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독점욕심
"저희 예악하고 왔어요. 2시 타임이요."
"네, 확인 도와드릴게요."
한창 바쁜 시간이었지만 서원은 힘든 줄 모르고 바쁘게 움직였다.
선오는 직원도 더 채용했으니 아이를 낳을 때까지는 쉬는 게 어떠냐 했지만 일도 하지 않고 집에서 놀기만 하는 건 역시 따분했다.
전처럼 무리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숍은 지키고 싶었다.
자신은 장사 체질이라 오히려 집에만 있는 게 답답할 거라고 그를 설득하긴 했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안정기에 들어선데다 어차피 자신이 하는 일이야 이렇게 데스크를 보는 게 다이니 무리할 일도 없고, 전과 달리 이젠 배 속의 아이도 확연히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조금 부문 배를 이따금씩 안으며 바삐 움직이던 서원은 숍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를 힐끔 곁눈질했다.
숍을 드나드는 직원이며 손님들의 시선을 앗아가는 선오는 정작 태연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가게를 이전하는 날 다녀갔던 그는 숍에서 내오는 웰컴티를 마시고 인상을 찌푸렸다.
평생을 고급스러운 차만 마셔온 그의 입맛에 싸구려 차가 만족스러울 리 없었다.
그는 그날로 직접 주문한 차를 종류별로 가져다 놓았다. 이름 모를 차들 중에서 본인의 취향에 맞는 차를 어쩜 그렇게 잘 찾아 마시는지.
태연하게 차를 마시던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빨리 가서 볼일을 보고 오라고 턱짓을 한다.
서원은 손님들을 안으로 안내하고 시계를 보았다. 그의 말대로 어차피 매니저가 있으니 조금 일찍 나서도 괜찮긴 한데..
결국 직원들을 불러 남은 일을 맡기고 사장실로 들어간 서원은 겉옷을 챙겨 들었다. 작은 가방을 들고 뒤돌아선 서원은 심장이 내려앉을 뻔했다.
"어, 언제 왔어?”
“직원들이 알아?”
"뭘?”
"너 여기서 섹스할 때 침 질질 흘리면서 운 거."
"아무도 없을 때 한 거잡아. 당연히 모르지."
"확신해?"
그가 말하는 바의 의중을 몰라 눈을 깜빡거리고 있는데 선오가 더욱 성큼 다가왔다.
“네가 하도 신음을 질러서 누가 들어오다가 놀라서 나갔을지 어떻게 알아."
“다 퇴근하고...."
"다 퇴근했던 거 확실해?"
"....놀리지 마.”
선오는 웃고 싶은 걸 감추고 그녀에게로 붙어 졌다. 하여튼 놀리는 족족 반응을 하니 더 울리고 싶지.
저 새까만 눈이 당혹으로 흔들리는 걸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러다가 놀리지 말라면서 폭 안기는데 그 재미에 맛이 들어 요샌 자꾸 심술궂게 굴게 된다.
"빨리 자지 넣어서 보짓물 흐르는 구멍 막아달라고 얼마나 졸랐어, 그거 직원들도 알아?”
“모, 몰라.”
"사장실 문도 다 활짝 열고 했었잖아."
그랬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숍에서 책상을 붙잡은 채 얼마나 마음껏 신음을 질렀는지.
젖가슴 다 내놓고 보짓물을 싸던 걸 생각하면, 그도 그녀가 일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에 더 꼴렸던 것도 사실이었다.
스릴을 즐기느라 참지 못하고 좆을 꺼냈던 것도 부인하지 못한다.
'아앙, 아, 선오야아. 너무 좋, 아! 아!'
'남편 좆 맛있어? 유독 여기서 하면 정신을 못 차리네.'
'으응, 너무, 맛있, 아앙! 더 깊게 쑤셔, 줘어, 아!'
‘뭐? 안 들려. 더 크게 말해야 내가 알아듣지.’
‘남편, 흐응, 자지, 너무, 맛있, 어, 아아! 얼른, 얼른.'
‘보지에 힘 풀어.'
'후으, 응, 아! 기분 좋, 흐읏. '
‘어디가. 어디가 그렇게 기분 좋은데, 어?'
‘자지, 먹는, 흐으, 구멍, 흣.’
‘그러니까 거기가 어딘데.’
‘으응. 내 보, 지, 아앗! 앙!'
서원의 눈만 봐도, 스쳐 지나가는 그날의 대화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여튼 발랑 까졌나 싶다가도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있어 놀려먹기 딱 좋았다. 문선오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철석같이 믿으니, 제가 너무 놀려먹나 싶었지만, 그런 그를 들끓게 만드는 원인 은 그녀였다. 뒤늦게 불타오른 만큼 불더미도 급속도로 커졌다.
“눈치챈 기색은 전혀 없었는데."
“직원이 사장한테 어떻게 말하다. 사장님 섹스하는 소리 다 들었어요. 그래?"
선오는 차오르는 웃음을 참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진지해지는 저 얼굴이 너무 사랑스러워 농담이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 했다.
"사장님이 남편 자지 먹는 소리 다 들었다고, 어떻게 말해, 안 그래?”
끝내 속옷까지 홀딱 다 벗고 그의 위로 올라타 방아를 찧었던 그날을 떠올리는지 점점 안색이 새파랗게 변해갔다.
찌걱 찌걱, 찐득한 점액이 마찰하는 소리로 교합부가 얼마나 요란했었던가.
어디 그뿐인가, 저 소파가 삐거덕거리는 소리로 사장실이 다 시끄러웠었다. 부문 배를 하고서 어찌나 요사스레 엉덩이를 놀리던지..
그날을 떠올리자 아랫도리로 피가 쏠리는 기분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몸집이 작은데 임신으로 가슴은 더더욱 커진 데다 배까지 부풀어선....
선오는 다시금 그를 덮치는 선명한 기억에 머리꼭지가 뜨끈뜨끈해져 갔다.
‘자지가 점점 더, 하, 으응, 뜨거워지는 거 같, 아앙!'
정신없이 흘레붙는 와중에도 아이가 든 배 아래를 받쳐 안고 있었다.
'괜찮아. 어떻게 안 돼. 아이가 나을 길을 아빠가, 후, 미리 좆으로 풀어놓는다 생각하기로 했잖아.’
이리 붙어먹는 게 좋아 엉덩이를 사정없이 흔들면서도 내심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복잡해지는 얼굴이 보여 그녀의 근심을 풀어주려고 어떤 말이든 던졌었다.
문선오 말이라면 뭐든 안심하는 그녀니까. 자신이 이런 음담패설을 능청스레 하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아아! 나 엉덩이, 아!'
‘만져줘, 때려줘?'
'만져, 앗!’
선오는 뭉게뭉게 떠오르는 그녀의 신음을 곱씹으며 슬쩍 서원에게로 붙어 섰다. 부르르 떠는 그녀가 귀여워 피식피식 웃음이 샜지만 모르는 척 진지한 표정을 했다.
"가서 말할까?”
"뭐라고?"
“그날 신서원이 남편 자지 맛있다고 울면서 먹은 건 다 잘못 들은 거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해야지 뭐."
“이씨. 또 놀려.”
퍽, 그의 가슴으로 솜방망이 주먹을 날리는 그녀를 보며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게 누가 그렇게 귀여우랬나.
그녀와 결혼하고 아이까지 생겼지만 꼭 연애를 하는 기분이었다. 연애란 게 이렇게 달콤한 맛일 줄은.
누군가에게 쉽게 마음을 드러내는 건 멍청한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치를 떨었던 지난날들이 다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녀와의 연애는 짜릿했다. 겪어보지 못했던 색다른 종류의 맛이었다.
"얼른 출발해, 너 가고 싶어 했잡아."
“난 안 가."
"진짜 나 혼자 가?”
정말 안 가냐는 그의 반문에 슬그머니 손을 잡아 오는 그녀의 모습에 선오는 허리까지 접어가며 웃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요물이 따로 없다.
오랜만에 다시 찾아가는 동네였다. 해안도로를 달리는 내내 서원은 바다를 구경했다.
며칠 전, 딸을 보러 상경하는 동안 집이 비어 있는데, 놀다 가는 게 어떠냐는 아주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실은 바다가 보고 싶기도 했고, 단둘이서 여행을 가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여건이 되지 않으니 가고 싶단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선오가 먼저 그런 전화도 왔으니 같이 가서 쉬다 오는 게 어떠냐고 말을 해왔다. 서원은 고민할 것도 없이 오케이를 했다.
일이 많아, 비록 당일치기에 가까운 짧은 여행이지만 선오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좋았다.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가 둘러주는 옷 하나만 걸치고 곧장 낚싯대를 챙겼다.
그의 손을 잡고 방파제로 향한 서원은 지난번처럼 그와 함께 자리를 잡고 나란히 앉았다. 그가 원피스를 입은 서원의 허벅지 위로 가져온 작은 담요를 덮어주었다.
김밥도 먹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오는 길에 분식집에 들러 이것저것 포장도 해왔다.
"낚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여기만 오면 낚시를 하네."
"낚시가 좋다기보다 너랑 이렇게 같이 바다 보고 있는 게 좋아서." 서원은 부른 배를 받쳐 안고 끝이 어딘지도 모를 수평선을 바라보며 그가 입 안으로 넣어주는 김밥을 오물거렸다.
“튀김. ?"
그녀가 좋아하는 오징어 튀김을 입 안으로 쏙 넣어주는 그가 무심히 입가에 묻은 기름까지 닦아준다.
“혹시 그거 알아? 나 학교 다닐 때 너 농구하는 거 몰래 구경했었다?"
“농구할 때만 본 건 아닐 텐데.”
"알고 있었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의 대답에 서원은 휙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무신경하게 김밥 하나를 입에 넣으며 그게 뭐 놀랄 일이냐는 듯 답했다.
“그렇게 뜨거운 눈빛을 쏘아대면서 쳐다보는데 모르면 더 이상한 거 아니냐. 얼굴 구멍 나는 줄 알았다."
“근데 왜 계속 모른 척했어? 아니, 알고 있는 내색도 안 했잖아."
“왜 그래야 되는데."
"하긴 그땐 넌 나 안 좋아했지. 근데 데이트하자는 제안은 왜 받아준 거야?"
"하나 더?”
“응.”
그가 별거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튀김 하나를 입 안에 더 넣어주었다.
“안 그래도 그땐 뭔 생각이었나, 싶다. 나 좋다는 애들 다 돌려보냈는데 내가 왜 그랬는지."
“누가 또 고백했었는데?"
선오는 조금 긴장한 얼굴의 그녀를 보며 흐음. 난색을 지었다. 그의 표정을 예민하게 살피는 그녀를 알고 있어서였다.
“너 인기 많았던 거 알아. 뭐, 고백 많이 받았던 건 예상하고 있었어. 그래도 걔들이랑 잔 건 아니잖아. 그치?"
이번에는 확답을 바라는 얼굴이었다. 다 알면서도 묻는 걸 보니 애가 많이 타는 모양이었다. 더 뒀다간 울겠다 싶어 이제 장난을 끝내려고 하는데 그녀가 불쑥 톤을 높여 묻는다.
“현주도 너한테 고백했다고 했는데 걔랑은 그런 거 없었지?"
“그런 거?"
“남녀가 선을 넘어서 하는 그런 짓 말이야."
기억에도 없는 이름을 콕 집어 말하길래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나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자 쥐고 있던 낚싯대도 바닥에 놓아버리고 완전히 몸을 돌려 마주 앉는다.
현주가 대체 누구길래 저렇게 심각한 표정인지.
"왜, 왜 대답 안 해? 정말 그런 일 있었어?"
"왜, 걔랑 사이가 안 좋았어?"
딱히 말하고 싶지 않은지 답하기를 주저하는데 어째 눈꺼풀까지 파르르 떤다.
선오는 답을 듣기 위해 살살 구슬려 달랬다. 그녀의 입에서 원하는 대답을 들으려면 어찌 해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말해 봐. 어차피 다 지난 일이잖아.”
"나 괴롭히던 애야. 조현주, 더 좋아하는 걸로 우리 반에서 유명했었어. 원래 사이가 안 좋았는데 내가 너한테 고백한 거 알고 더 괴롭혔거든.”
“어떻게, 어떻게 괴롭혔는데, 네가 대충 말을 해줘야 나도 걔를 기억해내지."
"기억하지 마. 안 해도 돼."
침울하게 가라앉은 그녀의 목덜미를 지분거리며 살살 기분을 맞춰주자 입술을 우물거리더니 조심스레 말한다.
"무식하게 가슴만 커서 그걸로 유혹한다고, 어차피 철없을 때 갖는 그런 감정들인 거 알아. 그 나이에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나도 뭐, 괜찮아."
괜찮다는 사람치곤 표정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괜찮은 거 확실해?”
"근데 당시에 현주가 너한테 고백해서 둘이 만난다는 소문도 있었어.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
그러고 보면 그녀와 첫 섹스 때도 비슷한 걸 물었던 거 같았다. 다른 애들이랑 이런 거 해본 적 없냐는 질문. 그래서 그랬던 건가.
제 딴엔 소문으로 들은 내용이 사실일까 봐 많이 상심했던 모양이었다. 첫 섹스 후로 다른 여자와는 별달리 접점이 없다는 사실을 대강 눈치채고는 더 이상 묻지 않았던 거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기억도 안 나네."
급속도로 그녀의 눈 안에 물기가 고였다.
아이를 갖고 유독 눈물이 잦아진 그녀는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고, 감정의 기복도 심해졌다. 임신의 영향으로 평소와 달라진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선오는 그녀가 자신 앞에서 무조건 괜찮은 척하는 것보다 이편이 더 좋았다. 오히려 더 제 마음을 표현했으면 했다.
그래야 오해가 있으면 바로잡는 기분을 풀어주는 뭐라도 맞춰서 해줄 테니.
문선오 말이라면 뭐든 감수하겠다고, 내색도 않고 삭이는 건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했다.
더는 낚시도 하지 않겠다는 듯 끙끙대며 일어선 그녀가 돌아서서 가버린다. 잡아달라는 어리광인 걸 알고 있었다.
“김밥은"
“안 먹어.”
“낚시 안 하고 벌써 가게?"
“이제 안 해.”
선오는 그녀의 뒤를 느리게 따라 걸으며 피식피식 웃었다.
“손 안 잡고 가?”
“안 잡아.”
서원이 종종종 열심히 걷긴 하는데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그에 비해 다리가 짧은데 배에 아이까지 들었으니 걸음이 느렸다. 선오는 천천히 걸음을 늦춰 걷다 그녀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어디가, 너.”
“집에 갈 거야.”
“혼자 운전해서 가게?”
"그래, 그럴 거니까 넌 현주 찾아가."
“내가 말했잖아. 나 좋다는 애들 다 돌려보냈었다고, 이름도 처음 듣는데 내가 누군 줄 알고 걔를 찾아가.”
설움을 참다 참다 결국 주룩, 흐르는 눈물을 훔치는 서원이 먼바다로 고개를 돌린다.
사랑스럽다. 씨발.
미친 문선오. 우는 여자를 보고 하는 생각이 고작 이따위라니, 더 울리고 싶은 마음과 눈물을 한아 러주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저 작은 몸에 육중한 자지를 파묻어 좆이 떨어져라 흔들고 싶다는 욕망이 혼재해 그를 흔들어 놓았다.
“엄마가 기분이 좋아야 애도 좋지."
"누가 이렇게 만든 건데. "
"우리 애는 괜찮은지 이따 확인해봐야지 뭐, 별수 있어."
확인이라는 말에 눈을 끔뻑거리며 다시 이쪽을 보는데 그새 눈물이 그친 눈동자가 말갰다.
“입으로?”
"하는 수 없지. 그게 좋으면 또 해주는 수밖에."
"안정기에 그 정도는 괜찮다 했으니까."
선오는 슬그머니 그녀의 팔을 당겨와 품에 안았다. 그리고 살살 뒤통수를 만져주며 마음이 상했을 그녀를 달래주었다.
"아주머니 안 계셔서 오늘은 할 수 있어."
그녀의 말인즉 신음을 참지 않아도 되니 오늘은 오럴만으로 끝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그의 가학심을 부채질하는 게 본인인지도 모르고 자꾸 야살을 떤다.
“화는 다 풀렸나 보지?”
"그거야....”
"이만 들어가자, 춥다."
그는 속내를 숨긴 채 조용히 웃어줄 뿐이었다.
“여기서?”
돌담으로 둘러싸인 어촌 집, 원하게 뚫린 야외 마루에 누운 그녀가 주위를 힐끔거린다.
어슴푸레한 어둠이 내려앉았다고는 하지만 누가 마당 안으로 들어오면 대번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는 그의 등이 보일 위치였다.
“스릴 있는 거 좋아하면서 왜”
"나중에 또 누가 보고 있었던 거 아니냐고 놀릴 거면서…”
몇 번 놀렸더니 그새 새침하게 눈을 흘긴다.
귀엽긴. 자신을 이렇게 각성시켜놓은 게 누군데.
선오는 불붙은 마음에 실컷 기름을 끼얹어 놓고 이제 와 몸을 사리는 그녀 때문에 더 달아올랐다.
이젠 부정도 못 하겠다. 자신은 신서원에게 단단히 미쳐있다는 사실도, 더 부정해봤자 자신만 우스워 뿐이었다.
“안 놀려, 네가 신음만 참으면 아무도 몰라. 누가 와, 이 시간에.”
“또 놀리는 거지.”
“하지 마?”
여전히 미심쩍은 눈이 그를 향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녀 역시 하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지 슬쩍 엉덩이를 들어 팬티를 벗는다.
벗은 팬티를 말아 쥐고서도 다리를 오므리고 있는데 하고 싶은 말이 있는 표정이었다.
"그럼 너도 신음 소리 내.”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선오는 걸리적거리는 서원의 원피스 자락을 배까지 올리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황당함에 순간 할 말까지 잃었다.
"내가 안 내진, 않을 텐데?"
"넌 참으려고 할 때도 있잖아. 너 그럴 때면 한쪽 눈만 야하게 찡그리는 거 다 알아.”
생각보다 예리한 관찰력에 선오는 조금 놀랐다.
하긴 그녀와 잠자리만 몇 년을 했는데 모르는 게 이상했지만, 이리 직접적으로 말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지라.
그녀가 한창 즐기느라 무아지경에 빠져 있을 때 주로 그랬었다.
그의 욕심대로 좆을 놀렸다간 무슨 사달이 나도 단단히 날 거 같아, 서원이 조금 더 즐길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할 때면 그녀의 말대로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아 오르는 사정욕을 죽이기 위해 신음을 억누르곤 했었다.
"너도 그냥, 참지 마. 응?”
저 다칠까 봐 그러는지도 모르고 속 편한 소리를 한다.
“너 하는 거 봐서, 그래도 지금은 참아야 하지 않겠어?"
사방이 뻥 뚫린 마당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인지한 그녀의 눈에 긴장이 어린다. 돌담 하나에 의지한 집, 선오는 더 참지 못하고 그녀의 다리 사이로 고개를 묻었다.
"빨기 좋게 보지 이쪽으로 보여야지."
"안 들키게, 조절해, 흣, 줘."
"너 하는 거 봐서 결정한다니까."
동그랗게 벌어진 질구 주위를 핥으며 맺힌 이슬을 혀로 긁어와 끊임없이 삼켰다.
안쪽에 숨어있어 습하고 음란한 맛. 하루종일 그와 함께 있었으니 아직 씻지 않은 건 알고 있었다. 마음 놓고 그녀의 하루를 음미했다.
서원은 씻지 않은 상태에서 제 음부에 입을 맞추는 걸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 듯했다.
그녀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는 기어이 씻기도 전에 그녀를 당겨와 외음부에 쪽쪽 입을 맞대고 날개를 열어 그 속에 축축이 밴 물기를 핥았다.
"후으, 으응, 냄새나? 우리 씻으면서 할, 까?"
누구 마음대로, 조금의 불순한 것도 섞이지 않은 본연 그대로의 신서원 체취, 내내 이 맛이 그리워 그의 일상이 엉망진창 이었다.
그녀를 차분하게 바라보면서도 제 머릿속은 저열한 상상들로 범람했었다.
아이가 나올 길, 그 비좁은 틈새에 입술을 박고 혀를 내어 안쪽에 추지게 배어 있는 액을 꺼내 마시면서도 콧날로는 클리토리스를 아래위로 비벼가며 향을 음미했다.
그녀의 향을 듬뿍 들이켜던 선오는 취하기라도 하듯 흐트러진 숨을 내뱉었다.
갈급한 마음에 손가락으로 양 덮개를 벌려 활짝 펼쳤다. 그의 페니스가 수도 없이 마찰했을 피부, 어떤 맛인지 알아 더 애가 달았다.
“보지 잘 안 보여.”
안 보인다는 말에 제 손으로 한 쌍의 소음순을 벌려 고정시켜 준다. 그는 박을 타듯 혓바닥으로 그곳을 끊임없이 오가며 맛을 봤다.
상스러운 모양새로 쩍 다리를 벌리고 누운 그녀가 앓는 소리를 한다. 기분이 좋다는 신호.
“이제, 방에 들어가서 삽입, 흣.”
어딜, 그는 빠르게 지퍼를 내리고 페니스를 꺼냈다. 허공을 두드려 패듯 힘차게 솟아오른 성기는 앞대가리가 벌써 쿠퍼 액으로 흥건했다.
귀두를 쥐고 그녀가 펼쳐놓은 소음순 새를 문지르자 들어가겠다는 신호를 알아챈 그녀가 놀라 손을 뗀다.
“정말 여기서? 아, 앗! 앙!"
꽂아 올리듯 좆을 밀어 넣고 허리를 튕겼다. 페니스를 구멍에 걸고 보지를 들어 올리듯 둥기자 대번 교성이 터진다.
그녀가 제 소리에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두툼하고 단단한 심이 퍽, 안쪽을 치자 화들짝 놀란 내벽이 자르르 떤다.
그녀가 안 된다고 고개를 저을수록 괴롭혀주고 싶은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애원하는 그녀가 보고 싶었다.
문도 제대로 닫지 않은 철제 대문,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문인 데다 그마저도 열자마자 곧장 보일 두 사람의 행위.
마당에서 끊어질 듯 말 듯 이어지는 신음이 음란하기 짝이 없다.
신음을 참으면 뭘 하나, 저속하게 치고 박는 교미를 버티지 못 해 마루가 삐걱거린다.
격렬하게 쑤셔서 저 입 안에 고여 있을 신음을 모조리 토해내게 하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친다.
미친놈, 이제 막 섹스를 배워 어쩔 줄을 모르고 날뛰는 짐승 새끼 같다.
이게 다 그를 이렇게 만들어놓은 신서원 때문이다.
그러길래 누가 이렇게 사람을 돌게 만들어 놓으라고 했나.
분명 떠나가라 그 맡은 기회를 줬는데도 기어이 그를 흔들어 놓은 건 그녀였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그녀다.
“앙! 아아, 잠, 깐, 응, 아!"
거친 추삽을 이기지 못해 배를 덮어 놓은 원피스 자락이 위로 쓸려 올라갔다. 도톰하게 부문 배가 드러난 것도 모르고 제게 퍼부어지는 쾌감에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다.
그 모습까지도 그의 이성을 끊어놓는 촉진제가 된다.
막힌 공간이 아니다 보니 신음이 터져도 고이지 않는다. 입 밖으로 흐르는 족족 마당으로 퍼질 뿐, 누군가가 돌담을 지나 가면 듣고도 남을 색스러운 교성.
그 속에 간간이 섞여드는 그의 신음 소리, 한데 섞갈린 서로의 거친 호흡, 맛있는 섹스의 소리, 그는 진한 만족감에 몸서리쳤다.
“훗, 후, 괜찮으니까, 소리 참지 마."
몇 번 놀렸더니 누군가가 들을까 신음을 꼭꼭 삼켜 먹는데, 작은 얼굴 가득 불안과 쾌감이 얽섞여 있다.
“싫어? 그만둬?"
빼겠다는 뉘앙스는 곧바로 효과를 발휘했다.
살포시 감고 있던 눈꺼풀을 들어 올린 그녀가 허겁지겁 그를 찾아 눈을 움직인다.
슬쩍 허리를 물려 골반을 뒤로 빼자 애액이 뒤범벅된 기둥이 허공을 찌르며 튕겨져 나왔다. 해결을 하지 못해 퉁퉁 불은 성기가 단번에 배꼽 위까지 올라붙었다.
"흐아, 아, 안 돼."
다급한 손이 아래로 내려와 보지에서 빠져버린 페니스를 찾는다. 집 나간 자지를 찾아 움직이듯 허공을 허우적거리며 손을 더듬었다.
그에 비하면 가느다란 손가락에 여린 손목, 꽉 쥐면 부러질 것만 같은 몸, 그 모습조차 육욕을 돋웠다.
"어서어. 빠, 빨리.”
원래대로라면 한창 그녀의 음부 속에 파묻혀 있었을 기둥이었다. 도중에 뽑아버린 탓에 성기는 부풀 대로 부풀어, 험악하기 짝이 없는 모양으로 발기한 상태였다.
질펀하게 질벽을 긁어주고 있었을 귀두가 짙붉게 무르익어있다.
그런 그의 좆 맛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서원이기에 이리 안달이 난 것이다.
"와, 입 꾹 다물고 있더니, 싫은 거 아니었어?"
자지가 비벼주는 마찰열을 즐기느라 벌겋게 달아오른 구멍을 알면서도 그는 느긋하게 물었다.
그녀가 온전히 제 여자가 되고부턴 첫사랑을 호되게 앓는 애새끼인 양 자꾸 사랑을 확인하려 들고, 그녀의 마음을 갈구하려 든다.
매달리는 서원이 보고 싶어 자꾸 몸이 달았다. 아니나 다를까 육욕으로 벌게진 눈꼬리가 안달하며 그를 보챈다.
"아니야아. 빨리 넣어, 줘, 자지, 빨리, 흐, 소리 낼 테니까아.... "
문선오 미친 새끼. 안 그래도 임신 후 예민해져 있는 그녀를 상대로 유치한 소유욕을 부린다.
결국 벌름거리던 구멍을 꼭 닫더니 그 틈새를 비집고 붉은 보짓물이 타고 흘렸다.
당장 쾌감을 원하는 그녀가 온몸을 하릴없이 떨어댔다. 다시 결합하고 싶다는 몸부림이었다.
이리저리 해초처럼 늘어진 원피스 자락을 가슴까지 끌어 올린 그녀가 두 젖까지 내보인다. 어서 넣어달라는 애원이었다.
누가 볼까 안절부절못했으면서 결국 쾌감 앞에 져버린 그녀가 삽입을 보챘다.
사랑스럽다. 선오는 시도 때도 없이 치고 들어오는 그녀에 대한 감정에 괴롭기까지 했다.
그는 불도저처럼 페니스를 밀어 넣고 끝 간 데 없이 밀어붙였다.
"앙! 아아! 흐읏.”
성기를 또 뺄까 봐 신음을 죽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볼까 마음껏 내지르지도 못하고 주위를 살피는데, 코 끝이 빨개져 있다.
그 몰래 신음을 참으려 애쓰고 있는 거다. 와중에도 쳐대고 있는 교접점이 짜릿해 다리를 벌리고, 불쑥 불쑥 깊은 곳까지 미끄러지는 성기를 받아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제대로 옷 올려야지."
그의 명령에 목 아래까지 원피스를 올린 그녀가 나체가 된 상태로 앙앙대는데, 눈 아래가 촉촉해져 있다.
도톰한 배와 이어지는 살찐 가슴, 모든 것을 원히 내보이면서도 또 성기가 보지 밖으로 나가버릴까 노심초사한다.
“신서원."
"아앙! 소, 소리, 안 참을, 흐응, 가지, 아!"
애원과 같은 젖은 목소리, 실은 여기서 삽입까지 갈 생각은 아니었는데, 괴롭히고 나자 또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몰아세울 생각도 아니었는데, 다시금 성기를 배낸 선오는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아, 안...!"
다시 그가 그만둘까 봐 휘둥그레진 눈이 불안해하고 있었다. 선오는 그녀를 데리고 방으로 향했다.
방 안으로 들어와 그녀를 눕힌 그는 다시 서원이 원하는 대로 성기를 제자리에 꽂아 넣었다.
천천히 맞물리자 기다렸다는 듯 내벽이 들어온 페니스를 꽉 조여 진입 여부를 확인한다.
“이제 너 원하는 대로 울어도 돼."
한결 편해진 표정, 유들유들 풀어진 뺨, 말똥말똥하게 젖은 눈동자, 서원은 준비가 되었다며 살살 그의 손등을 잡아 왔다.
이제 마음껏 박아도 된다는 유혹이었다.
하여튼 신서원도 양반은 못 된다. 이러니 자꾸 괴롭히고 싶지. 연결된 곳은 고작 생식기 하난데 펌프질 한 번에 온몸이 떠밀린다.
배 속에 아이까지 있건만 그녀는 작고 약했다. 혹 아이가 다칠까 속도를 줄이면 그를 부추겨 다시 이성을 흩트려 놓는 건 그녀였다.
"더. 빨리, 아앙! 자지, 아!"
서원이 마음 놓고 교성을 지르며 그를 만끽했다. 성기가 안을 휘저었다. 통째로 빠져나을 때마다 보짓물이 덩달아 주룩 흐른다.
명백한 쾌감의 증거물, 동시에 선오 역시 깊게 신음했다.
붙어먹느라 바쁜 교합부가 뿌연 거품으로 엉망이었지만 진탕 젖은 페니스는 개의치 않고 들락거리며 속을 마찰했다.
바삐 이루어지는 그 모든 행위는 어김없이 쾌감으로 이어졌다. 양쪽으로 벌어진 소음순이 흥분으로 퉁퉁 부풀어있었다.
"으응, 좋아, 자지, 맛있, 어, 앙! 아아!"
굳이 듣지 않아도 그녀의 말을 증명하는 것들은 온몸에 널려 있었다. 그래도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그녀가 좋았다. 이러니 물고 빨지 않을 수가 있다.
“이제, 기분, 흣, 괜찮아?"
"아앙! 으응..”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
"내, 보, 지, 응, 앗!"
더, 더 쑤셔 달라고 온갖 애교를 부린다. 미치겠네, 씨발. 어떡하지..
“너 신음 소리, 흣, 응, 섹시해."
"후, 그래?"
그러니 더 들려달라는 말을 참 야하게도 전한다. 선오는 굳이 참지 않았다. 박는 쪽이나 먹는 쪽이나, 양쪽에서 터지는 신음에 서원이 더욱 페니스를 조여 댔다.
가끔은 제 클리토리스를 스스로 문지르기도 하고, 유두를 비비기도 하며 그녀는 한껏 음탕하게 좋을 탐했다.
채찍질을 얻어맞은 짐승처럼 날뛰기를 수차례, 고지를 코앞에 두고 그는 더욱 추삽질에 박차를 가했다.
아이가 배출될 자궁구, 그곳을 세차게 문지르는 순간, 고밀도로 압축되어 있던 오르가슴이 폭발하듯 그녀를 덮쳤다.
마침내 절정이었다. 선오는 더 이상 참아내지 못하고 성기를 꺼냈다. 바락바락 악을 쓰기라도 하듯 대가리가 치켜 들린 귀두며, 우락부락 이어진 기둥은 흉악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커다란 손으로도 다 감싸지지 않을 정도니, 이런 자지가 안을 들락거리며 내벽을 긁었으니 추잡은 족족 쾌락과 직결됐을 거다.
"왜 안에 안 .... 어디, ㅎ,ㅇ, 으응, 어디다. 싸?"
아이를 품어 도톰하게 언덕진 배에 대고 페니스를 몇 차례 문지르자, 정액이 쏘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정액이 걸쭉하게 튀는 귀두를 쥐고 발기한 서원의 유두에다 문지르며 마지막까지 쾌감을 유도했다.
아직 저 깊숙한 곳에서 터져 나오지 못하고 잠재되어 있는 오르가슴까지도 독촉해 기어이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듯.
덕분에 그녀는 늘 쾌락에 전 몸으로 섹스 의 여운을 즐겼다.
"후으응, 아, 이거, 좋, 아.”
젖꼭지가 유독 민감한 그녀가 정신 못 차리고 파드득거린다 싶더니 동시에 반대쪽 유두를 제 손으로 꼬집어 자위했다.
"뺨에 비벼 줘?”
“흣, 그보다...."
그녀가 마지막 사출에 정신이 팔린 페니스를 움켜쥔다 싶더니, 남은 음액 찌꺼기를 뿌리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는 심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게워져 나오는 잔여물을 보자마자 지체 없이 귀두를 쭙 물고 남은 것을 챙겨 먹는다.
노골적으로 혀를 꺼내 요도구를 앞뒤로 할짝거리면서도 그를 올려다보는데 눈가엔 애교가 그득 어리어있다.
촉촉하게 물기가 고여 색스러운 눈망울. 이러니 정신을 못 차리지.
제 보지 속을 속속들이 드나들며 헤집었던 자지인데도 이리 좋아서 쪽쪽 빨고 흥분에 겨운 비음을 내는데, 넘어가지 않는 새끼가 있다면 분명 고자일 테다.
“신서원, 너.”
“으응, 오늘따라, 응, 더 맛있어."
조그마한 혀가 기둥을 아래위로 오르내리며 열심히 핏대 새에 낀 잔여물을 빤다.
입 안이 미어터지도록 넣은 귀두를 사탕 굴리듯 쪽쪽 굴렸다가 뱉고, 침으로 흠뻑 적셨다가 뱉는 그녀가 정말 황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사람 미치게.
"그럼 다시 밖에 나가서 해? 너 좋아하는 달도 보면서 하고 좋지 뭐."
“계속 키스하면서 하면 소리가 덜 나지 않을까?"
“이게 진짜, 꼭 한술 더 뜨지."
“꼭 붙어서 네가 쌀 때까지 키스하면..”
"말이나 못 하면, 신서원 누가 당해."
“나도 빨아 줘."
"천천히 엎드려 봐. 엉덩이 들고, 할 수 있겠어?"
"배 받쳐 안아야지.”
선오는 낭창거리는 몸을 일으켜주며 편히 엎드릴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아주었다. 그를 향해 한껏 벌어진 사타구니를 물끄러미 보던 그는 하얀 엉덩이 한쪽을 꽉 깨물었다.
"아!"
괘씸하고, 사랑스럽고, 자꾸 그를 엉망으로 만들어놔서 얄미운데 귀엽고, 예뻐서 눈이 다 얼얼할 지경인데
괴롭혀서 저 눈에 눈물을 쏙 뽑아내고 싶고, 그러다가도 달래주고 싶고,
“요새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너만 보면 엉망진창이야. 알아?”
선오는 자신을 꽤 점잖다고 생각했는데, 서원은 그런 그를 밑바닥까지 드러내게 만든다. 늘 유혹에 넘어가고 마는 그를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그거 내가 너무 좋아서 그런 거잖아."
"몰라.”
그녀의 말이 정확하다는 게 더 기가 찰 노릇이었다. 어쩌겠는가. 신서원 때문에 나사가 빠져서 제정신이 아닌데.
그래도 좋았다. 그녀가 제 눈앞에 이리 있다는 사실 하나로 그 모든 게 다 괜찮아졌다.
빨기 좋게 소음순을 활짝 열어 입구를 터놓고서 당부했다.
"배 아프면 바로 얘기해.”
"괜찮아. 엄마가 좋으면 애도 좋다잖아. 나 지금 기분 좋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요물에게 코가 꿰여도 단단히 꿰인 기분, 그녀는 정말 기분이 좋은지 질구를 연신 벌름거리며 그를 기다렸다.
어쩌겠는가. 이젠 이 사소한 시그널 하나에도 심장이 버글거리는데.
주말을 코앞에 두고 서원은 밀려드는 예약 손님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참 사장님 뉴스 보셨어요? 요즘 도둑이 기승이래요. 우리야 워낙 경비시스템이 잘 돼 있으니 걱정할 거 없겠지만 그래도 무서워요.”
“안 그래도 CCTV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어요."
도둑 때문에 설치하는 건 아니지만 선오는 뭐든 철저해서 나쁠 게 없다며 숍 안 여기저기 CCTV를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사장실에 CCTV 안 달아도 되겠어?'
그가 마지막까지 체크하며 그렇게 묻는데 서원은 망설였다. 그와 숍에서 섹스할 땐 사장실이 침실이 되는지라.
아무래도.
'괜찮아. 뭐 별일이야 있겠어?'
'그래도 하나 있는 게 나을 텐데, 얘기해 놓을 테니까........'
'아, 안 돼, 달지 마.'
조금 필사적으로 거절을 하자 그녀의 심중을 눈치챈 그가 픽픽 웃어댔었다.
'그... CCTV보다 소파를 더 좋은 걸로 바꿀까?'
끝내 대놓고 웃음을 터트리는 그를 보는데 서원은 쿵덕대는 심장을 다독이느라 애를 먹었었다.
'소파보다 책상을 더 좋은 걸로 바꿔야 하지 않겠어? 책상에서 하는 거 더 좋아하잖아.'
책상을 짚은 채 한쪽 다리만 개처럼 들고 자지를 먹는 자세에 유독 환장하던 그녀를 또 그가 놀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그의 뚜렷한 이목구비로 눈이 갔다. 시선을 갈취 당하듯 뺏겼다.
깎아 만든 듯 날렵한 콧날을 저도 모르게 만져보는데 그의 짙은 눈매가 곧장 짙어졌다. 점점 다가오는 입술에 빠져 넋이 나갔었다.
"사장님. 사장님?”
서원은 선오를 생각하다가 또 잠시 정신을 놓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세요. 뺨 붉어지셨어요.”
"아, 숍 안이 좀 덥네요..”
"그래요? 전 괜찮은 거 같은데..”
"근데 무슨 일로."
"아, 아까 2시에 병원 가신다고."
“아, 네, 다녀올게요. 그럼 수고하세요."
정기검진을 위해 빌딩을 나온 서원은 화창한 하늘을 올려다봤다. 빌딩 앞으로 다가온 차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남자가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가까워지는 그는 햇살처럼 눈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