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해의 연인-21화 (21/110)

제21화. 수라간 생활(2)

흰색

“아구구구구…….”

삭신이 다 쑤신다. 말괄량이 종이를 쫓아다니던 시절에도 이처럼 몸이 쑤셨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수라간에서의 생활 첫날이었던 오늘 나는 깨달았다. 나는 수라간에서 단단히 찍힌 게 분명했다.

수라간 최고 상궁은 물론이고 수라간 궁녀들은 모두 나를 싫어했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생각시 나이에 입궁해 온갖 잡일을 다 하며 그 자리에까지 오른 그들이었다.

웃전에 밉보여서 쫓겨났든지, 아니면 잘 보여서 오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그들의 공동체에 끼어든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난 조선시대에서 ‘왕따’가 되어버렸다.

오늘은 하루 종일 수라간에서 파를 씻었다.

물에 씻고, 또 씻고. 아무리 궁에 ‘파’를 먹을 사람이 넘쳐나도 그렇지,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하기는 했다. 마치 1년 동안 두고두고 먹을 파를 나 혼자 다 씻은 기분이었다.

서서도 아니고 앉아서 파를 씻는 게 뭐가 힘드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계절은 겨울. 추운 밖에 쭈그리고 앉아서 하루 종일 찬물에 손을 담가 파를 씻었으니 얼마나 힘들었던지.

“주물러드릴까요?”

내가 고생한 걸 어디서 들은 모양인지 운지가 친절히도 묻는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이고, 계속 그리 말 높이시면 제가 힘듭니다. 말씀을 낮추세요.”

“그러면……. 그럴까?”

내가 말 높이고 낮추고의 문제는 아닌 듯싶었다. 다른 이들이 이를 보고 고자질이라도 했다가는 운지는 해고될 테니까.

“예에, 그리 해주세요.”

“알았어. 그런데 출궁하기에는 늦은 시간 아니야?”

“아직 반 시진 정도 남았어요. 그 시간만 안 넘기면 돼요.”

“매일 출궁해?”

“열흘에 사흘은 출궁해요. 그래도 세 살밖에 안 된 막내아들 녀석이, 제 출궁하는 날짜는 어찌나 귀신같이 아는지, 그날은 꼭 늦게까지 안 자고 소인을 기다려요.”

“아들이 있어?”

“네. 두 명이요. 막내 놈은 세 살이고, 큰놈은 여섯 살이에요.”

“그렇구나…….”

무수리의 일부는 혼인한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무수리들은 관노(官奴, 관아에 소속된 노비) 출신으로 특별히 뽑혀서 궁궐에 들어와 일을 한다. 궁궐에서 일하는 여인들 중에서는 최하위에 속한 여인이며, 상궁과 궁녀들, 생각시들이 하지 않는 온갖 잡일과 굳은 일을 도맡아 한다.

“그럼 소인은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일찍 올게요.”

“응. 수고했어.”

문을 열고 나가려던 운지가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란다.

“에구머니나!”

무슨 일인가 싶어 내가 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였다. 익숙한 헛기침 소리. 다름 아닌 정원군이다.

“뉘, 뉘신지요? 여기는 항아님들의 처소이온데…….”

차라리 그가 왕자 관복이라도 입고 있었다면 운지는 높은 신분이라고 치부하고 조용히 물러가기라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원군은 어디에 갔다 오는 길인지 갓에 도포 차림이었다. 나는 운지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기 전에 나섰다.

“정원군마마셔.”

“정원군마마……. 인빈마마의? 어머나. 소인이 아무것도 모르고……. 아이구, 용서해주십시오. 몰라 뵈었습니다요.”

“어험. 그만 물러가라.”

“예에…….”

운지가 서둘러 가버리자, 나는 방문을 닫고 마루로 걸어 나왔다. 그가 주변을 잠시 살피는 듯싶더니, 좁은 마루의 끝에 앉는다. 나는 그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는 그가 앉은 마루의 반대쪽 끝에 앉았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찾는 건 어렵지 않았소.”

조금은 어색하게 시작된 대화.

“잘은 모르지만 아무리 행궁이라고 해도 이렇게 궁녀들이 있는 처소에 오셔도 되는 거예요?”

지적하려던 것은 아닌데 그가 애꿎은 헛기침만 한다.

이를 본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그가 묻는다.

“왜 웃소?”

“그냥요. 아무 이유 없이요.”

그는 내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자신의 헛기침이 내 웃음을 자아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수라간 일이 힘들지는 않소?”

“힘들죠.”

종이가 떠난 그날 밤 이후로 처음 만나는 그에게 나는 마치 오랜 친구와 만나 느끼는 어색한 기분을 해소하듯 장난스럽게 답했다. 그러나 그는 당황한 얼굴이다.

“힘들다면 내 다른 곳이라도…….”

“그런 말뜻이 아니고요. 첫날이니까 힘들다고요. 그래서 힘든 거죠……. 익숙해지면 덜 힘들겠죠.”

“그런 뜻이었나…….”

뒤늦게 내 말의 의미를 알아차린 그가 어색하게 웃는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요.”

“무엇이 말이오?”

“궁궐에 남을 수 있게 해주셔서요.”

“궐에 남게 된 것이 그리 좋소?”

“그게 제가 조선에 있는 가장 첫 번째 의미거든요.”

“난 잘 모르겠군…….”

그가 그만 가려는지 앉아 있던 마루에서 일어섰다. 그러더니 앉아 있는 나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날이 춥소. 그만 들어가시오.”

날이 춥다면서도 그는 바로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먼저 들어가기를 그가 기다린다는 생각에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그도 그런 나를 보고 바로 돌아서려다 내게 말을 꺼냈다.

“그대만 괜찮다면……. 가끔씩 찾아와 말을 나누고 싶은데…….”

“친구라면 언제든지요.”

활짝 웃으며 답하는 나를 바라보는 정원군의 얼굴이 슬프게 느껴진다. 그는 분명 지금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가 내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다가 어렵사리 말을 꺼낸다.

“마음만이라도……. 내게 줄 수는 없는 거요?”

“미안해요…….”

내 사과를 받은 그는 조용히 돌아서서 달빛 아래로 사라졌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그의 마음을 거절했음에도 나를 궁궐 안에 남을 수 있도록 그의 어머니 인빈에게 부탁까지 했었으니까. 그래서인지 이젠 나를 향한 그의 마음에 미안함 마음만이 남았다.

***

그 누구도 내게 이야기해주지 않았지만, 아마도 내 담당은 채소 씻기로 굳어진 듯하다.

첫날 파를 시작으로 그 다음날부터 온갖 채소 씻는 건 모두 내 몫으로 떨어졌다. 대부분의 생각시가 자기가 모시는 항아님의 일을 돕는 것과는 달리, 나에게는 생각시가 없었다.

이렇게 한 달쯤 지나자 궁궐에서 소비되는 모든 채소는 내 손을 거쳐 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오기가 생겼다. 절대 여기서는 무너지지 않겠다는 일념 하에, 나는 꿋꿋이 내게 주어진 채소 씻기에 몰두했다.

이듬해 봄. 날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자 내게 배정된 일은 바뀌었다. 이번에 내가 하는 일은 그릇에 담긴 음식을 순서대로 상에 올리는 일이었다.

처음 채소 씻기에서 해방되자 나는 만세를 불렀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상에 음식을 올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누구의 전각에 올리는지도 모르는 상들이 수없이 내 손을 거쳐 갔다.

나는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음식의 순서를 맞추느라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어쩌다 실수로 수저 하나라도 잘못 놓았다가는 곧바로 강 상궁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강 상궁이 내게 주로 내리는 벌은 밥 한 끼 굶기기.

말이 굶기는 거지 이건 거의 고문이었다. 하루 종일 일만 하다가 실수 하나 때문에 저녁을 굶는 일이 허다했다. 체중계가 없어서 몸무게를 잴 수 없어서 그렇지, 수라간에 들어온 지 한 달 만에 5kg은 빠진 것 같았다. 이러다가 조선왕조 역사상 최초로 수라간에서 굶어죽은 나인으로 이름을 올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들었다.

광해군을 만나야 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건원릉에 있고,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반년의 시간이 더 남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반찬 하나를 잘못된 위치에 놓았다는 이유로 벌을 받아 저녁을 굶게 되었다. 하지만 수라간 나인생활 한 달. 굶으라고 순순히 굶을 내가 아니었다.

나는 한밤중 처소를 나와 수라간으로 향했다. 낮에 엄청난 양의 시루떡을 만들었던 것을 떠올린 것이다. 이번에 옹주마마 탄신일을 맞아 내일 아침이면 왕족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만든 시루떡이었다.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내가 그 떡을 조금 먹는다고 해서 알아차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머, 넌…….”

수라간에 도착하자 평상시에는 나에게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수라간 나인 두 명이 나를 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밤에 보니, 너도 딱 거지꼴이구나.”

“오늘도 저녁 못 먹는다며?”

그녀들과 마주친 순간부터 난 이미 시루떡 먹기는 글렀다는 생각에 내 처소로 발길을 돌리려고 했다.

“두고 간 게 있는 것 같아서……. 그런데 와보니 없네. 그럼 이만.”

그런데 낮에는 아는 척도 안 하는 그녀들이 갑자기 친한 척을 하며 내게 다가왔다.

“듣고 보니 네가 인빈마마의 추천으로 수라간으로 온 궁녀잖아?”

“네 음식 실력이 사실은 엄청 뛰어나다며?”

수라간에 온 뒤로는 농담으로라도 들어본 적이 없는 칭찬들이 그녀들 입에서 쏟아졌다.

“갑자기 왜들 그래?”

“왜 그러긴.”

“우린 동무잖아. 그래서 도움 좀 구하자. 응?”

슬슬 본론이 나온다.

“방금 양화당에서 야참을 들이라고 명이 떨어졌어. 근데 재료가 몇 개 없단 말이야.”

“너 인빈마마께서 추천하신 나인이니까, 인빈마마가 어떤 야참을 좋아하시는지 아니?”

그녀들의 말을 듣고 보니, 왜 나에게 친한 척을 해온 건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인빈마마의 야참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있던 도중 내가 지나가다가 그녀들의 눈에 띈 모양이었다. 어쨌든 표면상 난 인빈마마의 추천으로 수라간에 들어온 나인이니까.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내가 인빈마마 나인도 아니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

“간단하게라도 뭘 좀 만들면 될 것 같은데 말이지.”

“지금 이 시각에 상궁마마님들 깨우면 난리 나거든. 그런 것도 너희들이 알아서 못하냐고.”

“그래?”

“만약 주상전하의 야참이었으면 이야기가 다르지. 하지만 인빈마마이시니까, 굳이 상궁마마님들을 깨우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그래서 그런데, 네가 우릴 도와주지 않을래?”

사실 남을 도와주는 데는 흥미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녀들과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 궁녀의 말에 저녁을 굶어 배가 고픈 내 마음을 흔들었다.

“야참 만드는 김에, 재료가 남으면 우리 나눠먹자.”

“강 상궁마마님이 나는 오늘 저녁 굶으라고 하셨는데?”

“네가 우리를 도와준다면야, 눈 한번 못 감아주겠니?”

“그래?”

내가 배가 어지간히 고프긴 고픈 모양이다. 평상시에는 얄미웠던 애들이 일순간 천사로 보이니 말이다.

“어때? 우리를 도와줄래?”

-꼬르르륵…….

내 입에서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뱃속에서 먼저 대답을 하고 말았다.

“알았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재료가 뭐가 있는데?”

“닭고기와 계란, 그리고 현구자(懸鉤子, 산딸기)가 조금 있어.”

내 머릿속에서 스치고 지나간 요리 하나.

“그거면 충분해.”

나는 자진해서 음식을 만들어주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 망각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궁궐에서 평상시에 친절하지 않았던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말이다.

그날 밤 궁녀들을 도와주고 그 대가로 나는 산딸기 하나만큼은 실컷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아침. 수라간은 발칵 뒤집어졌다.

“어제 밤에 인빈마마의 처소로 야참을 들인 이들이 누구냐?!”

수라간 최고상궁인 강 상궁이 이른 아침부터 수라간 나인들을 모두 모아놓고 호통치고 있었다. 그런 강 상궁의 양 옆으로는 생전 수라간에서 본 적이 없는 내관들과 병사들이 서 있었다.

“어서 나서지 못하겠느냐!”

강 상궁의 이어진 호통에 어제 밤 그 궁녀 두 명이 쪼르르 앞으로 나와 엎드렸다.

“경민입니다. 경민이가 인빈마마 처소로 야참을 만들어 보냈습니다.”

“경민이? 아니, 인빈마마께서 추천해서 온 아이 말이냐?”

나는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른 채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제가 만들기는 만들었는데요…….”

“저 아이입니다.”

강 상궁은 내 변명도 듣지 않은 채, 자신의 옆에 서 있던 내관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 내관이 나를 가리키며 다른 내관들에게 소리쳤다.

“저 아이를 잡아라!”

“네?!”

나는 꼼짝도 없이 달려든 내관들에게 두 팔이 붙들렸다. 당황한 나는 강 상궁을 향해 소리쳤다.

“대체 무슨 일인데요? 영문이나 알아야지요!”

“네 이년! 어제 인빈마마의 처소에 주상전하께서 납시셨다는 걸 알고 있느냐? 네년이 주상전하께서 드실 야참에 독을 넣지 않았느냐!”

“독이라니요?! 제가 어찌……. 말도 안 돼요!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상선영감.”

내 말을 들은 강 상궁도 뭔가 미심쩍은지 내관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저 아이는 인빈마마의 추천으로 수라간에 들어온 아이입니다. 그런 아이가 인빈마마의 처소로 독이든 야참을 들이다니요.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것은 조사해보면 알 일이네. 분명한 사실은 전하께서 어제 그 야참을 드시고 밤새 기침하시다, 오늘 아침에 각혈을 하셨다는 것이네.”

독이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왕이 피를 토했다고 하니, 이보다도 더 명백한 증거가 없었다.

“어서 끌고 가라!”

내관의 엄명이 떨어지자, 나는 그대로 내관들에게 끌려가고 말았다.

***

감옥에 갇힌 지 반나절. 어느새 밤이 찾아왔다.

감옥이라는 곳에 처음 갇히고 보니, 좋은 점이 하나 있었다. 밥은 준다는 것이다. 물론 수라간에서 먹는 좋은 음식이 아니라 콩나물 국밥 같은 딱 감방스타일이라는 게 다른 점이지만. 그래도 배가 무지하게 고파 그 콩나물국밥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임금님이 피를 토했다니, 애초에 인빈마마가 드실 줄 알고 만들어드렸던 음식을 임금님이 먹었다는 것이 좀 당황스럽기는 했다. 그러나 그 음식 재료들은 나도 먹었다. 만약 독이 들었다면 나도 피를 토해야 맞고, 함께 먹었던 궁녀들도 피를 토해야 했다.

인빈에게 내가 만들어준 것은 닭가슴살 산딸기 샐러드……라고 말하기에는 재료가 여러 가지로 부실해서, 이것저것 새로운 양념을 만들어 사용하긴 했다. 일단 야참이니까, 살찌는 음식을 주는 것보다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좋을 것 같다는 내 나름대로의 기준도 세웠었다.

그나저나 선조의 상태가 위급한지도 궁금하다. 역사에 따르면 아직 선조는 죽을 때가 아니다. 인목왕후랑 재혼도 안 한데다가 영창대군도 태어나지 않았는데 죽을 리가 없다. 그럼…… 내가 죽는 거야? 난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울컥하는 기분을 달래려 애를 쓰는데 벽 너머로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언니……. 언니이…….”

‘미영이?’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내 키보다도 높은 곳에 위치한 작은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나 창이 놓인 높이 때문인지 바깥에 있는 미영이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결국 그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여기야, 미영아.”

“언니!”

내가 내민 한 손을 누군가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언니 왜 여기에 있어요?!”

“어쩌다보니까 그렇게 됐어. 넌 어떻게 여기에 온 거야?”

“궁궐 안에 소문이 퍼진 걸요. 전 언니가 궐을 떠난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수라간에 있을 줄은……. 왜 말 안 했어요?”

“워낙 일이 바빠서 수라간을 벗어날 틈이 없었어. 미안해.”

“아니에요. 그보다 정말 독을 넣은 건 아니죠?”

“날 못 믿는 거야?”

“아니요! 하지만 모두 언니가 독을 넣었대요.”

“난 여기에만 있어서 잘 모르겠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소문으로 듣기론 전하께서 언니가 만드신 음식을 다 드시고 밤새 기침을 하셨대요. 그러다가 오늘 아침에 기침하시던 도중에 피를 토하신 거죠.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요. 지금 계속 어의가 살피고 있다는데……. 그 외에는 모르겠어요.”

“미영아, 나 진짜 독 안 넣었어.”

“알아요. 언니 말 믿어요. 다 괜찮아질 거예요. 걱정 마요.”

미영이의 울먹이는 소리가 벽 너머로 들려온다.

그 울음소리만으로도 상황이 결코 쉽게 괜찮아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미영이에게 너무나도 고마웠다.

진짜로 억울하다고 펑펑 소리 내어 울고 싶은 것은 난데, 이런 내 손을 붙잡고 내 대신 울어주는 미영이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유오디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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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군 분량 줄어드는 소리가 들려온다아... 꾸루룩꾸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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