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세자와 궁녀(5)
흰색
혼은 행궁 후원에 있었다.
아직 낙엽이 다 떨어지지 않은 나무들 사이에 서서 유난히 밝은 새해 달을 바라보는 그는 상복인 백포로 싼 익선관과 흰색 단령을 입고 있었다.
최 내관의 발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내 발소리 때문인지 달을 감상하던 그가 나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미소를 지으며 맞았다.
나는 두 손을 따뜻하게 해주는 토끼털로 만든 토시에 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혼은 내가 그의 곁으로 다가가자, 두 손이 모두 들어있는 토시의 바깥쪽을 손으로 움켜잡더니 나를 숲 안쪽으로 이끌었다. 마치 다른 이들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숨는 것 같아서, 나는 누가 나타나기라도 한 줄 알고 주변을 살폈다.
다행이 다른 이는 없었다. 대신 나를 이곳으로 안내한 최 내관이 멀찍이 서서 망을 보고 있었다.
“잠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내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온 하얀 입김이 내 귀를 간질였고, 나는 작게 소리 내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이내 한밤중의 후원에서는 소리가 꽤나 크게 들릴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웃음을 그쳤다. 혼이 그런 나를 보며 궁금한 듯 묻는다.
“왜 그러느냐?”
“내 웃음소리를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어떡해?”
“걱정하지 마라. 이미 주변을 물렸다.”
“어떻게?”
“내가 조용히 달을 감상하고 싶다고 했다. 또 최 내관이 저리 망을 보며 서 있지 않느냐?”
“하지만 저 사람은 양화당 나인인 내가 너와 있는걸 뭐라고 생각할까?”
“글쎄다. 그건 생각해 보지 않았다만…….”
그답지 않은 말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세자의 입에서 나올 만한 말이긴 하다. 세자가 내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필요는 없을 테니까. 그러나 나는 다르다.
“정말이야? 아무 생각도 없이 날 여기로 부른 거란 말이야?”
혼이 쿡쿡대며 웃는다. 나는 또다시 그에게 속았다는 걸 깨달았다.
“혼아!”
“쉿. 목소리를 낮춰라.”
그가 나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고개를 내 오른쪽 어깨를 향해 숙였다. 그리고는 또다시 내 귓가에 속삭이듯 말한다.
“최 내관이 들을라.”
연이은 혼의 장난. 나는 장난친 그가 얄미워서, 뒤에 서 있는 그를 어깨로 살짝 밀치며 돌아서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그가 두 손으로 내 양 어깨를 잡으며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
왜 돌아서지 못하게 하는 건지, 왜 마주보게 하지 못하는 건지……. 영문을 모른 채 고개를 살짝 들어올려, 뒤에 서 있는 혼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달을 보고 있었다. 나의 시선도 그런 그의 시선을 따라 자연히 달로 향했다.
한겨울의 달. 그는 달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우리는 함께 한참을 달을 올려다보며 서 있었다.
조금 뒤 그가 입을 열었다.
“왜란으로 인해 나는 수년을 전국을 헤매었었다. 그때마다 거의 매일 밤마다 달을 보았다. 왜란이 끝난 후에도 나는 늘 밤하늘에서 달을 찾았었다. 왜 그랬는지 아느냐?”
그의 시선이 이제 내 두 눈을 향했다.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네가 살았던 곳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내가 살았던 곳?”
“그렇다.”
그가 겪었던 반나절의 미래. 그는 왜 그곳을 잊지 않으려고 한 걸까?
“혹여나 그곳에서 보았던 별빛과 같았던 밤의 불빛들을 말이다. 그것을 잊게 되면……. 너 역시 잊게 되어버릴 것 같더구나.”
혼은 나를 잊게 될까 봐, 나를 만났던 곳을 잊게 될까 봐 전쟁이 한창인 조선에서 매일 밤 달을 보았다고 말한다.
“다시 그곳으로 가고 싶어?”
그는 내 질문이 의외라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사실 이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한 건, 십 년 전 그때와 거의 똑같은 모습으로 네가 내 앞에 나타났다는 것이지. 어찌하여 넌 그대로인 것이냐? 넌 그때 그곳에서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곳이 천상이라느니, 중천이라느니……. 난 믿을 수 없었다. 그저 북방 어딘가에 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뒤로 수많은 역사서와 지리서를 보았다. 그러나 내가 보았었던 그곳과 비슷한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건…….”
나는 내 어깨에 올려놓은 혼의 손을 살며시 밀어내며 돌아섰다.
“그게 중요해?”
“넌 십 년 전과 하나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지금도.”
예리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7년이었지만, 나에게는 고작 며칠이 안 되는 시간이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한다는 말인가?
“그곳은 이제 잊어줘. 나도, 너도 이제 다신 그곳으로 갈 수 없어. 그러니 부탁할게. 대신 한 가지 말해줄 수 있는 건, 난 지금 열아홉이라는 거야. 널 처음 만났을 때는 열일곱이었어. 그리고 혼이 너는 지금 스물여섯이지. 그러나 지금의 난 열아홉이야.”
조선시대는 미래처럼 한두 살 차이 갖고 존칭을 쓰는 시대가 아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마음이 맞으면 친구가 된다. 한두 살 차이로 존칭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신분제가 사라진 뒤의 일이다.
그러니 지금 진짜 내 나이를 제대로 알려주는 게 문제만 되지 않는다면 굳이 숨길 건 없다. 나 역시 조선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오빠’가 되어버린 혼에게 반말하는 것이 조금 불편하긴 했다.
뭐, 진짜 내 나이를 알았다고 해서 깍듯이 존칭하라고 할 혼도 아닐 테지만 말이다.
“열아홉이라고?”
“응.”
놀란 듯 되물었던 혼이 잔뜩 긴장한 채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내 얼굴을 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다.
“왜 웃어? 왜 웃는데?”
“나와 동갑이란 것을 내세워 허세를 부리던 열일곱의 네가 떠올라서 그랬다.”
나는 재미있어 하는 혼을 보며 삐친 듯 퉁명스럽게 외쳤다.
“그래 좋아! 앞으로 세자저하, 세자저하. 이렇게 깍듯이 불러줄까? 그래줄까?!”
“저번에도 내 말했다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구나.”
여유롭게 답하는 혼을 보며 화난 코뿔소가 내뱉는 콧바람처럼 숨을 세게 내쉬었다.
“예, 세자저하. 소녀는 이만 물러가지요.”
툴툴거리며 어울리지 않게 손을 모은 내가 공손히 인사하며 그에게서 돌아섰다. 그리고 몇 발자국 떼기도 전이었다.
갑자기 그가 뒤에서 내 허리를 양손으로 잡더니 살짝 들어 올렸다가 내려놓았다. 깜짝 놀란 나는 그를 돌아보았다. 그는 웃고 있었다.
“혼이, 너! 놀랐잖아!”
“거 보아라, 사람의 진심이란 이리도 쉽게 드러나는 법이다.”
“그거야 놀랐으니까 그런 거지!”
“정녕 나를 세자저하라고 부르고 싶으냐?”
‘아니.’
이렇게 딱 부러지게 대답이 나오면 좋을 것을, 눈으로만 그에게 답을 보낼 뿐 정작 내 입에서는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내 눈빛만 보고도 답을 이미 들은 얼굴이다. 그런데도 그는 딴 소리를 한다.
“그럼 나도 너를 김 나인이라 부르마.”
“그건 싫어.”
스스로 대답해놓고도 나 자신에게 놀랐다. 답이 너무 빨랐던 것이다. 혼은 그런 나를 보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이다.
“어허라? 어찌하여 말이냐? 네가 나를 세자저하라고 부르겠다는 것은, 나 역시 너를 나인으로 대해주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냐?”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그러나 그대로 그의 말이 맞는다고 인정하면, 다시는 그를 혼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게 싫었다. 더 이상 그의 이름을 부를 수 없다는 것은 친구가 아니게 된다는 말일 테니까.
“네가 그랬잖아. 네 이름 불러주는 사람이 더 이상 없다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은 여기에 아무도 없어. 물론 상궁마마님이나 다른 나인들이 내 이름을 가끔씩 부르긴 해. 그렇지만 그들은 나와 아무런 사이가 아니니까…….”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던 혼이 내게 묻는다.
“그럼 나는 너와 무슨 사이냐?”
“친구.”
이 대답도 곧바로 나온다. 그런데 아까의 답과는 전혀 다르다. 아까는 그가 내 이름을 뺀 ‘김 나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말 싫었다.
그래서 바로 대답을 준 것인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답이 빨리 나온 것이다. 친구가 아니라면 우리 둘 사이를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였다.
“친구라…….”
그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달빛이 스며들지 않아 캄캄한 숲 속으로 시선을 돌린다. 순간, 그런 그를 보며 나는 겁이 났다. 그가 바로 친구 사이를 부정하기라도 할까 봐 말이다.
“우리 친구 맞지? 이젠 나이도 차이 나고 신분도 다르지만 서로 이름을 부르니까, 그럼 친구잖아. 이름을 부르는 사이면 친구가 되는 건, 조선도 마찬가지잖아?”
조심스럽게 묻는 내 말에 그가 다시 나를 바라보며 진지한 얼굴로 묻는다.
“친구로 남고 싶으냐?”
“어?”
“나와 친구로만 남고 싶으냔 말이다.”
나는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혼의 의도를 알지 못했다. 우린 친구였다. 그만큼 지금 우리 사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가 어디에 있을까? 그런데 지금 그의 물음은 전혀 다른 의도를 담고 있다.
친구가 아니라면? 친구 사이가 아니라면 우리 두 사람이 대체 어떤 사이가 되길 바란다는 것일까?
나도 안다. 친구 사이가 아니게 된다면 그와 나 사이에 남는 건 ‘세자와 궁녀’ 단지 그뿐이었다. 그런데 만약, 아주 만약 그가 원하는 게 ‘세자와 궁녀’ 사이도 아니라면? 다른 관계를 원하고 있는 거라면?
그의 질문을 끝으로 우리는 서로를 응시하며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난 그에게 친구이고 싶었다. 이 조선시대에서 세자와 궁녀가 친구가 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란 걸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혼이만큼은, 혼이만큼은 아니길 바란다.
내가 미래에서도 가지지 못했던 친구. 처음으로 가지게 되는 친구가 혼이길 바랐다. 힘들 때 옆에 있어주고 서로 챙겨주고 배려하는 그런 친구가.
‘하지만 지금은?’
당연히 친구가 아닌 다른 관계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래서인지 혼이 던진 물음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를 똑바로 마주볼 수 없게 만든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유모를 이 두근거림에 나는 할 말을 잃고는 가만히 두 눈을 내리깔았다. 그러자 거의 동시에 그의 긴 한숨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다시 우리 사이에는 침묵이 흐른다. 그리고 내게서 아무런 답도 얻지 못한 혼이 먼저 그 침묵을 깼다.
“경민아.”
그의 입에서 나온 내 이름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그는 놀란 내 두 눈과 마주치자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네가 나와 동갑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 네가 열아홉이라면, 열아홉인 게지. 허나, 그 나이는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다.”
내 지금 나이와 상관없이, 어린애 취급은 안 하는 것 같아서 일단 안심이다. 그런데 내 나이 열아홉이 어리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는 또 뭐람?
“그거야 그렇지. 그런데?”
그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날 향해 혼은 무언가 말하려다가 다시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망설이는 것 같았다. 나는 그가 쉽사리 꺼내지 못하고 있는 말이 무엇이지 짐작하기 위해 조금 전 그의 말을 곱씹었다.
‘내 나이가 어리지 않다는 건, 친구 사이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까?’
그때, 혼이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내가 너에게 친구가 아닌 다른 관계를 원한다면……. 넌 어찌할 것이냐?”
‘친구가 아닌 다른 관계?’
내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혼의 말 속에 숨은 의도를 난 전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친구 사이가 아니라 다른 관계를 원한다면 어떤 관계를 원한다는 것일까?
내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이 분위기에서는 적어도 ‘세자와 궁녀’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 것 같다. 그런데 그 이상은 모르겠다.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그냥 지금은 그가 나에게서 멀어지려는 것 같다.
“혼아…….”
내 기분상 멀어지려는 것 같은 그를 붙잡으려,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였다. 그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어렸다. 나는 의도치 않게 그의 이름을 부른 것이, 방금 전 그의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니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미안하구나.”
그가 내게 사과했다. 그가 사과할 만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말이다.
“또 다시 내 마음만 앞섰구나.”
‘또 다시?’
나는 얼굴로 그게 언제였냐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이미 그때는 그가 내게서 시선을 거둔 뒤였다. 한 발 늦은 것이다.
내게서 떨어진 그의 시선을 쫓던 나는, 그가 힘주어 주먹을 쥐었다가 놓는 것을 보았다. 나는 황급히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화가 난 듯 보였다.
“혼아?”
내가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였다. 그가 내게서 돌아서며 싸늘한 한마디를 건넸다.
“돌아가는 길은 최 내관이 안내해줄 것이다.”
그는 나를 두고 숲길 쪽으로 가려는 듯 보였다. 난 이대로 그를 보낼 수가 없었다. 이대로 그를 보낸다면 싸운 후에 화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친구와 작별인사를 하는 것 같아서였다.
마음이 말보다 먼저 행동으로 나왔다. 돌아서서 가버리려는 그의 한쪽 팔을 붙잡은 것이다.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혼이 가려던 걸음을 멈춰 서고는 붙잡힌 자신의 팔을 보더니, 곧이어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나는 잡았던 그의 팔을 슬그머니 놓아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화난 거 아니지?”
내가 너무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그가 억지로 자신의 입꼬리를 끌어당겨 미소를 보였다. 누가 봐도 억지웃음.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혼은 지금 화가 난 게 분명하다. 그는 이런 내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했는지, 이런 답을 내게 주었다.
“화나지 않았다. 만약 내가 화가 났다면……. 그것은 나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이겠지.”
“왜? 왜 너에게 화가 난 건데?”
그가 왜 스스로에게 화가 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나와 나눠준다면, 그럼 우리는 계속 친구인 것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확신하고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가 내게로 완전히 돌아서며 말했다.
“십 년 전 네가 나에게 말하길, 네 가족은 오직 부친 한 분뿐이라고 했었다.”
“맞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넌 그 부친을 왜란 중에 잃지 않았느냐? 그래서 난 너를 다시 만나면, 너를 다시 찾게 된다면 이 세상에 의지할 곳이 없어진 너를 지켜주겠노라고 그리 마음을 먹었었다.”
그의 말은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로 감동적인 말이었다.
어쩌면 그가 그런 마음을 먹게 된 것은, 나와 거의 비슷한 가정환경을 가진 그의 배경 탓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아버지와, 어린 시절 돌아가신 어머니. 우린 완전히 같진 않지만 가족관계에서는 묘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어쨌든 나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말을 꺼내는 혼의 표정은 스스로가 전혀 자랑스럽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너와 다시 재회한 후, 어느 순간 내 마음이 바뀌었다.”
‘마음이 바뀌었다니?’
그의 마음이 도대체 어떻게 바뀌었다는 걸까? 그리고 대체 언제? 어디서? 왜 그 마음이 바뀌었다는 걸까? 지켜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내가 강해보였던 걸까?
안 그래도 긍정적 마인드를 빼고는 장점이라고는 별로 없다는 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던 나지만 말이다.
“어떻게 바뀌었다는 건데?”
그는 내가 이런 질문을 할 줄 예상하지 못했는지 잠시 주저했다. 내가 보는 그의 눈동자는 어떤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조금 뒤, 이어 짧은 한숨과 함께 혼이 나를 보며 억지스런 미소를 짓는다.
“다시 내 초심을 되찾을 때까지는 너를 만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이 말을 끝으로 그는 후원 깊숙한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유오디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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