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증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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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계 역전
"문 아나 한창 신혼인데 요새 어때, 제수씨가 상당히 미인이던데, 부럽다. 부러워."
저녁 녹화를 마치고 대본을 정리하던 선오는 히죽대는 선배의 말에 노골적으로 비웃었다. 대체 남의 신혼 생활이 왜 궁금한 건지.
서원을 향한 이성적인 관심까지는 아닌 듯하여 내색은 안 했지만 괜히 그녀가 입에 오르락내리락거리며 안줏거리가 되 는 것도 불쾌했다.
언젠가 아나운서실에서 농담 식으로 집들이 얘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문선오 성격에 집들이가 가당키나 한가.
이미 그를 아는 직장 동료들은 기대라곤 애초에 접은 기색이었지만 사내엔 꼭 하나씩 눈치라곤 엿 바꿔 먹은 선배들이 존재했다.
촌스럽게 집들이는 무슨. 신혼집이라면 꼭 집들이를 해야 한다는 저 구닥다리 마인드. 이래서 서원이 방송국에 자주 얼굴을 비치는 게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았다.
유치하고 촌스러운 질투의 연장선이었다.
“선오야."
그녀가 간단한 확인 절차만 거칠 수 있도록 데스크에 미리 말을 해두었더니 출입증을 받은 서원이 먼저 대기실에 와 있었다.
서원이 김 선배를 발견하곤 넉살 좋게 인사를 한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제수씨. 저 그때 결혼식장에서 봤었는데, 기억하시려나."
사람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서원이기에 웃는 게 몸에 배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유 없이 못마땅했다.
멍청한 것 들은 의미 없이 웃어주는 것만으로 오해를 하니까. 그녀가 벌써 남편이 있는 유부녀라는 사실을, 적어도 그의 동료들은 알고 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문 아나 보러 오신 거예요?"
“예, 같이 퇴근할까 하구요. 언제 시간 되시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
"아휴, 좋죠.”
“아. 그럼 다음에 또 뵐게요."
저 식사 소리도 흔히 하는 인사치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듯 보이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정도 주지 않는 서원을 안다.
알고 있으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녀를 관찰하던 남자가 아쉬운 기색으로 발길을 돌렸다.
대기실에 들어온 선오는 속도 모르고 싱긋 웃고 있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슈트 잘 어울린다. 난 네가 하얀 셔츠 입었을 때가 제일 멋있더라."
대기실에 둘만 남아 있자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그녀가 슬며시 손을 잡아 왔다.
그녀답지 않게 조신하게 군다 했더니, 문밖을 지나다니는 그의 직장 동료들이 신경이 쓰인 모양이었다.
누가 문을 열면, 언제든지 잡은 손만 바로 떼어내 상황을 은폐할 수 있게.
“저 사람 우리 결혼식 날 사진 찍을 때 네 뒤에 있던 분 맞지? 너랑 프로그램 같이 하는 선밴 줄 알았으면 좀 더 신경 써서 말할걸, 정말 다음에 식사라도 한번 같이 .."
“쓸데없는 짓 안 해도 돼."
"왜,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잘 봐주지."
"내가 메인인데 누구한테 가서 왜 아쉬운 소리를 해."
그답지 않게 자랑질이나 하고 있는 꼴이라니, 선오는 급격히 흡연 욕구가 치밀었다.
"아앙! 아, 선, 오야!"
방송국 주차장을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결국 서원의 치마를 들쳤다.
그녀와 저녁 식사라도 하고 들어갈 계획이었다. 이렇게 나사 하나 빠진 짐승인 양 쑤시고 처박고, 이 구멍을 정신 놓고 따먹을 생각은 아니었다.
"오늘, 으응, 왜, 그래?"
"왜”
"평소보다 더, 흐, 거친 거, 앙!"
보지 속속들이 몇 번이나 정액을 갈기고도 갈급증이 해갈되지 않았다. 거의 발정기를 맞아 한껏 몸이 단 산짐승과 진배 없었다.
조붓한 질벽을 벌리어 그 속에 숨은 속살을 찍어 올리고 귀두를 뜨뜻한 점막에 문대어 비빌 때마다 쾌감은 폭발적으로 터졌다.
어디가 시작점인지도 모를 쾌락이 전신을 에워싸고 이내 그를 송두리째 뒤흔든다.
이미 오줌 싸듯 싸지르기 시작한 보짓물이 흠뻑 자지를 적셨지만 그는 야만적으로 엉덩이를 흔들고 허릿짓을 가했다.
때문에 물먹은 구멍 속을 치는 소리가 잦아들기는커녕 더 저속하게 들릴 정도로 커져 갔다. 본능에 따라 충실히 붙어먹는 개도 이보다는 상스럽지 않을 테지.
욕정 어린 그의 애욕을 이기지 못해 뒷좌석 시트가 삐거덕거린다. 선오는 눈이 풀리다시피 동공에 초점이 없는 서원의 머리통을 끌어안고 속살 깊숙이 좇을 꿰었다.
가지고 가져도 끊임없이 차오르는 욕심은 그를 삼키고 할퀴었다.
누군가를 갖고 싶은 마음이 이토록 괴로운 것인지 미처 몰랐었다.
넘치고 흘러 주체할 수 없어 고달픈 이 마음도 사랑이라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이런 고통을 여태까지 겪 었을 서원을 생각하니 또 가슴 한편이 아리다.
“서, 선오야. .”
웬만하면 그의 장단에 동조해줄 서원도 이 거친 섹스가 힘에 부치는지 가슴을 밀어내다 못해 감전이라도 된 듯 두 발을 벌벌 떨었다.
"아흐... 선... 오, 아!"
"입 벌려.”
"후으, 아! 너무, 김, 아! 잠, 깐, 아앙!"
“혀 꺼내야지.”
득달같이 달려드는 성기는 먹이를 찾는 뱀처럼 안으로 쪼아 들고, 쫓아들었다.
억센 자지는 해하고자 마음을 먹은 흉기와 같았으나 곧이어 맞물리는 입술은 너무도 달콤해 서원은 머리가 다 어찔했다.
난폭하게 쑤시고 들어오는 성기와 부드럽게 감기는 혀, 빠르게 그녀를 휘저어놓는다는 것만 같았지 너무도 다른 성질의 마찰인지라.
다른 종류의 짜르르함이 위아래로 가해지자 그야말로 머릿속이 녹을 것만 같았다. 같은 섹스라도 쾌감의 양상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그와의 교접으로 배웠다.
몸을 겹칠 때마다 몰랐던 감각을 하나씩 깨달아가는 기분이란 그 어떤 오르가슴보다도 짜릿했다.
“정말, 무슨, 일, 아앙! 아, 있, 어?"
서원은 혀가 진탕 빨리는 중에도 입술을 떼어 내고 물었다. 입 안을 드나드는 그의 혀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시각적으로 접하는 난잡함에 흥분은 더욱 증폭됐다.
정신 놓고 자신을 탐하는 문선오라니, 금욕이라곤 몰랐던 사람처럼 구는 그라니...
서원은 새삼 두 눈으로 목도한 이 짝사랑의 결실을 감탄하다. 깊숙하게 숨은 지스폿을 연타로 쳐대는 감각에 하릴없이 소리를 질렀다.
쾌감에 전 보지 전체가 뜨겁기까지 하다. 도망가고 싶어도 그의 커다란 몸에 가로막혀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진퇴양난에 빠진 서원은 주저 없이 선오를 부둥켜안았다. 애초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처음부터 그와의 관계에서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랑은 예고도 없이 찾아왔고 손써 볼 도리 없이 이 마음에 기름을 끼얹었다. 불은 순식간에 자신을 뒤덮었고 전신을 불살랐다.
어쩌면 그건 선오 역시 마찬가지리라. 열기에 흐물흐물하게 녹아 풀어진 그의 눈가를 쓸어 만진 서원은 그 안에 담긴 용암 같은 눈동자를 보았다.
"왜, 왜 그렇게 보는데.”
"그냥, 좋아서, 정밀, 흣, 별일 없는 거, 아, 마, 맞아?"
"위로 올라와 와서 너 하고 싶은 대로 먹어."
선오는 그녀가 자세를 바꾸는 짧은 순간에도 정욕이 들어앉은 가슴이 들끓었다. 주체가 되지 않는 몸은 갈수록 단단해지기만 했다.
욕망으로 다져진 몸뚱이, 불끈거리는 복근을 짚고 앉던 그녀의 안색에 긴장의 빛이 스였다.
서원의 젖은 머리칼을 움켜쥐고 열에 찬 숨을 내쉬는데 어째 그녀답지 않게 주저하는 기색이다.
그간 야외 섹스라면 사 실 안 해본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있는 스릴이란 스릴은 다 즐기면서 붙어먹었는데 이제 와 조심스러워진 까닭도 알 길이 없었다.
“왜, 벌써 좋다고 울어도 한참을 울었을 네가."
“그래도 여긴 좀 조심스러워서. 만약에 네 직장 동료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
“뭐 대부분이 일면식 있는 사람이겠지."
선오는 축축하게 땀이 전 손끝으로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그녀의 걱정은 매사 그를 위주로 돌아갔다.
문선오가 혹시나 어떤 불이익을 당할까,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 그게 영 마음에 들지 않다가도 이내 또 어떤 생각으로 그랬는지 알기에 가슴이 찡해진다.
생각해보면 야외에서 섹스를 하는 횟수가 줄어든 것도 그가 방송국에 입사를 한 이후부터였다.
그가 유명해지는 만큼 그녀는 조심성이 많아졌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혹여 얼굴이 알려진 그에게 이상한 소문이라도 나지 않을까 하는 그녀의 귀여운 걱정 때문에.
하여튼 귀엽긴, 좀 더 애를 태워볼까.
"너무 기다려서 자지 아픈데, 신서원."
아프다고 슬쩍 눈썹을 찡그리자 서둘러 제 소음순을 벌리고 그 새로 좇을 푸욱 찔러 넣어 앉는데 그 자태가 사뭇 음란했다.
우둘투둘한 기둥 몸체가 질벽 여기저기를 건드리며 안으로 침투한다.
보다 많은 씨를 부리기 위해 발기력이 더욱 상승한 성기는 벌써 파정의 준비에 돌입했다. 뜨겁게 부문 자지는 따로 공들여 흔들지 않아도 제가 알아서 속살을 퉁겼다.
“흐응, 으... 얼른, 싸고 집에, 핫!"
질벽 이곳저곳 기름칠을 하며 연거푸 흐르던 쿠퍼액은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보다 농익은 정액을 내뿜을 차례였다. .
사정감이 잔뜩 차오른 페니스는 귀두부터 뿌리까지 육욕으로 꿈틀거렸다. 그때마다 내벽을 튕겨내며 보지 속을 자극하는지 서원이 두 다리를 쩍 벌린 채 전신을 바르르 떨었다.
“뭘 벌써 집에 가. 너 밖에서 하는 섹스 좋아하잖아."
"그래, 도, 나는, 걱정, 아! 아흐."
"괜찮으니까 클리 만져, 비비면서 엉덩이 흔들어."
클리토리스까지 비비라는 주문에 서원의 손이 곧장 아래로 내려가 빼곡한 음모를 헤친다. 그 안에 숨은 음핵을 좌우로 문질렀다.
둥글게 굴리기도 하고, 빠르게 알갱이를 상하로 마찰하며 자위를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추삽질을 강행하는데, 번들거리는 좆이 푹 안으로 파묻혔다가 쑤욱 빠져나오며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길 반복했다.
선오는 상체를 차체에 기댄 채 그 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했다.
“더 맛있게 먹어야지. 이래서 집에 가겠어?"
“앙, 아, 지... 금은?"
“영 시원찮은데.”
절정을 맞기엔 네 몸놀림이 시원찮다는 말에 서원이 한창 자위를 하다 말고 두 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짚었다.
그리고 상체를 앞으로 엎은 채 개처럼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오로지 추삽질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였다.
그가 짐승처럼 둔부를 흔들며 성기를 처박던 행위를 그녀 역시 하고 있었다. 잠자리에 있어선 서로 조금도 감추지 않고 욕구에만 충실했다.
처음부터 그랬었다.
서원이 골반 전체를 상하로 움직이며 교접에 집중하는데, 제가 스스로 엉덩이를 놀리고도 버거워 앙앙 운다.
교성을 질러놓고 놀라 입을 꾹 다무는데 코끝이 빨갛다. 잘 익은 방울토마토가 따로 없다.
"흐읏, 으.”
마주 보는 체위상 시선을 부딪치고 있자니 그게 더 자극이 되는지 살포시 눈까지 감으며 자극을 견딘다.
어째 그녀는 달이 갈수록 더 음란해지는 듯했다. 보는 사람 정신 못 차리게.
그 와중에도 제 안에 머금고 있는 탱글탱글한 좆이 실로 흡족스러운지, 앞뒤 좌우, 착착 허리를 돌리며 요분질에 속도가 붙었다.
"신음. 후, 왜 참는데, 너답지 않게.”
“흐읏, 음, 얼, 른, 얼른 싸아, 아흐! 빨, 리, 으응.”
저 좋을 땐 주저 없이 그를 따먹으면서, 트인 장소라서 불안하니 몸을 사리는 게 얄밉다가도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사랑스럽다. 진심으로 그녀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들었다 놨다 아주 사람을 피 말려 죽이려고.
“언제는 더 먹고 싶다고 싸지 말라며."
“그건 하으, 그때구, 읏, 아! 지금은, 아니, 아앙!"
"네가 잘해야 내가 싸지. 이게 뭐 내 마음대로 돼?"
이미 자극은 한계치를 넘어서 실은 싸고 싶어 돌아버릴 지경인데, 그녀가 원하는 대로 들어주자니 괜히 괘씸해 심술을 부렸다.
며칠 전, 말없이 대본에 열중하고 있는 그를 맥없이 무너뜨리더니 결국 저 원하는 대로 새벽 내내 정액을 받아먹고서야 곤히 잠이 들었었다.
그가 쏟는 정욕을 끝도 없이 먹어 배까지 부른 표정이었다. 새벽에 홀로 남아, 실신하듯 잠이 든 그녀를 내려다보는데 어찌나 허탈하던지.
그녀의 유혹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제 자신에게 자조하다가도 뻗어오는 저 손이 그에게서 멀어질까 노심초사하게 되니 그게 더 미칠 노릇이었다.
"앙! 아아, 빨리이...."
그의 사정을 유도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엉덩이를 놀리며 삽입과 후퇴에만 골몰하는 그녀의 입가가 침 범벅이다.
진득하게 찰기를 머금은 익반죽 속으로 좆을 푹푹 박아 문대는 기분에 단전서부터 신음이 끓어올라 왔다.
두툼한 삿갓 모양의 귀두가 안쪽을 깊이 찧었는지 그녀가 사타구니 전체를 바들바들 떠는데 다물지 못한 잇새로 침이 거푸 늘어진다.
애초에 서로에게 숨기고 말고 할 것도 없었지만 그녀의 요사스러운 자태에 매번 홀랑 넘어가, 결국 지게 되는 건 제 쪽인 것도 어쩐지 과했다.
이제 와 말하자면 마음의 무게가 제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고 할까.
“싸도 집에 못 가. 너."
"흐응!, 으응?"
“한 번 더 할 거다. 왜."
"그건 이제, 층, 집에 가서, 앙, 아아!"
"싫은데.”
심술을 부리는 그 때문에 궁지에 몰린 서원을 보고 있자니 그제야 좀 기분이 나아진다.
유치하다, 문선오. 스스로에게 조소를 보내다가도 저 새까만 눈을 보자면 또다시 마음이 훗훗해진다.
늘 괴롭혀주고 싶었던 신서원, 예전과 지금의 다른 점은 이 넘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땐 미운 감정이 은연중 섞여서 그랬었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매달리고 안겨 왔으면 하는 유치한 그 사랑, 때문에.
“열 셀 동안 싸게 만들면 나머지 한 번은 집에 가서 하고."
"무, 뭐?"
“야외 섹스 좋아하잖아, 더. 이왕 하는 거 창문도 내릴까."
대번 뾰족해지는 눈꼬리를 보며 웃었다. 이제야 저를 놀린다는 사실을 알아챈 듯했다.
유독 문선오 걱정에 목매는 그녀도 더는 보고 싶지가 않았다.
"내 걱정 그만하고 네 걱정이나 해. 뭐해, 움직여.”
어서 이 섹스를 끝내고 보자 싶었는지 그녀가 다시금 느려진 속도를 끌어올려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하나.”
“자, 잠시만! 바보야! 아!"
추삽질에 열을 내던 그녀가 젖이 흔들려 아픈지 그의 가슴팍에 양 젖가슴을 짓눌러 떨림을 억제해본다.
묵직한 젖통이 가슴팍에 비벼지는 감각에 그는 또 사정감을 소리 없이 죽여야 했다.
"둘."
"왜, 그렇게 발, 리, 하읏!"
"셋."
"안 돼. 얼, 르은!"
빠르게 넘어가는 숫자만큼이나 요분질 역시 빨라졌다. 엉덩이를 흔드는 속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마음이 다 풀릴 것 같지 않아 찰싹 엉덩이 한쪽을 때렸다.
더 용써보라는 듯한 채찍질에 퍽퍽, 젖은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날 정도로 그녀가 제 속으로 좆 기둥을 박아 넣어댔다.
마음이 급한지 서원이 일정치 않은 박자로, 꿈틀거리는 페니스 핏대를 비벼대는데 외려 그게 더 자극이 됐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사정을 할 수 있었으나, 아니 사실 싸고 싶어 눈알이 다 얼얼할 지경이었으나 그는 참아냈다.
흡사 돌기둥인 양 단단하게 일어선 페니스가 시뻘건 열을 내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건 단 하나였다. 이 쾌감을 넘어 찾아 을 환희와 같은 오르가슴.
서로가 치밀어 오르는 오르가슴에 생사를 헤매는 동안에도 그는 천연덕스럽게 숫자를 썼다.
“여덟.”
찌걱찌걱 속살을 후비고 들어간 자지 기둥이 종내 자궁구를 찧고 서원의 성감대가 밀집된 점막을 쳐대기 시작했다.
연타로 가해지는 집중 폭격에 그녀가 거의 넋을 놓고서 운다.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엉덩이를 흔드는데 흡사 발정 난 짐승의 몸부림 같았다.
오로지 쾌락과 생식만을 목적으로 하는 원초적인 행위, 우월한 씨를 가진 남성을 품어 생명을 잉태코자 발버둥 치는 암컷 짐승, 오롯이 문선오로 인해 비롯된 것이었다.
“벌써 아홉인데, 후, 신서원."
결국 그를 다 감당하지 못하고 먼저 절정을 방출한 그녀가 보지 구멍으로 자지를 꽉 동여맨 채 울부짖었다.
절정감이 뒤 덮은 몸은 바르르 떨며 사경을 헤맨다. 오르가슴을 부추기듯 그녀의 엉덩이를 연이어 찰싹찰싹 때렸다.
쾌감이 가중되었는지 좆기둥을 졸라매고 있는 질 구멍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순간 성기 전체가 탱탱한 고무줄로 휘감긴 듯한 압력에 그 역시도 성감이 날뛰듯 솟구쳐 올랐다.
결국 버티다 못한 그녀가 먼저 절정에 올랐다.
“이제 어떡할래, 신서원, 벌써 열 다 셌는데."
“후으, 하아, 흐..... 정말, 여기서, 흣, 한 번 더, 흣, 할 거야?"
“뭐 어쩌겠어. 네가 이렇게 만들었잖아."
“내가?"
"그래, 네가. 난 그다지 안 땡겼는데 네가 야외 섹스 좋다고 얼마나 그랬어."
“내가 그렇게까지는, 안 그....”
“어찌나 카섹스하자고 조르던지. 그랬어, 안 그랬어."
“그땐 아무도 없는 골목...."
“한 입으로 두말해? 왜 이제 와 발뱀인데."
하여튼 문선오 말이라면 늘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니 놀리는 맛이 있다.
"뭐, 네가 싫다면 다시는 안 하고."
그가 두 번 다시는 야외에선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하자 서원이 고개를 도리도리 첫는다.
뭐가 서러운지 입술까지 비죽 거리는데 그게 또 귀여웠다.
아직 섹스의 여운이 다 가시지 않아 눈가에 눈물방울까지 매단 채 그를 올려다보는데 키스하고 싶은 충동이 벼락처럼 내리쳤다.
고통과 같은 충동은 늘 예고도 없이 닥쳐든다. 원인은 모조리 그녀였다.
어쩌겠는가. 이미 사랑인데, 결국 치밀어 오른 욕정을 감내하지 못하고 그녀의 뒤통수를 끌어당겨 와 입을 맞댔다.
사정도 참아냈는데 이깟 입맞춤 한 번이 뭐라고 속절없이 무너졌다.
아직 개운하게 털어내지 못해 사정욕으로 꿈틀거리는 페니스가 신경이 쓰였는지 그녀가 키스를 하다 말고 입술을 떼어내 그의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야.”
서원은 적빛 색이 더욱 짙어져, 무서운 기세로 치솟아 오른 귀두를 입에 물었다. 내내 그녀의 생식기 속에서 성감대를 처대던 선단은 애액에 절여져 뜨끈뜨끈한 열기를 머금고 있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성기는 금방이라도 정액을 토해낼 듯 요도구를 뻐끔거리느라 바빴다.
파정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소리였다. 이렇게 터질 듯 고양감에 차오른 페니스를 보고도 그걸 모를 리 만무했다.
무엇보다 서원은 그동안 그와 함께 연마해온 제 섹스 스킬이 그렇게 허술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건 목라도 제 보지로 그의 성기를 만져주는 기술만큼은 여태 해온 경험으로 터득해온 게 얼만데.
물론, 한번 섹스에 돌입했다. 하면 무서움 정도로 집착적인 그에 비해 자신의 기술은 그의 발 언저리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서 조금 걱정도 됐다. 혹시 정말 그가 만족하지 못했던 건 아닌지.
싸고 싶어 안달이 난 페니스를 직접 혀로 확인까지 하고 나니, 그제야 안도감이 들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선오가 근무하는 방송국의 주차장은 꽤 넓은 편이기도 했고, 늦은 시각이라도 촬 영이 많은 업무 특성상, 바쁘게 움직이는 그들이 주차장 구석에 있는 차까지 관심을 쏟을 확률이 적어 보였다.
가끔 차에서 대기하는 출연자들이 있기도 하다는 건 위험요소였지만, 또 그래서 누군가 그들을 보더라도 만약의 상황에는 변명거리가 될 수도 있었다.
심이 단단한 자지를 몇 번 진득하니 훑어 올려 요도 구멍을 비비적거리자 기다렸다는 듯 정액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의 억눌린 신음이 샜다. 참다못해 터진 만큼 분출된 정액 줄기도 육욕적이고 음탕했다.
씨를 머금고 있는 점액이 그녀를 향해 솟구친다.
"흣, 씹.”
아나운서가 이다지도 섹시하게 욕지거리라니.
서원은 뺨이며, 입술, 벌리고 있는 입 안을 향해 걸쭉하게 뿜어져 나오는 백탁액을 손써 볼 도리 없이 받아야 했다.
이미 아래는 그의 정액을 다 담지 못해 질구 새를 비집고 흘러내리는 마당이니 이제 담을 구멍이라고는 여기뿐이었다.
"흘리지 마. 문선오 정액은 다 네 거라며."
“으음, 응. 네가 너무, 흣, 양이..... “
"차 문 열어 놓고 한판 더 해? 야외 섹스 하고 싶다며, 잘됐네.”
“그건 그런 뜻이 아니....”
왜 자꾸 심술을 부리는지. 채 다 묻지도 못하고 선단을 쭙 물었다.
그렇게 뿌리고도 어찌나 양이 많은지 입으로 다 받아내기가 버거워 결국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 그의 사타구니 위로 앉았다.
미끈거리는 질구를 벌리고, 욕구를 분출하느라 요동치고 있는 페니스를 푹 밀어 넣었다.
아...! 욕정으로 단단히 뭉쳐 응축된 성기를 재차 제 속으로 파묻자, 희미해지나 싶던 오르가슴이 다시 용수철처럼 튕겨 날아와 그녀를 쳤다.
그의 페니스 위로 올라탄 채, 다시 찾아온 쾌감을 버터내느라 온갖 말롱질을 하는데 선오의 단단한 두 손이 출렁거리는 두 젖동을 주무르며 오르가슴을 더욱 부채질한다.
유두를 비틀어 꼬집기도 하고, 고개를 들어 유륜 전체를 빨기도 했다.
"흐읏, 아, 그, 그만 이제, 집에 가서, 응?"
“너 요새 들어 가슴 더 커진 거 같은데."
"그건 이제 거의 생리일이라, 후으."
“생리 다가와서 그런 거 맞아? 너 할 때 지난 거 아냐?"
"으응?”
서원은 페니스를 슬쩍 빼내 정액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완전히 허리를 들어 올렸다.
좁디좁은 구멍이 기둥부리를 힘겹게 뱉어내고, 밀봉하듯 박혀있던 귀두까지 뽑아내자 고여 있던 정액이 주룩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서원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채고 두 눈이 커졌다. 보동은 이맘때 해야 맞다.
하지만 생리 주기는 며칠 간격으로 충분히 달라질 수도 있는 거고, 그런 거긴 한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뛰었다.
아이를 갖기 위해 피임약도 먹지 않는 데다, 결혼식을 올린 후엔 정말 집에 붙어 있는 내내 섹스만 했었다.
서로의 침묵에서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맞을까?"
“내일 병원 같이 가.”
“집에 가는 길에 테스트기 사서 갈까?"
어차피 저녁도 못 먹겠다. 그가 이상한 심술을 부려 저녁 식사는 하러 가지도 못하게 붙잡아 두는 동에 생각해두었던 레스토랑도 벌써 문 닫을 시간이었다.
예약을 할까 말까 하다 혹시나 하는 염려에 하지 않았는데, 그 시간에 여기서 카섹스를 하고 있을 줄은 몰랐었다.
물론 그가 말한 대로 자신이 야외 섹스를 하자고 제안한 적은 있었지만 이런 식은 결단코 아니었다. 꼭 습관을 잘못 들인 아이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그가 충격요법을 쓴 기분이라고 할까.
“너 일부러 이런 거지."
"뭐가.”
심드렁하게 차체에 기댄 그가 피식 웃는데 또 가슴이 펄떡거린다.
이놈의 마음은 시도 때도 없다. 가슴에 튀어 얼룩진 정 액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가 손을 뻗어 닦아주는데 또 그게 좋아 조금 미소가 나왔다.
“더 웃지 마.”
"응?"
"그냥 웃어주지 마. 딴 새끼 앞에서도 웃지 말고, 아니, 그냥 웃지를 마."
“왜?”
“등신 같은 새끼들은 그게 저 좋다는 뜻이라고 생각해."
설마 아까 방송국에서 마주친 그 남자에게 웃어줘서, 그런 건가.
"그건 그냥 더 잘 부탁한다는 인사치레...."
"그러니까 그런 부탁을 왜 해. 네 부탁 없이도 충분히 잘나가니까 고개 숙일 거 없어. 고개를 왜 숙여. 그딴 새끼 뭐 그렇 게 대단하다고, 제수씨는 씨발, 지가 뭔데 너더러 제수씨래."
선오는 또 자조했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갓 사랑을 앓고 있는 애새끼처럼 그거 하나에 질투나 하고 있고, 가만히 그런 그를 쳐다보고 있던 서원의 뺨이 또 울긋불긋하다.
“아나운서가 욕이나 하고 있고, 그래도 돼?"
좋으면서 모른 체 묻는 그녀 역시 이 답도 없는 사랑에 빠져 있었다.
“딴 놈 보고 눈웃음 살랑살랑 치고 또 그랬단 봐. 뉴스 하다 욕하는 수가 있어."
"그럼 잘리잖아. 이제 곧 9시 뉴스 메인 할 사람이."
“그러니까 남편 모가지 간수 잘 하라고."
"알았어.”
서원이 스멀스멀 자꾸 올라가는 입술을 감추지 못했다.
“줄줄 싸고 난리도 아니다. 너."
"아, 손수건 줘봐.”
"엎드려 봐. 뒤치기 할 때처럼."
"아나운서가...“
"새삼스레 무슨, 왜 더 꼴려? 언제는 뒤치기로 자지 많이 박아달라며."
이게 다 누구한테 옮은 건데, 저는 모른다며 꼬리 자르기를 하는 그녀가 새침하게 잡아뗀다.
"그래도 여기서 ... 아까 네 선배라는 분도 퇴근하는 길이겠지?"
혹여 누가 주위에 있을까 봐 두리번거리는 그녀가 몸을 사린다. 실컷 떡 다 쳐놓고 이제 와 그게 다 무슨 소용이라고.
"너 그 새끼 다시 입에 올리면.... 아예 문 활짝 열고 떠들어? 빨리 엉덩이 들어."
잘 빼지 않는 그녀가 조금 주저하면 애타는 마음은 곱절이 된다. 선오는 반쯤 내려와 거의 풀어지다시피 한 넥타이를 다소 신경질적으로 잡아 끌렀다.
“싫어? 그냥 가?”
닦아주겠다는 뜻인 줄 알고 그녀가 엉거주춤 엎드려 엉덩이를 치켜들어 올렸다.
어딜, 선오는 번들거리며 시허옇게 거품 진 보지 날개 사이로 입술을 파묻었다.
“그렇게 좋아?”
선오의 품에 안겨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던 서원은 빨간 두 줄이 선명하게 그어진 임신 테스트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그를 돌아보았다.
“신서원 닮은 딸 나올까 봐 무서워서 그런다."
말은 그렇게 해도 좋아 죽는 거 다 보이는데, 이젠 먹히지도 않을 거짓말이었다.
"내일 뉴스 끝나면 회의만 들어갔다가 곧장 올 테니까 준비하고 있어."
"내일 그래도 숍에 출근은 해야 해서 오후쯤에 연락할게."
"웬만한 건 매니저 시켜, 내일은 병원부터 가.”
"알았어.”
임신 전 증상이 꼭 생리 전 증상과 비슷해서 초기엔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는 말을 책에서 읽었었다.
단단하게 뭉쳐 욱신거리는 젖가슴을 부드럽게 만져 풀어주는 그가 목덜미를 꽉 깨물었다.
"입으로 풀어줘?”
유두를 빨아주겠다는 말에 조금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자 그가 좀 더 세게 목덜미를 깨문다.
"왜, 다른 새끼한테 가서 빨아 달라고 하게?"
"질투.”
"몰라.”
말은 모른다고 하지만 그랬다간 아주 누구 하나 땅에 파묻을 기세였다.
“내가 다른 사람한테 가서 그러면? 이렇게 홀딱 벗고 같이 목욕도 하고...."
대번 일그러지는 눈썹에서 그의 노기가 보였다.
"나 마주 보고 앉아.”
“응?”
그가 돌연 욕조 마개를 뽑아 따뜻하게 채워진 물을 비워내기 시작했다.
"보지 벌리고 위로 올라와."
"또, 또? 병원 가서 그래도 확인해봐야겠지만 임신 초기에는..."
"알아. 조절할 테니까 올라오라면 와."
선오의 질투가 보고 싶어 던진 작은 돌이었는데,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사실을 서원은 뒤늦게야 깨달았다.
순간 치밀어 오르는 긴장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는 결혼을 하고 난 이후, 아니 자신의 마음을 인정한 이후 무섭도록 빠르게 다가왔다.
이렇게 거칠고 격렬히 마음을 전 하는 그와 정식으로 연애를 한 건 얼마 되지 않았기에 긴장도 되었지만 떨리는 마음도 감출 수 없었다.
너무 좋지만, 그래서 불안했다. 이 행복이 언젠가는 깨어질까 봐. 모든 불행은 예고 없이 닥쳤었다.
엄마도 그랬었다. 어느 날 벼락처럼 내리친 불행이 엄마를 앗아갔고 10년의 세월을 떨어져 지내야 했었다.
그녀의 마음을 꼭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는 목을 껴안는 그녀를 뜨겁게 끌어안아 주었다.
꼭 네 걱정까지도 내가 다 안겠다고 말하기라도 하듯.
서원은 아침 일찍 잠에서 줬다. 옆자리가 비어있었다. 늘 이른 출근을 하는 그를 알기에 익숙한 루틴이었지만 오늘따라 그가 결에 없어 더 허전했다.
테스트기 결과를 떠올리며 혹시 올라 커피 대신 사과주스를 컵에 따르고 거실로 나와 TV를 켰다.
-1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100억 원의 선고를 받았던 윤일중 회장이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뉴스를 진행하는 그에게서 어젯밤, 흐트러진 채 신음을 흘리던 모습은 조금도 상상이 되지 않았다.
깔끔하게 셔츠를 입은 선오가 언제 그랬다는 듯 화면에서 자신을 마주 보고 있었다.
TV 속이지만 꼭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했다. 그래서 더 그립기도 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같이 있었는데 그리워서 눈물을 글썽이는 모양새가 한심했다.
그가 더 좋아질수록 행복의 크기에 비례하여 불안 또한 불어난다.
'왜 행복은 그 자체만으로 찾아오지 않고 늘 불안을 수반하는 것일까.'
정말 임신으로 인해 호르몬이 제멋대로 날뛰는 건지, 눈물까지 찔끔 났다.
찾아온 아이도 소중하지만 역시 그녀에겐 선오가 없으면 안 되었다. 아이도 자신도 그가 없으면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
그가 뉴스를 마칠 때까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뉴스를 보고 있었다. 방송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잤어?」
“아니."
「뭐라도 좀 먹었어? 목소리가 왜 그래.」
"주스 마셨어.”
「주스로 돼? 회의만 끝내고 바로 갈 테니까 뭐라도 먹어.」
수화기 너머로 관계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대화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신서원.」
"응."
‘문 아나!'
그를 찾는 목소리들이 번잡하게 이어졌다.
「좀 이따 다시 얘기해....」
통화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졸음이 쏟아졌다. 서원은 그가 사다 놓은 마카롱을 간식으로 먹고 곧장 침대에 누웠다.
그의 자리에서 익숙한 스킨 향이 났다. 선오의 체취를 안정제 삼아 눈을 감았다.
번쩍 눈을 떴다. 얼마나 잤던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최소한 서너 시간은 더 지났을 거 같은데, 서원은 잠에 취해 비틀거리며 침실을 나왔다.
거실 테이블 위에 그의 겉옷이 놓여 있었다. 주방에 있는 건가 싶어 빠르게 걸음을 돌렸지만 은은한 원두 향만 남아있을 뿐, 커피를 마신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리저리 문을 열어 확인하던 서원은 욕실 앞에 멈춰 섰다. 들려오는 희미한 물소리. 살짝 문을 열자 수증기와 함께 샤워 부스 아래 서 있는 그가 보였다.
선오가 집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심이 들었다. 불안했던 마음이 수면 아래 가라 앉은 듯 괴이할 정도로 잠잠해졌다.
멍하니 문을 붙잡고 있는데 순간 다가온 뜨거운 열기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선오가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올린 채 문 앞에 서 있었다. 샤워를 끝냈는지 그에게선 샤워젤 향기가 풍겼다.
“이젠 훔쳐보기까지?"
“안 훔쳐봤어. 그냥... 본 거지.”
픽 웃는 입술이 괜히 비웃는 듯해 반발이 튀어나갔다.
"팬티고 뭐고 네 꼴리는 대로 다 까 내릴 땐 언제고 왜 훔쳐보고 그래."
"훔쳐본 거 아니라니까."
샤워 가운을 대강 걸친 그가 엉거주춤 서 있는 서원을 욕실 안으로 잡아당겼다.
따뜻한 온기가 삽시간에 온몸으로 침투해 퍼진다. 더불어 선오의 체향까지도.
손을 뻗은 그가 말없이 이마를 쓸어 올리며 몸을 살펴보는데 진지한 표정이다.
그 얼굴을 보자 다시 왈칵 눈물이 고였다. 원래 이렇게 눈물이 많은 성격이 아니었는데,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꽁꽁 잘 참는 성격이었는데.
그의 마음을 온전히 받은 후로 자꾸 기대게 되고, 의지하고 싶어진다.
자신은 여전히 기대는 법을 배우고 있고, 감정을 함께 나누는 것에 익숙해지려 애쓰고 있었다.
평생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하고 홀로서기를 위해 애써오던 버릇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은 법이었다.
“지, 지금 나갈 거지? 바로 준비할게. 나도 씻어야겠다.”
모른 척 입고 있던 슬립을 벗는데 커다란 손이 젖가슴 언덕 아래로 불쑥 들어와 상체를 감싼다. 자연스레 등 뒤로 그이 너른 가슴팍이 붙었다.
"임신해서 호르몬이 날뛰는 거야, 아니면 너한테 무슨 일이 있는데 내가 눈치를 못 채고 있는 거야."
아니, 이미 그녀의 기분이 평소와 같지 않음을 눈치채고 있으니 그리 물은 것이었다.
"말 안 할 거야?"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닌데 아깐 왜 울었어."
“운 거 아니야 그냥 조금 울컥......."
서원은 입을 떼자마자 아차 했다. 또 그의 유인책에 말려들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들키다니.
"왜, 막상 임신하니까 막막해졌어? 이건 아니다 싶어?"
“뭐? 그런 건 절대.."
서원은 화들짝 놀라 그에게로 돌아섰다. 다시 눈이 마주쳤다.
"마음 뜨면 이혼도 해야 하는데 애까지 생기면 곤란하니까, 그치?"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잘 대답하라며 그가 눈썹을 씰룩거린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어야 하는데 애가 네 발목을 잡으니까, 어?"
“......”
“왜 대답 안 해.”
"내가 떠난다 하면 보내줄 거야?"
“누구 좋으라고 새 출발 하게 보내 줘. 내 새끼 배고 어디로 갈 건데, 네가.”
그의 머리칼에서 물기가 뚝뚝 타고 흘렸다. 어디 도망갈 기색이라도 보이면 감금이라도 할 기세였다.
"나 이렇게 만들어놓고 ... 너, 울어?"
서원은 왈각 터진 눈물을 어찌하지 못하고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넌 이해 못 하겠지만 ... 난, 나는, 불안해, 내 인생은 늘 그랬어. 이제 조금 행복해지나 할 때 아빠가 나타나서 가게가 망했고, 이제 엄마가 행복해지나 했는데 너도 알다시피 그런 일이 생겼었어.
늘 나는 그랬어. 조금도 내가 행복한 걸 그냥 두지 않았어. 나한테 있는 건 다 가져갔어. 이번에도 그러면 어떡해."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행복해서 생긴 불안이었다. 이제 소중한 아이까지 생겼으니 불안은 더해져 갔다. 어떻게 쟁취한 건데, 이번에도 또 뺏길 순 없다.
이번엔 어느 누가 앗아간대도 절대 두 손 놓고 뺏기지 않겠다고, 그의 가슴을 더 꽉 끌어안는데 그의 단단한 팔이 상체를 감싸왔다.
"넌 그랬는지 몰라도 난 단 한 번도 뺏긴 적 없어."
“선오야.”
“뱃었으면 뺏었지 내 걸 누구랑 나눠본 적도 뺏겨본 적도 없다는 소리야.”
“네가 뺏긴 거 내가 다시 찾아오면 돼. 처자식 다 놔두고 내가 어딜 가겠냐. 너나 도망가지 마, 너나."
엉엉 울며 그의 너른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발음도 다 뭉개져선 그러겠다고, 고개를 있는 힘껏 끄덕였다.
“맨날 자지, 넣어서, 확인 ......"
“그래, 뭐 설마하니 내 애까지 배고 딴 놈한테 가서 구멍 벌리겠어. 태교 생각해. 애가 얼마나 놀라겠냐. 엄마가 아빠 좆 도 아니고 딴 새끼 좆이나 받아먹고 있.."
“아, 안 그래, 우리 애기 들어.”
“얼씨구. 신서원이 겁나는 것도 있었어?"
“아나운서가 말을 그렇게 하면 어떡해.."
“이렇게 만든 게 누군데, 야하게 말해 달라면서 보지 보여줄 땐 언제고."
“그, 그거랑 이건 다른 거지."
"참 뻔뻔해, 신서원."
그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을 하는 그녀가 괘씸하다가도 그렁그렁한 저 눈망울을 보면 온 신경이 쏠리니, 말 다 했지.
뺨을 비비적거리는 그녀의 눈가가 발겠다. 또 혼자 끙끙 싸매고 있었구만,
어쩌면 그런 걱정들 때문에 더 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잃을 바에는 손에 움켜쥐지도 않으려고, 그녀의 잘못도 아닌, 주위 사람들의 일로 서원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게 싫었다.
선오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입고 있던 가운을 벗었다. 왜 다시 벗냐고 묻는 듯한 눈망울이 대번 위로 올라온다. 안 어울리게 순진한 척은.
"너 때문에 땀나서 다시 씻어야겠다. 왜.”
"아직 물기도 그대론데?"
"네가 얼마나 황당한 소리를 했는지 식은땀이 다 난다. 됐어?"
저랑 같이 샤워하겠다는 의미였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그녀가 배시시 눈웃음을 흘렸다. 그가 심어준 확신에 기분이 좀 나아진 건지,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병원 갔다가 어제 못 갔던 레스토랑 가자, 가고 싶었는데 누구 때문에 가지도 못하고."
"좋다고 자지 불어터지도록 넣고 빨고 난리 칠 땐 언제고."
“난 모르는 일이야."
선오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리는 서원을 안고 샤워기 밑으로 섰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애가 타는 걸로 따지면 그녀보다. 그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테다.
그는 마음을 자각하고부터 더더욱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는데, 어쩌면 그녀는 오랜 짝사랑으로 지쳐서 그가 질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에 대한 이 사랑을 매듭지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 때문에 선오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지옥 불을 디디고 서 있는 기분을 맛보아야 했다.
선오는 그녀의 귀를 잘근 씹으며 그의 커다란 손에도 다 들어오지 않는 서원의 젖가슴을 척 움켜잡았다.
조급함이 실려 악력이 거세졌는지 조금 앓는 소리가 들렸다.
"아, 선오야.”
설사 그녀가 그를 떠난다고 해도 이젠 못 보낸다.
서원이 떠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저 배 속에 씨를 심어 아이를 잉태케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렇게 그를 답도 없도록 만든 건 그녀다. 그러니 서원 역시 책임을 져야 옳다.
"싫어? 싫으면 난 나가고."
"이젠 안 속아, 시간 얼마나 남았어? 빨아 줄까?"
그의 마음을 어렴풋이 느낀 건지 서원이 고개를 돌려 그를 올려다보았다.
"지금 시작하면 오늘 병원 못 가."
"응. 그럼 키스만"
두 사람은 곧장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건 오로지 선오뿐이었고, 그의 불안 역시 서원만이 앗아갈 수 있다. 지금 그녀가 필요한 건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