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균열점 (89)화 (96/98)

<89>

살짝 들린 엉덩이 사이로 속옷과 바지를 한 번에 벗겨주었다. 알몸이 되어 끙끙대는 선우를 조용히 감상했다.

아! 그러고 보니, 아예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오늘 아침에 일부러 삭스 가터를 채워 보낸 탓이다. 갑자기 웬 거냐고 물으며 반항하는 걸,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정해야 사회적 위치에 걸맞지 않겠냐고 설득하며 억지로 채워주었다.

탄탄한 근육이 덧입혀진 몸에 삭스 가터와 주름 없이 끌어올린 양말만 착용한 남자가 잇새로 억눌린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연희의 입술 끝이 위로 치솟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 움직임이 없자 선우가 슬그머니 눈을 떴다.

"…뭐해?"

"작품 감상해요."

연희가 선우의 탄력 있는 가슴을 손으로 쓱 훑었다. 촘촘히 잘 짜인 복근도 천천히 어루만졌다. 그리고 다시 손을 위로 올려 손가락 사이에 걸리는 작은 돌기를 살짝 꼬집었다.

눈을 커다랗게 뜬 선우가 낚싯바늘에라도 걸린 것처럼 허리를 움찔거리며 튕겼다.

"입체감 있어서 좋네요."

연희는 다시 선우의 눈을 감겨 주었다. 한 손으로는 음각과 양각이 잘 조화된 남성적인 선을 따라 훑고, 다른 한 손으로는 꼬집었던 돌기를 살살 문지르며 돌려주었다. 시키는 대로 눈을 꾹 감은 선우가 쉬지 않고 허리를 들썩였다.

반쯤 일어섰던 성기가 완전히 일어서고, 조금씩 투명한 액체가 솟기 시작했다. 아래가 점점 질척해졌다. 물론 온전히 선우의 것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는 없겠지만.

"하앗…!"

연희가 선우의 돌기에 입술을 묻었다. 다른 한 손으로 선우의 나머지 돌기를 엄지로 슬슬 굴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선우가 연희에게 하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었다.

"연희야. 우리 이러지 말자…."

선우가 애원했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선우의 부탁을 무시할 리 없겠으나, 오늘은 달랐다. 상대를 흥분시키기 위한 상황에서는, 선우 역시 그만하란다고 그만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인데 왜 그래요."

그의 한 쪽 돌기를 더 세게 누르고 문질렀다. 입 안에 든 것은 혓바닥으로 천천히 원을 그리듯 눌러주었다.

선우 역시 가슴으로 느낀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다. 장난삼아 살짝 꼬집어주자 입술을 깨물며 처음 보는 표정을 했다. 연희는 다음에 또 해줘야겠다고, 머릿속에 기록했다.

놀고 있던 손을 내려 넓은 대퇴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굵다란 허벅지에 작은 경련이 이는 것이 느껴졌다. 가슴 안쪽 어딘가가 찌르르 울렸다.

"선배가 이런 재미로 그랬던 거구나…."

연희가 학구적인 눈으로 깨달은 바를 전하고는 서서히 몸을 내렸다. 이제 선우는 손바닥을 들어 아예 제 눈앞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손은 곧 아래로 툭, 떨어지고 말았다.

"야. 너 뭐!"

선우의 성기가 연희의 습한 점막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었다.

"으그 슨브도 즐흐는 그즎으여.(이거 선배도 잘 하는 거잖아요.)"

성기를 물고 오물거리는 입술이 선우의 타액과 침으로 뒤섞여 번들거렸다. 가뜩이나 안이 좁은 입과 가뜩이나 큰 성기가 만나니 말을 할 때마다 성기가 조였다가 풀어지기를 반복했다.

크기가 있다 보니 전부 들어가진 않았지만, 반쯤 들어간 걸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시각적 자극이 엄청났다. 제 것을 문 입과 제 것을 걸치고 있는 헐벗은 상체, 그리고 그 아래는….

"아윽…."

거의 고통에 가까운 신음을 들은 연희가 씩 웃더니 성기를 입 밖으로 빼내주었다. 빠진 성기를 잡고, 귀두 끄트머리를 핥는 혀 놀림이 농염했다.

그녀가 틈새를 꾹꾹 누르자 선우가 이를 악물며 호흡을 끊어 쉬었다. 선우의 반응으로, 연희는 오늘 자신에게 숨겨진 뜻밖의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자신감이 붙은 김에, 성기 아래 자리한 주머니 두 개도 혀로 한 번씩 훑어주었다. 그리고 다시 곧추선 것을 따라 올라오는데….

탕.

주먹을 쥔 선우가 몸을 틀어 기대고 있던 액세서리 수납장을 거칠게 쳐 내렸다. 그 정도 강도면 손이 아릴 거 같은데. 흥분해서 감각이 마비되었는지 몇 번을 더 탕탕 쳤다.

"씹…."

연희는 처음으로, 선우의 입에서 욕설이 나오는 걸 들었다.(언젠가 술 취해 찾아온 재민을 패대기치며 내씹은 욕설이 있었지만, 그것은 제외한다.)

선우가 그러거나 말거나, 연희는 성기에 불거진 핏줄을 따라 혀를 계속 미끄러뜨렸다. 결국 더할 수 없이 커진 성기가 주인과는 개별 생명체인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발, 좀 연희야…. 이제 그만…."

선우의 말뜻을 알아들은 연희가 굽혔던 몸을 일으켰다. 모양 좋은 성기의 선단을 엄지로 가볍게 쓸었다. 흘긋 시선을 내린 곳에는 선우의 삭스 가터와 검은 양말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 이거지.

손수 골라 직접 입힌 걸 착용한 모양새가 오롯이 자신의 소유라는 표식 같아 참으로 흡족했다.

기특하다는 뜻을 담아, 상기된 뺨부터 가슴까지 손으로 살살 쓸어 주었다. 특히 유륜 주변에서는 둥글리는 손길이 꽤 오래 머물렀다. 선우가 유독 참기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흥분한 성기 끝에서 점점 많은 양의 선액이 흘러나오는 것이 기꺼웠다.

아. 예뻐라.

"하…. 감상은 그만하고. 지금 좀 넣어주면 안 될까?"

거친 호흡을 애써 다잡으며 선우가 사정했다. 그 사이 아래로 내려온 연희의 손은 선우의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고 있었다. 더없이 단단해진 근육이 거듭 움칠대는 것을 손끝으로 즐기면서.

"그럴까요?"

연희가 두 손으로 성기 밑동을 잡은 채 천천히 아래로 몸을 내렸다. 이제 친해질 때도 되었으나, 뻣뻣하고 위풍당당한 그것은 아직도 처음 진입할 때마다 연희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감당하기 버거운 것이 연희의 안쪽을 가르며 서서히 들어오자 연희의 몸이 약하게 경련했다.

"하아."

동시에 한숨 같은 신음성이 터졌다. 긴장과 만족감, 버거움과 쾌락이 교묘히 섞인 것이었다.

"잠시만. 흐읏. 기다려 봐요."

연희가 선우의 두 손을 꽉 맞잡았다. 선우는 손을 쓰지 말라는 무언의 명령이었다. 연희가 몸을 들어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는 동안, 선우는 그동안 들어본 적 없는 욕지거리를 다양하게 구사했다.

"좀… 빨리, 안될까?"

선우가 주도할 때마다 연희가 했던 말이 선우의 입에서 그대로 흘러나왔다.

"안… 흣, 되는데?"

연희도 뭔가 부족하긴 한데,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다. 게다가 굵기가 워낙 남다르니 몸을 들었다가 내릴 때마다 한 번에 제대로 들어가게 하기도 힘들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선배가 꽂아…줘…요."

연희가 몸을 천천히 앞뒤로 움직이면서 속삭였다. 속삭이는 중에도 귓바퀴를 핥아 내리는 것은 잊지 않았다.

선우의 잇새로 새어 나오던 앓는 신음이 뚝 끊기고, 들썩이던 움직임도 멈추었다. 선우의 얼굴이 서서히 굳었다.

못 알아들었나?

이럴 때 뭐라고 하랬더라?

연희가 선우의 귓불을 잘근잘근 씹으며 그 안에 다시 소리를 밀어 넣었다.

"선배가…하아. 직접 채워… 흣. 달라고요."

"……."

"더 깊이…. 응?"

연희는 저도 모르게 애처로운 목소리가 났다. 처음 해보는 말이 부끄러워서였다. 뱉은 말을 씻어내듯, 얼른 혓바닥으로 선우의 귓구멍을 핥아댔다.

선우의 어깨가 작게 움칠거렸으나, 그나마도 금세 경직되었다. 선우가 숨을 한 번 길게 들이키더니, 그대로 호흡을 멈추었다.

타는 듯한 선우의 눈이 담고 있는 것은 연희였다. 살짝 내리깐 새초롬한 눈, 밭은 숨을 쉬느라 살짝 벌어진 입술, 호흡과 함께 달싹이는 탐스러운 가슴.

"…X …발."

짧은 욕을 아주 길게 뱉은 선우가 연희를 붙잡은 채 몸을 돌렸다. 위아래가 역전되었다. 선우는 연희의 양옆에 두 팔을 내렸다. 팔을 꺾어 바닥을 짚고, 바로 아래 깔린 연희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이번에도 그의 두 눈동자에는 연희만 가득 차올랐다. 사람은 같았으나 아까와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유순하게 바라보는 몽롱한 두 눈, 펼쳐진 셔츠 사이로 드러난 얼굴색보다 하얀 피부, 위에 있을 때보다 소담해진 가슴과 귀여운 배, 늘씬한 다리, 그 사이에 저와 맞닿은….

심장의 두근거림이 아까보다 더욱 빨라졌다. 정말이지 심장에 너무 해롭다. 울컥하는 것이 목 위까지 솟아올랐다. 진짜 119 부르게 생겼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일단 내가 살고 봐야지.

선우가 벌떡 일어서서 연희를 끌어 일으켰다. 제 뒤에 있던 액세서리 수납장 위에 연희를 엎어 지나치게 자극적인 풍경을 없앴다. 그렇다고 아예 아무것도 안 볼 생각은 아니었다.

연희가 입은 셔츠를 다급하게 끌어올려 하얀 등허리를 감상했다. 매끄러운 연희의 등을 엄지로 소중하게 매만진 후, 올록볼록 튀어나온 척추를 따라 입맞춤을 퍼부었다. 이제 끙끙대는 사람은 연희가 되었다.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흥분과 간지러움 때문이었다.

선우가 손을 뻗어 연희의 가슴을 살살 쓰다듬었다. 선우의 손끝에 정점이 살짝살짝 닿을 때마다 연희는 머리부터 아랫부분까지 전기가 인 듯 아릿해졌다. 하지만 선우가 연희의 몸을 약하게 매만진 것은 잠깐뿐이었다. 곧 붉은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기 시작했다.

허벅지와 종아리, 목과 어깨, 배와 등허리도 마찬가지였다. 단정한 쇄골, 묘하게 색스러운 겨드랑이, 저에 비해 작은 골반과 은밀히 감추어진 아래까지. 어느 곳이라 특정할 수 없이 수많은 곳에 선우의 입과 손으로 만든 붉은 자국이 영역 표시처럼 남게 되었다.

"잠깐만, 하아…. 기다려 봐…."

연희가 괴로워질 정도로 한참을 애무한 끝에, 선우가 무섭게 번들거리는 눈으로 제 성기를 한번 훑었다. 잔뜩 부푼 성기는 여전히 단단하게 솟아 있었다.

선우는 연희 몸 위에 도로 내려앉은 셔츠를 이로 물어 살짝 들어 올린 후, 한 손으로 엉덩이 안쪽을 벌려 다른 한 손에 쥔 제 것을 곧바로 박아 넣었다.

퍽.

파열음에 가까운 소리와 함께 선우의 것이 연희의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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