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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공님-1화 (프롤로그) (1/123)

감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공님! (1)

프롤로그

몸이 뜨겁다.

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목이 타는 듯한 목마름도, 몸 안을 홧홧하게 달구는 열기도 참아 내기엔 너무 버거웠다. 나도 모르게 그 남자를 찾았다.

안타까운 듯 나를 바라보고 있을 그 남자를.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지금 약을….”

그와 입술을 겹치면 이 열기가 가라앉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였다. 상체를 일으키며 떠나려는 그의 제복 코트를 꽉 쥔 채 매달렸다. 눈치채지 못하고 일어나려던 그의 움직임 때문에 순간 몸이 비틀거린다.

“이런.”

나와는 전혀 다른, 겉보기엔 말라 보이지만 단단하게 근육이 붙어 꽤 두툼한 팔. 침대 위라 넘어져도 아프지 않을 텐데 그는 구태여 내 몸을 감쌌다.

그 탓에 얼굴과 얼굴이 가까워졌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십시오. 그렇게 보시면….”

그를 보는 나는 어떤 눈을 하고 있을까.

그는 난감하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서는 무언가가 일렁였다. 금색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황금 물결로 가득 차 찰랑거렸다. 흐린 시야 사이로도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어루만졌다.

어쩜 이렇게 예쁠까. 손끝에 닿는 냉기에 더 기분이 좋아져 엷게 웃었다.

“시원해….”

“…읏.”

그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입술을 아득 깨물었다. 어찌나 세게 깨물었는지 색 짙은 입술 위로 스멀스멀 피가 배어든다.

새하얀 이 위로 번져 가는 그 액체를 바라보다 충동적으로 입술을 겹쳤다.

“……!”

그는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하지만 받아 주지도 않았다. 다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곤혹과 욕망이 뒤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본능이 알아챈다. 그가 자신을 억누르고 있음을.

“후…, 아….”

살짝 떨어진 입술.

그 사이로 열기 가득한 입김이 서렸다가 사르르 허공에 녹아내린다. 하지만 내 몸속에 남은 열기가 여전히 속을 태우고 있었다.

조금만 더 하면 편해질 것 같은데. 아쉬운 마음에 그의 입술을 혀끝으로 살살 두드렸다.

열어 줘요. 나를 받아들여 줘요.

내 몸을 끌어안는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가고, 반대로 붉은 입술에서는 힘이 빠진다. 살짝 벌어진 틈으로 하얀 이가 비쳐 보인다.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내 혀가 그의 입속을 비집고 들어갔다.

“으음….”

그의 품 안에서 파르르 몸을 떨었다.

열기가 빠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그 기묘한 감각에 신음하며 덜덜 떨자 결국 참지 못한 그가 내 입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조금 전까지 내가 그토록 갈구해도 열어 주지 않던, 철벽같던 남자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그는 마치 거친 침략자라도 된 것처럼 혀로 내 안을 유린했다. 어느 한 곳 놓치지 않겠다는 듯 두 눈을 꼭 감은 채 내 안에 집중하는 모습이 어쩐지 필사적으로 보였다.

그게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 버렸다.

그 와중에도 서늘함과 오싹함, 그리고 몸을 채우고 있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열감이 뒤엉켜 감각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후우….”

내 웃음이 보이기라도 한 것일까. 그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마주친 금색의 눈동자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생각에 잠겼던 그는 결국 살짝만 몸을 앞으로 숙이면 닿을 정도로, 호흡이 뒤섞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던 입술을 떼어 냈다.

떨어짐이 아쉬워 두 팔을 뻗었다. 여전히 달아올라 있는 손으로 그의 목을 끌어안고 속삭였다.

“대공님.”

“…네.”

“더 해 주세요.”

“하지만… 당신은….”

그가 찡그린 얼굴로 나를 본다.

본능이 속삭인다. 그가 지금 얼마나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있는지 알고 있냐고. 사랑하는 여자가 이런 걸 해 달라는데 그걸 참아 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겠냐고.

경험이 없어도, 말로 하지 않아도 입가에서 새어 나오는 뜨거운 숨결만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나는 그가 참지 않기를 바랐다.

“제발…. 부탁이에요.”

눈을 깜빡이자 내 안에 가득 차 있던, 뜨거운 무언가가 뺨을 타고 또르륵 흘러내렸다. 아무래도 계속 시야가 흐렸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보다.

나는 일부러 눈을 꾹 감아 고인 것을 모두 흘려 냈다.

하지만 여전히 몸 안을 채운 열기가 다시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다.

“뜨거워서… 괴로워요. 네?”

흐린 시야로 봐도 어여쁜 남자의 귓가에 다시 속삭였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나도 모르게 몸 안의 열기를 몰아내려 숨을 토해 냈다. 그 숨결이 남자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날 끌어안은 몸이 움찔, 떨리더니 예쁜 얼굴이 다급하게 가까워졌다. 입가를 가볍게 핥는 붉고 말캉한 살덩이를 맞이하려 혀를 내밀었다.

붉은 살덩이가 뒤엉킨다.

“하….”

아까와는 달리 눈을 감지 않은 채 날 직시하는 남자를, 나 역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예상이나 했을까? 나와 이렇게 될 거라고. 최소한 그와 처음 만났던 날의 나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견디지 못하고 가만히 두 눈을 감자 문득 처음 만났던 날의 그가 떠올랐다.

내가 처음 이 세계에서 눈을 떴던 그날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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