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 은유법 (3/22)

3. 은유법

* * *

- 성현아 잘 지냈어? 나 가현이.

- 개강총회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못 봤네.

- 혹시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

가현이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누군지 떠올려내지 못한 것은 숙취 때문일 것이었다. 지난밤에 온 문자들을 죽 훑어본 백성현은 핸드폰 화면을 껐다. 부어라 마셔라 마신 것은 아니었기에 숙취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속이 메스껍고 식도가 바짝 마른 듯 건조했다. 매트리스 옆에는 몇 모금 남짓 남아있는 생수병이 있었다. 백성현은 점성이 느껴질 정도로 미지근한 물을 단숨에 목구멍 뒤로 흘려 넘겼다. 갈증을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비척거리며 일어난 백성현은 가까운 편의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공기가 차가웠다. 겉옷이 얇은 탓인지 피부 위로 옅은 소름이 일었다.

그는 한 눈에 보기에도 한산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서 1.2리터짜리 생수와 삼각 김밥 하나를 골랐다. 여자 아르바이트생은 창고를 정리하고 있다가 재빨리 포스기 앞에 섰다.

“2천 백 원이요. 봉투에 담아드릴까요?”

“아니요. 그냥 주세요.”

“현금 영수증 필요하세요?”

“괜찮습니다.”

잔뜩 잠긴 목소리가 나왔다. 계산을 마친 아르바이트생은 백성현을 흘깃 바라보았다. 그녀는 계산대에서 물건을 집어 드는 백성현에게 조심스레 물어왔다.

“이 주변에 사시나 봐요.”

“네.”

“그랬구나. 자주 오시길래……. 혹시 선경대 다니세요?”

호기심 섞인 말투에 관심 어린 시선이었다. 백성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경대 다녀요.”

“아, 저도예요! 전 국어국문학과인데, 그쪽은요?”

반갑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던 그녀는 그즈음 새로운 손님이 들어온 걸 보고 눈치껏 속닥였다. 국어국문학과라. 반사 작용처럼 누군가를 떠올린 백성현은 두어 번 눈을 깜빡이다가 대답했다.

“정치외교학과요.”

“사과대시구나. 거기 요즘 커트라인 엄청 높던데……. 아, 제가, 음, 여쭤보고 싶었던 게 많아서. 너무 오래 붙잡아두고 있었죠? 죄송해요.”

“아닙니다.”

백성현은 자신을 향한 호감을 비교적 빨리 인지하곤 했다. 고개를 까딱인 그는 그대로 뒤돌아서 편의점을 나왔다.

생수병의 3분의 1을 마시고나서야 어느 정도 목마름이 가셨다. 백성현은 전공 서적을 챙기다가 뒤늦게 허기가 몰려와 삼각 김밥을 뜯었다. 반 정도 먹으니 씹고 있는 밥알이 화학 약품 덩어리로 느껴져서 남은 건 버리고 말았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속이 답답해서 더는 못 먹을 것 같았다.

학교로 향하는 길은 평소보다 길었다. 마른 가지마다 싹이 움터 있었는데, 이제는 손대기만 하면 피어날 것 같았다. 그럼에도 잎새를 지나는 바람 소리가 시원하다기 보다는 서늘한, 봄 같지 않은 봄날이었다.

첫 수업 시간보다 한 시간 반은 일찍 학교에 도착해버렸다. 백성현은 잠시 고민하다 도서관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원래 공강 때는 도서관을 가곤 했으므로 이상할 건 없었다. 학생증을 찍는 순간부터 묘하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1층에 와있었다. 곧바로 혼자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백성현은 조심스럽게 3층으로 가는 버튼을 꾹 눌렀다.

9시 42분. 괜히 핸드폰 화면을 껐다 켰다 반복하며 시간을 확인한 백성현은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마자 순문학 책들이 꽂혀있는 왼편으로 걸어갔다.

무인대출 기계에 서서 책을 빌리는 사람, 자신과 마찬가지로 어디론가 걸어가는 사람, 책장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지나쳐 마침내 자리에 앉아 뭔가를 읽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백성현의 시선이 분주해졌다.

“……어, 있다.”

오래 찾지 않아도 됐다. 누구보다 눈에 띄었으니까. 자세가 유독 발랐다. 평소보다 깊어진 눈이 활자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이미 그는 책 속 너머 자신이 모르는 어딘가로 빠져버린 듯했다. 어느 순간 햇빛이 내리쬐던 실내는 구름에 가린 듯 그늘졌다. 백성현은 지금쯤 해가 어느 정도 기울어져있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애초에 답을 내고자 생각했던 건 아니었기에 그가 페이지를 넘기는 것을 보고 퍼뜩 정신이 들었다. 백성현은 책장 안으로 숨듯이 들어갔다.

왜, 숨었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애초에 특별히 과제도 없었는데 순문학 코너까지 온 것도 일상적인 일이라곤 할 수 없었다. 백성현은 저도 모르게 움켜쥐고 있었던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어두운 곳에서 봤을 땐 몰랐던 상처가 보였다. 주먹을 쥐었을 때 도드라지는 뼈마디마다 피부가 까져있었다. 백성현은 상처 위를 왼손으로 덮었다. 따끔함이 피어올랐지만 그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보다, 어젯밤에도 느꼈던 이물감이 목구멍까지 빠듯하게 차고 올라왔다. 정확한 형체를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그건, 불길함과 한없이 닮아있었다.

여기서 나간 다음,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기까지는 얼마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걸까.

아니, 애초에 인사에 용기씩이나 필요했던가.

애꿎은 책장만 보고 있을 때, 가까이 다가오는 듯한 발소리가 들렸다.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바로 옆에서 멈춰 섰다. 긴장한 것이 무색하게 발걸음 소리는 그대로 백성현을 통과해 지나갔다. 시야 끝에 낯선 실루엣이 스쳐 갔다. 그가 아니었다.

백성현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뒤늦게 책장 밖으로 나와 대각선에 있는 책상 위를 바라보았다. 빛을 등지고 앉아 있던 그는 이미 어디론가 가버린 듯 책 한 권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그제야 안도감이 밀려왔다.

도서관은 꽤 규모가 큰 편이었는데, 난원형으로 세워진 난간에 서서 내려다보면 아래층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백성현은 난간 쪽으로 붙어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으로 뒤돌아나갔다. 그냥 확인만 하려 했던 것이다. 저번에, 우연처럼 만난 적이 있었으니까. 혹시 오늘도 있진 않을까 궁금해져서.

2층에 있는 자습실에서 전공교재라도 훑어볼 생각이었다. 갑작스레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녕하세요.”

마치 발목을 붙잡힌 것처럼 발걸음이 뚝 멎었다. 백성현은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뭔가 반가운 사람을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지유환이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골몰히 활자를 읽던 표정과는 완전히 달랐다. 흥미 없이 훑어보던 풀밭에서 들꽃이라도 발견한 듯한 얼굴에 백성현은 당황스럽게 눈을 깜빡였다.

“백성현 씨는 멀리서 봐도 알아보겠네요.”

“……어떻게요?”

“바로 알겠던데요. 키도 크시고 잘생기셨으니까요.”

백성현은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잘생겼다는 칭찬을 지유환에게서 들을 줄은 몰랐다. 백성현은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다행히 지유환이 먼저 새로운 주제를 꺼내왔다.

“어디…….”

“네?”

“어디 가는 중이셨어요.”

2층 자습실에 가려고 하긴 했지만 딱히 정해놓은 건 아니었다. 백성현은 지유환에게 질문을 되돌려줬다.

“어디 가시려고요?”

“옥상이요.”

그러고 보니 도서관 건물 제일 위층에 옥상이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었다.

“거기는 아무도 없거든요. 머리 식히기도 좋고.”

“…….”

“같이 가보실래요.”

그러고 보면 그는 늘 혼자였다. 혼자인 것이 너무 잘 어울려서, 외로워 보일 틈이 없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감상일까. 넌지시 해오는 권유에 백성현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왔다. 띵, 하는 소리가 들렸을 때 곧바로 엘리베이터 쪽으로 시선을 돌린 건 백성현 뿐이었다.

옥상은 5층에 내려서 계단으로 조금 더 올라가야 나왔다. 백성현은 앞장 선 지유환의 뒷모습을 따라갔다. 몇 년 간 학교를 다니면서 처음 와보는 곳이었다. 유난히 고요한 복도에 발소리만 저벅저벅 울렸다.

“여기예요.”

지유환이 문득 멈춰 서서 커다란 문을 가리켰다. 문 앞에는 잠금장치가 있었지만 지유환은 도어락을 올려 자연스럽게 번호를 눌렀다. 이윽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백성현은 왜 자신이 옥상을 가본 적이 없었는지 그제야 생각이 났다. 옥상은 개방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에 대부분은 출입금지였다.

문을 열자 도서관 안의 탁한 공기와는 다른 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옥상은 꽤 넓었다. 시멘트 벽으로 세워진 얼룩덜룩한 난간이나 색이 바래버린 나무 벤치에는 세월이 스며있었으나 작은 정원이나 돌길은 꽤나 신경을 쓴 것처럼 보였다. 사람은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여기 막 들어와도 되는 건가요?”

“음, 아니요.”

지유환은 이 낡고 아늑한 공간의 침입자에게 면죄부를 주듯 말했다.

“괜찮아요. 아무도 모르니까.”

그렇게 말하고 그는 난간 가까이로 걸어갔다. 지유환의 결 좋아 보이는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렸다. 창백함에 가까운 피부가 투명해보였다.

백성현은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학교 주변 주택들과 빌라, 원룸촌까지. 그리 높이 올라온 것도 아닌데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이 작아보였다. 하늘은 맑았다. 비행운 같은 구름이 떠있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있었다.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여행은 제주도로 향하던 비행기에서부터 시작됐다. 백성현은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단 한 순간도 창밖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처음 지면으로부터 떠올라 모든 것이 손톱만큼 작아져 갈 땐 이대로 어딘가 처박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고, 비행기가 구름을 통과하고 대기 중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때는 별세계라도 온 것 같았다. 본의 아니게 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넓다는 것을 목격해버린 느낌이었다.

“노트테이킹, 힘들진 않으세요.”

머리맡에서 나지막한 음성이 울렸다. 백성현은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했다. 눈이 정확히 마주친 순간 백성현은 입을 꼭 다물었다. 대충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훑는 그는 오늘도 새까만 눈동자였다.

“매번 깔끔하게 정리해주셔서 읽기가 편해요.”

“그게 제가 할 일인데요, 뭐.”

“공부 잘 하는 편이시죠.”

거기다 대고 자기자랑을 하기도 어색해서 백성현은 대충 얼버무렸다.

“그냥저냥요.”

지유환의 시선은 이번에도 백성현의 입가에 고정되어 있었다. 입술이 바짝 마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감상평처럼 말했다.

“백성현 씨는 입모양이 정확해서 알아듣기 쉬워요.”

살면서 입모양을 의식하면서 말해본 적은 없었다. 백성현은 얼떨떨하게 지유환의 말을 들었다.

“말하는 속도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적당하고.”

“어, 음, 그런 건 몰랐는데요.”

“그 점이 좋아요.”

“…….”

좋아요. 문장의 요소라고 하면 동사에 불과한 그 단어가 유난히 도드라지게 들렸다. 그의 얼굴에서는 거짓 한 점 읽히지 않았다. 햇빛 아래서도 새까만 눈동자를 보다가 백성현은 문득 궁금해졌다.

“주말에는 왜요?”

지유환은 주말에 시간이 있냐고 물었었다. 아직 거기에 대한 답은 보류한 상태였지만 이유가 듣고 싶었다. 잠시간 고민을 하는 듯하던 그는 어렵지 않게 답을 내놓았다.

“미술전 티켓이 생겨서요.”

“미술전이요?”

“이번 주 토요일부터인데. 어떠세요.”

미술전엔 이제껏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다. 그림을 보는 것이나 그리는 것 모두에 관심이 없기도 했다. 애초에 백성현과 예술은 접점이 그다지 없었다. 주말이라. 문득 전 여자친구가 보내왔던 문자가 떠올랐다. 백성현은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입을 열었다.

“어떤 미술전인데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예요.”

“분명…… 저는 그게 누군지도 모를 텐데요.”

“누군지는 간다고 하면 알려드릴게요.”

날렵한 눈매가 왜인지 평소보다 누그러져 있었다. 백성현은 그의 말투가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 부드러워진 것을 눈치챘다. 물론 지금도 무뚝뚝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그의 말투가 원래 이렇다는 것을 알고 나니 미세한 변화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어…… 그림 좋아하시나 봐요.”

“사실 어렸을 땐 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림에 글까지. 어쩔 수 없는 예체능계라 이건가. 백성현은 조금쯤 아연한 마음으로 지유환을 돌아보았다. 자신은 그와 정반대의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림도 잘 그리세요?”

“글쎄요……. 성현 씨는요.”

방금 전 엘리베이터 앞에서 질문을 떠넘겼던 것을 따라 하듯 지유환이 물어왔다. 언제 웃음기가 있었냐는 듯 다시금 무기질 적으로 돌아간 얼굴이었지만 이제는 저 표정이 그가 뭔가를 생각할 때의 표정이란 걸 알고 있다.

“아뇨, 전 영 소질이 없어서요.”

그림뿐만 아니라 글도, 라는 말을 삼키고 백성현이 대답했다. 지유환은 진지한 얼굴로 답하는 백성현을 보고 선선히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소리가 청명하다고 생각했다. 백성현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창백하던 얼굴이 웃음으로 환해지는 장면이 더 없이 특별한 느낌이라 눈을 뗄 수 없었다.

“누가 소질이 없다고 말하던가요.”

가만히 멈춰서 있는 백성현을 보며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듯 지유환이 백성현의 얼굴을 살폈다.

“성현 씨.”

“예? 아, 아뇨. 뭐, 어렸을 때 얘기예요. 미술 시간에 그림을 그리잖아요. 뭘 어떻게 그려야 할지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린 아이들한텐 주제를 줄 텐데.”

“그게…… 주제는 있었어요. 예를 들면, 좋아하는 사람을 그려보세요. 그런 주제가 나오면 한참을 생각해야 했거든요.”

난간을 등지고 서 있던 지유환이 앉아서 얘기하자는 듯 작은 정원에 있는 벤치를 가리켰다. 백성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옆을 나란히 걸었다. 잔디밭 위를 지날 땐 발소리가 작아졌다. 그럼 괜히 말소리도 줄여야 할 것만 같았다. 시시한 어릴 적 이야기를 풀어놓기가 부끄럽지 않은 것도 아니었으나 지유환은 마치 재밌는 이야기라도 듣는 것처럼 반응을 해 와서 멈출 수가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나 봐요.”

“그…… 반대였던 것 같아요.”

미움 받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던 때가 있었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순 없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었다.

“좋아하는 사람밖에 없었죠. 선생님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사람ㅡ 그걸로 끝이라니.”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좋아하는 사람밖에 없다니.”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데, 그땐 나름의 기준이 있었어요. 쟤는 손톱만큼 좋아해. 쟤는 손바닥만큼 좋아해. 그 사람은 나무만큼, 쟤는 구름만큼. 음, 부피가 크면 클수록 좋은 거예요. 도화지 가득 얼굴을 그려 넣었던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이 다 내 그림을 검사할 것도 아닌데.”

모서리까지 빽빽하게 인물들을 그려 넣었었다. 그건 일종의 강박증이었다. 스스로에게는 미워할 권리조차 없다고 생각했었다. 오직 미움 받는 것만이 허용되는 줄 알았던, 속 안의 미움을 손톱만큼 좋아한다고밖에 표현하지 못하던 때. 지금은 그게 욕심에 불과하며 어린 아이의 오기였단 걸 인정할 수 있었지만 그땐 그걸 인정하면 세상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었다. 알지도 못하는 부모의 얼굴을 지어내 손톱만큼 작게 그렸을 정도로.

지유환은 가만히 백성현의 말을 경청했다. 백성현은 괜히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별 흥미롭지도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 같아서 미안할 정도였다.

“죄송해요, 제 얘기만 해서. 별로 재밌는 이야기도 아닌데.”

“재밌어요.”

백성현은 지유환의 눈매가 다시금 휘는 것을 보았다.

“성현 씨는 사랑이 많은 아이였네요.”

옥상을 다니는 바람이나 아득한 사람들의 말소리가 뭉개져 어지럽게 들려왔다. 백성현은 무어라 대답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어린 날들에, 마음속에 뭉쳐 있었던 것들을 그는 서슴없이 사랑이라 정의 내렸다. 그 누구에게도 섣불리 주지 못했던 것들. 어쩌면 아무렇지 않게 주고 싶었던 것들.

“좋은 소질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지유환은 자리에 앉지 않고 서 있는 백성현을 올려다보았다. 백성현은 뒤늦게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아직 그 사랑이란 것은 아무에게도 주지 못해서,

“…….”

여전히 가슴 속에 남아 있었다. 가끔은, 요동을 쳤다.

“그, 이번 주 토요일…… 갈게요.”

반 정도는 충동적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사실 주말이라고 해봤자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삐거덕거리는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는 게 다였기에 애초에 고민은 필요 없었다. 주말에 무엇을 하느냐는 그의 저번 질문에는 바쁜 척을 하고 싶어졌을 뿐이었다. 만나는 건 한 주에 두 번 정도가 적당하다고 마음속으로 선을 그어두기도 했고.

말하자마자 괜히 간다고 했나,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지만 지유환이 퍽 기쁜 듯 웃어서 마음 놓고 후회도 할 수 없었다.

“빨리 주말이 됐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말을 할까. 의도 없는 다정한 말을 들으며 백성현은 애꿎은 잔디밭만 툭툭 찼다.

* * *

백성현은 금요일 저녁부터 마음이 술렁거렸다. 알람 소리에 깨어 눈을 뜨자 괜히 목이 조여오듯 긴장이 되었다.

냉장고에는 그가 사다 준 적 있었던 비타민 음료가 아직 한 병 남아 있었다. 저걸 마실 날이 오긴 할까,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도 드는 아침이었다.

백성현은 옷장 앞에서 이렇게까지 오래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겨우 고른 것은 아이보리색 터틀넥 니트와 적당한 두께의 코트였다. 개강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날씨는 아직 쌀쌀했다. 터틀넥 니트는 성준혁이 아무 이유 없이 거의 떠넘기듯 준 선물이었는데, 입어본 건 옷을 받은 바로 다음 날 한 번 뿐이었다.

옷을 갖춰 입은 백성현은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어색한 얼굴의 자신이 쭈뼛대고 있었다. 모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준비를 했는데, 이렇게 부자연스러울 수가 없었다.

“······씨발. 왜 이러고 있냐.”

거울 속의 스스로를 몇 번이고 보아도 어색함은 숨길 수가 없었다. 지유환을 떠올려보았다. 그는 뭘 걸쳐도 근사했다. 거기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한 것만 같아서 백성현은 주먹을 그러쥐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역시 여느 때처럼 어두운 셔츠에 바지를 입는 게 더 나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백성현이 깊은 고민에 빠졌을 무렵, 그의 핸드폰이 진동으로 윙윙거렸다. 액정 위에 뜬 익숙한 이름에 백성현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우리 성혀니 지금 뭐 해?

“약속이 있어서. 준비하고 있는데.”

- 약속? 누구랑?

그 물음에는 말문이 막혔다. 그와 자신의 관계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을까. 노트 테이킹 알바생과 고용주? 같은 학교 선후배? 정확히 뭐라고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기에 백성현은 얼버무리기로 했다.

“그냥.”

그럭저럭 말을 흐리자 성준혁이 미묘한 감정선을 읽어낸 듯 소리쳤다.

- 여자냐?!

“어?”

- 호감 있는 여자? 미친, 백성현이 데이트 가냐?

“…….”

데이트라니. 그 단어만큼 낯간지러운 단어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며칠 전에 헤어졌는데 이러기 있냐, 하고 소개를 시켜달라고 징징거리던 성준혁이 다급하게 말했다.

- 첫 데이트는 무조건 좋은 인상 남겨야 되는 거 알지? 그냥 외워. 그, 저번에 내가 줬던 거. 그거 제발 좀 입고 다니라고. 개 잘 어울렸다니까?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호들갑을 떨어대는 성준혁에게 백성현이 건조하게 대꾸했다.

“뭔 데이트야. 남잔데.”

- 남자? 아…… 술 마시러 가냐?

곧바로 심드렁해진 성준혁이 남자랑 만나러 가면 그것밖에 더 있느냐는 듯 물었다. 이미 흥미라고는 하나도 없는 목소리였다. 백성현은 코웃음을 치며 대충 답했다.

“어.”

성준혁에게 미술관이니 뭐니 하는 설명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었다. 발꿈치를 들었다 내렸다 하던 백성현은 미간을 좁히고 거울 속을 노려보았다. 이게 잘 어울린다니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가늠이 안 됐다.

- 요즘 술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니냐?

“니가 할 말은 아니지 않냐.”

- 그건 그래.

“할 말 없으면 끊는다.”

- 엉. 쫌만 마셔라.

성준혁은 이렇게 아무 의미 없이 전화를 걸어오곤 했다. 이상하게도 전화를 끊자 자신감이 생긴 것도 같았다. 옷 하나는 잘 입고 다니는 편인 성준혁이 잘 어울린다고 했으니 믿어도 되겠지. 백성현은 마지막으로 단칸방을 한 번 둘러보고 그대로 집을 나섰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자니 괜히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자의식 과잉일 것이 뻔한데도 민망함에 아스팔트 바닥만 바라보았다.

지유환과는 미술관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1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시간보다 조금 더 빨리 도착할 것 같았다. 버스에서 내려 핸드폰으로 지도를 보며 찾아간 미술관 앞에는 큼지막한 포스터가 네 개나 걸려있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전시회의 포스터가 전면에 나와 있었다. 과감한 색채들 위에 띄워진 명조로 된 글씨체가 도드라져 보였다.

「각자의 시간, 연인의 바다 – 이연 展」

“이연?”

귀에 익는 이름이었다. 미술에 문외한인 백성현이 들어봤을 정도라면 유명한 화가라는 뜻이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미술관 안으로 들어갔다. 미술관 입구의 카페테리아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여럿이었다. 그들을 구경하다 보니 금방 1시가 되었다.

백성현은 무료하게 주위를 둘러보다가 주차장 쪽에서 나오고 있는 지유환을 발견했다. 그는 앞머리를 내려서인지 평소보다 더 어려 보였다. 한 발짝씩 내디딜 때마다 머리칼이 바람결에 부드럽게 흔들렸다. 군청색 계열의 니트 위로 걸쳐 길게 떨어지는 롱코트는 마네킹이 입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잘 어울렸다.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까이 다가온 지유환은 백성현을 훑어본 뒤 조금 놀란 듯한 웃음을 지었다.

“학교 밖에서 보니까, 새롭네요.”

백성현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네요, 하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지금 그의 모습은 도서관 혹은 강의실, 잔디밭에서 봤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게 낯설 만큼 근사해서 심장이 불편하게 뛰어왔다.

“밝은 계열 옷 입은 건 처음 봐서 그런가.”

그 말엔 낭패한 기분이 되었다. 설마 들뜬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처럼 올블랙을 고수했을 텐데. 그런 백성현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유환이 나지막이 덧붙였다.

“엄청 잘 어울려요.”

입구를 돌아본 지유환은 코트 안 주머니에서 티켓을 꺼냈다. 백성현은 눈만 도르륵 굴렸다. 잘 어울려요. 그 말에 낯간지러울 건 또 뭐란 말인가. 백성현은 엉겁결에 지유환이 건네 오는 티켓을 받았다. 방금 전 본 포스터와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제 들어갈까요.”

어서 들어가요, 라는 말이었다.

“네.”

전시회 안은 북적거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벽에 걸린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었다. 역시 유명한 화가가 맞았나보다. 백성현은 입구에 놓인 리플렛 하나를 집어 들었다.

물감 냄새 같기도 하고 기름 냄새 같기도 한 향이 후각을 어지럽혔다. 관람 순서가 적혀 있는 벽을 따라 두 사람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화풍은 파격적이었다. 색채는 자주 뒤섞였고, 질감은 작품마다 제각각이었다. 해안가나 저녁노을이라는 제목의 그림도 풍경이라기보다는 스쳐 지나가는 색채의 연속처럼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묘하게 그 색깔들을 보고 있으면 제목이 납득이 갔다. <지중해의 아침> 이라는 제목의 작품 앞에 멈춰선 두 사람은 말없이 작품을 눈에 담았다. 백성현도 작품을 유심히 보았다. 이런 미술관에 온 건 처음이었지만, 아무 할 일 없이 그림만 본다는 것도 새롭고 좋은 것 같았다.

“어때요.”

지유환이 바로 옆에 서서 차분하게 물어왔다. 딱 다른 사람의 감상에는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의 데시벨이었다. 그것마저도 그답다고 생각하며 백성현은 느낀 바를 가감 없이 내뱉었다.

“낯설다는, 느낌이요.”

입모양을 본 그가 조금 더 설명해달라는 듯 눈짓했다.

“이때까지 봤던 그림 중에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모든 사물이 뭉개져있고. 바다를 봐도 파도나 물결이 표현 되었다기 보다는 그냥 바다, 그것뿐이잖아요.”

“그렇죠.”

“그냥, 그린 사람 혼자만의 세계인 것 같아서. 낯설고…… 조금 외로운 느낌이에요. 참고로 미술적인 조예는 하나도 없어요.”

백성현의 말에 지유환이 미미한 미소를 띠었다. 작품을 응시하는 그의 눈은 마치 그림 속 바다 너머의 어떤 것을 가늠하고 있는 듯했다.

“화가들은 그림으로 각자의 유토피아를 구현한대요. 그러니까, 결코 실재할 수 없는 가상의 세계지만 간절히 바라는 곳을 그림으로나마 만들어내는 거죠.”

“…….”

“이 작가는 지중해에 가본 적이 없어요.”

“그런 건 몰랐…어요.”

“음, 그러니까, 그곳의 바다도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면서 이런 그림을 그린 거예요. 외롭다는 감상이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 큐레이터 한 명이 아이들을 데리고 바로 옆 그림까지 바짝 따라붙었다. 백성현은 저도 모르게 큐레이터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이연 작가는 과감한 색채 사용, 다양한 시도, 인상파 거장들의 화풍을 물려받은 듯한 환상적인 화법으로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화가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천재성을 드러내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제대로 된 미술 교육은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모 기업의 젊은 예술가 양성을 취지로 한 후원으로 대학진학에 성공하여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게 되었죠. 현대 미술사에 발을 들이게 된 겁니다.」

아이들은 큐레이터의 말을 듣기보다 작품들을 슬쩍 보고 미술관 안을 뛰어다니기 바빴다. 개중 몇 명의 아이들은 악의 없는 시끄러움으로 주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천재는 단명을 한다는 말이 있죠. 모딜리아니, 라파엘로, 고흐, 쇠라가 그러했듯 이연 작가도 젊은 나이에 삶의 종지부를 찍습니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황들에 비추어보면 자살이 유력하다고 해요.」

마치 역사책의 일부를 읽는 듯했다. 그들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는 먼 세상의 이야기, 아이들의 배경지식이 될 단명한 비운의 화가 이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 아무렇지 않음이 왜인지 불편해져서 백성현은 자리를 옮겼다. <지중해의 아침>을 지켜보고 있던 지유환도 백성현을 따라 이어진 다음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큐레이터의 목소리는 그제야 점점 줄어 들어갔다.

작품들의 크기는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그림은 벽 한 면을 다 메울 정도로 컸고, 어떤 그림은 가로 길이가 압도적으로 길기도 했으며 손바닥만 한 그림이 몇 개씩 모여 있는 작품도 있었다. 지유환은 천천히 걸어가다가 별안간 백성현의 옷깃을 가볍게 끌어당겼다.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다음 그림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좋아하는 그림을 빨리 보러 가고 싶었던 건가. 그에게 이끌려 간 곳에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커다란 그림이 걸려있었다.

무명이나 비단, 가죽 등을 가릴 것 없이 조립해 둔 작품이었다. 낮인지, 밤인지 알 길이 없었고 계절 또한 알 수 없었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시간>. 작품에 비해 담백하기 짝이 없는 제목을 훑은 백성현은 왜인지 그 그림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지유환은 그 그림을 앞에 두고 오래도록 자리를 지켰다. 그 옆에 함께 서 있는 일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백성현은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몰두한 지유환을 훔쳐보았다. 그건 이제껏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흐릿해진 눈, 창백한 얼굴에 떠오른 감정의 파편들. 다시금 목 안이 바싹 말라왔다.

미술전에 와서 숨도 함부로 쉬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될 줄은 몰랐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의 세계는 무척이나 견고해 보이는 동시에 손끝만 가져다대어도 와르르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는 왜, 저런 눈으로 그림을 볼까.

왜 저렇게나 외로운 눈으로 그림을 보고 있나.

백성현도 이번 전시가 얼마나 공을 들인 것인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총 열 개로 나눠진 공간에 작품들이 들어차 있었는데, 작품 간의 여백도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치가 조화로웠다. 지유환은 마지막 방까지 침묵을 지키다가 출구를 나서며 백성현을 돌아보았다. <시간>을 앞에 두었을 때와 달리 평온한 얼굴이었다.

“잘 해놨네요. 기대 이상이었어요.”

“이 작가를…… 왜 좋아해요?”

어딘가를 거치지 않고 불쑥 튀어나온 질문이었다. 지유환은 글쎄요, 하고 애매하게 웃더니 굿즈를 판매하는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연 작가의 그림을 인쇄해 만든 포스트 카드나 500피스, 1000피스 짜리 퍼즐 같은 것들을 팔고 있는 팝업스토어였다. 심지어 작품이 들어가 있는 머그컵이나 테이블보 같은 것도 팔고 있었으니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는 충분했다.

백성현은 무의식적으로 샘플로 나와 있는 퍼즐을 만지작거렸다. 가까이 다가온 지유환이 넌지시 물어왔다.

“500피스는 너무 금방 맞추려나요.”

“사시려고요?”

“왠지 미술관 같은 데 오면 이런 걸 사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조금 이상하죠, 하고 그는 1000피스짜리 <시간>의 퍼즐을 집어 들었다.

백성현은 퍼즐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 그냥 남들만큼만 좋아하고, 남들만큼만 할 줄 아는 정도라고 하면 딱 맞았다. 지유환은 퍼즐을 들고 계산대로 향하며 말했다.

“같이 맞춰볼까요. 1000피스는 처음이라서.”

“저도 처음인데.”

“혼자보단 둘이 낫지 않겠어요.”

그는 결국 퍼즐뿐만 아니라 계산대 옆에 놓여있는 포스트 카드도 몇 개 골라 함께 포장했다.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가인 모양이었다. 미술관의 로고가 적힌 플라스틱 백을 든 그는 아주 약간 들뜬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같이 와주셔서 고마워요. 제가 계속 같이 가달라고 조른 것 같은 느낌이지만.”

아니라고 할 순 없었다. 백성현이 답을 하지 않자 지유환은 나지막이 웃음을 터뜨렸다.

“좋아하는 작가인데, 혼자서는 와볼 용기가 안 났어요.”

다 큰 성인 남성이 용기가 나지 않았다는 말을 하는데도 전혀 비굴해보이지는 않았다. 지유환은 백성현이 들고 있는 리플렛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왜 이 작가를 좋아하냐고 물으셨죠……. 어렸을 때부터 봤던 그림이라는 이유가 제일 큰 것 같아요.”

위험한 예감이 들었다. 더 이상 캐물어서는 안 돼. 거리를 더 좁혀서는 안 돼. 그런 경고를 무시하듯 그는 리플렛 앞에 있는 이연 작가의 사진을 가리키며 담백하게 웃었다.

“어머니세요.”

그렇게 말하는 지유환에게 필요한 말은 위로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고아임을 밝혔을 때 상대방이 당황하는 눈치로 어떻게든 위로를 해보려던 모습이 죽을 만큼 싫었던 것처럼.

큐레이터가 했던 설명들이 스쳐 갔다. 배경 지식처럼 쏟아내던 그 이야기들은 지유환에게 현실이었다. 지중해에 가보지 못했지만 그곳을 유토피아처럼 그려내던 비운의 작가, 어려운 가정형편을 딛고 현대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화가, 그리고, 그냥, 지유환의 어머니.

그가 그 설명을 듣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울렁거리는 마음을 견뎌낼 수가 없었다. 백성현은 저도 모르게 참고 있던 숨을 뱉어냈다.

“저한테…… 해줘도 되는 말이에요?”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하는 것처럼 저렇게나 담담하게 말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거쳐 왔을까. 웃으면서 퍼즐을 같이 맞춰보자고 하게 되기까지는 무수한 표정들이 저 창백한 얼굴 위로 스쳐 갔겠지.

지유환은 대답 대신 조용히 읊조렸다.

“우리, 집에 가서 점심을 먹을까요.”

* * *

지유환이 요리하는 모습을 또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고기를 상온에 꺼내두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검정색 스트라이프 앞치마를 둘러멨다. 태어나서 앞치마가 저렇게 잘 어울리는 사람은 처음 본 것 같았다. 게다가 그는 이번에도 백성현은 구경만 하고 있으면 된다는 것처럼 손수 식탁 의자를 빼주기까지 했다. 양심이 찔린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왠지 그가 요리를 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져서 백성현은 부엌 안으로 들어갔다.

“앉아계셔도 돼요.”

당장 가서 앉으라는 듯한 목소리에도 백성현은 꿋꿋이 서 있었다.

“요리하는 거 보고 싶어서요.”

“특별히 재밌는 구경은 아닐 텐데.”

“신기하기도 하고요. 전 요리 하나도 못하거든요.”

거기까지 말하자 지유환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는 꺼내 놓았던 등심 두 덩이에 후추를 뿌렸다. 그라인더를 돌리는 솜씨가 무척이나 요리에 익숙해보였다. 그 위로 로즈마리와 오일까지 뿌린 지유환이 인덕션에 올려둔 프라이팬의 온도를 확인하듯 팬 가까이 손을 가져다댔다.

“굽기는 어느 정도로 할까요.”

“……굽기 조절도 되는 거였어요?”

생각보다도 훨씬 요리를 잘하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면 저번에 먹었던 오므라이스도 예사롭지 않았었다. 놀란듯한 백성현을 응시하던 지유환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네. 추천 템포는 미디움 레어예요.”

“그…렇다면 미디움 레어로 부탁드립니다.”

“저랑 취향이 같으시네요.”

대놓고 미디움 레어를 고르라는 식으로 추천을 한 건 언제고 취향이 같다면서 은근히 놀라는 척을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장난식의 어조라서 백성현도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지유환은 백성현의 웃는 얼굴을 응시해왔다. 어느새 서로 눈을 마주치고 있다는 걸 자각하게 된 순간, 백성현은 자연스럽게 웃음을 거두었다. 지유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성현 씨가 웃는 거 처음 보는 것 같은데.”

“…….”

“제 말이 맞죠.”

평소에 웃음이 그다지 없는 편이기는 했다. 백성현은 그제야 그의 앞에서 한 번도 웃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는 지유환 씨도 잘 안 웃는데요.”

“밥 먹고 나면,”

“네?”

“조금 있다가 점심 먹고 나면, 그때부터 말 놓아주세요.”

얼떨떨하게 서 있는 백성현에게 지유환이 조곤조곤 말했다.

“지유환 씨 말고 유환이라고,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심장이 덜컹거리는 기분이었다. ‘지유환 씨’, 가 아닌 ‘유환’이라니. 고작 성씨 하나 뗀 것뿐인데 어감이 완전히 달랐다. 정말 말을 놓아야 하나. 하지만 이제껏 존댓말을 써왔는데 어떻게 한순간에 반말이 나올 수가 있을까. 그리고 지유환은 어떻게 저 한 마디로 사람을 고민에 빠지게 만들 수가 있지.

치이익, 하고 스테이크 굽는 소리가 났다. 지유환은 등심 위로 굵은 소금을 뿌렸다. 곧 그는 버터를 조금 녹이더니 프라이팬에 고인 육즙과 기름을 스테이크 위로 끼얹었다. 마치 마술을 부리는 것만 같았다. 준비해뒀던 접시들에 고기가 올라간 것은 금방이었다.

지유환은 냅킨을 꺼낸 뒤 은제로 된 포크, 나이프와 함께 식탁 위에 정갈하게 깔았다. 이탈리안 브런치 카페에서 알바를 했을 때도 구경 못 해본 고급품임이 틀림없었다. 자리에 앉은 백성현을 확인한 지유환이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듯이 말했다.

“잠시만요.”

와인셀러로 걸어간 그는 한 손엔 와인을, 한 손엔 와인잔 두 개를 동시에 들고 오고 있었다. 유리로 된 와인잔이 조명에 반짝였다.

브런치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한 번씩 하우스 와인을 주문하는 손님들이 있었다. 하우스 와인 한 잔의 가격은 시급보다 조금 더 높았다. 누군가에겐 시급에 준하는 와인을 물처럼 마시는 이들이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유환이 들고 있는 저 레드 와인은 그에 비할 바 없이 높은 가격을 호가할 것이 분명했다. 그는 와인 오프너로 코르크 마개를 따고 와인을 유리잔 안으로 따라주었다. 향긋한 과일의 향기와 묵직한 알코올 향이 동시에 느껴졌다.

“끌로 아팔타예요. 과실 향이 강하고 맛이 부드러워서, 마시기 편할 거예요. 육류랑도 잘 어울리고.”

육즙을 머금은 등심 스테이크 위로 허브가 올라가 있었다. 그는 세심한 요리사였다.

와인은 그가 말한 대로 마시기 쉬웠다. 씁쓸한 맛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마지막까지 느껴지는 은은한 과실 향 덕분에 목 뒤로 넘기는 순간까지 향긋했다. 지유환은 바르게 앉아 차분하게 고기를 썰었다. 백성현도 예리한 스테이크용 나이프를 내려다보다가 식사를 시작했다.

고기를 썰고 한 입을 먹자마자 육즙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육질이었다.

“어떠세요.”

이미 그도 자신의 요리 실력이 대단히 훌륭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였다. 그러니까 저렇게나 느긋한 표정으로 맛이 어떤지를 물어보는 것이겠지. 백성현은 감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요리사를 하셨어야 했어요.”

순수한 감탄에 지유환이 스테이크를 썰다 말고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그는 마치 웃음을 숨기는 것처럼 입가를 가렸다. 차마 가리지 못한 눈가는 움찔 떨리고 있었다.

“원래 그렇게 칭찬이 후하세요.”

“엄청 박합니다만.”

“못 믿겠네요.”

“매일매일 먹고 싶을 정도인데요.”

진짜였다. 이런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았다. 지유환은 백성현의 칭찬이 순도 100퍼센트의 진심임을 알아채고 뜻밖이라는 듯 말했다.

“생각보다 엄청 보람이 있네요. 맛있게 먹어준다는 게.”

“예?”

“제가 한 음식을 처음 먹어본 사람이,”

또다. 지유환은 이렇게 말끝을 늘일 때가 있었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목 안이 간지러웠다. 곧 그는 뭔가를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이 소리 내어 발음했다.

“형…이에요.”

백성현은 스테이크를 썰던 손을 멈추고 말았다. 저 ‘형’이라는 흔하디흔한 호칭은 지유환의 입을 거치자 어딘가 야릇하고 조심스러운 어감으로 변했다. 먼저 형이라고 부른 장본인은 답지 않게 부끄럽기라도 한 듯 시선을 내리고 고기를 썰고 있었다. 백성현은 갑작스러운 갈증에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 육질을 가르는 나이프 소리가 정적을 메웠다.

“지유환 씨는……, 아니, 하,”

백성현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질러버렸다.

“형이라고 먼저 불러놓고 왜 그러고 있어, ……유환아.”

유환아, 라는 말을 똑똑히 인식했을 지유환이 백성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백성현은 달아오른 듯 홧홧한 목 위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말 놓으라고, 한 건 너야.”

그 말에 지유환이 또 작게 웃었다. 그러고 보면 그는 부쩍 웃음을 띠우는 일이 잦았다. 저 웃음이 얼마나 근사해 보이는지, 분명 알고 있겠지. 지유환이 나지막이 대꾸했다.

“그렇죠. 제가 놓으라고 했죠.”

“…….”

“앞으로도 이렇게 해주세요.”

생각보다도 훨씬 수월하게 말을 놓아버리게 됐다. 과연 말을 놓을 수 있을까 생각한 지 몇십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식사는 완벽했다. 품질 좋은 레드 와인 덕분인지 기분 좋은 취기가 일었고, 지유환이 디저트라고 내어 온 크림 브륄레도 입맛에 맞았다. 달짝지근한 커스타드 크림의 맛이 아직까지 입안에 감도는 듯했다.

백성현은 지유환의 오피스텔을 둘러보았다. 다시 봐도 혼자 살기엔 너무나도 넓었다. 거실을 훑어보던 그의 시선은 커다란 새파란 수조 두 개에서 멈췄다. 바닥에는 색색의 조그마한 돌들이 깔려 있었고, 산소발생기에서 기포가 나올 때마다 수초가 하늘하늘 흔들렸다. 물레방아, 산호 같은 것들도 장식되어 있었다.

“왼쪽이 해수어, 오른쪽이 담수어예요.”

어느덧 옆으로 다가온 지유환이 두 개의 수조를 각각 가리키며 말했다. 백성현은 수조에 시선을 빼앗긴 채 멍하니 물었다.

“해수어가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일 거고, 담수어는 강인가?”

“정확히는 강이나 호수 같은 민물.”

“해수어랑 담수어면…… 서로 평생 볼 일이 없었겠다.”

완전한 상극이었다. 민물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물고기와, 소금기가 있는 물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물고기.

“그래서 마주 보게 놓아뒀어요.”

“응?”

“여기서라도 서로를 만날 수 있도록.”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비유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었으나 마음 한 쪽이 시큰거려왔다. 역시 이번에도 그럴듯한 말 한마디 해주지 못했지만, 백성현은 지유환에게 눈을 맞췄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시선이 엉겨 들었다.

원래 눈 맞춤이라는 게 다 이렇게 진득한 구석이 있던가. 신경 어딘가를 끊임없이 긁어오는 듯한 대치 속에서 지유환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궁금한 게 있는데.”

그가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얇은 눈꺼풀에 감춰졌다가 드러난 새까만 눈동자가 예리하게 빛났다.

“형은 왜 아무것도 안 물어보세요.”

높낮이가 없는 물음에 평소보다 풀린 듯한 눈매, 입술을 더듬는 날카로운 시선까지. 백성현은 이 상황 자체가 어딘지 불편했다. 그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는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물리면서 어깨를 움츠러뜨렸다. 지유환의 표정에 미미하게나마 남아있던 웃음기가 증발하듯 날아갔다.

“다들 궁금해 하던데.”

“뭘?”

자꾸만 손가락 끝이 저릿해져왔다. 백성현은 일부러 주먹을 꽉 쥐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물린 그를 내려다보던 지유환이 무척이나 일상적인 것을 말하듯 읊어왔다.

“어쩌다 들리지 않게 되었는지. 사는 데 불편함이 없는 정도인지.”

“……아.”

“사실 다 들리는 건 아닌지.”

“특별히 궁금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백성현은 그제야 자신이 딱히 그런 궁금증들을 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기에 물어볼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백성현에게 있어 지유환은 재능이 넘치는데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수업을 듣는, 어딘가 묘한 구석이 있는 문학도였다.

“어쩌다 안 들리게 됐을 거고,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겠지. 다 들리는 거였으면 노트테이킹 해줄 사람을 왜 구했겠어.”

입모양을 응시하던 새까만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백성현은 저도 모르게 참고 있던 숨을 깊이 들이쉬고 자세를 바로 했다. 눈치를 보듯 조심스럽게 물어보기도 했다.

“……궁금한 거 끝났어?”

별안간 지유환이 나직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백성현은 공연히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뭔가 말을 잘못했나 싶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지유환은 수조로 시선을 돌리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해주었다.

“끝난 걸로 할게요.”

“뭐야 그게.”

“안 그래 보이는데 무른 구석이 있어요.”

형이요. 지유환은 그렇게 말하며 선반에 있는 원통형 플라스틱 통을 꺼냈다. 뚜껑을 열자 시큼한 향이 훅 끼쳐왔다.

“누가 알려주기 전까지 산타클로스도 철석같이 믿었을 것 같이.”

흘리듯 한 말이겠지만 백성현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사실이었다. 그는 중학교에 들어가서 산타클로스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시설에 굴뚝이 없는 탓에 산타가 오지 않는 줄로만 알았었다. 때문에 혹시 모르니 매번 크리스마스이브 마다 창가 가장 가까이에서 창문을 약간씩 열어두고 잠을 청했다. 언제든 들어올 수 있도록. 당연하게도 12월 말에는 기침을 달고 살았다.

흰색 티스푼으로 동그란 먹이를 흘려주자 물고기들이 그의 손끝으로 모여들었다. 지유환은 어색하게 서 있는 백성현을 눈치채고 설마 하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정말요? 몇 살까지?”

“……열네 살.”

솔직하게 답을 내놓은 백성현의 입매를 확인한 지유환이 처음으로 놀란 듯한 눈을 했다. 그는 진심으로 놀란 눈치였다.

“아무도 안 가르쳐줬어.”

“…….”

침묵을 지키는 지유환의 앞에서 백성현은 변명을 하듯 횡설수설했다.

“그게, 뭐가 받고 싶었다기 보다는 그냥 당연히 있다고 생각했어. 산타 마을이랬나? 그런 것도 있다고 했으니까…….”

머릿속을 읽고 원하는 걸 머리맡에 놓아두고 가는 산타클로스라니. 조금만 생각하면 허무맹랑하다는 걸 알았을 텐데 그땐 말이 안 된다는 걸 몰랐다. 지유환은 가만히 입모양을 보고만 있다가 산타 마을이라는 대목에서 소리 죽여 웃었다. 그에 민망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사실이 그랬다. 이 세상에 산타 같은 건 없다는 걸 알게 됐을 땐 꽤 충격을 받기도 했었다.

지유환은 곧 백성현에게도 먹이를 줘보라는 듯 통을 건네 왔다. 언뜻 진지하게 덧붙이기도 했다.

“산타클로스…… 사실 있을 지도 몰라요.”

“놀리지 마. 진짜 화낼 거야.”

진지하게 말해줬더니 웃기나 하다니. 백성현이 사납게 쏘아붙였지만 지유환은 이번엔 눈 밑이 붉어질 정도로 숨을 죽여 웃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백성현은 먹이를 티스푼 가득 수조 안으로 흘려 넣으며 지유환을 돌아보았다.

“야, 그렇게 웃을 거면 그냥 웃어.”

기다렸다는 듯 터져 나오는 나지막한 웃음소리에 백성현은 어이가 없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도 피식대며 웃고 있었다. 지유환의 웃음소리는 더없이 따뜻한 느낌의 울림이었다. 아무 말 없이도 다정했다. 사람들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 정도의 온기를 매일 느낄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외로운 사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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