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뜻밖의-
“태백성을 알고 있었다고요?”
마당 안에 들어선 진십삼은 대청 안에 앉을 새도 없이 회랑 아래에서 바로 물었다. 정교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본 거예요?”
진십삼의 물음에 정교랑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왜 말하지 않았어요?”
진십삼이 또 물었다.
“아무도 안 물어보던걸요?”
정교랑이 대답했다.
진십삼은 복잡한 표정으로 정교랑이 진지하게 대답하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는 정교랑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웃음이 나오려고 했지만, 웃어서는 안 되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안 물어보던걸요.
“이렇게나 큰일을……. 조정에 바로 알렸어야죠.”
진십삼이 감탄하며 말하자 정교랑이 진십삼을 바라보았다.
“진 공자, 천문 현상에 관한 일은 길흉을 예측하는 일이라, 굳이 묻지 않는 한 먼저 말할 수는 없어요. 사천대나 태사령처럼 천문 현상을 관측하는 게 일인 사람들을 제외하고요.”
지금 화난 건가?
진십삼이 잠시 흠칫했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 그랬군요. 제가 그것까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혹시 화난 건 아니죠?”
“화 안 났어요.”
정교랑이 대답했다. 진십삼이 미소를 지으며 정교랑을 쳐다보았다.
“낭자가 태백성을 보고도 말하지 않은 것을 탓하려고 한 말은 아니고, 그저 감탄한 겁니다.”
진십삼이 웃음기를 거두고 다정하게 말했다.
“이번에도 낭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또 뜻밖의 일에 휘말리게 된 것에 대해서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또 뜻밖의 일에 휘말리게 되었다고?
반근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역시, 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이 생각이 뇌리에 스치자마자 반근은 흠칫 놀랐다.
내가 왜 역시라고 했지?
“무고하게 어떤 일에 휘말리는 경우는 없을 거예요. 다 그에 따른 이유가 있을 테니까.”
정교랑이 미소 띤 얼굴로 말하자 진호가 웃었다.
“낭자가 한 그 말이 충분한 이유가 되겠네요.”
“말하는 이에게 의도가 없어도, 듣는 자가 마음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니까요.”
정교랑이 대답했다.
예전에 아씨와 군왕 전하께서 나누시는 대화도 못 알아들었는데, 이제는 진 공자님과의 대화도 알아들을 수가 없네.
반근이 미간을 찌푸렸다.
“들어와서 얘기해요. 날씨가 좋지 않네요. 곧 비가 내릴 거예요.”
정교랑이 진호에게 안쪽으로 들라는 손짓을 했다.
날씨가 좋지 않다고?
반근과 진호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바람도 불지 않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는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쬈다.
“아, 그럼 저는 햇볕 아래 널어 둔 혼례복을 걷으러 갈게요.”
반근이 서둘러 몸을 돌리고 자리를 떠났다.
아씨께서 비가 온다면 꼭 올 거야.
혼례복이라…….
진호는 잠시 멈칫했다가 시선을 거두고 대청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실 이번 일은, 폐하께서 태백성이 하늘을 지나갔다는 말을 입에 올리신 순간부터 낭자와 연관된 일이 되었습니다.”
자리에 앉은 진호가 고개를 들고 정교랑을 쳐다보았다.
그날 찬합을 받고 마당을 떠난 뒤로, 진호는 정교랑을 다시 보게 될 때 뭔가 다른 느낌을 받으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정교랑을 마주한 지금 진호는 자신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고 느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듯, 두 사람의 관계는 여전히 예전과 똑같았다.
맞아, 변한 건 없어. 예전과 똑같아.
이것 봐, 역시나 또 어떤 일에 휘말리게 되었잖아?
“월식 전에 폐하께서 진안 군왕을 시켜서 낭자에게 물어보라고 했다던데요?”
진호가 물었다.
“맞아요. 월식이 있었냐고 내게 물어봤었어요. 그건 별로 특별한 게 아니죠. 월식은 누구나 계산해낼 수 있는 거니까요. 나만 알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정교랑의 대답에 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월식이야 흔한 것이니 문제 될 건 없어요. 다만, 낭자에게 물었다는 게 중요하죠.”
진호가 정교랑을 쳐다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진안 군왕이 낭자에게 물어봤다는 건, 누구나 알아도 되고, 알 수도 있는 일이에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물었는지는 오직 낭자와 진안 군왕 둘만 아는 게 되죠.”
“황후마마께서 후궁의 모든 일을 관장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폐하께서 황후마마의 말씀을 귀담아듣고 계신 듯합니다. 안비가 황자를 잃어도 폐하께서 안비에 대한 총애를 거두지 않고, 매일 안비궁에서 침수에 드시는 것도 황후마마의 조언 때문이라고 하고요.”
보고를 들으면 들을수록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안색은 점점 더 잿빛으로 변했지만, 고능준의 표정은 담담했다. 방 안의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보고하던 사람은 차마 고개를 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궁에 있는 사람은 모두 황후마마의 사람들이고, 태후궁에 있는 자들도 어느 쪽 사람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 여인, 참으로 잽싸게 움직이는군. 잠깐 사이에 사람을 전부 바꾸다니, 폐하의 의심을 살 걱정은 하지도 않나?”
고 관인의 말에 보고하던 사람이 고개를 살짝 들고 조용히 대답했다.
“사실 근래에 바꾼 건 아니고, 어느 순간부터 바꾸기 시작한 듯합니다.”
뭐라?
고 관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벌써 태상예원(太常禮院: 관직명)을 시켜 관까지 짜 놓고 부장할 물건까지 정리해 두었던 그 황후가? 곧 숨이 넘어갈 듯했던 그 여인이 어찌 후궁을 관장하게 됐단 말인가!
웃기지도 않은 소리!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
태후와 귀비가 두 눈 똑바로 뜨고 살아있거늘, 어떻게 그게 가능하냔 말이야!
“그럴 리가 없기는. 본디 사람을 죽도록 물어뜯을 수 있는 개는 바로 죽은 듯이 구석에 숨어 지내던 개다. 황후마마께서 이번 한 번을 물어뜯기 위해 얼마나 오랜 세월을 숨죽이고 살았을지 생각하면 참으로 탄복할 일이지.”
고능준이 평온하게 말했다.
“이건 절대 황후마마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황후마마께서 엄청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일이거나, 절대로 실수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지 않은 한 황후마마께서 이런 일을 벌이실 리가 없습니다.”
막료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엄청난 이득? 귀비를 없앨 수 있는 게 가장 큰 이득이겠지. 이참에 태후까지 쓰러트리면 황후가 황궁에서 가장 존귀한 여인이 될 테니. 평왕이 제위에 오르게 되면, 태후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은 지금의 황후밖에 없을 것이야.”
고능준이 말했다.
귀비는 정실 황후는 아니지만, 황제의 친모로서 태후에 책봉될 자격이 충분했다.
황제의 생모라는 명분이 있고, 고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세력이 받쳐 주는 데다, 이미 성년이 된 황제까지 있으니, 황후만 죽어 준다면 태후의 자리는 바로 귀비의 것이 될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상, 귀비가 태후에 봉해질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 셈이고, 심지어는 폐비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게 뭐 어떻다고요? 귀비가 없어지면, 평왕이 황후를 어미로 모시기라도 한단 말입니까?”
고 관인이 소리쳤다.
“그럼, 평왕이 황후를 모친으로 섬기면 안 되기라도 한다는 말이냐!”
고능준이 눈을 부릅뜨고 호통쳤다.
“그렇게 되면 황후는 모양새만 어미가 되는 꼴 아닙니까. 황제의 생모를 모함한 원한까지 있는 마당에, 참 마음 편히도 태후 자리를 지키겠…….”
고 관인이 입술을 삐쭉이면서 투덜댔다. 고능준이 고 관인을 향해 침을 뱉으면서 그의 말을 끊었다.
“모양새! 모양새가 뭐 어때서? 옥좌도 모양새가 아니더냐!”
그렇긴 한데.
수렴청정을 받은 황제는 많았다. 전 왕조의 태후는 장장 이십 년 동안 수렴청정을 했으니, 옥좌에 앉은 황제는 꼭두각시처럼 모양새만 지키는 장식에 불과했다.
“왜 황후가 마음 편히 못 지낼 것이라 생각하느냐? 평왕의 친모도 음해할 수 있는 황후가, 평왕이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도록 가만히 놔둘까? 황후가 평왕에게 효행과 천륜의 도를 들먹이면 무슨 일인들 못 해내겠느냐. 그리고 같은 이유로 얼마든지 평왕의 앞길을 막을 수 있느니라.
황후가 절대 실수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었던 건, 만천하 사람의 입 때문이겠지.
안비의 황자가 죽었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죽은 그 황자가 하늘이 점지한 태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평왕이 제위에 오르더라도, 세상 사람들은 평왕이 죽은 태자보다 못한 황제라고 생각할 것이고, 평왕은 대의명분이 불분명하고 하늘의 이치에도 어긋나는 황제라고 생각할 것이야.”
고능준이 말했다.
훗날의 태후가 과연 그런 황제를 두려워할까? 아마 태후는 그런 황제를 앞에 세워두고 속 편하게 조정을 쥐락펴락하겠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바로 사람들의 입이다.”
고능준이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감탄했다.
황후, 참으로 잘 짜인 바둑판을 만드셨소.
“이게 다 그 빌어먹을 태백성 때문이 아닙니까! 분명히 그것 때문에 모든 게 틀어진 겁니다!”
고 관인이 씩씩대며 소리쳤다. 고능준이 헛웃음을 지었다.
“꼭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다. 태백성이 꼭 안 좋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
“지금 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이게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까?”
고 관인이 눈을 부릅떴다.
아버지께서 정말로 화가 나서 미쳐버리신 건가?
“일이 이 지경이 됐다고 한들 뭐 어떠냐. 바둑판이 잘 짜여 있을 뿐, 아직 승패가 갈린 건 아니야. 황후와 진안 군왕이 정씨를 매수해서 태백성으로 우리를 위협한다면, 우리도 똑같이 태백성으로 그들을 공격해야지!”
고능준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아버지, 그렇다면 이번 일은 그 세 사람이 협심해서 만들어 낸 겁니까? 만에 하나 그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떡하죠?”
“인정하지 않아?”
고능준이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언제부터 이 세상의 모든 잘못이, 당사자가 인정해야만 잘못이 되었느냐?”
고능준이 웃음기를 싹 걷어냈다.
“그리고 이미 정씨가 그날 근정전에서 황제에게 자신도 태백성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말은 곧, 태자가 위태로워질 거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진호가 차를 한 모금 음미하고 물었다.
“이 차는 뒷마당에 심었던 그 차나무로 만든 겁니까?”
정교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호가 씩 웃고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때 근정전에서, 낭자는 태백성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정교랑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진호는 스스로 이어서 말했다.
“알아요, 나도 알아요. 낭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나도 안다고요.”
정교랑이 진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낭자는 아는 거라면 꼭 말하고, 알지 못한다면 말하지 않는 사람이죠. 아는 것이라면 말 못 할 것이 아니니 묻는 자가 있다면 필시 답할 거라는 것도 압니다. 누군가가 낭자에게 청을 했을 때, 낭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기꺼이 응한다는 것도 잘 알아요.”
진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맞아, 낭자는 바로 그런 사람이야. 어떤 면에서 보았을 때는 무시무시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다른 쪽에서 이 여인을 본다면, 사실 이 여인은 너무도 단순해서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는 갓난아기 같아.
“그래서 그자가 낭자를 이용했다는 거예요. 어쩌면 진안 군왕은 낭자에게 월식이 있을 거냐고 물어본 그 순간부터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 예상했을 겁니다.”
진호가 말하자, 정교랑이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이 내게 태백성에 관해 물어본 적은 없어요.”
진호가 세차게 고개를 젓고는 눈썹을 세우며 말했다.
“낭자에게 태백성에 관해 물을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요. 그자한테 필요했던 건, 낭자에게 물어본다는 그 행동입니다.”
진호가 냉소를 지었다.
“그자가 간사하다는 점이 바로 이겁니다. 진안 군왕은 낭자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어요.”
“폐하, 신 폐하께 주청을 올릴 일이 있사옵니다!”
황궁에서 열리는 대조회에서 또 한 명의 대신이 앞으로 걸어 나와 홀판을 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래, 마음껏 올리거라. 며칠간 고능준의 탄핵을 주장하고, 귀비를 폐비시키라는 상소문이 눈처럼 쌓이겠구나.
그래, 어디 한 번 실컷 주청을 올려 보아라. 이참에 고능준의 편에 선 자가 얼마나 많은지, 짐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아야겠다.
고씨 가문과 귀비가 안하무인으로 제멋대로 굴더라도, 짐에게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방관하는 거라고 비웃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을 멍청한 꼭두각시로 보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정 그렇게 화가 난다면, 어디 한번 평왕까지 죽여 그 황자에 대한 대가를 치러 보든지요?
할 수 있습니까? 예? 그럴 배짱이 있냐고요?
그럴 배짱이 없겠지요! 황제에게는 다른 황자가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우리가 이렇게 황제를 비웃을 수 있는 겁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수히 많은 사람의 비아냥과 비웃음이 황제의 귓가에 환청처럼 들려왔다.
황제는 저도 모르게 손을 세게 주먹 쥐었다. 손이 점점 떨려오고, 눈앞이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다.
“폐하.”
내시가 황공한 기색으로 조용히 황제를 불렀다.
시끄러운 비웃음 소리가 멀어지고, 시야도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황제는 깊은 심호흡을 하며 미친 듯이 뛰는 가슴을 가라앉혔다. 황제가 손으로 이마를 꾹꾹 누르고는 눈꺼풀을 움직였다.
“말하거라.”
“폐하, 태백성에 관하여 철저한 조사를 청하옵니다.”
홀판을 든 대신이 목청을 높였다.
암, 철저히 조사해야지. 귀비와 고능준 등이 어떻게 사천대와 내통했는지, 천문 현상에 관한 참언 따위로 혹은 다른 무언가로 황실의 자손을 음해했는지 제대로 알아내야지.
황제가 속으로 말했다.
“진안 군왕과 강주 정씨 여인이 영악한 마음을 품고 태백성에 관한 일을 고의로 은닉한 것에 대한 조사를 청하옵니다.”
대신의 말이 이어서 들려왔다.
뭐라고?
진안 군왕? 강주 정씨?
근정전 안에 서서 대신의 주청을 듣고 있던 진소의 안색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결국, 또 그 여인이 연루된 일이 되는군. 할 줄 아는 게 너무 많아도 골치가 아픈 법이지.
황제도 놀랐는지 등받이에서 살짝 몸을 뗐다가 아직도 말이 끝나지 않은 대신을 보면서 냉소를 지었다.
고능준 패거리의 반격이 시작되었구나. 드디어 올 게 왔어.
황제의 입가에 걸렸던 희미한 냉소가 사라졌다.
“정씨 여인이 일식과 월식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 태백성을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있겠습니까?
태백성은 월식 전에 일어났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폐하께서 월식이 있기 전에 진안 군왕을 시켜서 정씨에게 물어보라고 하셨다지요? 그런데 그때 왜 정씨는 월식 전에 보았던 태백성을 폐하께 보고하지 않았을까요? 정씨가 태백성을 몰랐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어제 근정전에서 폐하와 문답을 할 때 분명히 보았다고 대답했으니까요.
폐하께서는 귀비만 태백성을 알고, 폐하를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신은 폐하를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이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 누군가가 태백성에 관한 일을 고의로 은닉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철저히 조사해 주십시오. 귀비, 진안 군왕, 정씨 중 누가 먼저 태백성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를요.”
누가 먼저 알게 됐든 간에, 황제 폐하조차 몰랐던 일이란 말입니다!
대신의 말이 끝나자, 대전 안에 정적이 흘렀다.
황제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천천히 말했다.
“여봐라, 진안 군왕과 정씨를 불러오너라.”
“사실 따지고 보면, 이번에 우리의 살길을 만들어 준 사람은 바로 진소군. 그날 진소가 황제가 정씨를 불러오는 것을 막아 준 덕분에 우리에게 기회가 생긴 것이야. 살다 보니 진소에게 고마워할 날도 생기네그려.”
고능준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방 안의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평왕 쪽에는 말을 전했느냐? 황제에게 상소문을 올리긴 했고?”
고 관인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오늘 조회가 끝나면 폐하께 상소문을 올린다고 했습니다. 벌써 입궐했고요.”
고능준이 한숨을 쉬었다.
“우리가 손을 쓸 수도 없을 정도의 바둑판을 놓은 사람들이 그 세 사람이었을 줄이야.”
고능준이 감탄했다.
“그러게 제가 일찍이 진안 군왕 그놈을 없애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고 관인이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난들 없애려고 하지 않았는 줄 아느냐.”
고능준이 고 관인을 흘겨보고는 냉소를 지었다.
“예전에는 그놈이 항상 운 좋게 살아남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들은 우리의 행동을 계산해서 대적해 왔던 거였어. 우리가 그놈을 해치우고 싶지 않아서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게 아니라, 우리는 그놈을 해치우지 못한 거란 말이다!”
이래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계산을 한다는 게지. 아무도 얕봐서는 안 돼.
“우리가 얕본 거다.”
고능준이 탄식했다.
몹시 화나는 일이긴 하지만, 아직은 괜찮아.
“아직 기회가 있으니, 이번에는 꼭 그놈을 해치워야 한다.”
고능준이 손에 쥐고 있던 찻잔을 탁자 위에 세게 내려놓았다. 고 관인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정씨도요. 그때 덕승루에서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그 계집의 숨통을 끊었어야 했는데.”
고능준이 고 관인을 쳐다보았다.
“너도 여기서 놀고 있지만 말고, 입궁해서 평왕을 지켜보아라. 또 그들이 운 좋게 빠져나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돼. 황후가 또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고 관인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럼 저는 어머니와 함께 태후를 뵈러 가겠습니다. 황후가 대외적으로 태후께서 앓아누우셨다고 했으니, 우리의 병문안을 막을 수는 없겠지요. 우리 고씨 가문이 태후를 뵈러 가는 것조차 막아선다면, 우리는 황후가 태후를 해쳤는지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하, 전하.”
내궁 안.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평왕을 내시가 다급하게 붙잡았다.
“무엄하도다! 본왕이 가지 않겠다면, 가지 않는 것이니라!”
평왕이 돌연 걸음을 멈추고 눈썹을 치켜뜨며 내시에게 호통쳤다.
“전하, 어찌 안 가보실 수가 있습니까?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내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일이 본왕과 무슨 관련이 있다고! 본왕이 그 일과 무슨 관련이 있는데! 본왕이 바로 피해자다! 본왕이 바깥에서 무슨 취급을 받는지 아느냐!”
안비가 잃은 그 잡종 놈이 하늘이 점지한 진정한 천자고, 나는 가짜라고 하더구나!
내가 가짜라고! 내가!
이렇게 똑똑하고 유능한 내가! 황제 폐하의 피를 물려받은 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그 잡종이 죽었다는 이유만으로 만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그런데도 본왕더러 죄를 인정하러 가라고? 본왕이 웃음거리가 된 것으로는 모자라더냐?”
평왕이 내시의 멱살을 거머쥐며 이를 악물고 읊조렸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요. 전하, 이건 귀비마마를 위한 일입니다. 전하의 생모요.”
내시가 다급하게 말했다.
“귀비가 본왕의 생모이기 때문에, 본왕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 게야! 귀비는 할 일도 없으면서, 허구한 날 궁을 싸돌아다니며 뭘 하고 다니는 게냐? 툭하면 본왕더러 자기를 만나러 입궁하라고 하질 않나. 그날도 본왕이 입궁하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만약 그날 입궁했다면, 분명히 본왕까지 그 일에 연루됐을 거란 말이다!”
평왕이 눈을 부라리고 내시의 얼굴에 침을 잔뜩 튀기며 소리쳤다. 그러더니 씩씩대면서 내시의 멱살을 놓고 힘껏 밀쳐 버렸다.
바닥에 고꾸라진 내시는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렸으나, 찍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게 다 귀비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본왕을 사람 취급한 적이 없었어. 맨날 아둔하다고 구박하고, 그 바보와 비교하고. 이젠 그 바보가 없어졌더니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그 잡종과 본왕을 비교해? 귀비의 눈에는 본왕이 그 고깃덩이만도 못하다는 거겠지!”
평왕이 이를 부득 갈고는 성큼성큼 궁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른 내시들이 서둘러 평왕의 뒤를 쫓아갔다.
“전하, 이대로 가시면 안 됩니다, 전하, 이건 다 효를 위함입니다.”
또 다른 내시가 조용히 말하면서 아예 평왕의 앞을 막아섰다.
“전하, 폐하께서는 효도를 가장 중요시하십니다. 귀비에게 벌어진 일 때문에 폐하께서 귀비를 꺼리실 수는 있으나, 그것이 전하를 미워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전하께서 친모인 귀비를 모른척하신다면, 폐하께서는 필시 전하가 불효자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효도?
평왕이 발걸음을 멈췄다.
“전하, 당초 경왕도 황제께 약을 먹여드리고, 황후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황후께서 좋아하는 꽃을 따 드리면서 폐하의 총애를 받지 않았습니까.”
내시가 재빨리 덧붙여서 설명했다.
경왕!
그 바보?
본왕은 아직도 그 바보와 비교를 당해야 하는 것이더냐!
평왕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가 몸 옆으로 내려뜨린 손으로 주먹을 힘껏 쥐었다.
형님, 형님, 우리 매화 따러 가요.
평왕의 귓가에 까르르 웃는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곧 그는 누군가가 갑자기 자신의 손을 잡아끄는 느낌을 받았다.
평왕이 헉 소리를 내면서 손을 세차게 내쳤다.
“꺼져!”
평왕이 소리쳤다. 평왕의 앞을 막아섰던 내시는 깜짝 놀라면서도, 평왕이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평왕을 붙잡았다.
“전하, 이대로 가시면 아니 되옵니다. 이대로 가 버리시면 필시 폐하의 미움을 살 것입니다.”
평왕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어두웠던 그의 표정에 갑자기 미소가 걸렸다.
“미움을 사? 그래, 본왕이 지금 폐하께 죄를 빌러 가마!”
왜 갑자기 또 간다고 하시는 거지?
내시들이 흠칫 놀랐지만, 평왕은 기분이 항상 오락가락해서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평왕은 몸을 돌려 근정전을 향해 달려갔다.
아이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전하가 가신다고 했으면 된 거야.
내시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서둘러 평왕의 뒤를 쫓아갔다.
염탐을 위해 입궐한 고 관인은 모친과 함께 태후의 병문안을 한 뒤에야 간신히 시간을 내어 혼자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전하는 가셨느냐?”
고 관인이 태후궁 밖에 서서 물었다.
“전하께서 가셨습니다.”
한 내시가 조용히 대답했다. 고 관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어째 어감이 이상한데?
“전하께서 근정전으로 가셨단 말이냐?”
고 관인이 재차 물었다.
“예, 그리로 가셨습니다. 가신 지 한참 되었습니다.”
내시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이제야 어감이 좀 낫네.
고 관인은 옷을 털고 잠시 생각해 봤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가 봐야겠다.”
고 관인이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갑자기 어디선가 눈을 뜨기도 힘들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이 엄청 거세네!”
회랑 아래 서 있던 내시들과 궁녀들이 나지막이 속삭이며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바람이 지나가자, 고 관인은 다시 한번 옷매무시를 정리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좀 전까지 뙤약볕이 내리쬈던 하늘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비가 오겠군.”
고 관인은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같은 시각, 근정전 안.
강풍 때문에 창문이며 문이며 할 것 없이 요란한 소리가 진동하자, 내시들이 서둘러 창문과 문을 붙잡고 섰다.
바람이 지나간 근정전 안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근정전 안의 문답이 끊겨 대전 안이 조용해진 것은, 바람 때문이 아니라 평왕 때문이었다.
황제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탁자를 짚고 있던 황제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대전 안에 서 있던 내시들은 황제의 분노가 하늘에 잔뜩 낀 먹구름처럼 서서히 뭉쳐지는 것이 느껴졌다.
한바탕 폭풍우가 휘몰아치겠구나.
내시들이 속으로 외쳤다.
“뭐라고 하더냐?”
황제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 황제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던 내시가 겁에 질린 채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평, 평왕 전하께서 안비가 자식을 잃은 화가 자신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하늘의 뜻을 바로 하기 위해서 외직으로 보내 달라고 청하였습니다.”
내시가 이마를 땅에 찧으면서 목청을 높였다.
자식을 잃은 화? 외직으로 보내 달라?
진소가 조금 놀란 눈치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고능준이 왜 이렇게 멍청한 짓을 하는 거지? 며칠 전에는 황제에게 대들어 화를 돋우더니, 그것도 모자라서 이젠 평왕까지 들먹이며 황제를 협박한다?
뭐 이렇게 된 것도 나쁘진 않지. 고능준이 멍청해졌든, 돌아 버렸든 간에 나에게는 좋은 일이니까. 그러니 이번에는 기필코 고능준을 파직해야만 해.
그런데 다른 건 차치하고, 평왕이 고능준을 따르며 배운 거라고는 어찌 저런 것밖에 없는지! 저리도 기고만장하고 무례할 수가 있단 말인가! 원래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거늘.
진소가 살짝 고개를 젓고는 바른 자세로 섰다.
“자식을 잃은 화가 평왕 때문이라고? 자신을 외직으로 보내 달라 했다고?”
황제가 내시가 한 말에 한 글자씩 힘을 실어서 되뇌었다. 금방이라도 헛웃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자식을 잃은 화? 외직을 청한다?
짐이 평왕이 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평왕은 그 일이 벌어진 당일에 짐을 찾아왔어야 했어.
그런데 평왕은 진안 군왕이 내궁의 일에 자리를 피하겠다고 물러난 것을 보고, 저도 궁에 들어오지 않았어. 진안 군왕은 군왕이고, 평왕은 친왕인데, 어떻게 같을 수가 있냔 말이다!
폐하, 평왕이 아직 어려서 그렇습니다. 아마 겁먹어서 안 온 걸 거예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분명히 폐하를 찾아올 겁니다.
황제가 황후에게 푸념할 때, 황후가 황제에게 웃으면서 했던 말이었다.
그래. 짐을 찾아올 줄은 알았으나, 이런 식으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토록 오래 기다렸건만, 짐의 뺨을 후려치는 것으로 돌아올 줄이야!
자식을 잃은 화? 외직으로 나가겠다?
짐이 귀비를 용서하지 않겠다면, 네놈은 외직을 빌미 삼아 짐을 협박하겠다는 게냐!
배짱이 있다면 저를 한 번 죽여 보시죠? 저를 경성 밖으로 내쫓아 보세요. 저를 아들로 인정하지 말란 말입니다.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럴 수가 있냐고요! 황실의 자손이 영영 끊기기를 바라십니까?
만천하의 사람들이 짐을 비웃고, 조정 대신들도 짐을 비웃고, 이제는 아들이란 놈까지 짐을 비웃으려 들어?
세간에서 이 일을 어떻게 말하든 간에, 짐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이 일을 숨기고 있다. 대신들도 일부러 내궁의 일은 제하고 탄핵을 주장하는 마당에, 뜻밖에도 아들놈이 짐의 뺨을 후려치고 있구나!
근정전 밖에 꿇어앉아서, 문무백관이 보는 앞에서, 만천하 사람들 앞에서 짐에게 짝 소리를 내며 따귀를 후려쳤어!
황제의 손이 점점 더 심하게 떨려왔다.
“썩 꺼지라고 하여라!”
황제가 고함을 내지르며 자신의 앞에 놓인 탁자를 손으로 엎어 버렸다.
“고정하시옵소서, 폐하.”
문무백관이 허리를 숙이고 황제를 향해 공손하게 예를 표했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울리는 천둥과 함께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제 막 궁문을 넘어선 진안 군왕이 고개를 들었다.
“전하, 어서 이리로 오셔서 비를 피하시지요.”
내시들이 서둘러 진안 군왕을 안쪽으로 안내하려 했다.
“많이 내리는 것도 아니니 괜찮다. 가서 우산을 가져오거라. 나는 먼저 가고 있겠다.”
진안 군왕이 말하고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다급하게 우산을 찾아온 내시들이 우산을 펼치고 진안 군왕의 뒤를 쫓아갔다.
같은 시각, 정교랑을 데리러 온 내시들이 정씨 저택 앞에 도착했고, 정교랑은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있는 그대로 얘기할 셈이죠?”
회랑 아래 선 진호가 옷을 갈아입고 나온 정교랑을 쳐다보았다.
“네.”
정교랑이 대답했다.
“어떨 땐,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했는데도 믿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죠?”
단호한 정교랑의 태도에, 진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네. 마음 써 줘서 고맙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요.”
정교랑이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 진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내디뎠다.
“네, 알아요. 걱정할 필요 없잖아요. 어가까지 데려다줄게요.”
진호가 층계를 내려가려는 찰나, 정교랑이 갑자기 진호의 손목을 잡았다.
“잠시만요.”
얇은 여름옷 위로, 갑자기 낯설고 부드러운 손길에 손목을 잡힌 진호는 순간적으로 온몸이 굳어 버렸다.
어렸을 때부터 장애가 있던 터라, 철이 들고 나서부터 그는 그 누구도 자신의 몸에 손을 댈 수 없게끔 했다. 옷을 갈아입거나 목욕을 할 때도 되도록 자신의 힘으로 해결했다.
주복과 가끔 주먹질을 하며 투닥거릴 때를 제외하고는 지금껏 진호의 손목을 잡았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인은 당연히 더더욱 없었고.
여인의 손은 이런 건가?
부드러운데 힘이 있고, 어딘가 좀 거친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오랜 시간 활쏘기를 해서 굳은살이 박인 거겠지.
낭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내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사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떤 상황이어도, 난 꼭 낭자를 보호하고 지켜 줄 거니까.
진호는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정교랑이 잡아끄는 힘 때문에 다시 층계 위로 올라갔다.
바로 그때,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 번쩍하며 번개가 내리쳤다.
마당에 있던 사환들과 시녀들이 비명을 질렀다. 몇몇은 겁에 질린 채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진호도 갑자기 내리친 천둥 번개 때문에 귀가 먹먹해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번개가 쳐서요.”
정교랑이 말하면서 진호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교랑의경> 21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