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13)

三장. 영비

“그래서? 위륜 장군께서 악비의 원귀와 교접을 한다고 하였습니까?”

침상에 비스듬하게 몸을 일으켜 앉은 영비가 저를 손수 간호하는 황제 조영을 향해 살며시 물었다.

영비는 원래 황궁의 소주방 나인이었지만 폭군의 목이 잘리고 조영이 황제가 된 직후 조영의 눈에 들어 승은을 입었다.

그 하룻밤으로 영비는 잉태를 했고 곧장 후궁의 첩지를 받았다.

그때까지는 어떤 여인도 조영의 아이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영비는 황제의 자식을 잉태한 최초이자 유일한 여인이 되었다.

황제 조영에게는 정실인 황후도 있고 사가에서 함께 입궁한 다른 후궁들도 많이 있지만 그 모든 여인들 중에서 조영의 아이를 잉태한 여인은 영비 외에는 없다.

만약 영비가 아들을 낳는다면 그 아이는 장차 조영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황궁에서 황후보다 더한 권력을 가진 것이 영비다.

황궁 안에 살고 있는 여인의 권력은 황제에게서 나오고, 다음 대의 황제를 제 몸에 품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황후처럼 군림할 수 있는 법이다.

조영의 정실인 황후는 성품이 어질고 조용한 여인이라 투기를 모를뿐더러 혼인한 지 십 년이 지나도록 전혀 잉태를 하지 못해 죄인처럼 지내던 중이다. 그런데 영비가 아이를 잉태하자 기뻐하며 영비를 더없이 귀애하는 중이기도 했다.

“그러면 소첩은 안심해도 되는 것입니까?”

“며칠만 더 기다리거라.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조영이 손수 영비의 입에 죽을 떠 먹여 주며 안심시켰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영비가 교태 어린 눈빛을 지었다.

“제가 잘못되는 것은 무섭지 않지만 태중의 용종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저는 어찌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어서….”

“만약 태중의 아이가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찌 네 잘못이겠느냐. 악비의 원혼이 너를 조종해서 그리하게 만든 것을.”

“하오나….”

“너는 그저 마음을 편하게 먹거라. 이제 원인을 알아냈으니 곧 해결할 수 있단다. 자, 약을 먹거라. 어의가 올린 몸을 보하는 탕약이다.”

조영이 약그릇을 들고 영비의 손에 쥐어 줬다.

두 손으로 약그릇을 받은 영비가 살짝 입에 머금고는 곧 미간을 찡그렸다.

“써서 먹기가 힘듭니다.”

“몸에 좋은 것은 쓰기 마련이란다.”

조영이 영비를 살살 달래 가며 결국에는 탕약을 조금도 남김없이 전부 마시게 했다.

“써.”

조영이 돌아간 후 영비가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입안에 사탕을 잔뜩 털어 넣었다.

“그렇게 쓴 약을 어떻게 먹으라는 거야?”

침상에서 내려온 영비가 침전 안을 왔다 갔다 걸어 다녔다.

“이제 어떻게 하지?”

영비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대체 얼마나 질기길래 우물에 빠졌는데도 멀쩡하지?”

걸음을 멈춘 영비가 제 아랫배를 원망스레 노려봤다.

“그때 그냥 북벽에서 떨어질 것을 그랬나? 하지만 그랬다가 죽으면 나만 손해인걸….”

영비가 주먹으로 제 아랫배를 원망스러운 듯 내리쳤다.

“얼른 죽어버릴 것이지.”

독기 오른 말이 영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누가 들었으면 섬뜩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을 그런 말이었다.

“왜 이렇게 질겨서… 빨리빨리 죽으면 좋으련만…. 이제 어떻게 하지? 이제는 악비의 원혼 핑계를 댈 수도 없고….”

영비가 불안한 표정을 짓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빨리 배 속의 이 아이를 죽여야 하는데….”

지금 영비가 태중에 품고 있는 아이는 황제 조영의 씨가 아니다.

그 사실은 영비 자신 외에는 모른다.

하지만 이 아이가 태어나면 전부 들통나게 된다.

영비가 조영에게서 승은을 입은 것은 두 달 전이다.

그러나 태중의 이 아이는 이미 다섯 달이 지났다.

이제 조금 후면 배가 불러올 것이다.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의심할 게 뻔하다.

과연 이 아이가 정말 황제의 아이일까 의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댈 수 있는 핑계가 사라진다.

들키지 않고 낳기만 하면 칠삭둥이니 팔삭둥이니 둘러댈 수 있겠지만…. 두 달, 석 달에 벌써 배가 불러온다면 안 봐도 뻔한 것 아니겠는가.

이 아이는 죽은 폭군 조운의 아이였다.

조운에게 승은을 입었지만 후궁 첩지를 받지 못했다.

그때는 하루 빨리 후궁의 첩지가 내려오지 않는다고 발을 동동 굴렀지만 그 이후에 조운의 목이 잘리고 황제가 바뀔 줄 누가 알았겠는가.

황제가 바뀌고 나서 영비도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폭군의 아이를 품은 것을 들키게 되면 목이 달아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것을 감춰야만 했다.

황제 조영에게 접근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에게 잠드는 약을 탄 술을 마시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영비가 소주방의 나인이었기 때문이다.

약을 먹여 조영을 재우고 그 곁에 누워 그와 하룻밤 동침한 것으로 꾸미는 일은 쉬웠다.

그리고 그 하룻밤 승은으로 아이가 들어섰다고 주장했고, 조영을 비롯해 다른 모든 이들이 속아 넘어왔다.

그렇게 궁녀에서 후궁이 되었지만 문제는 아이였다.

이 아이는 태어나면 안 된다.

아니. 배가 불러오기 전에 죽어야 한다, 이 아이는.

최근에 황궁에서 흉흉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며 영비는 그 상황을 이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황제의 후궁들이 헛것을 보고 황후가 병을 얻어 앓아누웠다.

다들 그것이 악비의 원혼이 한 짓이라고 수군거렸다.

영비는 그에 착안하여 자신 역시 원혼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척, 신들린 여자처럼 밤중에 이곳저곳을 걸어 다녔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북벽까지 올라갔지만 차마 뛰어내릴 수는 없었다.

북벽은 너무 높았다. 괜히 뛰어내렸다가 자기까지 죽으면 곤란했다.

그래서 그다음 날 우물에 몸을 던졌다.

우물 안에는 물이 제법 있었고 그 정도 충격이면 아이만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멀쩡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무당까지 불려와서 이게 악비의 원혼이 저지른 짓이라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영비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러다가 악비의 원혼이 성불해 버리면 자신은 정말 곤란해진다.

아이를 유산시키고 악비의 짓이라고 해야 하는데, 악비의 원혼이 정말 성불해 버리면 큰일이 아니겠는가.

위륜 장군이 귀혼을 통해서 악비의 원귀를 성불시키기 전에 아이를 죽이던가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죽이지?”

방법이 없다.

일부러 넘어지거나 뛰어내릴 수도 없다.

분명 의심을 받을 것이다.

몰래 약을 먹을 수도 없다.

영비가 먹고 마시는 것, 탕약까지도 전부 어의의 손을 통해서 올라온다.

그 외에 다른 것은 먹지 못한다.

“아….”

그때 영비가 발견한 것은 사탕이었다.

“이게 있었지.”

이 사탕만큼은 어의의 손을 통하지 않고 들어온다.

쓴 탕약을 먹을 때 함께 먹으라며 황제가 가져다주라 한 것으로, 이것은 생과방에서 올라온다.

“생과방의 궁녀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을까?”

사탕 속에 독이 든 사탕을 섞어 놓고 그것을 잘못 먹어 유산이 되었다고 꾸며대면, 그 죄는 생과방의 궁녀가 받게 되지 않을까?

“아니야. 역시 독사탕은 위험해. 먹었다가 나까지 죽으면 안 되니까. 그리고 악비는 어차피 죽었잖아. 그러니까 차라리 악비가 다 뒤집어쓰게 하는 것이 나아.”

역시 생과방의 궁녀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악비의 탓을 하는 것이 낫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생과방의 궁녀에게 누명을 씌웠다가 괜히 일이 이상하게 꼬이면 탈이 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차라리 안전하게 악비에게 뒤집어씌우자.

악비는 귀신이니 누명을 써도 누명이라고 말할 입이 없다.

어떤 불길하고 나쁜 일이 일어나도 전부 악비의 탓이라고 하면 된다.

죽은 자에게 죄가 몇 개 더 늘어난다고 해서 뭐가 잘못일까.

영비의 머릿속에 간교한 꾀가 떠오르고 있었다.

***

“아….”

야릇한 신음소리가 촛불로 밝혀진 방 안에서 흔들렸다.

조금 전에 해가 졌다.

아직 밤이 깊지 않은 탓에 귀혼은 시작되기 전이었다.

수종을 들던 서희는 조금 전에 밖으로 나갔고, 서희가 나간 직후부터 연우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원래라면 밤이 깊고 무당이 신당에서 경을 읽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악비의 원귀가 연우의 몸에 들어올 수가 있다.

그런데 지금, 연우는 제 몸이 제 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징후는 조금 전부터 시작되었다.

전신에 미열이 오르더니 가랑이 사이가 점점 뜨겁고 가려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자, 더우면 벗으렴.]

머릿속에서 알지 못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연우에게 자꾸만 재촉했다.

그 목소리를 거스르는 것은 연우로서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머릿속에 가득 찬 목소리가 자신에게 자꾸만 옷을 벗으라고 하니 도무지 저항할 수가 없다.

[자, 아가야. 좋은 것을 할 거야. 긴장을 풀렴.]

이 목소리는 악비의 목소리일 것이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왜, 어째서 악비의 원혼이 벌써 제 몸에 들어온 것인지 연우는 알 수 없었다.

무당이 시간을 착각이라도 한 것일까.

아직 위륜 장군은 오지도 않았다.

그가 오기 전에 옷을 벗어 버리면,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어떻게 생각을 할까.

이미 그에게 음란한 모습을 전부 보였지만 그것과 이것은 다르다.

[자, 손을 움직여 보렴. 그래, 그렇게.]

금침 위에 누운 연우가 다리 사이로 손을 내렸다.

한 손을 다리 사이로 내리고 다른 손으로는 젖가슴을 주무르며 야릇한 신음을 흘렸다.

손이 제 손이 아닌 것처럼 움직였다.

[기분이 좋지?]

다리 사이를 만지는 손가락에 축축하게 젖은 것이 휘감겼다.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젖은 곳이 움찔거렸다.

[어때? 몸이 달아오르지? 어젯밤 그 사내의 양물이 가지고 싶지 않니?]

어젯밤 그 사내, 위륜의 양물.

그것을 떠올리자 연우의 몸이 더 달아올랐다.

어젯밤 난생 처음 사내의 음경을 받아들였을 때의 감각이 전신에 되살아났다.

그것이 저를 쑤셔댈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낱낱이 기억이 났다.

[자, 조금 더 깊이 만져 보렴. 네 몸이 뭘 원하는지 알게 될 거야.]

목소리에 재촉당한 손가락이 젖은 음순을 벌리고 좁고 진득한 안쪽으로 깊숙하게 파고 들어갔다.

그러자 젖은 내벽이 손가락에 감겨 왔다.

스스로 은밀한 곳을 만지는 건 처음이다.

다른 궁녀들은 자위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연우는 아직 한 번도 그런 것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스스로 음란한 행위를 하고 있다니. 연우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읏… 아, 앗….”

연우의 벌어진 입술에서 달아오른 신음이 연신 터졌다.

손가락으로 안쪽을 휘저으며 다른 손으로 유두를 꼬집고 비틀자 가슴에도 쾌감이 번졌다.

“하응, 응, 으응….”

이것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연우는 안다.

지금 제 몸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악비다.

제 손도, 제 목소리도 전부 악비가 움직이고 있다.

지금 자신은 그저 인형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쾌감은 고스란히 자신의 것이었다.

“하읏… 아….”

질 안으로 찔러 넣은 손가락을 구부려 내벽을 긁으며 조금 더 깊이 찌르자 등줄기에 오싹한 쾌감이 내달렸다.

“으응… 으응….”

어느새 내벽을 휘젓는 손가락이 두 개로 늘어났다.

내벽을 스스로의 손으로 찌르고 휘젓는 쾌감에 연우의 숨이 막혀 왔다.

그녀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고 엉덩이 아래는 흘러내린 애액으로 젖은 침요 때문에 축축했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연우의 머릿속이 더 뜨거워졌다.

좁은 질구를 손가락이 드나들 때마다 마치 사내의 음경이 드나드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났다.

[어떠하냐? 더 단단한 것을 원하지? 더 굵고 단단하고 긴 것이 찔러 주면 좋겠지?]

“아, 아읏…아…!”

연우의 벌어진 입술에서 점점 더 격렬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 아아!”

짤막한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지르며 연우가 허리를 휘었다.

허리를 휜 채로 연우의 벌거벗은 나신이 움찔거렸다.

“하아…하아….”

그러나 몸을 사로잡고 있는 열기가 사라지지 않아 아직도 몸을 괴롭게 했다.

엉덩이가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몸 안에서 음란한 물이 흘러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몸은 만족을 몰랐다.

[진짜가 아니라서 그런 거야. 그런 손가락으로 백날을 해 봤자 진짜 하나만 못하지.]

머릿속에서 악비가 꺄르르 웃어댔다.

그때였다.

드르륵.

처소의 문이 열렸다.

‘아, 안 돼…!’

처소의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는 사내를 본 순간 연우가 지금 제 모습이 얼마나 음란한지 깨달았다.

‘이, 이불로 몸을 가려야….’

하지만 손과 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불로 벗은 몸을 가리기는커녕 들어선 사내를 바라보며 제 입술은 웃기까지 했다.

“오셨습니까, 장군님.”

제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제 것이지만 말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다.

악비다.

지금 자신의 몸속에는 악비가 있다.

사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을 연우는 볼 수 있었다.

지금 제 몸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악비이지만 연우도 오감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몸의 자유만 빼앗겼을 뿐이다.

‘나를 혐오하는 거야….’

지금 저 사내의 표정은 꼭 그랬다.

혐오스러운 것을 보는 듯한 표정. 당연히 그럴 것이다.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혼자 음란한 짓을 하다가 그가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감추려 하지 않는 이 음탕한 모습이라니. 저렇게 고귀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리가 없다.

“너무 늦어지시길래 오늘 밤은 혼자서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잠시 멈춰 서서 딱딱하게 굳은 눈으로 연우를 쳐다보던 위륜이 천천히 걸어와 그녀의 앞에 앉았다.

아무런 말도 없이 마치 의무를 다하는 것처럼 무뚝뚝하게 옷을 벗는 위륜을 바라보고 있던 연우가 마른침을 삼켰다.

한 겹씩 옷을 벗을 때마다 연우는 제 몸속의 또 다른 존재인 악비가 기뻐하는 것을 느꼈다.

만약 그녀 자신에게 자유가 있다면 이 자리에서 도망쳤을 터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쳐서 숨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제 의지로 무엇 하나 할 수가 없다.

그러는 사이에 사내는 옷을 다 벗었다.

넓은 어깨와 다부져 보이는 허벅지, 그리고 힘줄이 도드라진 팔뚝까지 전부 이 사내가 그저 고운 곳에서 살아온 사내가 아닌 험하고 궂은 곳에서 잔뼈가 굵은 사내임을 여실히 드러내 줬다.

그리고 홀린 것처럼 연우의 손이 사내를 향해 뻗었다.

‘이, 이러지 마세요…! 마마! 악비 마마! 제발 이러지 마세요!’

연우가 속으로 소리쳤다.

왜냐하면 그녀의 손이 사내의 사타구니 안쪽 불룩한 곳을 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우가 아무리 외쳐도 악비는 손을 멈추지 않고 기어이 사내의 음경을 쥐고 주무르기 시작했다.

지금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연우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사내의 음경을 주무르며 그의 발에 제 가슴을 문질러댔다.

“장군님.”

천천히 얼굴을 든 연우가 사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손을 제 가랑이 사이로 이끌었다.

“여기를 만져 주셔야지요.”

‘마마…! 악비 마마! 제발…!’

그냥 누워서 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안 된다는 것일까.

자신이 생각하던 귀혼은 침구 위에 누워 다리를 벌리고 있으면 난폭한 밤이 지나가는 그런 것이었다.

스스로의 몸으로, 손으로, 목소리로 이렇게 음탕한 행동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여인을 이렇게 기다리게 하면 사내로서 자격이 없다는 걸 모르셨다면, 이제부터는 아셔야지요. 장군님. 사내가 여인에게 차려야 할 예의는 다른 것이 아니라 이곳이 마르지 않도록 항상 촉촉하게 젖게 해 주는 것이랍니다.”

위륜의 손을 잡아 제 가랑이 사이로 밀어 넣은 연우가 그 손으로 제 음부를 만지게 했다.

그리고 대신 제 손으로 위륜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단단한 허벅지를 손으로 음미하며 올라가 그의 근육으로 가득한 가슴을 만지며 그 무릎 위에 올라탔다.

두 손으로 위륜의 목을 휘감고 그의 가슴에 제 가슴을 문지르며 연우가 사내의 하체 위에 제 하체를 문질러댔다.

이미 뜨거운 습기로 가득한 하지에 사내의 단단한 음경이 느껴졌다.

“손이 놀고 있어요, 장군님.”

연우가 사내의 손을 제 가슴으로 가져왔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내가 연우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하으응….”

사내의 손에 힘이 들어간 탓에 그 억센 손바닥 안에서 연우의 가슴이 뭉개졌다.

“입으로, 빨아 봐요 장군님. 혀를 사용해서 나를 만족하게 만들어 봐요. 그래야 이 짓도 끝나지 않겠어요? 이 짓이 빨리 끝나야 장군께서도 가시고 싶은 곳으로 돌아갈 수 있으시잖아요.”

연우는 자신의 입에서 이렇게 교태스런 목소리가 나올 줄 몰랐다.

분명히 목소리는 자신의 것인데 말투는 전혀 달랐다.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소.”

그때 사내의 목소리가 연우의 귀를 울렸다.

‘미, 미안하오.’

어젯밤에 들었던 그 당황하던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묵직한 목소리였다.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내다.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연우의 뒷목이 화끈거렸다.

목소리로 미루어 이 사내의 성품이 얼마나 진중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절대 가볍지 않은 묵직한 사내. 그런 사내일 것이다.

“무엇을 말입니까, 장군님?”

“언제까지나 이런 짓을 할 생각은 없소. 만약 만족을 모르는 짐승처럼 계속해서 이 짓을 끝내지 않고 이어 가려는 생각이라면.”

“그런 것이라면요? 제가 장군님을 놓아줄 마음이 조금도 없어서 이번 기회에 아주 장군님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려는 것이라면요?”

“그러면 맹세하건데, 마마의 무덤을 파헤쳐 그 안의 시신을 열 두 토막으로 자르고 그 위에 기름을 뿌려 이 땅에서 시신이 없게 만들고 저주를 내려 마마의 원혼이 절대로 저승에 오르지 못하게 할 것이오.”

“그렇게 해서 장군님께서 얻는 것이 무엇이지요? 저는 계속 이 황궁에 머물며 왕야와 왕야의 계집들을 괴롭히면 그만이에요.”

“서쪽 어딘가에 귀신도 벤다는 칼이 있다고 들었소. 만약 정도를 모르고 계속 탐욕을 부린다면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서쪽 끝으로 가서 그 칼을 구해 오겠소. 그리하여 마마의 혼을 베어 버리겠소.”

“무서워라…. 이거 무서워서 살겠습니까?”

연우의 입을 빌린 악비가 꺄르르 웃었다.

그리고 웃음을 그치더니 위륜의 뺨을 손바닥으로 어루만졌다.

“걱정 마시어요. 나도 언제까지나 이 볼품없는 몸에 깃들어 있을 생각은 없답니다. 나도 얼른 얼른 저승에 가서 다시 이승에 환생할 날을 기다려야지요. 그러니 장군님께서도 힘을 내 주세요. 이렇게 멋없이 굴면 끓어오르던 욕정도 식는답니다. 제 입술도 빨아 주시고, 제 가슴도 빨아 주시고, 저를 정말 정인처럼 대해 주셔야 저도 기분 좋게 저승에 오르지 않겠습니까? 서로 최선을 다해야지요, 장군님.”

“내가 최선을 다하면 이 일을 빨리 끝내겠다고 약속하는 것이오?”

“최선부터 다하세요. 저는 적어도 살아생전에 거짓말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그 말과 함께 연우가 위륜의 무릎에서 내려와 침요 위로 기어가 누웠다.

구겨진 침요 위에 누운 연우는 위륜이 저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내는 곧장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하응….”

사내의 뜨거운 입술이 목덜미에 묻히자 연우가 고개를 젖혔다.

그녀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며 사내가 그녀의 가슴을 두 손으로 움켰다.

목덜미에서 미끄러진 입술이 유두를 문지르자 짜릿한 전율이 연우의 전신을 휘감았다.

강렬한 자극이 연우의 발끝까지 저릿저릿 울렸다.

쉬지 않고 주무르며 유두를 비틀 때마다 연우의 허리도 함께 비틀렸다.

“장군님, 아래, 아래로… 으응… 아래로….”

악비의 요구가 연우의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연우가 요구하는 대로 위륜이 움직였다.

그녀의 유두를 혀로 굴리던 위륜이 천천히 그녀의 아래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아, 읏…아응, 앗….”

그의 혀가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 배꼽을 지나 검은 숲을 내려가 둔덕 안쪽으로 파고 들어가 음란한 샘을 건드리자 연우의 허리가 바짝 흔들렸다.

“하읏! 거, 거기… 장군님, 거기… 거기를 조금 더 세게….”

연우가 손등을 물어뜯으며 허리를 떨었다.

위륜의 혀는 그녀의 입구와 점막, 그리고 돌기를 연신 애무했다.

축축하게 젖은 입구를 핥던 혀가 그 살점을 비집고 들어가 안쪽을 휘저었다

“하윽! 아! 아아아!”

사내의 혀가 더 깊숙하게 파고 들 수 있게 연우가 무릎을 벌렸다.

그리고 제 은밀한 곳 안으로 사내의 젖은 혀가 더 깊이 들어오게끔 유혹했다.

“하응! 아! 아아! 좋아요, 장군님 좋아요…!”

연우가 황홀한 숨을 헐떡였다.

악비는 지금 최상의 황홀경에 취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원래 몸의 주인인 연우 역시 뜨거운 쾌감에 머릿속에 녹아내리는 중이었다.

지금 이렇게 느끼는 것이, 악비가 느끼기 때문에 자신도 그 감정의 일부를 공유하는 것인지 아니면 육체의 희열을 악비와 상관없이 자신도 경험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후자라는 것을 연우도 조금은 짐작했다.

지금 자신을 지배하는 것은 악비이지만 이 육체는 자신의 것이다.

그러니까 악비가 느끼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선명하게 자신 역시 이 순간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아찔한 전율에 발끝까지 힘이 들어갔다.

스스로 허리를 흔들며 교성을 지르던 연우가 제 위로 올라오려는 위륜을 만류하고 위로 올라탔다.

“하아… 하아….”

잔뜩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연우가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위륜을 내려다봤다.

저를 올려다보는 사내의 당황한 표정에 연우는 눈을 감고 싶었다.

‘이건 제가 하는 행동이 아니에요….’

자신은 절대로 이런 음란한 행동을 할 수가 없다.

이건 전부 악비의 짓이다.

‘제발 이러지 마세요, 마마… 제발 마마….’

악비에게 애원을 해 봤지만 소용은 없다.

오히려 애원하면 할수록 악비가 즐거워하는 것이 느껴진다.

“장군. 가만히 있어요. 이제부터는 내가 장군을 즐겁게 해드릴 테니 말이에요.”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이 너무 수치스럽다.

두 손으로 위륜의 음경을 쥔 연우가 허리를 숙였다.

‘안 돼… 안 돼…!’

지금 제가, 아니 악비가 제게 뭘 시키려는지 알아차린 연우가 비명을 질렀다.

곧장 위륜의 음경을 입에 문 연우가 혀를 놀리며 그 굵은 살덩이를 빨았다.

입에 다 들어차지도 않는 굵은 것을 겨우 옆으로 물고 빠는 사이에 벌어진 입술에서 타액이 흘러내렸다.

“하읍, 읍…읍….”

오므린 입술로 귀두를 물었다 놓으며 그 오목한 구멍에 혀를 놀리자 혀끝으로 진득한 선액이 묻어났다.

두 손으로 쥐어야 겨우 쥐어질 정도로 굵은 음경을 손으로 훑으며 게걸스럽게 빨던 연우가 입안 가득 고인 타액을 삼키며 허리를 들었다.

그리고는 제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음경 위로 제 질구를 맞추고는 그대로 엉덩이를 내려앉았다.

“아아흑!”

연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녀의 몸이 위륜의 위에서 요분질을 해댔다.

“하윽! 장군! 장군!”

굵은 음경이 제 안을 긁을 때마다 등줄기에 희열이 기어 올라왔다.

스스로 허리를 튕기며 엉덩이를 앞뒤로 움직이자 그녀의 아래에서 이를 악무는 위륜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 아흑!”

연우가 위륜의 손을 잡아 제 엉덩이를 잡게 만들었다.

“허리를, 하윽! 우, 움직여요, 장군!”

그녀의 재촉에 위륜이 허리를 쳐올렸다.

아래에 깔린 그가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연우의 가녀린 몸이 휘청거리며 흔들렸다.

만약 엉덩이를 쥐고 있는 위륜의 손이 아니었다면 연우의 몸은 옆으로 굴러 떨어졌을 것이 분명하다.

[아가야. 굉장하지 않니? 보통의 사내라면 음경이 자궁 입구에 닿지도 못했을 거야. 그런데 이 사내는 얼마나 대단한지 자궁 입구를 이렇게나 세게 치고 있잖니.]

악비의 원혼이 제 머릿속에서 속삭이는 말이 무슨 뜻인지 연우는 알아듣지 못했다.

대체 뭐가 자궁에 닿는다는 걸까.

그러나 그 말은 이해할 수 없어도 사내의 음경 끝이 제 안 깊숙한 곳을 찌를 때마다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극한의 쾌감이 몸을 관통하는 것은 느껴졌다.

점점 더 쾌락이 저를 잠식하고 있다는 것을 연우도 느꼈다.

“아! 아읏! 응! 으응!”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소리를 지르는 연우를 다시 눕힌 것은 위륜이었다.

거칠게 그녀를 눕힌 위륜이 엉덩이 대신 그녀의 두 다리를 잡아 벌리며 허리를 쳐올렸다.

“하아앙! 아! 아아아!”

연우가 팔을 뻗어 위륜을 끌어안았다.

‘등이… 넓어….’

두 팔로 한껏 끌어안아도 다 안지 못할 정도로 넓은 등이다.

‘단단해….’

등은 넓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단단했다.

살갗이 마치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것처럼 단단하고 뜨겁다.

연우의 귀는 사내의 살과 제 살이 부딪치는 소리만 들릴 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찌걱찌걱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히고 다리 아래가 온통 질척였다.

위륜의 음경이 제 안으로 가득 채운 다음 긁고 나갈 때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장군! 아아아! 장군!”

지금 위륜을 소리쳐 부르는 것이 자신인지 악비인지 연우는 그것조차 분간을 하지 못했다.

악비인 것도 같고 자신인 것도 같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저를 활활 태우고 있는 이 뜨거운 불꽃이 언제까지 타오를지 알 수 없다.

이 사내는 열 덩어리다.

그리고 이 사내의 팔 안에 갇힌 채로 함께 흔들리고 있는 자신 역시 열 덩어리다.

두 개의 열 덩어리가 하나로 엉겨 붙어 불꽃이 타오르는 것처럼 달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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