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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억제 (7/20)

06. 억제

돌이켜보면 그랬다. 서원은 그를 좋아하면서도 그가 자신을 떠날까 두려워했고, 어느 것 하나 쉽게 말을 꺼낸 적 없었다.

쉽게 좋아한다, 고백하는 듯했지만 결코 가벼이 꺼낸 적도, 너도 날 좋아해 달라 억지 부리며 떼쓴 적도 없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그랬었다. 사무치듯 그를 원하는 눈을 하면서도 그가 싫어하는 기색을 내비치면 대번 마음을 접곤 했었다.

꼭 언젠가는 그를 떠나갈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선이 있었다. 여자와 귀찮게 얽혀 인생이 좆된 제 부친을 보아온 그는 내심 선을 지키는 서원의 냉정한 면이 좋기도 했다.

어쩌면 둘 사이의 과거로 인해 비롯된 거리감일 수도 있었고, 한번 돌아서면 두 번 다신 보지 않는 문선오의 성격을 알기에 그랬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그날은 몇 달 만에 한국으로 입국하던 날이었다. 대학교 2학년이 되고 교환학생으로 미국에서 생활을 하던 와중에 잠시 한국에 돌아올 계획이었다.

원래라면 일주일 전에 한국에 들어갔어야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결국 일주일 늦게 출국해야 했다.

오랜만에 오는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오는데 찌개 냄새가 확 풍겼다.

그가 온 줄도 모르고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뒤통수의 주인은 그녀였다. 신서원.

“너 뭐하냐.”

“어, 선오야. 왔어?”

뜸하지 않게 한국에 들어왔기에 본 지 오래된 것은 아니었지만 석 달 만에 만난 그녀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머리도 더 길었고, 바뀐 계절만큼 옷도 더 짧아졌다. 턱도 어째 좀 더 갸름해진 게 살이 빠진 듯도 했다. 더 빠질 살이 어디 있다고, 더위를 먹어서 훌쭉해졌나. 저기서 더 자라진 않는 건지 키는 여전히 자그마했다.

경식의 말론 그가 지나치게 키가 큰 것이지, 서원은 또래 여자 평균 키 정도라고 하는데, 그녀를 붙들고 조금만 힘을 주어도 달랑 들릴 신서원이 정말 평균인지 여전히 의심스러웠다.

딱히 지나가는 여자를 눈여겨볼 성정이 아니기도 했고, 굳이 귀찮게 파헤치고 들 마음도 없었다.

경식이 말하기로는 ‘네가 농구 한다고 지랄하는 바람에 무식하게 키가 큰 거잖아. 문제는 너야. 그 근육이 왜 필요해, 대체. 여자들도 나처럼 적당하게 큰 남자를 좋아해.’ 라고 하는데 딱히 반박할 거리도 없었다. 여자들이 뭘 더 좋아하는지 알 바도 아니었다.

“여기서 계속 있었어? 내가 언제 올 줄 알고.”

“내내는 아니고 잠깐 기다린 거야.”

둘러보니 사람 손이 닿은 흔적들도 보였다. 자주 들른 모양인지 오히려 그보다 제집처럼 편해 보이기도 했다.

“아주 네 집이지.”

“배 안 고파?”

“좀 이따. 근데 너 어째 더 마른 거 같다?”

“응, 더워서 그런가 봐. 입맛이 없어서.”

보글보글 끓는 찌개 불을 끈 서원이 끼고 있던 주방 장갑을 벗었다. 서원은 그녀가 다니는 학교 근처에 작은 자취방을 얻었다. 기숙사로 들어갈 거 같더니만 알바 시간이 어떻게 조정될지 모른다며 자취방에 있는 게 낫다는 소릴 언뜻 스쳐 지나가며 했었던 기억이 있다.

“근데 너 알바 시간이 몇 신데.”

“응?”

“마치는 시간.”

“8시.”

“저녁?”

“응.”

“너무 늦는 거 아니냐. 겨울이면 해가 다 질 시간인데.”

더워 땀이 눌어붙은 몸이 찐득거렸다. 조금 짜증 섞인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

샤워를 할 생각에 목깃 단추를 푸는데 어느새 서원이 코앞에 와 있었다.

“왜.”

“선오야, 우리 뭐할까?”

옷자락을 살살 잡아 오는 게, 어째 뭔가를 원하는 분위기다.

저리 농염하게 몸을 비벼오면서 뭐할까냐니. 뭘 원하는지 뻔하게 보이는 신서원의 표정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순간 고민했다.

“일단 씻고 하자, 씻고.”

“지금 씻을 거야? 나도 덥긴 한데.”

저 여우 같은 신서원. 큰 눈을 깜빡이는데 외면이 힘들다. 사람 잡아먹는 신서원.

“같이 들어가든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티셔츠를 올려 벗고 브래지어 후크를 푸는데 헛웃음이 났다. 결국 살금살금 다가와 붙는 그녀와 함께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야, 너 너무 붙는 거 아니냐.”

부스로 들어가기도 전에 몸을 딱 붙여오는 그녀 때문에 걸음을 떼다 말고 멈추었다.

“오랜만이잖아.”

“그래, 오랜만이긴 한데. 근데 너….”

말랑말랑한 가슴이 등짝에 뭉개지듯 달라붙는데 신경이 쓰이지 않을 리가. 팔을 들자 공간을 확보해주는 줄 알고 폭 안겨들었다. 그새 피부가 조금 더 그을린 그와 달리 그녀는 여전히 새하얀 찹쌀떡 같았다.

“이렇게 막 쉽게 웃통 까고 그래도 돼?”

“너도 내 앞에서 웃통 막 까잖아. 그리고 오랜만이니까….”

그의 팔 한쪽을 잡더니 은근슬쩍 제 가슴골에 끼우는데 그새 더 가슴이 커진 듯도 하고. 생리 전인가. 달리 추측할 만한 건 그것뿐이었다.

“보지 쓰리다고 엉엉 울어놓고 그런 말이 나오냐.”

“너무 좋아서 많이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말이나 못 하면.”

“문선오 냄새 여전하네. 스킨 안 바꿨구나.”

“언제는 좋다며.”

“응. 네가 집에 두고 간 거 내가 좀 발랐어. 친구가 남친 생겼냐 그래서 뭐라 그랬는지 알아?”

“꼬시는 수법도 참 진부해.”

“자지 큰 우리 오빠 거라 그랬어.”

가만 턱을 들어 빤히 올려다보는데 그새 촉촉하게 눈가가 익었다. 노골적으로 파둔 함정이었다.

이미 호적상 남남 된 지가 언젠데, 단 한 번도 저 입에서 그때 이야기가 나온 적이 없었는데, 오빠라니. 이건 천 프로, 아니 만 프로 유혹이었다. 노골적인 유혹. 과거 이야기는 잘 꺼내지도 않았으면서. 그녀답지 않은 도발이기도 했다.

“하여튼 이게, 차라리 평소 하던 대로 애교를 부려라.”

한숨 같은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그가 방심한 새를 놓치지 않고 그녀가 쐐기를 박듯 말했다.

“우리가 섹스는 하지만 사귀는 건 아니니까.”

성애가 고파 그녀가 은근하게 쳐다보는데 원하는 바를 모른 척하기엔 그 역시도 아래쪽 사정이 심상치 않았다.

옆구리에 붙어있던 서원이 슬금슬금 앞으로 건너오더니 어느새 마주 앉는 자세가 됐다.

얼마나 차근차근 한 단계씩 진도를 빼는지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깜빡하면 눈 뜨고 코 베일 뻔했다. 그의 가슴팍에서 잔뜩 뭉개진 젖가슴이 물컹거린다. 크기도 어찌나 큰지 외면도 힘들다. 바르작거리는 척 제 가슴에다 대고 유두를 비비는데 저도 모르게 낮은 숨을 내뱉었다.

“신서원.”

그녀가 천천히 손을 밑으로 내려 거의 다 올라선 성기를 쓰다듬는데, 벌써 욕실에 뜨뜻한 열기가 찼다.

“하고 나서 씻는 게 더 편할 거 같긴 하다. 그치?”

선오는 서원의 울렁거리는 눈망울을 보며 낮게 탄식했다. 또, 신서원한테 놀아났다.

“아앙! 앙, 하으, 선오, 야아. 아흐으!”

결국 샤워 부스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자빠졌다. 선오는 부스 유리에 기대 제 위에서 방아질에 여념이 없는 그녀를 감상하고 있었다. 꺼덕꺼덕, 좆이 구멍 안에서 불끈거리며 퉁겨지는 대로, 쉴 새 없이 신음이 터졌다. 박으면 요란한 소리가 터지는 부저를 찧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으응, 흐읏, 너무, 아, 맛있, 어, 앙!”

보지를 살살 돌려가며 깊숙이 꽂았다가, 엉덩이를 들어 과격하게 찔러 넣기도 하고, 자지 맛을 제대로 보느라 침까지 질질 흘려댔다.

페니스를 어디로 조준해야 지스폿을 자극하는지 잘 아는 영악한 몸뚱이는 눈까지 감아가며 엉덩이를 흔드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유독 신음이 요란한 편인 그녀는 찌르면 찌르는 대로 쏟아져 나오는 교성을 숨기지 못했다.

그래서 좋기도 했다. 부인하진 못하겠다. 뭐든 감추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터트리는 편이 좋았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서원은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경계가 명확했다.

“젖 떨어지겠다. 신, 흣, 서원.”

무게감을 이기지 못해 연신 출렁거리는 젖꼭지가 설 대로 섰다. 유독 불거진 돌기는 괴롭히는 맛이 있었다. 몇 번 유두를 꼬집어주자 쌀지도 모른다고 도리질을 하는데 아닌 말로 단단한 성기가 푹푹 박혀드는 보지 둔덕 새는 고온다습한 물웅덩이 그 자체였다.

“흐응, 아!”

“침까지 흘리면서 먹을 정도야?”

“아흐… 으응.”

고개를 끄덕이며 살포시 눈을 뜨는데 달뜬 눈동자가 뭐라 말문을 못 뗄 정도로 젖어 있었다. 가늘게 늘어지는 눈매, 복사빛으로 물든 눈꼬리, 극도로 흥분했을 때 보이는 서원의 눈. 이 눈을 볼 때면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다.

좋아한다는 몇 마디보다 그 눈동자 하나가 모든 말을 대신한다고 느꼈다. 걷잡을 수 없는 육욕 속에 숨어있는 속마음이 훤히 보여 모른 척이 힘든 유일한 순간도 이때였다. 그래서 그는 섹스할 때 짓는 그녀의 표정을 좋아했다.

“이 몸으로 못 참을 텐데, 딴 놈도 없이, 어떻게 버티냐, 너.”

그가 유학을 떠난 이후 도통 어떻게 이 성욕을 감당하는지 모를 정도로 그녀는 농익어 있었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말랑한 복숭아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껍질을 벗기면 촉촉하고 달큼한 속살이 있는 복숭아. 베어 물면 과즙이 뚝뚝 흐르는 과육, 잡아먹고 잡아먹어도 사라지지 않는 달콤함.

이토록 솔직한 몸을 가진 그녀가, 오르가슴의 맛이 무엇인지 잘 아는 서원이 정말로 그간 금욕을 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 위. 아!”

방아를 찧다 말고 푹 주저앉아 덜덜 떠는데 곧이어 노란 물이 질컥거리며 삽입부를 적셨다.

“미안, 해 아흑!”

도저히 안 되겠는지 엉덩이를 쭈욱 들어 올리는데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수처럼 오줌 줄기가 시원하게 낙하했다. 무리하게 넣어 흔든다 싶더니 성기가 방광을 압박했는지 물을 줄줄 쏟아내는데 따뜻한 오줌으로 허벅지 전체가 뜨끈뜨끈했다.

처음 섹스 하던 날, 그녀가 무슨 추태를 부려도 그에겐 자극제가 된다는 사실을 눈치챈 서원은 구태여 내숭을 부리려 들지 않았다.

“너무 깊게 넣는다 했다.”

“아흐….”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리를 들썩거리더니 몸을 가누질 못하겠는지 변기에 앉듯 쭈그려 앉아 오줌을 싼다. 볼일을 보면서도 몸을 부르르 떠는 그녀는 그가 주는 쾌감 속에서 거의 넋을 놓다시피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후으… 흣.”

그의 복근을 짚은 채 오줌발이 잦아들 때까지 한참을 싸던 그녀가 다시 성기를 삽입했다. 선오는 그녀가 편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좆을 안까지 밀어 넣어주었다. 귀두부터 뿌리까지, 차례대로 압박하며 주물러 내려가는 점막은 무르녹을 대로 녹아 있었다.

재차 이어진 삽입과 동시에 서로가 전율했다. 육중한 기둥을 밑동까지 꿀꺽 삼키자 질 근육이 꿈틀꿈틀 튄다 싶더니 다시금 분비액을 잘금거리는데 귀두가 지스폿을 제대로 찔러 올린 탓에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듯싶었다. 피차 정상적인 교접은 아니었다.

“뭘로. 뭘로 하는데, 자위.”

숨을 할딱거리던 그녀가 간신히 말을 이었다.

“있어, 흣, 너보다 조금 작은, 딜도. 으응.”

다시 추삽질을 재개할 생각인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어 지지대까지 바투 잡는다. 이렇게나 맛있을까. 코끝까지 발개져있다. 저까지 대책 없이 흥분할까 봐 무던히도 마음을 다잡으려 애쓰는데, 그가 주는 온갖 직격탄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그녀가 제정신일 리 없었다.

“작은 문선오야.”

“웃겨.”

실소했지만 답이 퍽 귀여웠다. 그녀가 옆으로 무너질 듯 휘청거리기에 단단한 손으로 허리를 받쳐주자 어째 그녀답지 않게 조심스레 다시 물어온다.

“나 다시 해?”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언제는 하지 말란다고 안 했어? 실컷 따먹어 놓고선.”

“으응.”

허리는 이미 들썩이기 시작했으면서 괜히 사람을 떠본다. 그런 그녀를 힐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저 이 고문과 진배없는 절정감을 억눌러야 한다는 집념뿐. 선오는 치달아오는 성감에 소리죽여 이를 악물었다.

서원의 작은 손이 야무지게 그의 어깨를 잡는다 싶더니, 다시금 팔을 뒤로 뻗어 그의 허벅지를 짚기도 하고, 자유자재로 상체를 기울여가며 연신 페니스를 먹는 데 집중했다. 벌어진 잇새로 끈적하게 침이 새는데, 아니나 다를까 눈까지 살포시 풀려 있었다.

그녀의 기분이 좋은 건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슬쩍 고개를 내려 자지가 처박혀 있는 제 보지를 감상하기까지 했다.

포식 중인 밑구멍에 온 신경을 쏟고 있는 그녀가 손가락으로 교접 부위를 물끄러미 살피더니 만져보기도 하는데 만족감이 가득 든 얼굴이었다. 애액에 절여진 그의 치모를 쓸어보기도 하고, 점액질로 미끈거리는 자지 뿌리도 쓰다듬어본다. 눈꼬리가 음탕함에 벌겋게 물든 채로.

“왜.”

“이 큰 게 들어간다는 게 신기해서.”

코뿔소의 뿔처럼 고간 중심에서 기이할 정도로 유별나게 돌출된 자지가 자신의 음부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게 퍽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흐응, 간드러지는 소리를 내며 가늘게 눈가를 떠는데, 암만 봐도 이 섹스가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저 역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문득 궁금증이 들었으나 잡념에 사로잡혀 있는 그를 다그치기라도 하는 그녀의 몸놀림에 곧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허리를 뱅글뱅글 휘두르며 보지 내벽을 이용해 작정한 듯 귀두를 밀어대는데, 선단을 뒤덮은 성(性)신경을 한꺼번에 뭉개는 통에 뒷골이 다 울렸다.

귀두 끝이 잘근잘근 씹힐 때마다 불알까지 통째로 아려온다. 절정은 기둥을 타고 내려가 전신으로 번져갔다. 성욕을 관장하는 세포가 온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기분이란 말로 못 할 희열이었다.

“후, 야, 너.”

“아아, 나 보지가, 아흣. 아앙!”

“아파?”

“내 보지, 흐으, 괜찮은지, 봐줘.”

“그러길래 천천히 하라니까.”

애초에 들어가는 게 신기한 틈새였다. 사실상 교접이 힘든 사이즈였다. 좁아터진 구멍 속으로 큼직한 페니스가 쑤욱 쑤욱 사라지는 광경은 봐도 봐도 믿기지 않는데 오죽할까.

충분히 젖었건만, 격한 마찰에 질벽이 얼얼한지 손가락을 집게처럼 벌려 구멍을 열어본다. 그래도 벅찬지 제 사타구니 사이를 들여다보는데, 소용없는 짓이었다.

흥분이 되었을 때 아무리 질의 길이가 길어지고 경부가 위로 올라간다지만, 타고나길 앙증맞게 태어났는데 그의 것을 모조리 담는 건 부담이 가는 일이었다.

“힘들면 빼, 이제.”

“아, 안 돼!”

드나드는 길목도 어찌나 협소한지 그녀가 한번 괄약근에 힘을 주면 성기는 그야말로 터질 듯 펄떡거렸다. 고무줄로 자지 뿌리가 칭칭 묶인 기분이었다.

덩달아 씨가 꽉 들어찬 불알이 힘껏 올라붙어 뿔끈거리는데 그 역시 사정을 갈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빼지 말라 칭얼거리는 저 콧소리에 도통 정신을 못 차리겠다. 하여튼 요물. 사람 홀리는 짓은 저 혼자 다 하지.

“이것 봐. 오줌까지 쌌는데도 좁잖아.”

“빼지 마. 응?”

눈물로 애원하는데 웃음이 픽 나오려 했다.

“비싸게 굴어야지. 이렇게 쉬워서 진짜 다른 놈이 너 어떻게 해보려고 나쁜 마음이라도 먹으면 어쩌려고 그래.”

“걱정 마. 나 그렇게 허술하지 않아.”

“퍽이나. 자지나 빨리 빼.”

“…….”

“다시 박아줄 테니까 빼.”

다시 지속하겠다는 확답을 주자 그제야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데, 이때다 싶어 벌어진 구멍을 타고 정체 모를 물이 흘렀다. 아주 맑은 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백탁액도 아닌, 축축지근한 점액. 오롯이 흥분으로 비롯된 결정체.

그러고 보면 그간 그녀가 싸지른 각종 분비액을 많이도 마셨다. 애액이며 보짓물이며 저 구멍에 입을 갖다 대고 목구멍을 축인 것만 해도 생수병 몇 통은 채울 성싶었다.

여자 사타구니에 코를 박고 있는 문선오라니, 그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으나 사실이었다.

“나 아직 씻지도 않았다. 넌 내가 더럽지도 않아?”

선오는 서원의 입 주변에 한가득 묻은 침을 닦아주며 물었다. 그러자 빤히 그를 바라보던 그녀가 망설임 없이 답한다.

“나도 더러운 꼴 많이 보여주는데 너 아무렇지 않아 하잖아.”

“그거야 뭐.”

가랑가랑 이어지는 서원의 숨소리만 조용한 욕실을 채운다. 어째 또 한 방 먹은 듯싶었다.

그건 그랬다. 예민한 편이라 누가 닿는 것도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하물며 이다지도 난잡한 섹스라니.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해 가만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끝내? 박아달라며. 보지 대야지.”

일부러 답을 피하는 그를 눈치챈 건지 서원의 입꼬리가 스멀스멀 올라갔지만 그녀도 더는 묻지 않았다. 하고 싶은 체위가 있으면 스리슬쩍 자세를 바꾸던 그녀였다. 엉덩이를 치켜들어 보이며 상체를 납작하게 엎드리는데 어떤 의도로 하는 행동인지 뻔히 보여 또 실소가 터졌다. 하여튼 그녀와 함께 있으면 내내 웃음이다. 위험한데.

“너 때문에 어처구니가 없다. 힘들다고 그 난리를 쳐놓고.”

빳빳하게 일어선 귀두를 잡고 질구에 맞추는데, 그게 아니라며 엉덩이를 씰룩거렸다. 서원이 슬쩍 엉덩이를 움직여 항문으로 조준한다. 설마 싶었다.

“한번 맛 들이면 좋대. 궁금하지 않아?”

“…대체 무슨 야동을 봤길래 이래, 너.”

“난 버틸 수 있을 거 같아.”

“웃기고 있네. 보지도 무린데 똥구멍이 가당키나 해?”

한번 해보자는 그녀의 말은 들은 체도 않고 선오는 곧장 쑤시던 구멍을 다시 찾아가 성기를 들이밀었다. 자주 출입했던 통로를 뚫는 것만 해도 벅차건만, 뒷구멍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저러는지. 선오는 단호하게 불가능을 예상했다. 밤새 눈물 콧물이나 빼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응, 앗! 아! 나 먹는 거, 흐읏, 잘, 보여?”

엉덩이를 더 올리려는 그녀가 온몸을 바르작거렸다. 충분히 잘 보이니 편히 엎드리라 자세를 잡아주자 그제야 마음 놓고 교접을 음미한다.

그녀는 질구에 비해 유독 넓게 돌출된 소음순을 지녔다. 해서 늘 결합을 할 때면 덮개처럼 덮인 음순을 손으로 열어젖혀야 했다. 유달리 작은 구멍과 널따란 암적색 소음순, 성기가 안을 들락거릴 때마다 함께 비벼지는 그 선정적인 모습이 더욱 자극제가 된 건 사실이었다.

그녀는 거듭된 추삽질로 찌꺼기가 잔뜩 낀 이음새를 그가 더 잘 볼 수 있게 양쪽 날개까지 열어 보였다. 부채처럼 쫙 벌어진 날개는 본연의 살색을 잃은 상태였다.

흥분으로 두툼해진 소음순 사이사이 우윳빛 마찰액이 끼어 찌걱거리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의도적인 수작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또 거기에 넘어간 자신도 할 말이 없었다.

“나 또 쌀, 거, 같 흐읏, 아앙!”

교접 중인 삽입부를 더 자세히 보라고 그녀가 엉덩이를 있는 대로 치켜들어 들이미는데 순간 성기 밑동이 질끈질끈 씹혔다. 저 작은 구멍이 음경을 에워싸고 졸라매는데 성한 게 이상했다.

어차피 사정을 코앞에 둔 건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오는 파정을 위해 그녀의 골반을 더욱 바짝 당겨와 붙였다. 자궁경부를 두드리다 못해, 그보다 더 은밀한 곳에 숨은 질궁을 넘나들며 무아지경으로 박아대던 성기가 떡처럼 들러붙었다.

요도 구멍이 활짝 열리고, 기다렸다는 듯 정액을 방출한 건 그때였다. 씨를 싸지르느라 페니스가 앞뒤로 마구 진동하며 내벽을 때렸다. 와중에도 밖에다 싸지 말라며 서원이 골반을 붙여오는데 눈알이 다 아릿아릿했다.

“아아! 아흐! 나 정말 싸, 응, 아아!”

만족과 자조가 동시에 분출됐다. 오르가슴에 생식기를 두들겨 맞은 서원이 또 한 번 참지 못하고 분비액을 분사했다. 뒤치기를 하고 있는 탓에 흐른 액이 그대로 바닥으로 낙하한다. 질벽의 떨림이 심해진다 싶더니, 골반이 홱 위로 뜨고 꽉 다물린 질구가 수축과 이완을 거푸 반복했다. 그 씹어대는 근력에 선오는 낮게 신음했다.

“나 또, 또, 하으으!”

맨정신으로 버티기도 힘든 극한의 절정감에 그녀가 울부짖었다. 바닥을 타고 흐르는 물 색이 옅은 것이 보짓물인지 소변인지도 헷갈리는 절정액이었다. 질질 싸면서도 우는데, 뭐가 됐든 만족의 증거인 것만은 확실했다.

서원은 자위를 할 땐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며, 억울한 표정을 했었다. 그러니까 그녀가 이런 추태를 보이는 건 그와 성교할 때뿐이라는 소리였다.

문선오 한정.

그게 또 싫지는 않았다.

그를 이리 만든 그녀가 괘씸하고 스스로가 한심했다. 그리 부친에게 멍청하다 욕을 싸질렀는데 저 역시 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다니. 그것도 부친이 사랑했던 여자의 딸을. 그토록 증오해 온 화연의 딸을.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온통 벌겋게 익은 몸으로 뒤돌아보는 신서원도 다를 게 없었다.

이 이상한 관계의 시작은 그녀였지만 언제부턴가 그 심지에 더 거세게 불을 붙이고 있는 것은 자신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엉금엉금 기다시피 다가오더니 등을 보이며 앉는데 어째 불안했다.

“뒤로 하게?”

대변을 보는 자세로 주저앉아 제 항문에 귀두를 쿡 대어본다.

“응. 여기.”

오동통한 엉덩이 골을 타고 내려가 주름져 움푹 꺼진 그곳을 누르는데 돌아보는 눈이 호기심에 반짝거렸다.

“너 저번에 하다 울고불고 난리 친 건 다 까먹었지. 어?”

그녀는 이상한 데에 집요함이 있었다. 뭔가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끝내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듯했다. 구멍에 끼우지도 못하고 숱하게 실패를 했던 건 모든 구멍이 작은 그녀 때문이기도 했고, 성기가 큰 그 때문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결합을 하기엔 상호 간에 크기 자체가 맞지 않았다.

“…야.”

몇 번이나 안으로 넣으려다 빼기를 반복한다. 어찌하나 보려고 가만히 하는 짓을 두고 보고만 있자 끝내 주름 속으로 욱여넣어 보기는 하는데, 애쓴다 한들 저 큰 귀두가 간단히 들어갈 리 없었다. 오므라든 항문 주름이 빳빳해질 정도로 꾹꾹 그의 것을 눌러 담던 그녀가 숨을 몰아쉬었다.

아무것도 시작조차 안 했건만 그저 시도만으로 벅찬 것이다. 그가 도와주지 않으면 저 혼자 아무리 해도 안 될 일이었다. 그녀가 몇 번 애널 섹스를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여태 단 한 번도 제대로 도움을 준 적은 없었다.

결국 선오는 중지 하나를 항문 안으로 찔러 넣어 주름으로 이루어진 그곳을 말랑하게 풀어주었다. 손가락 하나 들어가는데도 오밀조밀 주름진 구멍이 움찔거리며 조여 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하다 울기만 해봐.”

“이번엔 달라.”

“퍽도 다르겠다.”

선오는 정액이 묻은 귀두를 말랑말랑해진 항문에 대고 문질렀다. 오목한 골짜기에서 선을 그으면 긋는 대로 움찔거리는 똥구멍이 주름을 폈다, 접기를 거듭했다. 그 초조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녀 역시 큰마음 먹고 그를 꼬드겨 대차게 시도는 해보지만 내심 무서웠던 거다.

한번 맛 들이면 좋다는 여자들도 있기야 있겠지만, 사람마다 성감대도 다 다르고, 그게 서원에게도 해당될지는 모르는 일이 아닌가.

긴장으로 배꼽 아래가 꿀렁이는 그녀의 허리를 쥐고 천천히 주저앉혔다. 꽉 다물린 주름을 밀고 들어가는데 앞 구멍과는 완전히 다른 조임이 제동을 걸었다.

“으응, 아!”

아주 천천히 진입을 했는데도 반응은 격렬했다. 아픈지, 얼얼한지, 좋은지, 싫은지, 말도 안 하고 그저 도리질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원하면 뭐든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아닌가. 그리 원한다면 원하는 대로 해줄 작정이었다.

단춧구멍에 단추를 끼우듯 귀두만 구멍 속에 간신히 걸었다. 고리로 단단히 조여진 귀두가 떨어져 나갈 듯했다. 항문 근육이 감싸는 엄청난 압박감에 선오 역시 애를 먹었다.

“아아아!”

이럴 줄 알았다. 그녀가 눈물 바람으로 앞으로 고꾸라지는데도 곡괭이질 하듯 걸어놓은 귀두는 빠지지 않았다. 결국 엉덩이만 치켜들고서 상체가 바닥에 납작하게 엎어지는데,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하고 울기만 한다.

“아흑, 아파아. 아파.”

“이제 겨우 귀두 들어갔다. 더 들어가야 돼.”

“싫, 어! 하지, 하지 마.”

“움직여? 이래도 박아?”

“싫어, 싫, 아! 하지, 마.”

“왜, 많이 들락날락해달라며. 신서원 구멍 안에 정액 많이 싸달라며.”

“문선오, 이 나쁜…!”

움직이지도 않고 있건만 더 들어오지도 말고, 숨조차 쉬지 말라 비명을 지르는데 그야말로 어이가 없었다.

“이걸 직접 해봐야 아는 네가 멍청하단 생각은 안 해봤어?”

눈두덩까지 벌게져 원망하는 그녀를 보는데 골이 띵해 온다. 서원만 만나면 차분했던 생각들이 뒤죽박죽이니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씻고 할 일이 있었는데. 부탁한 자료를 받으러 학교엘 가야 하는데.

뒷구멍에 귀두를 끼운 채로 숨을 다독이느라 혈안이 된 서원을 바라보았다. 아직 다물리지 못한 질구에선 정액이 크림처럼 흐르는데 똥구멍으론 성기를 끼우고서 울고 있다. 그 기가 막힌 그림에 선오 역시도 잠시 허물어진 이성을 추슬러야 했다.

“천천히 뺄 거니까, 힘 풀어.”

다시 한 번만 더 헛소리하면 그땐 정말 혼내줄 거라고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그 바람에 옴짝달싹 못 하고 끼여 있던 성기가 똥구멍을 더 깊이 후비고 들어갔는지 펄쩍 뛴다. 그러면서도 다급하게 나가려는 그를 붙잡았다.

“자, 잠깐.”

“또 왜.”

“잠깐만. 조금만 더 이러고 있을래.”

움직이진 말고 이대로 더 느끼고만 있을 거라는데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내가 너 때문에 어이가 없다, 진짜.”

상체만 바닥에 엎어놓은 요사스러운 상태로 그녀가 고개를 돌리는데 눈이 마주쳤다. 수증기가 꽉 찬 욕실은 숨을 쉬기도 벅찰 만큼 후덥지근했다.

유독 더운 날이었다.

“야, 이게 얼마 만이야. 연락 좀 하고 지내면 손목이 부러져?”

경식이 손을 흔들었다. 뭘 또 호프집으로 오라 하나, 했더니 영문과 애들이 모여 있었다.

“너 한국 들어왔다 해서 모였지. 앉아.”

‘야, 너 없는 동안 말이야.’로 시작해서 누구누구가 CC라는 둥 누가 누구한테 고백했다는 둥 시시콜콜한 얘기로 이어졌다. 뻔한 자리였다.

“우리 이제 2차 갈 건데, 막걸리에 파전 콜?”

“콜 같은 소리하네. 너희들끼리 가.”

“오늘 주인공은 너랬지. 네가 안 가면 어떡해, 인마.”

굳이 자리까지 옮겨가며 술을 퍼마셔야 하는지, 선오는 방탕한 대학문화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끌려가다시피 자리를 옮겼다. 시끌벅적한 과 애들과 술집 안으로 들어가 앉는데 경식이 툭툭 팔을 쳤다.

“야, 쟤 신서원 아냐?”

경식이 가리키는 테이블에 서원이 있었다. 제 친구들과 함께 왔는지 조막만 한 머리통 셋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서도 서원은 단연 눈에 띄었다.

“아, 쟤 P학교 다닌댔지. 이 근방이네. 쟨 여전히 존나게… 그런 묘한 분위기가 있어.”

“뭐.”

“정복하고 싶은 욕구? 눈웃음 살랑살랑 치는 게. 남자 작정하고 홀리잖아. 어딘가 애처로운 분위기도 있고. 나랑 잘 어울릴 거 같다고 전에 내가 그랬던 거 기억나? 암만 봐도 쟨…. 근데 너 쟤랑 아직도 알고 지내? 신서원이 너 좋아했던 건 유명했잖아. 하긴, 그때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알고 지내는 게 이상하지.”

“뭐가.”

“어?”

“뭐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하긴, 당연히 이상하지. 그냥 끝난 것도 아니고 그때 그 일이 있었는데. 누가 알았겠어, 쟤 엄마가 네 아빠….”

“닥치고 술이나 처마셔.”

학창시절 늘 껌딱지처럼 붙어 지냈던 친구 경식과 그 외 몇 놈들이 그날의 일을 알고 있었지만 구태여 말을 꺼낸 적은 없었다. 그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한들,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도 쉽게 그 일을 언급하지는 못했다.

서원과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같이 온 친구들 때문인지 따로 알은척은 않고 눈만 맞춰올 뿐이었다.

“쟤 설마 아직 만나냐? 설마. 진짜?”

주절주절 시끄럽게 떠드는 경식을 한심하게 쳐다보기만 했다.

“닥치고 술이나 마시랬지.”

“이 새끼는 고딩 때도 그랬어. 신서원한텐 한마디도 안 하면서 나한테만 괜히 지랄이야.”

듣고도 모른 체하는 건지, 일부러 듣지 않으려 하는 건지, 가만 테이블만 바라보는 그녀의 눈을 읽을 수가 없었다.

“야, 너희 정상 아냐. 정상적이진 않아.”

“경식아.”

“왜.”

“네가 알면 다른 사람들도 다 알아.”

“씨발, 나 눈치 없다는 말을 존나 돌려서 해.”

“야, 너희들끼리 무슨 얘기 해.”

금세 부어라, 마셔라, 주제가 뒤바뀌었다. 서원은 여전히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제 친구들의 잡담을 듣고 있는 건지, 이쪽 테이블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 과 CC만 벌써 몇 커플이야. 아 부럽다. 외롭다, 외로워.”

“근데 선오 넌 사귀는 사람 있어?”

“오, 서현주, 너 문선오 좋아해? 하긴, 우리 과 애들 중에 문선오한테 관심 없는 애들이 있긴 있냐. 서럽다, 서러워. 이해가 안 된다니까. 나를 두고 왜 얘한테?”

“전경식 양심 있어? 남자는 얼굴이 다라고 몇 번을 말해. 넌 다시 태어나야 한다니까.”

깔깔깔 웃어대는 소리에도 선오는 말없이 잔만 쥐고 있었다. 이래서 애들 많은 술자리는 안 오려고 했는데. 시끄럽고 의미 없는 잡담이 오가는 이런 자리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정말 사귀는 사람 있어?”

“사귀는 사람은 없는데 얘 이미 임자는 있을걸.”

경식이 튀김 안주를 씹으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진짜? 누구?”

“있어, 너보다 훨씬 예뻐. 걘 뭐.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마라.”

“와, 뭔데, 누군데 그래? 선오 교환학생 가기 전에 알던 애야? 진짜 나보다 예뻐?”

“자세히 알려 하면 다쳐. 그리고 그런 애가 문선오만 바라보고 있는데 네가 가당키나 해? 하여튼 너보다도 오래됐어. 둘은. 그것만 알아둬.”

‘어머, 서원아. 괜찮아?’ 건너 테이블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술을 쏟았는지 서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치마를 닦는데 얼굴엔 곤란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라앉아 있는 낯빛에 먹구름이 끼어 있었다. 경식이 그녀를 돌아보고는 다시 슥 얼굴을 돌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걔한테만 뭐든 유해. 저 까칠하고 까다로운 새끼가. 예쁘다고 넘어갈 만큼 쉬운 놈도 아닌 게. 그게 이상하다고. 여하튼 얘네들 정상은 아냐.”

“뭔데, 진짜 누군데. 점점 궁금해지네. 나도 아는 사람이야?”

“난 말 못 해.”

경식이 진담 반 농담 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다물었다.

서원은 그 이후로도 말없이 그 자리에 앉아있을 뿐, 별다른 시선을 주지도, 알은척을 해오지도 않았다. 지금 상황이 흥미진진한 건 경식뿐인 듯 보였다.

자리가 끝나고 나오기 전쯤, 서원이 보이지 않았다. 같이 왔던 친구들까지 사라진 걸 보니 같이 술자리를 뜬 듯해 보였다. 어차피 또 집으로 오겠거니 했다. 아무도 없는 깜깜한 오피스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 선오는 단추를 풀고 털썩 소파에 기대앉았다.

담배나 한 대 피울 생각으로 테이블에 던져둔 담뱃갑을 집어 드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어째 늦다, 했다. 몸을 일으켜 대문을 여는데 반갑지 않은 얼굴이 서 있었다.

“뭐야.”

“뭐긴 뭐야. 오랜만인데 우리끼리도 한잔해야지.”

“나가.”

“나가긴. 우리 고딩 때 자주 이랬잖아. 이제 와 새삼스럽게.”

경식이 낄낄거리며 집 안으로 쳐들어왔다. 짜증이 몰려왔다. 예상했던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건지. 그것도 아니면 쉬고 싶은데 불청객이 쳐들어와 그런 건지. 급격히 짜증이 솟구쳤다.

집에 들어간 건가. 집에나 잘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다소 신경질적으로 머리칼을 흐트러뜨린 그가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꼴사납게 이게 다 뭔 짓인지.”

이제 와 그가 싫어졌다면 그건 그것대로 다행이었다. 귀찮게 더 걱정할 필요도 없고. 서로 더 엮일 필요도 없고. 문선오가 꼴사납게 여자한테 휘둘릴 일도 더는 없을 거고.

선오는 핸드폰을 던지듯 치우며 퍼질러 앉은 경식의 맞은편에 앉았다.

“야. 나 피곤해. 네 집 가.”

“피곤할 때는 원래 다 술로 푸는 거야.”

“근데 왜 이래, 이 새끼가.”

“씨발, 나 고백했다 차였어.”

아아, 골이 아파 왔다. 차였다는 핑계로 술이나 퍼마실 기세였다. 쫓아내도 다시 기어 쳐들어올 놈이었다. 예상대로 연신 술을 마시며 하소연을 하는데 선오는 새벽이 가까워져서야 죽겠다고 우는 경식을 쫓아냈다. 삽시에 고요해진 집 안에 홀로 남겨졌다. 겨우, 간신히.

이래서 웬만하면 학기가 끝날 때까진 한국엔 안 들어오려 했는데.

왜 와서 이 고생인지. 왜 왔지. 사실 이곳에 있는 자료들이야 메일로 받아도 될 만한 것들이었다.

무심코 핸드폰을 집어 드는데 친구들에게서 온 전화와 문자 몇 통이 있었다. 잘 들어갔는지 어쨌는지 정작 서원에게선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선오는 아침이 다 오는 새벽, 차가운 물줄기 아래에서 몸을 씻어냈다. 대체 이 개운하지 못한 기분은 뭔지. 마음 한편이 좆같고, 꼭 갖지 못한 것을 누군가한테 뺏긴 거 같은 그런, 찝찝함.

그녀에게서 문자가 온 건 미국으로 출국하는 날, 아침이었다. 조심히 다녀오라는 말 한마디였다.

교환학생을 다녀오자마자 입대했고, 그가 입대로 휴학한 2년 동안 서원은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바빴다. 그가 제대를 할 때쯤 서원도 복학했고, 학교는 달랐지만 같은 시기에 복학해 거의 같이 공부했었다.

4학년으로 진학한 뒤엔 졸업 준비에 더 바빴고, 덩달아 아나운서 시험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딱히 방송인을 지향했던 건 아닌데 그렇다고 마땅히 원하던 것도 없었고, 부친처럼 목적 없이 사업이나 벌여볼 생각도 없었다.

넌 목소리가 중후하고 발음이 좋으니 아나운서 시험 한번 쳐보는 건 어떠냐는 교수의 추천이 없었다면 딱히 그마저도 지원하지 않았을 거다. 그 말을 듣자마자 그의 동기들은 천직일 거라며 교수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미덥지 않았다.

그즈음, 서원도 졸업 준비로 바빴다.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나름 이름있는 중소기업의 입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그녀는 꼭 언젠가 돈이 모이면 제 명의로 된 작은 가게를 차리고 싶다고 그랬었다. 그땐 왜 그렇게 자신의 이름으로 된 가게를 운영하고 싶어 했는지 몰랐다. 묻지도 않았고 딱히 그에 대해 궁금증을 제기해본 적도 없었다.

확실히 대기업에 취업을 원하는 여느 경영과 애들과는 노선이 달랐지만 그렇다고 납득하지 못 할 이유도 없었다. 내 이름으로 된 가게 장만. 그래서 그녀가 경영과에 지원했는지도 몰랐다.

“테라피스트 자격증부터 따두려고. 나중에 내 가게 차리고 싶어. 나 그거 잘하잖아. 너도 내 마사지 받아 본 적 많잖아.”

“뭔 마사지.”

“아까도 받았으면서. 입으로도 마사지 해줬는데.”

그런 말을 하며 그의 좆을 상하로 쓰다듬는데 어이가 없었지만 부정할 순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전문적인 피부 관리실이지만.”

그녀는 이쪽으론 소질이 다분했다. 유혹스레 성기를 만져 와도 그녀가 말하는 게 퇴폐업소가 아니란 건 알고 있었다. 그럴 성격도 못되겠거니와 그랬으면 엉덩이를 때려서라도 그녀의 생각을 돌려놓았을 것이다.

성격이 밝아 개인 사업을 해도 꿋꿋하게 잘해 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거기다 여성 전문 피부 관리실을 차리겠다는데 나쁠 건 없다 생각했었다.

뭐든 전문성이야 있으면 그쪽으로 인정받아 자신의 재능을 살리면 되는 일이니. 어중이떠중이처럼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에 재능이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남들이 다하기에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일을 하는 것보다야 낫다 생각했다.

“그럼 이제 너 아나운서 되는 거야?”

“합격을 해야 되는 거지. 그런데 왜, 싫어?”

“아니이. 좋아. 좋은데 너무 유명해지면 그건 조금….”

“아나운서가 유명해질 일이 뭐가 있냐. 연예인도 아니고.”

“너처럼 목소리도 끝내주게 좋고 잘생긴 데다 이렇게 몸도 좋은데 유명해지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그리고 넌….”

“어?”

또 오럴을 하고 잠들 생각인지 다리 사이로 들어가 귀두를 향해 혀를 내는데 어째 조금 씁쓸해 보이기도 했다.

“나 뭐.”

“아니. 넌 슈트도 잘 어울리니까 이목이 더 집중될 거 아냐.”

“그게 왜.”

“다른 여자들이 좋다고 대시하면 어떡해.”

시무룩한 얼굴을 애써 감추는데 그냥 한번 픽 웃고 넘겼다. 신서원이 어쭙잖은 수작 부리는 거야 이젠 익숙했다. 그게 또 귀여워 보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아나운서 시험을 관두겠다고 말하면 그러지 말고 지원해 보라고 등을 떠밀 게 뻔했다. 이젠 서원에 대해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너처럼 나 좋다고 허구한 날 살 비비는 여자는 없으니까 안심해.”

“한 번 더 할까?”

그의 답에 못내 기분이 좋은지 서원의 뺨이 발그스름해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곁에서 들러붙어 귀찮게 구는 걸 치가 떨도록 싫어하는 그인데 신서원은 이리 치대고 저리 치대도 딱히 거부감이 들지 않으니, 이상한 일인 것만은 분명했다. 그녀는 몇 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야금야금 그를 먹어갔다. 서두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담스럽게 요구를 하지도 않고 아주 천천히.

처음에는 같이 밥 한 끼 먹는 것으로, 그다음엔 데이트, 섹스, 그러다가 자주 집엘 오고 가고, 이젠 그의 침대까지 나눠 쓰는 게 거북스럽지 않은 사이가 됐다.

그렇다고 동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집에 오면 침대를 나눠쓴다…. 문선오를 잘 아는 누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기함할 광경이었다. 이를테면 전경식이라든가.

“내일 면접이라며.”

“한 번 정도면 하고 자도 돼.”

엉덩이를 살살 들어 팬티를 내린 그녀가, 침대 헤드에 기대 면접서류를 읽고 있는 그의 위로 완전히 올라왔다. 은은한 조명 하나만 켜진 침실 안엔 그녀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선오는 읽고 있던 종이 뭉치를 콘솔 위로 올려놓고 자세를 잡으려는 그녀의 허리를 받쳐주었다.

“근데 침대에서 해도 돼? 내가 또 싸면….”

“상관없어.”

“응.”

나른하게 이어진 대화를 끝으로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지그시 바라보다, 그저 사타구니만 최대한 벌려 고목나무 같은 페니스를 욱여넣는데 그녀의 두 눈엔 희열이 어리어 있었다. 딱히 막을 이유도 없었다.

“아앙! 아! 아! 선오야, 아흐응.”

“손으로 보지 벌려 봐.”

“이렇, 아응, 게?”

손으로 직접 소음순 두 쪽을 펼쳐주는데 잘 여문 클리토리스 밑으로, 좆 기둥이 깊게 박힌 모습이 고스란히 보였다.

“후으… 나 맛있게 먹고, 흣, 있어?”

“엉덩이 돌려봐.”

“아응, 앙, 자위하면서, 흣, 돌릴까?”

그제는 그녀에게 스스로 음핵을 문지르며 좆을 삼키라 시켰더니 그리 되묻는 모양이었다.

아직 대답도 채 하지 않았는데 서원이 중지로 살살 음핵 돌기를 구슬려 비비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맛있다고 허리를 흔들면서 먹는데 수북한 치모가 서로 얽히고 비벼지는 모습에 흥분하지 않았다고는 말 못 한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놓아둔 건 신서원에게 문선오 말고는 다른 남자가 없는 걸 확신하고 있어서였다.

아무리 몸정으로 엮인 사이라지만 딴 놈과 몸을 섞는 여자를 나눠 먹는 취미는 없었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이 관계 또한 허락지 않았을 터였다.

“선, 오야, 아앙, 아, 좋, 아해.”

“…….”

고백에 어떠한 답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더 묻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무슨 사이냐고 물으면 우리 사귄다고 해도 돼?’

그 후 그렇게 물은 적이 있었는데 아무 말도 않았더니 그의 침묵이 긍정의 표시라는 걸 눈치챈 그녀가 조심스레 손을 잡아왔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갑과 을처럼 그녀와의 관계에서 우위는 명백히도 문선오였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었다.

누구 하나 사귀자는 말을 직접 꺼내지는 않았어도 어느 순간 암묵적으로 맺어진 연인 사이였지만 시소의 균형은 엄연히 한쪽으로 기운다고 생각해왔었다.

어차피 인생 다 바친 수준으로 신서원에게 미치지 않은 이상, 언제든지 헤어질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다고.

그래서 좋아한다는 그녀의 고백에 단 한 차례도 답해준 적 없었다. 그녀 역시 너도 나에게 사랑을 말해 달라 보채지 않았다. 귀찮게 굴지도 않고, 늘 그랬듯 곁에 남아 그의 빈자리를 채워줄 여자였다.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없다고 확신한 데에는 단지 서원이 그에게 좋아한다, 고백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몸을 섞을 때마다 세심하게 보아온 서원의 성감대나 쾌락에 이르기까지의 몸의 변화, 그가 남겨둔 흔적 위에 달라지거나 덧입혀진 상흔이 있는지, 등등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왔었다. 그의 치밀함을 그녀라고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방송국에 입사를 하고 나서는 서로가 바빠 거의 만날 시간이 없었다.

그가 시간이 날 때는 서원이 회사 일로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았고, 서원이 시간이 나면 그가 바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입사 직후 겪는 일이었다. 그나마 시간이 맞아 얼굴을 볼 수 있을 때는 아침, 저녁이 고작이었다.

서로가 일에 적응이 되어가고, 자리를 잡을 때쯤이 되어서야 이전보다 자주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문 아나, 어제 방송 잘 봤어. 잘하더라. 오늘 우리끼리 같이 술 한잔하러 가는데 같이 갈래?”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어? 어, 어, 그래. 참 공사 구분이 명확해, 우리 문 아나는.”

선배들의 술자리 제안에 불참을 하면 볼멘소리가 어김없이 이어졌지만 그런 것쯤은 가뿐히 무시했다. 만나자는 서원 때문이었다. 어제도 만나기로 했는데 그녀에게 급한 일이 생겨 보지 못했었다.

어차피 직장인들은 일상다반사로 겪는 일이었다. 전화를 하는데 수화기 너머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신경이 쓰여, 오늘은 직접 그녀의 회사까지 간다고는 말 못 한다. 저도 방송국에서 여자 아나운서들과 함께 일하는 처지이니 서로가 비슷한 셈이었다.

퇴근 시간이라 차가 막혔다. 그녀 역시 퇴근이 조금 늦어질 듯하니 서두를 필요 없다는 연락이 왔다. 30여 분을 더 달려 그녀가 있는 회사 근처에 다다랐는데 건물 앞,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서원이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맞은편엔 낯선 얼굴도 함께였다. 남자였다.

서원에게 대시하는 남자들은 있었지만 그녀는 언제나 칼 같이 거절을 했다. 저렇게 가까이서 마주 보게 내버려 두지도 않았고, 웃어주지도 않았었다. 단지 길을 물어보는 남자였다면 저렇게 웃어주지도 않았을 거다. 매우 높은 확률로 알고 지내던 남자라는 사실을 확신했다.

그녀가 동료와 함께 있는 것도 본 적이 있었지만 회사 동료는 아닌 듯했다. 확실히 익숙한 얼굴은 아니었다. 새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에게 자신 말고 다른 남자가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차를 발견한 서원이 남자에게 손을 흔들고 조수석으로 올라탔다.

“왔어? 여기까지 오라고 해서 미안.”

“누군데.”

“응?”

“저 남자.”

“아, 대학 때 우리 과 동기. 이 근처에서 일하나 봐.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난 거 있지.”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그답지 않게 불쑥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튀어나갔다. 어제 수화기 너머로 들렸던 남자의 목소리가 떠오른 것도 그때였다.

“어제도 쟤 만나서 못 본다 한 거였어?”

“어제? 어제는 야근했었어. 쟨 오늘 우연히 본 거야.”

왜 심기가 뒤틀렸는지 모르겠다. 그녀에겐 오로지 남자라곤 자신뿐이라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건지, 순애보라면 알아주는 신서원이 다른 남자와도 실은 친했다는 게 심기가 상했던 건지. 그래서 뿔난 송아지처럼 못되게 굴었다.

“그렇게 말해놓고 딴 놈이랑도 자고 다니는지 어떻게 알고. 너 눈웃음치면서 남자 홀리는 거 잘하잖냐. 네 엄마 닮아서.”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오랜 기간 봐 왔어도 모친 이야기는 거의 금기시 된 주제처럼 꺼내지 않던 말이었다. 과거를 꺼낸다는 건 서로에게 상처가 될 말이었다. 이렇게 냉정하게 굴어도 결코 그에게 화 한번 내지 못할 서원을 알고 있었다.

“나 다른 남자랑 그런 적 한 번도 없어.”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믿어.”

“내가 너 말고 다른 남자를 어떻게.”

울먹거리기까지 하는 게 얼굴엔 억울함이 가득했다. 실은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선오야.”

선오는 오는 내내 그녀가 좌불안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돌아보지 않았다. 골목 구석에 주차를 한 그가 그제야 그녀를 쳐다보았다. 오피스텔로 가지 않고 서원의 집으로 왔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아는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선 그를 향해 있었다. 실은 집으로 오는 내내 이 상태인 걸 알고 있었다.

“널 어떻게 믿고 내 집에 들여. 안 그래?”

“그럼 확인해보면 되잖아.”

한숨을 쉰 그가 서늘한 눈으로 턱짓했다.

“해명해 봐. 그 전까진 널 어떻게 믿고.”

실은 그녀가 저 말곤 어떤 놈에게도 다리를 벌렸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화가 났다. 괘씸했다.

선오는 그녀가 치마를 들어 올려 보여주는 짙은 구멍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뒷좌석에 누운 그녀가 팬티를 벗고 가랑이 사이를 한껏 벌려주는데 평소와 달리 빠르게 벌름거리는 구멍에서도 긴장이 느껴졌다.

“안 들어간 거 믿겠어? 다른 남자랑 그런 적 없었어.”

아무 말도 않고 그저 보고만 있으니 셔츠 단추를 풀고 브래지어를 쑥 올려 젖꼭지까지 보여주는데 애가 닳은 얼굴이었다. 팬티며 저 브래지어 속옷 하나까지, 그가 모르는 것이 없었다.

지난번 그가 선물로 사다 준 레드 레이스 란제리였다. 선오는 별 시답지 않은 속옷 하나에서도 내심 흡족한 마음이 차올랐다.

그녀가 직접 그의 손을 가져와 질구 속으로 넣어주는데 상기된 뺨이 연신 들썩거렸다. 손수 넣어주기까지 하니 그도 굳이 빼지 않고 확인에 들어갔다. 따뜻한 그곳으로 중지와 검지를 깊숙이 넣어 이리저리 돌리자 그가 움직이는 대로 움찔움찔, 아랫배가 잘게 떨린다. 확실히 딴 놈이 들락거리진 않은 듯한데.

손가락 각을 위로 세워 올려치니 대번 쫄깃하게 감겨오는 점막이 그의 긴 중지를 찾아 벌름댔다. 암만 생각해도 이 몸으로 여태 남자 하나 숨겨두고 있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자지도 넣어서 확인해봐. 다른 남자 자지 들어갔었는지.”

“이게 은근슬쩍.”

“그래야 내 결백이 증명 되지. 응?”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처럼 그에게 매달려 애교를 부린다. 콧소리를 내며 아랫구멍을 잔뜩 벌려주는 그녀에게 정말 자신밖에 없으리라고는….

지난 세월 함께하는 동안, 이 은밀한 음부 전체적으로 문선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저 음핵과 그 밑으로 붙은 요도는 오줌이 나올 때까지 빨다 불가항력적으로 날아온 손에 뺨도 얻어맞아 봤고, 양쪽으로 벌어진 소음순 사이사이를 핥다 왈칵 흐르는 애액도 원 없이 먹어봤다. 그녀의 구불구불한 치모 덤불은 윤기가 나도록 수백 번도 더 핥아주었었다.

유혹하는 저 눈짓에 모른 척 넘어가 줄 작정으로 서원의 골반을 들어 당겨왔다. 그러곤 문선오 자지만이 출입 가능한 씹구멍으로 혀를 찔러 넣었다. 능숙하게 훑어대는 혀 놀림에 옴팡진 우물 안이 첨벙거린다.

혀를 갖다 대는 족족 달라붙는 속살은 그의 정액에 절여진 듯 후끈하고 습했다. 마르면 죽는 식물이라도 되는 양, 그간 이곳에 얼마나 많은 좆물을 뿌렸는지 모른다.

쪽쪽, 틈이 난 조개껍질에 입술을 붙여 속살을 꺼내먹는 사람처럼 맹렬히 빨아 젖히자 입술이 맞붙은 구멍 주위가 더욱 훗훗해졌다.

“아앙, 문선, 아흑! 앙!”

쉼 없이 몰아치는 성감에 두 다리를 달달 떨면서도 다른 남자의 흔적이 있느냐고, 다른 남자 자지 맛이 나느냐고 물었다.

“다른 남자 자지, 앗! 맛, 안 나지. 응?”

온몸이 붉어져 그리 묻는데 더는 참는 게 용할 지경이었다. 선오는 곧장 페니스를 꺼내 물바다로 엉망인 질구 안으로 깊게 짓쳐 넣었다.

아앙, 아앙. 그의 목을 끌어안고 앙앙 우는데 신서원 보지는 문선오 거라고, 어찌나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지, 내심 그녀가 어김없이 자신만 보고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안심인지 몰랐다.

“우흐… 이제, 믿겠어? 나, 으응, 한눈, 아흐, 안 판 거.”

“대답해주기 싫다.”

“흐응, 선오야.”

그가 치받아대는 통에 추삽질을 할 때마다 작은 머리통이 차체에 부딪혔다. 넓은 침대가 아닌 탓에 거의 몸이 구겨지듯 붙어 섹스를 하는데도 외려 그게 더 흥분을 부추겼다. 더 두면 정수리가 아플까, 선오는 그녀의 뒤통수에 손을 넣어 목덜미를 당겨 안았다.

그러자 또 그의 뺨에 제 뺨을 맞대 비비고,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인지 키스를 해오는데, 아닌 척 했지만 이미 그의 마음은 눈 녹듯이 녹아있었다.

“으응, 응.”

찐득한 혀가 몇 번이나 방향을 바꿔가며 얽히기를 반복했다. 추릅, 춥, 쩝, 쩌업. 좁은 차 안은 갖은 액이 뒤섞이는 소리로 번잡했다.

흥건한 보짓물 속으로 자지를 찧을 때마다 나는 소리인지, 키스를 하느라 침이 얽히는 소리인지도 불분명했다. 간신히 혀가 떨어져 나온 잇새는 침이 눌어붙어 엉망이었다.

“오늘은 밖에다 쌀 거니까 보지 벌려. 뺄 거야.”

“빼지 마아, 안 돼.”

“조이지 마. 누구 좋으라고 안에 싸줘.”

고개를 젓는 그녀가 울먹거리며 목을 끌어안았다. 어떻게 하면 그가 약해지는지 이미 터득할 대로 터득한 서원이 그의 약점을 놓칠 리 없었다.

“혀 다시 빨아 봐.”

“그럼 이제, 흣, 으응, 매일, 매일, 자지 넣어서 확인, 아아! 하면, 응앗!”

열심히 혀를 내어 그의 혓바닥 전체를 핥으면서도 서원은 제 할 말을 멈추지 않았다. 덕분에 입 안에 그녀의 신음이 함빡 고였다 사라지고, 고였다 먹혔다.

그의 허릿짓에 차가 버티지 못하고 덜컹덜컹 흔들거렸다. 누가 밖에서 보기라도 한다면 카섹스 중이란 걸 대번 눈치챌 정도였지만 둘은 누구 하나 멈추지 못하고 섹스에 몰두했다.

눈까지 반쯤 감고 그의 혀를 할짝거리느라 그녀의 턱 끝에 침이 대롱대롱 매달렸지만 어느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더럽게 흘레붙을수록 섹스란 맛있는 법이었다.

통통하게 여문 그의 아랫입술을 젖 빨듯이 빨고, 조절이 되지 않아 흐른 침이 덩어리째 들어왔지만 그는 상관 않고 꿀꺽 삼켰다.

“너 어제 몇 시에 들어왔어. 너무 늦으면 택시 타지 말고 나 부르라고 했잖아.”

“안 그랬어어, 이제 흐, 똥구멍에, 아앗, 넣어, 줘.”

“오늘은 싫다.”

그가 거절할수록 서원은 더욱 달라 붙어왔다. 못내 그 모습이 보고 싶어서였다.

그땐 몰랐다. 자신이 신서원에게 얼마나 정신이 나가 있었는지.

그저 마음만 먹으면 그녀에게서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 여겼던 스스로가 얼마나 등신 같았는지. 그것도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에서 뼈저리게 느끼게 될 줄은 그 당시에는 더더욱 몰랐었다.

서원의 집으로 들어와 라면을 끓였다. 이 집에 오면 자주 먹던 음식이 라면이었다.

그녀의 집에서 못다 한 키스를 하는데 문득 궁금해졌다.

“작은 문선오 어디 있어.”

“응?”

“나 없을 때 쑤시는 딜도.”

별거 아니라는 듯 서랍을 여는 그녀가 정말 먹색 딜도 하나를 꺼내왔다. 흑빛 딜도는 동양인을 본떠 만든 것이라기엔 색도 크기도 무리가 있었다. 그의 것보다는 작았지만 한국 평균 사이즈보다는 큰, 그러니까 한마디로 그녀 혼자 즐기기 딱 좋은 사이즈였다.

“네 취향이야?”

“그냥 어쩌다 보니 우연히 소장하게 된 거야.”

소장이라는 단어가 어째 깜찍했지만 선오는 굳이 걸고넘어지지 않았다.

보글보글 라면이 익어가는 동안 선오는 그녀의 보지 안을 수없이 드나들었을 딜도를 응시했다.

“계란 안 풀게.”

“너 좋을 대로.”

어째 자신도 없이 혼자 즐긴다니 못마땅하긴 한데 그렇다고 딴 놈 찾아가서 가랑이 벌리는 것보다야 나으니. 기분이 묘했다.

“나 요즘 네가 하는 라디오 출근길 내내 듣는다?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회사 사람들도 다 네 이야기 해.”

“어떻게 하는데.”

“생긴 것도 잘 생겼는데 목소리까지 좋다고 난리지, 뭐.”

“말고, 자위 어떻게 하냐고.”

휘휘, 면을 젓던 그녀가 뒤를 돌아보는데 그의 진지한 눈동자에 서원이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다가왔다.

“그냥 거울 보면서.”

자위하는 게 딱히 부끄러울 일은 아니지만, 이런 얘기를 하면서 수줍은 기색이란 온데간데없는 그녀를 보자니 또 신서원답다 싶었다.

“급할 때 혼자 풀기 좋아서.”

“언제가 그렇게 급한데.”

“야한 꿈 꾸거나 네 생각날 때.”

“야동 볼 땐.”

“그때도 가끔. 근데 요샌 거의 안 봐.”

솔직한 그녀의 답에 선오는 피식 웃음이 났다.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 짓만 골라하는지. 이러니 정신을 못 차리지.

“라면이나 먹자.”

“응. 다 됐어.”

“계란 풀었어?”

“안 풀었어.”

주방으로 가던 그녀가 갑자기 우뚝 멈춰 섰다. 그러곤 물끄러미 그를 올려다봤다.

그녀의 제동에 선오는 넥타이를 풀다 말고 멈칫했다.

“왜.”

“아니.”

“알았어. 이따 거울 보면서 하는 거 보여줘.”

“응.”

선오는 찬장 높이에 있는 접시를 대신 꺼내고 젓가락을 가져오는 그녀와 마주 앉았다.

오랜 시간을 봐온 그녀지만 정말 알 수 없는 여자였다. 그래도 싫지 않았다. 자꾸 웃음이 나오니 어찌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서원아.”

“응?”

후루룩 면을 빨아올리다 고개를 드는데 선오는 또 웃음이 났다.

“아냐, 먹어.”

어차피 배는 고프지 않았다. 서원에게 저녁이라도 먹이려고 마주 앉아 있는 것이었다. 저녁도 잘 안 먹으려 하는 그녀도 그가 앞에 앉아 있을 때면 밥을 챙겨 먹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면 가끔 그녀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을 때.

담배를 집으려다 말았다. 꼭 고3 그해 여름이 생각났다. 함께 양념치킨을 먹던 그때가. 이젠 사소한 것까지 아는 사이가 됐다.

유난히 무더웠던 그날도 서원은 이렇게 제 앞에 앉아 있었다. 저만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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