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어느 날(1)
"길을 잃은 것이냐……?”
어린 시절, 가장 끔찍했던 5년의 시간을 알리던 그날. 바로 그날이 그 5년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이었다.
-네 이년! 어서 일어나지 못하겠느냐?! 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스마트폰의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나는 몸을 비비적대며 눈을 떴다.
오전 9시. 오늘 검정고시 학원의 첫 수업은 1시에 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잘 걸 하는 후회가 들지만 이미 잠은 다 깼다.
방 밖으로 나오니 이미 집 안은 조용하기만 하다. 보통 이런 분위기라면 다들 ‘엄마가 어딜 나갔나?’라든지 ‘아빠는 출근하셨나보네’라고 하겠지만 우리 집은 좀 사정이 다르다.
아빠는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책을 써서 먹고 사는 작가……라고 말하기에는 역사학자라고 설명해두겠다. 그렇다면 엄마는? 난 엄마가 없다. 엄마는 내가 태어나던 날 의료사고로 돌아가셨다.
아빠는 근근이 역사학 관련 책을 쓰셔서 그 원고료로 살림을 꾸려나가신다. 물론 그것 갖고는 생활비가 모자라서 종종 대학의 시간강사로 나가시기도 한다. 외동딸인 나는 그런 아버지 밑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라긴 했다.
8살 때 충격적인 일을 잠시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시간도 어느 정도 흘러서 그때의 충격에선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잠에서 깨어나 바로 몸을 움직이니 배고픔이 밀려왔다. 부엌으로 가니 역시나, 아빠가 차려놓은 아침상이 나를 맞이한다. 대단한 건 없다. 냉장고에서 꺼낸 듯 보이는 몇 가지의 반찬과 계란 프라이. 흰 쌀밥이 날 기다리고 있다. 평범한 아침. 여기에 작은 메모 한 장이 추가된다.
[늦어도 저녁 9시까지 돌아오도록 하마. 사랑한다 딸아.]
조금은 징글맞지만 3년 전부터 시작된 아빠의 애정표현은 이제 느끼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홀로 맞는 아침을 당연하게 여기며 미적미적 식탁의자에 앉아 수저를 들었다. 썰렁하고 조용한 아침. 멀지 않은 곳에서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는 요란한 자동차 소리가 들려오는 것 외에는 다른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미 식어버린 국에 수저를 담갔다가 도로 빼냈다. 식으면 데워먹어야겠지만 막 아침잠에서 깨어난 내게는 귀찮은 일일 뿐이다. 국그릇에서 빼낸 수저를 밥그릇에 꽂아 넣었다. 수저로 큼지막하게 밥을 푸려는 순간이었다.
-우당탕탕!
아빠의 서재 쪽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통 같으면 ‘도둑인가?!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아니 우리 집은 이럴 때 사정이 조금은 다르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밥에 꽃아 넣었던 수저를 다시 뽑아 입에 넣은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발걸음이 닿은 곳은 바로 아빠의 서재. 닫혀있는 서재 문 앞에서 나는 우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당탕! 당탕!
또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아빠의 서재는 2평 남짓한 작은 공간으로 난 그곳을 일명 ‘창고’라고 부른다. 그 정도로 책이 많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들어서기에도 좁은 그 서재는 한 발짝만 잘못 내딛어도 금세 책 더미가 쏟아지는 위험천만한 곳이다. 그러니 앞서 들은 ‘우당탕탕’ 소리는 분명 책이 쏟아지면서 난 소리가 분명하다.
평소 상당히 조심성 있는 성격의 아빠가 저리도 서재를 뒤집어 놓을 정도의 소리를 내고 있다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난 입에 꽂아 넣었던 수저를 입 속에서 빼내며 서재의 문을 열었다.
“저녁 9시에 돌아오신다면서요?”
그 모습 그대로 멈춰선 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책으로 둘러싸인 좁은 아빠의 서재 안.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은 아빠가 아니었다. 남색 도포에 갓을 쓴, 거기에 장검까지 빼들고 있는 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조선인이었다.
손에 들고 있는 장검에 맞게 제작된 큼지막한 검집도 허리춤에 차고 있었다. 그 검집이 그가 움직일 때마다 쌓여있는 책들을 건드리며 뭉그질렀다.
갑자기 등장한 나를 돌아보려고 움직이던 그는 또 하나의 책 더미를 건드렸다. 그는 정신을 못 차리고 쏟아지는 책 더미를 피해 이리저리 몸을 틀었고, 그때마다 끝없이 새로운 책 더미가 만들어졌다. 한동안 넋 놓고 이를 바라보던 내가 소리쳤다.
“자, 잠깐!”
난 들고 있던 수저로 녀석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우, 움직이지 마!”
그도 내 말에 당황한 듯 그 자리에 서서 얼음이 되어버렸다.
“기, 기다려봐! 일단 진정해! 그 검집부터 허리에서 빼봐! 그게 자꾸 책을 건드리잖아! 아니지, 그 검부터 먼저 검집에 집어넣어! 그거 진짜 검이지? 아니! 진짜 검일 테니까, 일단 치워봐! 위험하잖아!”
정신없이 쏟아지는 말 중에서 그가 겨우 한 단어를 건져낸 모양이다.
“치워?”
“그 위험한 검부터 집어넣으라고!”
내 비명 섞인 외침에 녀석은 자신이 들고 있던 검을 쳐다본다. 그러더니 여자 앞에서 검을 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지금 자신을 위협하는 것이 책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뒤늦게 검을 검집에 꽂아 넣었다.
내가 안도의 한숨을 쉰 바로 그때였다. 녀석이 검집을 허리에서 빼내면서 서재에서도 가장 높게 쌓여 있던 책 더미를 건드리고 만 것이다. 쌓여 있던 책들이 위태롭게 흔들거리며 당장 쏟아질 기미를 보였고, 나는 수저를 내던지고 서둘러 뛰어가 온몸으로 이를 막아섰다.
“이씨!”
내 키보다도 높게 쌓인 책 더미가 무너지는 걸 막느라 나는 허둥지둥하는데, 일을 만든 녀석은 태평한 얼굴로 나를 구경하고 있었다.
무너질 뻔한 책들은 다름 아닌 일성록(日省錄). 간단히 말하면 조선시대 임금님의 일기다. 참고로 그 일기는 정조시대부터 시작되었다. 서재에 있는 이 책들은 역사편찬위원회에서 두껍고 질 좋은 양장본으로 새롭게 펴낸 것으로, 100권이 넘는 양에 무겁기는 아주 무겁다. 난 그중 최소 40여 권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으이씨! 안 보여? 안 보이냐고!”
나이대가 나와 비슷하게 보여서 나는 다짜고짜 반말로 녀석에게 소리쳤다. 그런데도 이 녀석. 멀뚱멀뚱 쳐다만 본다.
“좀 잡아봐! 책 넘어지잖아!”
내가 직접 지시한 다음에야 녀석의 손이 움직였다. 이름 모를 그 녀석의 덕으로 무너지려는 일성록을 겨우 막아낸 나는 한숨을 돌렸다.
녀석은 주변 환경이 익숙하지 않은지 좁은 서재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내게 물었다.
“여기는…….”
“아, 알아. 그 질문 나올 줄 알았어. 지금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 거지?”
계속되는 내 반말이 마음에 안 드는지 그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진다. 뭐, 차림새를 보아하니 적어도 조선시대 양반이다. 양반이라면 신분을 가늠할 수 없는 여자의 반말이 곱게 들릴 리가 없을 것이다. 이해는 한다. 이해는 하는데…….
“음, 여기는 말이지.”
이럴 때를 대비해서 아빠가 가르쳐준 대비책이 있지.
“천국. 아니, 하늘 세계야! 하늘나라. 하늘나라 알지?”
“하늘나라……?”
“봐봐, 낯설지? 처음보지? 뭐가 뭔지 모르겠지? 그게 바로 하늘나라라는 증거야.”
“하늘나라라니? 그럼 내가 죽었단 말이오?”
“어……. 그게 말이지. 죽은 건 아니고, 곧 살려줄 거야. 오늘 저녁쯤? 다시 원래 왔던 세상으로 가게 될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 여기에 가만히 있으면 돼.”
“내가 무슨 죄를 지은 거요? 천제의 노여움이라도 산 거요?”
“그건 이따가……. 그 천제님 오시면 이야기하자.”
여기서 천제는 물론 우리 아빠다. 조선 사람에게 천제 소리를 들었다는 걸 안다면 아빠는 좋아하실까?
“천제? 정말 여기가 천제가 사시는 하늘나라란 말이오?”
녀석은 아주 약간~ 내 말을 믿지 못하는 얼굴이다.
이럴 때를 대비한 방법이 또 하나 따로 있지.
나는 서재에 유일하게 하나 있는 창문을 열어젖혔다. 이 방법은 조금 극단적이라 아빠가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 적이 있었다. 그래도 저번에 조선 후기에서 왔다는 임노동자에게는 아주 잘 통했었다.
“봐봐. 여기 바깥을 보라고.”
내 말에 그가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참고로 우리 집은 아파트 30층이다. 쌩~ 하고 올라오는 차가운 가을바람과 더불어 사람들이 개미처럼 움직이는 것을 보자 녀석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다.
“이럴 수가…….”
녀석은 믿기 어렵다는 듯 한참을 밖을 내다보다가 결국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충격을 받은 녀석을 보아하니 아빠가 돌아올 저녁까지는 이 상태로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자, 진정하고 이 방 안에서 꼼짝하지 말고 있어. 때가 되면 돌아가게 해줄 테니까. 그나저나 혹시 목마르니? 물도 있고 주스도 있는데…….”
사색이 된 얼굴로 주저앉은 녀석은 말이 없었다. 나도 이 녀석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지는 알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내가 조선에 첫 발을 딛었을 때의 충격만큼은 될 테니까. 그런 부분에서는 나도 비슷한 경험자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나는 그 당시에 8살로 지금 이 녀석보다는 어렸다.
“휴우…….”
할 말을 잃은 채 기운 없이 앉아있는 녀석을 두고 조용히 서재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녀석이 나를 불러 세웠다.
“그런데 소저는 누구요?”
그 녀석의 질문에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 아빠가 미래로 데려왔던 사람은 여럿이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빠가 있었고 내가 그들을 만났을 때는 이미 어느 정도 아빠의 설명이 끝났던 터라, 굳이 나에 대해 소개할 이유가 없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어린 시절 조선에서 살았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들을 안정시키는 역할뿐이었다.
하지만 이 녀석에게만큼은 내가 조선에 살았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자신이 양반이라는 사실을 내세워 온갖 폼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나는…… 그냥 여기 사는 사람.”
“이곳에 사는?”
“그냥 그렇게 알아둬.”
녀석에게 말하던 나는 잊고 있던 수저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너지려는 일성록을 온몸으로 막기 위해 내달리는 순간 던져버렸던 바로 그 수저 말이다. 나는 수저를 주워들었다. 그런 나를 녀석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근데 넌 몇 살이니?”
내가 친근하게 말을 걸어서인지,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이 보였던 녀석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오고 있었다.
“올해 열일곱이요.”
녀석의 나이는 나와 같았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문을 닫고 서재를 나왔다. 부엌으로 돌아온 나는 개수대에서 수저를 깨끗이 씻고는 다시 식탁으로 돌아와 식사를 계속했다.
우리 아빠는 시간여행자다.
정확히는 우리 집안은 대대로 시간여행자의 집안이다. 그렇다고 거창한 집안의 역사라던가, 그런 걸 물어본다면 나는 통 아는 게 없다. 흥미도 없고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이렇다. 우리 집안 여자들은 남자들과 달리 불안정한 시간여행을 한다. 다시 말해 시간을 거슬러 갈 수는 있지만 집안 ‘남자’의 도움이 없으면 다시 원래 있던 시간으로도 돌아올 수가 없다.
여기에 여행을 시작한 시간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면 거슬러 올라간 시간에서 또다시 시간여행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여자는 남자와는 달리 정확한 날짜를 맞추어 시간여행을 하지도 못한다.
이런 불합리한 조건을 가졌던 나는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끔찍한 일을 겪었다. 그때 내 나이 8살. 그날은 휴일이었다. 아빠는 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요리하느라 부엌에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나는 내 방에서 세종대왕의 위인전기를 읽고 있었다.
세종대왕은 책 속 그림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린 내 눈에 꽤나 멋있는 분으로 보였다. 위인전기를 다 읽은 난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세종대왕을 보고 싶다고 말이다.
그때는 우리 집안이 시간여행자라 집안이라는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시간을 거슬러 세종대왕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 단지 그 생각만으로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여행의 문을 연다는 것을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그 생각을 한 순간, 내 귓가를 간질이는 따사로운 바람에 기분이 좋아졌을 뿐이었으니까.
그렇게 내 첫 시간여행은 아주 위험하게도 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시작되었다.
1447년의 조선. 나는 그곳으로 가서 세종대왕을 만났다. 세종대왕은 내 예상대로 좋은 분이였다. 물론 책 속 그림과는 다르게 통통하고 걸음도 부정확하게 걷는데다가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으셨지만 말이다.
“길을 잃은 것이냐……?”
세종대왕은 내가 그저 길을 잃은 어린아이라고 여기시고는 지밀상궁에게 잘 챙겨주라고 말씀하셨다. 만약 내가 조선으로 가자마자 세종대왕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잘해야 궐 밖으로 쫓겨났거나 최악의 경우 감옥에 갇혀서 조사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세종대왕은 내 신분에 관한 어떠한 기록도 없는 상태에서 생각시로 궐에 머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날 옹주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해 주셨다. 이것은 생각시들 중에서도 오직 나에게만 허락된 특권이었다.
그 특권은 안티를 만들었다. 나를 담당했던 상궁은 내가 자주 세종대왕을 뵙고, 옹주들과 어울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더욱 엄격하게 날 가르쳤다. 그것은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다. 현대를 살던 내겐 정신적인 학대가 따로 없었다.
사람이 아닌 ‘조선의 여자’가 되는 것. 기본 소양을 강요받으며 자신의 주장을 말할 수 없는 것. 신분에 따라 같은 나이라고 하더라도 친구가 될 수 없고 존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내가 알던 언어가 아닌 궁중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평생 일만 해야 하는 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것.
자유로운 21세기를 살아가던 초등학생에게는 엄청난 문화적 충격이자 끔찍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온 8년간을 잊어가며 완전한 조선 여인이 되어가는 길목에 놓여 있었다.
그때 아빠가 나를 찾아냈다. 어떻게 나를 찾아냈는지는 몰라도 아빠를 다시 만난 덕분에 난 현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내가 나고 자란 21세기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
말도 사투리에 가까운 고대 한국어를 사용했고 한글보다는 한자를 편애했다. 여기에 조용하고 나서지 않은 채 고분고분한 것이 여인의 미덕이라고 배워왔으니 또래와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불가능했다. 결국 난 왕따가 되었고 수업도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아빠는 이런 나를 자퇴시킨 후 집에서 직접 가르치셨다. 그리고 4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간신히 조선시대에서 익힌 습관을 모두 바꿨지만, 친구도 하나 없는 상태로 세상에 서야 했다.
내 또래의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는 시기에 난 대학을 가기 위해 검정고시에 매달렸다. 그렇게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는 것은 나에게 이뤄질 수 없는 꿈이 되어버렸다. 9년 전,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해서.
-쿠당탕탕.
아까는 ‘우당탕탕’ 으로 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번에 문 닫힌 서재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쿠당탕탕’이었다.
나는 골치 아픈 일에 연관되는 것이 싫어 서재 안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그저 꾸역꾸역 아침밥을 먹으면서 무심한 척 눈길조차 서재 쪽으로 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온 신경은 그쪽을 향해 있었다.
17살. 한창 호기심이 많을 나이란 건 안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17살은 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난 알 수가 없다. 지금까지 아빠가 과거에서 잠시 데려왔던 사람들 대부분은 중년이었다. 또 그들은 대부분 평민이나 노비여서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그들은 아빠와 함께 이 21세기로 와서 잠시 머물다 조용히 돌아갔다. 그들이 잠시나마 보았던 미래는 그저 신기한 ‘하늘세상’, 한낱 꿈으로 기억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신분도 양반인데다가 그것도 소년이다.
내가 밥을 다 먹었을 때쯤 더 이상 서재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다 먹은 밥그릇을 개수대에 가져놓기 위해 식탁에서 일어섰다.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오더니 다리에 힘이 풀리는 바람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
풀린 다리의 힘은 다시 일어서려고 하니 돌아왔지만, 아파오기 시작한 머리는 계속 아팠다. 이유 모를 두통과 관련해 불현듯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개수대로 가져가려던 밥그릇을 다시 식탁 위에 올려놓고는 서둘러 서재로 향했다.
서재의 문을 열어젖히자, 안에 있던 녀석이 놀라 고개를 든다. 그런 녀석의 손에 들려있는 건 한 권의 책. 녀석은 쓰고 있던 갓도 벗어서 옆에 내려놓은 채 막 책읽기에 몰두하려던 모양이었다. 난 험악한 기세로 녀석에게 다가가 그가 들고 있던 책을 빼앗았다.
“남의 물건에는 함부로 손대지 말라고 부모님께 안 배웠니?!”
유오디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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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유오디아 입니다. 완결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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