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봄비가 내리면(2)
흰색
갑작스런 정원군의 등장에 나는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정원군이 왜 혼을 찾아왔는지는 몰라도 동궁전에 있는 나를 보고 반가워할 리 없다는 사실은 분명했으니까.
그러나 정원군이 들었다는 말에도 혼은 잡은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힘주어 잡고는 날 보며 섭섭하다는 듯 말한다.
“오랜만에 보았는데 이리 가려느냐?”
난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혼과 함께라는 사실만 빼면 동궁전은 내게 가시방석이나 마찬가지인 곳이었다. 거기에 정원군까지 왔다.
“드시라 해라.”
최 내관이 혼의 말을 받자 바로 문이 열렸다.
사모관대 차림의 정원군이 정중한 걸음걸이로 조심스럽게 들어오다가 혼이 원래 있어야 하는 자리를 벗어나 나와 마주앉은 모습을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그러나 혼은 그런 정원군을 보면서도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다.
“어서 오너라.”
오히려 반갑게 인사하며 정원군을 맞으며 자신의 옆으로 불렀다. 그러나 정원군은 나를 곁눈질로 슬쩍 보더니 내 뒤쪽으로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혼은 그제야 정원군이 내 존재를 불편해한다고 여기는지 날 잡았던 손을 놓아주며 말했다.
“너도 내 소식을 듣고 오는 것이냐?”
“예, 저하. 앞서 중궁전에 들렸다가 저하께서도 다치셨다는 말을 들었사옵니다. 하여 동궁전으로 온 것입니다.”
혼은 자신을 걱정해서 왔다는 정원군을 보며 웃는다. 지금 이 동궁전에서 웃지 않는 사람은 방금 전까지 울었던 나와 나를 동궁전에서 발견한 정원군이다.
“이 아이도 내가 걱정이 되어 동궁전으로 왔다는구나. 양화당 나인으로 있으면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이번에 혼은 나를 돌아보며 웃는다. 그의 웃음에는 거짓이 없다. 말로는 내가 걱정되어 꾸중하면서도 속으로는 그의 소식을 듣고 달려온 날 보며 기쁜가 보다.
그러나 정원군은 말이 없다. 혼은 알고 있을까? 정원군이 날 향해 품었던 마음을 말이다. 아니, 모를 것이다.
안다면 내 이야기를 이렇듯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겠지. 그리고 알게 되면 혼은 어떻게 할까? 지금처럼 정원군과 허울 없이 지낼 수 있을까?
난 사실 혼이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 이복동생이라고 해도 정원군은 그의 동생이었다.
더군다나 인빈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가깝게 지내며 과거 나와 처음 만났던 이야기까지 모두 들려주었던 그런 동생이었다.
정원군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런 사실을 혼이 알게 된다면…….
‘혼이는 그래도 날 사랑할까?’
“중전마마께서는 어떠하시더냐?”
“여전히 산통 중이라 하십니다. 그곳에 있던 의관의 말로는 오늘 안으로 해산을 하실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안으로…….”
혼이 말끝을 흐린다. 나는 그가 다 하지 못한 말 속에서 다른 사람들은 모를 걱정을 느꼈다. 나야 물론 알고 있다. 오늘 태어나는 아이는 공주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 특히 대군이 태어났을 때 그 영향을 받을 사람들에게는 적지 않게 불안한 소식일 것이다.
“동궁전 앞에서 의관을 만났사온데 큰 탈은 없으시다 들었습니다.”
“그렇구나.”
“다행이십니다. 그럼 신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정원군이 이 자리가 불편한지 먼저 일어선다. 그러자 혼이 그를 불러 세웠다.
“부야, 네게 부탁할 것이 있다.”
“하명하시지요.”
“이 아이가 양화당의 나인이니 네가 양화당에 데려다주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혼의 말에 난 급히 입을 열었다.
“아니, 난 괜찮아! 아, 아니! 괜찮사옵니다……. 세자저하.”
당황한 내가 정원군이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편하게 말하려다가 서둘러 말을 바로잡았다. 혼은 이런 나를 보며 껄껄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네가 양화당 나인이니 정원군과 함께 동궁전을 나서야 말이 없을 것이다.”
그의 말은 맞았다. 세자빈을 따라 들어오긴 했어도 난 양화당의 나인이었다.
양화당 나인이 상전인 인빈의 명도 없이 동궁전에 왔다는 사실은 나쁘든 좋든 어떠한 소문거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원군과 함께 동궁전을 나선다면 소문 자체가 생길 명분을 잃어버린다. 이를 이해한 나는 늦게나마 고개를 끄덕였지만 문제는 정원군의 속마음이었다.
다행이 정원군은 별말이 없었다. 난 돌아서는 정원군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혼의 처소의 문이 열리고 정원군이 먼저 나서는 것을 본 나는 혼을 돌아보며 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나 갈게.”
혼은 웃음으로 나를 배웅했지만 아쉬운지 조금 전까지 내 손을 잡았던 손을 들어보이려다가 다시 거둬들였다. 문밖에 서있는 동궁전 지밀나인들 때문인 듯싶었다.
난 아직 그에게 할 이야기도 많고 같이 있기만 해도 마냥 좋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신분의 제약 그 이상으로 분명 어떠한 걸림돌이 존재한다.
그가 왕이 된다면 그 모든 게 사라질까? 내가 동궁전의 나인이 된다면 지금보다는 나아질까? 동궁전을 나와서도 비는 여전히 그칠 기미가 없어 보였다.
정원군은 비가 쏟아지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곧 지밀나인으로부터 갈모(笠帽)를 건네받았다.
그가 갈모를 쓰고서도 비옷 하나를 관복 위에 겹쳐 입었고 그의 뒤에 서서 비옷을 건네받은 나를 향해 모든 동궁전 지밀나인들의 시선이 쏠렸다.
정원군도 이를 눈치 챈 것인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가자.”
그가 말한 것은 단 한마디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보았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의심스런 눈길로 나를 쳐다보던 시선들이 모두 한순간에 흩어지는 것을 말이다.
아마도 그들은 양화당 나인인 내가 홀로 동궁전에 온 것을 의심스럽게 여기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러나 정원군의 단 한마디로 상황은 자연스럽게 ‘정원군의 명으로 동궁전에 먼저 와 있던 것’ 정도로 얼추 마무리된 듯싶었다.
나에게는 다행한 일이었다.
동궁전을 나와 한참을 걷는 동안 나는 평소와는 다르게 주변이 적막하다고 느꼈다. 더욱이 양화당은 중궁전과 거리가 있다.
모두의 관심이 온통 중궁전을 향해 있을 지금, 양화당으로 가는 길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정원군과 나의 걸음소리마저도 빗소리에 묻힐 정도로 인기척 하나 없이 잠잠하기만 했다. 정원군은 말이 없었다.
사실 이 상황에서 말을 주고받으며 걸어간다는 것 자체가 더 말이 안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종이의 보모상궁 시절에는 그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의 마음을 알게 된 뒤로, 더욱이 내가 혼을 사랑하게 된 뒤로는.
멀지 않은 곳에 양화당의 지붕이 보이자 정원군이 걸음을 멈추고는 나를 돌아보았다.
“오늘과 같은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오. 그러니 조심하시오.”
무뚝뚝하게 들려오는 정원군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쏟아지는 비를 사이에 두고 그의 얼굴을 보기란 쉽지 않았다.
짚으로 만들어진 비옷이 비에 젖어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손으로 눈앞을 가린 비옷을 들어 올렸을 때, 그는 나에게서 고개를 돌린 후였다. 나는 오늘 일에 대한 고마움을 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마워요.”
내 인사가 돌아선 그를 붙잡았다. 내게서 고개를 돌렸던 그가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그제야 나는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의 얼굴은 비로 인해 핏기가 가신 듯 창백하게만 보였다.
“동궁전 나인으로 가길 원한다면 내 어머님께 부탁해보겠소.”
그의 목소리는 몹시 차갑게 느껴졌다. 난 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고맙지만 괜찮아요.”
오늘 동궁전 분위기를 보건대, 동궁전 나인으로 간다고 해서 마음 편히 혼과 함께 있는 건 불가능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급할 건 없었다. 단지 그를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없다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동궁전 나인으로 갈 마음이 없는 것이오?”
비웃음이 섞인 듯한 정원군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빗소리 때문에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비웃음은 잘못 들었더라도 그의 얼굴은 충분히 비웃음을 지을 만큼 화가 난 얼굴이었다.
“그건 아니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고만 생각했을 뿐이다.
“언제까지 양화당에 남아 내 마음을 이토록 괴롭게 할 생각인 거요?”
“정원군마마…….”
나는 그의 눈에서 분노를 읽었다. 그런 그에게 대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내가 양화당에 남아 있는 것이 그를 힘들게 하는 걸까?
그렇지만 양화당에 있다고 해서 그와 마주치는 기회가 잦았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준 것이었다면…….
그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한참 동안이나 나를 노려보더니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혼자 돌아갈 수 있을 거요.”
그는 이 말을 끝으로 나를 두고는 돌아서서 가버렸다.
***
밤이 깊도록 비가 그치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그칠 듯이 빗줄기가 얇아졌다가도 금세 폭풍우라도 불러올 듯 거세게 몰아친다.
어떻게 봄비가 여름 장마보다도 사나울까? 가끔씩 천둥 번개소리도 들렸다.
천둥소리에 겁을 내는 성격은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혼자 있어서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정신만 더욱 또렷해졌다.
나는 자는 것을 포기하고 일어났다. 불을 켜고 책을 펼쳤다. 그러나 마음이 뒤숭숭한지 책이 읽히지 않았다. 중궁전에서 소식은 없다.
아직 산통 중인지 아니면 공주님이 태어났는지도 전혀 알 수가 없다. 내일 아침에 양화당으로 간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도 먼저 운지가 일찍 입궐한다면 수문장에게서 전해들은 말로 내게 알려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공주가 태어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중궁전의 사람들은 물론 임금님까지 젊은 왕비를 걱정하고 있을 테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혼이 크게 몸이 상하지 않은 것처럼 누군가 크게 다치거나 변하는 사실은 없을 거라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불안함만 커진다. 마치 나 역시 중전의 뱃속의 아이가 대군인지 공주인지도 모르는 채 기다리는 사람 같았다.
그건 내가 혼의 편에서 그를 위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일까? 근본을 알 수 없는 나의 마음속 두려움의 정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세자빈 유 씨가 나를 찾아온 것이다. 유 씨는 단 한 명의 상궁만을 대동한 채 나타났다.
세자빈이 내 처소로 들어오자 그녀를 따라온 상궁은 우리 둘만 남겨둔 채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세자빈은 처음 이곳을 찾아왔었던 혼처럼 방의 이곳저곳에 시선을 주었다.
그러나 아주 잠깐이었다. 그녀는 애초에 내 처소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바로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자네가 나를 도와줘야겠네.”
세자빈의 말투는 낮에 동궁전에서 날 하대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나는 달라진 그녀의 말투에서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하고 물었다.
“제가 빈궁마마를 도와드리다니요?”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하께서 사라지셨네.”
‘혼이 사라졌다고?’
나는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세자빈의 얼굴을 보았다.
혼이 사라졌다는 말을 하는 그녀가 만약 앞서 한숨을 내쉬지 않았다면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녀가 이 놀라운 사실을 너무나도 침착한 태도로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한숨을 들은 나는 얼핏 여유까지 느껴지는 그녀의 표정에 깊게 숨겨진 초조함을 읽었다.
“저하께서는 낮에만 하더라도 동궁전에 계시지 않았나요?”
난 낮에 혼을 만나게 해 주었던 세자빈을 떠올리며 물었다. 내 물음에 세자빈은 기억을 더듬는지 두 눈을 깜빡이며 답했다.
“그러하네. 그때까지 저하께서 동궁전에 계셨지. 또한 한 시진 전 공주께서 태어나셨을 때만 하더라도 계셨네.”
나는 세자빈의 입을 통해서 중전이 공주를 낳았다는 소식을 확인받았다. 묘한 기분이었다.
훗날 ‘정명공주’라고 불리게 될 중전과 함께 이 행궁에 유폐될 공주의 탄생.
그녀의 인생과 내 인생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중전이 말한 대로 날 공주의 보모상궁으로 삼는다면 지금 내 생각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그 뒤에는요? 언제 사라지신 거죠?”
“공주께서 탄생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인사를 올리려 나와 함께 중궁전으로 가셨네. 허나 저하는 중궁전에 들지 않으시고 발길을 돌리셨지.”
중궁전으로 간 혼이 발길을 돌렸다는 세자빈의 말에 나는 분명 그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거라고 여겼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그곳에서…….”
세자빈이 기억을 더듬는지 눈을 한 번 더 깜빡이더니 잠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전하께서 기뻐하시는 소리를 들었네. 나도 저하의 옆에서 함께 들었지.”
왕비의 첫 소생인 만큼 선조는 당연히 기뻤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이 혼의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진 않았을 것이다.
세자빈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전하께서 말씀하시기를…….”
세자빈이 잠시 말을 머뭇거렸다. 함부로 꺼내기 어려운 말이거나 내가 양화당 나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후자라면 이미 세자빈은 날 만난 것 자체가 큰 실수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침내 결심한 듯 세자빈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대군이었다면 너로 하여금 이 나라의 대통을 잇게 하였을 것이다.”
일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져버렸다. 나를 잠 못 이루게 괴롭혔던 빗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조금 뒤 내 귀는 잃어버린 소리를 되찾았지만 동시에 나는 마치 달리기를 막 끝냈을 때처럼 뛰는 심장을 느꼈다.
나는 놀랐다. 두 손이 심하게 떨렸다. 그 손이 떨리는 것을 멈추기 위해 두 주먹을 불끈 쥐었을 정도니까.
단지 선조가 딸이 태어난 것이 아쉬워 한 소리에 놀랐기 때문이 아니었다. 3년 뒤 중전이 낳은 대군도 왕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난 이미 알고 있었다.
혼은 왕이 될 것이다. 그 끝이 어찌하든 그것은 역사이고 그가 가진 운명이었다.
그러나 지금 내가 경기라도 일으킬 듯 놀라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난 느낄 수 있었다.
중궁전 밖에 서 있던 혼이 말을 들었을 때 그 순간의 그의 마음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단지 놀라기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가 느꼈던 감정들. 좌절과 슬픔. 고통과 괴로움.
[ ‘나는 아바마마를 믿는다. 비록 나의 어머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나와 나의 형님보다는 다른 후궁소생의 왕자들을 더 각별히 여기셨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나를 세자로 책봉하신 아바마마를 믿는다.’ ]
동궁전 담 옆에서 그가 나에게 말했던 말.
그날 밤의 일을 떠올리며 난 혼이 사라진 이유를 깨달았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라는 걸 여자인 나는 다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는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다는 것. 그리고 그 상처를 준 이가 그가 그 누구보다도 신뢰한 아버지라는 것.
세자빈도 그걸 알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빈궁마마께서는 양화당 나인인 제게 그 말씀을 하시는 거죠?”
세자빈은 주저하지 않고 바로 답을 주었다.
“자네가 단지 양화당의 나인이었다면 내 이런 말을 하지 않았겠지. 밤을 틈타 이리 자네를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혼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나에게 알리러 직접 온 세자빈. 그녀는 오늘 낮에 동궁전에 불쑥 나타난 나를 별다른 질문 없이 혼과 만나게 해 주었다.
그런 그녀는 얼마나 혼과 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내 마음속 의문들을 가득 담은 눈빛을 읽은 것인지 세자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 자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은 저하의 마음속에 있는 이가 바로 자네라는 걸 알기 때문이네.”
유오디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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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양화당에 남아 내 마음을 이토록 괴롭게 할 생각인 거요?” "이 소설 끝날 때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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