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균열점 (68-2)화 (73/98)

Hidden 7 

"벌써부터 태우와 윤우에게 그 큰 지분을 나눠줄 생각을 하다니 당치도 않지."

대호가 불만을 늘어놓았다. 장인어른도 나이를 먹더니 감이 떨어졌다는 둥, 건강이 좀 안 좋아졌다고 너무 성급한 거 아니냐는 둥, 새파랗게 어린 것들이 알면 얼마나 알겠냐는 둥.

"그런 빡대가리들한테 뭘 믿고 사업을 맡기나?"

현정 앞에서만큼은 자제하던 저급한 말버릇도 마구잡이로 튀어나왔다. 얼마 전 태우와 윤우가 일으켰던 갑질 시비와 폭행 사건을 들먹이며 현정이 동조해 주기를 바랐다. 현정은 속으로만 웃었다.

그래도 너보단 낫거든?

네 자식보다는 비교할 수 없이 낫고.

왜 현정이 여태껏 모를 거라고 자신하는지 모르겠다.

대호에게 숨겨둔 자식이 있다는 것을.

인생의 반려자로 대호를 선택한 것은 현정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실수였다. 제법 탄탄해보였던 대호 집안의 건설사는 결혼 후 5년이 지나기도 전에 각종 구설수만 남긴 채 무너졌다.

정권과의 불화 문제도 있었지만, 욕심만 많고 충동적인 대호가 가업을 물려받은 이후 투자 실책을 거듭한 탓이 컸다.

남은 애정은 없었으나 서로를 흠집 내가며 이혼해봐야 이득 될 것이 없었다. 사회면에 오르내릴 만한 큰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내버려둘 생각이었다. 다른 여자와 즐기고 다니는 것쯤 용인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우와 관련된 일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현우는 얼굴도, 성격도 현정을 몹시도 빼닮은 아이였다. 가지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쟁취해 내고, 가질 수 없으면 차라리 망가뜨려버리기라도 하는 집념이 있었다. 세련된 매너와 친절한 미소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알았고, 자신을 방해하는 것은 품위 있게 밟아버릴 줄도 알았다.

현우는 현정의 희망이었다.

그런 현우가 죽었다. 무척이나 참혹하게.

자세한 사정을 파악할 수는 없었다. 넘겨받은 영상은 멀리서 찍은 데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고, 영상을 찍은 아이는 자신 역시 영상으로 찍힌 내용 외에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가해자의 말은 믿을 수 없었고 또 다른 피해자는 넋이 나가 있었다. 다만 가해자의 얼굴을 보았을 때, 현정은 굳이 무언가를 더 파헤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 현우를 밀어 떨어뜨렸다는 아이는 대호의 아들, 규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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