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0/11)

에필로그 1. A deep night

체데프는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중 가장 고통스러웠던 두 가지 순간을 꼽자면, 조금도 망설임 없이 정의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라샤에게 실망을 안겨 이별을 맞이했을 때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그녀가 출산에 임한 날이었다.

산통은 새벽 무렵 갑자기 시작되어 한낮을 지나 밤으로 접어들 무렵까지 계속되었다. 산실 안쪽에서 잇따라 들려오는 라샤의 비명에 간이 마르고 피가 차게 식는 심정이었다.

체데프는 출산이 진행되는 내내, 굳게 닫힌 산실 앞 소파에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그 상태로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는 실 같은 문틈만 집요히 응시하며 다리를 덜덜 떨었다. 공작인 그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초조한 모습이었다. 체데프는 종일 식사는커녕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오직 산실에만 온 신경을 기울였다.

금남 구역이 된 침실 문이 잠깐 여닫히며 금방이라도 절명할 듯한 라샤의 숨소리가 넘어왔다. 그때마다 체데프의 거구는 위협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시종일관 움찔댔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연거푸 옷깃 쪽을 어루만졌다. 이미 풀어 헤치다 못해 신경질을 내듯 크라바트를 갈기갈기 찢어 버린 지 오래인데도 자꾸만 목이 조이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산고의 고통을 겪는 건 라샤인데 어째 체데프마저도 함께 야위어가고 있었다.

파란색으로 칠해졌던 하늘이 다시 꺼멓게 물들 무렵이었다.

응애애-

안쪽에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기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체데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에게 금지되었던 영역의 문이 열리며 그는 쏜살같이 안으로 진입했다. 가장 먼저 라샤를 살폈다. 평소 체력이 약한 라샤를 위하여 황제가 친히 파견을 보내 준 황실 마법사가 그에게 허리를 꾸벅 숙였다. 마법사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라샤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해산이 진행되는 동안 맞잡은 손을 통해 기력을 회복시켜 주는 마법을 걸고 있던 것이다.

체데프는 온통 땀에 젖은 얼굴로 간신히 숨만 쉬는 라샤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아기는…….”

“이봐.”

체데프는 곧장 산파와 그 조수들을 호명했다. 곧 산파가 하얀 속싸개를 품에 안고 다가왔다. 라샤도 체데프도, 두 사람의 시선이 그 속싸개에 쏠렸다. 산파가 얇은 천을 걷자 이제 막 세상에 난 아기가 조심스레 얼굴을 드러냈다.

“감축드립니다. 어여쁜 공녀님이시군요.”

그토록 딸을 바라온 체데프였으나 그는 정작 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다. 산파의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생명체는 몹시도 사랑스러워 마냥 허황하게만 다가왔다. 체데프는 무심결에 손을 뻗다가 움찔하더니 얼른 몸을 틀었다. 한쪽에 놓인 손숫물로 정성스럽게 손을 닦고서야 아기의 뺨을 어루만질 수 있었다.

아비의 손길을 느꼈는지, 가물거리던 아기가 스르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체데프는 저를 똑 닮은 금안을 마주하는 순간 정수리가 쭈뼛하는 강렬한 전율을 느꼈다. 그건 마치 작은 라샤 같았다. 산파가 조심스레 그의 품에 아기를 넘겨주었다. 체데프는 어색하게 안은 채로 멍하니 품 안을 내려다보았다.

제 품에 있는데도 도통 믿기지가 않는다. 이 조그만 것이 라샤의 배 속에 있었다고. 그 안에서 그렇게나 어미의 양막을 두드리며 제 존재감을 알리고 있었다고…….

“체데프…….”

다 죽어가는 음성이 멍한 그의 정신을 깨웠다. 체데프는 얼른 상체를 기울여 아기를 라샤에게 보여 주었다. 핼쑥하게 질린 낯으로도 어여쁨이 가실 길 없는 라샤는 울멍울멍한 눈길로 아기를 응시했다. 까아아. 아기가 엄마를 알아본 것처럼 예쁘게도 웃었다.

“고생 많았군.”

“응…….”

“이제 푹 쉬도록 해.”

체데프가 자상한 음성으로 속삭이며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겨 주었다. 그 손길을 자장가 삼듯 라샤는 오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는 제 품 안에서 바르작대는 아기를 다시금 내려다보았다. 어미에게 보여 준 웃음을 아비인 제게도 동등하게 보여 준다. 심장에 깃털이 떨어진 것처럼 간질간질했다. 체데프는 이 감각을 모르지 않았다. 라샤를 볼 때면 늘 느끼고는 했던 바로 그것, 사랑스러움이었다.

* * *

예상했던 대로 몸을 푸는 일은 그녀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라샤는 한동안 침대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몇 달 치의 기력을 아기를 낳는 데에만 온통 쏟아부은 것 같았다. 힘겨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제 품 안에서 꼼질대는 딸을 볼 때면, 기억 속의 모든 고충은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아기의 이름은 두 사람이 사전에 논의한 바에 따라 아티엔느가 되었다. 고대 신화 속에 나오는 평화의 여신에게서 따온 이름이었다. 라샤도 라샤지만 체데프는 아티엔느가 예뻐 어쩔 줄을 몰라했다. 막달에 들어서고부터 딸이 좋겠다며 노래를 부르더니 소원성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라샤의 산후조리가 얼추 끝났을 즈음 본격적인 결혼식 준비가 시작되었다.

체데프는 일찍이 시간을 내어 그녀와 하루에 한 번씩 산책을 나가고는 했다. 신부의 길을 걷기 위한 연습이었다. 그리고 체데프가 미리 골라놓은 웨딩드레스를 시착해 보고 그들의 식이 올려질 홀 또한 살펴보았다. 트집을 잡을 생각이 있던 건 아니었으나, 그가 어찌나 철두철미하게 준비를 해 두었는지 진정 흠잡을 데가 조금도 없었다.

마침내 라샤의 거동에 조금도 무리가 없어진 날 그들은 결혼을 올리게 되었다.

그날 결혼식이 치러진 공작저에는 마차가 끊이지가 않았다. 세실리온 공작과 그의 유명한 애첩이 올리는 결혼을 보겠다는 열망과 호기심이 잔뜩 밴 걸음들이었다.

그날 귀족들은 여러 번 놀라게 되었다.

먼저 어지간한 공식 석상에서는 웃는 낯 한 번 보기 힘든 세실리온 공작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정점에 달한 건 제게로 걸어올 신부를 기다릴 때였다.

다음 놀란 건 신부의 등장이었다. 피아노 연주가 나오며 형형색색의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사이로 라샤가 나타났다. 하객으로 초대된 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라샤는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그에게로 한 발 한 발 간신히 다가갔다. 몇 년이나 공작의 애첩이었다는 여자는 두꺼운 웨딩 베일 바깥으로도 그 미모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로드의 가까이에 앉아 있던 젊은 청년들은 무심결에 넋을 놓기까지 하였다. 세실리온 공작이 그리 목매던 주인공이 마침내 세간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마지막은 대신관의 주례가 끝이 나는 순간 체데프가 그녀를 안아 한 바퀴 빙글 돈 것이었다. 하얀 웨딩드레스와 검은 정복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순간이었다. 엄숙하고 진중하게 진행되는 여타 귀족들의 결혼식과는 그 궤가 조금 달랐다. 하객들의 눈에는, 진정한 사랑의 결실을 목격한 놀라움을 선사한 순간이었다.

새신랑과 신부를 감싼 공기는 포근하였고 나부끼는 꽃잎은 장관을 이루어냈다. 그날, 궁정 화가가 그 장면을 빠르게 종이 위에 옮겨 담았는데 이는 세실리온 공작저 홀에 큼지막하게 걸리게 되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걸작이었다.

* * *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각하.”

“공작 부인께서 대단히 아름다우시더군요.”

“오늘 처음으로 뵙게 된 자리가 아닙니까. 인사라도 드리고 싶은데…….”

“초대에 응해 줘서 고맙네. 적당히 즐기다 가지.”

체데프는 제게 쏟아지는 인사를 적당한 선에서 잘랐다. 라샤를 다시금 만나 보고 싶어 제 앞을 얼쩡거리는 것들은 더욱 가차 없이 끊어냈다. 감히 어딜. 제 것이 예쁜 건 저만 알고 있으면 되는 사실이었다.

라샤는 단언컨대 흔한 인상이 아니었다. 흔하기는커녕 쓸데없이 예뻐서 스쳐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곧잘 붙잡았으며, 그걸로 모자라 한 번 보면 쉽사리 잊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저처럼 거만하던 놈도 단숨에 병신 머저리로 만든 그녀가 아니던가. 게다가 라샤를 찾아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로베니 영애의 기사도 그랬다. 고작 스치듯이 한 번 본 것만으로 라샤의 얼굴을 기억했다. 그 사실이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 그의 배알을 뒤틀리게 만들었다.

독점욕과 소유욕이 여지없이 불타올랐다. 남들의 호기심이 그녀에게 향하지 않기를 바랐다. 라샤를 향한 관심은 오직 저만 독차지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만큼 쓸데없는 시선에 노출되도록 낭비하고 싶은 맘은 조금도 없었다.

그리하여 체데프는 실제로 결혼식 하객을 받지 말아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제발 공작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달라’는 오닉스의 곡소리에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라샤는 피로연 때 잠시 얼굴만 비친 후 지금은 침실로 올라가 쉬고 있었다. 원체 몸이 약한 그녀에게는 본식 정도의 일정도 벅찰 게 분명하다는 체데프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조금쯤은, 그녀를 이 이상 남의 시야에 드러나게 놔두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기도 하였다.

그는 침실에서 저를 기다릴 아내와 딸만 떠올리면 제게로 몰려드는 인파를 죄다 축객하고 당장 올라가고 싶었다. 그래도 화려한 샹들리에의 빛이 깨운 이성이 한 줌 정도는 남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마침내 중요한 초대객들과의 대화를 갈무리하였다. 체데프는 적당히 정리를 지시하고는 부리나케 홀을 빠져나와 계단을 밟아 올라갔다.

“…….”

순식간에 침실에 도착했다. 7년을 넘어서는 시간 동안 함께 써 온 침실이 유독 낯설게 다가왔다. 이제는 단순히 침대를 공유하는 사이가 아니었다. 남편과 부인이 된 것이다. 법적인 부부였다. 그걸 곱씹을수록 체데프는 속이 빠듯하게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는 조용히 문을 닫고 응접실을 가로질렀다. 바로 침실로 가지 않고 응접실 한편에 놓인 요람으로 향하였다. 아티엔느가 태어난 이후로 그들의 침실과 연결된 응접실에는 고풍스러운 이 요람이 자리했다. 본래 귀족가에서는 갓 태어난 아기를 위한 아기방이 따로 준비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라샤가 언제건 어느 때건 아기를 제 손으로 보살피고 싶어 하여 아티엔느는 이곳에서 지내게 됐다.

시간이 늦어져서 그런지 아티엔느는 쌕쌕거리며 곤히 잠들어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모습에 심장이 통째로 울리는 기분이었다. 그는 괜히 건드렸다가 깰까 싶어 지긋한 눈길만 준 후 요람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이후 걸음은 주저 없이 침실로 향하였다.

“오셨어요?”

때마침 욕실에서 나오던 라샤와 마주쳤다. 지금 막 씻었는지 하얀 볼은 불그스름하게 상기된 채였고 머리는 살짝 젖어 있었다. 그리고…… 제법 큰 비단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내 건가?”

“아, 네. 제 거는 실수로 떨어뜨려서.”

그건 바로 체데프의 가운이었다. 짙은 감청색의 그것은 그녀가 입기에는 너비며 폭이 무척이나 커서 어깨선이나 가슴골이 은밀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욕실로부터 나오는 빛에 얇은 가운 속으로 실루엣 또한 어렴풋이 보였다.

그 아슬아슬한 전경은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에 그가 부단히 억눌렀던 욕정을 단번에 치밀게 만들었다.

“꺅……! 체데프!”

“쉿, 아티 깬다.”

단번에 안아 올리는 힘에 놀라 비명을 지른 라샤는 잇따른 그의 말에 얼른 입을 합 다물었다. 그게 참을 수 없이 귀여워서 그는 그녀에게 쪽, 하고 잔키스를 남겼다.

어깨로 검은 휘장을 걷어낸 그가 침대 위에 라샤를 조심스럽게 놓았다. 체데프는 그녀의 종아리를 들어 발등을 아프지 않게 깨물었다. 그 입술은 촉촉대는 소리를 남기며 서서히 살결을 타고 올라왔다.

가랑이 사이를 아슬하게 가리는 천 자락을 파고드는 대신, 그는 긴장감이 배기 시작하는 이 분위기를 즐기듯 천천히 그녀의 몸 위를 누볐다. 얄따란 가운 위 보란 듯 젖꼭지 부분에 입술을 느릿하게 문질렀다.

“흐응…….”

라샤는 입술을 손등으로 가리며 신음했다.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목에 걸린 붉은 목걸이가 이리저리 빛을 냈다.

그는 돌기를 지그시 비벼 자극을 더해 주며 물었다.

“아까 웨딩드레스 안 젖었나? 모유 나왔을 거 같은데.”

갓난아기인 아티엔느는 현재 어미의 젖을 열심히 먹으며 클 때였다. 매일 밤낮으로 아기에게 물리게 된 탓에 라샤의 유방은 최근 들어 부풀었고 또 임신을 하고 있을 때보다도 예민해진 상태였다. 지금 이렇게, 입술로 살살 문지르는 것만으로 젖꼭지가 돌올하게 솟구쳐 천 자락을 축축하게 적시는 것만 봐도 그러했다.

“모, 몰라요. 으응…….”

“하인들이 보면 놀라겠는걸. 성스러운 결혼식 중에 마님의 가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느냐면서 말이지.”

라샤가 하지 말라는 듯 홍조를 띤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늘 밤 그가 야금야금 벗겨 한입에 삼켜낼 사랑스러움이었다. 체데프는 얼굴을 비비적대던 젖가슴에서 고개를 들어 그녀의 귓바퀴를 물었다.

평소 라샤의 성감대임을 잘 알고 있음을 증명하듯 느리고 끈질기게 혀를 굴렸다. 그의 어깨를 붙잡은 라샤의 손이 움칫움칫거렸다.

타액이 고인 혓바닥이 귓바퀴를 끈적하게 쓸어올리더니 곧 귓불을 살살 빨아주었다. 겉에서부터 공략을 하다가 점점 내밀한 안으로 향하던 평소의 방식대로 축축한 살덩이는 연골을 문지르다가 이내 귓구멍 안쪽으로 들어왔다. 쯥쯥대는 소리가 고막 지척에서 들렸다. 라샤는 그의 목을 끌어안은 채 가는 몸만 바르르 떨었다.

한참이나 혀를 돌려가며 귀를 유린하던 그의 입술이 떨어져 나가고, 길쭉한 손가락이 라샤의 턱을 붙잡았다. 손길을 따라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갔다.

마침내 입술이 맞물리려는 찰나였다.

으아앙―!

두 사람이 일제히 멈칫했다. 잘못 들은 게 아님을 표하듯 울음소리가 더욱 우렁차진다. 풋, 라샤가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체데프 역시 얼마 안 가 허탈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이마를 묻었다.

“우리 공주가 자기 빼고 놀려는 걸 눈치챘나 보네.”

“아까 전에 잘 자고 있었는데…… 가 봐야겠어요.”

“있어. 내가 가보지.”

라샤의 관자놀이에 쪽, 입을 맞춘 체데프가 몸을 일으켰다. 응접실로 향할수록 울음소리가 커졌다. 침대에서 멀어지고 싶지 않은 것처럼 느릿느릿하던 그의 걸음이 어느새 내달리듯 빠르게 응접실로 향하였다.

아까만 해도 천사처럼 자던 아티엔느가 하얀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빽빽 울어대고 있었다. 체데프는 아기의 겨드랑이를 붙잡아 훌쩍 안아 들었다. 토실한 엉덩이를 단단한 팔뚝으로 받치고 울음을 달래듯 둥개질을 하니 아티엔느의 보챔이 좀 줄었다. 그렇지만 완연히 울음을 그치지는 못했다.

“왜 그러니, 아티.”

저를 닮은 금안에서 물기가 번드르르하게 묻어나는 걸 볼 때마다 속에서 지진이 나는 심정이었다. 이 예쁜 눈은 평생 웃는 것만 보고 싶었다.

체데프는 아기의 뺨에 묻은 눈물자욱을 닦아 주며 계속해서 자상하게 얼렀다. 얼른 다시 재우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영 원만하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티엔느는 너른 아비의 품에서 그의 의복을 꽉 움켜쥔 채로도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 단순한 잠투정은 아닌 것 같았다.

체데프는 한숨을 내쉬며 하는 수 없이 침실로 향하였다.

“아티.”

침대 헤드에 기대 있던 라샤가 두 손을 뻗었다. 섭섭하게 아티엔느는 곧장 어미에게로 향하고 싶은 것처럼 손발을 꼼질댔다. 의지가 어찌나 뚜렷한지 몸의 무게중심마저도 라샤 쪽으로 쏠렸다. 체데프는 야속한 마음을 티 내지 않으며 아티엔느를 넘겨주었다.

체데프처럼 아티엔느를 품에 안고 달래던 라샤는 곧 무엇이 원인인지를 깨달았다.

“배고픈 것 같은데…….”

라샤는 혹시 하는 마음에 가운을 젖히고 아기에게 젖을 물렸다. 아티엔느는 언제 흐느꼈느냐는 듯 그녀의 젖꼭지를 앙 물고 쭙쭙 빨아댔다. 체데프는 조금 허탈하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아티, 좀 봐주지 그래. 오늘 나름대로 첫날밤인데.”

“아기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이거 먹고 푹 자는 거야. 알겠지?”

라샤의 핀잔에도 굴하지 않고 그는 아티엔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녀가 주문을 거는 것처럼 속살댔다. 라샤는 못 말리겠단 듯 고개를 저었다. 아티엔느는 애가 타는 아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열심히 모유를 먹고 있었다.

그렇게 잠깐의 포식 후 아티엔느가 입에 물고 있던 유두를 뱉었다. 그러고는 다시 잠이 오는지 눈을 가물대며 하품했다. 트림을 시키는 건 체데프의 몫이었다. 그는 쉬고 있으라 말한 후 아티엔느를 안아 들고 다시 응접실로 넘어왔다.

아기가 생김으로써 이런 일이 발생한 건 다반사였다. 두 사람이 가지려는 오붓한 분위기가 깨지는 것 말이다. 다른 이었으면 두고 볼 것도 없이 면박을 주었겠으나, 그 대상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티엔느였기에 체데프는 그저 늘 행복했다.

그는 아티를 안고 돌아다니던 중 응접실 한편에 차려진 금반을 발견했다. 평소 체력이 약한 라샤는 아티엔느에게 모유를 먹이기 시작하며 더 자주, 금방 지치고는 하였다. 그게 잠자리를 할 때도 예외는 아니라서 체데프는 응접실 내 금반에 상시 과일같이 가벼운 음식을 넣어두라고 지시했다. 라샤에게 먹이기 위해서였다.

덮개를 걷으니 오늘이 결혼식이라서인지 달콤한 디저트가 종류별로 놓여 있었다. 다른 것보다도 제법 크게 제작된 몽블랑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때마침 어깨에 기댄 아티엔느가 트림을 했다. 배가 부르자 만족스러웠는지 아기는 등을 쓱쓱 쓰다듬어 주는 아비의 손길을 자장가 삼아 금세 눈을 감았다.

다시 천사로 돌아온 사랑스러운 얼굴을 응시하며 체데프는 아티엔느를 조심스레 요람 위에 눕혔다. 그리고 침실로 돌아가기 전, 생크림이 가득 올려진 몽블랑 접시를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침실로 들어서니 라샤는 아까 전 앞섶을 풀어 헤친 가운을 다시 여민 채 침대 헤드에 기대앉아 있었다. 어스름한 불빛에 드러나는 얼굴이 자꾸만 눈길을 잡아끈다. 내려앉아 그늘처럼 눈 아래에 드리우는 풍성한 속눈썹, 오뚝한 코에 붉은 입술. 그것을 핥듯이 쳐다보고 있자니 가까스로 가라앉은 아랫도리가 바짝 기립했다.

특히나 오늘은 제 가운을 입은 게 몹시도 흡족했다. 가끔 정사가 끝나고 감기라도 들까 노심초사하여 입혀 준 적도 더러 있었으나, 제가 입혀 준 것과 그녀가 직접 입은 것은 천지 차이였다. 체데프는 유독 그녀가 제 것을 만지거나 입거나 쓰는 걸 좋아했다. 그녀를 온통 독점하길 원하는 그이니만큼, 그녀 역시도 저를 그렇게 해 줬으면 하는 건 당연한 반응이었다.

라샤는 제 위로 짐승처럼 올라타는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드디어 아기로 인해 방해받았던 입맞춤이 재개되었다. 그가 라샤의 턱을 그러쥐어 입술 아래를 꾹 눌렀다. 벌어진 틈새로 혀를 집어넣어 점막을 비비고 핥았다. 대리석처럼 반반한 뺨을 쓰다듬던 라샤의 손이 조금씩 내려가 크라바트를 풀기 시작했다.

“오늘, 너무 예쁘더군…….”

성감의 기류를 띠듯 탁해진 사내의 음성이 귓바퀴에 점액질처럼 달라붙었다. 라샤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에게 듣는 직접적인 표현은 왜 몇 년이 지났음에도 한결같이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체데프는 그녀의 관자놀이에 잔키스를 퍼부으며 가운 자락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하얀 배를 타고 올라가, 벌어진 가슴 부근의 천 자락에 손가락을 걸어 아래로 쭉 내리자 단추가 볼품없이 풀어져 앞섶을 훤히 벌렸다.

그는 선홍빛의 유두가 양쪽 다 도톰하게 발기한 걸 확인하고 숨이 막히는 듯한 탄식을 흘려보냈다. 이제 막 젖을 물린 탓인지 평소보다 색채감이 진한 것도 같다. 출산을 하고 나서 유방즙을 뿜어내기 위해 한층 더 선이 진해진 젖가슴을 그는 매일 집요하리만치 물고 빨았다.

그의 손가락이 풍만한 젖무덤을 움켜쥐더니 도도록이 선 유두를 톡톡 건드렸다. 그러자 젖구멍 사이로 유백색의 액체가 물방울처럼 맺혔다. 그가 알이 단단하게 굵어진 꼭지를 엄지와 검지로 꾹 누르자 유즙의 형태가 더욱 또렷해졌다.

체데프는 그것이 줄기를 그리며 흘러내리기 전에 혀를 내어 날름 핥았다. 아기를 위해 준비된 것을 제가 먹겠다고 혀 놀림 하는 것이 다분히 색한 같았다.

첫 시작은 음험한 눈길이었다.

어느 날 아티엔느에게 모유를 먹이는 걸 꽤나 빤히 지켜보며 유방을 계속 주무르더니, 결국엔 그 밤중에 유두를 입술로 물어 조이며 그 맛으로 제 혀를 적셨다.

이후, 은밀한 밤중엔 말할 것도 없고 낮에 시간을 보내다가도 불쑥불쑥 젖가슴으로 입술을 내린 적이 빈번했다. 시린 듯 반반한 낯짝을 앙가슴에 묻고 비비는 행위는 그리 노골적이었다. 어서 빨리 앞섶을 열고 제 입술에 탐스럽게 차오른 젖꼭지를 물려달라는 그 음탕한 신호. 매 때마다 보이는 탐욕에 라샤는 아기의 양식이 남아 있을지 진정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응…….”

유두를 핥은 건 단지 전초전이었을 뿐이었다.

말캉한 혓바닥이 모유를 뿜어내는 구멍을 부드럽게 감아올렸다. 다음으로는 그의 목울대가 울렁거릴 만큼 거센 흡입이 시작되었다. 질척한 혀끝으로 젖구멍을 집요하게 후벼팔 때마다 안에 고인 것이 쭉쭉 빨려 나가는 게 라샤에게도 선연히 느껴졌다. 영혼이 함께 들러붙어 새는 것처럼 머릿속이 녹작지근하게 풀어졌다.

“아읏…… 아……!”

저돌적으로 달려들어 백탁의 유즙을 쭙쭙 빨아대는 그의 머리통만 간신히 붙들고 있던 라샤는 그가 끝내 이로 꽉 깨무는 순간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 아파요. 그만…….”

젖꽃판을 살살 문지르다가 아예 직접 손으로 주무르며 모유를 짜대는 그의 행동에 발을 버둥거리며 거부하니 그가 위로 올라와 입술을 겹쳤다. 그의 혀에서는 우유 비슷한 맛이 내풍겼다. 그것이 뒤엉키는 타액을 따라 라샤에게까지 흘러 들어왔다.

꼭 섹스 같은 키스였다. 흉포한 성기를 아래에 욕망스럽게 처넣던 그 행동만큼 혀끝을 뾰족하게 세워서 목구멍에 닿을 만치 밀어 넣고 또 밀어 넣어댄다. 그러니 라샤의 숨은 자연히 꼴깍꼴깍 넘어가기에 여념이 없었다.

제어를 하지 못하는 것처럼 점막을 거칠고 사납게 휘저어대던 혀가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체데프가 라샤의 아랫입술을 질겅 깨물었다가 쪽 빨아들였다.

“달지?”

“흐읍.”

“이제 좀 알겠나? 내가 왜 그렇게 네 가슴에 환장하는지.”

사정이 그러하니 말리지 말라고 뇌까린 체데프는 아까 전 빨아 준 왼쪽 대신 이번엔 오른쪽 돌기를 덥석 물었다. 입 안에서 터지는 달큼한 모유를 들이켜던 그의 눈에 불현듯 협탁에 올려둔 몽블랑이 들어왔다. 깊이 빨아들였다가 놓은 통통한 유두에 쪽, 입을 맞춘 그가 접시로 손을 뻗었다.

“오늘은 좀 격하게 놀 것 같으니.”

미리 기력을 채워 두는 게 낫겠다 싶었다.

체데프는 몽블랑 위에 장식된 크림 덩어리를 손가락으로 뜨더니 라샤의 입술로 다가왔다. 라샤는 주저하다가 입을 벌려 그의 손가락을 빨았다. 입 안을 파고드는 뭉글거리는 크림의 단맛이 한계치 이상으로 달다. 쭙, 하고 그의 손마디를 느릿느릿 핥자 체데프의 미간이 단번에 굳었다. 발기한 아랫도리가 아플 정도로 뻐근해지고 있었다.

이번엔 라샤의 입술에 크림을 바른 그가 고개를 숙여 아랫입술을 진득하게 빨아 물었다. 들큼하게 젖어 든 숨결에 고조되는 성감이 켜켜이 묻어났다. 두 사람은 타액 대신 달콤한 크림을 부비며 한참이나 혀를 얼크러뜨렸다.

“하…… 달아.”

숨이 막혔는지 씨근대는 라샤의 이마에 이마를 맞대 비비적거리며 체데프가 아득한 감탄을 흘려보냈다. 충동에 기인한 행위가 몹시도 아찔한 쾌감을 만들어냈다.

라샤는 불편하게 꺾인 무릎을 세우다가 그 위로 스치는 뜨겁고 단단한 물건에 숨을 흡 들이마셨다. 그의 좆은 이미 허벅지 위로 몽둥이처럼 윤곽을 드러낼 만큼 곧추서 있었다. 그녀가 그 위용에 새삼스레 놀라는 사이, 체데프는 크림을 덜어 조금 전까지 신나게 맛보았던 젖꼭지에 처덕처덕 발랐다.

“체데프……!”

“이러면 얼마나 달아질까.”

크림 사이로 바짝 발기한 유두를 꽉 비트는 그의 손길에 달콤한 아릿함이 일었다. 배 안쪽이 본능적으로 수축하며 라샤의 다리 사이가 울컥 젖었다.

체데프는 혀를 판판하게 펴서 돌올해진 유두의 단면을 문질거렸다. 고양이가 제 털을 핥는 것처럼 정성스럽고 끈질기게. 라샤는 그의 머리칼에 손을 넣은 채로 밭은 숨을 가쁘게 흘려보냈다. 사내의 붉은 혀에 하얀 크림이 지저분하게 묻어 있을 게 눈에 선했다.

“하아, 하아…….”

그는 한 번씩 입술로 돌기를 휘감아 쪽 빨아올렸다. 크림은 물론이고 돌출된 정점 안에 고인 모유까지 흡입하겠다는 욕심이 또렷이 느껴졌다. 이후 크림이 다 사라지고 야하게 솟은 꼭지가 땡땡 부을 만큼 빨린 뒤에야 그는 고개를 들었다.

종전 입 안을 흠뻑 물들이던 맛을 되새기려는 것처럼 그가 윗입술을 핥았다. 하지만 라샤의 젖무덤 여기저기에 발라놓은 크림으로 인해 그의 입술은 난잡했다.

라샤는 그 장면을 혼몽하게 응시하며 속살거렸다.

“입술에…… 묻었어요.”

“닦아 줘.”

지그시 눈을 감고는 얼굴을 코앞까지 들이댄다. 라샤는 기꺼이 혀를 내어 지저분하게 남은 크림의 흔적을 샅샅이 핥아 주었다. 한 박자 늦게서야 손으로 지워도 된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혀를 가져다 댄 마당에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 남은 걸 마저 할짝할짝거렸다.

묻은 걸 닦아 주는 행위는 눈 한 번 감았다가 뜨는 순간, 혀가 입 밖에서 섞이고 있는 음란한 키스로 돌변했다.

그의 어깨에 얹어둔 손이 붙잡히더니 이내 깍지가 껴졌다. 점성이 심하게 질척이는 느낌에 눈을 돌리자 크림이 엉망으로 묻은 그의 손가락이 제 손가락 사이사이로 파고들어 있었다. 이상하게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천박하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하아, 내 정액 같지.”

성급하고 애끓는 음성으로 속삭인 그가 뺨에 입술을 쪽쪽, 붙였다가 떼며 야살스레 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씨물처럼 뭉친 거품으로 손이 더러워진 광경을 라샤는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끈적해…….”

“내 정액도 저렇게 끈적거리나?”

“몰라…….”

왜 그런 이상한 걸 묻느냐며 라샤가 인상을 찌푸렸다. 흑발 사이로 드러난 귓바퀴가 불그스름한 게 민망한 모양이었다. 체데프는 귀엽다며 주름진 미간에 쪽쪽 키스를 뿌렸다.

“……라샤, 우리 이제 정말 부부네.”

그는 라샤의 양손을 제 목에 감게 한 후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댔다. 크림이 살짝 남은 아랫입술을 쭙 빨았다가 놓으며 탁음으로 채근했다.

“여보, 하고 불러 봐.”

“…….”

“불러 주세요, 여보.”

라샤의 입술이 주저주저하듯 한참 달싹거렸다. 여보, 결혼하여 부부 사이가 되었다는 게 역력해지는 호칭이었다. 새삼 수차례의 변화를 겪은 호칭이 그들 사이에 자리한 길고 긴 시간을 대변하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주인님이었고, 그다음에는 체데프, 그리고 마침내 여보라니.

“……여보.”

라샤가 끊어질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자 체데프는 해사하게 웃었다. 오늘 결혼식이 진행되던 중 그녀가 제게로 걸어오는 것을 볼 때의 표정과 흡사했다. 행복이라는 바다 속에 기꺼이 몸을 내던지는 표정 말이다.

“이제 슬슬 아픈데.”

“응……?”

“아까부터 서 있어서.”

체데프는 잠시 몸을 떼어내 옆에 놓인 물에 대충 손을 씻어냈다. 라샤의 안에 들어갈 건 무엇이든 깨끗해야 했다. 몇 번 손을 휘저으니 하얀 크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라샤는 제 손까지 꼼꼼히 닦아 준 후, 다시 본격적으로 자세를 잡는 체데프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와 시선을 맞춘 채로 말하기를 주저하듯 한참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녀가 무언가 말하기를 망설이고 있음을 깨닫고 체데프는 얌전히 기다렸다.

“오늘은…….”

목이 마른 건지, 아니면 바짝 긴장한 건지 라샤는 건침을 꿀꺽 삼켰다.

“오늘은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요.”

“…….”

“참지 않아도…… 된다구.”

체데프의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 금안 위로 격정 어린 이채가 일렁였다. 그건 매 정사 때마다 그녀를 배려해 주기 위하여 그가 그어놓은 진한 선을 흐릿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가까스로 참던 본능을 마구 치밀게 하는.

“나중에 후회해도 나는 몰라.”

라샤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체데프의 눈길이 그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에 새겨넣을 듯 응시했다.

이윽고 그가 꼭 그러모은 라샤의 가랑이를 벌려 클리토리스 위를 뭉근하게 문질렀다. 끈적한 손길로 수줍게 다물린 소음순을 살짝 갈라, 안 봐도 붉게 충혈됐을 게 뻔한 음핵을 원형으로 궁굴린다. 잊지 않고 틈틈이 손톱을 세워 짓누르듯 긁어 줄 때마다 라샤는 허리를 비틀었다.

“아……!”

“벌써 흥건하네.”

그의 증언대로 구멍이 제멋대로 옴찔대며 물을 줄줄 쏟아내고 있는 게 실로 잘 느껴졌다. 외음부만 끈질기게 애무하던 달콤한 그의 손길이 음부에 직접적으로 닿았다.

그가 깨끗하게 씻은 손가락으로 구멍을 얕게 쑤셨다.

“흣, 아……!”

“내 자지는 어떻게 받아먹으려고 이렇게 조일까.”

“으응…….”

“하아…… 소리 들리지?”

그의 말마따나 손가락이 내벽을 간질거리게 휘저으며 들어올 때마다 쿨쩍쿨쩍대는 질척한 소리가 났다. 그는 라샤의 오금을 붙잡아 단단히 고정시키더니 상체를 숙였다. 곧 불두덩 아래에서 할짝대는 소리를 내며 개처럼 혓바닥을 놀렸다.

“흐, 아으응……!”

도톰하게 발기하여 번들대는 음핵을 아무렇게나 빨고 깨물어대며 성감을 자극했다. 그러더니 뭉근하게 풀어진 질구를 벌리며 혓몸을 한가득 밀어 넣었다.

“아아앙, 아……!”

안에 물씬 담긴 애액을 퍼마시려고 후비적거리는 혀의 움직임이 그리 난잡할 수가 없었다.

“넣어도 되겠는데…….”

평소보다 전희가 짧지만 구멍은 이미 풀어질 대로 풀어져 삼킬 걸 달라 욕망스레 뻐금거리기 분주했다. 그건 그녀보다도, 음부에 고개를 처박고 음순을 정성스레 갈라 안쪽 구멍을 살피는 그가 더욱 잘 아리라.

이젠 크림이 아닌 애액으로 젖어 끈적해진 손길로 구멍을 벌린 그가 아까부터 아플 정도로 발기해있는 좆을 꺼내 문질렀다. 그것만으로도 다디단 전율이 흘러 라샤는 허리를 비틀고 발가락을 둥글게 말았다. 핏줄이 두툼하게 불거진 검붉은 살기둥이 안을 달콤하게 휘저어 줄 것을 생각하니 절로 숨이 꼴깍 넘어갔다.

체데프가 라샤 쪽으로 상체를 가까이 기울인 뒤 은밀하게 속삭였다.

“여보, 박아 주세요…… 해 봐.”

라샤의 눈가에 당혹이 어렸다. 그는 쿠퍼액으로 축축해진 귀두를 음부에 대고 매끄럽게 움직여대며 눈가에 입을 맞췄다. 라샤는 제 심장이 몹시도 빨리 뛰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배 속이 인내를 몽땅 잡아먹을 만큼 뻐근하게 저렸다. 숨을 들이마신 그녀가 끝내 욕망에 져 입을 열었다.

“박, 아 주세요. 여보…….”

“어디까지 박아 줄까. 직접 말해 봐.”

살짝 쉰 사내의 탁음이 그리 관능적일 수가 없었다. 라샤는 갈증을 앓는 이처럼 격한 숨을 터뜨리며 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끝까지, 끝까지 해 줘요.”

“끝이 어딘지 잘 모르겠는데.”

라샤의 어깨에 이마를 묻은 그가 날개처럼 벌어진 양쪽 살점을 헤치고 귀두를 슬금 밀어 넣었다. 기분 좋은 압박감에 반사적으로 교성이 샜다. 허리를 휘며 그의 거대한 페니스가 더욱 들어오길 염원했으나, 안타깝게도 그의 삽입은 귀두에서 끝이 났다.

“여기까진가?”

장난스럽게 웃는 낯은 한 대 때리고 싶을 만큼 얄미우며 동시에 그토록 매혹적이었다. 그가 일컬은 ‘여기’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해갈되지 않은 욕망이 또다시 이성을 희부옇게 물들이고 있었다. 절로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초조함에 무력하게 지배당했다.

“더, 더.”

“욕심이 많네. 그래도 정확히 얘기해 주지 않으면 모르는데.”

“아, 아기…….”

“…….”

“아기 품는 데까지…….”

그녀가 하얀 손가락으로 자신의 배꼽 주변을 눌렀다. 그 움직임을 또렷이 담는 그의 시선이 날렵하게 곤두섰다. 악다문 그의 턱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안개처럼 모락거리는 성감에 함락된 건 라샤뿐이 아니었다.

“하아윽!”

귀두가 몰캉한 생살을 헤집고 강렬하게 떠밀려 들어왔을 때, 그리하여 갈망하던 깊은 골 안을 음탕하게 두드렸을 때. 라샤는 속절없이 몸을 떨며 짧으면서도 요란한 절정을 느꼈다. 전신의 신경 하나하나가 발산하듯 터지며 쩌릿쩌릿한 전율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휘돌았다.

“큿, 제길. 조여대기는……. 갔어?”

“으, 흐으…… 하앗!”

“박아 주자마자 간 거야?”

턱, 턱. 그가 비좁게 수축한 내부에 억지로 밀어 올리며 아직 예민한 안을 극도로 자극했다. 크기가 비대하며 동시에 강직도 또한 훌륭한 페니스가 황홀함에 취한 안으로 자맥질을 하며 능수능란하게 파고들었다.

그는 오싹한 절정에 전율하는 라샤의 내벽 안을 빠른 속도로 쑤셔댔다.

“흐으, 나, 흑, 지, 지금 갔는…… 아!”

“알아. 이렇게 좆을 못 깨물어서 안달인데 어떻게 몰라.”

“하아, 핫, 체데프, 체데프…… 으응!”

“남편 이름은 왜 자꾸 부를까. 여기 있잖아.”

라샤를 제대로 눕힌 그가 종아리를 감싸 쥐어 어깨에 걸친 후 농염하게 허리를 흔들어댔다. 그러면서 그는 미처 벗지 못한 옷을 빠르게 탈의했다. 그러고 나니 어깨에서부터 복부까지, 조밀하고 탄탄하게 차오른 그의 근육이 쾌감에 떨듯 움찔대는 게 라샤의 시야에 세밀하게 드러났다.

굵직한 기둥이 그 용맹한 모양새와 달리 조붓한 안을 자늑자늑하게 휘저어올 때면 라샤의 입에서 한계치를 넘은 비음이 샜다.

“오늘따라 물 많이 나오네.”

그가 시선을 노골적으로 접합부에 꽂아둔 채 읊조렸다. 라샤 또한 어렴풋이 체감하는 바였다. 보통 격렬하게 피스톤질 할 때나 맺히는 흰 포말이 벌써 흥건한지 허릿짓 한 번에 쩍쩍 대는 소리로 제 존재감을 드러냈다.

“발정 났나?”

“아앗, 아니에, 요, 흐응, 응!”

“부끄러워서 그래? 발정 나면 어때. 난 진작 그랬는데.”

어깨 위에 걸쳐둔 탓에 허공에 떠서 음란하게 흔들리던 다리가 불쑥 내려갔다. 그는 라샤의 다리를 곱게 내려 주며 엉덩이를 찰싹 내려쳤다. 아직 열기를 해결하지 못한 몸은 그것마저도 쾌락으로 받아들여 흠칫 떨렸다.

“하아, 엎드릴래? 그럼 좋아하는 데 더 깊게 찔러 줄 수 있잖아.”

“흐으응…….”

의향을 묻는 척 그는 멋대로 라샤의 몸을 뒤집었다. 안에 박힌 우둘투둘한 성기가 안을 예리하게 긁는 통에 그녀는 허리를 휘며 교성을 터뜨렸다. 그가 라샤를 제대로 엎드리게 만든 후 성기를 쭉 빼냈다. 흰 포말이 그 사이로 실처럼 늘어졌다.

“엉덩이 잡아서 보지 잘 보이게 벌려 봐.”

적나라한 요구에 라샤의 눈꺼풀이 절로 바르르 떨렸다. 침대 시트를 짚고 있던 한쪽 손을 뒤로 뻗었다. 살이 올라온 한쪽 엉덩이를 잡아 벌리며 그에게 무참히 유린당하던 부위를 스스로 내보였다. 바로 뒤에 있을 그에게는 뿌연 거품이 겹겹이 낀 구멍이 연신 옴찌락대는 게 실로 잘 보일 터다. 그 때문에 심장이 요란하게 쿵쿵댔다.

“흣.”

“잘 잡아. 놓치면 안 넣어 줄 거니.”

문득 무덥고 질긴 숨결이 닿는가 싶더라니 그가 혀를 내어 음부를 게걸스레 핥아댔다. 쭙쭙거리는 소리가 며칠 굶었다가 식사를 하는 이의 것처럼 채신머리없고 요란했다.

“아, 응, 아앙……!”

갈라진 사이를 혀로 쑤셔대고, 교접으로 말미암아 생겼을 포말을 삼키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그의 무자비하고 거칠 것 없는 섹스 방식이 새삼스럽게 천박한 전율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마냥 부끄러워 움츠러들던 라샤는 어느새 무심코 그의 혀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허리를 돌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허리 돌리네.”

“흑……!”

“보채는 건가? 얼른 좆으로 쑤셔 달라고?”

그 투정에 응해 주겠다는 양, 두툼한 귀두가 자극으로 붉어진 살점을 헤치고 재차 들어왔다. 그러나 이번 역시 질 어귀에 귀두를 걸치듯 끼워 두는, 전혀 시원스럽지 못한 삽입이었다.

“흐으응, 얼른. 얼른…….”

라샤도 모르게 자지를 더 먹겠다 엉덩이를 방만하게 치드니 그가 짝! 소리가 나게 후려쳤다. 아프지는 않았으나 화끈했다. 열감이 퍼지는 것만 같았다. 하응, 감당 못할 교성을 흘려보낸 라샤는 어서 빨리 이 죽을 것 같은 불바다에서 꺼내 달라는 심정으로 시트를 꽉 그러쥐었다.

흥분에 절은 사내의 숨결이 훤히 노출된 등줄기에 내려앉는 순간, 입구 부근에서 깔짝대던 성기가 단숨에 뿌리 끝까지 짓쳐 밀려왔다. 가장 깊은 곳까지 쑤셔 박는 힘에 일순 숨이 턱 막혔다.

“하으으응!”

아, 이렇게나.

이렇게나 기분이 좋을 수가 있을까. 뒷골이 얼얼하고 머리가 깨질 것만 같은 쾌락이었다. 미처 다물지 못한 그녀의 입술 새로 타액이 뚝뚝 흘렀다. 하지만 삼킬 새가 주어질 리 만무했다. 아까는 느릿하게 허리를 흔들더니 이번엔 처음부터 자궁을 갈라놓을 기세로 안을 푹푹 헤집어댔기 때문이었다.

“아! 아, 앗! 으응!”

“조여…….”

한 번씩 그가 끄집어내는 솔직한 토로가 이상하게도 귓속에 깊숙이 박혀 들었다. 그때마다 라샤는 질 안이 후끈해질 정도로 밀어 올리는 살덩이를 더더욱 옥죄고 깨물어대며 그를 자극했다. 서로가 서로를 아찔한 극점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흥, 으, 응!”

“박아, 주니까, 좋아?”

“하, 으, 으응! 조, 좋아…….”

장골과 엉덩이가 퍽퍽거리며 부딪칠 때마다 침대가 끽끽 소음을 냈다. 그가 손을 밑으로 뻗어 출렁대는 라샤의 젖가슴을 치대듯이 주물렀다. 간혹 손가락을 세워 젖꼭지를 비벼 줄 때마다 모유가 질척하게 터져 나왔다. 아래위로 물난리가 따로 없었다.

“아, 체데, 체데프, 흑!”

피가 몰려 굵직해진 귀두가 질 주름 하나하나를 펴 올리며 끝내 가장 깊숙한 자극점에 치달을 때마다 아래에서 물이 왈칵 터졌다. 그것은 거근이 빠져나갈 때 함께 딸려 나가는 살점에 들러붙어 있다가 그대로 허벅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깨끗하던 시트는 이미 서로의 점액으로 축축해진 지 오래였다.

“아아아…!”

눈앞이 번쩍거리며 뇌를 비트는 희열이 한층 더 심해진다. 이윽고 라샤가 고지를 눈앞에 뒀을 때 그는 구멍의 조임만으로 그를 알아챈 듯 불시에 페니스를 쭉 뺐다. 꽉 채워져 물씬 조여 물던 게 사라지자 소중한 것을 잃은 듯한 공허함마저 몰려와 라샤는 턱 끝까지 차오른 불만을 내뱉었다.

“아, 왜…… 흡!”

“얼굴 보고 하고 싶어서.”

굳은살 박인 손이 라샤의 몸을 저와 마주하는 방향으로 돌렸다. 페니스를 재차 삽입한 그가 그녀의 다리를 제 튼실한 허리에 감싸더니 엉덩이를 안아 불쑥 들어 올렸다.

“흣, 아……!”

반쯤 들어온 그것이 아래로 쏠리는 무게에 자연히 자궁을 칠 정도로 깊숙이 들이찼다. 그는 무겁지도 않은지 라샤를 안아 든 채 휘적휘적 잘도 걸었다. 그녀는 그의 목을 구명줄처럼 붙잡은 채 정신없이 신음했다.

체데프는 라샤를 창가 틀에 앉힌 채 허벅지를 활짝 벌렸다. 등줄기에 닿는 차가운 유리의 감촉에 몸을 움츠리자 구멍도 절로 움푹 조여들었는지 그가 묵직한 신음을 냈다. 야릇한 방아질이 다시 시작되었다.

“큭, 너무, 하아…….”

“아, 하읏, 아으응……!”

아무래도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남사스러운 행위에 이토록 열중할 리가 없었다.

“좋아? 응……?”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조금 전 흘러내린 모유를 무아경으로 빨아들이던 그가 물었다. 그러나 라샤는 대답할 정신도 없었다. 무언가 몰아치고 있는데 그게 어디서 일어나는 반응인지, 어떻게 해결되는지도 몰랐다. 그저 그가 주는 쾌락에 속절없이 휘청대며 조금이라도 빨리 해갈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등줄기를 훑는 한기 때문일까, 비좁은 구멍을 끈적하게 쑤셔대는 그의 성기가 뜨겁게 느껴졌다. 그 극렬한 온도가 전이된 양 그녀의 심장이 무척이나 빠르게 뛰었다. 퍽, 퍽! 한동안 살 치대는 음탕한 마찰음만이 침실에 울려 퍼졌다.

“아, 아앙…… 으응!”

그가 둔부를 그득 그러쥔 채 성기를 밑동까지 삽입했다. 그 빡빡한 침입으로 라샤는 머릿속을 암전시키는 오르가슴에 다다랐다. 전신이 굳고 발끝이 오그라드는 쾌락에 진저리를 치며 그의 품에 안겼다.

그는 달라붙는 그녀를 억지로 떼어내며 속을 그득히 채우던 성기를 불시에 빼냈다. 그의 선액인지 그녀의 애액인지 모를 물기로 번드르르하게 젖은 페니스가 퉁, 튕겨 그의 배꼽까지 올라붙었다.

체데프는 흐트러진 라샤의 다리를 양쪽 다 창틀에 걸쳐 아랫도리를 훤히 드러나게 하고는 텅 비어 오물대는 구멍 속으로 손가락 두 개를 밀어 넣었다. 그때쯤 그가 무슨 짓을 벌이려는지 눈치챈 라샤는 덜덜 떨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안 돼, 안 돼.”

“…….”

“흑, 가고 싶어요, 가고 싶, 아앙……!”

라샤가 눈물에 젖은 얼굴로 고개를 급히 가로젓는 걸 그는 지그시 바라보았다. 와중에도 탁탁, 손가락으로 질 내벽을 빠르게 긁어대는 속도는 줄어들지 않는다. 가고 싶다는 건 그녀와 그 사이의 밀어나 마찬가지였다.

“싸, 괜찮으니까.”

“욕, 흐, 욕실로 가서……!”

라샤가 기를 쓰고 버티자 그는 손가락을 하나 더 늘리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럼 들어가서 내 얼굴에 싸 줘.”

“뭐, 뭐, 뭐라구요? 싫어요! 아, 앙……!”

“싫으면 여기서 싸야지.”

“흑. 체데프, 제발. 응, 으응…….”

쿨쩍대는 속살을 사정없이 자극하는 그의 팔목을 붙잡은 채 간절히 고개를 저었다. 이미 배 속을 빠듯하게 꼬아대는 요의가 한계치까지 차올라 있었다. 발끝이 잔뜩 곱아 든 채로 라샤는 사지를 벌벌 떨었다.

홍옥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던 체데프가 혀를 차더니 라샤를 다시 안아 들었다. 그는 그녀의 뜻에 따라 주려는 듯 침실 내 욕실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적어도 침실에서 일을 치르지는 않겠구나 싶어 그녀가 마음을 놓는 찰나였다.

“……아, 앗!”

라샤를 닫힌 욕실 문 앞에 내려놓은 그가 갑자기 허벅다리 한쪽을 안고는 검붉게 발기해 있던 성기를 불시에 밀어 넣었다. 요의에 의한 자극으로 그렇지 않아도 경련하던 안쪽 살점이 그의 것을 미친 듯이 잡아 물었다.

“크읏…….”

“아, 안 돼. 안……!”

가슴팍을 정신없이 밀치고 두드리는 라샤의 손을 붙잡으며 그가 딱딱한 페니스를 거침없이 삽입했다. 자궁이 쿵쿵 밀려 흔들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고약한 남자는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던 것이다.

못질과도 같은 추삽질이 다섯 번 정도 이어졌을 즈음 클리토리스부터 배꼽 아래까지가 미친 듯이 찌르르하게 울렸다. 그걸 질 안으로 느꼈는지 그가 예리하고 정교하게 찔러대던 성기를 쑥 빼냈다. 그의 페니스가 빠져나온 자리를 타고 뜨거운 물이 왈칵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 흐읏…….”

쉬이이이.

결국 욕실 문에 기댄 채로 라샤는 물을 쫄쫄 흘렸다. 그는 이게 소피가 아니라고 누누이 말했지만 그와 똑같은 행위에 비슷한 크기의 수치심이나 다름없었다. 체데프는 여전히 라샤의 한쪽 다리를 든 채, 벌름대는 구멍으로부터 물이 실례를 하는 것처럼 줄줄 새는 걸 지그시 응시했다.

다리 아래에 웅덩이가 고일 만큼 쏟아지던 물줄기가 멎자 라샤는 훌쩍거렸다.

“소피 아니라니까 왜 부끄러워해.”

“욕실까지 데려와 놓고…….”

“안쪽에서 싸게 할 거면 거기서 하나 여기서 하나 똑같지.”

“……흣, 응!”

대답할 정신이 없는 건 그가 마치 제집 드나들듯 다시 성기를 집어넣은 채 라샤를 번쩍 안아 든 탓이었다.

“힘들어, 체데프…… 힘들어요…….”

체데프는 고작 두어 번으로 칭얼거리기 시작하는 그녀를 보며 난처하게 웃었다.

“참지 말라고 한 건 당신이잖아.”

“흐으…….”

“후회할 거라고 나는 말했어.”

몽블랑의 접시 한편에 놓인 청포도를 그녀의 입에 쏙 넣어 주며 그가 울먹이는 라샤를 어르고 달랬다. 그리고 그녀를 간신히 설득하고는 다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허리를 돌려댔다.

라샤는 그날 밤 부부의 첫날밤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몸소 체감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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