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계옥
선우의 둘째 고모인 계옥을 만나는 시간은 도 작가를 만난 시간보다 훨씬 길었다. 선우 이름이 나오자마자 계옥이 신세한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키워준 공도 모르고 자신을 소홀히 대한다는 게 그 요지였다.
"선우도 이제 어엿한 부사장이잖아. 그럼 제가 알아서 나한테 주는 돈을 좀 더 늘리던지, 그냥 늘리는 게 부담스러우면 제 친엄마 줄 돈을 덜어서 나에게 좀 떼 주던지. 막말로 제 친엄마는 오빠 죽었을 때 얼굴 한번 안 비쳤다고. 그나마 내가 있어서 장례식이라도 제대로 마친 거야. 남는 부조금 먹은 거야…."
생각 없이 내키는 대로 말하던 계옥이 아차 하는 얼굴로 제 입술을 때렸다.
"……."
"그거야 수고비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고. 내가 해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사실 그 돈 아니어도 선우는 양부모가 충분히 지원해주고 있었잖아."
급하게 말을 덧붙이더니 이내 어깨를 펴고 당당히 말했다.
"막말로 나 아니었으면 선우는 굶어죽을 수도 있었다고. 돈만 생기면 술 사 먹기 바쁜 아빠한테 애들 챙길 여유가 있겠어? 툭하면 나한테 구걸하러 와서는 그 돈으로 밥 사 먹고 학교 다니고 했다니까? 그래서 이만치 살게 되었으면 고마운 줄을 알아야지. 가족이면 더 잘 사는 쪽이 힘든 쪽 돕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이어진 계옥은 말은 주로 선우의 친엄마를 욕하는 것이었다.
"선우가 여덟 살일 때였나…. 애들 버리고 집 나간 뒤로는 코빼기 한 번 안 비쳤다고. 그런 주제에 엄마라고 나보다 돈은 훨씬 더 많이 받아 간다잖아? 기가 막혀서, 원. 오죽하면 영주가 엄마는 아예 죽은 셈 치겠다고 했을까."
재혼해서 다른 자식까지 둔 처지에 선우가 보내는 생활비를 타 쓰는 게 뻔뻔하다며 침을 튀겼다. 선우가 크는 동안 자신의 손으로 해 먹인 밥이 친엄마가 해준 밥그릇 수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고도 했다.
그러나 계옥 역시 선우를 걱정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연락 닿으면, 다음 달부터는 생활비 좀 올려서 보내달라고 말 좀 해줘요. 요즘 불경기라 고모가 많이 힘들어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