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track.
* * *
아직은 잿빛이 도는 푸른 새벽, 지유환은 문득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제일 먼저 인지한 것은 이어진 손이었다. 그는 눈을 감는 것만으로 세상과 단절되곤 했다. 그렇게 어느 샌가부터 백성현과 손을 잡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손을 잡고 있으면 손끝으로 감각이 피어났다. 그것은 한낱 체온을 전하는 행위가 아니었다. 세상과의 연결이었다. 꿈속에서도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서서히 몸을 일으킨 그는 맞잡은 손을 따라 시선을 내리다가 제 옆에서 안심한 듯 곤히 잠든 얼굴을 보았다.
“……아.”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슴과, 새벽빛을 받아 말간 얼굴에서 그는 눈을 떼지 못했다. 한참동안 그 얼굴을 보던 지유환은 어딘가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울컥함을 견뎌야했다. 온 우주가 오직 한사람을 기준으로 재정립되는 아득한 순간이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이 고요한 세계에서 그는 살아 있는 기적이었다.
초라한 인생에 벌어진 다신 없을 이변이었다.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겠다는 막연한 확신이 들었다. 넘칠 만큼의…. 그래, 사랑. 이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선 그 단어가 꼭 필요하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침대 옆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던 옷가지를 집어 들었다. 지난 밤 백성현이 벗어둔 셔츠에는 익숙한 체향이 배어 있었다.
눈을 감아 내린 그는 침대 헤드에 기대어 가만히 숨을 골랐다. 혹시라도 얼굴을 만지면 잠을 깨울까봐 지유환은 품에 안은 옷을 계속해서 가만가만 어루만졌다. 고작 이런 것에도 손끝이 저려올 만큼 그가 좋았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다가도 문득 이렇게 울컥할 만큼이나…. 지유환은 손에 쥔 옷자락을 하염없이 쓸어내리기만 했다.
어느새 청보랏빛 새벽이 햇빛을 몰고 올 때까지도.
계속해서 그렇게, 아주 한참을.
hidden track. 당신은 모를 어떤 새벽
꼴라쥬 (collage)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