 한 번 시끄럽게 요동쳤다.

이것이 바로 김직재의 옥사였다.

유오디아 작가의 말

작가 블로그

아, 또! 아, 또! 골치아픈 이야기가 나오려 한다...ㅠ9ㅠ

광해의 연인 관련상품

eBook

광해의 연인

다음화 미리보기

종이책

광해의 연인 2 책

구매하기

별점

9.9

1,929 명의 회차별점입니다.

별점주기

좋아요 31

관심등록SNS 보내기

이전화

다음화

목록

댓글 194 새로고침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