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12.
* * *
그는 손쉽게 하의를 벗겨 냈다. 하얀 다리를 붙잡아 활짝 벌리자 조그만 구멍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곧장 그곳에 얼굴을 처박고 키스했다.
“읍…….”
은서는 신음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손아귀로 입을 강하게 틀어막았다. 그는 작은 구멍 위에서 혀를 부드럽게 놀렸다.
츄르릅 츄르릅, 야살스러운 소리와 손아귀에 억눌린 신음이 묘하게 겹쳐져서 사무실 안을 울린다.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였던 그의 사무실은 이제 문란한 공기로만 가득 채워졌다.
좁은 구멍에서는 미끌미끌한 애액이 흘러나와 가죽 소파 위로 뚝뚝 떨어졌다. 그는 입술을 떨어뜨리고 바지를 열어, 팽팽하게 달궈진 페니스를 그녀의 안에 사정없이 쑤셔 박았다.
“흐읍!”
커다란 물건이 아래를 꿰뚫고 들어오는 감각에 은서는 전율하듯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는 그녀의 이마에 살포시 입술을 누르고 페니스를 뿌리 끝까지 밀어 넣었다.
이내 난폭한 추삽질이 시작되었다.
그는 상의와 브래지어를 한꺼번에 끌어 올려 젖가슴을 빨면서 더욱 깊고 강하게 허리를 쳐올렸다. 자궁까지 퍽퍽 찔러 대는 게 정말 그녀를 임신시키고야 말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것 같았다.
“아기, 몇 명이나 낳고 싶어?”
그가 귓불을 할짝거리며 물었다.
“두 명? 세 명? 아니면 열 명?”
숫자를 줄줄이 부르는데 은서는 손으로 입을 세게 틀어막고 있어서 대답할 여력이 없었다. 손을 떼어 내는 즉시 간드러지는 신음이 터져 나갈 테니.
“원하는 대로 다 낳게 해 줄 테니까, 유은서 넌 보지나 잘 벌리고 있어.”
“으읍.”
“내가 싸 주는 정액 한 방울도 흘리지 말고 모조리 다 받으라고.”
그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맹렬한 피스톤질을 이어나갔다. 퍽, 퍽, 거세게 들이박을 때마다 은서의 몸이 사정없이 흔들리고 전신으로 짜릿한 쾌감이 퍼져 나갔다.
빨개진 눈가로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좋아서 울었다. 그와 폭풍 같은 섹스를 할 때면 오직 쾌락에만 집중하게 되어 그 외의 것들은 자연스레 잊게 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은서를 괴롭히던 울적한 슬픔은 화염처럼 불타는 쾌락에 의해 마법처럼 소실되고, 뜨겁게 작열하는 열락이 그녀를 온통 지배해 버렸다.
그는 허리를 포악하게 놀리며 투명한 눈물을 혀로 핥아 올리고 빨개진 눈가에 입술을 맞췄다. 난폭함과 상냥함에 한데 어우러진 묘한 행위가 그녀를 더욱 짙은 흥분으로 몰아넣었다.
“하아, 은서야.”
긴 시간 동안 질 속을 들쑤시던 그가 마침내 허리짓을 멈추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목울대를 섹시하게 그르렁거리며 아내의 이름을 애타게 울부짖자, 크림 같은 정액이 그녀의 안을 가득 채웠다.
* * *
창가로 다가선 그는 창문을 열었다. 잔잔한 밤바람이 실내로 들어와 뜨겁게 달궈져 있던 공기를 차분히 식혀 주었다.
그는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신기루처럼 흩어지는 연기를 조용히 내뿜으며 소파에 앉아서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은서를 지그시 지켜본다.
“다음부터는 그냥 치마를 입고 오지 그래?”
“회사에 발목까지 오는 긴 치마를 입고 오면 좀 그렇지 않아요? 너무 꾸민 것 같잖아요.”
“아니, 긴 치마 말고 짧은 치마.”
“네?”
은서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내가 짧은 치마를 어떻게 입어요? 내 정강이에 흉측한 흉터가 있는 거 뻔히 알면서.”
“뭐 어때. 난 그런 거 신경 안 쓴다고.”
흉측한 흉터를 별반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건 진작 눈치채고 있었지만, 이렇게 그의 입을 통해 직접 들으니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알다가도 모를 남자다, 차강혁이라는 남자는.
나를 사랑한다고 절절하게 고백하고 매달리던 첫사랑은 흉터를 보자마자 실망을 금치 못했는데, 고작 나를 욕정받이 취급이나 하는 이 남자는 흉터에 전혀 신경을 안 쓴단다.
어쩌면 성격 자체가 지나치게 건조하고 냉담해서 그런 작은 부분에는 아예 관심 자체를 기울이지 않는 모양일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는 그의 냉혈한다운 면모에 감사라도 해야 하는 걸까?
“그렇죠. 차강혁 씨처럼 심장이 돌 같고 감정이 메마른 남자는 당연히 신경 안 쓰겠죠. 근데 다른 사람들은 안 보는 척하면서 다 훑어보고는 뒤에서 수군거리거든요.”
“다른 사람들 시선 때문에 못 입는다는 건가? 그런 거, 그냥 무시하면 안 되나?”
“난 차강혁 씨처럼 뻔뻔한 성격이 아니라서요. 근데, 치마는 왜요?”
그는 한쪽 입매를 쓰윽 끌어 올렸다. 자주 보는 미소다. 불순하고 야한 미소.
“유은서를 벗겨 먹으려면 그쪽이 더 편하니까. 사실, 치마면 굳이 벗길 필요가 없기도 하고.”
불순한 미소에 걸맞은 저질스러운 대답이었다. 저렇게 음탕한 말을 한없이 담백한 목소리로 하는 게 이젠 크게 놀랍지도 않았다.
“차강혁 씨 머릿속에서는 순 변태 같은 생각밖에 없죠? 아니다, 일도 있겠네요. 강혁 씨 두뇌는 일과 섹스, 딱 두 가지로 양분되죠? 단순해서 좋겠어요.”
“칭찬 고맙군.”
“이건 칭찬이 아니거든요?”
은서는 입술을 불만스럽게 비틀었다.
그는 말없이 다 태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그러고는 옷걸이에 걸어 둔 슈트 재킷을 들고 은서에게 저벅저벅 걸어왔다.
“왜 그래요?”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은서는 경계하듯 어깨를 움츠리고 양팔로 가슴을 가렸다.
“설마, 또 덮치려는 건 아니죠?”
겁먹은 초식동물처럼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더니 피식, 비웃음이 돌아왔다.
그는 소파 등받이에 세워져 있던 쿠션을 베개처럼 반듯하게 놓았다. 그리고 은서의 옆머리를 가볍게 짓눌러 쿠션을 베고 눕게 만들었다.
“아, 뭐예요.”
“뭐긴. 잠이나 자라는 거지.”
“내가 여기서 왜 자요?”
“새삼스럽게. 유은서 너, 아무 데서나 잘 자잖아. 일 끝날 때까지 얌전히 잠이나 자고 있으라고.”
그는 슈트 재킷을 은서에게 던지듯이 덮어 주고, 서류들이 가득 쌓여 있는 책상으로 가서 앉았다.
은서는 비록 투덜거리기는 했어도 그의 말대로 소파에 얌전히 누워 있었다. 섹스를 한 직후라 몸이 고단하기도 했고, 또 그와 함께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초밥은 안 먹어요?”
낮은 테이블 위에는 초밥 박스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느닷없이 활활 불타오르는 바람에 그는 초밥을 단 한 조각도 입에 넣지 못했다.
“배불러.”
“아까는 배고프다고 했잖아요.”
“조금 전에 먹었잖아. 유은서를 아주 맛있게, 실컷 먹었다고.”
“난 밥이 아닌데요.”
“밥보다 훨씬 낫지.”
그는 능글맞게 받아치고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업무 모드로 돌아간 차강혁은 완전히 다른 아우라를 풍겼다. 능청스럽게 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진지한 표정에 검은 눈동자는 명민하게 빛나고 있었다.
골리앗 같은 대기업을 이끄는 리더답게 자못 무게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어쩜 저리도 단숨에 분위기를 싹 바꾸는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난잡하게 허리를 놀리고 질 낮은 음담을 세차게 쏟아 냈으면서.
“아, 다음 주 월요일부터 그리스 출장이야.”
진중하게 서류를 살펴보던 그가 차분히 말을 꺼냈다.
“그래요? 얼마나 있다가 오는데요?”
“좀 길어. 3주 정도.”
“3주나요?”
은서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생각보다 긴 기간에 그만 평정심을 잃어버리고 과민하게 반응하고 만 것이다.
극적으로 커다래진 눈을 보고 그는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왜? 나랑 떨어져 있으려니까 싫은가?”
“아뇨. 좋아서 그러죠. 당분간 천국이 따로 없겠네요.”
은서는 검지 끝으로 턱을 긁적이며 괜히 맘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그가 없는 동안에 가슴이 헛헛해서 시름시름 앓을 것이 분명한데도.
* * *
롤스로이스 팬텀은 유령처럼 밤 속을 달린다.
그는 조수석에 은서를 태우고 저택을 향해 직접 차를 몰았다. 아내와 함께 있을 때는 단둘이서만 있고 싶어서 이렇게 직접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많았다.
15분 후, 어둠으로 자욱한 밤거리를 날렵하게 가르며 달려 나가던 검은 차가 멈춰 섰다. 지하 주차장에 팬텀을 집어넣은 그는 운전석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 주었다.
“고마워요.”
은서는 그의 매너에 감사를 표하고 내렸다. 전방 2m 앞에는 지상으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그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단 두 걸음 만에 손목이 붙들렸다.
“왜 그래요?”
은서가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무작정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 널찍한 보닛 위에다 가냘픈 몸을 쓰러뜨렸다. 차체가 살짝 흔들리고 등으로 서늘한 기운이 훅 덮쳐 왔다.
“강혁 씨!”
당혹감에 찬 은서는 쇳소리를 내질렀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차강혁이 저를 쓰러뜨렸다는 건…….
“여긴 주차장이에요.”
“그래서?”
그는 예의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은서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입술 새로는 불안하게 떨리는 음성이 새어 나갔다.
“자, 장난치는 거죠? 나, 놀리려고…… 이러는 거죠?”
“아니, 너 울리려고 이러는 건데.”
태연한 반응이 경악스러웠다. 다른 곳도 아니고 여기서 하겠다고?
차량을 19대나 수용하는 지하 주차장은 꽤나 넓었다. 주차장이 넓은 이유는 부부가 소유하고 있는 차가 여러 대라 그런 것도 있지만, 별채에 머무르는 직원들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 말인즉, 여긴 개인 주차장이긴 하나 부부만을 위한 프라이빗한 공간이라 보기는 어려웠고, 별채의 직원들도 얼마든지 드나들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곳에서 섹스라고? 갑자기 직원들이 들이닥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아무리 늦은 밤이라지만 너무 위험한 짓이었다. 그런데도 이 남자는 그 위험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정말 개새끼 같다는 표현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싫어요.”
은서는 양팔을 엑스 자로 교차해 가슴을 보호하듯이 가렸다.
“정 하고 싶으면…… 들어가서 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안락한 저택의 내부가 펼쳐지는데, 굳이 왜 여기서 하겠다는 건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하긴, 미친 색마의 음흉한 속마음을 대체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그냥 꼴리는 대로 행동할 뿐인데.
“운전하고 오는 동안 계속 꼴렸어.”
그는 상체를 숙여 보닛 위에 손바닥을 짚고 은서의 귓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
“차를 세울지 말지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당신, 내 인내심을 칭찬해 줄 수는 없나?”
얼토당토않은 말인데 배꼽 아래가 후끈거렸다. 단 숨결이 귓바퀴를 희롱하듯 간지럽히는 통에 몸이 저절로 반응해 버린 것이다.
“유은서, 널 임신시킬 생각을 하면 가슴이 진정이 안 돼.”
“…….”
“아니, 자지가 진정이 안 된다고 해야 하나.”
“그게, 나는 임신을…… 읍!”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으니 어차피 임신은 못한다고 설명하려고 했으나, 다짜고짜 입이 틀어막혔다. 기습적인 키스에 뒷머리가 저릿하게 울렸다.
젖은 혀가 입속을 침범해 들어와 불량스럽게 유영한다. 그녀의 입속은 마치 처음부터 그의 영역이었다고 위세를 부리듯이 자유롭게 혀를 휘저으며 입안 곳곳을 고루 핥는다.
이윽고 아쉬운 여운을 남기며 서로의 입술이 떨어지고 얇디얇은 은실이 연결되었다. 그는 엄지로 그녀의 도발적인 입술을 살며시 쓸어 냈다.
“기억하고 있지? 다음 주부터 출장이라고.”
그는 열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앞으로 3주 동안은 임신 활동을 못 하게 되니까, 출장 가기 전에 부지런히 해 둬야 한다고.”
은서가 눈을 갸름하게 떴다. 임신 활동? 이 남자, 지금 섹스를 ‘임신 활동’이라고 지칭하고 있는 거야?
“강혁 씨, 난 피…… 으읍!”
그는 이번에도 키스로 입을 막아 버렸다.
터프하게 입술을 훔치며 그는 은서의 손을 붙잡아 볼록하게 솟은 바지 앞섶으로 가져왔다. 단단했다. 이 크고 단단한 물건은 무엇이든 손쉽게 꿰뚫을 수 있었다.
발정 난 그를 막을 수 있는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은서는 몸으로 신물 나게 배워 왔다. 먹히지도 않을 설득이나 회유는 집어치우고 차라리 빨리 끝내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결국 백기를 든 은서는 키스에 호응하듯 혀를 질척하게 섞으며 가죽 벨트를 풀고 금속 버클을 풀었다. 그리고 지퍼를 내려 드로어즈 속으로 손을 넣어 기둥을 쓰다듬었다.
은서는 페니스를 열심히 지분거리면서 입술을 살짝 떨어뜨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었고 눈빛은 탁해졌다. 선단에서는 쿠퍼액이 찔끔찔끔 새어 나와 그녀의 손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다.
“짐승이 따로 없어.”
은서는 시선을 내리깔고 투명한 쿠퍼액을 보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뻔뻔하게 받아치는 그의 말에 은서는 설핏 웃었다.
빙하처럼 차가운 피를 가진 남자가 유일하게 뜨겁게 타오르는 순간이 바로 이런 순간이라는 게 퍽 우스웠다. 어떠한 일이 닥쳐도 냉엄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남자가 나랑 섹스만 하면 이성을 잃고 달아오르다니.
내가 그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영 허튼 착각만은 아니었다.
은서는 손길을 점점 더 빨리했다. 그럴수록 그의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흥분에 잠긴 호흡음이 섹시하게 들려서 그녀 역시 몸이 뜨거워졌다.
“그만.”
그는 드로어즈 속에서 음란하게 노닐던 손을 빼냈다.
“빨고 싶어.”
간명하게 말을 뱉은 그는 은서의 이마에 입술을 꾹 찍었다. 그러고는 성마른 손길로 그녀의 하의를 벗겨 다리를 넓게 벌렸다.
좁은 구멍은 어느새 흥분했는지 투명하게 젖어서 번들거리고 있었다. 색스러운 광경에 그는 심한 갈증을 느꼈다.
어서 물기를 입에 담에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다. 생각이 미치자마자 그는 서슴지 않고 구멍에 입술을 박고 게걸스럽게 혀를 굴렸다.
“하으응.”
은서는 요염한 교성을 내지르며 허리를 달싹거렸다. 양손으로는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쥐어뜯었다.
이런 위험한 장소에서도 어김없이 느끼고 마는 육신이 개탄스러웠다.
하지만 그러한 자괴감이 길게 유지되지는 못했다. 그가 안겨다 주는 쾌락은 복잡한 사념을 단숨에 내던져 버릴 만큼 황홀하기에.
달콤한 꿀이 허벅지 안쪽을 타고 넘쳐흐른다. 예열은 이제 충분하다고 판단한 그는 입술을 닦고 요란하게 발광하고 있는 페니스를 꺼냈다. 그러고는 입구를 요사스럽게 빠끔거리는 음란한 구멍에 무참히 찔러 넣었다.
“흐읏!”
은서는 온몸을 자지러뜨렸다. 그의 페니스는 말도 안 될 만큼 커서 아무리 젖은 상태로 받아들여도 늘 버겁다.
하지만 버거운 만큼 쾌감은 강렬했다. 아래를 가득 채운 페니스가 너무 거대해서 힘에 부친다고 느끼다가도, 그가 절묘하게 스팟을 건드리면 금세 쾌감에 정복된다.
지금처럼 말이다. 그가 서서히 허리를 쳐올리고 포인트를 정확하게 자극하자 은서는 앙큼한 소리를 내면서 페니스를 본능적으로 조여 물었다.
고집스럽게 무는 구멍에 그는 가속을 높이며 더욱 격렬하게 피스톤 운동을 했다. 퍽퍽, 강한 허리 힘으로 아래를 쑤셔 박을 때마다 가녀린 몸이 밀리고 차체가 밀렸다.
그 벅찬 힘을 감당하기 위해 은서는 두 팔로 그를 꼬옥 끌어안았다. 서로의 몸이 빈틈없이 밀착되고 맞닿은 가슴으로는 심장 소리가 쿵쿵, 거세게 울리고 있었다.
“흐으응, 강혁 씨…….”
전신을 잔혹하게 지배하는 쾌감에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는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혀로 할짝거리며 허리를 계속해서 흉포하게 놀렸다. 은서도 차도 완전히 망가뜨릴 기세로.
“하아, 은서야.”
한참을 쑤셔 박던 그가 짐승처럼 그르렁거리며 우짖는다.
조그만 구멍 속에 흥건하게 파정을 한 그는 작은 턱을 움켜잡고 키스를 퍼부었다. 숨이 막힐 것처럼 거칠고 열정적인 키스였다.
키스 후에는 정수리를 자상하게 쓰다듬어 주며 젖은 얼굴에 입술을 쪽쪽 맞춘다. 장난스러운 입맞춤을 받으며 은서는 눈동자를 흘긋 아래로 굴려 보닛을 확인했다.
가히 뭐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추하고 지저분했다. 그 더러운 광경은 마치 우리 부부 관계를 적나라하게 은유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사랑은 없고 오직 저속하고 불순한 섹스만으로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그와 나의 관계를…….
* * *
차강혁은 출장을 핑계로 걸핏하면 발정했다.
그는 그리스로 떠나는 날 아침까지도 은서를 홀딱 벗겨 놓고 질펀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그가 번듯하게 슈트를 차려입고 저택을 떠나자 그제야 은서는 속이 후련해졌다.
하지만 30분쯤 지나고 나서 거짓말처럼 차강혁이 보고 싶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공항까지 배웅 나갈 걸 그랬나, 하는 후회까지 들 정도로.
동시에 제게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인정해야 했다.
‘그 개 같은 미치광이 색마를 고작 30분 만에 그리워하다니…….’
은서는 한심한 짝사랑을 탓하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오후 1시였다. 그의 욕정을 모두 감당해 내느라 몸이 지쳐 있을 대로 지쳐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늘어지게 잔 것이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었다.
은서는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세우고 크게 기지개를 켰다. 온갖 근육에서 뻐근함이 몰려온다.
그를 부둥켜안고 결사적으로 매달린 팔뚝은 저렸고, 그의 허리를 옥죄듯이 휘감은 다리는 무거웠으며, 건장한 체구의 피스톤 운동을 원 없이 받아 낸 가랑이는 욱신거렸다.
“으…….”
이러다가는 수명이 줄어들고 말 거다. 농담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라 나름대로 진지한 고민이다.
사랑이 아름답다는 건 순전히 개소리다.
적어도 은서에게 사랑이라는 건 매우 유해한 종류의 감정이었다. 마음을 갉아먹는 것으로도 모자라 몸까지 만신창이가 되지 않았는가.
은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욕실로 들어갔다.
뭉쳐 있는 근육을 풀어 주기 위해 날이 제법 더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물로 목욕을 했다. 높은 온도의 물이 전신을 감싸자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던 몸이 조금씩 이완되며 녹진하게 풀어졌다.
개운하게 씻은 다음에는 점심을 먹었고 스튜디오로 출근을 했다.
은서는 스튜디오 한쪽 구석에 있는 미완의 초상화를 물끄러미 주시했다. 채색을 마저 해 볼까 하다가 마음을 바꿔서 하얀 캔버스에 목탄으로 스케치를 시작했다.
까만 선은 두 인물의 형태를 그려 나가고 있었다. 이따금씩 은서의 마음을 화두처럼 붙잡는 헤라클레스와 옴팔레였다.
쓱쓱, 캔버스 위에서 인물들의 형태가 점차 뚜렷해진다. 조금 뒤, 목탄의 진한 선으로 신화 속의 남녀가 완성되었다.
단시간에 스케치를 끝낸 은서는 목탄을 내려놓고, 멀찍이 떨어져 그림을 조망하듯 살펴보았다.
테스토스테론을 마구 내뿜는 짐승 같은 남자는 그보다 훨씬 작고 가녀린 여인의 발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로 사랑을 구걸하고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꽤나 굴욕적으로 보이겠지만, 정작 남자는 여인의 사랑을 얻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다부진 결의가 담긴 눈길로 오직 그녀만을 굳건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스케치를 빤히 보며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던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은서는 의아해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히 올 사람이 없는데…….’
은서는 개수대에서 손을 씻고 잰걸음으로 인터폰 앞까지 걸어갔다. 네모난 화면에는 우현이 밝게 웃고 있었다.
“아…….”
애매모호한 탄성이 흩어졌다.
개인전이 끝난 후로 우현은 꾸준히 연락을 해 왔다. 하지만 은서는 전화는 받지 않았고, 메시지는 단문으로만 간단히 대답했다.
순전히 차강혁 때문이었다.
은서가 숨 막히도록 사랑하는 그 남자는 굉장히 비논리적이고 쉽게 분노에 휩싸이는 무자비한 폭군이었다. 그의 심기를 거스르면 백이면 백, 호된 벌이 돌아오기 때문에 그의 뜻을 받들어 일부러 우현을 피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현이 여기까지 이렇게 찾아올 줄이야…….
은서는 손톱을 물고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초인종 소리는 다시 울렸다.
공연히 발끝으로 바닥을 툭툭 치고 머뭇거리며 고민하던 은서는 결국에는 문을 열어 주었다. 여기까지 온 손님을 모른 척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짓이니까.
게다가 차강혁은 지금 그리스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 비행기 안에 있는 사람이 여기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 턱은 없을 테니, 오늘 일은 그냥 비밀로 묻어 두면 되지 않을까.
“누나, 나 안 보고 싶었어?”
철제문을 열고 우현이 들어와 넉살 좋게 인사를 건넸다.
“보고 싶었지. 오랜만이다, 그치?”
“얼굴 잊어 먹는 줄 알았다니까.”
스튜디오를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는 우현은 익숙하게 걸어서 테이블 위에 작고 기다란 박스를 내려놓았다.
아기자기한 박스에는 이탤릭체로 프랑스어가 적혀 있었다. 은서가 좋아하는 마카롱 가게 이름이었다.
“마카롱 사 왔어?”
“응. 누나 출출할 것 같아서.”
“고마워. 커피 내려 줄게. 잠시만 기다려.”
우현은 의자에 앉아 마카롱 박스를 열었다.
은서는 커피 머신을 작동시켰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나더니 향긋한 커피가 졸졸 흐르기 시작했다.
“우현아, 시럽 한 번만 펌핑하면 되지?”
“응.”
제 커피 취향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녀의 세심함에 우현은 기분이 좋아져서 밝게 웃었다.
하지만 이내 망막으로 닿아 오는 어떤 그림에 표정이 단번에 구겨졌다.
은서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라면 닥치는 대로 찬양하고 좋아하던 우현이었지만, 저 초상화만큼은 절대로 좋아할 수 없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이었다. 저 그림을 보는 순간 우현은 꽈배기처럼 심사가 배배 꼬이고 뒤틀렸다.
“저 그림 별로다.”
은서가 따뜻한 커피 두 잔을 쟁반에 담아 테이블로 가져와 앉자마자, 우현은 대뜸 못마땅한 말투로 말했다.
“별로라고?”
우현이 그녀의 작품을 두고 별로라고 말하는 건 생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항상 입이 마르도록 칭찬만 하던 녀석이었는데…….
은서는 의아해하며 우현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구석에 있는 초상화 말하는 거야?”
“응.”
“그림이 모델을 못 따라가지?”
은서는 인정한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현에게 처음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당황하긴 했지만, 야박한 평가가 미완의 초상화를 가리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초상화는 은서가 봐도 부족한 점이 많으니까.
“아니, 모델이 후져. 그래서 작품도 조악해진 거야.”
“야, 후지다니……. 그런 말 쓰지 마.”
직설적인 비평에 은서가 한 소리 했다. 물론 속으로는 우습다고 생각했다. 정작 저는 차강혁에게 개자식이니 미친 새끼니 갖은 욕설들을 다 퍼붓는데, 고작 후지다는 말 하나에 발끈하다니.
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애써 합리화한다. 난 그를 얼마든지 욕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그를 욕하는 건 듣고 싶지 않다고.
“후진 걸 후지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해?”
“너 진짜…….”
“누나, 요즘 나 피하지?”
기습적으로 훅 치고 들어온 직구에 은서는 또 당황했다.
“후진 남편 때문에 일부러 나 피하는 거 맞지?”
“아,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개인전 끝나고 나서는 전화도 아예 안 받고, 메시지는 보내 봤자 한참 지나서야 짤막하게 오고. 이게 피하는 게 아니면 대체 뭔데?”
개인전 이후로 우현은 내내 괴로웠다.
단순히 무례한 남자일 줄 알았던 차강혁은 상상을 초월하는 변태적인 색마에 악질적인 무뢰한이었다. 그의 거친 언행은 사업가보다는 마피아에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런 사악한 악마에게 착하고 순진한 은서를 빼앗기다니.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어떻게 해서든 둘을 떼어 놓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그러한 결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도리어 은서가 저를 밀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요즘 좀 정신이 없어서…….”
“핑계 대지 마. 누나 남편이라는 작자가 날 멀리하라고 단속시킨 거 다 아니까.”
허약한 변명에 우현은 코웃음을 쳤다.
하나를 알면 백을 안다고, 차강혁이 은서를 어떻게 대할지는 한눈에 훤히 다 보였다. 착하고 순진한 여자의 숨통을 쥐어 짜내면서 매일같이 들들 볶겠지.
“누나는 그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 고작 그런 남자에게 누나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면 열에 받쳐서 잠도 안 와.”
“빼앗기긴 뭘 빼앗겨? 우리 오늘도 잘 만났는데, 왜 그래…….”
은서는 우현을 달래기 위해 생글생글 웃으면서 상냥하게 얘기했다.
그 예쁜 미소에 우현은 울화통이 더 치솟았다. 이 곱고 예쁜 여자를 남편이라는 놈 때문에 눈치 보면서 만나야 한다니.
“오늘도 잘 만났다고? 오늘 우리가 얼마 만에 보는 건지 알기나 해? 개인전 이후로 난 누나 얼굴 보지도 못했고 누나 목소리조차도 듣지 못했어!”
“그건…… 원래 결혼하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거잖아.”
“우린 친남매나 다름없는데, 뭘 조심해야 하는데?”
우현은 격양된 어조로 받아치더니 불쑥 은서의 손을 꼭 잡았다. 뜬금없는 스킨십에 은서는 어깨를 흠칫 떨었다.
“우현아…….”
“누나, 떨려?”
“뭐?”
“지금 떨리냐고. 내가 누나 손 잡고 있으니까 떨려?”
은서는 고개를 단호히 저었다. 당황은 했지만 가슴이 설렌다거나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봐. 내가 누나 손을 잡아도 누나는 아무렇지도 않잖아. 나는 누나한테 남자가 아니고 동생이니까. 근데 우리가 왜 조심해야 해?”
“우현아, 내가 널 아예 안 본다는 게 아니잖아. 그냥 전보다 연락하는 횟수를 줄이고, 조금 덜 만나겠다는 것뿐이야.”
“난 그걸 납득 못하겠다고.”
우현이 그녀의 손등을 쓰윽 쓸어 만졌다.
순간, 위화감이 몰려와서 은서는 얼른 손을 빼냈다. 우현에게는 그 어떤 설렘도 두근거림도 느낄 수가 없었지만, 이런 스킨십은 왠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납득 못해도 어쩔 수 없어. 난 이미 결정을 내렸으니까.”
은서는 확고하게 말했다.
“맞아, 네가 추측한 것처럼 강혁 씨가 너와 거리를 두기를 원했어. 하지만 그 의견에 따르기로 결정한 건 나야. 난 내 남편이 원하는 대로 해 줄 거야.”
“누나, 그건 구속이야. 그 남자는 누나를 속박하고 있는 거라고. 누나, 정말…… 이혼할 생각 없어? 세상에 좋은 남자 많아. 나는 누나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나 지금 행복해.”
우현은 아연실색했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 개자식이랑 살면서 어떻게 행복하단 말인가.
“행복하다고?”
“그래. 난 내 남편을 사랑하고 있고, 사랑하는 남자랑 같이 살고 있으니까 당연히 행복하지.”
사실 이 결혼 생활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만, 예전에 비하면 그나마 덜 불행하다고는 할 수 있었다.
결혼 초, 뼛속 깊이 스며들던 외로움이 이제는 제법 희석되었으니까.
시시때때로 허무하고 공허하지만, 아예 그에게 접근도 하지 못하던 과거보다는 동물적인 섹스를 해 대는 지금이 훨씬 나았다.
예전에는 그와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교감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적어도 몸으로는 부단히 교감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은서는 충분했다. 비록 의미 없는 섹스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누나, 진심이야? 행복한 거 맞아?”
“응. 진심이야. 난 강혁 씨만 있으면 돼.”
어리석다 싶을 정도로 지고지순한 그녀의 순정에 우현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누나는 그 남자한테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자각도 못 해?”
“뭐?”
“그 남자는 누나를…….”
그냥 가지고 노는 것뿐이라고. 그 남자한테 누나는 그냥 노리개야, 성적 노리개. 내가 다 봤어.
우현은 비상계단에서 벌어진 일을 언급하며 냉정하게 현실을 일깨워 주려다가 간신히 참았다.
괜히 난잡한 일을 수면 위로 꺼내서 그녀를 민망하게 만들면, 수치심에 사로잡힌 그녀는 더욱더 필사적으로 저와 거리를 두리라.
“아니다. 내가 아무리 떠들어 봤자 누나는 그 남자만 두둔하겠지. 이만 갈게.”
우현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녀의 마음을 되돌리기에 아직은 시기상조였다. 때를 기다려야 했다. 언젠가는 그녀가 지쳐 쓰러질 때를. 그때가 되면 운명처럼 나타나 손을 내미는 것이다.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남자가 바로 여기 있다고.
* * *
차강혁이 출장을 떠난 지도 나흘이 지났다. 겨우 4일일 뿐인데, 4개월처럼 길게 느껴지는 건 대체 왜일까.
그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목적 없는 연락은 하지 않는 남자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당연한 일에 왜 외로움이 사무치는 걸까. 왜 쓸쓸해지는 걸까. 새벽이 깊어서 그런 것일까?
시간은 벌써 새벽 2시였다. 감성이 가장 예민해지는 순간.
은서는 널따란 침대에 혼자 덩그러니 누워 어둠 속에서 눈을 의미 없이 깜박였다. 잠을 자려고 양을 세어 보기도 했지만, 속이 헛헛하고 고독감이 밀려와서 도리어 정신만 또렷해질 뿐이다.
차강혁이 보고 싶었다.
그의 얼굴이 보고 싶고,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고, 그의 체온을 느끼고 싶었다. 그의 품이 미치도록 그리웠다. 단단한 그의 팔뚝에 꼭 안겨서 잠이 들고만 싶었다.
은서는 본능적으로 그와 함께했던 감각을 떠올렸다. 서로의 살결이 맞닿고, 서로의 온기가 스며들고, 서로의 숨결이 공유되는 순간을.
기억을 더듬기만 했을 뿐인데도 체온이 상승하고 발끝으로 힘이 들어갔다. 외로움과 그리움은 발칙한 음욕을 발동시켰다.
그녀는 혀로 입술을 할짝거리고 천천히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어처구니없는 행동이었다. 고작 나흘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차강혁이 보고 싶어 안달을 내고 결국 스스로 희롱하기까지 하다니.
하지만 무섭게 치밀어 오르는 욕정을 막을 길은 없었다. 모두 그의 탓이었다. 그에게 쾌락을 배운 후로 걸핏하면 성욕이 들끓었고, 성욕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상실해 버렸다.
“하아.”
은서는 연약한 아래를 지분거리다 조심스레 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아랫배가 뜨끈뜨끈해지면서 미끌미끌한 애액이 흘러나온다.
“하읏.”
구멍 속에서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고, 깊숙이 밀어 넣었다가 빼기도 하면서 부단히 성감을 자극했다.
그러나 섹스만큼 짜릿하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자위를 하면서 느끼는 것을 일종의 오르가슴이라고 여겼는데, 차강혁에게 몸을 내어 주고 보니 그건 대단한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위로 느끼는 건 그저 단순한 흥분 정도였고, 그에게 안겨서 그의 크고 우람한 페니스에 몸이 부서져라 박힐 때 찾아오는 불꽃같은 열락이 바로 진정한 오르가슴이었다.
“하아앙, 강혁 씨…….”
은서는 그때의 열락을 떠올리며 손을 빠르게 놀렸다. 좀 더 거칠고 투박하게. 구멍에서는 더 많은 애액을 내보내며 손가락을 질척하게 적시고 있었다.
“흣, 하아…….”
적당한 쾌감을 맛보고 나서야 은서는 손놀림을 멈췄다. 그렇다. 자위로는 ‘적당한’ 쾌감밖에 얻지 못한다.
은서는 불규칙한 숨을 할딱거리며 나른하게 풀어져 누워 있었다. 어서 젖은 아래를 정리해야 하는데, 전신에 힘이 빠져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은근히 편하기는 했다. 진이 다 빠져 녹초가 되어 있을 때, 차강혁이 티슈로 아래를 섬세하게 닦아 주는 것 말이다.
삽입을 하고 피스톤 운동을 할 때는 난폭한 맹수가 따로 없으면서, 밑을 닦아 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꼼꼼하고 세심하다.
은서는 그와의 기억을 그리며 연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급작스러운 벨 소리에 흐릿하게 풀어져 있던 눈이 순식간에 말똥말똥해졌다.
‘누구지? 누가 이 새벽에 전화를 한 거지?’
은서는 의아해하며 팔을 뻗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액정을 확인하자 입이 멍청하게 벌어진다. 국제전화였다.
“여보세요? 강혁 씨, 혹시…… 무슨 일 있어요?”
다급하게 전화를 받은 은서는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예상치도 못한 전화에 설렘보다는 불안감이 먼저 찾아왔다.
갑자기 전화는 왜 했을까? 설마, 일이 잘못되어서 출장 일정이 3주보다 더 길어졌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아무 일도 없는데.
하지만 그는 터무니없이 덤덤한 어조로 대답했다.
“네?”
-아무 일도 없다고.
다시 한번 정확하게 짚어 주는 그의 말에 은서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무런 일도 없는데 차강혁이 전화를 했다고?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 걸까?
“그럼 왜 전화했어요?”
-그냥.
‘그냥’이라는 단순한 단어가 이토록 난해하게 들린 적이 있었던가. 은서는 얼빠진 얼굴을 했다. 여태껏 ‘그냥’ 통화한 적은 없잖아?
“이상하네요. 우리가 그냥 통화할 사이는 아니잖아요.”
-못할 사이도 아니지. 근데, 목소리가 이상하군.
“뭐가 이상하다는 거예요?”
-더워.
“네?”
-당신 목소리가 덥다고. 내 생각 하면서 혼자 즐기고 있었나?
심장이 쿵 떨어졌다. 뭐야, 진짜. 정말로 감시카메라라도 부착한 거 아냐? 왜 이렇게 귀신같이 맞추는 건데?
“안 했거든요? 넘겨짚지 말아요! 난 자고 있다가 차강혁 씨 전화 때문에 깬 거라구요. 여긴 벌써 새벽 2시가 넘었어요!”
부끄러운 사실을 애써 부정하기 위해 은서는 일부러 목청을 높였다. 카랑카랑하게 내지른 목소리에 그는 피식 웃는다.
-자다 깬 목소리가 아니잖아. 당신 자다 깼을 때 목소리는 이것보다 더 가라앉아 있고 더 나른하다고. 내가 그런 것도 모를 것 같아?
“그건…….”
은서는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꼬옥 다물었다. 계속 부정해 봤자 어차피 하늘로 손바닥을 가리는 짓이었다.
-혼자서 하지 마. 집으로 돌아가면 내가 원 없이 박아 줄 테니까.
그는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음담을 내뱉었다. 이렇게 야한 말을 이토록 감미롭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유은서, 나 없는 동안 처신 잘 하고 있지?
“네?”
-다른 남자들한테 흘리지 않고, 얌전하고 정숙하게 행동하고 있는지 묻고 있어.
“아…….”
은서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불과 며칠 전에 우현이 불쑥 스튜디오로 찾아와서 손까지 잡았는데……. 물론 아무런 의미도 없는 스킨십이었지만 공연히 제 발 저렸다.
-치근덕거리는 놈들이 있으면 발로 사정없이 좆을 까 버려. 당신 발차기 잘하잖아.
“유부녀한테 어느 정신 나간 남자가 치근덕거리겠어요?”
-결혼반지 안 끼고 다니잖아.
은서는 왼손을 들어 보았다. 네 번째 손가락이 휑하다. 홧김에 반지를 빼 버린 이후로 계속 빈자리였다.
“그렇다고 결혼한 사실을 딱히 숨기고 다니지도 않아요.”
-어찌 됐든 조심해. 당신 예쁘니까.
“네?”
뜻밖의 칭찬에 은서는 눈이 커졌다.
-남자는 예쁜 여자면 물불을 안 가린다고. 유부녀한테도 덤빈단 말이야.
“…….”
-그러니까 좆 달린 새끼들을 항상 경계해야 하는 거지. 쓸데없이 친절하게 굴지 말고, 쓸데없이 웃어 주지 말라고.
“아, 알았어요.”
뜬금없이 전화는 왜 했나 했더니 나를 단속하려고 걸었구나.
은서는 며칠 전 우현이 했던 말을 상기했다. 그는 저를 구속하고 속박하고 있다고. 옳은 지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가웠다. 이 통화가 구속과 속박을 위한 것이라 해도,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에.
“근데, 전화 안 끊어요?”
-응?
“통화하다가 용건이 끝났다 싶으면 뚝 끊어 버리는 게 차강혁 씨 특기잖아요.
그는 자신을 단속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화를 걸었고, 저는 처신을 잘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용건이 완료되었으니 이쯤에서 뚜뚜거리며 통화가 종료되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목적이 달성되었는데도 어찌 된 영문인지 그는 전화를 끊지 않고 있었다.
-끊어 줬으면 좋겠어?
“아니, 뭐 그런 건 아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의 목소리를 계속 듣고 싶었다. 낮은 음도의 목소리가 고요한 새벽과 무척이나 잘 어울려서.
-오늘 뭐 했는데.
“네?”
평범한 질문에 은서는 당황했다.
그는 주로 두 가지의 모습을 보여 주고는 했다. 냉정하거나 변태스럽거나. 그래서 지금처럼 평범하게 말을 건네면 오히려 당혹스러워지는 것이다.
-오늘 뭐 했냐고.
“뭐 하긴요……. 그냥 스튜디오 가서 일하고 산책하고 책 좀 읽고 그랬죠.”
-무슨 책?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요.”
은서는 별다른 생각 없이 선선히 대답했다.
-또 불륜이군. 참 대쪽 같은 취향이야.
그의 지적에 뒤늦게야 대답을 잘못했음을 깨달았지만.
“취향이 아니고 우연히…….”
-한국 돌아가면 제일 먼저 엉덩이부터 때려 줘야겠군.
“우연히 읽은 거라니까요!”
-사과처럼 빨개질 때까지 때려 줘야지. 그리고 맛있게 깨물어 먹을 거야.
“그리스 가서도 그 지독한 변태 근성은 죽지를 않네요.”
은서가 틱틱거렸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육체는 기묘한 열기에 휩싸여 후끈거렸다.
* * *
그 후로 차강혁은 사나흘 간격으로 계속 전화를 걸었다.
대화 내용은 죄다 하잘것없었다.
남자 조심하라는 둥, 혼자서 손장난을 치지 말라는 둥, 순 영양가 없는 소리만 늘어놓다가 밥을 먹었는지, 오늘 뭘 했는지 일상을 묻고는 했다.
그는 혼자서 즐기지 말라고 엄하게 명령했지만, 은서는 그의 명을 어기고 번번이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했다.
특히, 그와 통화를 하고 나서는 뜨거운 욕망이 무섭게 솟구쳐 올라 참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귓바퀴를 매만져 주는 목소리가 너무나도 감미롭고 달콤해서, 번번이 이성이 허물어져 다리 사이로 손을 가져가고는 했던 것이다.
그렇게 여차 저차 시간이 흘렀다.
차강혁이 돌아올 날도 이제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기다려야 되는 날이 줄어들수록 은서의 기분도 상승 궤도를 그렸다.
은서는 스튜디오의 넓은 채광창을 열었다. 오후 1시의 따스한 태양 빛이 이마에 닿는다.
적당히 햇빛을 맞은 후, 작업에 들어가려고 앞치마를 집어 들었다. 그때, 테이블 위에 놓아 둔 휴대폰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오묘한 기대감에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은서는 잰걸음으로 가서 휴대폰을 얼른 들어 확인했다. 기대한 대로 국제전화였다.
-나야.
익숙한 목소리가 귓전을 두드린다. 심장은 가속기를 단 것처럼 빠르게 내달렸다.
“네, 강혁 씨. 거긴 아침이겠네요. 이제 일어났어요? 잠은 잘 잤어요? 뭐 하고 있었어요? 밥은 먹었어요?”
그의 전화를 받아 잔뜩 들뜬 은서는 속사포처럼 빠르게 질문을 던졌다.
-질문이 너무 많아.
“죄송해요…….”
-죄송할 건 없고. 아까 일어나서 운동하고 조금 전에 샤워하고 나왔어. 밥은 아직이야. 잠은 잘 못 잤어.
질문이 너무 많다던 그는 하나하나 대답을 다 해 주었다. 은서의 입가에 싱긋 미소가 맺혔다.
“잠은 왜 못 잤어요?”
-당신이 없으니까 잠잘 맛이 도통 나지가 않잖아.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게 손에 만져져야 잠이 잘 오는데.
문득, 잠결에 습관처럼 젖가슴을 만지작거리는 못된 손이 떠오른 은서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참 나……. 그럼 어디서 인형이나 구해서 만지고 자요.”
-본인을 고작 인형에 비교하는 건가.
“인형보다는 낫다니 다행이네요.”
-낫다고 한 적은 없는데?
순간 감정이 상한 은서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수화기 저편에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렸고 나지막한 음성이 귓바퀴를 울렸다.
-농담이야. 그깟 인형 따위 유은서한테 감히 댈 수도 없지.
“농담하지 말아요. 재미없으니까. 차강혁 씨 유머 감각은 제로, 아니 마이너스 수준이거든요.”
불만스럽게 투덜거리는 말에 그는 또 소리 내서 웃었다.
-오전에 선주사랑 마지막으로 미팅하고 바로 한국으로 갈 거야.
“네?”
-아테네에서 오후 2시 50분 비행기를 타면, 인천에는 내일 오전 11시 35분에 도착할 예정이라는군.
“내일 온다구요? 3일 뒤에 오는 거 아니었어요?”
-왜? 내가 집에 일찍 간다니까 싫은가?
“아, 아니요! 아니에요…….”
심장이 춤을 추듯 요란하게 콩닥거렸다. 사흘은 기다려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장 내일 온다니까 기쁨을 주체할 수 없다.
“공항까지…… 마중 나갈까요?”
조금이라도 그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은서는 용기 내서 물었다.
-됐어.
그러나 그 용기는 환영받지 못했다.
냉정한 거절에 싱그럽게 웃고 있던 입매가 금세 시무룩하게 처졌다. 산들바람처럼 간지럽게 살랑거리던 마음속으로는 서운함이 툭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마중 나왔다가 혹여 엇갈리기라도 하면 곤란해지니까.
“아…….”
-내일은 스튜디오 가지 마.
“네?”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집에서 나만 기다리고 있으라고.
이어지는 말에 은서의 얼굴엔 다시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심박도 바쁘게 날뛰었다.
“네……. 내일은 밖에 안 나가고 집에서 강혁 씨만 기다리고 있을게요.”
은서는 명치가 간지러워서 미칠 것만 같았다. 두근거렸다가 서운했다가 또 두근거렸다가. 널을 뛰는 감정이 꼭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런 감정, 연애할 때 많이 느꼈는데…….’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차강혁과 이러고 있는 게 꼭 연애를 하는 것 같다고……. 물론 덧없는 망상일 뿐이지만.
* * *
날이 바뀌었다. 드디어 디데이였다.
은서는 새벽 일찍부터 눈을 떴다. 원한 건 아니었는데 그냥 그렇게 눈이 떠졌다. 그녀는 침대에서 빠져나와 블라인드를 끌어 올렸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은 연보랏빛이었다. 어서 이 어슴푸레한 어둠이 걷히고 뜨거운 태양이 중천에 떠올랐으면.
은서는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고 했다. 이따 잠에서 깼을 때 시간이 훌쩍 흘러갔기를 고대하면서.
그러나 눈을 감아도 잠의 요정은 찾아오질 않았다.
몇 시간 뒤면 그가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맥박은 평소보다 가열차게 뛰면서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어서,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결국 은서는 다시 잠드는 것을 포기하고 음악을 틀었다. 헬렌 메릴이 우아하고 상냥한 음색으로 스탠다드 재즈를 노래한다.
‘당신이 집에 돌아와 기뻐요. 당신이 곁에만 있으면 더 이상 아무것도 바랄 게 없어요.’
은서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며 책을 펼쳤다. 하지만 글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활자가 사방으로 산만하게 튀는 느낌이었다.
몇 페이지를 꾸역꾸역 넘기던 은서는 책을 내려놓고 쓰러지듯 누워 멀거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가만히 있다 보면 상념이 파도처럼 쓸려 들어온다.
언제나 그렇듯 상념의 주인공은 차강혁이다.
은서는 그의 얼굴을 떠올리고, 그의 목소리를 떠올리고, 그의 체온을 떠올리고, 그의 감촉을 떠올렸다.
항상 그를 생각하고 항상 그를 그리워하는 제 자신은 마치 태양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공전하고 있는 지구 같다.
태양을 따라 궤도를 돌 때마다 지구의 계절이 변하고 낮과 밤이 달라지고 별들의 위치가 달라지듯이, 그를 따라 은서의 일상도 변하고 감정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다.
좀 더 영리하게 사랑할 수는 없는 걸까? 바보 천치처럼 사랑에 푹 빠져서 질식할 듯이 허우적거리는 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중심을 잡아 가면서 사랑할 수는 없는 걸까?
하긴, 그런 영리한 머리가 있었다면 애당초 차강혁 같은 남자에게 빠져드는 일이 없었겠지. 은서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 * *
시간은 굼벵이처럼 느리게 흘러갔다.
정오가 되자 전화가 왔다. 은서는 날렵한 손길로 휴대폰을 채어 잡았다.
-지금 인천이야. 이제 차 타고 집에 가고 있어. 아마 50분쯤 뒤에 도착할 것 같군.
기다리고 기다리던 목소리에 가슴 속으로 미풍이 잔잔하게 불어왔다.
“네…….”
고작 ‘네’라는 멋없는 대답밖에 나오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빨리 오세요.’라고 칭얼거리고 싶은데.
-집에 가면 곧바로 당신부터 안을 거야.
은밀한 예고에 은서는 입안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갈증이 일어서 침을 꿀꺽 삼켜야만 했다.
-그러니까 먹기 좋게 준비해 놓으라고.
“준비요?”
-옷 벗고 기다리라는 뜻이야.
“하…….”
뻔뻔하기 이를 데가 없는 요구에 헛웃음이 삐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