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메밀꽃 필 무렵(3)
흰색
예상대로 동궁전 최 내관이 그곳에 서 있었다. 그는 이미 누가 안에 함께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무수리의 옷차림을 한 운지가 나오자 별다른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대신 운지만이 달랐다. 운지는 내 전각을 떠나면서도 내가 걱정되는 건지, 아니면 동궁전 최 내관이 누구인지 기억해내려는 것인지 몇 번씩 최 내관을 돌아보았다.
운지가 가버린 후 최 내관이 조심성 있게 주변을 살핀 후 내게 말했다.
“항아님, 지금 퇴궐하셔야겠네.”
“퇴궐이라니요?”
궁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에 내가 반문하자 최 내관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퇴궐하신 저하께서 항아님을 기다리고 계시네.”
“저하께서는 지금 행궁에 계신 것이 아닌가요?”
“조금 전 퇴궐하셨네.”
혼이 날 기다린다는 것은 그가 날 만나고 싶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해가 쨍쨍한 낮이다. 세자가 퇴궐하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양화당 나인인 내가 퇴궐한다는 것은 입장이 좀 다르다. 오늘은 더 이상 인빈이 날 찾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지금은 퇴궐하기 어려워요.”
“조치는 다 취해두었네. 그러니 근심일랑 말고 나를 따라오시게나.”
걱정 말고 따라오라는 최 내관의 말을 모두 신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혼이 기다린다는 말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알았어요. 갈게요.”
최 내관을 따라간 행궁의 뒷문 밖에는 가마꾼들과 가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최 내관은 날 가마에 타도록 인도하더니, 돌아올 때까지 자신이 이 문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가마의 문이 내려지고 가마꾼들이 어디론가 가마를 메고 가기 시작했다.
마음이 불안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엇보다도 혼이 날 찾고 있다는 사실이 두근거림을 더욱 부채질했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것이 아닌 게, 옷도 갈아입고 머리도 단정히 다시 빗었지만 얼굴 상태는 여전히 끔찍했다. 아랫입술은 터지고 부르튼 채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의녀가 침을 놓아주었기 때문에 조금 가라앉았다는 사실이다.
내가 탄 가마는 청계천을 건너고 도성 사대문을 나와서도 계속 남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포나루에 도착했을 때는 두근거림보다는 불안함이 커졌다. 내가 탄 가마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려고 했기 때문이다.
막 나루로 들어서는 배를 기다리기 위해 가마꾼들이 잠시 가마를 내려놓은 사이, 가마의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며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죠?”
두 명의 가마꾼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누가 대답할지를 잠시 고심하더니, 그중 한 명이 내게 정중히 답했다.
“압구정입니다요.”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이라고 말하면 내가 살던 시대에야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압구정은 원래 세조 때 공신이었던 ‘한명회’의 호다. 또 그가 압구정에 세웠던 정자의 이름이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며 사람들은 그 정자의 이름을 따서 그 주변 동네를 압구정이라고 불렀다. 어쨌든 압구정에 간다는 말은 한강을 건넌다는 말이었다.
그제야 혼이 정말로 강 건너 압구정에 있는 건지 의심스러워졌다. 아니, 동궁전 최 내관이 직접 말했으니 거짓말은 아닐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압구정이어야만 했을까? 굳이 만날 장소를 찾는다면 사대문 안에도 장소는 많았다. 물론 사대문 안에는 관리들의 집이 많고, 그 관리들 중 대부분은 세자인 그의 얼굴을 알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한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곳이라면 강남이 좋긴 좋을 것이다.
내가 탄 가마가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건너는 동안 나는 답답해서 가마 안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가마 안에서 흔들리는 배 안에 있자니, 멀쩡한 속도 다 울렁거릴 것만 같았다. 결국 나는 갑갑함을 참지 못하고 가마 안을 빠져 나왔다.
가마 안에서 나오자, 배를 탄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 쏠렸다. 아마도 내 옷차림 때문에 쳐다보는 것 같았다. 반가의 규수 같이 보이는데도 머리는 혼인한 여성처럼 하고 있는 것이 신기한 듯싶었다.
쏟아지는 시선에 결국 별 생각 없이 들고 나왔던 장옷으로 머리부터 상체를 모두 가렸다. 그제야 나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줄어들었다.
반가의 규수는 외출 시 얼굴을 드러내면 안 되는 시대다. 갑갑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눈을 비롯한 얼굴의 반만 장옷 밖으로 내놓은 채로 강 구경을 했다. 그러고 보니 궁궐 안에서는 그나마 여성들이 자유로운 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궐 안 여성들은 얼굴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상전을 만나면 고개를 숙여야 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밖에 나와서 이 정도 관심을 받느니 궁궐 안에서 자유롭게 얼굴을 드러내고 다니는 것이 훨씬 낫다.
이런 불편한 상황을 만든 혼을 속으로 원망하며 투덜대던 것도 잠시 배가 강남 나루에 가까워지자 숨이 멈출 듯 잦아들었다. 나루에 몰려든 사람들 사이로 낯익은 누군가의 얼굴이 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중 한 사람이 내 눈에 들어온 순간, 숨이 멎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혼이다!’
갈색 말과 함께 나루에 서 있는 그는 갓에 도포 차림이었다. 당시 아무나 타고 다니기 힘든 귀한 말과 함께 서 있는 것만 빼면 나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반 자제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단번에 눈에 띄었다. 그는 배 위에 서 있는 나를 보지 못한 듯했다. 가만히 있는 것이 지겨운지 움직이려고 하는 말을 다독이듯 어루만지고 있다.
배가 나루에 완전히 정박하자, 가마꾼들이 나에게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배가 곧 나루에 다다를 것입니다. 가마에 오르시지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당황해하는 가마꾼들을 두고 난 홀로 배에서 내렸다.
도착한 배에서 내리는 많은 사람들과 또 배에 타려는 사람들로 나루는 혼잡했다. 나는 장옷을 뒤집어써 좁아진 시야 탓에 그만 바쁘게 걸어가던 사람들과 부딪히며 주저앉고 말았다.
쓰고 있던 장옷을 놓친 나는 당황하며 나루를 벗어나 강물로 떨어진 장옷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다른 이의 손이 더 빨랐다. 그 손이 강 위로 떨어진 장옷을 들어 올리더니 다른 손을 내게 내밀었다.
그 손의 주인은 바로 혼이었다. 혼은 쿡쿡거리며 웃고 있었다. 나는 그가 내민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웃음이 나와?”
화끈거리는 얼굴로 얄밉다는 듯 쳐다보며 말하자, 혼은 어색한 헛기침으로 웃음을 거둔다. 그러나 이미 강 주변에 몰린 많은 이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그중 한 명이라도 혼을 알아보는 이가 있을까 봐 조바심이 났다.
그는 세자다. 세자가 강남까지 와서 여자의 손을 잡은 것 때문에 혹시라도 좋지 않은 소문이 날까 봐 걱정되었다. 나는 그가 붙잡았던 손을 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혼은 놔주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힘을 주어 내 손을 잡는다.
“뭐하는 거야? 사람들이 보잖아!”
정작 조심해야 할 사람은 혼일 텐데, 내가 더 난리였다. 혼도 주변에 몰린 시선 때문에 사색이 된 내 얼굴을 보았는지, 날렵한 턱을 들어 올리며 주변을 한번 살폈다. 그리고는 다시 나를 돌아보며 주변 사람들이 다 들으라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부인. 그러기에 내가 뭐라고 했소? 나루는 혼잡한 곳이니, 내 조심하라고 이르지 않았소.”
‘부인이라니!’
나는 그런 혼의 돌발 행동에 놀란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내 손을 잡고는 나루 밖으로 나를 이끌기 시작했다. 난 당황해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못한 채 그의 손에 이끌려갔다.
그는 자신의 말이 있는 곳까지 가더니, 나를 가볍게 번쩍 안아들어 말 위에 앉혀놓았다. 그러더니 가마를 들고 온 가마꾼들을 향해 말했다.
“최보인이 보낸 자들이냐.”
“예, 그럽습죠.”
“나루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그들에게 나루에서 기다라고 말한 혼이 내 뒤로 올라타더니 말의 고삐를 잡았다.
“어디 가는데?”
불안한 기색으로 묻는 내게 그는 짓궂게 웃어 보일 뿐,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말을 몰았다. 다행이 말을 천천히 몰고 있어서 나는 계속 그를 돌아보며 궁금증을 쏟아냈다.
“최보인은 또 누군데?”
“동궁전 최 내관이다.”
이번에는 혼이 답을 주었다.
“그럼 저들은 네가 누구인지도 알아?”
“글쎄다……. 최 내관이 말했다면 알 것이다. 그래도 이 한 가지는 똑똑히 알게 되었겠지.”
“한 가지?”
“네가 내 부인이라는 사실 말이다.”
“자꾸 장난 칠 거야!”
몸을 돌려 그를 쳐다보며 외쳤다. 순간 그의 시선이 내 입술을 향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상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는 상처가 유독 심한 부분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갑자기 화가 난 듯 표정이 굳어졌다. 그의 장난에 화라도 내는 척하려던 나는 무섭게 변한 그의 표정에 기세가 한풀 꺾이고 말았다.
당시 혼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막으려고 했다. 만약 중전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난 혼이 있는 곳에서도 계속 인빈에게 맞았을까?
“이럇!”
갑자기 혼이 말을 빠르게 몰기 시작했다. 나는 놀라 힘을 주어 그의 옷을 붙잡았다.
“빨리 달리지 말라구!”
혼은 말의 속력을 줄이지 않았다. 나는 바람 때문에 눈을 뜰 수도 없었다. 게다가 혼의 옷깃을 붙잡는 것으로는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려웠다. 결국 난 그의 품으로 고개를 파묻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나무 사이를 비켜 지나가고 주변에 천천히 걸어가던 사람들이 놀라며 흩어지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언덕 위로 말이 곧장 올라가는 느낌이 들면서 속력이 점점 줄어들었다.
마침내 말이 멈췄을 때, 혼은 재빨리 말의 고삐를 잡아당겨 능숙하게 말을 멈춰 세우고는 먼저 말 위에서 가뿐하게 뛰어내렸다.
“잡거라.”
혼이 내게 두 손을 뻗었다. 그러나 나는 말 위에서 내리기 전에, 이미 주변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 위. 압구정(鴨鷗亭)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는 정자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나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압구정이라는 정자가 아니었다. 그 정자 주변으로 언덕을 가득 채우고 있는 흰 꽃들이었다. 압구정 주변은 온통 꽃밭이었던 것이다!
“여긴 어디야?”
“너를 데려오고 싶던 곳이다.”
그제야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내려오려고 했다. 이번에도 혼은 가만있지 않았다. 내 손을 잡는 척하더니, 내 허리를 잡아 번쩍 들어 올려 내려놓은 것이다.
“전보다는…… 가벼워진 것 같구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혼이 몸무게라도 잰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 그를 지나쳐 빠르게 정자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압구정 정자 위에서는 한강이 내려다보이고, 강북 전체가 보였다. 웅장한 도성의 사대문들과 조금은 멀긴 하지만 유독 높은 지붕 덕분에 행궁도 발견했다. 그러나 경복궁이 있을 만한 곳으로 생각되어지는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경치 좋다!”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압구정 위로 불어오고 있었다. 거기서 강 위에 떠 있는 배들을 보고 보자니, 서울에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신기했다. 내가 나고 자란 미래에는 한강에 온통 수많은 다리들과 둑이 생겨 이처럼 강 본연의 모습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참을 구경하고 있는데도 혼은 오지 않는다. 나는 압구정 위에서 강 구경을 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혼을 찾아 뒤를 돌아섰다. 말이 있는 곳에 혼은 없었다. 그는 메밀 꽃밭 사이를 걸어 다니며 사색에 잠겨 있었다.
그를 압구정으로 불러 경치를 같이 구경할 생각으로 메밀 꽃밭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그를 불렀다.
“혼아.”
바로 그때였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그의 갓에 장식으로 매달린 구슬 줄을 흔들었다. 혼이 그것을 붙잡으며 내게로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어디선가 이곳을 본 적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곳에 와본 적이 있다고 깨달은 순간, 고개를 돌린 혼이 날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제야 난 깨달았다. 내가 두창에 걸렸을 때, 꿈속에서 보았던 그곳. 그 아름답던 흰 꽃밭이 바로 이 메밀꽃밭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메밀꽃밭 사이에 있었던 사람. 그는 혼이었다. 그래서 그때 혼의 이름을 불렀었던 것이다.
언제부터였을까? 그가 내 마음 안으로 들어온 때가 말이다. 적어도 두창으로 아팠던 시기에 이미 그는 내 마음속에 들어와 있었다. 다만 그것을 내가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
메밀꽃밭 안으로 들어선 혼이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것이 자신의 손을 잡으라는 것인지, 아니면 가까이 다가오라고 하는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 내게 웃으며 손을 내미는 그를 바라보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파왔다.
앞으로 그에게 닥칠 운명. 광해군으로서 정해진 역사의 굴레. 그리고 내가 선택한 나의 운명.
아빠를 만나고, 그 대가로 이 조선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나는 그의 마지막도 보게 될까? 그가 왕이 되고 나서 인조가 되는 종이에 의해서 폐위되어 쫓겨나는 그 모든 것을 말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먼 훗날의 일 때문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걸음을 멈췄다. 혼은 갑자기 멈춰선 날 보며 까닭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섰다.
우리 사이로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를 가을바람만이 불고 있었다. 그 바람에 낯설게만 느껴지는 메밀꽃향이 실려 있었다. 달달한 듯하면서도 씁쓸한 향이.
친구로서라도 좋았다. 친구로서 그의 곁에 함께 할 수 있다면, 난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가 나를 언제까지 친구로서 생각해 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언젠간 더 이상 그가 나를 친구로서 여기지 않고, 그의 이름도 함부로 부르지 못하게 하더라도 나는……!
혼이 내가 서 있는 곳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나에게로 오고 있었다. 그에게서 멀어져야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그가 내 앞에 도착한다면, 내 앞에 선다면…… 나는 내가 지금 결심한 마음과는 다른 말을 할 것만 같았다.
혼에게는 세자빈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후궁들이 생길 것이다. 그것은 왕으로서 당연한 것이다. 그런 그를 친구로서 곁에 있겠다면서,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하면서……. 난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여인들을 애써 모른 척하며 그를 향해 웃을 수 있을까?
후원에서 세자빈이 혼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에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나였다. 친구의 자리로 만족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의 앞에서 당당해질 수 없는 사이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대체 나는 세자이자 조선의 왕이 될 그에게 어떤 마음을 바라는 걸까. 친구가 아닌, 여자로서?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느냐?”
마주선 혼이 내게 묻는다. 여기까지 나를 데려와준 그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난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마음에 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내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혼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진다. 나는 서둘러 눈물을 훔쳐내려고 했다. 그러나 혼이 그런 내 손목을 잡으며 막았다.
“왜 우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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