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결국 문선오가 이겼다. 기어코 그의 건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뿌리치지 못했다.
선오는 그녀더러 집요하고 고집스러운 구석이 있다고 했지만 사실 그 분야 최고봉은 문선오였다. 자신의 신념이나 의지가 확고하다면 누가 뭐래도 제 갈 길을 가는 남자가 바로 그였다.
물론 그의 결정에는 납득할 만한 충분한 이유와 근거가 늘 존재했다.
이번에도 그의 설득에 서원이 넘어갔다.
어차피 결혼하면 부부가 될 텐데 뭐 하러 굳이 남편 건물을 두고 나가서 개고생을 하냐는 그의 말에 깜빡 넘어갔다.
그는 저더러 계획적이고 영악하다 했지만 정작 본인은 그녀보다 더했다.
가게 이전으로 숍은 며칠간 문을 닫기로 했다. 직원들이 모두 일찍 퇴근을 하고 그녀도 집으로 돌아갔어야 마땅했지만 손을 놀리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아응, 앙!”
손님용 베드에 앉아 두 다리를 활짝 벌린 서원은 자위에 한창이었다.
조준해둔 핸드폰 화면 안으로 구멍을 들락거리는 딜도가 적나라하게 보인다.
「구멍 너무 조이지 말고, 힘 풀면서 돌려. 가르쳐준 대로, 서원아.」
“아, 여기, 앙, 아!”
거뭇한 흑색 딜도는 빠른 속도로 안을 후벼 팠다가 그보다 더한 속도로 빠져나오길 반복했다. 실리콘 자지를 타고 뚝뚝 떨어지는 물을 보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그의 좆이라면 알아서 불끈거리며 원 없이 성감대를 찔러줄 텐데, 자위의 쾌감은 오로지 그녀의 손에 달려 있는지라. 서원은 끄트머리까지 밀어 넣은 딜도를 뱅글뱅글 돌렸다가 상하로 올려치기도 하며 분주하게 삽입했다.
집어넣다 못해 불알을 꽉 틀어쥐고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치댔다. 여기가 손님 침대라는 것도 어느새 다 잊은 서원은 장난감 자지를 탐하는 데 몰두했다.
“아아!”
올록볼록한 내벽 점막 주름을 곧게 찔러 올릴 때마다 머리끝이 쭈뼛 섰다. 아무리 퍼 올려도 마르지 않는 샘처럼 애액이 괸다.
배꼽 아래가 묵직해진다 싶더니, 약불에 졸인 듯 서서히 부글거리던 욕정이 이내 맹렬하게 들끓는 기분에 다 내놓은 상반신이 꼬였다. 명백한 쾌감의 징후였다.
아래위로 속옷 한 꺼풀 입고 있지 않은 터라 퉁퉁하게 팽창한 유두까지 그에게 내보여야 했다. 이미 젖꼭지는 한참 전에 발기했다. 문선오를 생각하며 탈의를 했을 때부터.
아이를 낳으면 모유를 물처럼 흘리면서 이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도 점잖은 체하지만 보고 싶은 눈치였다. ‘정 그러면 낳고 해보든가.’ 그리 피식거리는데, 보고 싶은 게 분명했다. 안 했다간 하라고 채근할 거면서 괜히 빼긴.
「너 너무 맛있게 먹는 거 아니냐.」
시사프로 진행이 있어 대기실에서 대기 중인 그는 대본을 쥐고서도 무선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생방송 들어가기 전, 집중하고 싶으니 되도록 찾지 말아달란 그의 부탁도 영상 통화를 위해서였다. 통화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카메라 더 가까이 붙여봐.」
서원은 딜도를 쳐올려 구멍 속 깊은 곳까지 두드리다 말고 남은 한 손으로 핸드폰 화면을 다시 조준했다. 화면 속에 제 모습이 잘 보이는지 다시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 잘, 흣, 보여?”
카메라 앵글이 보지 한가운데를 비추고 있다. 그 모습을 관람하고 있을 그라면, 번들거리며 보짓물이 뚝뚝 떨어지는 질구 주위 털 한 올까지도 선명하게 보고 있을 것이다. 카메라 화질이 좋은 핸드폰으로 바꾼 게 결코 폰섹스를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소리, 하으, 너무 키운 거, 아니지?”
「대기실에 나만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그래도….”
강물처럼 불어난 쾌락에 자꾸만 저도 모르게 허리를 흔들게 된다. 서원은 그와 섹스할 때를 상기하며 실리콘 불알을 회음에 딱 붙이곤 마구잡이로 휘저어 돌렸다. 두 엉덩이에 힘을 주고 앉은 그녀는 한 손을 살짝 뒤로 짚어 무게중심을 뒤쪽으로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아! 앙! 안, 돼! 아!”
「장난감 자지 맛있어?」
“아, 으응! 아!”
그가 일러준 대로 힘 조절을 하며, 찾은 지스폿을 연거푸 두드렸다. 선오가 쳐주던 대로, 서원은 그가 어떻게 성기를 놀렸는지 상기시켰다. 어떤 식으로 찌르면 더 자극이 되는지 직접 알려주는 그의 목소리도 더없는 흥분제였다.
혼자서 하는 자위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는, 색다른 육감으로 달아오르는 느낌. 낮게 울리는 문선오 목소리, 꼭 둘이 하는 듯한 기분….
결국 뻐끔뻐끔, 요도구가 벌어지고 노르스름한 물이 흐르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했다. 선오는 섹스할 때면 숨기지 않고 보여주는 그녀를 좋아했다. 그래서 더 참지 않는 점도 없지 않았다.
어쩔 땐 화장실에 가고 싶어 변기에 앉는 그녀를 끌고 와 일부러 삽입하고선, 여기다 싸라 엉덩이를 때리는데, 그녀만 흥분하는 포인트가 아닌 건 분명했다. 생각해보면 그도 자신 못지않았다.
선오의 탱탱한 귀두가 오줌보를 짓누르는데 그 힘에 오줌이 터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페니스를 꽂은 채로 쫄쫄쫄 노란 물을 싸는데 그는 거기다 삽입 운동까지 했었다.
자지가 통으로 절여지다 못해 종내 사타구니가 전체가 흠뻑 젖고 나서야 그는 내심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나 그나 정상은 아니었다. 그래도 좋았고, 그래서 좋았다.
“아! 좋, 아. 좋아. 앙! 선오야아.”
불알을 쥐고 한창 삽입에 열을 올리던 서원은 실리콘 뿌리를 불두덩 쪽으로 기울여 음핵과 구멍을 한꺼번에 공략했다.
뿌리로는 발기한 클리토리스를 앞뒤로 문지르면서, 귀두는 속을 파내듯 콱콱 처넣어 동시다발적으로 지스폿을 공격했다. 손목을 바지런히 돌려 재미를 보느라 목이 쉬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앙! 아으!”
우윳빛 마찰액이 지저분하게 뒤섞여 시럽처럼 기둥을 타고 흘렀다. 실리콘이 아닌 문선오의 좆이었다면 보기 좋게 빛깔이 짙은 그 성기를 적셔 놓았을 거다. 그래서 그의 물건이 좋았다.
먹기 좋은 색깔, 더럽혀 놓은 것을 빨 때 다시 튀어나오는 그 핏줄까지도, 속살로 문지르면 너무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런 그의 성기가 아닌데도 열락의 흔적들로 젖어 들자 조금 언짢아진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깊게 먹지 마.」
아무리 사람의 것이 아니라도 그가 아닌 다른 성기와 즐기는 그녀의 모습에 심기가 상한 듯 보였다.
“후으, 으응.”
「딜도 빼.」
입구를 틀어막아 놓은 딜도를 쑤욱 빼는데 덜 잠근 수도꼭지인 양 잘금잘금 흥분액이 샜다. 서원은 자위에 열이 오른 제 생식기를 내려다보았다. 회음까지 이어진 길이 분비액으로 번들번들하다.
빠져나온 검은 딜도는 희석된 우유에 담갔다 뺀 듯 젖빛 액이 거품째 들러붙어 엉망이고, 수풀 한가운데 열린 길은 그야말로 진창이었다.
「우리 늘 하던 대로 해. 너 잘하잖아.」
“빨, 라고?”
「대충 묻은 거만 닦아.」
그가 말하는 ‘하던 대로.’
한창 흘레붙던 와중에도 열이 오른 그의 페니스를 꺼내 빨고 삽입하고, 빨고 삽입하고, 자주 그랬었다.
차라리 삽입 섹스보다는 오럴 섹스 쪽을 보는 편이 나을 거라 생각했는지, 다른 것을 주문해왔다.
서원은 꺼낸 딜도를 입에 넣고서 목구멍 안으로 피스톤질하며 샅샅이 붙은 액을 빨았다.
쪽쪽, 딜도를 쥐고 불알부터 귀두까지 혀를 꺼내 꼼꼼히 훑어 올라갔다. 하던 대로, 하던 대로.
눈을 반쯤 감고서 그의 좆을 빨 듯 귀두 둘레를 둘러가며 핥고, 점액 뭉텅이가 붙은 실리콘 기둥을 한창 애무하는데, 됐으니까 그쯤 하라는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깟 장난감에 질투를 하는 거다.
이것도 못마땅하단 어조가 깊이 배어 있었다.
그의 것에 비하면 아무리 빨아도 맛없는 이 자지를, 그는 질투하고 있다.
이도 저도 다 싫은 눈치는 분명하고 선명했다.
평상시엔 냉철하다가도 꼭 그녀와 섹스를 할 때면 전에 없이 감정적인 그가 좋았다. 그도 자기 자신이 제어가 안 되는 거다.
“하던 대로 하라고 했으면서.”
「내가 앓느니 죽지. 됐으니까 다시 넣어.」
“으응. 괜찮, 아. 네가 제일 맛있, 어. 이건 별로… 아!”
서원은 기다렸다는 듯 허겁지겁 딜도를 끼우고 추삽질을 재개했다.
「별로라는 사람이 환장하고 박아?」
그의 것만큼 힘 있게 치고 들어오지도 못할뿐더러 원할 때 정액을 쏘아대지도 못했지만, 아쉬울 대로 달랠 때는 썩 좋아 자주 애용하던 딜도였다.
모형 좆을 먹는 데 정신이 팔려 한창 넣었다, 뺐다, 보지를 조여 가며 왕복운동을 하는데 발가락 끝이 짜릿해 자꾸만 손에 힘이 풀렸다.
“아흐… 아, 선오야.”
실은 그가 제 자위를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흥분은 곱절이 됐다. 야한 영화를 보고 난 후나 갑자기 그가 생각나 아랫배가 묵직해져 올 때와 같이, 그가 없을 때 혼자 몰래 즐기던 행위였다.
실리콘 페니스를 은밀한 구멍 속에 푹푹 박으면서도 늘 선오의 이름을 불렀었다. 두께도 길이도 그의 성기에 못 미쳐 선오의 것만큼 깊은 곳까지 찌르지 못해 늘 애가 탔지만 이름을 부르면 꼭 그가 박아주는 기분이 들곤 했었다.
예전에 그 앞에서 몇 번 자위한 적은 있었지만 영상 통화로 하는 폰섹스는 처음이었다. 어쩐지 자위가 더 짜릿한 기분도 들고….
“더는 힘들어서, 흐읏, 빠르게 못, 아!”
결국 간신히 지탱하고 있던 허리에 힘이 풀리고 등이 벌렁 뒤로 넘어갔다.
「천천히. 다쳐, 신서원.」
그가 잘 볼 수 있도록 엉덩이를 붙인 서원은 출산하듯 다리를 세우고 카메라를 향해 각도를 조준했다. 그러곤 본격적으로 손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다리를 더 넓게 벌려. 이쪽으로 보지 잘 보이게.」
서원은 가랑이 사이를 터, 더욱 저속한 자태로 다리를 벌리며 쉬지 않고 딜도를 박았다.
기둥을 쑤셨다 빼며, 재미를 볼 때마다 반동에 베드 시트가 바스락거린다. 누워있어 한결 움직이기가 편했다. 손님이 누워 케어를 받는 공간이라는 것도 잊어버렸다.
눈앞이 뱅뱅 돌고, 불덩이를 삼킨 듯 심장을 담고 있는 가슴이 끓었다. 말 못 할 희열이 벼락처럼 내리친다. 그 모든 감각의 시작점인 아랫구멍이 자꾸 뜨거워졌다.
그녀는 제어장치가 망가진 장난감처럼 넋을 잃고 딜도를 퍽퍽 쑤셨다. 선오가 늘 긁어주던 질벽 부위를 탁탁 때리고 들어가자 자궁구가 닿는 것이 느껴졌다. 꼭 끝 간 데 없이 이어진 것만 같은 이 아찔함.
그렇지만 그 이상은 치고 들어가지 못했다. 선오의 성기보다 짧은 탓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귀두를 짓쳐, 닿은 자궁문을 문지르고 비빚대는데, 눈앞이 아득해졌다. 내리치는 섬광에 호흡까지 박자를 잃었다.
성감대가 집중된 보짓살이 무참히 공격받자 재차 회음부에 힘이 들어갔다. 저도 모르게 딜도 기둥을 꽈아악 조이고 드는데 실리콘의 우둘투둘한 표면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내벽을 강하게 비벼주고 짓누르는 그 느낌. 선오의 자지 핏대만 못한 핏줄을 구현해 놓았지만 기능만큼은 확실했다.
“아앙! 아! 이제 안…! 아!”
서원은 가랑이에 손을 넣은 채로 엉엉 울었다. 제 스스로 절정을 부추기면서 더는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딜도는 속도를 잃지 않고 속살 새로 박혀 들었다.
질벽을 눌러주고, 긁어 올리는 압박감은 그의 성기에 비할 바 못 되지만 흥이 오른 상태에선 이것도 엄청난 쾌감이었다. 이대로 금방 절정이 올 것만 같았다.
그 전에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처음부터 딜도를 두 개 준비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아아! 이제, 흣! 이제 빼.”
「너 할 수는 있겠어?」
울음기가 맺힌 코를 훌쩍거리며 서원은 넣어둔 딜도를 빼냈다. 그리고 윤활유가 묻어있는 딜도를 천천히 항문에 맞췄다. 그의 것을 담을 수 있는 또 다른 치부.
삽입 지점이 달라진 만큼 서원은 그의 눈 안에 제 뒷구멍이 잘 보이도록 좀 더 다리를 접어 올렸다.
질구에 비해 훨씬 비좁고 작은 구멍이었다. 음부와는 달리 자잘하게 주름진 뒷구멍은 사실 그의 것이 들어가기엔 너무도 버거웠다. 처음 이곳으로 삽입했을 땐 눈물 콧물 할 거 없이 쏙 뺐었다. 그러니 선오의 성기에 비해 얄팍한 딜도는 한결 진입이 수월했다.
「못 하겠으면 빼. 나중에 내가 해줄 테니까.」
“생, 방, 얼마나, 흣, 남았어?”
「아직 시간 되니까 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해. 다쳐서 울고불고하지 말고.」
근육이 억지로 벌어지는 느낌은 여전히 힘들고, 이물감에 몸서리쳐졌지만 못 견디게 눈물 날 만큼은 아니었다. 늘 드나들던 통로와는 달리 담는 것만으로도 뻑뻑했다.
자주 즐기진 않았지만 애널 섹스는 은근히 묘한 기분을 가져다주었다. 그가 힘들어하는 그녀를 어르고 달래느라 진땀을 빼는 것도 좋았고, 앞을 쑤시던 그의 물건이 그래선 안 될 금단의 구역으로 들어가면, 한마디로 말해서 꼴렸다. 시각적인 자극도 한몫 했겠지만 기분 탓도 무시하지 못했다.
「됐어, 더 넣지 마.」
“잘, 들어, 흐, 갔어?”
오로지 그만이 지금의 광경을 보고 있었다. 부리는 추태하며, 엉망이 되어있을 아랫도리 사정도 전부 그만이 감상하고 있을 터였다.
문선오에게는 어떤 모습을 보여도 상관없었다. 그는 늘 사랑스럽다는 듯 봐주었고, 말은 거칠어도 더러운 기색 하나 없이 혀를 내었다.
조심스레 뒷구멍에 딜도를 꽂아 둔 서원은 베드 옆에 널브려 놓은 또 다른 딜도 하나를 가져왔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상태라 메말라 있었지만 이어질 곳이 흠뻑 젖어있었기에 무리는 없을 거라 판단했다.
앞서 즐기느라 잔뜩 부풀어 오른 고양감에, 이성적인 판단력이 흐려져 내린 오판일지도 몰랐다. 그녀의 머릿속이 이미 엉망진창이라는 걸 어떻게 아는지 대번 그가 침착하라 다독인다.
「천천히, 신서원. 걘 네 페이스 조절 못 해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턱 끝까지 차 있는 절정감을 해소하지 못한 탓에 서원은 손까지 달달 떨렸다. 말하지 않아도 늘 절정까지 자연스럽게 이끌어주던 그가 없기 때문이었다.
겹겹이 쌓여 풍선처럼 부푼 이 육욕을 어서 터트리고 싶었다. 덩어리져 빵빵하게 차오른 욕정이 그녀를 짓눌러 괴롭기까지 했다.
「그러게, 혼자선 안 된다니까. 대충 급한 물만 빼. 어?」
“아흐윽….”
뒤로는 먹빛 딜도를 꽂아 넣은 채, 앞구멍으론 선오의 성기를 닮은 고동색 딜도를 동시에 넣었다. 그가 없이 앞뒤를 전부 잇는 건 처음이었다. 가끔 둘 다 넣고 싶다고 보채면 지금처럼 비교적 가는 딜도 하나만 항문에 물린 채 앞구멍은 늘 문선오 차지였다.
그의 페니스가 빠르게 앞을 치면 자동적으로 항문이 마찰 돼, 황홀경을 헤맸었다.
그런데 그가 없이 모든 걸 혼자 하려니 사실상 감당이 힘든 것이다. 앞 사정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뒷구멍까지 자극을 가해놓으니 말 그대로 죽을 맛이었다.
차라리 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 성감을 모조리 불사를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그녀는 거의 넋을 놓다시피 보지 구멍에 처박힌 딜도를 흔들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향해 다리를 활짝 연 채 자위 삼매경에 혼이 나갔다.
「너 내 말 듣고는 있어? 너무 그렇게 급하게, 야, 신서원.」
“아흐으… 아! 미칠 것 같, 아, 앙! 아!”
「너 정말 나 없이는 안 되는 거 맞아, 어?」
괄약근에 힘이 들어가면 어김없이 뒤로 물고 있는 똥구멍에 딜도가 씹혔다. 회음 거죽이 팽팽하게 펴졌다, 수축할 때마다 딜도가 꿈틀거리며 똥구멍 주름을 문지른다.
더없는 자극이었다. 앞뒤로 가해진 압박이 불더미만 한 쾌락으로 불어나 전신으로 가져다 나른다. 애가 탄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넘실거렸다.
「신서원. 씨발, 미치겠네.」
“기분 좋, 흣! 아아!”
그가 있었다면 항문에 박힌 딜도까지 한꺼번에 피스톤질 해주었겠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성감은 해일처럼 거대하게 일어나 전신을 덮치고 있었다.
전속력으로 손을 흔들다가도 딱딱한 귀두부에 성감대가 걸리면 딜도를 마구 휘저어 그곳을 집중 공략했다. 실리콘 귀두가 전속력으로 달려드는 통에 쾌감의 맹폭격을 뒤집어쓴 보지는 씹물을 줄줄줄 게워내고 있었다. 서원의 지스폿이 워낙 안쪽에 있다 보니 딜도는 자연스레 불알 하나 남기고 몽땅 삽입됐다.
호흡까지 가빠 숨을 깔딱거렸다. 이제 정말….
「숨. 숨 제대로 쉬어.」
딜도를 욕심껏 먹는 제 음탕한 치부를 그가 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흥분으로 속이 뭉글거렸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훑어주고, 애무해주고, 사랑을 퍼부어주던 남자.
그런 남자의 두 눈동자가, 즐기느라 여념이 없는 사타구니 정중앙에 꽂혀 있었다.
선오는 그가 없이 혼자 하는 그녀를 걱정했지만 사실 그녀는 그가 두 눈으로 봐주는 것만으로 모든 게 충분했다.
“아흐! 아아! 앙!”
절정 언저리에 성큼 다가서자 절로 종아리가 위로 뜨고 아랫배가 들렸다. 막판 스퍼트에 열을 올리는데, 차마 맨정신으론 견딜 수 없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젠 정말….
귀두까지 모조리 뺐다가, 뿌리까지 한꺼번에 치받는 순간, 어찌 막아볼 수도 없는, 집채만 한 오르가슴이 파도에 인 물보라처럼 와락 달려들었다.
선오가 곁에 있었다면 버둥대는 몸을 끌어안아 줬을 텐데. 서원은 무섭게 밀려드는 폭풍 같은 오르가슴을 혼자 외로이 감당해야 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시트에 뺨을 마구 비볐다.
몸까지 뒤집고 바르작거리느라 항문 새 끼우고 있던 딜도도 떨어져 나가버렸다. 파르르, 길 잃은 강아지처럼 떨고 있자 수화기 너머로 그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음성만으로 더할 나위 없는 후희였다. 문선오의 목소리.
「조금만 기다려. 가서 안아줄 테니까.」
그 역시 단단히 흥분했다. 약간 갈라져 가라앉은 저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그는 목소리로 먹고사는 직업을 가진 남자였다.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그의 중저음에 어떠한 변화가 왔다는 건 심경의 동요를 뜻했다. 그것도 저 금강석처럼 단단한 남자가.
“선오야…, 흣.”
「혼자 등도 못 두드릴 테고. 이제 어쩔래.」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그의 눈은 불붙은 욕망에 넘실거리고 있었다.
“기다릴래. 어서 와.”
「이쪽으로 와서 다리 벌려 봐. 괜찮은지 보게.」
보고 싶다는 그의 말에 그녀는 몸을 가누지도 못하면서 치부를 활짝 벌려 들이밀었다. 그런데 보고도 어째 말이 없다.
「…뒤도 보여야지.」
말없이 등을 돌려 엉덩이를 내밀고 양손으로 골짜기를 열어젖혀 보였다. 그녀가 슬쩍 고개를 돌리자 핸드폰 액정에 심란해하는 그의 얼굴이 보였다. 한껏 고조되어 상기된 얼굴.
「…하여튼 너는.」
당장 하고 싶어서 목까지 다 쉰 주제에, 순 말만.
“아냐. 늦게 와도 돼. 난, 기다리면 되거든.”
명백한 유혹이었다. 그녀의 수작임을 훤히 꿰뚫고 있는 그가 대번 인상을 썼다. 하루 이틀도 아니면서 새삼스럽긴.
서원은 옷가지 하나를 주워들어 땀범벅이 된 몸을 스윽 감추었다. 그의 숨소리가 들끓는 게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치우라는 엄명이 떨어진다.
「그 옷 안 치우지.」
“그러니까 빨리 와서 직접 봐.”
「너.」
비록 핸드폰 액정 너머지만 이렇게 그와 마주 보고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게, 그가 자신을 사랑이라 부른다는 게 꿈만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꿈이 아닌 생시였다.
전생에서 어떻게 이어져 있던 인연이든 막을 수 없는, 계속될 현생 現生.
아침 일찍 일어났다.
출소하는 화연을 데리러 가는 날이었다. 선오도 함께 가기로 했다.
긴장한 그녀와는 달리 운전 중인 그는 오히려 담담해 보였다.
“너답지 않게 뭘 그렇게 긴장해.”
“손잡고 가자.”
가는 동안, 손잡자는 말에 어떤 반문도 없이 손을 내밀었다.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그녀가 물었다. 앞날에 대해 던지는 의문에도 그는 꽉 손을 맞잡아 오는 것으로 답했다.
사랑해, 선오야.
그렇게 속삭이는 말에 그는 깍지를 끼고 있는 손을 들었다. 그 뜻을 한 번에 알아들은 서원이 그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엇나간 전생을 떠올리며 아쉬워할 것도, 화를 낼 것도, 눈물을 흘릴 필요도 없었다.
지금 손잡은 이 시간, 서로를 사랑하면 된다.
그거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