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 *
“……네?”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진한 얼굴에 그는 비소를 터뜨렸다.
“연기를 곧잘 하는 편이군. 내 앞에서는 이렇게 조신한 척을 하고 뒤로는 남자를 홀리고 다닌 건가? 감탄이 나올 정도야.”
“강혁 씨…….”
“놈을 여기까지 끌어들이다니, 배짱이 아주 두둑해. 내가 집에 있어서 꽤나 실망했겠어.”
“…….”
“스릴을 망쳐서, 지루한 결혼 생활의 소소한 재미를 방해해서, 정말 미안하게 됐어. 진심으로 사과하지. 내가 없었다면 지금쯤 이 침대는 그 자식이 차지하고 있었을 텐데.”
들으면 들을수록 어처구니가 없는 말에 은서는 눈살을 진하게 구겼다. 가슴속에서 울화가 솟구쳤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우현이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동생이라는 걸 강혁 씨도 잘 알잖아요. 어젯밤에는 지현이 집에 갔다가…….”
“싸구려 불륜 영화들처럼 그 새끼에게 다리를 벌려 줬겠지.”
찰싹, 날카로운 소리가 대기를 갈랐다. 그의 한쪽 뺨이 발갛게 부어올랐다. 은서는 손을 달달 떨었다.
“개자식…….”
목소리 역시 여리게 떨렸다. 기세 좋게 뺨을 후려치고 욕설까지 쏘아붙였지만, 절망스럽게도 그러한 행동은 오히려 은서를 더 나약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여유롭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개자식? 고작 한다는 욕이 그건가?”
가소롭다는 듯이 비아냥거리는 응수에 이성의 뇌관이 팍 터지고 무모한 오기가 발동했다. 은서는 눈빛을 표독스럽게 빛내고 목에 핏대를 세워 악을 썼다.
“그래요. 잤어요! 근데 그게 뭐 어때서요?”
“뭐?”
“어차피 이 결혼은 비즈니스잖아요. 내가 다른 남자랑 잔 게 무슨 대수라고 이래요? 차강혁 씨가 상관할 일은 아니니까 신경 꺼요!”
신랄하게 퍼부은 은서는 그의 어깨를 퍽 밀쳐 냈다.
하지만 침대에서 빠져나가려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강한 완력이 다시 그녀를 쓰러뜨렸다. 매트리스 스프링이 출렁거리면서 등줄기를 섬뜩하게 더듬고, 묘한 두려움이 심연 속에서 피어올랐다.
“비, 비켜요…….”
은서를 곧게 내려다보는 그의 눈길에서는 불꽃이 사납게 튀고 있었다. 맹금같이 날카로운 눈빛에 기가 완전히 눌린 은서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그는 맥박이 팔딱팔딱 날뛰고 있는 하얀 목덜미를 손끝으로 짚으며 의미 모를 미소를 짓더니, 한 손으로 그녀의 양 손목을 틀어잡아 결박시켰다. 손목에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거센 악력이었다.
“왜, 왜 이래요. 이 손 놔…… 으읍!”
여린 목소리는 그의 입속으로 고스란히 먹혀 들어갔다.
겁에 질린 은서가 다리를 휘적거리며 발버둥을 치지만, 그는 도리어 거칠게 입술을 빨고 혀를 밀어 넣어 입안을 난잡하게 유린했다. 혀를 뒤섞고 입천장을 할짝거리고 치열을 훑으면서, 무법자처럼 입안을 침범하고 다닌다.
“하아.”
겨우 입술이 떨어지고 은서는 다급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나 호흡을 고르는 것조차도 그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새빨개진 귓불을 핥고 물면서 노골적으로 성감을 자극했다.
“흐응.”
능숙한 혀 놀림에 은서는 야트막한 신음을 흘리며 어깨를 파들파들 떨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유은서, 네가 그렇게 음탕한 여자인지 몰랐어. 남자가 필요하면 진작 말을 하지. 내가 기꺼이 박아 줬을 텐데 말이야.”
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모욕적인 말인데, 이상하게도 모욕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더운 숨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미치도록 섹시하게 들려서 혼란스러웠다.
젖은 혀가 쇄골을 빨고 음흉한 손은 가슴을 지나 배를 타고 내려왔다. 이내 찰락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슬랙스의 버클이 열렸다.
순간, 은서의 뇌리로 위험 신호가 요란하게 깜박거렸다.
흉터……. 흉터를 들키면 안 되는데……!
“아, 안 돼요……. 이제 그만 멈춰요.”
은서가 절박하게 애원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차강혁에게만큼은 절대로 흉터를 보여 줄 수 없었다. 그럼 그는 나를 더 미워하고 싫어할 테니까.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는 조소를 내뱉고 서슴없이 바지를 끌어 내렸다.
“싫어요! 그만둬요!”
은서는 쇳소리를 내지르며 발악했다.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내서 발을 걷어차고, 결박에서 벗어나려고 손목에 힘을 실어 비틀었다.
그러나 극렬한 반항에도 불구하고 하체가 훤히 드러났다. 좌절감이 해일처럼 덮쳐 왔다.
이제부터는 데자뷔를 겪게 될 것이다. 그는 징그러운 흉터를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리고 흥이 꺾였다는 듯 손을 털고 이 침실을 떠나리라.
‘그래, 차라리 잘됐어. 도대체 무슨 연유로 나를 안으려고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이쯤에서 끝나는 게 나아.’
볼품없는 흉터를 들킨 건 괴롭고 슬펐지만 그것 때문에 이 미친 짓거리가 멈추게 되었으니, 아이러니컬하게도 다행스러운 일이기는 했다.
그러나 은서의 짐작과 달리, 그는 우둘투둘한 흉터에 적선하듯 눈길만 쓱 던지고 가랑이 사이로 손을 조급하게 밀어 넣었다.
극도로 당황한 은서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설명 따윈 들을 수 없다.
그의 손은 얇은 팬티 위에서 장난을 치듯 움직였다. 통통한 둔덕을 쓰다듬다가 천천히 내려와 질구 주변을 더듬는다.
이윽고 가운뎃손가락에 힘을 살짝 줘서 구멍을 겨냥해 꾹 누르자, 은서가 골반을 튕기며 간드러진 교성을 터뜨렸다.
“흐응……!”
“감도가 좋은데.”
민감한 반응에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계속해서 팬티 위를 지분거렸다.
낯선 손길에 배꼽 아래가 견딜 수 없이 간질간질해지면서 끈끈한 체액이 새어 나왔다. 애액이 팬티를 적셔 진한 물 자국을 만들어 내자, 그의 눈동자에서 묘한 광채가 번뜩거렸다.
“겨우 이런 걸로 젖는 건가? 너무 쉬운 몸이군.”
“그, 그만둬요.”
은서는 빨개진 얼굴을 시트에 파묻어 숨겼다. 죽고 싶었다. 손으로 속옷 위를 조금 만져 줬다고 자지러지는 꼴이라니, 얼마나 우스워 보일까.
“그만둘까?”
선심을 쓰겠다는 듯 낮게 읊조리는 말에 은서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거렸다.
“맞아. 이건 시시하니까.”
결박된 손목이 풀렸다. 생각 외로 그가 쉽게 물러나서 의아했지만, 어쨌든 이제 끝이라 생각하고 은서는 안심했다.
그러나 긴장이 풀어진 것도 잠시, 그는 은서의 셔츠 단추를 거침없이 잡아 뜯었다.
“무슨 짓이에요? 그만둔다고 했잖아요!”
“그래, 시답잖은 장난은 그만둘 거야. 오프닝이 쓸데없이 길었어.”
팔을 마구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쉽게 제압당하고 브래지어마저 벗겨졌다. 그는 브래지어로 은서의 두 손목을 칭칭 감아서 정교하게 포박시켰다.
은서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버렸다.
“이러지 말아요.”
울먹거림에 돌아오는 응답이라고는 찌이익, 팬티가 찢어지는 소리였다. 은서는 이제 완전한 나신이 되어 그의 밑에 무력하게 깔려 있는 꼴이 되었다.
손질이 끝난 먹잇감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나신을 훑어보고 감탄했다.
“이렇게 훌륭한 몸을 이제야 보여 주다니. 유은서 너도 참 나쁜 여자야.”
“강혁 씨…….”
그는 양손으로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농구공도 한 손으로 거뜬히 잡는 큼지막한 손으로 쥐는데도 넘쳐흐를 정도로 탐스러운 가슴이었다.
젖가슴을 손아귀에 담고 마음껏 주무르던 그는 유륜을 쓸고 젖꼭지를 만지작거렸다. 새하얀 피부 위에 핑크색으로 빛나는 젖꼭지가 앙증맞았다.
“예쁘네.”
“그만…….”
“밑은 어떨지 궁금해지는군.”
그는 가냘픈 발목을 붙잡아 다리를 활짝 벌렸다.
“하지 말아요!”
절대로 보여 줘선 안 될 곳을 보여 줬다는 치욕감에 은서는 고함을 치고 다리를 오므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도 핑크야.”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핑크빛 음부를 면밀히 관찰하며 그는 흡족해했다.
작은 날개처럼 펼쳐진 음순과 그 사이에 감질나도록 좁게 벌어진 구멍이 꽤나 맛있어 보였다. 여태껏 사냥한 것들 중에 최고로.
그는 입맛을 다시고 바지를 열어 꼿꼿하게 발기한 페니스를 꺼냈다. 은서는 아연실색했다.
“아, 안 돼…….”
그의 페니스는 상상했던 것보다 아니,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크고 두꺼웠다.
저건 생식기가 아니라 무기였다. 저렇게 크나큰 물건은 절대로 제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 설혹 들어간다고 해도, 온몸이 고통스럽게 꿰뚫리고 파열될 것이었다.
은서는 결사적으로 고개를 내젓고, 필사적으로 온몸을 바르작거렸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도망칠 방법이 없었고, 그는 자비가 없었다.
그는 팽팽하게 솟아오른 페니스로 클리토리스를 부비적거리다가 좁은 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자그마한 구멍은 거대한 페니스를 밀어내기에 급급했다.
여러 번 계속 시도를 해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였다. 작은 구멍은 귀두 끄트머리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씨발.”
은서가 좀처럼 몸을 열어 주지 않자, 그는 욕설을 내씹고 바지 안으로 페니스를 투박하게 집어넣었다. 쉬운 몸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생각보다 까탈스럽다.
그는 혀로 손끝을 핥아 올려 타액에 젖은 손을 음부로 가져가 능숙하게 놀렸다. 클리토리스를 만지작거리자 살짝 부풀어 오르면서 날개 같은 음순이 요망하게 벌름거렸다.
“하아.”
은서는 가슴을 크게 오르락내리락하며 숨을 할딱거렸다. 그의 손끝이 살결에 직접 닿으니 자극은 배가 되었다.
길고 우아하게 뻗은 손가락은 발칙하게 움직이며 콩알처럼 부어오른 클리토리스를 꾹꾹 눌러 대고, 질구 주변을 뱅뱅 돌면서 애를 태웠다.
“흣, 그만…….”
발가락을 오그라뜨리며 은서는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괴상한 느낌이었다. 이런 식으로 당하는 게 싫은데, 육신으로는 쾌감이 선명하게 관통하고 있었다.
“그만하라고? 그 말을 하려면 신음 소리를 내지 말든지, 물을 줄줄 흘리지를 말든지.”
그는 손으로 애액을 훔쳐 은서의 눈앞으로 바짝 들이밀었다. 손가락을 주르륵 타고 흐르는 투명한 액을 본 그녀는 미간을 찡그리고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앙탈 한번 대단하군.”
강한 악력이 은서의 턱을 그러잡아 고개를 억지로 돌리게 만들었다. 다시 그와 시선이 맞닿았다.
“왜 피해. 유은서 네가 흘린 거야.”
그는 애액이 묻은 손가락을 장난스럽게 까딱거리더니 입안에 집어넣어 혀를 날름거렸다. 그게 무슨 꿀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끌미끌한 액을 정성스럽게 핥아먹는 것이다.
은서는 경악했다. 어떻게 그 더러운 걸…….
“미쳤어…….”
“어쩌면.”
야한 미소를 머금은 그는 손을 다시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기다란 손가락이 질구 주변을 탐색하듯 맴돈다. 그러다 중지를 세워 구멍 속을 파고들었다.
“아흣!”
신음이 한층 더 높아졌다. 그 소리를 기쁘게 들으며 그는 손가락을 고루 휘저었다. 좁다란 내벽이 손가락을 따뜻하게 감싸고 조여 무는 느낌이 꽤 좋았다.
손가락도 이렇게 잘 조이는데, 좆은 얼마나 잘 조일까. 어서 빨리 맛보고 싶은데 구멍도 꼭 주인처럼 앙탈스러워서 달래는 게 쉽지가 않다.
“흐응.”
피스톤 운동을 하듯이 손가락을 쑤셔 대자 은서가 우는 소리를 내면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예민한 반응에 그의 갈망은 심해지고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다.
그는 군침을 삼키고 착실하게 놀리던 손가락을 빼냈다. 고개를 숙여 그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는다. 그리고 젖은 아래에 입술을 쪼옥 쪼옥 맞췄다.
“하앗! 무, 무슨 짓이에요……. 하지 말아요. 흐읏!”
이런 변태 같은 짓을 하다니. 깜짝 놀란 은서가 경기를 일으키며 악다구니를 썼다. 다리를 아등바등 흔들자, 그가 양손으로 허벅지를 강하게 움켜잡아 고정시킨 채 혀를 질척하게 굴려댔다.
“아으응. 시, 싫어…….”
싫은데, 이런 거 정말 싫은데……. 생각과 달리 몸은 야릇한 쾌락에 휩싸여 교태 넘치는 신음을 내지르고 허리는 요염하게 들썩거렸다.
“흐읏.”
은서는 무너진 얼굴로 다리 사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음미라도 하듯 눈을 꼭 감고 가랑이를 게걸스럽게 탐하고 있었다. 그가 핥고 빨아들일 때마다 츄릅 츄릅, 난잡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로서는 굉장한 정성이었다. 여자한테 박아 보겠다고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한 적은 처음이었으니까.
은서의 시선을 눈치챈 건지 그가 슬며시 눈을 떴다. 서로의 시선이 짙게 엮어 들었다.
평소 명민하고 예리하게 빛나던 그의 눈동자는 욕망에 젖어 나른하게 풀어져 있었다. 한없이 냉철하던 남자가 제 밑이나 빨면서 이런 눈빛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가히 낯설었다.
또한 섹시했고…….
“빨아주니까 좋아?”
“흣, 싫어요!”
“싫다면서 보지는 왜 벌름거리지?”
상스럽기 짝이 없는 단어에 은서가 치를 떨었다. 하지만 그가 혀를 노련하게 굴리고 양손으로 젖꼭지를 희롱하는 통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아…….”
위아래로 끊임없이 밀려오는 자극에 은서는 끼 떠는 소리를 연신 쏟아냈다.
그는 나비 날개 같은 음순을 혀끝으로 핥아 올리다가, 좁은 구멍 속으로 혀를 밀어 넣고 음험하게 헤집었다. 투명한 애액이 왈칵 터져 흐르고 시트가 흥건하게 젖어버렸다.
“너무 우는데. 어서 박히고 싶어서 안달이라도 난 것처럼.”
이제 예열은 충분한 것 같았다. 그는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고 다시 페니스를 꺼냈다. 좁다란 구멍에 교합을 맞춰서 삽입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쉽게 받아 주지는 않았다.
“더럽게도 튕기는군.”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그는 은서의 다리를 더욱 넓게 벌렸다. 그러고는 허리에 힘을 난폭하게 실어서 강제로 페니스를 콱 쑤셔 박았다.
“하으읏!”
배려라고는 일절 없는 거친 삽입에 은서가 새된 비명을 내질렀다. 몸이 산산조각 나는 것만 같았다. 뺨으로는 눈물이 주르륵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는 페니스를 겨우 반밖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작은 구멍을 보고 혀를 찼다. 빨아 줄 때는 어서 박아달라는 듯이 요사스럽게 벌름거리고 물을 질질 흘리더니, 막상 박아 넣으니까 격렬하게 거부한다.
정말이지 유은서다운 행동이었다. 저를 좋아한다고 애가 타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도 손을 뻗으면 뒷걸음질 치는 게 그녀의 장기였으니까.
“몸에 힘 빼고 다리 제대로 벌려.”
“아읏. 그만, 아파요…….”
“다리 똑바로 벌리라고.”
은서의 애걸에도 그는 무섭게 으르렁거리기만 했다. 그는 그녀의 한쪽 다리를 어깨에 걸치고, 페니스가 반밖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무작정 피스톤질을 시작했다.
퍽퍽, 투박하게 밀어붙이는 힘에 연약한 몸이 여지없이 뒤로 밀려났다. 그는 양손으로 잘록한 허리를 꽉 붙들어서 단단히 고정을 시키고 더욱 포악하게 추삽질했다.
“강혁 씨, 그만…….”
“힘 빼. 하도 조여 대서 자지가 다 아플 지경이니까.”
“하아앗, 아파.”
미친 듯이 쑤셔 박고 있는데, 교합 지점에서 새빨간 물이 맺히는 게 보였다.
‘피?’
당혹스러운 상황에 그는 허리짓을 멈추었다. 검은 눈동자가 거세게 동요했다. 눈물범벅이 된 은서를 빤히 주시하면서 그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보기완 다르게 앙큼한 구석이 있군.”
그의 입가로 야릇한 미소가 맺혔다.
“거짓말로 날 열 받게 해서 얻는 게 뭐지?”
냉소적인 말투였지만 그는 분명 즐거워하고 있었다.
“아, 이런 거친 섹스?”
그는 허리를 쾅 쳐올리며 페니스를 끝까지 집어넣었다. 생살이 꿰뚫리는 감각에 은서는 진저리를 치며 울었다.
“하읏!”
“겉으로는 정숙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나한테 꽤나 잡아먹히고 싶었나 보군. 깜찍한 속임수로 날 자극한 걸 보면 말이야.”
이 나이 먹도록 처음이라니 어이가 없지만, 한편으로는 눈엣가시 같은 놈과 여태껏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사실에 그는 안도가 되기도 했다.
“놈을 끌어들여서 날 돌게 만드니까 어때? 만족스럽나?”
“하으…….”
“유은서, 네가 원하는 만큼 실컷 쑤셔 박아줄 테니까 다리나 제대로 벌리라고.”
그는 은서의 젖은 눈가를 부드럽게 문지르고 손목을 칭칭 동여맨 브래지어를 풀어 주었다. 손목이 자유로워졌지만 은서는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 아니, 밀어낼 수 없었다.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키듯 터프하게 몰아붙이는 힘에 반항 자체를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성난 페니스가 내벽 곳곳을 긁고 자궁에까지 닿아 찌르고 있었다.
은서는 그의 팔목을 꼭 쥐어 잡고 손톱을 바짝 세워 할퀴었다. 빨간 생채기가 남든 말든 그는 상관하지 않고 허리를 야만스럽게 놀린다.
강하게 밀어붙일 때마다 풍만한 젖가슴이 출렁출렁 흔들리는데 그게 아주 절경이었다. 그는 두 손으로 흔들리는 가슴을 꼭 움켜쥐고 만지작거렸다.
이윽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선을 핥고, 쇄골에서 이를 세우고, 가슴을 할짝거리고 빨았다. 그의 입술이 지나갈 때마다 울긋불긋한 자국이 영역 표시처럼 진하게 남았다.
“아읏.”
순진하게 생긴 얼굴이 음란하게 풀어져 엉엉 운다. 그 야릇한 괴리감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가슴 속에서 스파크가 튄다.
“하아앙.”
포인트를 정확하게 건드린 건지 신음 소리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입꼬리를 유하게 말아 올린 그는 은서의 귓불을 잘근 물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좋아?”
“흐응.”
“유은서 너 지금 발정 난 암고양이처럼 앙앙거리고 있어.”
“아으응.”
“나한테 박히니까 좋아?”
“하아.”
열띤 신음이 곧 대답이었다. 그는 더욱더 가열차게 그녀의 스위트 스팟을 자극했다.
“하으읏…….”
은서는 두 팔로 그를 덥석 끌어안았다. 반듯한 목선에 손톱을 마구잡이로 박아 넣으면서 보채듯이 울기만 했다.
좋았다. 너무 좋았다. 자위를 하면서 어느 정도 쾌감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와의 섹스는 차원이 달랐다. 여태껏 혼자 손장난을 치며 느꼈던 쾌감은 쾌감 축에도 들지 못하는 것이었다.
“아흣.”
그는 끊임없이 질 속을 드나들면서 눈물로 젖어 있는 얼굴을 혀로 핥아 올리고 빨개진 콧잔등에 키스했다.
그리고 시선을 꼬옥 맞췄다. 매력적인 홍채가 그녀를 집어삼키기라도 할 것처럼 집요한 욕망으로 이글대고 있었다.
순간 은서는 오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이렇게 눈을 짙게 맞대면서 체온을 나누고 살결을 부딪치고 있으니, 난폭하고 일방적이기만 한 섹스도 왠지 사랑을 확인하고 있는 하나의 행위인 것 같다는 착각이 드는 것이다.
정신 나간 착각이었지만 적어도 이 순간에는 그랬다.
냉정하기만 하던 남자의 뜨거운 열정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꼭 그에게서 사랑받고 있는 느낌이라고…….
“아으응.”
“하아, 은서야…….”
절정에 다다르자 그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목울대를 그르렁거리며 맹수처럼 울부짖었다. 동시에 욕망의 결정체를 그녀의 안에 가득 채워 넣었다.
* * *
광적인 섹스가 끝나고 은서는 침대에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그가 페니스를 닦고 바지를 추스르는 모습을 보자, 잊고 있었던 수치심과 치욕감이 한꺼번에 떠밀려 들어왔다.
이 남자가 옷 하나 벗지 않고 저를 탐하는 동안, 저는 완전히 다 벗겨져서 잔혹하게 농락당했다. 바지 하나 추스르고 나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이는 그와 달리, 자신은 형편없이 망가진 상태였다.
진득한 액들과 새빨간 선혈은 사타구니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려 침대 시트를 흠뻑 적셨다. 몸은 아직도 쾌감의 여진으로 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저 혼자만 섹스의 여운으로 괴롭게 시달리고 있는 꼴이 서러웠다.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코를 훌쩍거렸다.
그때, 그가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은서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나른하게 연기를 내뱉은 그는 은서의 무릎을 붙잡아 가랑이를 확 벌렸다.
“무슨 짓이에요? 저리 가요!”
은서가 몸부림을 치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엉망진창으로 지저분해진 밑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얌전히 있어. 그냥 보려는 것뿐이니까.”
“보여 주는 게 싫다구요!”
“성질머리가 보통이 아니군. 그 성질, 그동안 어떻게 숨기고 살았어?”
성질머리를 숨긴 게 아니라 차강혁이 자꾸만 저를 독하게 만들고 있었다.
은서는 어금니를 악물고 다리를 휘둘렀다. 그럴수록 그는 손아귀에 힘을 꽉 줘서 더 넓게 다리를 벌렸다.
“너무 세게 박았나. 부었어.”
담배를 느긋하게 빨면서 그는 정액과 애액과 피가 흐르는 음부를 집중해서 살펴보았다. 반짝거리면서 빛나는 눈이 무슨 세기의 걸작이라도 감상하는 것 같았다.
은서는 사지를 부들부들 떨었다. 그에게 이런 꼴을 보여 주고 있다는 현실이 부끄러워서 돌아 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나 좀 놔줘요, 제발…….”
“처음이면 처음이라고 말하지 그랬어. 그럼 이렇게 거칠게 쑤셔 박진 않았을 거 아니야.”
그는 티슈를 몇 장 뽑아 엉망이 된 음부를 천천히 닦아 내기 시작했다.
“하지 말아요! 내가 할 거예요! 나가라구요!”
은서가 온몸을 비틀며 격한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그는 물러나지 않고 꼼꼼하게 밑을 닦았다.
그의 손길이 스칠 때마다 단전에서 후끈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수치스러운데 그러한 심리를 배반하듯 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부당한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느껴 버리다니. 혀를 콱 깨물고 죽어 버리고만 싶었다.
“닦아도 닦아도 물이 계속 흐르네. 나한테 또 박히고 싶은 건가.”
“허튼소리 하지 말아요.”
“허튼소리가 아니라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거야. 궁금하면 일어나서 보라고. 네 보지가 얼마나 음탕한지.”
그가 입매를 짓궂게 말아 올렸다. 은서를 놀리고 있지만 사실 그도 아랫도리가 묵직해진 상태였다.
오늘 그녀가 처음만 아니었다면, 분명 지금쯤 또 정신없이 쑤셔 박고 있었으리라.
길쭉한 손가락이 클리토리스로 향한다. 손끝으로 살살 문지르자 은서가 허리를 들썩거리면서 얕은 신음성을 터뜨렸다.
“하읏.”
새끼고양이처럼 가르랑거리며 우는 꼴이 꽤나 귀여웠다.
손끝에 좀 더 힘을 실어서 만지작거렸더니 어서 페니스를 넣어 달라는 듯 구멍을 애액으로 적시고 음순을 벌름거린다.
기막히게도 예민하고 음란한 몸이었다.
“봐. 물이 줄줄 흘러나온다니까.”
“흐읏.”
울상으로 이지러진 얼굴도 훌륭했다. 깨끗한 눈동자가 열기를 머금은 것도 예뻤고.
그야말로 순수와 퇴폐가 공존하는 모순적인 매력이 철철 흘러넘친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요녀처럼 남자를 유혹하는 기질이 다분했다.
그의 페니스는 어느덧 바지를 뚫고 나오기라도 할 기세로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욕망을 억눌러야 할 때였다.
조금 전에 처녀막이 파열되어 선연한 피를 흘리고 있는 가냘픈 여자를 또 안을 만큼 잔인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는 손을 떼고 다시 티슈를 뽑아 젖은 아래를 정성스럽게 닦아 주었다.
깔끔하게 정리를 마치고 붙잡고 있던 다리를 놓아주자, 은서는 얼른 가랑이를 오므리고 시트를 끌어와 알몸을 가렸다. 또 당할 수는 없다는 듯이 시트가 무슨 생명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두 손으로 꼭 쥔다.
“다리에 흉터는 뭐지?”
그의 시선은 시트로 미처 다 가리지 못한 오른쪽 정강이에 닿았다. 은서는 머뭇거리다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렸을 때 사고로 다쳤어요. 미리 말 못 해서 미안해요.”
“무슨 사고?”
“그냥 교통사고요.”
‘교통사고’라는 단어에 그가 미간을 눈에 띄게 구겼다.
“아팠겠군. 몇 살 때 그랬는데?”
“열세 살 때요. 쓸데없는 질문은 그만하고 제발 좀 나가 줄래요?”
날이 선 말투에 그는 피식 웃었다. 그는 여유롭게 담배를 다 태운 다음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제 혼자서 손장난 같은 건 치지 마. 내가 실컷 박아 줄 테니까 다리를 벌리고 싶을 땐 언제든 나를 부르라고.”
그는 모욕적인 말을 툭 내던지고 침실을 유유히 떠났다.
은서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서는 도끼눈을 치켜떴다. 죄 없는 문을 독살스럽게 째려보다 베개를 문짝에다 팡 집어 던졌다.
그래도 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왼손 약지에 있는 결혼반지를 거칠게 잡아 빼서 협탁 위에 탁, 올려놓았다.
‘우린 조금도 부부 같지 않은데, 결혼반지 따위가 무슨 소용이야.’
은서는 분에 찬 숨을 색색거렸다.
그러다 울컥해서 눈물을 흘렸다.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보지만 금방 새로운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려서 얼굴을 촉촉하게 적셨다.
혼자서 청승맞게 울기만 했다. 오랫동안 울기만 하다가 힘겹게 몸을 움직였다.
‘운다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침대에서 빠져나와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온몸이 욱신거리고 뻐근했다.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고 입욕제를 풀었다. 하얀 거품이 몽실몽실 생겨난다.
은서는 욕조 안에서 등을 편하게 기대고 앉았다. 너덜너덜해진 육체가 따스한 온도의 물과 부드러운 거품을 만나 조금은 풀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멍하니 반신욕을 하고 있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격렬했던 섹스가 떠올랐다.
그의 모든 것이 낯설었다. 직설적인 음담패설도, 초점이 흐려진 눈동자도, 나른하게 풀어진 얼굴도, 거친 숨소리까지.
그리고 그의 낯선 모습에 완전히 압도되어 황홀경에 빠져든 제 모습도 낯설었다.
하지만 그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섹스였다. 그저 홧김에 일어난 사고에 불과했다. 교통사고처럼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그런 종류의 불행한 사고 말이다.
차강혁에게는 격렬했던 행위가 섹스라기보다는 일종의 분풀이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는 화가 나면 난폭한 키스처럼 해괴한 방식으로 분노를 풀고는 했으니까. 이번에는 그 난폭한 키스가 심해져서 난폭한 섹스로 이어진 것뿐이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눈가가 뜨거워지더니 눈물이 또 흘러내렸다.
‘왜 서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걸까. 이 허무한 감정은 대체 무엇일까. 가슴이 부서질 듯 아픈 건 대체 왜일까.’
화가 나고 허전하고 애처롭고 쓸쓸했다. 처량하고 초라하고 원통하고 애달팠다. 온갖 감정들이 격류처럼 휘몰아쳐서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그에게 안겨서 좋았는데, 그에게 안겨서 슬펐다.
* * *
목욕을 마치고 침실로 걸어가는데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어젯밤 홈시어터 룸에서 두고 간 휴대폰이 5시 정각을 알려 주고 있었다.
피임약을 먹을 시간이다.
은서는 홈시어터 룸에 들러 휴대폰을 챙기고, 침실로 들어가 피임약을 물과 함께 삼켰다.
전부터 피임약을 잘 챙겨 먹고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차강혁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컥 안에다 정액을 쏟아부었으니 말이다.
그를 사랑하지만 그의 아기를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에게 엄마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으니까.
한숨을 작게 쉰 은서는 침대에 걸터앉아 어젯밤부터 홀로 방치해 두었던 휴대폰을 확인해 보았다.
우현이 전화를 여러 번 걸었다.
그리고…… 간밤에 차강혁으로부터 부재중 통화가 찍혀 있었다. 묘한 기분이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내가 집을 나가든 말든 신경도 안 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예의상 전화 한 통은 했나 보네. 만약 어제 전화를 받았다면, 그는 무슨 말을 했을까? 걱정이 되니까 집에 들어오라고 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소모적이라는 깨달음에 머리를 휘휘 털고 우현에게 메시지를 찍어 보냈다.
[전화했었네.]
메시지를 발송하고 1초 만에 전화가 왔다. 통화를 연결하고 휴대폰을 귓가에 대자마자 우현의 목소리가 고막을 쟁쟁하게 울려왔다.
-누나, 괜찮아? 누나 남편, 완전 또라이야! 여태까지 살면서 그렇게 거만하고 몰상식한 사람은 처음 봐!
아, 그제야 기억이 났다. 차강혁에게 무안한 대접을 받은 우현을 1층 거실에 혼자 덩그러니 팽개쳐 놓고, 저는 그와 언성을 높여 싸우고 몸을 섞기까지 했다는 것을.
“나야 괜찮지. 근데, 우현이 넌…… 그러고 바로 갔어?”
-뻘쭘해서 일단 나왔는데, 막상 나오니까 걱정돼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누나 남편 엄청 화났던데 행여 누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을까 봐…….
우현이 일찌감치 저택을 떠났다는 소식에 은서는 안도했다. 동물적인 섹스를 들키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별일 없었어. 왜 걱정을 사서 하고 그래.”
-정말 별일 없었어?
“응. 잠깐 말다툼하다가 금방 화해했어. 그 사람이 너무 무례하게 굴었지? 널 보고 순간적으로 오해했나 봐.”
-오해? 무슨 오해? 누나랑 내가 불순한 관계이기라도 할까 봐? 누나 남편 정말 마음에 안 들어. 아무리 오해를 해도 그렇지, 이유도 안 듣고 사람을 면전에서 개무시하냐? 그리고 누나를 강제로 끌고 갈 건 또 뭐야? 누나 남편 심각한 성격파탄자야!
우현은 격양된 어조로 따발총처럼 말들을 쏟아부었다.
은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차강혁은 성격파탄자에 개자식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보다 훨씬 더 심한 표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미안해…….”
-나는 누나한테 사과 듣고 싶지 않아. 누나, 나는 정말…….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이 결혼 꼭 말렸어야 했는데 왜 멍청하게 손 놓고 있었는지…… 이제 와서 너무 후회가 돼.
“…….”
-누나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는데……. 누나가 남편 때문에 맘고생 할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
“우현아, 나 괜찮다니까? 진짜야. 믿어 줘.”
-은서 누나.
우현은 여느 때보다도 진중한 목소리로 은서를 불렀다.
-지금이라도 남편이랑 헤어지면 안 돼?
“뭐?”
예상치도 못한 말에 은서의 입이 멍청하게 벌어졌다.
-어젯밤 일도, 오늘 일도…… 누나 남편이 누나를 조금이라도 아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야. 그 남자, 누나를 전혀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부정할 수 없는 말이었다. 우현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꿰뚫어 보고 있었다.
차강혁은 저를 아끼지도, 소중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그저 ‘비즈니스’라는 게임을 위한 장기짝 정도로만 취급할 뿐.
-혼인신고는 벌써 했어? 요즘은 보통 1년 정도는 살아 보고 하잖아. 누나, 혼인신고 아직 안 했지?
“우현아.”
-아니, 했어도 그냥 헤어져! 아이 없을 때 얼른 헤어져야지, 애 생기면 얼마나 골치 아파지는지 알아? 누나 이혼해도 얼마든지 좋은 남자 만날 수 있어. 내가 보장해!
“너 지금 선 넘은 것 같은데.”
은서는 차분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말했다.
잘못된 결혼이지만 그렇다고 이혼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이 결혼은 남녀 간의 결합이 아니라 집안과 집안 간의 결합이었다. 이혼을 하려면 머리칼이 다 뽑히도록 복잡해질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못난 마음이 아직 차강혁을 향하고 있었다. 결혼 같지도 않은 결혼이지만, 그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를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그를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우현아, 너한테서 그런 말까지 듣고 싶지 않아. 난 이혼할 생각 없어. 그리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제발 호들갑 좀 그만 떨어.”
-미안, 내가 너무 흥분해서…… 말이 심했어. 그냥 누나 상처받았을 생각하니까 속상해서…….
“속상해할 필요 없어. 난 진짜 괜찮으니까.”
-알았어……. 혹시라도 그 사람이 누나를 아프게 하면 바로 나 불러. 내가 당장 달려갈 테니까.
“그럴게. 고마워.”
통화를 끝낸 은서는 무거운 숨을 내쉬고 침대로 풀썩 누웠다. 몸도 정신도 모두 다 지쳐 있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 * *
모욕은 결국 모욕일 뿐이었던 걸까.
차강혁은 앞으로 실컷 박아 주겠다며 호언했지만 2주가 되도록 제 몸에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그와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혹시 저번처럼 난폭하게 덮칠까 봐 은서는 바짝 긴장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2주 전에 격발하듯 터지던 섹스는 마치 백일몽이나 한여름 밤의 꿈처럼 비현실적으로 멀어지는 듯했다.
이제는 키스 자국도 사라졌고 맹렬한 피스톤질로 욱신거리던 아래도 괜찮아졌으니, 아예 없는 일로 치부해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듯했다.
삭막하고 건조한 일상, 에로스적인 욕망은 완전히 거세된 채로 하우스 메이트 같은 메마른 관계로 되돌아온 것 같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은서는 이제 더 이상 퇴근하고 돌아오는 남편을 기다리지 않았다.
되도록이면 그를 피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부조리한 욕망이 폭발해 버릴 것만 같아서.
그와의 섹스는 온몸이 불타오를 만큼 강렬해서 잊기가 쉽지 않았다.
오직 원초적인 본능으로만 가득했던 한낮의 섹스는 틈날 때마다 머릿속을 장악해서 뱃속을 후끈거리게 만들고, 그의 품에 다시 안기고 싶다는 몹쓸 욕구를 이끌어 내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은서는 끓어오르는 욕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지금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조한 사이가 좋다며 명쾌하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했다.
‘사랑 없는 섹스는 어차피 상처만 줄 뿐이니까.’
서로 연결되어 있는 순간에는 그의 분노가 꼭 사랑처럼 느껴진다는 말도 안 되는 착각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착각은 언제나 망상에 불과하고, 망령된 상상이 결코 현실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니 망상을 추구하기보다는 그 일을 잊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할 수밖에.
은서는 하루빨리 그 일을 망각하길 기원하며 개인전 준비에 열을 올렸다.
오늘도 부지런히 작업을 하고 까만 밤이 되어서야 귀가했다.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시간은 11시가 조금 넘었다.
그녀는 파자마를 입고 2층 테라스 벤치에 앉아, 휘영청 뜬 보름달을 안주 삼아 와인을 마셨다.
사람들은 오늘 같은 밤을 불타는 금요일이라고 부르던데, 은서에게는 오늘 밤이 지독히도 고독하고 쓸쓸한 밤이었다.
마음이 사막처럼 황량했다.
부족할 게 없는 인생인데. 근사한 집이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절친한 친구도 있고, 가족들도 모두 건강한데, 그런데도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공허했다.
‘처량한 짝사랑 때문이겠지…….’
원하는 건 거의 다 가졌다. 그런데 겨우 사랑 하나 가지지 못했다고 울적해하고 있는 꼴이 한심했다.
은서는 스스로를 향해 조롱 섞인 웃음을 내던지고 와인을 마셨다.
잔이 금세 비워졌다. 다시 잔을 채우려고 병을 쥐었을 때, 익숙한 발소리가 달팽이관으로 걸쳐졌다.
와인 병에서 손을 떼고 고개를 돌리니, 샤워 가운만 달랑 걸치고 있는 차강혁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청량한 향기가 코끝으로 녹아들고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쿵, 쿵,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갈 것처럼 거세게 날뛴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그의 향기가 짙어지고 심박의 강도도 강해졌다.
차강혁이 벤치 앞으로 다가오자 은서는 용수철이 튕기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도 테라스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모양인데 같은 공간에 있는 건 서로 불편할 테니, 그를 위해 기꺼이 테라스를 양보할 참이었다.
하지만 그를 스쳐 지나가려고 하는 순간, 덥석 손목이 붙들렸다. 은서는 고개를 들어 올리고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왜 이래요?”
그는 대답 대신 은서를 번쩍 안아 올려 한쪽 어깨에 짐짝처럼 들쳐 멨다. 순식간에 그의 어깨 위에서 몸이 뒤집어진 은서는 소리를 꺅 질렀다.
“뭐 하는 거예요! 당장 내려 줘요!”
은서는 주먹으로 넓은 등판을 퍽퍽 두드리고 두 다리를 휘적휘적 흔들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차강혁을 이겨 먹는 건 사자의 콧등을 주먹으로 때리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은서가 온 힘을 다해서 발버둥을 치는 동안 그는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짓궂게 주물렀다.
“어딜 만지는 거야! 만지지 말아요!”
목에 핏대가 오를 만큼 세게 악다구니를 쓰지만 그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얌전히 있으라는 식으로 엉덩이를 팡팡 두드리기까지 했다.
“만지지 말라니까! 어서 내려 줘요! 내려 달라구!”
반항을 하든 말든 그는 일말의 신경조차 기울이지 않고 성큼성큼 걷기만 했다. 그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침실이었다.
이번에도 그는 은서를 침대에 던져 버렸다. 풀썩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그마한 몸이 시트에 파묻히고 긴 머리카락이 헝클어졌다.
그는 무방비하게 쓰러진 몸 위에 올라타 앉더니, 흐트러진 머리칼을 찬찬히 쓸어 넘기며 정돈해 주었다.
테스토스테론을 물씬 내뿜는 남성적인 손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부드러운 손길에, 심장이 요란하게 춤을 추고 뒷목이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어졌다.
“손 치워요.”
은서는 두근대는 심정을 애써 숨기고 그의 손을 앙칼지게 쳐 냈다.
뾰족한 행동에도 그는 여유롭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그윽한 눈매로 은서를 길게 훑어보았다. 그러다 왼손 약지에서 시선이 멈추더니 일순간 미소가 사라졌다.
“결혼반지는 왜 뺐지?”
“내가 결혼반지를 빼든 말든, 차강혁 씨가 무슨 상관이죠? 내 방에서 어서 나가기나 해요!”
“여긴 네 방이 아니야. 우리 방이지.”
“뭐라구요?”
“부부 침실이잖아. 유은서, 네 방이 아니라 우리 방이라고.”
“기막혀…….”
어이가 없어서 헛숨이 터져 나왔다. 신혼집에 발을 들이자마자 게스트 룸을 쓰겠다고 선언한 사람은 다름 아닌 차강혁이었다.
그랬던 남자가 이제 와서 부부 침실이 우리의 방이라고? 황당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는 은서가 황당해할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은서의 파자마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끌어 내렸다.
“앗! 뭐 하는 짓이에요!”
하반신이 훤히 드러나고 은서의 만면이 이지러졌다. 뇌리로는 한낮의 섹스가 강렬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때처럼 이 남자에게 혹독하게 당할지도 몰라……!’
은서는 당장 도망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굶주린 맹수는 결코 사냥감을 놓치는 법이 없다.
그는 은서의 어깨를 짓눌러 다시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그러곤 그녀의 무릎을 쥐어 가슴께까지 끌어 올렸다.
“이러지 말아요!”
은서는 절벽에 내몰린 사람처럼 절박하게 팔을 휘두르고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그는 저항을 모두 묵살하고 여유 넘치는 자태로 활짝 벌어진 가랑이를 감상했다. 은은한 핑크빛으로 물든 음부가 먹기 좋게 영글어 있었다.
“부은 건 다 가라앉았군.”
조용히 읊조린 그는 손에 타액을 묻혀 음부를 살살 문질렀다. 손가락 끝이 질구 주변을 배회하듯 더듬고 클리토리스를 요악하게 만지작거렸다.
“하아.”
도톰한 입술이 조그맣게 벌어지면서 열띤 숨이 쏟아져 나왔다. 능숙한 페팅에 아랫배가 화끈거리고 좁다란 구멍에서는 질척한 애액이 새어 나왔다.
“하, 하지 마. 흣…….”
은서가 겨우 거부 의사를 내보이지만 차강혁이 물러날 리 없다. 신음 섞인 음성으로 하지 말라고 아양을 떠는 건 오히려 그를 자극하기만 할 뿐.
그는 차츰 젖어 들어가는 아래를 흥미롭게 주시하며 질구 주변을 맴돌다가, 가운뎃손가락을 밑구멍 속으로 쓰윽 집어넣었다.
“하앗.”
아찔한 침입에 은서는 간드러지는 교성을 터뜨리고 허리를 와들와들 떨었다.
역시 예민한 몸이었다. 그는 입가에 은연한 미소를 머금고 좁은 구멍 속을 성실히 탐색했다. 중지로 내부를 샅샅이 헤집고 일부러 내벽을 짓궂게 긁어 대기도 한다.
“흐읏.”
은서는 고개를 옆으로 꺾고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안간힘을 쓰면서 신음을 참으려고 노력했다. 이 오만한 남자 앞에서 음욕에 빠져 형편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흐응.”
하지만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릇한 소리는 여지없이 새어 나갔고, 저도 모르게 골반까지 들썩거리고 말았다. 짜릿한 자극 앞에서 그녀의 노력은 한없이 미력했다.
조금 뒤, 밑구멍을 집착 맞게 탐험하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투명한 애액이 손가락에 묻어 나와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는 젖은 손가락을 은서의 눈앞에서 살랑살랑 흔들어 보였다.
“참 잘 적신단 말이야.”
수치심에 은서는 눈을 질끈 감았다.
부끄러웠다. 그는 단지 아래에 손가락 밀어 넣었을 뿐이다. 키스를 하지도 않았고 몸을 어루만져 주지도 않았다.
그저 다짜고짜 하의를 끌어 내리고 밑을 지분거리다 손가락을 쑤셔 넣었는데, 혼자 실컷 흥분해서 애액이 철철 흘러넘치는 꼴이 부끄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이렇게 야한 몸으로 여태까지 경험이 없다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군. 대체 그동안 어떻게 참은 거지?”
그는 흥건하게 젖은 구멍에 시선을 꽂아 넣으며 나른하게 말했다.
“자위 따위나 하면서 참아 내기엔 유은서 네 몸이 아깝다는 생각 안 들었나? 내가 있는데, 왜 그동안 바보처럼 참기만 한 거냐고.”
밑구멍을 직선으로 응시하는 그의 시선이 조금 더 짙어지고 조금 더 진해졌다.
“고매한 척 내숭이나 떨고 있을 시간에 알아서 옷 벗고 벌렸으면 서로 좋았잖아.”
오만하게 이죽거린 그는 샤워 가운의 매듭을 풀었다. 그때, 은서가 목청을 쥐어 짜내고 발을 힘차게 뻗었다.
“닥쳐요!”
새된 음성과 동시에 퍽, 하고 무언가가 둔탁하게 충돌하는 소리가 침실 가득 울려 퍼졌다. 은서가 사력을 다한 발차기로 그의 가슴팍을 야심 차게 걷어차 버린 것이다. 회심의 일격이었다.
은서는 공격받은 그가 휘청거리는 틈을 타서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차강혁은 꿈쩍도 하질 않았다. 몸이 휘청거리기는커녕 속눈썹 하나 까딱하질 않았다.
타격을 입은 건 오히려 은서였다. 단단한 근육에 부딪힌 발이 우릿하게 아파 왔다.
“아야…….”
눈살을 찡그리며 앓는 소리를 내는 은서를 보고 차강혁이 쿡쿡 웃는다.
“귀엽다, 너.”
귀엽다고? 다분히도 저를 놀리는 말에 은서가 도끼눈을 치켜떴다.
“째려보면 더 꼴리는데. 나한테 빨리 박히고 싶어서 안달이 났군.”
“말도 안 되는…… 읍!”
그는 거친 키스로 입을 막아 버리고 하반신을 밀착시켰다. 숨결을 빼앗으며 가운을 열어 발기한 페니스를 그녀의 다리 사이로 가져간다.
딱딱한 페니스는 어서 입구를 열어 달라는 듯이 구멍 주변을 빙빙 맴돌았다. 음습한 자극에 은서는 진저리를 쳤다.
빈틈을 보이면 이 말도 안 되게 커다란 물건이 저를 또 가혹하게 유린할 것이었다. 은서는 고개를 마구 뒤흔들어 입술을 떨어뜨리고 성대가 찢어져라 외쳤다.
“싫어! 하지 말아요!”
주먹을 꽉 말아 쥐어서 장벽처럼 다부진 어깨를 팡팡 때렸다. 온 힘을 다해서 때린다고는 하지만, 애석하게도 차강혁에게는 솜방망이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선심 써서 몇 번을 맞아 주다가 가냘픈 손목을 그러잡고는 귓불을 할짝거렸다.
“저번처럼 거칠게 안 해. 아프지 않게 해 줄 테니까 겁먹지 말고 긴장이나 풀어.”
자상한 척 달래고 있지만 저음의 목소리에는 짙은 음욕이 배어 있었다. 난폭한 욕망을 담고 있는 그의 목소리가 섹시하게 들려서 은서는 혼란스러웠다.
그는 다시 거칠게 키스를 퍼부으며 상의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주물렀다. 그가 혀로 입안을 고루 휘저으면서 젖꼭지를 만지작거리자, 등골이 오싹해지며 살갗으로 소름이 돋았다.
그는 입술을 천천히 움직여 목선을 핥고 가슴을 빨고, 배를 타고 내려오다가 다리 사이에서 멈췄다. 그리고 애액이 줄줄 흐르는 음란한 구멍에 입을 맞추고 혀를 세워 굴렸다.
은서는 온몸을 바르작거리며 우는 소리를 냈다. 두 손은 그의 머리칼을 쥐어뜯을 듯이 잡아챈다.
“하아앗. 시, 싫어…….”
싫었다. 사랑 없는 섹스는. 애정이라고는 없이 오로지 동물적인 본능에만 충실한 섹스 따위, 원한 적 없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육신은 쾌락의 도가니에 풍덩 빠져 버렸다.
머릿속은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흐려졌다. 신경세포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솜털들이 삐죽거리면서 섰다.
그가 벌름거리는 음순을 빨아들이고 좁다란 구멍 속으로 혀를 밀어 넣을 때마다, 짜릿한 쾌감이 사지로 뻗어 나가고 숨죽여 있던 감각들이 크게 기지개를 켰다.
은서는 전율하듯이 몸을 떨었다.
“흐으읏.”
애액이 넘쳐흘러 엉덩이 골을 타고 내려와 시트까지 흠뻑 적시는 수준이 되자, 그는 애무를 멈추었다.
입가에 묻은 애액을 손등으로 훔치고, 허벅지 안쪽 살을 야금야금 깨물어서 키스 자국을 남긴다. 수컷이 영역 표시를 하듯이.
이어서 그는 거추장스러운 샤워 가운을 벗어 던졌다. 완벽한 골격과 탄탄한 근육의 조화를 보자, 은서는 무의식중에 입술을 벌리고 감탄했다.
“아…….”
남자의 몸이 이리도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은서는 홀린 듯이 그의 가슴 위로 손을 뻗고 말았다. 쿵쾅쿵쾅, 저처럼 그의 심장 또한 빠르게 뛰고 사실에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는 조그마한 손을 겹쳐 잡고 은서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그러면서 페니스로 클리토리스를 지분거렸다.
“흐응.”
애를 태우듯이 귀두 끝으로 젖은 구멍을 문지르며 그녀의 얼굴선을 따라 그리듯이 입술을 움직였다. 뭉툭한 콧잔등에 살포시 입술을 찍고, 도톰한 입술에 베이비 키스를 하고, 작은 턱을 살짝 깨물었다.
“아으응.”
착실한 애무에 그녀의 신음성이 점차 짙어지고 몸은 열기로 달아올랐다. 그는 질 속으로 천천히 성난 페니스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1권 끝. 다음 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