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3. 악연과 인연 사이 (4/20)

03. 악연과 인연 사이

“야, 문선오. 오늘 너희 집에 가서 야동 한 편 안 때릴래? 존나 좋은 거 구해놨어.”

“바빠.”

“바쁘긴 뭐가 바빠. 어차피 자취하는 새끼가 집에 가봤자 혼자 좆 잡고 흔들기밖에 더하냐? 그냥 야동이나 때리자. 너 또 신서원 만나러 가냐? 하긴 야동 찍으면 되는 새끼가 굳이 볼 필요도 없네. 부러운 새끼.”

선오는 개소리를 뒤로하고 학교를 나왔다. 날이 점점 더워지기 시작했다. 교복을 갈아입을까 하다 그것도 귀찮아 치웠다.

화단 뒤를 돌아가자 정원 벤치에 앉아 있던 서원이 알은체를 한다.

“많이 기다렸냐?”

“아니, 나도 금방 나오는 길이야.”

새초롬한 입술이 웃음을 머금는다. 그렇다고 활짝 웃는 것도 아니고, 찡그리는 것도 아니고.

하여간 알기 어려운 여자였다. 웃고 있어도 속을 모르겠고, 고개를 끄덕여도 그게 정말 수긍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유일하게 표정을 읽을 수 있을 때가 있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웃을 때,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미소.

“야.”

“어, 어?”

“오늘은 또 손잡아도 되나, 안 되나 뭐 그런 거 안 물어봐?”

“나… 잡아도 돼?”

말간 눈동자가 깜빡이며 묻는데 퍽 귀여웠다.

“전에는 안 된다고 그랬잖아.”

“어, 안 돼.”

허락지 않는다고 팔짱을 꼬아 손을 숨겼다. 더 묻지도 않고 또 금방 수긍하는 그녀는 말없이 길을 걸을 뿐이었다. 대체 저럴 거면 좋다는 얘긴 왜 한 건지.

숱하게 고백하는 여자애들은 죄다 거절하고서 대체 왜 신서원은 만나주는지 제 친구들이 물은 적이 있었다.

그냥 저런 점이 나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아 피곤하지 않다는 거.

조금만 싫은 티를 내도 토라지던 여자애들을 생각하면 신서원은 퍽 어른스럽다고 해야 할지,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아 보였다. 확실히 또래 애들에 비해 성숙한 맛이 있었다.

“뭐 할래. 어차피 7시엔 도서관 가야 하니까. 그 전까지 할 만한 거 뭐 있냐.”

“…조금 야한 거 말해도 돼?”

허. 헛웃음이 났다.

대체 종잡을 수가 없는 애다. 저런 말을 하면서도 수줍음도 없다. 싫다고 하면 더 묻지도 않을 표정이었다.

“되겠냐?”

“아니.”

“그래, 안 돼.”

“응.”

금세 더는 묻지 않겠다, 끄덕인다.

고2였다. 그녀가 처음 고백을 한 건. 싫다고 거절했다. 답을 내기까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다 고3 올라와서 우연히 이동수업을 같이 들었는데 몇 번만 만나보는 것도 안 되냐고, 싫으면 그만 만나도 된다는 그녀의 말에 문득 예스를 답한 게 다였다. 왜였을까. 지금 생각하면 알다가도 모르겠다. 뭐에 씌었는지, 홀렸는지.

“할 것도 없는데 집에나 갈까.”

심드렁하게 그렇게 말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같이 가자는 소린 줄 알았는지 그녀는 귀신같이 긍정의 뜻을 표했다. 하여튼 웃겨. 선오는 헛웃음을 흘리면서도 자신의 말을 바로 잡지 않았다. 딱히 뭐 그럴 이유가 없기도 했다. 제 방이 금녀의 방도 아니었고.

그게 문제였다. 이상하게 신서원에 관해서는 뭐든 마음이 유해졌다. 여자뿐만 아니라 딱히 누구도 쉽게 들인 적 없는데, 기껏해야 정말 친한 몇몇 제 친구들 정도. 한데 그 틈을 쏙 파고드는 신서원도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있잖아. 애들이 너랑 정말 만나냐고 묻는데 뭐라 그래?”

“뭘 뭐라 그래.”

“친구라고 해야 돼?”

“그럼 너랑 내가 친구지, 남매냐?”

별 의미 없이 대뜸 그렇게 말하는데 순간 그녀의 얼굴이 굳는다. 별일이었다. 그가 뭐라고 하든 크게 반응이 없는 그녀가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는 건 신기한 일이기도 했다.

그의 방에 들어와 이리저리 살펴보던 서원이 소리 없이 책 하나를 꺼내 들며 물었다.

“그럼 너희 아빠는 이제 새장가 드는 거야?”

사업을 시작한 후 돈에 눈이 멀어 자식새끼고 본처고 내다 버리다시피 하더니, 정작 돈을 노리고 접근한 여자를 피하지 못했다. 여자에 빠져 한 치 앞도 못 보는 등신이 됐다. 그 꼴이 보기 싫어 학교 근방에 원룸을 얻어 나왔다.

딱 봐도 재산을 노리고 있는데 그것도 모르는 등신 같은 부친은 그저 그 여자의 농간에 넘어가 헬렐레. 교묘히 부친과 그의 사이를 갈라놓으며 집 안을 장악한 영악한 여자였다.

듣기론 그 여자에게 딸이 하나 있다고 하던데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다신 볼 일 없는 사람들이었다.

“모르지, 뭐. 이미 도장 찍고 같이 살걸, 몰라. 내 알 바야. 뭐 시켜먹을까. 너 뭐 좋아해.”

“…나 아무거나.”

뭘 물어봐도 다 괜찮다고 할 게 뻔해 더 묻지 않고 치킨을 시켰다.

작은 입으로 양념치킨을 욱여넣는데 잘 먹지도 못하고, 볼이 불룩 튀어나오도록 우물거리다가 콜라를 마신다.

아무거나 좋다더니 치킨은 아니었나 보다. 싫으면 말을 해야지 말도 안 하고 그냥 주는 대로 먹고 있으니 저러지. 쯧, 선오는 혀를 찼다.

“나도 여기에서 자취나 할까? 좋은 거 같아.”

“방 하나 달랑 있는 원룸이 뭐가 좋아.”

“그래도 평화롭잖아.”

“평화는 지랄.”

눈이 마주쳤다. 마주친 눈을 피하지 않고 쳐다보고 있자 그녀의 시선이 손가락 새에 꽂힌 담배로 향했다. 쳐다보는 걸 알면서도 선오는 노골적으로 담배를 물며 필터를 빨았다. 내뱉는 연기에 말없이 그녀의 고개가 수그러든다. 마저 먹으라 턱짓을 하자 기계적으로 치킨을 씹는다.

“너 여자 친구 있어?”

“있으면.”

“아무랑도 안 사귀면 안 돼?”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그냥… 네가 좋아서.”

제 감정을 숨기다가도 또 솔직할 땐 지나치게 솔직하다.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오가는 기분이었다. 하여튼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그녀는 특이했다.

“내가 왜 좋은데.”

“모르겠어.”

“적어도 고백할 생각이 들었으면 이유는 있을 거 아냐.”

탁, 탁, 치킨 무 위로 담뱃재를 털자 묘하게 눈썹이 일그러진다.

“너 이거 안 먹길래.”

“응, 나 그거 안 좋아해.”

“뻥치고 있네.”

선오는 또 픽 웃었다. 하여튼 이상하다. 자꾸 실없이 웃음이 나왔다. 그렇다고 신서원이 이성으로 끌리고, 뭐 그런 건 아닌데 그렇다고 싫지도 않고. 이상했다. 한참을 눈을 마주하고 있자 먹다 말고 제 아랫배를 살살 만지는데 또 괜히 신경이 쓰였다.

“왜.”

“이상하게 너랑 같이 있으면 아랫배가 살살거려.”

꼴린다는 표현도 꼭 신서원답게 한다. 실소가 터졌다. 뭘 알고 저러는 건지, 모르고 저러는 건지. 모르긴 몰라도 남자 꼬시는 데는 타고났다는 말밖엔 떠오르는 표현이 없었다. 살랑거려도 밉지가 않으니 그렇게밖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빨리 먹기나 해. 도서관 가야 한다며.”

“너도 도서관 가?”

“나도 가야지. 어차피 전경식한테 책도 받아야 하고.”

“그럼 갈 땐 손 잡아도 돼?”

“아, 치킨이나 마저 먹어.”

“응.”

늘 대화는 이런 식이었다. 그래도 귀찮지 않은 거 보면 적어도 서원과 함께 있는 시간이 싫지 않은 것만은 분명했다.

여름의 해는 길었다. 7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하늘은 환했다. 자취방에서 나와 도서관으로 향하는데 서로의 손등이 스쳤다. 움찔거리는 그녀가 느껴졌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도 슬쩍 곁눈질을 하는 듯했으나 두 사람은 말없이 걷기만 할 뿐이었다.

“빨리 들어가.”

“저기 나 말이야. 시험 끝나고 너한테 할 말이 있어.”

“평소에도 할 말 다 하지 않았나?”

“그거 말고 다른 거.”

하지 말란다고 안 할 신서원도 아니었다. 건성건성, 알았으니 어서 들어가라 채근했다. 손을 흔드는 그녀가 도서관 안으로 쏙 사라졌다. 선오는 담배 하나를 더 꺼내 물었다.

과제 때문에 바빠 한참 동안 조원 애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늦게야 도서관을 나왔다.

과제물을 품 안에 챙겨든 조원이 떠나고 선오도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는데 등 뒤에서 조금 빠르게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야, 문선오!”

매사 방정맞은 경식이 촐랑대며 다가왔다.

“오늘은 신서원이랑 안 가네? 뭐 사귀는 것처럼 하더니.”

히죽거리며 곁눈질을 하던 경식이 쩝 입맛을 다셨다.

“신서원 네가 안 만나면 내가 좀 만나도 돼? 솔직히 걔 몸매 너도 봐서 알 거 아냐. 가슴이 그냥 먼 수박 매달아 놓은 것도 아니고 아주…. 교복 단추 터질 거 같더라. 너희들 무슨 수박과 애호박 커플이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애호박보다 큰 네 거시기 얘기하는 거다. 부러운 새끼.”

“포르노나 끊어.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야, 근데 걔 애교 원래 그러냐? 너한테만 그러는 거 같던데. 에효, 복 받은 새끼. 너 근데 그거 알아야 돼. 저런 애가 사람 잡아먹는다. 나는 감당 가능할 거 같긴 한데. 내가 한번 만나볼까.”

“그런 애가 너를 왜 만나. 뭐 만나자고 하면 만나는 준대?”

“이 씹새끼.”

“야, 집에나 가. 너 왜 이렇게 귀찮게 굴어.”

“와, 신서원한테는 그런 말 안 하면서 나한텐 귀찮다고 말하는 거 봐. 저 새끼가.”

더워 죽겠는데 자꾸 붙는 경식이 거슬려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떽떽거리는 전경식보다야 신서원이 훨씬 수월하긴 했다. 눈치를 살살 보며, 달라붙을 때와 아닐 때를 구별할 줄 알았다. 기본적으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저런 센스 없는 발언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찰거머리 같이 달라붙지도, 귀찮게 굴지도 않고.

‘적당히 알아서.’

그게 가능한 여자애였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난 건 시험을 며칠 남겨두지 않았던 때였다.

도서관에 남아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알 수 없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발신 거부 버튼을 눌렀지만 또 한 번 전화가 걸려온 건 1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결국 도서관을 나왔다. 발신인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이었다.

전화를 받고 간 경찰서엔 서원이 귀신처럼 창백한 얼굴을 한 채 앉아 있었다.

경찰은 그를 향해 참고인 진술을 위해 불렀다고 했다. 동거인 간에 다툼이 있었고, 그 끝에 부친이 칼에 찔려 사망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현장에서 붙잡힌 용의자가 화연, 서원의 모친이라는 말과 함께.

눈도 못 마주치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신서원의 머리꼭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비가 만나는 여자가 신서원의 모친이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어머니와 갈라서기 전에도 살가운 가정은 아니었다. 그 흔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한 적 없던 가부장적인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애초에 사랑도 애정도 없는 사람.

그런 아비가, 처자식에게 손 한번 다정히 내밀어 본 적 없었던 아비가 사랑을 다 퍼부은 여자. 화연.

동창회를 나갔던 아버지가 어느 날부터 만나기 시작하던 여자였다. 언뜻 듣기론 두 사람이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라고는 한 거 같은데 자세한 사정은 몰랐다. 알고 싶지도 않았고.

그토록 누군가에게 목매는 아버지를 본 적이 없었다. 모든 걸 다 내어줄 사람처럼 그 여자를 아꼈다. 어머니에겐 한순간도 보인 적 없던 사랑을 그 여자에게 다 갖다 바쳤다. 그래서 그랬을까. 사랑에 미쳐 눈이 돌아간 아버지가 그리도 추해 보일 수가 없었다.

용의자는 입을 닫아 버렸고 당시 만취해 대부분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진술했다고 했다. 같은 집에 살았던 신서원만이 목격자였다. 용의자의 딸. 가해자의 딸.

경찰은 뻔히 예상되는 질문을 했다. 집에서 두 사람이 싸우는 광경을 자주 목격했는지, 평소 사이는 어땠는지, 두 사람에 관한 일들.

하지만 그런 꼴들이 보기 싫어 일찌감치 집을 나온 그가 할 수 있는 진술이라고 해봤자 몇 마디 되지도 않았다. 애초에 화연의 얼굴을 본 것도 우연히 마주친 한 번이 다일 정도로 왕래가 거의 없었으니까.

‘어머, 네가 선오구나. 무지 잘생겼네. 코 오뚝한 거 좀 봐. 아빠 닮았구나, 너.’

눈웃음을 살랑거리는 데 타고난 여자였다. 누군가가 떠오르는 눈웃음. 왜 서원을 보고 화연을 떠올리지 못했는지.

진술을 마치고 경찰서를 나왔을 때 아직 가지 않은 서원이 등신대처럼 서 있었다. 그도 그지만 서원은 놀랍도록 차분했다. 제 엄마가 한 짓을 잡아떼든, 용서를 구하든, 어느 쪽이든 반응을 보여야 마땅한데 경찰서에서부터 그녀는 내도록 묵묵부답이었다.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마주치지 않는 건지, 못 하는 건지.

경찰서를 나오자마자 신서원이 다가왔다.

“미안해. 미안, 문선오.”

“너 다 알면서 나한테 접근했어?”

“아냐. 그런 거 아냐. 미리 말 못 해서 미안. 말하려고 했어. 곧 말하려고 했는데… 미안해 그리고 아버지 일도 미안.”

“그걸 알고 있었으면서 새장가 드냐는 둥 그런 걸 물었던 거지, 너.”

지난날 그녀가 스치듯 했던 모든 말들이 다시 돌아와 그를 흔들었다.

“갖고 노니까 재밌었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녀는 연신 죄인처럼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

분명 신서원 모녀는 그에게 있어 가시였다. 목구멍에 걸린 뼈, 거슬리는 가시, 뽑아버리고 싶은 말뚝. 한데 부친이 살해됐다는 소식보다 신서원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더 열이 올랐다.

애초에 부자간의 정도 없었다. 죽어서 뼈 한 줌 쥐여 준대도 별다른 슬픔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관심 밖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를 그렇게 만든 게 화연이라니. 증오해 마지않았던 영악한 여자.

부친의 여자도, 모든 불행의 씨앗을 심은 부친도, 지긋지긋했다.

자신은 아비를 죽인 화연을 증오해야 하는 것인가, 이 구질구질한 관계를 끝내줘서 고마워 해야 하는 것인가.

복잡하게 섞갈린 감정의 방향은 고스란히 신서원에게로 향했다.

“미안한 거 알면 죽은 듯이 살아. 눈에 띄지 말고.”

더는 볼 일이 없을 거라며 등을 돌려 걷는데 뒤따라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한참 동안 뒤쪽에서 내내 따라오는 소리가 이어졌다. 결국 자취방을 목전에 두고서 휙 고개를 돌렸다.

“뭔데, 뭐, 뭐. 용서라도 해주랴?”

“나 갈 데가 없어.”

“뭐?”

황당함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본가엔 화연과 서원 두 모녀와 부친이 일찌감치 가정을 꾸려 함께 살고 있었다.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사건 현장엔 들어가지 못하니 쫓겨나다시피 집을 나온 거다. 여태 경찰서에 저러고 있던 게 그 때문이었다.

실소가 터졌다.

“너답다. 뻔뻔한 게 누구 딸 아니랄까 봐.”

“며칠만 네 집에 있으면 안 돼? 네가 말한 대로 죽은 듯이 있을게.”

“네 엄마가 찔러 죽인 남자의 아들 집에서 살겠다고.”

“…며칠만. 갈 데가 생길 때까지만. 부탁이야.”

살아남는 방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아니, 그가 잘못 알았다. 화연보다 영악한 건 신서원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타인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대체 무엇이 신서원의 본모습인지, 이제는 그조차도 헷갈렸다.

그럼에도 왜 그녀를 뿌리칠 수 없었는지,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면 그 자리에서 곧장 등을 돌렸을 거다.

“선오야. 응?”

선오는 멀뚱멀뚱 서 있는 그녀에게로 걸어가 가까이서 마주 섰다. 원래 작은 건 알고 있었지만 어째 가슴팍에서 정수리가 보이는 게, 꼭 방울토마토 같다. 제 키가 193센티쯤 되니 160센티 언저리는 되려나.

위협적으로 다가가 마주 서는데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그녀에게서 화연의 모습이 보였다. 제 부친에게 눈웃음을 짓던 화연. 새삼 이제야 알다니.

그런 그녀를 보는데 문득 궁금해졌다. 그녀의 본모습이 무엇인지.

영악한 신서원.

“내가 너 따먹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러냐.”

“넌 나 안 좋아하잖아.”

“안 좋아하는 거랑 따먹는 건 별개 아닌가?”

그녀의 눈썹이 움찔거리고 입가가 씰룩거린다. 그렇지만 그의 차가운 말에 더 대꾸하지는 않았다.

“화장실 하나뿐이야. 무조건 내가 먼저니까 싸고 싶어도 참아.”

“알았어.”

계단을 따라 오르는 그녀의 발소리를 들으며 선오는 문을 열었다. 어디 도망갈 데도 없는 좁은 원룸에서도 그녀는 전부터 이 집에 살던 사람처럼 익숙하게 자신의 짐을 풀었다.

이게 잘한 짓인지, 또다시 후회는 제 몫인 듯싶었다. 어째 그녀와 부딪치는 족족 휘말리는 것 같다. 땀에 젖은 몸을 씻으려 교복 셔츠를 벗었다.

가방을 열어 교과서를 꺼내는 신서원은 오늘 못 한 공부를 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제 엄마가 살인죄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된 상황에서 저런 행동이 정상적인가.

이젠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선오는 옷을 벗고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기 앞에 섰다. 숲 한가운데 묵직하게 늘어진 성기 위로 차가운 물이 쏟아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그랬었다. 결국 휘말리다 못해 감긴 건 자신이지 않은가.

케케묵은 수험생 둘이 좁은 방에서 사는데 찌든 내 하나 나지 않았다. 경식이 한번 집을 다녀가면 땀 냄새가 진동을 해 그 냄새를 빼느라고 한바탕 고생을 해야 했는데,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녀에게선 섬유유연제 향만 날 뿐이었다.

일찌감치 학교에서 돌아와 땀에 젖은 몸을 씻고, 스킨을 바르는데 화장실 문이 열렸다.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역시 땀에 젖은 머리칼이 엉망이 된 그녀가 문밖에 서 있었다.

“아….”

당혹스러운 눈이 슬쩍 밑으로 향한다 싶더니 눈매가 가늘게 떨린다. 언제 발기했는지 힘있게 솟구쳐 있는 귀두가 꺼덕거리기에 별 의도 없이 손으로 매만지는데 턱, 배꼽 위를 치고 올라왔다.

동시에 그녀가 툭, 가방을 떨군다. 핏줄이 우둘투둘, 흉악하게 박혀 선이 매끈하지 못한 자지의 생김새가 신서원의 눈길을 사로잡은 모양이었다. 대놓고 그의 사타구니 쪽을 쳐다보고 섰던 서원의 안색이 시퍼레졌다.

“왜, 아예 들어올래?”

선오는 면봉을 쥔 다른 손으로 귀를 후비며 태연하게 물었다. 공중에 퍼진 스킨 향에 정신이 돌아왔는지 그녀가 문을 쾅 닫는다. 이런 상황을 감당할 배짱도 없으면서 이 집에 들어오긴 왜 들어왔는지. 헛웃음이 터졌다. 저 포커페이스도 놀랄 때가 있긴 있었다.

대충 머리를 말리고 밖으로 나가자 다시 차분해진 서원이 두 손을 모으고 화장실 앞에 서 있었다. 답지 않게 고개도 숙인 채였다.

“기도하냐.”

“나 때문에 불편했으면 미안.”

“왜, 불편해? 보고 싶어서 일부러 문 열어젖힌 거 아니었어?”

“네가 일찍 집에 온지 몰랐어.”

“안 믿기는데.”

“정말이야. 내가 설마 보려고… 그랬겠어.”

“네 시커먼 속을 어찌 알고. 그간 다른 애들도 이런 식으로 따먹었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눈도 못 떼고 실컷 볼 때는 언제고 이제 와 아니라 우기는 것도 신서원다웠다.

“하긴, 살아남아야 하는데 또 못 대줄 건 뭐야. 그지?”

동그란 눈동자 가득 원망이 실렸지만 참기로 했는지 입을 다문다. 그러더니 화장실 안으로 쌩하니 들어가 버렸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샤워기에서 물이 쏴아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오는 화연의 첫 번째 공판 날짜가 잡혔다는 걸 그날 알았다.

그 일이 있은 이후, 그녀는 제 어미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꺼내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묻지도 않았고 구태여 그 일을 들먹거리지도 않았다.

가해자의 딸과 피해자의 아들이 한 방에 살고 있는 기이한 일이 여기서 일어나고 있었다.

한참 샤워를 하던 서원이 머리를 말리며 화장실을 나왔다. 담배를 물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서 창문을 여는 게 다였다. 그날은 유독 더위가 기승이었다.

선오는 자다 말고 일어나 뒤통수를 긁적였다. 일단 목이나 좀 축일 생각으로 이불을 걷는데 침대 아래가 비어있었다. 깔린 담요 위로 있어야 할 신서원이 보이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또 이 새벽에 누굴 만나 뭘 하는지, 짜증 섞인 발짓으로 담요를 완전히 걷어낸 선오는 화장실로 향했다. 문틈 새로 환한 빛이 새어 나왔다.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터트리지 못하고 조용히 삼키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집에서 그녀의 짐이 빠진 건 그다음 날이었다.

어디로 갔는지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학교에서 전과 다름없이 마주치니 살아는 있다, 생각할 뿐. 더운 여름에 다른 이의 안위까지 걱정할 마음도 여유도 없었다. 잠깐씩 지나칠 때면 말을 걸고 싶어 입술이 달싹이는 게 보였지만 선오는 무시하고 그녀를 지나쳤다.

그리고 그녀는 여느 때처럼 마주하고 싶어 하지 않는 그의 의사를 귀신같이 알아채고 더는 질척거리지 않았다.

제각각 여름을 나고, 겨울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었다. 어차피 이 해가 지나면 이 지긋지긋한 수험생 생활도 끝이었다.

수능을 코앞에 두고 화연의 마지막 판결이 나왔다. 9년 형의 선고.

심신미약 상태에다 우발적이었다는 점이 참작 되었다고 했다.

현장엔 없었지만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점에선 그 역시 납득했다. 가만히 있으면 아버지의 재산이 고스란히 떨어질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부친을 살해할 동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내 납득이 어려웠던 점도 그거였다.

그렇게 힘들여 계획을 세워놓고 제 손으로 망친다는 게, 이해할 수 없었다.

선오는 그날 이후 처음으로 본가로 향했다. 언제 와봤는지 햇수를 헤아려 봐야 할 만큼 오랜만이었다.

“…….”

하. 그야말로 헛웃음이 터졌다. 신세 안 지겠다더니 그간 머물렀던 곳이 본가였어?

느닷없이 들이닥친 집주인을 보며 신서원이 놀란 눈을 했다. 입에 물고 있던 토스트를 손으로 집어 입 밖으로 뺐다. 놀란 건 이쪽 역시 마찬가지였다.

“네가 왜 여기 있냐?”

“아… 집이 비어있어서. 그래서 수능 전까지만 잠시 지낼까 하고.”

“내 집이 비는 거랑 너랑 무슨 상관인데.”

뻔뻔함이 하늘을 찌른다.

“야. 누가 너더러 여기서 살래. 여기가 네 여관방이야?”

“…미안. 지낼 데가 없어서 그랬어. 수능만 치고 바로 나갈게. 숙박비 낼게. 지금은 그렇고 수능 끝나자마자 알바 해서 내가….”

“지랄하네.”

선오는 안으로 들어가 집을 둘러보았다. 살인이라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온하기만 했다. 온통 신서원 냄새다. 그녀의 비누 냄새, 섬유유연제 향, 더불어 느껴지는 체향까지.

그렇다면 몇 달을 여기서 살았다는 건데.

“후불제 여관방도 있냐?”

“어?”

“그렇게 살고 싶으면 돈값을 하든가, 나가든가, 둘 중 하나를 해.”

“지금 당장은 돈이 없어서. 조금만 시간을 주면….”

“왜 당장 돈이 없어, 돈값 할 방법은 차고 넘치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뭘 모르는 척이야. 좆을 빨든가, 보지라도 벌리든가, 많잖아. 그간 하고 싶다고 달려든 건 너 아니었어?”

대번 눈매가 좁아든다. 제가 한 잘못은 생각지도 않는 게 웃겼다. 뻔뻔한 건 알았다만.

“왜, 얹혀살고는 싶은데 보지 팔기는 싫어?”

“…….”

“이제 이 집 식구도 아닌데 대가를 지불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 제멋대로 판단해서 마음대로 이 집에서 지내고, 그러면서 그거에 대한 대가는 치르기 싫고. 이기적이라는 생각 안 들어?”

화라도 내든가 뭔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꼭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어쨌든 그녀의 모친 때문에 그의 부친이 죽었다.

살인자의 딸, 그 사실에 대한 부채감 때문인지 그녀는 모진 수모도 감당코자 마음먹은 사람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저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경식에게 듣기로 신서원의 엄마는 동네에서 제법 큰 국밥집을 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시장에서 속옷가게도 크게 했었고, 노래방도 했었다고 했다. 화연이 장사 쪽으로는 수완이 좋아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발이 넓다는 소문은 들었었다.

장사로 번 돈을 번번이 전 남편에게 뺏기고, 자리를 잡으면 깽판을 놓기 일쑤여서 안정된 생활을 하지 못했다고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 집을 꿰차고 앉아 고상한 사모님 소리가 듣고 싶었던 것이지.

이 집의 재산 상속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였다. 옆에서 부친을 조금만 더 구슬렸다면 상속에 대한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야심을 가졌던 여자가 대체 왜 부친에게 칼을 들이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든 게 도루묵이 된 지금, 신서원은 갈 곳이 없는 것이다.

선오는 짧은 한숨과 함께 다시 현관으로 향했다.

“넌 여기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긴 들어?”

다시 운동화를 신고 그녀와 마주 섰다. 표정을 가늠할 수 없는 서원이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비위도 좋다.”

그 어떤 힐난도 감수하겠다는 듯 입을 다문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렇게 본가를 나온 이후 얼마 있지 않아 수능시험을 치렀고, 대학원서 지원으로 바쁜 날들을 보냈다. 해가 바뀌고 대학입학식이 있었다.

어차피 혼자 살아야 하니 큰 집은 필요치 않았다. 오피스텔 하나를 구하곤 다시 본가를 찾았다. 집을 처분하기 전, 마지막으로 향한 본가였다.

다섯 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살고 있던 서원은 보이지 않았다. 대학을 갔겠지. 여기 더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사람의 흔적 하나 없는 집 안은 무덤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이곳에서 혼자 몇 달을 지냈을 신서원.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그 물음에 답을 해줄 사람이 이젠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장례식도 치르지 않은 초라한 죽음이었다. 선오의 모친조차 들여다보지 않은 남자였다.

와인 한 병을 꺼내 털썩 소파에 앉는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익숙하고도 낯선 모습의 서원이었다.

저번보다 머리카락이 좀 더 길었다. 키는 여전히 짜리몽땅한 그대로였지만 어쩐지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그 몇 달 새에 미성년의 앳된 분위기는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아… 네가 있을 줄은 몰랐어.”

조금 쭈뼛거리긴 했지만 여전히 차분한 얼굴로 가까이 다가와 옆자리에 앉았다.

“이거 주러 왔어.”

그녀가 흰 봉투를 내밀었다. 그냥 보아도 불룩한 게 내용물이 제법 든 듯 보였다.

“뭔데, 이게.”

“숙박비. 더 빨리 주고 싶었는데 알바 하느라 좀 늦었어. 아무래도 더 미루면 안 될 거 같아서.”

“내가 집에 없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는데.”

“언젠가는 올 테니까 봉투만 두고 가려고….”

진심으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데 대가리가 얼얼했다. 여전하다고 해야 할지. 그는 소파에 허리를 기대어 묻으며 그녀와 좀 더 마주 보았다.

“너 S대 영문과 합격했다는 소식은 들었어. 나는 P대 경영과 붙었어. 그러고 보니까 너희 학교랑도 가깝네.”

서로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건 처음이었다. 건너 건너 누구에게 전해나 들었었다. 그것도 주로 경식의 입으로 들은 게 다였지만.

“마시려면 잔 들고 오든가.”

와인 병을 들자 가만히 보기만 하던 그녀가 주방으로 가 와인 잔을 가져왔다.

빈 잔에 술을 따르자 그녀가 마다치 않고 마신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지 빈 잔을 놓지 못하고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근데 너 왜 안 물어봐? 그날 있었던 일 말이야.”

함께 경찰서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도, 그 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묻지 않았던 그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왜 그런 일이 있었던 건지, 오히려 목격자가 먼저 말을 꺼낼 만큼 선오는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안다고 뭐가 달라져.”

“그날 난 방 안에 있었는데 밑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밖으로 나왔었어.”

처음이었다. 1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서야 처음으로 그날의 일을 마주했다.

“과도를 든 엄마가 서 있었고 그 옆엔 옆구리에 피가 흐르고 있는 새 아빠가 있었어. 온 집안엔 소주 냄새가 진동을 했어. 근데 난 그게 너무 익숙했어. 엄마는 내 친아빠 때문에 술에 취해 있는 날이 많았거든. 트라우마가 있었어. 너한테 변명하려고 하는 건 아닌데, 우리 엄마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사람 아니야. 우리 정말 열심히 살았… 아니다. 내가 무슨 염치로. 더 이상 변명 안 할게. 명백히 죄는 죄니까.”

그녀는 그가 쥐고 있는 와인 병을 들고 가 제 빈 잔에 따랐다.

그러고는 꿀꺽꿀꺽 한 번에 남은 와인을 죄다 삼켰다.

“너한테 해줄 말이 이것뿐이라 미안해. 평생 너한텐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게. 정말이야.”

“야. 이거 들고 가.”

식탁 위에 있는 돈 봉투를 집어 앞으로 툭 던지자 그녀는 결단코 받지 않겠다는 듯이 사양한다.

“어, 아냐. 정말 너 주려고 번 돈이야, 내가.”

“누가 돈값 하라고 했지, 돈을 달랬어?”

“돈값… 어떤 거? 지난번에 말한 그거라면… 내 몸을 원하는 거야?”

“왜, 떡치자고 하면 벗기라도 하시게?”

선오는 담배를 물며 붙을 불일 라이터를 찾아 주머니를 더듬었다.

“하긴 어차피 좆 들어가는 구멍인데 놀리면 뭐해.”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는데, 그녀가 맞잡은 두 손을 꼼지락거리며 주저한다. 남 상처 주는 말이야 문선오 특기이니 어려울 것도 없는데, 이 수치와 모욕은 제 엄마의 죗값이라 생각하는 건지, 그녀는 묵묵부답이기만 했다.

대체 저 표정이 뜻하는 바를 알 수가 없으니,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이런 말을 들어 화가 난다고 속에 있는 것들을 터트리기라도 하든가, 대체 왜 저리 어떠한 것이라도 다 감수하겠다는 얼굴인지.

아직까지 그녀의 손에 놀아났다는 괘씸함과 응어리가 남아있어 괴롭혀주고 싶은 마음이 애새끼처럼 불쑥 솟았다. 반응을 하지 않는 저 모습에 답답함이 치밀어 더 자극을 하고 싶기도 했다.

“이 돈으로 또 방 구해야 할 거 아냐. 맨바닥에서 잘 거야?”

담배 연기를 흩뿌리자 다시 눈썹 사이가 좁아진다.

“나야 이깟 푼돈, 안 받아도 그만이지만 넌 아닐 거 아냐. 떡값이라고 생각해.”

“…….”

“한 백쯤 되려나? 보지 한번 대주고 백이면 남는 장사 아닌가? 왜, 처음이야? 처음이라 비싸?”

화연이 노리던 이 집안의 유산도 물 건너 가버렸다.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화연이 대신 밥벌이를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녀로서는 하루아침에 가장이 된 셈이었다.

선오는 길게 필터를 빨며 그녀를 응시했다.

흑요석처럼 짙고 고요한 눈이다. 늘 생각했지만 제 엄마와 다른 게 있다면 그건 눈이었다. 저 눈동자. 사람 집어삼킬 듯이 깊고 짙은 새까만 블랙홀 같은 눈.

그때 그 눈을 피했더라면 그녀와의 길고 긴 악연 같은 인연을 막을 수 있었을까.

뭔 반응이 있어야 말을 하지, 짜증 섞인 눈으로 담배 연기를 뱉었다. 더 이상 이런 입씨름도 의미가 없었다. 선오는 말을 말자며 담배가 든 손을 팔랑였다.

“됐으니까 그만 가. 이젠 다시 보지 말자.”

“저….”

“뭐.”

할 말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우물쭈물하면서 발을 못 떼던 서원이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할 말 있으면 빨리 하고 가.”

“있잖아, 문선오.”

눈 주위가 새붉은 게 취한 거 같기도 하고 동그란 눈동자가 또렷한 걸 보면 취하지 않은 듯도 하고, 그녀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면 저런 눈을 할 수 있는지, 그것도 궁금했다.

“너 나랑 이번 한 번으로 끝낼 자신 있어?”

그렇게 묻는데 말문이 막혔다. 입을 다물고 있을 때는 수치심에 그런가 싶었는데 한 번으로 끝낼 자신이 있냐니. 지가 한술 더 뜬다. 긍정을 하자니 웃겼고 부정을 하자니 그것도 웃겼다. 사실 저 얼굴에 수치심을 심어주고 싶어 지껄인 농담 반, 진담 반이라 더 그랬다.

“나는 그럴 자신이 없어.”

“무슨 말이야, 그건 또.”

“그런데도 너랑 자고 싶어. 날 상처 주려고 일부러 한 말인 거 아는데… 다 아는데 네가 아까 한 말이 진심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정말 바보같이.”

“…너 뭐하냐. 나 꼬셔?”

“나 나 너랑 자고 싶어.”

또륵, 그녀가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슥슥 비비는데 선오는 순간 뒤통수가 얼얼한 경험을 해야 했다.

그 말이 대체 뭐라고.

“너 좋다고 한 거 거짓말 아니야. 일부러 접근했던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뭘 바라고 접근한, 흑, 거 아냐. 아냐. 그런 거 아냐.”

우는 여자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청하게 있어 보긴 처음이었다. 자신의 앞에서 좋아한다며 눈물을 보인 여자는 수도 없었다.

제가 했던 고백들은 전부 거짓이 아니라고 그렇게 눈물로 토로하는데 선오는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있었다.

“나만 너 좋아한다는 거 다 알아. 넌 우리 엄마도 나도 싫어하는 거 알아. 알면서도… 네가 그랬잖아. 안 좋아하는 거랑 떡 치는 건 별개라고.”

“뭐?”

“좋아해서 그랬어. 그뿐이야. 우리 엄마가 잘못한 거 알아. 내가 나쁜 년이란 것도 알아. 엄마가 교도소에 간다는 것보다 너랑 못 만난다는 게 더 힘들었다는 것도 부정 못 하겠어. 내가 죽일 년이야. 그래도 나 너랑 손잡고 싶고, 자고 싶어.”

어린아이처럼 뚝뚝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보는데 선오는 기가 찼다.

“야.”

등을 두드려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달랠 수도 없고, 그야말로 난감했다.

울음이 잦아드나 싶더니 이내 까만 눈동자가 스르륵 그의 바지춤으로 향했다.

“한번 해보면 안 돼?”

“뭘.”

“나 빠는 거 한번 해보고 싶었어. 그거 한 번도 안 해봤거든. 어차피 애들이 대학 가면 다 한다던데 너랑 먼저 해본다고 뭐 크게 달라지겠어?”

그렇게 신서원이 눈물이 맺힌 눈으로 미친 소리를 해왔다.

가만히 제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팬티를 벗는데 선오는 그야말로 벙쪘다. 발목 아래에서 걸려 내려오는 붉은 팬티가 제 키처럼 앙증맞다. 손으로 잡고 조금만 힘을 줘도 그대로 찢길 것 같은 귀여운 사이즈였다. 저걸로 제 자지는 다 감쌀 수나 있나, 싶을 정도로.

“나 입으로 해볼래.”

“…너 원래 이런 애였냐?”

“아니라고 하면 믿어?”

그녀가 손을 뻗었다. 고목 나무 뿌리처럼 탄탄한 자지가 대번 그녀의 손아귀에 잡혔다. 바지춤 안에 있는데도 모양은 선명하다. 애초에 숨길 수 있는 크기와 생김새가 아니었다.

“…….”

약간의 긴장된 안색, 짧은 감탄 같은 숨소리, 슥삭슥삭 서투른 손짓으로 페니스를 쓸어 올리던 그녀가 제 치마를 완전히 끌어 올렸다.

어디가 구멍인지도 모를 정도로 새까만 음모가 습지를 덮고 있었다. 그도 치모가 덥수룩한 편인데 그녀는 더했다. 맞닿아 붙으면 까끌까끌해 더욱 짜릿할 테지. 아니 그게 아니라 씨발.

“…지금 없던 일로 하면 안 되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내 안에 들어갈 거 같지 않아서.”

조금 더 과감하게 성기를 만지작거리던 그녀가 슬쩍 묻는데 선오는 머리꼭지가 뜨끈해졌다.

그녀 말이 맞다. 이번 한 번으로 끝낼 수 없다는 사실을 섹스를 하기도 전에 깨달았다.

마수다. 자신을 수렁으로 끌고 갈 꼬리 아홉은 달린 여우. 털도 많고 몸집도 작은 아기 여우. 늪이고, 덫인 줄 알면서도 놓지 못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 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선오야. 나 하고 싶어.”

어쩌면 모든 악연의 시작점은 그날이었을지도 몰랐다.

그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 무릎을 꿇는다 싶더니 과감하게 혀를 내밀어본다. 그러면서도 눈치를 살피며 살금살금 올려다보는데 어째 그마저도 그녀다웠다.

아무리 신서원이라도 두려운 마음이 드는지 그의 성기를 가만히 관찰하는데 흡사 외설스러운 것을 몰래 훔쳐보는 눈이었다.

적갈 빛 자지는 막 분화를 시작한 화산처럼 흥분에 찬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기둥 전체에 덕지덕지 돋아난 핏줄하며, 유난히 발달해 주먹처럼 둥글게 붙은 귀두, 발기 각도가 가파른데다 핏줄 크기가 고르지 못해 곳곳에 징이라도 박은 모양새였다.

성기가 워낙 흉악하게 생겨 먹은 탓에 그의 친구들도 혀를 내두르다시피 했는데 서원은 외려 더운 숨을 뱉어냈다. 이 자지를 보고 욕정이 솟은 것이다. 욕망이 다분히 어린 눈을 한 주제에 애틋하게 쓰다듬고 있었다.

“선오야.”

“왜.”

“그냥. 너는 여기도 잘생긴 거 같아서.”

“농담이 나오냐?”

“농담 아닌데. 더 빨아 봐도 돼?”

“안 돼.”

평소의 그녀였다면 순순히 수긍했을 텐데 오늘은 쉬이 물러나지 않는다. 안 된다는 그의 말이 진심이 아님을 눈치챈 것이다. 저 여우.

엉덩이를 들썩이던 서원이 귀두구가 내뿜는 쿠퍼액에 혀를 디밀더니 찹찹, 노골적으로 맛을 본다.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는지 자그마한 입 속으로 선단을 쿡 밀어 넣었다. 귀두만 머금었음에도 뺨이 불룩하게 들어찼다.

흐응, 흐, 요사스러운 신음을 흘리는 그녀가 혀를 앞뒤로 놀리며 위협적으로 솟은 귀두 덩어리를 휘적셔 빨더니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모르긴 몰라도 만족의 신호인 것만은 분명했다.

좌우 양옆, 곤봉 대가리 같은 선단 둘레를 연신 쪽쪽 대는 혓바닥이 우유에 적신 카스텔라처럼 푹신하다. 자위를 할 땐 성의 없이 손으로 대충 올려쳐 정액만 뺐었다. 즐기기 위한 행위라기보다 급히 찬 성욕만 꺼트리기에 바빴었다.

난폭한 그와 달리 유하기 이를 데 없는 서원의 감촉에 절로 사정할 뻔했다. 선오는 그녀 몰래 자지 단속을 해야 했다. 아닌 말로 이게 정말 사람 잡아먹게 생겼다.

“흣, 야 누가 넣으래, 뱉어.”

“으응.”

어림도 없다는 듯 그의 사타구니 사이를 아예 제 자리인 양 차고앉았다.

입 안에 넣은 페니스를 살살 핥아 올렸다가 침을 묻혀 귀두를 함빡 빨기도 하고, 저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볼 요량인지 한참 동안 성기 뿌리를 쥐고 쪽쪽 혀로 농탕질을 친다.

유독 너비가 넓은 귀두 삿갓 사이사이에 혀를 넣어 맛보기도 하고, 불퉁불퉁, 자지 전역에 퍼진 핏줄이 신기한지 혀끝으로 꾸욱 눌러 건드려보기도 했다.

불끈거리는 선단이 입천장을 치자 화들짝 놀라 뱉어내는데, 흡사 단단한 갑옷을 챙겨 입기라도 한 듯 우람한 성기의 모습에 그녀가 침을 꿀꺽 삼킨다.

“…엄청 크다.”

“야.”

툭, 불거져 창처럼 솟아오른 귀두는 오랫동안 그녀의 구경거리가 됐다. 정말로 맛있다는 듯 황홀한 표정을 짓는 서원을 보느라 말릴 타이밍도 놓쳤다. 발그레한 두 뺨, 쿠퍼액으로 젖은 입술, 그 새로 빠끔 삐져나온 붉은 혀, 야릇한 것을 접했을 때 보이는 진심 어린 표정.

숨김없이 감정을 드러내는 그녀의 눈동자가 자꾸 시선을 앗아갔다. 말도 안 되지. 저라도 정신을 챙겨야 하는데.

“맛있다.”

좆을 넝쿨처럼 뒤덮은 핏대는 여성의 보지 속을 마구 비벼 쾌락을 안겨줄 일종의 훌륭한 섹스도구였다. 그것을 본능처럼 아는지 서원은 울룩불룩, 핏대가 흉악하게 맥동하는 표피를 한참 동안 핥으며 정성을 들였다.

귀두 구멍이 걸쭉한 점액을 지리자 한 방울의 쿠퍼액도 놓치지 않을 기세로 혀부터 갖다 댄다. 입술을 오므려 귀두를 지붕처럼 덮은 그녀가 비릿한 진액을 쪽쪽 빨아 목을 축이는데 그 소리가 그야말로 음탕하다 못해 상스러웠다.

“으응, 아.”

“흣, 야, 신서원.”

“여기가 제일 맛있는 거 같애.”

순수하게 감탄하는 그녀가 너무 좋아 못 견디겠다며 입술을 파르르 떠는데 선오는 머리가 다 어찔했다. 대체 어디서 보고 배운 건지 갖은 야살을 떤다.

하 참, 너무 그렇게 쪽쪽 빨면 정액이 나온다고 다그치는데도 괜찮다고 도리질이다. 오히려 싸달라고 밑동부터 귀두까지 손으로 쭉쭉 짜 올리는데 실소 같은 웃음이 터졌다.

“이게 무슨 짜 먹는 요거튼 줄 알아?”

저도 모르게 나온 미소였다. 하여튼 웃겨.

픽 호선을 그리자 혀끝으로 살살 장난치며 쿠퍼액을 빨아먹던 그녀가 흡사 게워내듯 페니스를 뱉어내는데 멍하니 올려다보는 그녀의 뺨에 불그스름한 꽃이 폈다.

“왜, 뭐.”

“다른 애들이랑도 이런 거 해봤어?”

“이런 게 뭔데.”

“네 거 빨아주는 거. 누가 또 빨아줬어?”

“그게 남자 좆 빨면서 할 말이냐.”

“다른 여자 만나는 거 본 적은 없는데 혹시나 해서….”

처연하게 내려앉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가 싶다가도 누가 문선오 자지를 채어갈까 다시 날름, 뱉은 것을 욱여넣는다. 그러곤 넋을 놓고 고갯짓을 하는데 할 말을 잃었다.

혀를 말아 귀두를 잡아채기도 하고, 비질하듯 자지 몸통을 쓸어 올리기도 하며, 중간중간 눈까지 맞추고 아양을 떠는데 꼭 사랑받기 위해 꼬리를 살랑거리는 강아지 같았다.

“야, 신서원.”

“응, 흐응.”

그가 몸을 물리기라도 할까, 귀두 구멍에 조금이라도 쿠퍼액이 맺힐라치면 모조리 혀로 긁어가 꼴깍거렸다. 대체 오럴을 저렇게나 색스럽게 할 일이냐고.

“으응, 음, 응. 맛있, 으응, 어.”

그녀에 비해 그는 모든 게 비정상적이리만치 컸다. 성기라고 해 다를 게 없었다.

비대한 귀두 크기에 입도 채 다물지 못하면서 맛있다고 눈짓을 한다.

“근데, 이게… 너무, 커, 흐으, 서….”

아무리 집어넣어 봐도 반절 이상 들어갈 리가 만무하니 애가 타는 모양이었다. 급한 마음과 달리 애무가 능숙하지 못해 입술이며 좆이며 침으로 온통 범벅이 돼 거품까지 맺혀 있는데도 좋다고 고개를 들었다 숙였다, 방아질에 전념했다.

“으응, 응.”

와중에도 한 손은 밑동을 흔드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흔들면 흔들수록 내뿜을 쿠퍼액이 불어난다는 사실을 깨친 게 분명했다. 그러니 요도 입구에 혀까지 딱 갖다 붙이곤 좆물을 뽑아먹는 데 무아지경인 거다.

“후… 못 빨아서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어?”

왼뺨으로 굴렸다가, 오른뺨으로 굴렸다 치아로 긁기도 했다가, 입천장에 대고 붓질하듯 끄적거리기도 하고, 아주 할 수 있는 짓은 다 해보는데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이러다 허무하게 싸버릴 것 같았다.

그만 빼라고 툭툭, 뺨을 치자 침이며 콧물, 눈물, 뺄 수 있는 물은 다 뺀 얼굴로 빨던 좆을 꺼낸다. 고작 귀두 하나 빨면서 야단법석이다. 이래서 뭘 하겠다고.

“대체 무슨 야동을 봤길래 이래, 너.”

“야동은 아니고 꿈을 자주 꿨어. 너랑 이러는 꿈.”

상의를 훌렁 올려 벗고 손을 뒤로 넣어 브래지어 후크를 톡, 톡 따는데 무게를 못 견딘 젖이 흡사 댐의 물이 한 번에 방류되듯 쏟아져 나왔다. 저 젖통을 어찌 다 감추고 있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그것도 그의 드로어즈보다도 작아 보이는 저 브래지어 안에.

작은 키에 조그만 몸집, 앙증맞은 손발, 그에 비례하는 입, 한데도 어찌 또 가슴은 저리 큰지. 하여튼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남자를 후리려 작정을 한 게 분명했다.

팽팽하게 퍼져있는 유륜 중앙에 자리 잡은 젖꼭지가 자신보다 불퉁하다. 그의 몸에 붙어있는 것과 같은 이름을 갖고 있지만 생김새도 기능도 달랐다.

아이의 젖을 먹이기 좋게 발달 된 유두. 그와는 달리 모유가 나올 분출구는 막 익은 과립처럼 흐드러져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모유가 줄줄 흐를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꼭 빨아 달라 유혹이라도 하듯 툭 튀어나와 알맹이진 유두 빛깔이 그의 자지 색을 연상케 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먹기 좋게 무르익은 청과처럼 탐스러웠다.

“왜 아무 말이 없어? 다른 애들은 보고 싶다고 난리던데.”

말 한마디 없이 뚫어져라 보고만 있자 그녀가 스커트까지 벗고 그의 위로 올라타 마주 앉는다. 울긋불긋한 얼굴을 하면서도 그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는데 저 좀 봐달라는 어필이었다.

“잡아 줘.”

“다른 애들 누구.”

“궁금해?”

“전혀.”

쉬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 않고 그 눈을 보고만 있었다. 종잡을 수 없는 그녀가 어찌 나오는지도 궁금했지만 사실 홀린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 맞았다. 두 눈을 마주한 채로 정적이 계속되자 그녀가 직접 그의 손을 당겨와 제 허리에 올려둔다.

순간 살결이 보드라워 깜짝 놀랐다. 저같이 근육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몸과는 다른 차원의 피부였다. 순 시커먼 남자 놈들만 보다 그녀를 보니 놀람의 연속이다.

허리가 무슨 한 줌이네, 쥐면 부러지겠다. 선오는 순간 드는 생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과장을 보태자면 체감상 제 좆 두세 개를 합친 것만 하달까.

남자인 제 시선에서 보자면 그랬다.

젖이 크다고 전경식이 침까지 흘리며 환장을 하던데 그런 성적인 차원이기보다는 큰 가슴에 비해 허리가 얇아 걱정이 앞섰다.

“너 밥 먹은 건 다 어디로 가고.”

“으응?”

뼈가 제자리에 잘 붙어있기는 한 건지, 단단한 손으로 허리를 타고 올라가 급격히 경사진 가슴 골짜기를 매만지는데 서원이 눈에 띄게 움찔거렸다. 자그마한 신음을 내는데 이 의미 없는 손길이 자극을 부추긴 모양이었다.

하지만 만져도 된다며 꾹 참고 눈꺼풀만 퍼르르 떤다. 그래도 그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긴장으로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던 그녀가 그의 손을 쥐더니 자신의 젖가슴 위로 가져가기에 이르렀다. 손바닥으로 돌출된 젖꼭지를 덮어주기까지 한다.

“가슴… 만져도 돼.”

“왜.”

“나도 네 자지 만졌잖아.”

“그러게, 허락도 안 했는데 대뜸 막 까고, 빨고.”

“그래도 너도 좋았잖아. 그렇게 쪽쪽 빨면 싼다고 그랬잖아.”

“내가 말을 말지.”

“이제 화 풀린 거야? 나 너 갖고 논 거 아냐. 일부러 접근한 것도 아니고, 알면서 막 그런 것도 아냐.”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생각 중이다.”

“키스… 해볼래?”

“싫어.”

그래도 굴하지 않고 웃는데 어찌해야 할지 골이 다 띵했다. 그녀의 말이 아예 틀린 건 아니었다. 여기까지 온 거, 좆을 이렇게까지 세워놨는데, 아니 실은 어설프게 빨아준 것만으로 벌써 싸기 직전인 지경까지 왔는데 여기서 끝낼 마음은 없었다.

어떻게든 혼자 해볼 작정인지 서원이 촉촉하게 젖은 귀두를 쥐고 제 가랑이 사이로 가져가 이리저리 자세를 잡아본다.

음부를 덮고 있는 무성한 음모를 양옆으로 쓸어 젖히더니 질 구멍을 찾아 꼼지락거렸다. 그러더니 갈라진 소음순 새, 질로 통하는 구멍을 찾았는지 귀두를 접착하듯 맞댔다.

“여기 맞지?”

한껏 상기된 그녀의 뺨을 보니 그에게 따로 답을 듣지 않아도 알아차린 표정이었다. 질 입구에 갖다 댄 선단을 앞뒤로 슥슥 비비는데 저도 긴장이 되는지 연신 침을 꼴깍거린다. 그녀의 살결만큼이나 보지 속살로 이어지는 초입이 보드랍다.

“으읏.”

어찌어찌 귀두는 쑤셔 넣어보는데, 온전한 삽입까지는 턱도 없었다. 연거푸 삽입을 시도했지만 그의 크기를 받아내자면 아직 한참을 더 넓혀야 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자 그녀가 제 손가락을 빨아 구멍 속을 이리저리 후비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끈끈한 애액이 묻어난 귀두는 한결 요사스러운 모양으로 입구를 들락거렸다.

“왜 더 안 들어가는지, 모르 겠, 하으…!”

제 가랑이 사이를 들여다보며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녀는 머릿속이 진심으로 복잡해 보였다. 그거야 당연했다. 입구부터가 콧구멍만 한데 결합이 수월할 리가 있나.

너트에 비해 볼트가 이리 큰데 욱여넣지 않는 이상 들어가는 게 이상했다. 이론으로만 따지자면 순서상 애무를 했으니 결합을 할 차례였지만 크기부터 계산이 맞지 않으니 헤아려야 할 경우의 수가 하나 더 생긴 셈이었다.

“너도 다 섰고 내 거도 다 젖었는데.”

“그러게 다 됐는데 우린 안 맞는 거 아냐?”

“네가 뭘 잘 몰라서 그래.”

“내가 뭘 모르는데.”

픽픽 웃음이 터졌다. 슬쩍슬쩍 공격을 해봤지만 그녀는 틈도 없이 철통 방어를 했다.

따뜻한 물이 넘치는 여성의 늪지 속으로 파묻히고 싶어 연방 좆이 꿈틀거린다. 솔직한 심정으로, 들어가고 싶어 미칠 거 같은 건 그였다.

부드러운 저 살덩이를 헤쳐 열어 이 흉측한 기둥을 죄다 파묻어버리고 싶다. 그리고 저 작고 좁은 보지 내벽이 뭉개져라 흔들어, 과도한 자극에 아프기까지 한 좆을 마찰하고 싶었다.

“안 될 거 같으면 못 하는 거지, 뭐. 네가 좁은데 가당키나 하겠어?”

“너는 할 수 있잖아.”

“난 너랑 안 잘 건데.”

“안 속아.”

“그러니까 용 써봐. 손가락만 넣는다고 다 돼?”

슬쩍 힌트를 주자 그의 검지를 당기어 제 질 구멍 안으로 꾸욱 집어넣는데 이젠 정말 한계였다. 만져달라는 그녀를 거절할 명분을 못 찾겠다. 선오는 중지까지 보태어 뜨끈뜨끈한 점막을 활짝 젖혀 열곤 손마디를 꺼덕거리며 위로 올려치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이리저리 교차하며 짓치자 작은 몸이 하릴없이 탁, 탁 튀어 오른다.

젖통이 출렁거리는데 무게감이 느껴져 아파 보이기까지 했다. 다른 한 손으론 쿵, 쿵 내려앉는 가슴 한쪽을 받쳐 들었다.

그러자 더욱 편하게 다리를 벌려 음부를 맡긴다. 손가락 마디를 몽땅 넣어 씹질을 하고 있는 탓에 손바닥 안으로 음모가 수북하게 들어왔다. 털 끄트머리는 그새 애액으로 젖어 뭉쳐 있었다.

“으응, 아! 아앙! 선오, 야아. 아!”

좁은 질폭을 넓히기 위해 보다 빠르게 드나들어야 했다. 속살이 좌우로 벌어질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애액이 쏟아진다. 남성의 생식기와 합쳐지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점액. 이만하면 결합에는 큰 문제가 없을 거 같긴 한데.

“눈물 한번 쏙 빼봐야 정신이 들지. 발랑 까져가지곤.”

“괜찮, 아흐! 아!”

흡사 길이 제대로 나지 않은 통로를 개척하듯 손가락을 추어올리며 성기가 들어갈 공간을 확보했다. 조금 틈을 보인다 싶으면 다시 좁아지고, 속을 닫는다. 어떻게 이어져도 버거운 교합임은 분명했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틈을 타 삽입을 시도하는 게 나을 성싶었다. 강한 수축력에 이를 악물 새도 없이 질벽을 마저 벌리고 지체 없이 페니스를 올려 꽂았다.

울퉁불퉁한 질 점막을 밀고 진입하자 짓눌린 내벽이 머금고 있던 물기를 뱉어냈다.

그를 감싸오는 그녀는 생각보다 훨씬 따뜻하고 촉촉했다. 선오는 가슴 깊이 찌르고 들어오는 자극에 이를 악물었다.

“아흐응, 아앙! 어디까지 먹었, 어?”

“후, 더 들어가야 해.”

엉덩이를 찰싹 내리치자 그녀가 본능적으로 허리를 돌리며 주저앉는다. 제대로 먹겠다는 의지였다. 지붕이 큰 귀두 대가리가 이윽고 쑤욱 안으로 잡아먹혔다.

“아, 아아! 앙!”

찔꺽, 반도 채 들어가지 못하고 진입이 가로막힌다 싶더니 그것도 잠시, 원기둥이 뿌리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안으로 사라졌다.

“씨발.”

죄다 못해 자지가 터질 듯한 질압에 절로 욕지거리가 터졌다. 급격한 발진이었다. 아래서 위로 올려 꿰이니 서원이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해 바동거린다.

“이래도 좋아? 어?”

선오는 팔딱거리는 그녀의 몸을 받쳐 안고 천천히 소파 위로 눕혔다.

성기를 품어 불룩하게 튀어나온 그녀의 아랫배를 빠르게 쓰다듬었다. 서로를 위해 필사적이었다고 해야 맞겠다.

움직이면 아프다고 그를 잡고 쥐어뜯으면서, 또 그가 멀어질까 부여잡는다.

어떤 자세를 해도 이물감이 멎지 않는지 두 다리를 개구리처럼 활짝 벌렸다. 의도치 않게 보지 전체를 보여주는데 거짓말처럼 시선이 뺏겼다.

늘어져 있는 소음순이 자지에 들러붙은 모양새 하며, 그녀의 젖꼭지처럼 튀어나온 음핵까지. 갈색 보지에 붉은 과육과 같은 클리토리스는 색의 대비가 명확해 음란함을 더했다. 흰 피부 안쪽에 꽁꽁 숨겨진 치부, 이건 정말이지 생각도 해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곱슬곱슬한 음모가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는 음부는 원초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새삼 그녀가 그의 자지를 보며 감탄하던 것이 이해가 갔다.

“후으… 으응, 좋, 아. 좋아.”

한결 적응이 되는지 숨이 잦아든 그녀가 그를 빤히 올려다본다.

“네 보지는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

“안, 힘들어. 하읏, 응, 하나도 안 아파.”

“뻥치네. 근데 너 왜 울어.”

“몰라도 돼. 깊은 뜻이, 흣, 있어.”

“웃기고 있네.”

어찌 들어갔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작은 구멍이 그를 품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자지 뿌리만 삐죽 튀어나온 구멍은 내용물을 다 담지 못해 흘러넘치는 작은 꿀통 같았다.

맞지 않는 콘돔을 입은 듯 밀착된 내벽이 페니스를 압박하며 억눌러왔다. 힘을 풀라고 엉덩이를 툭툭 쳤지만 그게 마음대로 될 리가 없었다. 흉악하게 생긴 성기가 들이닥치다시피 쳐들어가 제 자리인 것처럼 눌러앉았으니 좁고 여린 보지가 그를 반길 리가.

곧 찢어진다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질구를 열어젖혔는데 어째 그녀는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이제 해줘.”

“뭘.”

“그… 왔다 갔다.”

언뜻 보면 그가 이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를 쥐락펴락하는 건 이 쪼그만 신서원이라는 게 어이가 없었다. 순진한 얼굴로 사람 혼을 다 빼놓는다.

“가슴도, 하으, 읏 빨아, 줘. 으응! 키, 키스….”

“너 하는 거 보고. 잘하면.”

잘하라는 말에 더욱 다리를 너르게 벌려 보지를 보여주는데 아주 요부가 따로 없다. 애액을 머금어 축 늘어진 음모까지 쓸어, 페니스를 먹은 보지 구멍을 보여준다. 그 광경에 눈을 떼지 못하자 통통하게 살찐 클리토리스까지 남김없이 보라는 듯 디밀었다.

“하여튼 너는.”

“이제 해, 줘.”

그것만큼은 쉽게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선오는 괴이한 다짐을 하며 페니스를 흔들기 시작했다.

“응, 아, 아앗, 선오, 야. 흐응.”

왕관을 쓴 듯 넓둥근 귀두가 점막을 관통할 때마다 겁을 먹은 속살이 자지를 빨래 짜듯 쥐어짰다. 그 타격을 오롯이 받는 성기가 뜨끈뜨끈 열을 내며 내벽을 가른다.

분명 견디기 힘들 텐데, 참아낼 거라 각오라도 하는 듯 그녀가 눈을 반쯤 감았다. 추삽질의 반동에 몸이 흔들리면서도 살짝살짝 아랫입술을 깨무는데 그 모습이 심히 야했다.

발가락이 곱아들었다가도 쫙 펴지고, 구멍 근육을 콱 조였다가도 벌렁거리며 풀어 주어, 들락거리는 기둥을 만끽한다. 저 나름대로 자지 맛을 보는 데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보지 아프면 말해, 뺄 거니까.”

“아앙, 으응, 싫, 어. 아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추삽질에 신음이 거세졌다. 추켜올리는 허릿짓에 가속이 붙었다. 아니 사실, 제어가 되지 않아 그 역시도 미칠 지경이었다. 성감대가 다닥다닥 밀집되어 있는 귀두가 사정없이 문대어지는데 눈알이 다 얼얼했다. 명백한 쾌감이었다.

“아! 흣, 문선오, 자, 지, 따뜻, 아앗, 앙!”

미친놈처럼 허리를 짓치던 그가 돌연 속도를 늦추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그녀가 괘씸했다. 그를 홀려 이성을 쏙 빼놓고 정작 그녀는 비음을 터트리며 들락거리는 성기를 한창 음미하고 있다.

좆을 느끼는 데 혈안이 된 그녀에게로 고개를 숙여, 가누지도 못하는 목덜미를 보듬고 정신을 돌려놓았다. 슬며시 뜨는 두 눈가에 달뜬 눈물이 흥건하다. 사실 그녀의 촉촉한 두 눈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물론 그리 말해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신서원.”

“하으, 선오, 야아. 아!”

잔뜩 재미를 보고 있는 보지는 마찰액이 시허옇게 묻어 벌써 불순물이 꼈다. 조금만 더 찔러주면 허연 포말이 흘러내릴 태세였다.

그 와중에도 놔주지 않겠다, 꽉 구멍을 조여 닫는데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움찔움찔, 경련하듯이 물어대고 기둥을 마사지하듯 사방으로 쥐어트는 내벽은 분명 쾌감의 징조였으나 괜히 얄미워 물었다.

“신서원, 빼?”

“빼지 마아, 안 돼. 흐윽.”

“네가 하도 좁아서 다칠 거 같은데.”

“아, 으흣, 아니야. 빨리 흔들어, 줘, 아응.”

“하여튼 너는 대체…!”

힐난하는 목소리로 채찍질하자 단단하게 버티고 선 그의 팔뚝을 움켜잡는다.

학창시절 내내 농구며 검도며 온갖 운동으로 다졌던 남다른 근력을 신서원과의 섹스에서 유용하게 써먹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선오야, 아앙, 앗, 기분, 좋, 아, 흐, 아!”

“못 믿겠는데.”

“보지 기분 좋, 아, 하읏! 나 빨리, 빨, 리!”

꼬들꼬들한 유두를 꼬집어 비틀었다, 젖통을 억세게 움켜쥐자 일순 기둥을 빠드득 조인다.

“아앙!”

교성이 한층 격해진 것도 그때쯤이었다.

선오는 성기를 물어뜯는 내벽을 무참히 갈라 지르며 안까지 마구 돌진했다. 처음부터 너무 깊이 찌르면 버티기 힘들까 싶어 조절을 해보려 해도 그녀의 몸부림이 자꾸 이성을 앗아갔다.

무의미한 걱정이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서원이 손을 뻗었다. 슬쩍 고개를 더 기울이자 날름 목을 끌어안는다.

“누가, 흣, 안으래.”

“조, 좋아해. 선오야. 좋아! 아!”

자궁문을 두드리던 성기가 더욱 깊고 으슥한 지점에 자리한 지스폿을 향해 뻗어갔다.

자궁경부를 지나, 길고 큰 남성의 성기만이 진입 가능한 음부 속 은밀한 공간. 그는 그곳을 무참히 뚜들겼다.

선오는 개처럼 자지를 처박은 채 난잡하게 엉덩이를 흔드는 데 열중했다. 돌리고, 휘젓고, 흡사 흘레붙는 짐승처럼 페니스를 찍어댔다. 질질 싸대는 보짓물이 거품처럼 흐를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한 번에 거대하게 방출될 오르가슴을 위해 그 반복적인 행위를 지치지도 않고 거듭했다. 앙앙대던 그녀의 교성도 짙어지는 쾌감에 점점 발음이 뭉개지기 시작했다.

꼴딱꼴딱 숨이 넘어가는 그녀를 보면서도 자궁경부를 문지르고 속살을 두들기며 양껏 자지를 퉁겼다. 아앙, 앙앙, 마구 질러대는 교성에 성대가 다 아프진 않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운다. 신음마저 그녀를 닮아 간드러지고 야해 빠졌다.

코까지 맹맹해진 주제에 또 맛있다고 다리를 벌리는데, 그 아양에 넘어가버린 그가 추격전을 벌이듯 빠르게 성기를 꽂아댔다.

고지를 향해 깃발을 내리꽂듯, 깊고 사나운 추삽질이 악착스레 이어졌다.

끝내 발발 떨며 침을 흘려대는 그녀의 머리를 끌어안고, 뜨겁고도 깊은 그곳으로 귀두를 갖다 박았다.

“아아앙!”

절정은 거대한 화산처럼 한꺼번에 폭발했다. 불덩어리가 온몸을 타고 다니며 들끓음과 동시에 쭉쭉 분사되어 나가는 정액이 보지 속을 휘적시기 시작했다.

절정의 집약체이자 이 교접의 끝을 알리는 신호탄. 남은 건, 풍파처럼 몰아치는 오르가슴의 소용돌이를 온몸으로 버티는 일뿐이었다.

끌어안고 있던 그녀를 떼어내고 허리를 일으키는데, 벌겋게 달아오른 클리토리스가 움찔거린다 싶더니 이내 요도구가 열리고 서원이 노란 액체를 뻐끔뻐끔 지리기 시작했다.

페니스는 여전히 처박힌 상태로 파정에 한창이었다. 배뇨는 사정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빠른 그의 속도를 따라오느라 울며불며 눈물을 쏙 뺐지만 결국 도착은 함께 한 것이다.

“후… 신, 서원. 너.”

“후으, 아아.”

처음 접하는 쾌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쫄쫄쫄 소변을 보는데 하릴없이 아랫배가 씰룩거렸다. 그가 토하는 정액을 받아먹으면서 오줌을 싸는데, 어찌 자의로 해볼 수 없다는 듯 사타구니 근육이 후들거리며 요동치기 바빴다. 소변을 내보내느라 자지를 죄고 있던 구멍에 힘이 풀리는 것 또한 느껴졌다.

“보지, 마아, 흐읏.”

“왜. 보라고 들이밀 때는 언제고.”

“그건… 아흐응….”

보지 말라고 손을 뻗는 서원을 저지시켰다. 바늘구멍 같은 요도가 벌름거리며 노란 물을 쏘아 보내기를 한참이었다. 음핵이 두툼한 만큼 요도 입구가 유독 크고 넓게 벌어지는데, 틈새를 비집고 방뇨하는 그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오줌을 뿜어내느라 볼록거리고 있는 클리토리스를 문질러주자 그녀가 조그마한 제 손을 물어뜯는다. 접하지 못했던 종류의 오르가슴인 게 분명했다. 작지만 성감대가 밀집된 알맹이, 오르가슴의 극치로 몸을 뒤틀기까지 한다. 오줌발이 거세지는 걸 보니 상당량의 자극이 더해진 게 분명했다.

“앙! 아아!”

노란 물이 자지를 적시고 그의 치모까지 죄다 더럽혔다. 와중에 칙, 쏘아지는 굵다란 오줌 줄기가 그의 복근을 축인다. 물총처럼 분출물을 쏴대면서도, 몰아치는 오르가슴을 감당하느라 넋이 나가 입을 다물지 못하는데 그 새로 얄팍한 신음이 끝없이 이어졌다.

울긋불긋한 얼굴, 한껏 느끼는 눈가, 벌어진 입, 쾌감에 못 이겨 하릴없이 들썩거리는 입술, 선오는 그녀의 표정을 감상하느라 저도 모르게 얼이 빠져 있었다.

“아앙, 아아…, 아흐으….”

바지며, 드로어즈며 젖지 않은 곳이 없었다. 셔츠는 물기가 뚝뚝 떨어졌다.

섹스를 하다 절정에 다다른 것도 부족해 배뇨까지 했다. 그로 인한 자괴감인지, 아니면 미안함 때문인지 다시 눈물 바람이다.

“미, 안. 미안, 선, 오야. 나도 모르게, 너무 느껴서… 내가 소파 다시 새로….”

“키스, 하고 싶다며.”

“응?”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들었다는 듯 귀를 쫑긋거렸다. 음부가 마지막 소변 방울을 털어내느라 부르르 떨었다.

“나 잘한 거야? 너도 좋았어?”

나만 좋았던 게 아니냐 귀를 쫑긋거리며 묻는다.

“뭐. 약속은 했으니까 상은 줘볼까 해.”

좋아 뒈질 뻔했다고 솔직히 말해주지 않았다. 눈치를 보는 그녀가 일으켜 달라 손을 뻗었다. 선오는 땀에 흠뻑 젖은 그녀의 허리를 일으켜 안았다. 그러자 확 안겨 오는 서원이 이때다 싶어 입을 맞춰왔다.

순순히 입을 벌리고 두꺼운 혀를 와락 밀어 넣었다. 좁은 입 안이 미어터지도록 욱여넣어 혀를 빨았다. 오줌 냄새와 음탕하고도 짙은 정액 냄새가 올라왔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섹스는 만족스러웠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다시 성욕을 증폭시킬 만큼 여운은 맹렬했다.

키스를 하는 중에도 두 번째 섹스를 준비하는지 그녀가 연신 골반을 흔들며 페니스를 비벼댔다. 이번엔 올라타서 할 심산으로 그를 밀어 눕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요물에게 단단히 홀린 게 틀림없었다.

8년, 그녀와 함께 할 시간이 그렇게 오랫동안 이어질 줄은 그때는 생각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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